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나 자신이 인간이지만 막상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논하기란 쉬운 주제가 아님에 틀림없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해볼 때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갈 수 있겠다. 교육학적인 방법, 심리학적인 방법, 사회적인 방법, 경제학적인 방법, 진화론적인 방법, 창조론적인 방법등등 많은 접근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신학도로서 접근하는 방법은 신학적 방법론일 것 같다. 하나님없는 인간이란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하나님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사람을 여섯째 날에 흙으로 만드시고 생기를 불어 넣으셨다. 그리고 모든 만물을 다스리고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진화론자들이 인간은 작은 비루스로부터 시작되어 아메바, 원숭이를 거쳐 유인원이 되고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 얼마나 사람으로서 자존감없는 발언인가? 진화론자와 창조론이 서로 법정 투쟁을 하면서 결국 법적으로 진화론자들이 최후판결에서 이기자 창조론자가 [그래 니가 이겼다. 이 원숭이 자식아!] 했을 때, 나에게 왜 욕을 하냐며 대들었다는 이야기에서도 나타나는 바, 이론적으로 그렇게 주장하지만 내면속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다. 이로서 사는 동안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고 따른다면 그는 참으로 인간의 참의미를 발견하는 자이요, 하나님을 모른채로 떠나간다면 그는 너무나도 불쌍한 자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이란 무엇이며, 어떤 존재인가를 고민하며 철학의 주제로 삼았다. 심리학이 현시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보다 효과적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인간에게 적합한 것들을 제공하고 이를 다각도로 이용하고자 함에 있는 것 같다. 희랍철학의 대표적 철학자인 플라톤은 인간이 영혼과 육체의 두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생각하고 이 중 더 중요한 것을 영혼이라 보고 있다. 육체는 영혼을 잠깐 담아두는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고 플라톤은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영혼속에 깃들여 사는 육체인가? 육체속에 머물고 있는 영혼인가? 아니면 둘의 합작품으로 되어 있는 존재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순절 기간을 통해서 느끼는 바는 보잘 것 없고, 아무 쓸데없이 허송세월하는 인생이라할지라도 주님께서는 이 사람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시고 돌아가셨다는 사실이다. 지극히 작은 소자에게 물한그릇을 베푼 사람이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 병자를 찾아다니시며 고쳐주신 그분, 우물가의 여인에게 물을 달라하며, 진정한 마음에서 생수를 제공하셨던 그 분, 예수 그리스도는 어떠한 인간이라할지다도 자신의 생명만큼이나 사랑하셨다는 사실을 통해 볼 때 인간존재는 너무나도 귀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전능자가 죽기까지 사랑했던 인간, 인간존재의 의미를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다.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맞바꿔 졌다는 사실앞에 나는 겸허해 질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과연 어떠한 위치에 서 있는지, 지구상의 이 넓은 공간속에서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안에서 그것도 서울의 수많은 인구들 속에서 조그마한 점도 되지 않은 나라는 존재를 위해 이 세상을 창조하신 그 분이 돌아가셨다는 충격적인 사실앞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죄인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나의 가진 이것을 주님께서 사용하시고 허용하시고 인도하시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주님께서 돌보시지 않으면 도무지 악으로만 치닫을 뿐이다. 그러나, 불교나 다른 여러 종교들은 인간을 극대화시키며, 신의 경지에 도달하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인 인간에 관한 존재인식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아담과 하와로부터 시작된 인간의 역사를 부인하는 처사이다. 수많은 세대을 거치면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이 역사속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 많은 사람중 한 사람으로 아무런 죄책감없이 수많은 유태인들을 처형시킨 히틀러는 과연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테레사 수녀와 같이 스데반과 같이 주님의 사역을 몸으로 실천하며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주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교했던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흘림은 과연 인간으로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죄성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이 죄성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인간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이다.

주님은 인간의 현재 모습만을 보시지 않으셨다. 베드로의 그 과격함과 요한과 야고보의 우레와 같은 격렬성과 급함을 모두 사랑으로 감싸안으시고 돌보셔서 마침내 수제자로, 사랑의 사도로 만드셨다. 바로 미래에 되어질 소망에 기대를 거셨던 것이다. 아무도 히틀러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케 하지를 못했다. 악마의 화신이라고까지 불려진 히틀러도 살아계셔서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어져 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되어져 가는 존재이지, 결코 되어진 존재는 아닌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세 번이나 부인했던 베드로도 다시 주님앞에서 내 양을 치라는 부탁의 말씀을 받고 초대 교회의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자신은 한 평생을 살면서 힘들고 고달펐을지라도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속에서 믿음으로 구원을 받고 참 생명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앞에서 나는 무엇이 참된 인간의 길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수 있다.

몇년전에 미국 워싱턴 주의 타코마에서 한 노동자가 2년간이나 상자 속에 갇혀 있었던 8살짜리 소년을 발견한 일이 있었다. 그 소년의 세계는 길이 183cm, 넓이 92cm, 높이 61cm의 공간으로, 관 하나의 크기였다. 그에게는 창문도, 친구도, 책도 없었다. 그는 화장실에 갈 때와 교회에 갈 때를 제외하고는 그 감금상태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받지 못하였습니다. 그의 양할머니는 경찰에게 그 아이를 상자 속에 가둬 기른 이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그것은 그 소년이 정신 지체일까봐 두려웠다는 것이었다. 그 소년은 다른 가정에 입양되었다. 한 심리학자는 그 소년이 사회적으로 박탈된 것 뿐이지, 그것만 아니라면 정상적인 아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여덟 살 먹은 소년에게 왜 그 상자에서 한 번도 도망치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 소년은 "다른 애들도 이렇게 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 소년은 다른 아이들은 상자속에서 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이렇듯 인간은 자기가 소속되어진 상황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면서 그것도 부족해서 계속적으로 개발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어쩌면 그것에 사로잡혀 살아가기도 하고, 아프리카의 부족들은 아직도 문명의 이기를 접하지 못한채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들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인간은 인간이되 똑같은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상황속에 길들여진 인간, 현재의 이 공간속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간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길들여진 동물과 다를바가 없다.

또 다른 8세 가량의 소녀이야기이다. 1920년 인도의 캘커타 근처의 어느 동굴에서 이리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가고 있는 두 소녀가 발견되었다. 큰 아이는 8세 가량이었고, 작은 아이는 1살반 정도였다. 어떻게 해 그 아이들이 이리에게 끌려 갔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두아이는 동굴에서 발견된 후 어느 고아원에서 자라게 되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게셀'은 그 두 아이의 성장과정을 생태학적으로 연구하여 발표하였다. 작은 아이는 1년 반 후에 죽었고, 큰 아이는 17세까지 살았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그 아이는 이리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낮에는 어두운 벽을 향한 채 앉아 있는가 하면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네 발로 뛰어 다녔다. 아무리 말을 가르쳐도 이리처럼 짖어댈 뿐이었고 겨우 3년 후에야 "마"(MA:엄마)라는 말밖엔 하지 못했다. 8년 동안 이리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인간이면서도 인간 구실을 제대로 못한 채 9년만에 죽고 말았다는 것이 게셀의 보고였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인간이 사회적으로 훈련받고, 배워진 것으로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일까? 이 소녀는 그러면 이리답게 살았지, 인간답게 살지 못했다는 말일까? 똑같은 인간의 삶으로서 생을 살고 죽었는데도 인간이 인간이지 못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지 궁금하다. 우리가 삶을 사는데 있어서 이렇듯 복잡한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바로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동물이라면 이러한 생각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는 개로서의 생이 있고, 고양이는 고양이로서의 생이 있듯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생이 있는가? 이렇게 단순한 논리로 인간을 싸잡아서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것이 오늘의 딜레마다.

인간은 본디 인간으로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고귀한 존엄성이 있고, 그것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이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것을 이루려고 하기 때문에 죄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 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참으로 나의 어려운 문제들과 힘들고 괴로운 여러 가지 것들을 내어 놓고 나누어야 한다. 주님앞에서 고하여야 하고, 나의 이웃과 함께 이것들을 의논하며 해결해 나가야한다. 텅빈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는 로빈슨크루소같이 지내는 것이 아니라 전원에서 도심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정신을 함양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발견하고 나름대로의 일반적인 법칙들을 지켜가며 지내고 있다. 소위 규율과 법, 도덕이라는 것들을 배우고 익히며 그것에 따라 살아가지만 진정한 자유로움을 이것을 통해서는 찾을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예수 그리스도안에 있기 때문이다. 율법의 완성자로 오신 주님, 그 주님께서 사랑의 법으로 율법을 완성시키셨고, 십자가의 그 보혈로 사랑의 본을 보이셨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인간이란 이처럼 귀한 존재이다. 그저 쓰러져 가는 고목처럼 세월이 가면 죽어가고, 때가 되면 잊혀지는 존재가 아니다. 고민하고 사고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역동성있는 존재이다. 단지 죄악속에 허덕이며 사는 존재만도 아니다.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깨닫고 하나님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열심히 뛰는 존재이다. 내일의 기대를 안고 오늘에 슬퍼하지 않는 존재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인간은 단순히 자기만을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나의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인간이다.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것 뿐 아니라, 남의 생명을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하게 여기는 인간이다. 평생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살아있고, 생명력있는 말씀의 역사가 일어나길 기도하는 인간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가슴 깊이 묻고, 진정으로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 역사하며 나는 죽길 바라는 인간이 바로 참된 인간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