논문

2001/04/21(32:00) from 211.243.116.145
작성자 : 김기현 (mailto:김기현%20<ezrakim@hanmail.net>)	조회수 : 82 , 줄수 : 88

G. Kaufman의 [신학방법론] I

Gordon D. Kaufman. An Essay On Theological Method. Atlanta, Georgia: Scholars Press, 1995. pp. 1-49. 1. 서문 : 신학이란 무엇인가?   신학적 풍경이 혼란스럽다.  그 원인은 신학의 과제나 신학 방법에 관한 일치의 부재에서 온다. 종교학처럼 종교에 관한 이론, 신정통주의나 후기 자유주의 신학처럼 신앙의 자기 이해, 해방신학의 계열은 예언자적 선포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다양성과 혼돈을 거두어들이면, 신학의 위기에 직면하고, 희한하게도 그 위기의 실체 파악은 여전히 다르지만 위기 자체에는 모두 동의한다.  그 원인을 카우프만은 신(theos)의 위치와 의미의 점증하는 불확실과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xvii).  왜냐하면 어원적 정의에 따르면, 신학은 신에 관한 말인데, 그렇다면 신학의 위기는 결국 신을 말하는 것의 위기일 것이다.  결국 핵심은 신과 언어, 그리고 양자의 상호 관련성의 위기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누구이고, 언어는 무엇이고, 신과 언어의 만남은 어떤 것인가?  그러므로 신학의 생존을 위해서는 신학의 과제와 혼란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통적 신 개념은 한편으로 근대/탈근대 상황에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여전히 규범적 역할을 수행한다.(xiv) 2. 신학 고유의 과제   신학 고유의 주제와 직무는 무엇인가?  신학이 심리학이나 윤리학, 정치학과 구별되는 것은 무엇인가?  "놀이 신학", "혁명의 신학", "희망의 신학", "여성해방의 신학", "성서신학" 등은 이러한 신학의 본질과 방법에 대한 의문에 대해 대답하기보다는 신학적 이슈들과 문제들을 다루는 신학을 본다.  Tillich처럼 신학이 "궁극적 관심"의 문제를 다룬다면, 또는 전통적 신학처럼 하나님을 말하는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하는 신학적 반성의 출발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예비적 관심에서 궁극적 관심으로, 피조물에서 신에게로 어떻게 우리가 나아가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카우프만은 footnote 1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고자 한다.  즉 신학의 주제와 방법을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인간에게로"나 "인간에서 신에게로"에 관한 질문은 부차적이고, 지금 여기서 사용한 신과 인간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이 바로 신학을 가능하게 하고, 신학의 고유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I. Karl Barth와 신정통주의 비판: 바르트를 위시한 신정통주의는 신학은 이미 주어져 있고, 권위 있는 성서의 증언, 교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방법이나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당화는 한편으로 신의 계시를 받아들이기 전에 인간의 증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신성 모독적이며, 다른 한편으로 신이 증명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적 증명이나 확립을 하려는 점에서 어리석다.  Tillich도 동의하듯이 신학은 교회의 신학이고, 교회를 위한 신학이어야 한다.     이러한 견해는 카우프만이 보기에 문제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하나님의 계시에서 시작하자는 것은 이미 신. 계시에 대해 설명되고 확립된 주어진 개념을 이미 자명하게 전제하고 있다.  신. 계시 등의 개념은 반성에 의해 창조되고 발전된다.  따라서 신학의 문제는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개념이 생성. 변화하는지를 설명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 . 교회 등은 인간의 총체적 삶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신학 용어와 의미는 경험과 광범위한 문화적 토대와 관련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종교는 사적 언어(private language)가 아니다.  신 개념의 의미 형성에 공헌을 하지만 배타적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  신학이 신과 계시에 근거한다는 것이 잘못된 신학의 주장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학이 인간의 사고와 노고의 산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신학은 인간의 작업이고 항상 그랬다.  신학은 인간의 역사적 사건과 경험으로부터 나오고, 그것을 해석하고,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형성된 용어와 개념을 활용하고, 명상 . 반성 . 추론 . 말하기 . 쓰기, 그리고 읽기에 의해 수행되었다.     II. 자유주의 신학 비판 : 자유주의는 종교 경험이 신학 언어의 근거라고 생각하는데, 전제는 언어와 사고가 경험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신학은 본질적으로 경험의 해석과 명료화이다.  신학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표현에 나타난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학은 종교 경험의 해석이다.     이 견해의 문제점은 하나는 경험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의 경험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는 거룩, 절대 의존의 감정, 불안 등은 종교경험의 특성과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것이 일차적인가를 결정할 수 없다.  후자는 언어와 경험의 문제로 개인 경험의 사회적 토대는 언어인데 자유주의는 언어의 사회적 맥락을 간과하고 있다.  언어 이전, 개념 이전의 날 경험(raw experience)은 없다.  사실 초월 경험도 언어적 상징에 의해 형성되고 제한된다.  종교 경험은 인간이 만들어 낸 구성물이며 복합물이다.  그런 점에서 경험이 언어를 창출하고, 또 경험이 신학의 근거라기 보다는 경험을 창조하고 언어가 신학의 토대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이러한 결론은 신학하는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데, 신학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고 서구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다른 문화였다면 신학의 형태가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다.  신학은 특정한 범주와 개념,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것의 분석이 신학의 출발점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지 경험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Kant식으로 말한다면, 경험 없는 범주는 공허하고, 범주 없는 경험은 맹목적이다.  물론 신학 작업이 호소할 수 있는 최종심급은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은 신학의 마지막 말일 수는 있어도 처음 말은 아니다.  그러므로 신학의 과제는 경험이 아니라 언어 분석이다.     III. 이상의 논의를 통해 카우프만은 이제 신학의 언어와 작업의 공적 기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신학의 언어가 주어진 성서와 교의에 기초하지 않고, 신학의 언어가 신학만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제 신학의 언어와 일반 사회의 언어와의 관계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카우프만은 신학은 사적이거나 지방적이거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공적인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특정한 비의 공동체(교회)의 언어나 영웅적 개인의 경험담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신학의 언어가 모든 언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히 신이라는 말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리고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성, 비판, 수정, 해석과 재구성하는 것이다.  신학은 문법이라는 Wittgenstein 처럼 신학은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분석하기 때문에 신학적 동아리에 참여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신학은 할 수 있다.  문법이 다양하듯 신학의 문법 역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유기적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신이 유일하게 자존적(aseity) 존재이지만, 신 개념은 부차적인 것이다.  물론 신 개념 사용의 논리적 특이성이 있기는 하지만, 신 개념은 다른 용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그 의미를 얻게 되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든 경험과 연관성을 통해 의미를 얻게 된다.   IV. 신은 누구인가? : 서양에서 신 개념은 매우 상이하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유일신론적 경향을 찾을 수 있으며, 폭넓은 합의가 있다고 카우프만은 본다.  그는 신 개념을 모든 행위, 의식, 반성이 안내하는 마지막 혹은 궁극적 준거점으로 정의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근거이며 기초이고 세계 안에 있는 어떤 것도 신을 넘어서 있거나 배후에 있는 것은 없다.  신 개념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절대적 시작과 끝을 가리키는 관념이다.   궁극적 준거점의 의미는 첫째, 모든 것의 타자이다.  궁극적 준거점인 신은 일상 경험과 지식과 동일하거나 제한되지 않는 그 너머에 있는 타자이다.  신의 개념은 절대성과 무제약성이다.  그러므로 신 개념은 경험과 관련되어 있지만 경험된 것들 중의 하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경험의 통일의 근거를 지시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신 개념은 세계의 부분이 된다.     둘째는 한계 이념이다.  한계 이념은 오직 접근 혹은 접촉할 뿐이지 다다를 수 없다.  신은 사유 대상이 아니라는 급진적 유일신론의 주장은 바로 한계 이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절대적 한계이다.  그렇다고 모든 것과 고립된 채 경험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 관념은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절대적 자존성 개념이라는 것이다.  일상적 대상의 관념처럼 경험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 개념은 모든 삶, 행위, 헌신, 반성의 지향점 혹은 궁극적 준거점이다.  선한 목자 등에서 보듯이, 신에 관한 언설은 논리적이고 추상적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생살이의 눈물과 슬픔, 그 속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것이 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궁극적 준거점을 반드시 신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양 문화에서는 모든 생명과 의미의 근거를 신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신학은 서양이 형성해 온 원리적 지향을 탐사하는 것이다.  궁극적 준거점을 "뿌리 은유"(root metaphors)라고 할 수 있는데, 신학의 과제는 이 은유를 명료하게 하여 혼란을 제거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쓰임의 의미를 명료하기 하기 위해 일관되고 정당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은 기본적으로 형이상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학은 일반적 의미의 형이상학은 아니다.  독특한 헌신과 지향이 있는 형이상학이다.  즉 궁극적 준거점인 신을 파악하고 신에 초점을 맞춘 실재와 세계에 대한 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직 신학의 과제는 바로 이 그림과 세계관을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V. 요약 : 카우프만은 Ch. 1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⑴ 신학의 뿌리는 일상 언어이지 교회나 교의 문서, 날 경험이 아니다.  ⑵ 신 개념의 의미를 비판하고 분석하고 명료하게 하는 것이 신학이다.  ⑶ 신 개념이 논리적으로 우위이긴 하지만 부차적인 신학적 용어와 독립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신 개념은 세계와의 변증법적 상호연관과 의존 속에서 있기 때문이다.  ⑷ 어떤 형태의 신학이든 간에 신학을 책임 있게 수행하려면, 신학 어휘들에 대한 복합성에 진지한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불행하게 많은 신학들이 이상의 점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아서 혼란과 모순에 빠져 있다.  만약 신학이 공통 언어와 일반적 인간 경험에 궁극적으로 뿌리 내린 것이라는 이해가 정당하다면, 교회라는 국소적으로 한정하거나 비의적이고 합리성 이하의 것이라고 간주할 이유가 없다.  제도로서 교회가 흥망성쇠와 상관없이 신학은 사람들이 신 개념을 이해하고 계속 사용하는 한, 중요한 문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물론 신 개념 역시 제 역할을 못하고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첫째로 여전히 사람들은 궁극적 준거점을 신이 아닌 다른 상징을 통해 사용할 것이다.  서구에서 신 개념에 조응하는 준거점이 없기 때문에 신학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둘째로 신 개념의 능동적 사용이 문화와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있지만, 이것은 더 이상 인간 의식을 총체로서 이해하는 것도 통일하는 방식도 거부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믿고,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려는 열려진 물음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에 삶의 의미와 궁극적 준거점을 묻는 질문은 계속될 것이고 어떠한 형태로든지 신학은 여전히 존속할 것이다. 3. 구성으로서의 신학   신학의 탐구 대상은 직접적으로 명백하지 않고, 인식 대상 너머에 있기는 하지만, 지각 너머의 저기(there)라는 의미에서 신은 사유될 수 있다.  신은 물론 직접적인 지각되지 않고 일상적 경험 대상처럼 지시할 수 없다.  신 개념은 경험 대상으로 저기에 있고 주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각 대상의 모델로 생각되며, 말하고 행하는 인격의 모델이다.  세상 개념 역시 유사한 논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우리가 세계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세계 자체를 인식할 수는 없지만, 세계 개념은 문법적이고 논리적 형식이기 때문에 사유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신과 세상은 지각 가능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인격(신)이고 대상(세계)이다.  신학의 과제는 한편으로 신과 세상이 어떤 종류의 실재인지를 보여주고, 어떻게 신과 세상의 상호 관련되고 의존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어떻게 그리고 왜 신학의 작업이 참인지, 즉 신의 진리에 대한 정확한 반성인지를 보여주는 것을 관심 한다.     I. 어떤 학자들의 주장처럼 신이 저기 있는 나무나 자동차와 같이 인식되지 않고 그래서 신이 지각 가능하지 않다면 어떻게 신 개념이 구성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고 카우프만은 지적한다.  계시나 성서는 일상 지각 보다 더 확고한 토대이지만 정당화의 문제에 봉착한다.  몇 가지 대안이 신 개념을 생득 관념(innate idea), 세계 설명을 위한 가설, 종교 경험 등으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견해의 약점은 신 개념의 기능과 논리적 위치의 독특성을 인식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신과 세계는 직접적인 경험의 대상인 나무나 사람과 같은 개념과 달리 우리의 사고에서 상이한 종류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Kant는 보았다.  즉 규제 이념(regulative ideas)이다.  예를 들어 세계의 경우 직접 지각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의 모든 경험과 대상 인식을 통일하는 총체성 개념이다.  이율배반(antinomies)의 문제는 세계를 객관적 실재로 다루면 대답할 수 없는 것으로, 세계 개념을 정신의 구성물로 이해하면 해소된다.  신 개념 역시 구성물이지만 세계 개념 보다 더 넓게 적용할 수 있다.  세상이 대상 개념만을 통일한다면 신 개념의 기능은 주관적이고 객관적 개념과 경험을 궁극적으로 통일하고, 다른 한편으로 도덕적 삶의 근본적 요청으로 이해한다.     신학에 Kant가 중요한 것은 신과 세계의 개념이 상상력적 구성으로 정신 내적 기능에 의해 정신이 창조한 것이라 것과 경험 대상에서 갖는 개념과 상이한 논리적 질서라는 것의 발견이다.  지각은 언어와 문화 안에서 수행되고 오랜 역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해석되지 않은 직접적 대상 지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 개념에 직접적으로 상응하는 지각은 없다.  전통적 신학은 신 개념을 일종의 대상이나 실재로 지시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했다.  신을 "저기 밖의"(out there) "참된 존재"로 가정했기 때문에 어떻게 신성이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어떻게 우리의 죽음이 불멸을 입을 수 있는 지의 구원의 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저기 밖의 전적 타자라면 신은 구원의 수여자나 원천이고 단지 우리는 겸손하게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신과 인간이 날카롭게 구분되는 것인가?  어떻게 신이 신성을 상실하지 않고서도 인간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신성화되면서도 여전히 우리의 본성은 남아 있을 수 있는가?  루터는 의인론에서 다음과 같이 해결한다.  인간은 의롭게 되는(made) 것이 아니라, 의가 전가(imputed)되는 것이다.  하지만 루터의 입장은 신과 인간의 아주 급진적인 구분에 의존하고 있다.  신이 전적 타자라면 우리는 실제로 신과 아무런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신은 알 수 없고, 도달할 수 없는 신비한 "거시기"(X)가 된다.  이것이 한편으로 깊은 종교적 확신을 준다는 점에서 힘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아무 것도 생각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된다.  결국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의 삶에 전적으로 부적절한 제로 혹은 무(nothing)가 되어 세속주의를 용인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알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고, 반응할 수 있는 신은 우리가 알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고, 응답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신은 의심의 여지없이 인간 구성물로 이해해야 한다.   II. 신학이 학문의 일종으로 신학자들이 생각하는 한 물리학이나 생물학처럼 대상을 기술하려는 관심을 갖는 것은 타당하다.  신 개념은 직접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남. 여에 의해 그려진 이미지와 구성물이다.  구성으로 신을 이해하는 것은 직접적인 지각 대상과 비교해서 열등하지 않다.  서구 문화에서는 신 개념이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삶에 근본적 지향점을 제공하고 삶을 해석하는 원리의 주요 원천을 제공한다.  실천적으로는 그러한 원리나 이미지가 없이 우리가 생각도, 행동도, 살 수 없다는 것, 위기나 격변을 다룰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단지 저기 보이는 실재가 아니라는 것은 삶에 없어서는 안될 본질적 구성이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건축 청사진이나 지도가 대상 자체의 실제적 구조를 나타내는지가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이듯이, 삶과 세계의 준거나 지향으로 이해해야 하고, 삶에 신과 세계 개념이 없다면 의미를 부여받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이 세상이 세상 너머와 밖의 원천으로부터 의미를 부여받는다는 것을 말한다.     세상은 세상 자체로 설명되거나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역사는 아직 실현되지 않는 목적을 향한 운동이며 삶의 의미는 그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은 플라톤주의나 영지주의처럼 삶의 완성을 발견하기 위해 탈출해야 하는 적대적인 감옥이 결코 아이며, 근대의 진화론처럼 중립적 환경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는 신의 끊임없는 목적과 인간의 노력의 결과이다.   III. 지금까지 신과 세계 개념이 본질적으로 실천적인 목적을 위해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것을 보았다.  신학의 구성 목적은 삶과 세계에 적절한 지향을 가능케 하는 세계상이나 이야기, 개념을 산출하는 것이다.  경험과 상응하는 어떤 대상을 지시하기보다는 삶의 여정을 가능케 하는 경험 형식이다.  따라서 신학자의 과제는 세계상이나 개념을 구성하는 것이다.  미학적 조화와 균형, 일관성과 대조를 고려하면서 그가 참여하고 있는 것을 상상력으로 질서 지우고 통일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이런 점에서 신학자는 본질적으로 예술가이다.  그러나 예술이 미학적 경험을 다루기 때문에 경험의 파편과 단편을 취급하는 반면, 신학은 경험 일반과 총체와 관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신학은 예술이 성취하지 못하는 보편성과 포괄성을 갖는다.  또한 경험의 중요한 측면을 결코 생략하지 않기 때문에 신학은 기술적, 과학적, 객관적이고, 자연 과학, 사회 과학, 역사 과학에 사실에 관한 지식을 의존한다.  그래서 신학은 무로부터의 창조가 아니라 주어진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카우프만은 여기서 두 가지 오해를 비판한다.  하나는 신을 마치 텅빈 실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이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전자에 대해 그는 사물 자체는 인식할 수 없고, 개념과 상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 신은 분명 실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후자에 대해서는 신 개념이 사회적 조건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이거나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진짜 중요한 신학의 문제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주어진 것으로 수용하는 것과 우리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성한 세계가 어떠한 종류의 것인지를 문제 삼는 것이다.  대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의미 있고, 창조적이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IV. 지금까지의 신학이 구성 활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교만과 우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카우프만의 신 개념은 교만과 우상의 위협에 직면한다.  이에 대해 그는 신 개념이 구성물이긴 해도 자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에 일치해서 사용된다고 대답한다(Wittgenstein).  신학은 신 개념의 사용 규칙과 특별한 의미를 발견한다.  신학은 항상 구성적 활동이고 인간 삶을 위해 가장 적절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그 의미를 공식화하고 재공식화한다.  그러므로 신학적 방법의 핵심은 신학적 구성을 위한 분명한 규준과 과정을 분별하고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판이 요구되는 것은 신 개념이 과거로부터 우리가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V. 첫 번째 유형의 신학(First-order theology)은 신학자의 과업을 신, 인간 그리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가능한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학은 삶을 설명하고 이해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시도된 최초의 남과 여의 신화 만들기 활동에서 발원한다. 여기서 신들은 인간이 하는 것과 같이 실재적이고 활동적이다.  칸트 이전까지의 신학은 이런 양태로 계속 되었다.  지각으로부터 연역, 추상, 일반화라기 보다는 상상력에 의한 구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유형의 신학(second-order theology)이다.  대부분의 신학이 두 번째 유형의 신학을 넘지 못하고, 오히려 첫 번째 신학으로 되돌아가려는 경향 때문에 혼란이 발생한다.  세 번째 유형의 신학(third-order theology)은 두 번째 신학 유형처럼 모든 신학적 입장이 근본적으로 상상력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신학적 활동을 가능한 통제하고, 우리의 신과 세계 개념을 구성하는 것을 신중히 시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상징적 구성물의 용어로 인간 실존을 이해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신학이 개념의 분석과 활용이라면 세 번째는 신학적 상징을 창조하는 것이다.  첫 번째 신학이 더 이상 근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면, 두 번째는 삶의 요구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이 유형은 신학의 모순되는 주장과 규준을 그대로 존치하기 때문에 혼란을 남긴다.   4. 몇 가지 비판과 질문  1) Procrustes의 침대가 생각난다.  바르트가 침대보다 더 긴 사람의 다리를 자른다면, 카우프만은 침대보다 더 작은 사람은 늘리고 있다.  기독교 전통의 보편성을 바르트가 독특성으로 환원한다면, 카우프만은 독특성을 보편성으로 해소하고 있다.    2) 이해를 위한 물음 : 신 개념이 한계 이념이라는 것이 신 관념이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일상 경험처럼 직접 경험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사회 역사적 조건에 제한된다는 것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3) 칸트 해석에 관해 : 인간의 인식의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은 충분한 해석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칸트 발견의 중요성이 신과 세계 개념이 정신 내적 기능에 의해 창조된 상상력적 구성이라는 것, 그것은 경험 대상에 대한 개념과 이미지와 논리적으로 다른 질서를 갖는다(30쪽)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칸트는 인간의 인식이 상상력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과 신, 영혼 불멸, 자유에 대한 형이상학적 주제가 자연과학적 주제와 다른 경험 대상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신이 상상력에 의한 산물이라고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4) 신 개념은 서구에서 보편적인가?  모든 언어가 신학의 언어라면, 모든 언어는 결코 신학의 언어가 아니다.  신학의 언어의 진정성은 다른 여타의 언어에 대해 갖는 차별성, 혹은 독특성에 있다.  5) 칸트의 주장처럼 신 자체는 인식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바르트의 주장처럼 오직 계시와 은총에 의해서, 우리가 신에게 가는 길을 개척한 결과가 아니라 신이 우리에게 오는 길을 열어 주심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신을 앎이 우리의 능력에 기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식의 한계를 고백하게 되는 것이 신앙과 신학의 자세가 아닐까?  철학이 인간 인식의 한계를 고백한다면, 신학과 신앙은 계시와 은총에 대한 우리의 한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닐까?  철학과 신학의 한계 경험은 이렇게 다른 것은 아닐까?  6) 신학이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이고 역사적이라는 주장은 동의한다.  그렇기에 신학은 항상 겸손해야 하며, 자신의 말이 이미 얻었다 함도,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즉 신학의 언어가 하나님에 관한 역사적으로 조건 지워진 언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리고 이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하지만 이것의 한계를 인식하고, 푯대를 향하는 것이 신학의 진정한 자세일 것이다.(빌립보서 3:10-16)  7) 신학의 진정한 과제는 Kierkegaard 처럼 어떻게 2천년의 역사적 간극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와 동시대인이 될 수 있는가 일 것이다.  신학이 언어와 개념을 분석하는 것이 신학의 진정한 과제가 아니라, Wittgenstein의 지적처럼 결국 말할 수 없는 것(가치, 윤리, 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삶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신학의 진정한 과제는 신학 하기를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신학이 아닐까?  그리고 진정한 신학의 과제는 신학의 언어를 명료하게 하는 것이나 현대 상황에 적절한 상징을 재창조하는 것보다는 그 언어와 상징의 한계를 지시하는 것이 아닐까?  한계 안에서 과감히 발언하되, 그 한계를 분명히 직시하는 태도가 신학하는 자세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신앙 없는 신학, 교회 밖의 신학이 가능하지만 온당하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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