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 틈을 열면서 ...

포스트모더니즘.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유령이 이땅에 상륙을 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그러기에 그 단어가 이제는 그렇게 뜨거운 감자는 아니다. 진보성의 표식이었던 사회이념과 이데올로기 비판이 동구권의 몰락과 마르크스의 해체 과정으로 생긴 새로운 사고의 산물로서 나타난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라는 단어 내지는 그것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태생적으로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이라 해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두 입장이 있다. 전자는 우리 사회가 이성의 시대를 거쳤는가? 합리성의 시대를 거치고 그 연장선에서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야기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현대성이 아직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후자는 배타적 타당성을 요청하는 이데올로기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전제하면서 다원주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청하는 입장이다. 우리는 여기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알레르기적 거부반응이든지 아니면 무조건적 수용이든지 이 두가지 모두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용의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후기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루는 다양한 가치들을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다원주의에 부합하는 새로운 합리성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필자도 이러한 관점에 중점을 두고 논의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이 우리가 진입과정에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논리라고 한다면 일부 부정적 현상 때문에 포스트 모더니즘 자체를 매도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것은 목욕물을 버리기 위해 아이를 함께 버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에 대한 긍정의 입장이든 부정의 입장이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무엇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가를 알 수 있다.

기나긴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풀어주는 그래서 우리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시 한편 읽고 들어가기로 하자.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김 지하의 언어이다. 그의 '중심의 괴로움'이라는 시이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말을 절약하여 틈을 열고 싶었다. 그 성긴 틈으로 큰 삶이 들며 나며 통하고 울렸으면 싶었다. 틈을 열어 중심을 벗어난다는 것, 수없이 많은 중심으로 분산된 그물 같은 큰 삶이 울려나도록 말을 절약한다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이것은 실존적 아픔의 자기 고백이다. 그것은 가장 거짓 없는 모습이다. 그러기에 더욱 괴로운 것이다. 틈이 있는 한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생명은 신비로운 것이다. 무엇인가 답답하게 틀에 박혀 있는 그래서 숨 쉬기 조차 곤란했던 모습이 지금까지의 정형화 된 學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그 틀 자체에 대한 새로운 회의와 그러면서 그 틈 속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한 줄기 햇빛, 한줄기 비를 간절히 원하면서 감성과 창조적 감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그러한 생에 대한 간절함이 이제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새로운 목소리를 원하고 있으며 '니멋대로 해라'는 지성의 자유로운 창조적 상상력이 마음껏 발양되는 광기어린 이를 원하고 있다. 관성화되고 상품화된 논리를 거부할 개인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고백을 원하고 있고 그것은 열린 대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2. 본 론 - 중심의 괴로움

2.1 POST의 의미

논의에 앞서서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모더니즘 앞에 붙어 있는 post는 무엇을 의미하고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개념 분석부터 해야하겠다. 포스트모더니즘의 POST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포스트모더니즘의 포스트는 라틴어로서 1차적으로 이후를 의미한다. 다시말해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 포스트를 앞세움으로써 근대의 3대 혁명이라고 불리는 종교개혁, 산업혁명,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표출된 계몽주의 사상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뒤로 하고자 하는 현대와 현대정신을 아직도 우리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식과 행위의 틀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과 행위와 사유 방식을 지배하는 현대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현대를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가? 한걸음 나아가 포스트모더니즘이 현대에 대한 비판적 반성이라면 우리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대성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현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외재적 관점을 취할 수 있는가? 이러한 포스트 모더니즘의 이의성은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극복하고 시대적으로 뛰어넘고자 하는 현대의 이중성으로부터 기인한다.

Postmodernism을 우리말로 옮길 때 이 말을 현대후기로 번역을 하는사람이 있다.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반 현대나 초 현대의 작업이라기 보다는 현대에 일어난 사건의 의미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현대후기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 이후의 시대를 천명하기 위하여 모더니즘이라는 낱말에 포스트를 플러스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도식적인 이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신을 왜곡하는 가장 단적인 경우다.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비판과 반성이라는 측면을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시대 구분의 개념으로 오해하고 오용할 경우에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낱말을 만들어내게 된다.

2.2 포스트모더니즘의 성격

2.21 다원화 사고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이제 일원화된 사고 내지는 단선적 사고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포스트모던적 현상은 한마디로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으로 압축된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별이 없어졌으며 참과 거짓의 차이가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원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원주의는 삶의 여러 양상들이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며 역사적 우연에 의해 생산된 것일 뿐 아니라 하나의 주도적, 중심적 양상외에도 주변부로 밀려났던 다른 것들, 이른바 '낯선 것들', '이질적인 것들', '타자들'이 이제 선택 가능한 항목들 가운데 하나로 등장했다는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2.22 가치의 변화

현재 혹은 앞으로 우리가 당면해야 할 사회적 불협화음은 경제적 맥락에서 인식되는 계급갈등보다는 문화적 혹은 세대간의 다름에서 오는 갈등이 더 심각할 수 있다. 구세대의 하모니와 신세대의 비트는 이성의 문화에서 감성의 문화로의 변화를 말하며 구세대의 오리지날과 신세대의 찌집기는 창조의 미학에서 모방의 미학으로 구세대의 원색과 신세대의 파스텔은 강한 주체의식에서 중성적인 주체의식으로 무거운 것에서 가벼운 것으로 질서에서 무질서로 정신의 문화에서 육체의 문화로 가난에서 풍요로 등을 의미한다. 신세대는 그들의 나이가 몇살인가로 구분될 수 없다. 90년대를 60년대의 향수 속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1세기를 바라보며 사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가치관과 세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 그리고 휴머니즘이다.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하여 과거로 도피하려고 헛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거나 죽어가는 과거를 현실에 되살리려고 하고 있다.

문화는 한편으로 우리의 지각과 인식과 실천의 방식을 규정하는 '안의 공간'이며, 문화비판은 이러한 일상의 환경과 조건을 비판할 수 있는 '바깥의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깥의 관점을 절대화하면 사회의 안을 들여다 볼 수 없고, 안의 논리에 완전히 함몰되면 사회적 환경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의 지성계를 지배하였던 이데올로기 비판은 사회의 모순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난 관점, 사회의 전체성에 대한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아르키메데스적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데올로기가 해체된 포스트모던 시대에 서 문화비판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변화국면에 처해 있는 후기자본주의 사회가 정신과 물질, 상부구조와 하부구조의 이원론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철저하게 상품화된 현실사회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바로 비판되고 있는 현실의 '안'에서 찾아야 한다. 후기 자본주의의 변화국면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해 철저하게 지배받고 있는 사회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가?"하는 물음으로 압축된다. 현실관계 속에서 자유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는 개인과 사회를 대립적 관계로 파악하기 보다 오히려 '상호작용의 관계'로 보아야 한다.

2.23 과학과 이성의 새로운 이해

데카르트, 뉴튼 이후의 서구 합리주의와 인간중심주의 그리고 기계적 세계관과 목적론적 역사주의에 입각한 현대문명은 인류에게 빈곤에서의 탈출, 인권과 민주주의, 우주의 과학적 발견, 세계적 통합 등을 가져다 주었으나 한편 인간과 사회적 삶과 자연 생태계에 회복하기 힘든 파멸적 위기를 선사했다. 크게 보아 위기는 인간가치의 상실과 생명체의 종말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대사회는 이제 인간가치, 생명가치를 실현할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생활양식 및 세계적 공공질서의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청은 이른바 계몽의 변증법이라 불리는 즉 '문명의 반문명성, 발전의 퇴보성, 해방의 억압성, 계몽의 암흑성, 성숙의 미숙성, 자율의 반독립성이라는 서양 근대성에 대한 비판과 맥을 같이하다.

2.24 생태계에 대한 이해

인간중심적 사고로 인해서 자연은 하나의 착취와 개발의 대상이 되어왔을뿐 그 자체가 하나의 권리를 가진 것으로 인식이 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가이아 가설이 등장을 하게된다. 이제 유한한 지구에서의 성장의 한계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인간 중심주의를 벗어나 비인간 자연세계에 대한 윤리적 관심에 기초하여 근대 합리주의적 가치관및 정치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동을 요청한다.

2.3 주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주체에 대한 이해이다. 이제 주체에 대한 이해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2.31 주체에 대한 철학적 배경

주체 문제는 수십년 사이 유럽 철학계에서 가장 논란이 심한 문제로 등장하였다. 최근 나온 연구들은 프랑스 철학계의 '주체성의 죽음'에 대한 논의에서 유발되는데 기원은 미셸푸코나 자크 데리다를 전제로 깔고 있다. 독일 철학에서 주체의 절대화를 경험한 것은 칸트에서 시작해서 피히테, 셀링으로 이어지는 독일고전 철학과 초월적 주체를 내세운 후설에서 볼 수 있는데 주체 비판은 이 두 철학에서 나타난다. 헤겔이후 독일 철학들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셀링 말년에 강의를 들었던 덴마크의 키에르케고어, 니체는 관념적 전통에서 절대화된 주체를 비판한다. 후설에 대한 비판은 하이데거에서 시작되는데 이것은 그 이전의 데카르트의 철학 또 그 이전의 플라톤 이후의 형이상학적 전통을 문제 삼는다. 푸코 데리다의 주체 비판은 이런 점에서 니체와 하이데거에 힘있고 있는 것이다. 이와 또 다른 한 주체 비판의 진원지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창안한 정신분석학이 있다. 프로이트는 의식과 전의식, 그리고 그 아래 깔려 있는 무의식의 구분과 자아와 초자아, 그리고 이것보다 더 근원적인 '그것(Es, Id)의 구분을 통해 자아는 결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절대적 의미의 자아와 의식이 문제된다.

2.32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

현대철학의 주체 비판은 언제나 데카르트를 출발점으로 한다. 데카르트가 근대 이후 주체 철학의 효시라면 그것은 권력주체로서 모습 뿐만 아니라 주체의 이중성, 절대근거로서의 주체와 유한 자아로서의 주체의 긴장된 모습을 보여준 점에서 그렇다. 데카르트에서 주체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확고부동한 토대즉 완벽한 ego였다. 데카르트에 대한 비판으로 19c 중반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있다. 첫째는 마르크스(1818), 니체(1844), 프로이트(1856)가 그들이다. 프로이트는 인간 내면에도 서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는데 그것이 무의식이라 한다. 니체는 '주체는 허구이다.'라는 명제를 내세우면서 데카르트를 비판하기를 거울 속에 비쳐진 자기 모습을 잡으려고 거울 뒤로 돌아가는 원숭이라고 비판한다. 마르크스는 존재 개념을 내세우면서 의식과 존재를 연관시킨다. 프로이트가 의식과 무의식을 문제삼았다면 니체는 진리와 허구를 문제삼았고 마르크스는 의식과 존재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것은 주객 이원론을 극복하겠다는 목표이다.

2.33 니체

'다양한 눈들이 있다. 스핑크스도 역시 여러 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진리들이 존재한다. 고로 어떤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니체는 실험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1885의 잠언에서 20세기와 21세기의 허무주의의 상태를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니체의 허무주의가 진리의 해체, 절대적 가치의 탈가치화라는 부정적 현상만 아니라 진리의 다원성을 철저하게 수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예술적 태도를 의미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허무주의는 '전체가 진리이다'라는 전통적 세계이해에 대해 '부분이 진리이다'라는 명제를 대립시킨다. 니체의 관심은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부분의 관점에서 재정립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허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다원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전체와 통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전체를 실체화 하지 않고서도 통일성을 사유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은 포스트모던적 사유의 화두를 이룬다.

니체의 허무주의에 대한 평가는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이성중심적 계몽주의의 입장을 취하는 하버마스는 니체가 미래지향적 철학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전현대적 전통으로 회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자들은 니체의 사상에서 허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읽어낸다. 하버마스는 다원성을 인정하지만 다원성으로 말미암은 상대주의를 극복하는 길을 합의에 이르는 합리적 담론에서 찾는다. 이성의 문제점을 이성적으로 해결하려는 하버마스와 달리 니체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원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예술뿐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예술은 절대적 진리가 탈가치화되어 다양한 형태의 진리로 해체된 허무주의 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2.34라캉(1901-1981)

근대 철학의 '성구'였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사유체계에서 주체는 환상이 아닌 조금도 개입 할 수 없는 완벽한 에고(ego)였다. 그러나 이런 이성에 대한 의문은 19c말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에서 성 본능이라는 욕망과 어우러져 과학이 아닌 문학의 영영 아니면, 그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재해석한 자끄라깡의 이론 - 거울 단계를 중심으로 - 을 검토함으로써 현대에서 주체의 의미가 어떠한지 알아보자. 이것 또한 답답한 구조속에서 숨 쉴수 있는 틈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일 것이다.

라캉은 프로이트를 소쉬르의 구조 언어학의 관점에서 다시 읽음으로써 무의식이 의식, 주체, 자아의 문제 영역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라캉은 의식적 자아가 진정한 담론을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현존하고 있는 타자가 주체와 담론을 구성한다고 주장한다. '무의식이 언어처럼 구조화 된다'는 관점으로부터 출발하는 라캉도 무의식과 욕망의 언어를 해독함으로써 인간의 실존구조를 해명하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명제를 간단히 언급을 하면 먼저 데카르트가 언급한 'cogito ergo sum'이 자아, 의식과 세계의 관계를 다루었다면 그리고 프로이드가 언급한 'Wo es war, soll ich werden'(그것이 있던 곳에서 나는 되어야 한다.)이 욕망과 자아의 관계를 다루었다고 하면 자끄라캉이 언급한 'Je pense on je ne suis pas, donc je suis on ne pense pas. (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는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다루었다.

라캉의 공식은 '$◇a'이다. $는 주체 a는(오브제아, 혹은 프티아)주체로 하여금 끊임없이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허구적 대상, 마름모꼴은 대상이 결코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결핍이다. 대상을 실재라 믿고 다가서는 과정이 상상계요, 그 대상을 얻는 순간이 상징계요, 여전히 욕망이 남아 다음 대상을 찾아나서는 것이 실재계이다.

2.341 거울단계

생후 6-18개월된 아이는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자신과 완전히 일치 시킨다. 이것을 거울 단계( Mirror stage)라 하고 주체 형성에 원천이 되는 모형으로 제시한다. 이것이 이상적 자아(Ideal-I)라 불리우는데 타자에 의해 보여짐을 모르는 객관화 되기 이전의 '나'에 해당된다. 거울단계는 '상상계(the imaginary)'라고 하는데 이 단계는 상징계 (the symbolic)로 진입하면서 거울단계는 사라지게 된다. 개념을 보면 상상계(Je)는 imago(허상)이다. 그리고 그 속성을 보면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서 총체성이고 자기 동일성의 모습으로 있다. 그리고 상징계(moi)는 사회화된 자아인 것이고 언어에 의해서 표현된 나, 즉 굴절된 나의 모습이다. 이 je와 moi는 자기 동일성을 확정하여야 하지만 항상 gap과 소외가 생긴다.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상징계에서 다시 상상계로 가도록 만드는 것은 무의식 즉 실재계이다. 이것은 주체를 형성하는 역동적인 역할을 하고 인간의 언어로 담아 낼 수 없고 대상화 할 수 없다. 의식은 출발을 상상계라는 오인의 구조 - 거울에 비춰본, 다시 말해서 반성된 존재를 자기자신의 존재 자체와 동일시 하는 경향 - 로 부터 시작 하기에 자아를 조정하는 절대적 주체라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라깡의 이 견해는 근대 데까르트적 주체의 개념을 거부한다.

2.342 기표,(signifiant) 기의(signifie)

라캉은 사유체계에 언어의 구조를 끌어들인다.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성본능을 귀환시키면서 이것에 소쉬르 언어학을 적용하여 주체가 어떻게 언어의 지배를 받는지 보여준다. 소쉬르는 언어는 사물을 지칭하는 기표와 지칭당하는 대상인 기의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때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일대일의 정확한 대응이 되지 못하고 기의가 미끄러져 의미가 수없이 확산되는 언어의 비유성 쪽으로 나간다.

여기서 이제 명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곳에서 존재한다'가 나온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을 보면 하나의 '나'가 아니라 두 개의 '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 말하는 '나'는 바라보는 주체요 말해진 '나'는 바라봄을 당하는 주체이다. 그렇다면 나 속에는 바라봄과 보여짐의 두 주체가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의 의도를 언어를 통해 정확히 전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표만 존재할 때 인간은 기표에 절대적으로 종속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언어의 세계 속에 사는 한 주체는 기표의 지배를 받기에 그것은 언어처럼 구조된다는 것이다. 주체는 언어처럼 구조되어있다.

소쉬르의 언어관으로 인해 인간이 기표에 의해 지배받고 그 기표는 은유와 환유로 이루어졌으니 주체는 곧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해당된다.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되어 있다는 말은 인간이 언어를 통해 존재하는한 인간의 의식은 은유와 환유로 구조되어있다는 뜻이고 이것이 라캉이 시도한 프로이트의 재해석이다.

데카르트의 주체는 보여짐을 모르는 나로서 거울단계에 있는 주체이기에 대상을 실재로 믿고 그것에서 벗어나지못한다. 그래서 라캉은 주체를 결핍으로 보고 욕망을 환유로 본다. 그것은 주체를 대상에 대한 왜곡에 집착에서 벗어나게 할 뿐 아니라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오인이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을 깨닫게하여 타자의식을 갖게 된다. 이것이 라캉의 데카르트 비판이다.

3. 나오면서 : 틀을 벗어나면서 ...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모더니즘과 구분된다. 衁. 모더니즘의 국제주의의 자리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지역주의가 등장한다. 遁. 기하학적인 추상은 구상적인 경향으로 흐르는 허구적인 묘사로 대체됨으로써, 鑁. 건축물을 단지 기능하는 실체로 이해할 뿐 가공성(Scheinhaften)의 영역에 속하는 건축 예술의 작품으로는 보지 않는 모더니즘의 마지막 단계의 발전을 후퇴시켰다. (기능뿐만 아니라 허구도!) 鱁. 포스트모더니즘은 건축내에서 진보의 의미 부여자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기계와 구성의 상징 내용에 더 이상 중점을 두지 않고 소묘적인 간결함의 행동력을 거쳐 해설적인 형상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의미들의 다양성에 역점을 둔다. ꁁ. 그와 함께 기술-유토피아의 극복과 시의 선호성이 결합된다. 천문학적이고 구성주의적인 유래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신세계'에 우리의 기획적 상상력을 쏟지 않고 이 성급한 진보 신념의 저편에 있는 환상의 세계에 부어 넣는다. ꑁ. 지나치게 성급한 진보의 믿음에는 언제나 증가일로에 있는 기계와 구성의 완전화에 대한 믿음이 결합되어 있었고 현재에도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완벽주의의 결벽성에 대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즉흥, 건축의 즉자성, 헝클어진 것과 완벽하지 않은 것을 대비시킨다. 만져 볼 수 없는 완전성의 자리에 삶의 흔적이 스며든다. 걁. 모더니즘이 모든 종류의 역사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며 건축을 순수한 현재의 사건으로 만들었다면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통하여 기억을 되찾았다. 다시 획득한 관점으로서의 역사는 순수한 형식에 대한 관심에서 매력을 얻으려고 하지 않고 그 대신 역설의 정신에 친밀함을 느낀다. 둁. 마지막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상의 것들과 함께 건축물을 자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식으로 이해하지 않고 그것을 그 장소의 역사적이고 지역적이며 지형학적인 조건들에 맞추어 기꺼이 상대화하려는 의지와 연관되어 있다. 자율성 대신에 상대성! 형식의 가능한 한 불가침의 일반적 영향력이 아니라 특별한 해결의 건드릴 수 있는 개인성! 영웅주의 대신에 타협할 수 있는 능력, 오래 된 것과 새 것의 조화, 주어진 환경 세계의 인정.

포스트모더니즘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우리의 현실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논의를 마치고자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속에 함축되어 있는 이성 비판은 과연 우리 현실에 대해서도 적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첫째, 현대 기술문명의 위기는 이미 전체 지구촌을 위협하는 보편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양 형이상학의 완성으로 서술되는 현대 기술은 하이데거가 지적하고 있듯이 지구와 인간의 완전한 서양화를 실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포스트모더니즘은 서양합리화의 패러다임에 의해 배제되었던 다양한 합리성의 모델을 복원한다. 료타르, 레비나스, 푸코와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철학자들은 모두 서양 이성이 근본적으로 제국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서양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한다. 셋째, 서양합리주의는 생활 세계를 주관과 객관으로 이원화하였으며 종국에는 주관적 행위를 규정하는 도덕적 규범성과 객관 세계를 지배하는 도두적 합리성을 분리시켰다고 포스트모더니즘은 진단한다.

이러한 서양의 합리화 과정에 대한 비판과 대응으로 동양의 합리주의를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재구성 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해 보자. 포스트모더니즘이 요청하는 다른 사유방식은 첫째, 자연을 더 이상 인간과 대립하는 물질 세계로 객관화 하는 대신에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 관계로 파악한다. 이것은 성양의 합리주의가 지향하는 통일성과 전체성은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하나의 실체 즉 하나님에 의해 정당화되는데 반해, 동양 합리주의에 의해 정당화되는 통일성은 다양한 관계속에 형성되는 '관계의 통일성'이다. 둘째, 서양의 합리주의의 토대인 주체-객체 분열을 거부하고 세계의 내면화를 시도한다. 이 내면화는 세계에는 서술 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토대로 한다. 나비의 비유에서 잘 드러나듯이 동양 합리주의는 주체와 객체의 구별을 내면적인 경험을 통해 지향한다. 셋째, 인간의 행위를 목적-수단의 관계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개방적 태도로 파악한다. 동양 합리주의는 세계를 대상화하지 않고서도 세계의 법칙에 순응할 수 있는 합리적 모델을 추구해 왔다.

< 참고 문헌 >

1. 이진우 엮음,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적 이해', (서광사:1993)

2. 자크라캉 지음, 욕망이론, 권택영 엮음, 문예 출판사(1994)

3. 가스똥 바슐라르 지음, 물과 꿈, 이가림 옮김, 문예 출판사(1993)

4. 미셸푸꼬, 광기의 역사, 김부용 옮김, 인간사랑(1993)

5. 막스 빌 엮음, 바실리 칸딘스키 예술론 - 예술과 느낌, 조정옥 옮김, 서광사(1994)

6. 존 스토리 지음, 문화연구와 문화이론, 박 모 옮김, 현실문화연구(1994)

7. 임성빈 엮음, '현대문화의 한계를 넘어서', (예영커뮤니케이션:1997),

8, 김찬호, 오태민 지음, 여백의 질서, (일굼:1993)

9. 김진석, 초월에서 포월로, (솔: 1994)

10. 송재희외 4인, 신세대 네멋대로 해라, (현실문화연구:1993)

11. '대화', 1995년 여름호, (대화 출판사:1995)

12. J.E.러브록 지음, 홍 욱희 옮김, 가이아, (범양출판부:1990)

13. 강연안, 주체는 죽었는가? (문예출판사:1996)

14. 이진우, '진리의 허구성과 허구의 진실성', 제 250회 목요철학세미나 및 니체 탄생 150주년 기념 심포지움, 계명대학교 부설 철학연구소, 1994.10.8.

15. 목요철학 세미나 자료집, 계명대학교 철학과, (도서출판 말과글:1994)

16.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과 기독교, 제 4회 숭실대학교 국제학술 심포지엄, 한국기독교 문화 연구소(1996)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이런 사람 아닐까?

신대원 3년 박 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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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일상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 아닐까? 역사나 민족이나 국가라는 거대담론만을 내세우고 마치 자기혼자만 그것을 고민하고 짊어지고 가는 마냥 살아가면서 일상의 삶에서는 성실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 아닐까? 그가 학생이면 열심히 공부하는 자이고 노동자이면 그의 삶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자일 것이며 농부이면 그리고 회사원이면 정치인이면 그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자 아닐까?

2.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자기공동체에만 메몰되어서 자기와 맞는 언어와 문화와 삶을 가진 사람들과만 지내는 사람일까?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만나고 그들과 삶을 나눌 줄 아는 그들과 삶의 network를 이루면서 살아가는자 아닐까?

3.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공동체라는 미명하에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광기를 억압하는 사람일까?

4.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눈물이 있는 사람 아닐까? 일상의 작은 것에서도 감동을 받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아닐까? 길가에 피어난 이름없는 들꽃을 보면서 잠시 발걸음을 멈출 수 있고 아니 자연스럽게 멈추어 지게 되고 떨어지는 낙엽 바라보면서 눈물 지을 수 있는 그 사람이 포스트모던한 사람 아닐까?

5.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아닐까? 주어진 화폭 밖에도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 아닐까? 답답하게 제한된 고정관념이 전부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대포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가 아닌 그것을 넘어 설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아닐까?

6.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내면의 음성을 듣는데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 아닐까?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변화하는 시대의 정세를 민감하게 그러나 삶의 깊은 자리에서 느낄 줄 아는 사람 아닐까?

7.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한 유머 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는 삶을 즐길줄 아는 자 아닐까? 노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 노는자 아닐까?

8.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21세기를 살아가면서 19세기적 발상과 생각과 문화와 삶을 가지고 살아가는자 일까? 그는 시대의 변화를 몸으로 읽을 줄 아는 자 아닐까? 그러기에 정세분석을 누구보다도 잘 하는 사람 아닐까?

9.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인간적인 사람아닐까? 가슴이 따뜻한 사람 아닐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 아닐까? 비인간적인 사람일까? 겉으로 나타난 외형적인 모습보다 속으로 감추어진 그 모습이 참으로 따뜻한 그 사람이 포스트모던한 사람 아닐까? 그러기에 아파하는 사람 때문에 자기혼자 몰래 그 아픔을 가지고 눈물짓는 그 사람이 아닐까?

10.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일까? 여기가 좋아오니 하면서 정착해 버리는 그 사람일까?

11.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보이는 삶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 아닐까? 그러기에 그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있는 사람 아닐까?

12.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그윽한 사람이 아닐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리고 빈수레 같이 소리만 요란히 나는 자일까? 보면 볼수록 그윽함이 우러나는 사람 아닐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 아닐까?

13.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남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 주는 사람 아닐까? 기숙사에서 남들 잠자는 시간에 자기 혼자 컴퓨터 자판 소리나게 두들기는 그래서 잠자는 사람들 다 깨우는 그러고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그런 자일까? 자기만을 보는자, 그 사람은 데카르트같은 사람 아닐까?

14.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고 살아가는 사람 아닐까? 그러기에 자율적인 사람 아닐까?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그 사람이 아닐까? 그러기에 자기가 하는 일에 즐거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 아닐까?

15.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끼가 있는 사람 아닐까? 객기가 아닌 광기가 있는 사람 아닐까? 그러기에 미치고 싶은 사람 아닐까? 이 세상에서 지성의 자유로운 광기를 가지고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미치도록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아닐까?

16.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그러기에 역사를 움직일 줄 아는 사람 아닐까? 일상의 작은 삶을 통해서 역사를 움직일줄 아는 사람 아닐까?

그러기에 포스트모던한 사람은 이런 사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