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세계관-

I.서론-문제제기

세계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국가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권력을 휘둘렀다가 15년도 못되어 역사의 심판대에 서 있는 사람, 세계관을 강의하는 학자, 설사 시장에서 껌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유창한 언변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에 대한 관점을 드러내 놓지 못하지만 삶에 대한 나름대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 지닌 가치와 지향점 및 양식과 세련도에 있어서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세계관의 있음과 없음이라는 문제가 세계관 논의에 중요하지는 않다.

세계관이란 말은 지식인이나 배운 사람들만이 쓰는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이를 좀 멋들어지게 표현해 보자면, "이 세계의 근본적인 구성에 대해-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우리가 견지하고 있는 일련의 전제들"을 의미한다. 즉, 외형적으로 드러난 것들 넘어 좀더 근원적인 것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자기 전제들을 뜻한다. 이러한 전제들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하는 준거 틀을 제공하는 유의미한 단어나 개념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잘 나가는 용어로 표현하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리나 기준, 축을 의미한다. 인격체이며, 자신의 세계를 의지적으로 구축해 가는 사람들은 삶 전반을 재고하고 평가할 기준점이 필요하다. 지구를 들어올리기 위해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를 사용할 축을 필요로 했듯이 누구에게나 순간순간을 헤쳐 나아갈 판단점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것들을 우리는 거창한 용어로 세계관(Welt -Anschuuing)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와 삶의 준거점이 되는 세계관은 단지 우리의 머릿속에 개념적으로만 위치해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나 특정분야에서만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부분에까지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정치체제와 노동운동방법의 선택에서부터 속옷을 고르는 데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김수현의 주말극을 볼까 박진숙의 주말연속극을 볼까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오늘 QT를 빼먹었는데 어떡하나 하는 문제에서부터 짱돌을 던져야하나 말아야 하는 문제, 즉 우리의 인식과 실천적인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서 세계관은 하루하루 우리 삶의 사건들에 판단 근거가 되는 동시에 근본적인 존재(실재)_의 문제(궁극자에 대한 질문),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인간론), 사후의 세계의 존재와 특징(내세관),윤리의 근거(윤리 및 문화관), 인류역사의 의미(역사관)같은 고차원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우리를 규정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영역에서 세계관이 갖는 힘은 엄청나다. 평상시 세계관의 차이는 우리의 삶에서 아주 미미한 영향만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기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올 때 우리가 유지해온 기존의 세계관에 따라 우리는 선택하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세계관의 엄청난 위력을 알 수 있다. 개혁가들의 성경적 세계관은 개신교의 탄생과 멀리 초기자본주의 윤리적 토대를 제공해 주었고, 20세기의 실존주의적 세계관은 19세기까지의 낙관적인 관점들을 뒤집어엎었다. 그리고 동양적인 세계관은 20세기 환경운동의 새로운 세계관적인 토대를 제공하면서 기독교에 유혹과 위협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나아가 세계관의 차이와 갈등은 작게는 개인적인 친분을 훼손시키고, 거대한 단체(YMCA와 시민 네트워크, IVP와 한기연의 분리)를 분리시킨다. 이러한 세계관의 차이가 종교에 기반되어 있다면 파키스탄과 인도와 같이 국가를 분리시켜 모든 국민에게 고난을 더해줄 수도 있다.

제반 삶의 전제와 원리로서의 세계관은 모든 사람들의 구체적인 행동과 신념이면에 깔려 있다. 그리고 비록 특정 시대에 특별한 세계관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과 같은 다변화된 사회에서는 다양한 세계관이 혼재한다. 유교적, 불교적, 오월명상과 같은 종교적 세계관이 세계적으로 산재해있고, 마르크스의 유물사관적, 관념론적, 실용주의적 철학이나 사상적인 세계관이 혼재하고, 역사적으로 나타난 기독교 유신론적, 이신론적, 실존주의적, 동양의 범신론적인 다양한 세계관이 공존한다.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삶의 토대를 제공해주고 가치체계와 의미를 담고 있다. 그것이 사회를 헤치는 반사회적이거나 반인륜적인 세계관만 아니라면 그중 어느 한 세계관을 선택해 자신의 삶의 잣대로 삼는 것은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러한 이질적인 것의 혼재를 오히려 정당화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위의 다양한 상황가운데서 나의 상황과 신념에 맞는 세계관을 하나나 그 이상을 받아들여 내게 맞게 정립해 가면 될 것이다. 기독교가 쇄잔해가는 오늘 오히려 우리의 시대적인 삶에 더 어울리는 세계관을 수용하는 것이 더 부러워보일 때도 있다. 엄밀히 말해 기독교 세계관은 이 시대 우리의 젊음을 옭아매는 현대판 인간의 굴레로 보일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 기독교인의 갈등은 시작된다. 이시대 우리에게 기독교적 세계관은 여전히 유효한가? 예수 탄생 2000년인 지금, 해체와 이탈이 강조되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그리스도의 주되심과 성경적 원리가 강조되는 기독교 세계관은 여전히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종교적 영역과 삶의 영역을 좀 구분하여 살면 되지 않을까? 왜 신토불이에 어울리지 않는 이스라엘의 고대 종교적 세계관을 우리가 가져야 할까? 이러한 세계관이 21세기 테크노피아와 컴퓨토피아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경쟁력이 있을?

세계관과 관련된 위에서와 같은 몇가지 점들을 고려하면서, 어떠한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느냐는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세계관의 차이에 따라 우리의 현재의 삶뿐만 아니라 내세의 삶까지도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인생을 시작하는 젊은 시절에 바른 세계관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한 개인이 인습적이고 습관적인 세계관의 탈을 벗어나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정립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세계관을 선택하고 평가할 때 단지 현재의 유익만을 기준으로 할 수는 없다.

한국교회와 기독교문화의 정체와 위기 및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말 바른 신앙에 기초한 기독교적 세계관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고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하는데는 바로 우리의 신앙고백-영생의 말씀이 거기 있기(요6:68)-때문일 것이다.

II.기독교 세계관

기독교 세계관을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서 오는 인식과 의견에 있어서의 많은 불일치 때문에, 오늘날 기독교 세계관의 지향점과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할 내용들에 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기독교적 세계관이라 할 때는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일반적 세계관이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뜻 전체에(앞에) 기독교적이라는 단어를 일단 덧붙이면 된다. 아마 "하나님의 말씀 원리에 입각해 이 세계와 인생, 그리고 문화전체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삶의 자세(구원영역과 일반영역)를 확립하는 기독교적 안목"을 기독교 세계관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 원리에 입각한다는 것이다. 말씀이란 기본적으로 전체 신구약 성경과 기독교 역사가운데서의 말씀과 관련된 가르침 전반(Liturgy)을 의미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과 그 중심주제에 입각해 스스로를 형성해 나간다. 이중 특히 하나님의 창조하심(개발과 번영이 포함된 문화명령), 인간의 죄로 인한 타락,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인산 구속,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인한 완성과 그것을 바라다보며 사는 (지상교회) 신자들의 종말론적인 삶이라는 주제가 기독교적 세계관의 형성의 토대를 이룬다. 이를 좀더 신학적으로 표현하면, 하나님의 계시와 말씀, 성육신 하신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삶, 인류의 역사를 통한 성령의 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 즉, 말씀과 역사를 통한 기독교의 가르침에 입각한 것임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기독교 세계관은 모든 영역에 대한 기독교적인 안목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골1:20, 빌2:10) 비단 이는 (교회 내에서나 거룩한 모임과 같은) 구원과 관계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창조세계 전반을 의미한다. 이 땅에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이 완전히 구별되는 곳은 있을 수 없다. 구원과 직접 관련된 것뿐 아니라 세계내의 모든 문제들을 포함 삶의 총체적인 문제들과 현실들에 대해 기독교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바로 성경에 기반하여 우리의 인식과 이성 그리고 신앙이 미치는 모든 범위내의 것들에 대하여 우리의 신앙으로 성경이 어떻게 보고있나/예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기독교적 세계관의 실질적인 내용일 것이다. 이는 나아가 교회와 일상적인 삶, 이론과 실천, 학교 행사와 기독교 행사 등과 같은 상반적인 일들을 대하면서도 우리가 이원론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세상을 전투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그리고 하루를 기독교인들과만 지내거나 하나님의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 곳은 기피하는 이원론적인 삶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삶 전체에 기독교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기독교 세계관은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 인간과 세상의 진행 속에 하나님의 직접적인 관여를 거부하면서 인간이성의 자율적인 통제력을 강조하는 이신론(Deism)과는 다르다. 이신론의 기계론적 세계관과 시계제조자로서의 하나님 이해는 성경적이지 않다. 기독교 세계관은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의 진화론적 발전(CHON의 후예)을 인정하며, 내세 대신 상대론적 진리와 윤리, 그리고 인간발전에 대한 낙관적인 미래관에 입각한 현대의 세속주의 (Modern Secularism)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기독교 세계관은 신, 자연, 인간의 일치를 주장하면서, 인간의 윤회와 해탈을 강조하고, 반복되는 역사관 가운데 인간의 선행을 강조하는 동양종교의 범신론적인 세계관과도 다르다. 그리고 인간이성과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면서 컴퓨토피아와 유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의 과학주의나 인간심리에 대한 연구와 치료로 종교의 기능을 대신하고자 하는 심리학자들의 입장과도 다른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과 세상의 일들에 대하여 여전히 개입하신 인격자이신 하나님,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지으심을 입은 인간의 철저한 타락과 그리스도안에서의 인간과 세상의 구속(인간의 중요성과 한계), 죽음 이후의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기대,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하나님의 청지기로서의 적극적인 윤리적 삶, 그리고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심판을 기다리는 종말론적인 삶, 그리고 이러한 제반 성경적 가르침에 대한 신앙적인 수용과 실천의 고백을 우리의 삶 전체에서 믿고 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성경의 전체적인 가르침에 기초하여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수립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생명이 그 속에 있기 때문에.....

III.보다 의미 있는 기독교 세계관의 구현을 위해 - 복음/민족/역사의 토대 위에

그러면 위에서와 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세계관을 수립해 나가는 것으로 우리의 작업은 끝나는가?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의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관념적이고 초시간적 초역사적인 면이 강하다. 또한 신자들의 삶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성경적인 삶의 모습을 쉽게 규정하기는 어렵고, 그래서 보다 나은 하나의 완성된 이상을 추구해 나가야 하듯이, 기독교 세계관 역시 규정되고 정체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세계관/우리가 서있는 이 시대에 보다 정합적인 세계관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세계관의 알맹이들은 비록 근본 내용과 가르침은 불변한다 하더라도 시공간의 축 의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늘 같은 모습으로 적용시킬 수만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성경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견지하면서 우리의 삶의 터위에서 그러한 세계관을 어떻게 적용해 나갈 것인가를, 즉 이시대 이 삶의 터위에서 보다 나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정립하고 삶 속에서 구현해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독교세계관의 초월성만을 강조하는 이들은 극단적인 보수주의로 치우치기 쉽다. 그들은 역사와 민족의 터를 무시하고 초월적인 복음의 순수성만을 강조함으로 결과적으로는 기독교 자체의 활동을 위축시킨다. 반대로 기독교 세계관의 내재성만을 강조하는 자들은 짱돌을 던지다가 예수를 민중과 바꿔치기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기독교인은 성경적인 중심주제와 신앙고백을 기독교세계관이 원리와 규범으로 삼아야 하지만, 보다 나은 기독교세계관을 만들어 가는데 더 열린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기독교인으로서 보다 나은 세계관을 어떤 면에서 평가하고 세워갈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보다 나은 기독교세계관은 (1)복음의 순수성을 얼마나 진솔하게 고백하고 실천하는가, (2)지난 기독교역사 가운데서 복음이 인류의 삶 속에서 겪은 장단점을 얼마나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3)우리 민족과 삶의 터위에서 얼마나 지금 우리에게 상관성이 있는가라는 세가지 기준 위에서 고려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제도화되고 관습화되어 버린 기독교로부터 탈피해 이 시대에 대안 있는 기독교 세계관을 한국사회에서 일구어내기 위해서는 극단적인 보수주의나 진보적인 흐름을 경계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의 복음과 민족과 역사라는 맥락 위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우리의 삶 속에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이러한 세 가지 점들을 고려하면서 보다 나은 기독교세계관은 어떠한 모습을 띠어야 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기독교 세계관의 토대는 무엇보다 성경말씀 즉, 복음인데 이는 예수의 가르침과 신구약의 말씀을 포함한다. 세계관의 토대로 복음을 고찰하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전통과 인간의 편리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순수한 복음의 실체를 찾는 작업과 복음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예수이후 시대에 복음의 본질과 내용에 대하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용어로 한두마디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질문 자체가 진부한 것이 되었다. 비록 인간의 근본적인 죄성과 비성경적인 관습으로 인해 성경의 본래의 가르침을 망각하는 일이 흔하지만, 우리가 정말 순수하게 성경을 대할 때 무엇이 복음의 본 모습인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복음의 본질과 순수한 핵을 끊임없이 되찾아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종교적인 안정기를 갖거나 이간의 삶의 조건이 풍부해지면 곧 복음의 본질을 흩트리기가 쉽다. 인간의 편의나 직위 때문에 복음의 본질은 훼손할 수 없고 순수한 복음을 찾아 나서는 것이 기독교 세계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양심과 신앙에 의해 파악한 복음의 가르침을 실제적인 삶 속에서 실행하고 있느냐이다. 기독교 세계관이 단순한 지적 유희에서 끝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복음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들음으로 끝날 수는 없다. 기독교인들의 역사 내에서 복음적인 삶을 실천으로 옮기는데 너무 등한시해왔다. 어쩌면 복음대로 순수하게 사는 것이 그처럼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종교기관과 종교문화의 번영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외친 것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외침이다. 교회와 개개인들의 부패와 성실함의 기준은 복음의 가르침의 준행여부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말씀을 듣고 보고 입으로 고백하는데만 열중해왔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자들은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하나님을 위해라는 개혁의 기치를 내걸면서 중세인들이 자신들의 삶 전반에서 보이고자 했던 일상사 내에서의 경건훈련을 부패의 원인으로 치부하고 거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눈은 성경을 보고 희열을 느꼈고, 우리 입은 우리의 죄인됨을 고백하면서 마음의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우리의 귀는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으면서 은혜를 받았다. 물론 이러한 점들이 우리 개신교를 태동시켰지만, 상대적으로 말씀을 실행하는 측면들이 약했다. 어느덧 행한다는 것을 구약의 율법주의와 동일시하며 때로는 죄악시하는 신학을 만들었고 오직 믿음으로만을 주장했다. 그러나 성경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당신의 말씀을 행할 것을 지속적으로 명하신다.(신25:16) 예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눅8:21-듣고 행하지 않는 자를 책망하셨다.)

이제 우리는 복음의 핵심을 재발견하고 말씀을 듣는 자가 될 뿐만 아니라 행할 필요가 있음을 다음 구절에 대한 이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마7:24-27절에 대한 기존의 해석은 우리가 얼마나 왜곡되게 복음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많은 경우 이 말씀을 '반석=예수'로 도식화하고 믿음(반석=예수)위에 굳게 설 것을 설교한다. 물론 틀린 설교는 아니지만, 이 구절의 핵심은 행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말씀의 시작구인 24절 첫마디는 "누구든지 나의 말을 듣고 행하는 자"로 시작하고, 어리석은 사람의 비유를 드는 26절의 시작구도 "나의 이 말을 듣고 행치 아니하는 자"로 시작한다. 이 구절의 구조는 A=B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행하는 것 자체가 견고함과 무너짐의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롬2:13-15, 엡2:8-10)

복음의 핵심을 망각하거나 행하지 않는 자들은 복음의 요구를 지키지 않는다. 구원의 (일시적인) 경험은 했지만, 개인적인 염려와 재리와 권력에의 욕구는, 아직은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 예수님의 심판과는 거리를 멀게 만들었다. 심판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곳에서도 복음이 왜곡된 곳이 많다. 머리 둘 곳이 없는 주님을 대신해 일부 성직자들은 자녀들의 유학경비와 결혼 후 처소까지 마련해주고, 공중에 나는 새들을 부러워하면서 국내외를 돌아다니거나 백합화보다 훨씬 아름다운 성전과 단체로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고 있는 이들이 많다. 많은 성직자들의 왜곡과 신자들의 비신앙적인 맹목적 순종과 소시민적인 신앙은 본질적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논리와 인간의 논리를 파괴하고 모든 권력을 훼파하면서 하나님에 대항하여 높아져가는 것들을 예수의 힘으로 끊임없이 무너뜨려가야만 하는 복음의 힘을 이제 교리와 교회의 건물로 가두어버린 부분이 많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경우 기독교인들의 실천하지 않음과 복음의 핵심을 발견하지 못한 모습들은 기존의 복음을 왜곡시킬뿐만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뒤틀어버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론이 실천을 지배하지만, 곧바로 실천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행동으로 기존의 이론을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자신들의 이론을 만들어낸다. 왜곡의 왜곡을 거듭해온 측면들이 우리의 신앙의 언저들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많은 신자들을 억누르고 있다. 우리 주변에 죽순처럼 자라는 이단들의 역사도 다 우리가 복음의 본질을 바로 알지 못하고 지키지 못한 결과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결국 무식하리만큼 복음의 진수를 다시 깨닫고 행하는 것을 우리의 보다 나은 기독교세계관을 위한 복음이해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일반 병맥주보다는 지하 150m 밑의 순수한 암반천연수로 만든 맥주를 좋아하듯이, 오염되지 않는 나라-남태평양의 하이얀 해안가-를 우리가 동경하듯이 우리는 오염되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복음의 핵심을 발견하고 그것의 실천의 힘이 무엇인가를 찾아 우리의 기독교세계관의 근본원리로 삼아야 한다.

복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실천은 보다 나은 세계관 정립을 위한 첫단계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의 근본원리나 복음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언제나 동일하겠지만, 그러나 역사의 진행과정과 사회의 변천가운데서 그러한 세계관과 복음의 외양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특별히 급변하는 한국사회에서 보다 설득력 있는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가운데 복음이 어떻게 체현되어 왔는지와 그 승리와 좌절이 주는 교훈들을 발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동시에 우리는 왜곡된 기독교의 역사를 바로잡는 작업을 하면서 보다 바른 사관위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세워가야 한다. 사실 흐르는 역사가운데 가장 적실성있고 타당성 있는 세계관을 찾으려는 노력은 종말에 이르기까지 지속될 것이다. 역사는 점쟁이가 아니며, 미래에 대하여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오늘 우리가 서있는 자리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내일로 향해 나가기 전에 우리가 오늘날 우리의 자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도 우리의 현재를 보다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에게 보다 풍부한 삶과 지향점을 전달해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현재 우리에게 보다 타당한 세계관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후손들을 고려하면서 거시적인 관점과 역사의식을 가지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위에 시공이라는 무대 위에 있는 인간(사건을 포함), 모든 피조물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섭리(관여)로 이루어진다. 즉, 한 시공 위에 하나님의 섭리와 인간의 반응,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들을 우리는 역사의 연구주제와 재료로 삼는다. 세속적인 시간들과는 달리 기독교인들은 세계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섭리를 매우 중시한다. 역사라는 말 자체가 시간의 흐름 위에서 지나간 사건이나 상황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때 현재 관찰자의 눈을 통해서 반드시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과거를 본다. 이미 재해석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재해석의 과정에서 얼마나 복음적인 가르침에 기반하여 기독교적 입장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성실하게 해석해 내는가이다. 그렇지않고 자신의 이익과 관련지어 과거를 재해석하는 경우 복음의 본질을 왜곡시킨 것처럼 우리의 역사를 왜곡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으며, 아무런 유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종교개혁자들에 대한 현대 보수교회들의 이해에서 역사를 보는 시각의 변화와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루터나 칼뱅의 공헌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씀을 사랑하는 그들의 헌신, 부패한 교회를 갱신코자 한 노력들, 새롭게 기독교신앙을 정립하고자 한 야심들, 그들에게 보여준 하나님의 사랑은 그들이 개신교역사에 있어서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잘 보여준다. 그러나 개혁자들은 말씀을 살렸지만, 중세 1000년간 사람들이 소유해온 예전적인 측면을 거의 등한시하고 결과적으로 무시하게 되었다. 중세인들은 누구보다 하나님을 가까이 느끼고자 했고, 삶의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과 더불어 산다는 느낌을 가지려고 했는데, 때로 그들의 열정이 너무 과도해 하나님과 늘 동행했다고 간주된 성인들의 유골을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중세인들은 근대이후의 인간들보다 하나님을 온몸과 삶으로 체험하고자 했는데, 이것들이 때로 이단논쟁으로 빠져들어갔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과 왜곡의 교정필요는 중세 수도원운동과 신비주의에 대한 이해에서도 나타난다. 하나님 앞에서 가장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기 위해 중세인들은 수도원을 세웠고 독특한 수도원문화를 일구어 내었다. 그들이 이상은 기도와 노동 그리고 순종이라는 덕목가운데 나타났으며, 개인적인 영성추구가 가장 근본적인 목표였다. 그리고 수도원내의 수많은 부패에도 불구하고 중세 천년의 교회문화에 갱신과 변혁을 이끌어주면서 교회를 늘 깨어있게 만든 장본인도 수도원이었다. 위-디오니시우스로부터 엑크하르트에 이르는 신비주의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개혁가들은 수도원의 부정적인 모습을 주장하면서 수도원을 폐쇄시키는데 공헌했다. 그들이 지닌 일부 교리적인 문제들 때문에 하나님앞에 보다 더 가까이 나아가기 위한 노력들은 무시되기도 하고 이단이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개혁가들의 과도한 말씀에 대한 강조와 중세 살아있던 신앙전통에 대한 무시는 개혁기가 끝나자마자 교리화의 시기를 거쳐 말씀을 경화시키는데 일조했고, 이는 17-18세기 근대화시기에 주도권을 넘겨주게 만드는데 한 원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선진들의 교리적인 진위성을 탓하는 것도 아니고, 개혁가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굴절된 역사를 바로펴고 이 과정에서 생기는 거시적인 관점을 우리가 추구하는 기독교 세계관정립의 토대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다.

좀 시기를 앞당겨 1054년에 일어난 동서방의 분리과정을 보더라도 우리는 역사를 통한 교훈을 잘 볼 수 있다. 현재 세계의 기독교는 서방기독교와 동방기독교가 분리됨으로 반쪽을 잃었고, 카톨릭과 개신교가 분리됨으로 또 반쪽을 잃었다. 교리가 다르고 추구점이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 자신의 분리에 대한 설명들이 타당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던지 분리와 분열은 가슴아프다. 분열이 복음의 순수성을 찾아가는 마음에서 기인한 경우도 있지만, 인간의 욕심과 권력욕 때문에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1054년 동서방교회 분열의 직접적인 분열 원인도 개인적인 욕심과 권력욕의 결과였다.

11세기 중엽 노르만족의 침입으로 이탈리아에 있던 자신의 소유지가 위기에 처하게 되자 동방의 황제 콘스탄틴 9세는 교회 전체에 대한 로마교황의 수장권을 노리던 콘스탄티노플 총주교 미카엘 케루랄리우스(Michel Cerularius)는 이 기회에 동방교회를 국가의 지배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신이 다스리기를 원했다. 동방황제들에 의해 늘 종속받아온 총주교의 권위를 독립시키고 위상을 높여 보려는 시도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방의 교황 레오 9세가 노르만족에게 패배당하자, 케루랄리우스는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서방교회의 수도원과 교회들을 폐쇄시키고, 라틴계 수도원들에게 헬라식 예배의식을 강요하는 등 로마교황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케루랄리우스는 불가리아의 주교 레오를 시켜 라틴교회의 부정과 교황의 비리를 폭로하는 편지를 써 이탈리아 남부 지방의 감독들에게 보내도록 했다. 이 사건은 결국 동서방 교회를 갈라지게 만든 최종원인이 되었다. 더 나아가 권력쟁취를 위한 군중동원과 과도한 종교적 열정이 빚어낸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 침공했을 때 동서방은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기독교역사는 암울한 모습만을 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버리고 하나님을 섬기는데 일생을 보낸 베네딕트(St.Benedict, 480-547)는 중세 수도원운동의 토대를 놓았고, 기존의 형식적인 삶의 테두리를 뛰쳐나와 하나님의 사랑을 자연과 모든 이웃들에게 전달해준 프란시스(Francis, 1182-1226)는 중세 고답적이던 수도원운동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었다. 젊음을 불태워 하나님을 섬기려했던 웨슬레는 유럽의 혼돈으로부터 영국과 기독교를 건져내었고, 뮬러는 이시대에도 복음에 대한 순수한 믿음과 순진한 기도가 얼마나 효과적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이름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빛도 없이 선교지에서 죽어가는 모습들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거기 계시며 생명을 보여주는' 하나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 준다. 여기서 우리는 복음이 가르치는 정신에 의거해 살면 복음은 우리자신이나 공동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민족들과 역사를 변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잠시 자신의 욕망을 따라 산다면 후일에 개인이 욕을 먹일 뿐만 아니라, 복음과 하나님에 대한 순수한 모습들을 왜곡시키고 그 영향을 후손에게 길이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우리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시간대에서 우리 뒤에 올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의식과 역사적으로 우리의 선배들의 발자취들을 한 번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우리의 삶의 족적을 함부로 남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복음과 역사에 대한 이해와 세계관의 기초로서의 이용도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 곧 민족이라는 공동체의 장위에서 구체화되어야만 한다. 민족을 떠나 자신의 민족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배반하고 심지어는 팔아 해치우는 자들의 삶속에서 보다 바르고 균형잡힌 기독교세계관이 형성될 수 없다. 비록 말씀의 선포는 전 우주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만,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이스라엘(영적/육적)이나, 또는 한민족과 같은 하나의 민족이나 국가 개념으로 범주화되어 적용되고, 하나의 민족과 지역을 기반으로 전파된다. 가장 세계적인 것, 가장 보편적인 것은 가장 민족적이다. 자신의 민족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동포애를 발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독교적인 세계관은 우리 민족의 아픔과 즐거움에 온몸으로 동참하여 그것을 신앙의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민족개념을 생각할 때 우리는 먼저 영적 이스라엘이라는 세계적인 범주에서 우리 민족의 신앙을 생각해야 한다. 영적 이스라엘은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사용하는 국가나 민족의 개념은 아니다. 동방의 예루살렘은 서울이고, 하나님은 한국을 주로 사용하여 세계적으로 역사한다는 아전인수격인 해석은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영적 이스라엘이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우리 민족이 서있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하위 범주내의 신앙을 진솔하게 생각해야 한다. 복음이 복음다워지기 위해서는 민족과 시대를 상대로 하나님의 말씀과 심판을 적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진실한 신앙인이 민족과 함께 살아가는 당연한 태도로서 건실한 기독교세계관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질곡과 좌절과 한많은 한민족... 여기에 주님은 복음의 생명을 주셨다. 개항에의 압력과 나라의 존립기반보호라는 큰 위기에 처한 한반도에서 1884년 복음이 전해진 이래, 여러 가지 이유로 기독교는 세계기독교사에 유래가 없을만큼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왔다. 선교 한세기만에 1000만의 성도를 헤아리게 되었다. 20세기 한국기독교의 성장원인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Thomas목사를 비롯 이 민족과 나라를 위해 흘린 순교의 피를 하나님이 기뻐 받으셨다는 것, 복음이 처음 들어오던 시기에 복음은 한민족의 현실적인 필요와 요구에 적절히 신앙적으로 부응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20세기 들어 숨막히게 진행되어온 권력주조의 왜곡-비정상성-때문이라 여긴다.

한국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기도했던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그리고 미국교회들의 기도를 하나님을 들으셨다. 선교사들의 헌신과 국내 신자들의 순교의 열정을 하나님은 기뻐받으셨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열매를 따먹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한반도에 복음이 참으로 절묘한 시기에 들어왔다. 유교와 불교를 비롯한 기존의 지배적인 종교들이 개항과 쇄국이라는 갈등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미미하게 들어온 기독교는 전환기 이 시대 백성들의 등불역할을 했으며, 개화기 시대감각과 민족의식을 가진 지도자들을 양산해내었다. 그들은 교회내에만 머물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운동만을 하고 다니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순수한 신앙과 삶속에서의 실천이 아름답게 조화되고 있었다. 이시기에 양육받은 기독교인들은 이후 기독교부흥의 기반이 되었다. 세 번째로는 20세기 한반도 지배권력의 비정상성 때문이다. 일제하의 치욕, 바로 이어진 미군정, 한국전쟁, 전쟁후 혼돈, 그리고 뒤이어 시작된 독재자들과 산업화 이데올로기, 광주민주화항쟁, 스포츠 공화국과 골프공화국의 지속....80년대 말, 87년 온 국민이 거리로 달려나간 6.26평화대행진, 그리고 노태우가 사실상 항복할 때까지 우리의 민족은 잠시도 정상적인 상황에서 신앙을 추스려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은 주로 보수화된 교단들을 중심으로 1920년대 이후 자기들만의 성채를 든든히 쌓아오도록 방치해두었다. 아직은 더 큰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독교는 여전히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70년대 부흥회와 80년대 제자화운동도 교회를 성장시킨 요인이었다. 물론 일부 교회나 교단 그리고 신자들의 예외가 있었지만, 한국의 성직자나 교회들이 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민족을 구원해야겠다는 삶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 얼마이었던지를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1984년 선교1세기를 맞는 기독교는 참으로 통탄할만한 자기 인식을 뒤늦게 하게 되었다. 한국교회가 조루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세계교회가 수백년에 걸친 성장, 정체, 쇠퇴의 과정을 한국교회는 1세기만에 맞게 되었고, 이미 기독교인구와 교회의 쇠퇴를 목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 등장이래 이러한 교회성장의 둔화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다고 기독교문화를 정상적인 문화상황에서 정립해보고 실험해볼 기회를 가진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미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민족이 이 나라와 민족을 얼마나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하기위해 기도해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민족을 떠난 교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 사회로부터 분리된 신앙과 신앙공동체가 가능할까? 몇몇 사람들의 헌신과 복음적인 삶을 주장한 목소리들, 그리고 역사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 시대와 교회를 질타한 기독교인들이 일부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강단과 삶속에서 복음을 왜곡시키고 자신들의 배만 부르게 하고, 보다 권력에 밀착하기 위해 애써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사이 많은 양들과 작은 목자들은 이리들의 이빨아래서 신음했던 것이다. 한국교회는 민족과 관련하여 아직도 시간은 있다. 문제는 한정된 시간내에 우리가 이 민족과 조국을 생각하는 자세를 신앙적으로 다시 한번 추스려보는 작업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늦었지만, 복음의 진수를 잘 간직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토양에서 기독교가 더욱 실질적인 힘-권위-를 가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은 하나님의 자녀된 우리가 신앙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삶과 신앙의 지침을 제공해주고 참됨 신앙인이 되기 위한 근간을 제공해준다. 거기 참된 영생과 이 시대를 극복할만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이시대의 대안체계의 원리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복음에 대한 이해를 다시 한번 정립할 필요가 있고,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으며 이 민족이라는 삶의 터 위에서 정당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보다 낫고 바른 기독교세계관의 구비조건들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았다. 이제 우리가 그 작업을 구체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구체적으로 고민할 차례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세계관에 대한 하가지 염려와 문제를 피력함으로 이시간을 마치고자 한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보다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위한 연장자체가 또하나의 신학이 되거나 이데올로기적인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독교세계관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행함이 없는 탁상공론이나 세미나로만 끝나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세계관에 기초하여 자신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영위해 나가기를 원하는 자들은 늘 자신의 관점에 개방성을 유지하고 겸손한 자세로 보다 나은 성경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만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마치 자신의 기독교적인 세계관만이 궁극적인 것인 양 주장한다면 이는 또하나의 독단이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독교 세계관을 수립할 때 우리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갖는다는 것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기독교세계관 안에 내포되어 있는 문화관, 역사관, 경제관 등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된 것으로, 이 한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즉, 완벽한 기독교세계관을 수립하는 것이 이제 완전히 성경적인 세계관을 입각해 이 땅의 모든 영역들을 기독교화하는 데 목적이 있는가/ 중세 기독교가 추구했던 기독교사회(Christina Society)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가/ 화란의 도이베르트가 지적한대로 비성경적인 동인들(causes)를 짚어내고 완전히 성경적인 세계설립과 세계이해를 이루어낼 수 있는가라는 것과 연결되어 있다. 완전한 기독교적인 문학이 가능하고, 완전한 기독교 철학/경제학/법학이 가능할까? 기독교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사회가 이 세상을 다시금 재편하고 평정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것이 아예 부질없는 바램이고 차라리 그러한 자세와 소망을 가지고 성스럽게 성경적으로 살아가도록 독려하는 즉, 삶의 자세를 지속적으로 성경적이 되도록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어야 하는가라는 심각한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제 성경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되 기독교 왕국 건설이라는 꿈과 20세기라는 현실이라는 양면가운데 지속적으로 고뇌해야 한다.

기독교 세계관을 확고하게 형성하여 삶의 모든 영역을 하나님께 복속시키는 일(빌2:11, 모든 입으로 예수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은 주님의 재림 이전에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개인의 경건성과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총 합이 전체 사회에 편만한 이기심과 부정의의 합보다 더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개개인들이나 일부 공동체가 주님을 믿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영위해갈 수 있지만, 모든 사회가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인정하면서 기독교 세계관의 위력에 굴복하는 날은 종말의 때에 올 것이다.

IV.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우리시대 젊은 기독인들의 과제-

우리는 오전에 기독교 세계관과 그것이 보다 바르고 보다 통합적인 기독교 세계관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바른 복음이해가 필요하며, 역사와 민족이라는 토대 위에서 기대 적인 적실성을 갖고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여러 문제와 정황들을 생각하면서 이 시간에는 F.쉐퍼가 20세기 기독교인들에게 던졌던 질문-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을 우리 자신들에게 던지고자 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 우리의 활동영역인 대학이라는 틀안에서 우리 자신들의 현재의 신분인 대학생-기독교인이라는 단어들이 지니는 의미의 교집합을 추구해나가면서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13세기 말 파리와 볼로냐 등지에서 현대적인 의미의 대학이 설립된 이래, 대학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지속되었다. 교육기관과 사회로부터 특권과 권리를 부여받아온 대학은 (1)문화의 습득-자기 체화 및 발전- 전달기관, (2)다음 시대의 사회 전반을 이끌고가기 위한 예비사회인 준비 및 양성기관, (3)사회 및 문화전반에 대한 비평적 기능기관이라는 주요한 목적을 지녀왔다. 기독대학생들도 기독교인이기에 앞서 대학생이다. 모든 경우에 그러하듯이 대학생은 먼저 자기가 원해서 선택한 대학의 이념과 목적을 따를 필요가 있다. 대학을 신학교로 아는 인식은 곤란하다. 그렇다고 우리의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거나 줄일 필요도 없다. 여기서는 그러므로 기독대학생들은 대학의 근본목적을 존중하면서 기독교인으로 /기독교적 세계관의 정립과 실행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의 분석을 통해 스스로 나의 세계관은 지금 어떠한 상태에 있는지를 고민하고 스스로 물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IV-A) 대학은 기본적으로 한 사회의 문화를 가장 집약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연구해서 자기 세대에 자기들이 배운바들을 실행해보고 다음 세대로 넘겨주어야 하는 임무를 가진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특권, 독립된 넓은 공간과 시간과 여건이 주어진다. 그들에게는 사회내의 모든 문화가 실험과 분석 그리고 창작의 대상으로 주어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문화라 함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인간의 (주로) 인위적인 산물을 말한다. 대학생들은 제도적인 교과과정이나 서클,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이전 시대의 문화를 수용/비판/평가하고 자기들의 문화를 만들어나가 이를 널리 유포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사회의 문화변동과 결정의 핵심으로 들어서기를 원한다. 그러면서 사회의 중심핵이 되는 한 문화의 중심축으로 들어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중세시대나 기독교의 위력이 득세하던 곳에서는 기독교 문화가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대화/세속화와 함께 기독교는 점차 자신의 영역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좁혀왔다. 대학문화의 중심에 속한 기독교인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기껏해야 예수 대행진이나 찬양콘서트로 위안을 삼고 있는 정도다. 중세시대 그토록 핍박을 받았던 유대인들의 게토를 우리 기독교인들은 대학에서 경험하고 있다. 자기들의 써클안에서 겨우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학을 우리가 싸워 무너뜨려야 할 여리고로 본다. 어느 정도는 옳다. 그러나 일부에서 시도하는 적대적이거나 무시하는 듯한 대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한 사회의 총체적인 문화전달체로서의 대학본유의 임무에 신앙인으로서 기꺼이 참여하여 우리 기독교인들 역시 이 사회의 문화전달체의 임무를 다하면서 우리가 문화와 관련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어떨까? (1)이 점에서 기독대학생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대학교와 신학교를 구별하는 것이다. 대학교는 대학교이지, 신학교가 아니다. 대학생은 단순한 복음전도자나 수도자가 아니다. 대학을 성전으로 만들려고 대학에 들어오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 Q.T, 아침에 기도모임, 점심전도모임, 저녁성경공부/교제모임, 합숙......이러한 삶을 반복하려거든 대학교보다는 신학교로 직행하는 것이 낫다. 우리는 먼저 기독대학생이 무엇인가/대학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해야 한다. (2)두번째로 스스로 자기의 세계를 좁히지 말고 문화 전반을 우리의 장으로 알고 살아가자는 것이다(적극적인 문화관). 모태신앙/또는 어릴적부터 우리는 현대문화를 사탄의 영역으로 보고 싸워야 할 대상으로만 배워왔다. 텔레비젼보는 것은 나쁘고, 오락실 가는 것은 사탄이 시키는 일이라는 식의 교육은 이내 문화를 선한 문화와 악한 문화로 만들어버렸고, 우리가 마음놓고 들어갈 수 없는 문화영역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버렸다. 지금까지의 무의식 속의 반문화적인 태도는 여전히 지속되어 교과서 외에 하나님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 책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게 느껴지고, 하나님께 기도를 하지 않는 모임은 성경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기독교인 모임 외에 사상/문화/학생운동모임에는 즐겨 들지 않으려 한다. 서서히 기독교인들은 교회 문화외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가 없게 된다. 스스로 자기만의 성을 쌓아가며, 좁아진 공간에서 한숨을 쉬면서 하나님께 울부짖는다. 이는 기독교인의 문화개념을 축소시키고, 자신의 활동반경을 좁히는 결과를 만든다.(문화관의 문제) 이러한 행위는 보다 넓은 문화의 변혁주체로서의 기능(칼뱅의 문화관)을 스스로 막아버리고, 편협한 문화관을 갖게 만든다.

모든 문화는 하나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누릴 대상이다. 또한 대학이 제공하는 모든 창의적인 문화전달기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거기서 신앙인의 자기정체성을 확인해야 한다. 문화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문화의 터가 없는 공허한 관념의 세계에서 기독교세계관이 존재할 수는 없다. 기독교권 안에서만 기독교세계관이 능력을 발휘한다면, 그것은 칼뱅의 변혁자로서의 문화관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성경은 모든 문화를 우리에게 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록 우리시대의 문화전반이 타락했고, 비성경적인 동인으로 점철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더불어살고 기독교적인 정신을 가지고 회복시켜야 할 문화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적극적인 개입과 기독교적인 갱신노력이 필요하다. 기독교인의 모임과 일반 학생들의 활동가운데 미리 섣불리 선을 긋지 말자. 그래서 우리는 정보, 환경, 각종 문화단체, 학생회, 단대학생회, 학과, 예술단체, 뒷풀이문화 등 이 사회를 본뜬 모든 서클이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이시대의 문화를 읽고, 그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기독교적인 정신을 가지고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한다.

IV-B) 두 번째로 대학의 중요한 기능은 다음 시대 사회전반을 이끌고 가기 위한 예비사회인 준비 및 양성기관으로서 임무이다. 위에서 말한 문화전달을 잘 감당하기 위해 그리고 한 사회를 연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사회는 대학을 통해 최고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예비 사회인을 육성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사회의 요구에 맞게 대학생들은 자신이 평생 살아갈 인생관을 비롯한 세계관, 학문적인 토대, 기초적인 역량배양 등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1)이러한 예비사회인으로서의 준비기간중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바르게 읽어내고, 스스로 고민하고 분석/비평해보는 작업이다. 이점은 기독교인인의 여부를 떠나 모든 대학생들에게 요구된다. 청소년과 어른사이에 끼어있으면서 급격한 개인과 사회변동 안에서 이제 바야흐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나이와 상황에 도달한 이들이다. 고3때 담배를 피우면 나쁘지만 대학 신입생이 되어 담배피우고 술을 마시면 이는 허락이 될 정도로 바뀌는 급격한 상황에서 이제 자신의 삶 전체의 기초와 구성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전의 개인을 철저히 깨뜨려보고 자신의 판단과 결정아래 자신의 삶의 세계를 구성해볼 필요가 있다. 나의 사고의 본질과 깊이는 어느정도이고 나는 누구이고, 나의 삶이 왜 의미가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이다.

특히 자신의 삶의 바르게 읽어내는 작업은 기독대학생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 시대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문화가 뿌리내리고 전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매우 긴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이야말로, 참되고 보다 나은 기독교세계관을 구현하기를 원하는 기독대학생들이야말로 참으로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 되읽기를 시도해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반복되는 기독인적인 삶의 부진함은 새로운 새대로 진입하는 자들의 자기 반성과 삶을 되읽는 작업을 게을리한 것 때문이다. 이제 스스로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지금까지의 신앙과 삶의 행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번 신앙에 기반하여 조각을 해보자.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 기독교써클과 기독교운동지도자들은 구성원들이 신앙에 대하여 난해한 질문을 하거나 회의를 하거나 고민하면 이를 신앙이 없는 것이나 떨어지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스스로 회개할 것을 촉구하고 중보기도를 열심히 한다.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럴까? 하나님의 말씀이 정말 유효하고 지금도 살아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리 겁을 집어 먹을까? 하나님의 말씀이 정말 유효하고 지금도 살아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 그리 겁을 집어 먹을까?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억압적인 신앙생활을 해왔다. 이것은 하면 안되고, 저것은 사탄적이고, 그것은 보수신앙에 어울리지 않고, 성은 나쁜 것이고, 음란함이여, 돈은 일만악의 뿌리여, 마르크스는 빨갱이?, 공산주의는 기독교의 적, 하나님이 진정 계신가? ...... 우리는 고등학교때까지 부모나 교회조직에 의해 배양된 신앙생활이 나의 것인 양 지켜왔다-물론 그중에 정말 의식있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리고 남들에 의해 전달되고 규격이 맞추어진 신앙의 외형들에 우리가 이제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그러한 것들을 저버리고자 할 때는 여전히 죄의식이 남는다. 점검되지 않는 신앙의 외피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삶의 많은 부분에 짓게 억누르고 있다. 그래서 어느것이 진정한 복음의 본질이 아닌 것같다는 느낌이 든때에도 우리는 신앙에 기초하여 겸허하고 솔직한 우리자신들의 삶읽기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과 주저함을 깨고 이제 진솔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삶 읽기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기독대학생들이 진정으로 이러한 왜곡되고 비겁하고 굴절된 자신의 삶의 굴레에서 벗이나 자유를 주신 하나님의 참된 자녀로 자신의 삶 읽기를 다시 근본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그 가식과 전통 밑에 감추어져 있는 값진 보화를 찾아내고 우리의 싱긋한 젊음으로 녹을 닦아낼 때가 되었다. 이전의 잘못된 것, 비복음적인 것들을 털어내고 진취적인 자세로 신앙에 입각해서 그리고 참된 자유를 만끽하면서 자신의 삶 읽기와 새로운 삶을 세워가기를 원한다.

(2)예비 사회인이 되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너무 편협적인 자료만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채워가고 설계하지 않았으면 한다. 성경만 줄줄이 외워가면서 사건사건에 구절들만을 들이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성경을 몇장 읽었습니까? 요절을 외웠습니까? 지난주 4영리는 전해보셨습니까? 물론 이러한 성경적인 요소들이 기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자기를 세워나가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자. 하나님께 울부짖자. 말씀을 열심히 보자. 그러나 그것은 필수지만 그것으로 끝내지는 말자. 그렇다고 성경적...., 성경적....., 성경에서 본.....이라는 것들로만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지 않았으면 한다. 독서와 교제의 폭을 넓혀가기를 원한다. 두루 넓게 읽고 널리 만나라. 플라톤의 저작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롯한 사상집, 문학과 예술과 관련된 글들, 천문학과 미생물에 대한 책들, 뉴에이지와 다른 종교들의 책도 읽어보기를 원한다. 짱돌도 한 번 던져보라.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에서 한 번 최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기 바란다. 꼭 기독교인들과만 교제하지 않기를 원한다. 자신의 세계관과는 다르지만 이시대를 이끌고 있는, 아니 이시대에 참으로 버림받은 자들을 만나보라.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또한 참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기존의 억압적이고 복음의 본질과는 별 상관이 없는 관습의 굴레를 벗어나 진정으로 바른 기독교 세계관/편협하지 않는 기독교 세계관을 만들어내 이 사회의 주인공으로 활동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만남과 독서와 고민을 통해 이 사회의 주역이 되기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러한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도 여전히 능력이 있을 것이기에 우리가 너무 소아병적으로 근심할 필요는 없다.

(3)이러한 자신감있는 예비기독사회인으로서의 준비와 함께 이제 보다 더 힘을 쏟아야 할 분야가 있다. 우리는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위에서와 같은 보다 열린 상황에서 자신의 삶 읽기를 하면서 기독대학생들은 과연 신앙인으로 이 사회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는 개인적인 준비가 있을 것이고, 집단적인/공동체적인 준비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 그리고 삶의 여건 가운데서 나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동료, 서클, 선배, 교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별다른 말을 안해도 우리나라 기독대학생들은 이점을 잘 하고 있다. 개인적인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항목에 대하여는 집단적인 즉, 공동체적인 힘으로 해결할 방법들을 준비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세계관을 정립하고 그것들을 실험해보면서 기독 대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정신으로 가지고 많은 이리들을 해 보았으면 한다. 노래패를 만들어 노래운동을 한다든지, 문학지를 만드는 일, 조그만 주식회사를 만드는 것, 노동공동체나 환경운동을 해본다든지..... 구성원이 모두 기독교인 일 필요는 없겠지만, 여기서 자시들이 만들어 가는 기독교 세계관을 실험해보고 기독교적 삶의 모델을 연구해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나아가 자기가 속한 캠퍼스와 학과를 위해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가르침을 적용하는 작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캠퍼스를 비기독교인들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말자. 그들과 연대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가르침을 적용하고 널리 선교의 사명을 효과적으로 다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자. 각과의 기독인 모임-단대기독인모임-학교의 연합적인 기독교인 모임, 각 서클과의 관계 등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성경적인 모임을 주선해 갈 것인가라는 작업을 해보자. 더나아가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 교직원들간에 상호협조 방안도 모색하면서 자신의 준비하고 이를 실험해보는 대학생활을 보내는 것이 좋다.)

IV-C) 마지막으로 대학의 목적은 사회 및 문화전반에 대한 비평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13세기말의 대학은 중세 교황과 몇몇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점하고 교회의 헛된 꿈을 부수는데 일조했다. 한국사회에서도 군사정권이 기승을 부리던 때 부패가 극에 다다른 때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판 가능을 담당한 것은 대학이었다. 비판과 비평기능을 망각한 대학은 존립의 의미가 없다. 대학의 구성원들은 가정을 가진 상태도 아니고 청춘의 푸르름과 꿈이 아직도 살아있는 젊은 대학생들은 그들의 논리와 수단이 조야할지라도 사회와 문화에 대한 가장 강한 비판집단이 될 수 있다. 그들은 개인과 조직의 불의를 보고 분개한다. 그리고 정의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른다. 자신의 청춘을 불태울 수 있는 자들은 대학생들뿐이다. 신앙인 여부를 떠나 일반인들도 정의와 자유와 민족을 위해 사회의 왜곡된 부분을 질타하며, 자신을 불사르는데, 영생을 소유한 우리 기독대학생들은 두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1) 먼저 기독대학생들 역시 자기들이 속한 대학자체에 대한 비평과 함/게 사회와 문화의 전반에 걸친 비평기능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독대학생들의 문화비평은 우리가 처한 사회와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와 기독교문화에 대한 비평으로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기독대학생들의 비평훈련과 실제는 비기독교인들이 하는 비평자체에 대한 비평을 포함해야 하며, 제반 문화에 성경적인 관점들을 사용하면서 비평작업과 대안추구를 동시에 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바 최선의 기독교적인 준거틀을 마련하여 제반 비평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과 현대화의 과정에서 야기된 단점들을 비평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현대문명비판의 예로, 쟈크 엘룰의 수단의 목적화는 이런 작업에 좋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모든 것을 수단으로 만드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평을 하면서 인간의 고귀함과 목적자체로 대우받아야 될 것을 엘룰은 주장했다. 두 번째로 과학과 정보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기술(Technique)에 대한 분석과 비평작업도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PC통신 및 현대문명이기에 대한 문명비평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 쉐퍼가 평생 추구한 이성과 이성에 기초한 힙리성(이성으로부터의 도피)에 대하여도 우리가 반항하고 성경적인 관점에서 비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고귀함을 망각하고 비인간화시키고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만드는 현대문명의 근저에 있는 것들에 대하여 비평하고 이를 지적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인간자체를 목적으로 여기는 자들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는 한국사회에 대한 비평기능을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과 통일문제, 우리 국민들의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 외국노동자들 문제들에 우리는 기독교적인 가르침과 세계관에 입각해서 비평하고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해야 한다. 언제까지 국가와 교회의 굴절된 분리-이원론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모든 문화가 하나님의 섭리 아래 우리에게 대상으로 주어졌듯이 국가와 민족의 일이 우리의 기독교적 비평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에 관해서는 우리 모두가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로 대학기독교인들은 한국교회와 기독교문화전반에 대한 비평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교회내에서 복음의 원뜻을 살리고, 제도화되고 습관화된 교회내의 구조와 흐름을 우리는 지적하고 이의 변화를 위해 가능한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그동안 정신없이 흘러온 한국개신교사가 만들어낸 칠삭둥이 기독교문화를 갱신하고 바로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1987년 이후 한국교회는 이전까지 나름대로 이용해온 독재이데올로기의 보호막과 결별하게 되면서 기독교의 자기 정체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맞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국사회와 교인들에게 예언자적인 사명을 제대로 감당해오지 못한 한국교회는 많은 기독의식층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함으로 매혹의 빛을 잃기 시작했다. 새롭게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민족과 역사에 대한 바른 교회의 역할을 많은 사람들이 요구했지만, 한국교회는 이에 쉽게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교회들은 점차 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그러한 목소리가 그리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기독교는 심각한 위기에 몰려있다. 외적인 영향력 감소와 내적인 성장의 정체 및 위기에 몰린 것이다. 만연된 권력에의 투쟁과 왜곡된 신앙관, 목회자들의 그릇된 카리스마와 의식있는 평신도층의 빈약, 교회부흥과 선교에 대한 편협한 이해 등은 한국교회의 앞날을 어둡게만 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80년대말을 기점으로 점차 안정되고 여유를 찾아가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80년대말부터 더 심각하게 병을 앓고 있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희망인 기독대학생들의 의식있는 질타와 교회갱신에의 노력이 마지막으로 요구된다.

IV-D) 결론

우리에게 현재 우리사회가 규정지은 통념을 떠나서 대학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업에서 시작해 대학생으로서 그리고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일들을 고찰해 보았다. 급하게 현대화와 정보화의 길을 껑충껑충 뛰어온 한국사람들은 대학에 대하여 남다른 기대와 자리매김을 해 왔다. 중고시절의 막대한 과외자금, 대학은 천국가는 것과 거의 동등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대학생이 되는 것은 이제 완전한 사람과 사회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대학은 졸업과 동시에 좀더 나은 직장에 가서 돈을 벌기위한 직업교육장과 고시촌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중고등학교 교육이 파행에 치닫듯이 대학교육도 세계화와 G7 진입이라는 명목하에 대학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병들게 한다. 대학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적다. 그러한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대학이라는 정체성 규명을 통해 이 시대에 대학이 감당해야 할 임무를 되뇌어 보았다. 동시에 대학이라는 범주안에 있는 기독교인들이 이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우리는 기독교 세계관을 우리의 삶의 터전에서 추상적이고 교리적인 형태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과 역사라는 터 위에서 복음의 순수한 모습을 찾고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대학의 원래를 목적을 고려하면서 우리 기독교인이 우리의 대학의 삶가운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문화전달//삶읽기//문화비평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해보았다. 물론 이러한 모든 사역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은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영성의 확보가 우선 임에도 추호의 의견이 있을 수 없다. 천하를 구원하고도 나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유만 먹는 아기가 될 수는 없다. 이제 선교 2세기를 맞아 우리의 기독문화와 의식이 좀더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생각이 세계의 역사와 복음의 보편성과 민족의 문제를 헤집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꿈으로만 부풀어있지 않기를 바란다. 늘 꿈을 크게 꾸더라도 자신들의 능력과 현재의 삶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찾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엘 룰이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고 울부짖었던 이유일 것이다.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제기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수련회를 마치고 집과 학교에 돌아가서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초한 신앙생활을 의미 있고 활기차게 시도해 보았으면 한다. Salve in Chri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