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버의 사회윤리학

< 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

이 페이퍼는 라인홀드 니버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라는 번역서를 읽고 비판이나 비평없이 분석적 기술만을 할 것이다. 따라서 일체의 인용문과 주장들에 대한 주석은 생략할 것이다.

또한 번역서의 목차에 따라 차례로 요약하는 형태로 기술해 나갈 것이다. 이것은 가능하면 주관성을 배제하고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서를 읽은 뒤 매우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다시 한번 요약, 정리하는 작업이 나름의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1. 인간과 사회 : 함께 살아가는 법

인간이 역사이래 아직까지도 집단 내부에서 그리고 집단간의 즉, 집단외부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였다라는 주장에 대해서 크게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고도의 문명화를 이루어 냈으며 양적인 풍요로움속에서 살고는 있지만 아직도 국가 내적, 외적 불평등의 심화와 고통, 복잡한 윤리적 제문제들에 있어 우리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하거나 아니면 어설픈 환상속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본성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면에서 부족하진 않다. 그러나 그러한 본성이 확실한 문제해결을 보장하는 것도 아님을 우린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인간의 합리성, 그리고 인간의 종교적 이상, 혹은 도덕적 이상 등 인간의 정신과 상상력이 이루어 낸 많은 메카니즘이 오늘날 인간이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말의 가능성과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지식인이나 종교인들이 그러한 것들의 한계와 제약성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또한 인간은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동료인간들의 이익을 충분히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들로 인하여, 우리는 사회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강제력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강제성이 평화를 보장해주는 원천이 될 수 있지만 바로 불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데에 또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역사이래 이러한 강제성을 가지는 국가권력을 손에 쥔 자는 무소불위의 특권을 누려 왔으며 이러한 특권은 다수의 인간 존엄성 말살에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호소를 통해 이러한 특권계층의 권력남용을 견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환상속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국가내의 계급간의 갈등, 국가간의 갈등문제 모두에 적용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 사회생활을 위한 개인의 합리적, 종교적 원천들

사회의 갈등과 불의의 궁극적인 원천은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에 있기 때문에, 인간의 지성과 자애심을 증대시켜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종교적 이상주의자들은 이기심을 강조, 보다 순수한 종교는 자애심을 증대시키고 인간의 이기주의를 억제한다는 희망을 가졌고 그것이 사회문제의 해결책이라 굳게 믿어 왔다. 이에 비해 합리주의자들은 인간의 지성을 강조, 지성을 확대함으로써 불의는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사람들은 너무나 무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욕구를 알지 못하여 이기적으로 되거나 이기주의의 희생자들또한 너무 무지하여 자기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기심과 무지만 극복이 되면 인간사회의 제반문제는 서서히 해결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기심은 바로 종교적 자애심으로 그리고 무지는 인간의 지성과 합리성, 과학 등으로 제거될 그러한 성질의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러한 종교적 이상주의나 이성적 합리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 전혀 무가치하거나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성에 의한, 그리고 자애심에 의한 다양한 형태의 파생물들이 과연 집단속에서의 인간의 행동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다.

이성의 계발과 성장은 점차 공정하고 정의로운 관계들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그래서 이를 통해 사회정의가 증진될 수 있는 가능성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완전히 이성적일 수 없으며 개인생활에서 사회집단의 생활로 진행해 갈 경우, 이성이 충동에 대해서 갖는 비중은 점점 더 낮아지게 된다. 여기서 충동은 집단이기주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절대로 일반의 이익에 대한 이해를 자신의 이익에 대한 이해만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이성적 합리성을 획득할 수 없다.

그러한 점에서 인간은 오히려 상상력이나 정신, 충동에 의해 더 많은 지배를 받으며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의 원천이 된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나 국가에 대한 애국심 등도 인간의 충동적 이기심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

즉, 인류의 지성이 발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발전의 정도가 기술의 진보가 야기한 사회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종교를 다시 부흥시키면 사람들은 사회적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 또한 언제나 있어 왔다. 즉 개인의 이기심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기재로써 자애심(사랑하는 정신), 회개의 감정 등을 그 원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이러한 종교적 감정들이 개인의 인격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사회적 차원에서도 긍정적 영향력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이러한 종교적 감정들은 천상과 지상의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패배주의에 휩싸여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극도의 열광주의나 금욕주의에 빠져들어서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종교는 나름대로의 사회윤리적 기여를 고려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치유책으로써는 한계가 있다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3. 여러민족의 도덕성

집단행동의 윤리문제를 분석함에 있어 한 국가의 윤리적 태도를 우선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앞서 지적한 사회생활에 있어 개인의 합리적, 종교적 원천들을 고찰하면서 제기한 한계성을 지적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개인적인 원천들의 한계가 바로 집단화과정에서 나타나며 집단의 대표적인 형태가 바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는 현대사회에서 실리적 차원에서 혹은 그 이상으로 이기성을 표출하고 있으며 다른 어떠한 집단보다도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기성과 권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바로 다른 국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즉 다른 국가의 국민들의 문제에 대해서 간접적이며 배타적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내적 통일성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들 각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일반 국민의 맹목적 정서와 경제적 지배계급의 교묘한 이기심 추구에 의해 그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즉 국가는 합리적인 정신과 지성보다는 폭력과 감정에 의해 유지되는 결사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 요구하는 애국심이라고 하는 것이 많은 경우에 그것의 본질을 잃어 버리고 지배계급이나 단기적 충동에 의해 부채질되어 극심한 왜곡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국가의 가장 큰 도덕적 특징은 위선이라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전시에 더더욱 그러한 데 개인의 이기적 충동을 집단화를 통해 은폐시킨다. 특히 애국심에 대한 강한 집착과 요청은 전시나 혼란한 상황에 오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종교주의자, 지성주의자 등의 지성인도 국가에 관한 문제 있어서 만큼은 윤리적, 철학적 제반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국가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지극히 이기적이며 의식적, 무의적으로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게 되거나 타인에게 강요한다.

오늘날 계급대립의 심화가 국가의 권위에 강력하게 도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년간 국가의 권위와 그의 유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4. 특권계급과 프롤레타리아계급의 윤리적 태도

국가의 권위에까지 도전하는 계급간의 갈등은 오늘날 엄청나게 심화되고 있다. 특히 자본가 계급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갈등은 해를 거듭할 수록 난조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공인된 폭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를 특권계급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각 계급이 보이는 윤리적 태도에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특권계급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자신이 속한 계급에 대한 충성심에 입각해서 행동하기 보다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행동한 사람들이며 따라서 서로간의 비슷한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지위와 특권이 인간의 능력차이에서 비롯한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위와 특권으로 인한 사회내부의 불평등관계자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능력차이에서 파생하는 자연스런 불평등관계 이상으로 특권계급은 그들의 특권과 권력을 사용하고 있고 이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피지배계급을 혹독하게 착취하는 양상을 역사를 통해 보여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교적 혹은 합리적 이상주의의 능력을 과신하는 윤리적 이상주의자들은 계급분열의 물질적 기초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무시하거나 극복할 수 있는 제 3의 힘, 즉 이성과 양심의 힘이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맹목적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특권계급의 위선적 지배행위에 이용되거나 본질을 왜곡하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특권계급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고 있는 위선의 형태는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은 자신들의 특수한 역할에 대한 사회의 정당한 보답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피지배계급은 저열하며 무능력하다고 보며 그들이 비참하게 사는 이유는 그들 자신이 판 무덤이며 게으름의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그들이 이러한 피지배계급의 자질결여를 전혀 입증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피지배계급이 자신들의 특권을 공유하고자 하면 힘으로 제압해 버릴 수 있다고 느끼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행동해 왔다

따라서 합리적 이상주의자들의 지성은 그들의 우월성의 형태로 이용되며 종교적 박애심은 그들의 자비심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나마 발휘하는 권력의 양보는 자비심으로 미화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그것은 파워게임에 의한 어쩔 수 없는 결과이거나 아주 극소의 권력이양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시민권리의 확대, 그리고 보통시민의 참정권, 여성의 참정권, 선거권의 획득은 실제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문제하기 보단 치열한 투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어떠한 경우에도 그들은 순순히 그들의 권력을 피지배계급에게 양도한 적은 없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윤리적 태도는 지극히 냉소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마르크스의 정치철학은 이러한 토대위에서 생겨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태도는 근본적으로 그들이 윤리적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아니다.

이러한 윤리적 태도는 중산층에 만연되어 있는 정치적 민주주의에 대한 감상적인 과대평가와 뚜렷한 대립관계에 서게 된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냉소적인 평가는 곧바로 민족주의와 애국심에 대한 냉소적 견해로 이어진다.

이러한 자세는 특권계급이나 중산층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프롤레타리아 계급들은 특권계급의 특권남용에 대한 역사 분석을 토대로 그들의 실체를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최종적인 이상사회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사회가 지향해야만 하는 이성적인 목표, 즉 평등한 정의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정의의 경제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에서는 잘못한 바가 없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는 현대사회가 맞게 될 재난을 예언할 수 있는 유일한 계층이며, 동시에 실제로 이러한 재난을 초래하는 수단이며 잠재적으로 사회구원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세력이라고 할 수 있다.

5. 혁명 & 정치적 힘에 의한 정의

과거의 정치철학, 그리고 최근까지의 정치철학은 서방세계의 정치생활의 가장 큰 약속임과 동시에 가장 큰 위험이 되었다. 그것은 각 계급마나 다양한 논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정치철학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평등한 정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를 달성함에 있어 크게 두가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폭력혁명에 의한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힘에 의한 방법이다. 이는 프롤레타리아 내에서의 두가지 조류이기도 하다.

그런데 혁명에 의한 정의실현은 거의 대부분 수단적 의미에서 일단 배제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폭력은 본질적으로 비도덕적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는 특권계급에 의해서 또는 보다 혜택을 많이 받는 프롤레타리아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동기와 궁극적 목적 사이에 놓여 있는 수단과 보다 저차적이고 직접적인 목적들을 선택하는 문제는 윤리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실용주의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폭력이나 혁명을 본성상 비도덕적이라고 가장하는 대토는 두가지 잘못된 견해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폭력을 악의지의 자연적이고 불가피한 표현으로, 비폭력을 선의지의 당연한 표현으로 간주함으로써 폭력은 본질적으로 악의 범주에 속하고 비폴력은 선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는 견해이고 또 하나는 전통에 의해 답습된 도구적 가치들을 본질적인 도덕적 가치와 무비판적으로 동일시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문제에 있어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강력한 유대감을 중요시하고 중간층은 막연한 감상주의, 그리고 특권계급은 도덕적 위선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프롤레타리아의 강력한 유대감은 극도로 고조된 혼란의 상황에서 그리고 그들이 핍박을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지며 혁명의 잠재적 원동력이 된다.

사실 혁명에 의한 정의는 일차적으로 혁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하는 문제와 실제로 혁명달성시 그들이 말하는 이상사회에로의 추구가 가능한가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일단은 혁명의 여건측면에서 중간층과 특권계급의 도덕적 공격과 필사적인 저지가 예상된다. 또한 자신이 실제 엄청난 핍박속에서 살고 있다는 현실적 감이 혜택을 누리는 프롤레타리아들에게 잘 공감되지 못한다. 또한 과연 노동자 계급이 기존의 권력계층을 전복시키고 국가기구와 교육기관을 장악하여 평등한 세계를 수립해 나갈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런 세계를 유지해 나갈 새로운 세대를 교육시킬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그러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시 그들의 혁명적 성공은 대중의 지지를 일시에 상실할 것이며 이는 또다른 형태의 불평등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실제로 하층 노동자 계급은 상층 노동자계급 포섭에도 실패하고 있으며 농민들 조차 그들 세력에 귀속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국가의 경찰력과 군대는 노동자계급이 쉽게 장악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혁명을 통한 정의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이러한 폭력혁명에 대한 대안으로써 제시되는 것이 바로 의회민주주의에 따른 점진적인 개혁, 즉 정치적 힘에 의거한 정의의 실현이다. 즉 노동자들이 경제적인 힘과 동시에 정치적인 힘까지 점진적으로 구비해서 중간층과 특권계급에 대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합법적인 방법으로 보호하자는 얘기이다.

사실 이러한 구상은 앞서 제기한 바와 같이 중간층이나 특권계급 자체에 대한 개인윤리적 접근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힘에 의한 정의구현은 실제 노동자 집단의 혹은 하층 농민계급의 충동적(심리적), 도덕적 지지를 얻기에 충분치 못한 난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종국적인 목표에 다다르게 되리라는 확실성은 없지만 사회정치적 세력들의 끊임없는 유동적 균형상태에 속에서 노동자들의 정치역량을 충분히 발휘함으로써 재산의 사회적 소유를 향해 전진해가며 다른 계급의 정당들과 제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또한 의회사회주의를 신봉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개인적 결함에 의한 변절과 계급전체의 민족주의 감정에로의 흡수같은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의회사회주의에로의 방향전환 또한 많은 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혁명에 의할 것이냐 아니면 의회민주주의에 의할 것이냐의 판단은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이 전통적인 사회적 악폐로부터 어느정도 고통받느냐에 따라 달라질수 있고, 또 부분적으로는 사회가 처해 있는 위기의 심도에 따라 좌우되기도 할 것이다.

6. 정치에서 도덕적 제 가치의 보존

앞에서 언급한 힘에 의한, 강제성에 의한 사회변혁의 방법들은 사실상 현존하는 불평등 사회가 지나친 강제성에서 파생되는 것이기 때문이란 전제에서 나온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강제성을 가진 집단적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야기한다. 그러나 폭력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래도 가능한 방법이 의회사회주의라고 한다고 해도 이러한 강제성의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회적 불의는 오도된 강제성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사회적 불의를 해소키 위해선 더 강력한 강제성이 요구된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악순환의 논리에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정치에서의 올바른 도덕적 제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인간사회에서 강제력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최소화함으로써, 인간사회에 있는 합리적, 도덕적 요소들에 가장 잘 부합될 수 있는 유형의 강제력을 사용하도록 권고함으로써 쓸데없는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사회라면 강제력과 갈등의 제거보다는 강제력이 사용되는 목적의 정당성 여부에 더 큰 강조점을 둘 것이다.

실제로 강제력과 갈등은 또다른 사회적 불의와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러한 불의를 더욱 더 공고히 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이러한 강제력은 국가간에서는 인류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까지 있다.

정의사회구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강제력을 그 수단으로 삼을 시 우리는 이성을 통해 어느정도의 통제는 가능하지만 완전히 믿을 만한 것은 못된다는 사실을 안다. 특히 상당 부분 중간층과 특권계급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역량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역량보다 항상 앞선다.

비폭력적 강제성을 어떤 폭압에 대응하여 항거하는 수단으로 삼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실제로 수동적이며 소극적인 형태를 띠지만 이것이 가져다 주는 결과는 대단히 적극적이다. 그것은 특권계급에 의한 도덕적 비난도 모면할 수 있으며 - 폭력적 방법에 비해 - 무저항이라는 무기력한 모습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비폭력적 강제력과 저항은 사회생활에서의 도덕적 합리적 요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할 수 있는 가자 큰 기회를 제공하는 강제력이며 한 갈등영역 내에서의 도덕적이며 합리적이며 타협적인 태도를 견지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도덕적인 힘을 확대해 준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상태에서 실용적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만일 여러 가지 사회적인 환경이 현존하는 사회적 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이 더욱 타당하며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도덕적 선의지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비폭력적 강제성발휘는 어디까지나 피억압집단의 특수한 전략적 수단임을 뜻한다.

이러한 비폭력적 저항에 합리적, 종교적 원천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능성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지성과 정신이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자연을 정복하거나 제거하려하지 않고 자연의 힘을 인간정신의 수단으로서 그리고 도덕적 이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는 점차 보다 높은 정의와 안정된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7. 개인의 도덕과 사회의 도덕 사이의 갈등

다시 책의 제목으로 돌아가서 도덕적인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라는 것은 어떠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개인의 도덕적 이상인 이타심과 사회의 도덕적 이상인 정의가 항상 갈등을 일으켜왔고 역사적으로 볼 때 사회의 도덕적 이상인 정의는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개인윤리 문제는 많은 성찰과 실천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정의문제는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개인윤리적 잣대를 가지고 사회정의를 평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회의 정의는 점점 더 인간에게서 멀어졌으며 더욱 더 비도덕적이 되어버렸으며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막연한 환상을 가지거나 아예 종교적 차원에서 포기해 버리고 마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러한 정의와 이타심은 사실 상호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양자사이의 모순도 절대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쉽게 조화되지도 않는다. 즉 사회생활에서 요구하는 것과 개인의 내면적 생활이 충돌하는 경우에 사회생활이 요구하는 것이 개인의 내면생활이 요구하는 것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타심을 자극하는 개인의 도덕적 요인이나 종교적 요인이 정의를 실현하는 데 얼마간의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나 역시 유일무이한 절대적 수단은 아니다. 특히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사회의 불의를 더욱 더 자극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했듯이 적절한 강제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강제성에 의해서 수립된 정상화된 집단의 개인들은 철저한 이성적 종교적 토대위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러한 개인을 통제하는 최소한의 강제성은 필요하다. 인간은 언제나 이타적 충동보다는 이기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최소한의 강제성은 필요악이며 이성과 종교의 역할은 이러한 강제성이 최소화되는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실제로 현대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불의를 제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한국사회에 있어 이러한 사회불의는 그 정점에 있으며 이에 대한 치유책으로써 니버의 이러한 주장들은 타당성 측면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실천적 측면에서 발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