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의 심리적 후유증

성신여대 심리학과 김정규

1. 성폭력 피해 연구사

프로이드는 1896년 히스테리와 신경증은 유전이나 생물학적 원인이 아닌 아동의 성폭력 피해

때문이라는 소위 '유혹이 론'을 발표했다. 즉, 성인이 어린이의 성기를 자극함으로써 후에 심리적

손상을, 특히 히스테리와 신경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이다. 그는 이때 18개의 어린이

성폭력사례를 들어 자신의 학설을 주장했는데, 이는 학계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아 그는 이 뒤로

이 런 글을 다시 발표하지 않았으며, 나중에는 자신의 이론을 수정해버렸다. 즉, 자신의 환자들이

보고한 성폭력 피해는 환자들이 상상한 것이었으며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가 자신의 이론을 수정한 것은 반드시 주변의 압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이론을 의심했기 때문인데, 그것은 자기 꿈분석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릴 때

가정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것을 기억해내면서 당황하여, 이를 부정하고 환자들의 진술도

의심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의 심리적 후유증에 대한 연구는 프로이드에 의해 이미 100년전에

시작되었으나, 그 자신에 의해 금 방 싹이 잘리우고 말았다. 서구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발하게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도 채 안되지만 그 피해정도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점차 연구에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2. 성폭력 피해 통계자료

1985년 Los Angeles Times 신문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성인여성의 25% 정도가 18세 이전에

성인 남성과 원하지 않는 성접촉을 경험했으며, 남자의 경우는 대략 15% 정도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 경험자는 임상집단에서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자살시도자,

약물중독자, 정신과환자 집단에서는 33% 에서 81%까지 성폭행을 체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Alter

-Reid, et al. 1986; Jacobson & Richardson, 1987)

한편, 우리나라의 성폭력 피해 현황을 살표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1989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2,290명의 응답여 성중에 76.4%가 경미한 성추행을 23.7%가 심한 추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했고,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은 48.6%, 성기노출은 74.5%, 강간미수는 14.1%, 강간은

7.7%, 어린이 성추행은 6.5%의 여성이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1989년 기준 한해 성폭력 피해자 25만명 중에 13세이하의 어린이 성폭행은 35%를 차지하며

이중에 33%는 근친에 의한 것이었다 . 그리고 어린이 성폭행의 가해자중 70% 이상이 어린이와

아는 관계에 있었다. 즉, 가족이나 친지, 교사, 보육사, 시설관계자, 동네사람 등 어린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3.성폭력 피해의 심리적 후유증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주 악몽을 꾸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항상 불안하며,

죄의식과 자책감에 시달리며, 대 인관계에 자신감이 없어 사람들을 회피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고

삶에 대한 희망이 없어져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사람들 을 신뢰하지 않고 마음 속에

해결되지 않은 심한 분노와 적개심을 갖고 있으며, 기억상실이나 현실감 상실 등의 장애를 보이며,

성기능과 성생활에 심한 손상을 보이며 또한 음식을 마구 먹어대거나 알콜이나 마약에 손을 대며,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성적으로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경우는 그 피해가 훨씬 더 심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흔히

어린이들은 성폭력을 당한 것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잘 하지 못하며 그것을 애정과 혼동함으로써

정서상의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성폭력의 책임을 자기잘못으로 생각하여 죄책감에 빠지고

수치스럽게 생각하여 이를 숨긴다. 어린이 성폭력 피해가 알려졌을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이 이를

믿 어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어린이를 꾸짖음으로써 상처가 더욱 심해지는 경우도 많다.

성폭력을 당한 어린이들은 성격형성이 올바로 되지 못하고 대인공포증이나 불안장애,우울증 혹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나 경계선 적 성격장애 그리고 심하면 정신분열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대인관계 능력에 심각한 손장을 보이며 나중에 자라서 결혼을

기피하거나 결혼을 한 뒤에도 정상적인 부모역할을 하기가 힘든다.

흔히 일반인들은 어린 시절에 겪은 일은 자라면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어린이 성폭력 피해는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어릴 때 겪은 외상의 상처가 훨씬 더 깊고

후유증도 더 광범위하다. Finkelhor & Browne ( 1985) 등의 연구에 의하면 어린 시절 성폭챁 피해의

후유증은 매우 장기적이고 피해자의 98.6%에게서 심한 후유증이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Putnam(1986)의 연구에 의하면 100명의 다중인격장애 환자 중에 97명이 어린 시절의 성폭력 피해

경험자였다고 한다.

한편, 어린 시절 성폭력을 당한 경우 대개 심리적 억압이나 해리를 통하여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후에 청소년기에 기억이 되살아나 고통을 당하거나 혹은 후에 성인기에 와서 이성과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 후에 출산과 더불어 혹은

아이가 사춘기에 달했을 때 기억이 재생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계부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성 이

자신의 재혼시에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Hunter, 1995). 성폭력 피해의 심리적 후유증을

영역별로 분류하여 기술하면 아래와 같은데, 특히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에 대해 더 중 점적으로

다루었다.

I. 정서영역

불안, 강박증상

Van der Kolk(1989)에 의하면 성폭력 희생자들은 자율신경계의 조절능력 저하로 인해 Selye 가

말하는 경고반응 상태에서 보이는 도피반응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 그들은 만성적으로

교감신경계의 과잉활동을 보여 위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위기상황으로 지각하여 과잉반응을

보이며, 그 결과 항상 긴장되어 있고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며 만성피로감을 호소한다.

이들은 외상을 회상케 하는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며, 항상 신경과민상태에서 지나친

경계를 하며 각성상태를 보 인다. 그들은 사소한 일에 심하게 놀라며 항상 안절부절하는 행동을

한다. 그런가 하면 특정자극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간혹 폭 발적으로 화를 내며, 집중력이 떨어져

일상적인 업무를 제대로 잘 수행하지 못한다.

그들은 수시로 성폭력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매우 불안해지며, 이러다가

자신이 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같은 불안감이 든다.

외상이 되살아날 때면 일상적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으며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이러한 외상에 대한 기억은 자주 반복적으로 되살아나 피해자를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 한편,

이러한 기억재생은 외상사건을 극복하기 위한 유기체의 자연스런 반응인데, 피해자가 그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억압하거 나 해리시켰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Van der Kolk, 1993).

피해자들은 이러한 기억재생을 회피하기 위해 강박관념이나 강박행동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이런

행동은 고통스런 기억과 감정 을 개체로부터 분리시킴으로써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특히 유기체의 복원노력에 의해 기억재생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므로 강박행동이 장기화되고, 그러한 행동자체가 새로운 병리현상을 일으키므로 피해자의

적응력 을 점점 더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강박장애증상으로는 피해자가 자기의 자식에게도 같은 일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지거나, 혹은 자신의 아이 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껴 놀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

아이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자기가 없으면 아이가 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비우지 못하며, 집에 귀신이나 악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되풀이 되는 악몽에 시달리는데, 연구조사에 의하면 54 - 73% 까지의 피험자가 악몽을

꾸는 것으로 보고되었다(Putnam, 1986; Hunter,1995). 악몽의 내용은 자기를 위협하는 사건이나

어린이가 다치거나 살해되는 장면, 악 당에게 뱁기거나 죽음, 폭력 등의 장면, 때로는 실제 있었던

성폭력장면이 재체험되기도 한다.

무기력, 우울증상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가장 주된 감정은 상실감이다. 먼저 자신의 순결을 잃어버렸고,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할 부모를 잃어 버렸고, 무엇보다도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이 가장 크다. 이는 허무감을 가져다 준다. 다음으로 자신에 대 한 무가치감이 문제가 된다.

즉, 자신은 몸을 더럽혔으므로 떳떳하지 못하며 따라서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이제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 권리가 없으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라고

생각하여 우울증에 빠진다. 또한 자 신의 세계를 지키지 못하고 짓밟혔다는 패배감과 절망감이

고통을 더해준다. 이런 고통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어나 며 피할 수 없다고 느낄

때는 더욱 절망적이 된다. 가해자에 의해 자신의 세계가 계속 침해당하면서도 이를 중지시킬

방법이 없 을 때 피해자는 마침내 절망감을 넘어서 무기력감에 빠지고 만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적국에 포로로 잡혀가 있는 사람들과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포로들은

언젠가는 자신의 고통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으나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들의 경우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 또한 전자의 경우는 한 때 행복하던 시 절에 대한 기억이라도 있으며

정상적인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감각도 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과거의 행복한 경험을 회상할

수 없으며 행복한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그들이 아는 현실은 항상 잘못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만성적인 절 망감과 무기력감만이 지배한다(Hunter,1995).

분노, 적개심

피해자들의 무의식에는 대부분 엄청난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것이

폭발하면 매우 파괴적으 로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를 억압하여 매우 통제적으로

행동한다. 한편, 가끔 억압된 분노가 외부로 폭발하거나 내부 로 향하여 파괴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자신의 분노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대부분 잘 모르고 스스로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의 분노는 물론 가해자에게 향한 것이지만 근친상간 피해자일 경우 때로는 자기를

보호해주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감정을 함께 느낀다. 특히 어머니가 사건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때 분노감정은 더욱 심하다. 이는 모든 여 성에 대한 분노와 경멸감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다른 여성들과 관계 맺기가 어려워진다. 흔히 이들은 여성은 약하다는

개념을 형성함으로써 여성을 혐오하기도 한다(Finkelhor & Browne, 1985).

근친상간 성폭력 피해의 경우 대개 부모의 자녀에 대한 애정결핍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피해자는 종 종 성폭행사건 그 자체보다 부모가 자신에게 필요한 보살핌과 애정을 주지

않은 데 대해 더 분노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개 처음에는 자신의 분노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자각해도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는 그들이 분노 를 표현하지 못하도록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분노를 자기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우울감으로 바꾸거나 자해행위를 하거나, 기타 다른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낸다. 이들의 사고구조는 "나에게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므로 나는

나쁜 사람이다. 따라서 내가 느끼는 분노는 나 자신에게 향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되어 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 회상되고 이를 직면하게 되면 피해자들은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가해자에 대해 엄청 난 증오와 분노, 적개심을 느낀다. 가끔 신문지상에서 볼 수 있듯이 가해자를

찾아가 살인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흔히 근친상간의 피해자들은 폭력적인 남편과 헤어지지 못하고 나약하고 의존적으로 산다. 또한

이들은 자신을 성폭력 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한 어머니에 대해 분노를 느끼면서도 이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어머니 로부터 거부당할까봐 두려워서이다.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어머니는 그래도 유일한 지지자인데 어머니마저 잃어버릴

까봐 두려운 것이다(Hunter,1995).

양가감정

피해자들은 흔히 가해자가 평소에 다정한 태도를 보여주었던 사람인 경우 가해자에 대한

분노감정과 더불어 그에 대한 애정의 감정도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이러한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즉, 차라리 분노감정만 있다면 오히려 해결책은 쉬울 텐데 가해자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들도 함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그들은 만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감정을 느끼게 되면 가해자에 대한 좋은 감정이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노감정을 직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지 감정을 모두 억압해버림으로써 이를

해결하려 하지만 이러한 해결되지 않은 양가감정은 내적인 갈 등의 원천이 된다.

만일 이러한 양가감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감정의 해결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긍정 적인 감정조차도 보존할 수 없게 된다. 심리치료에서는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두가지 감정을 모두 인정하고 수용해줌으로써, 두 감정을 차례로 자각하고

표현함으로써 통합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때, 긍정적 감정을 먼저 인정하고 표현하도록

해줌으로써 부정적 감정을 쉽게 자각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Hunter,1995).

수치심

성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더럽혀졌다고 생각하여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특히

가해자로부터 수치스런 행 위를 강요받았을 때 수치심은 더욱 강해진다. 예컨대, 성폭력을 당하는

동안 모욕적인 말을 듣거나 폭력에 의해 굴욕적인 행위를 요구받을 때 혹은 가해자에게

경제적으로 또는 지위와 관련하여 의존적인 관계에 있음으로써 그러한 행위에 대해 저항할 수 없

을 때 심한 수치심을 느낀다.

가해자들은 흔히 피해자에게 성폭행사실을 비밀에 부칠 것을 요구하거나 협박함으로써 피해자는

심리적으로 고립되면서 더욱 많은 수치심을 느낀다. 근친상간의 경우 가해자는 "이 일은 아무도

알면 안된다. 만일 엄마가 알면 큰일 난다. 사람들이 알 면 너를 나쁜 아이라고 말할 것이다."라는

등의 말을 하여 성폭행당한 일이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챙피한 일이라는 것을 교육시키기도

한다(Horowitz, 1986; Hunter,1995).

죄책감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죄책감이다. 그들은 성폭력 피해의 원인을

생각할 때 가해자의 책임 보다는 자기책임 부분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 즉, 자신이 그런

행위를 예방하지 못하거나 혹은 중단시키지 못한 것에 대 해 자책하면서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이는 피해자의 피해나이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피해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F

inkelhor & Browne, 1985).

예컨대, 아버지에게 세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조차도 자신에게 그 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도 보고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아직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책임지기에는 자아가

미성숙한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의 죄책감은 이런 사 실을 무시할 정도로 강하게

작용한다. 피해자들의 이러한 잘못된 죄책감은 평생 동안 피해자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힌다.

그래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상황,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조건

자기 잘못으로 돌리는 부적응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흔히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는 신체적 쾌감을 느끼고 반응하게 되는데,

피해자는 이러한 사실을 놓 고 자기가 그 행위를 즐긴 것이라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가중시킨다.

즉, 자기가 그런 더러운 행위를 즐겼으므로 자기는 나쁜 사 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이러한 신체반응은 성폭력자들의 자기합리화에도 기여한다. 즉, 피해자도 좋아했으므로

그것은 강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서 신체가 반응하는 것은 피

해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반응으로서, 결코 그것을 그 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또한 어린 시절 성폭행 피해자들 중에는 성적 만족을 위해 성폭행을 당한 상황자극과 비슷한

자극을 찾는 경우가 있는 데, 이러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도 특정한 상황에서 성적 쾌감을 느끼도록 조건학습되 었기 때문이므로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종교성 또한 죄책감에 의해 채색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즉, 그들의 신은 그들이

무언가 지불하기를 원하며, 완벽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신이다. 또 그들의 신은 그들이 자신의

욕구를 갖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욕 구를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속에는 항상 전쟁이 일어난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완벽해짐으로써 신의 노여움을 벗어날 수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의 죄 를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현재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자 기 혐오는 신의 뜻이라고

생각한다(Hunter,1995).

낮은 자기존중감

피해자들은 항상 자신은 사랑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남들과 다르며

본질적으로 부족한 사 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그런 일을 당한 것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며, 고통을 받으면서도 외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 하는 것은 자기가 무가치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Finkelhor & Browne, 1985).

그들은 자신이 타인과 동등한 자격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무언가 남보다 더 노력하고

희생해야만 주위로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인관계에 있어서나

직장생활을 함에 있어서 항상 희생적인 역할을 자임한다. 그러나 만일 어쩌다가 타인이 자기에게

잘해주면 놀라서 달아난다. 자신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자기자신을 부족하 다고 생각하여 자가보다 수준이 낮은

상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피상적인 수준에서 기능적으로는 그런대로 적응하지만 내적인 성장은 멈추었고 부정적인

자기개념이 지배한다. 그들의 참자기는 파괴되었으며 내적으로 공허감을 느끼며 산다. 그래서

종종 이를 알콜이나 약물로 해결하려 한다(Hunter,1995).

II. 인지지각 영역

해리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를 당한 직후에 가장 많이 보이는 행동이 해리다. 해리는 고통스런 기억을

의식으로부터 분리시 킴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는 유기체의 자연스런 반응이다. 아침에 강간당한

어린이가 2시간 후에 등교해서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도 있는 것도 해리의 작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해리를 통해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거 나 혹은

자기가 아닌 타인에게 일어난 일로 생각하거나 또는 꿈을 꾼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폭행이 자주 반복되면 매 번 해리를 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방어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는

피해자를 점점 현실로부터 유리시킴으로써 적응장애를 일으키게 되므로 장기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Hunter,1995).

Briere(1986)의 연구에서 152명 중에 42% 의 피해자가 해리현상을 보였으며, 그 중에 21 % 는

이인화장애, 33% 는 비 현실화장애를 보였다. 만성적 성폭행을 당한 경우 해리는 더욱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해리의 한 형태로 기억상실을 들 수 있는데, 이는 개체를 외상의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에게 있어서 어린 시절 기억이 모두 사라진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한편, 심리치료를

받다가 기억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Maltz & Holman(1987) 연구에서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들의 50% 정도가 성폭력 피해를 기억하지 못했다고 하며, Herman & Sc hatzow(1987)

연구에서는 근친상간 성폭력 피해자의 62% 가 과거기억을 송두리채 잊어버린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

해리의 또다른 형태 중에 하나인 다중인격은 대부분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다(Gil, 1988). Putnam (1983)의 연구에서는 다중인격환자 100명중 97명이,

Schultz(1985)의 연구에서는 309명 중에 97.4% 가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 였음이 밝혀졌다. 한편,

이러한 해리는 성폭행이 매우 자주 일어났을수록 그리고 장기적으로 불규칙하게, 가학적으로

일어났을 경우에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정

이는 피해자가 자신이 처한 고통스런 현실을 직면하지 않고 외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을 의미한다. 예컨대, 성폭행당한 사실이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거나 그 사건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하는 태도를 들 수 있다. 흔히 피해자들은 자신 의 성폭행피해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넘기려고 하고, 다른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여 치료를 받으러 와서도 성폭행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잘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심리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상태를 외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이지만, 이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못되므로 점 점 문제가 안으로 곪게 된다. 이들은 치료자가 성폭행당한 사실과

현재의 정서적 어려움 사이의 연관성을 물어도 둘 사이의 관련 성을 부인해버리곤

한다(Hunter,1995).

감정억압

피해자들은 불쾌한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분노나 적개심을

누름으로써 외상을 잊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흔히 성폭력 피해자들은 별로 감정이 없이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치료초기의 피해자들은 신체증상만 열거할뿐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않는 경우도 많다.

한편, 감정억압은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도 억압할 수 있다. 즉, 행복한 감정이

느껴질 때 이를 눌러버림으 로써 행복감을 못느끼는 것이다. 흔히 피해자들은 행복한 순간 뒤에

불행이 따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행복감을 두려워하여 이 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행복은 믿을 수 없는 감정이다. 행복에 대한 희망이 계속 짓밟힌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행복 감은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단서가 된다. 행복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하다(Hunter,1995).

인지왜곡

피해자들은 자기자신과 세계 그리고 미래에 대해 왜곡된 지각과 사고를 한다. 흔히 흑백사고와

과장된 사고, 과잉일반 화, 축소화, 논리비약, 부정적 사고, 감정적 추리를 하며, 나쁜 일이

일어나면 자기에게 원인을 돌리며, 부정적인 부모의 메시지 를 내면화시킴으로써 부정적

자기개념을 유지한다.

이들은 자기를 성추행한 대상에 대해서조차도 왜곡된 사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자기를

성추행한 아버지가 자 기를 사랑한다고 믿으며, 나쁜 것은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들의 왜곡된 사고는 가해자가 "난 널 가장 사랑한 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다."

"너와 나는 특별한 관계다. 나는 널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다" 는 등의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더욱

혼란된다.

또한 자신을 때리고 성폭행한 아버지에 대해서 자기가 좀더 착하게 행동하면 아버지의 사랑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을 하며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우울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는 항시 내면화된

비판적인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는 자신을 성폭행한 부의 가해적인 태도를 내면화한 것이 다.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성장하여 타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면, 이를 받아들일 내적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 그냥 흘려듣거 나 회피해버린다(Horowitz, 1986; Hunter,1995)).

환각

피해자들은 환각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특히 어린 시절 성폭행피해자의 경우 흔히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누 가 집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소리, 문을 쾅닫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주변시야에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기도 하며,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 특히 밤에 침대에

누워있을 때 형체없는 그림자가 보이기도 한다. 누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착각이 들기도 하며, 때

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이 든다(Finkelhor & Browne, 1985).

III. 신체영역

심인성 통증

많은 피해자들은 감정을 직면하는 것이 두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를 억압하거나 해리시키는

대신에, 자신의 고통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서 신체를 사용한다. 흔히 호소하는 증상들은

만성두통, 복통, 방광염, 경련, 목통증, 후두염, 피 부질환, 골반이나 질의 통증 등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긴장하여 근육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리적 문제로 다루는 것보다는 신체적인 문제로 다루는 것이 안전하고 덜 두렵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러한 증상을 개발하여 약물복용으로 신체증상을 처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신체증상은 어디까지나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약물로

치유될 수 없다. 오히려 약물부작용, 약물중독을 가져다 주어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Hunter,1995).

수면장애

피해자들이 많이 보이는 증상으로 불면증을 들 수 있다. 잠이 잘 못드는 경우와 악몽을 꾸어

편안한 잠을 못자는 경우, 일찍 잠이 깨는 경우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경우 등 다양한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70% 이상이 후 유증으로서 수면장애를

호소한다(Horowitz, 1986).

신체이미지

자신의 신체를 더럽고 추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쳐다보지 않거나 만지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목이하는 신체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정확한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고 몸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잘 형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신체감각을 잘 못느끼며, 자신의 욕구나 감정도 잘 파악하지 못한다. 신체는 항상 긴장되어

있으며, 주로 불안을 방어하는 쪽으로 사용된다. 임신을 계기로 자신의 신체를 처음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Horowitz, 1986; Hunter,1995).

IV. 대인관계 영역

거부공포

피해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선뜻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이는 물론 자신의 생각을 투사한 것이다.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표현할 줄 모 르고, 상대가 부당한 것을 요구해도

쉽게 응해주게 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일반인 집단에 비해서 강간이나 성추행을 당할 확률이

훨씬 높은 것도 피해자들의 이러한 성격적 문제와 관 계가 깊다(Finkelhor & Browne, 1985).

친밀공포

피해자들은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여 사람들을 회피하거나 아니면 다수의

사람들과 피상적인 관계를 전전한다. 이러한 태도는 흔히 여러 대상을 번갈아 가며 복잡한

성관계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매번 실망과 배신감으로 상처를 입어 그 결과 더욱 대인불신이

증가하기도 한다.

그들의 인간관계가 실패로 끝나는데는 대인관계 기술부족이라든가 자기욕구를 말하지 않고

상대편의 의사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행동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스스로가

상대편과 깊은 관계에 들어가면 공포심을 느껴 관계를 청산하고 달아나 는 측면도 중요한

원인이다. 즉, 그들은 과거에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가졌을 경우에는 끝에는 반드시 고통스런

체험을 했기 때 문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 공포를 가져다준다.

깊은 관계는 결국 자신을 이용해먹고 배신하여 상처를 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깊이 사귀 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때 그 대상은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Horowitz, 1986; Hunter,1995).

과잉책임

피해자들은 대개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고 또한 책임질 수도 없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책임의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혼자 비밀에

부침으로써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가련한 모습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아이는 어머니가

놀라거나 걱정할까봐 혼자 감추고서 끙끙대며 모든 짐을 떠맡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남편의 그러한 행위를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경우에도 아이들은 혼자 해결해보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는 어린이들의 선한 동기를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악이용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이런 아이는 성장하면서 계속 타인의 짐을 대신 떠맡는 과잉책임 행동을 보이는데, 그래서 성폭력

피해자들 중에는 사회봉사직 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타인의 몫까지 짊어지고 사는 힘 들고 불행한 삶을

초래한다(Hunter,1995).

통제행동

피해자들은 늘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긴장하며 산다. 만일 자기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일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통제한다. 대인관계 에 있어서도 이러한 통제행동은 예외가

아니다.

특히 남자와의 관계에서 방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일 조금만 틈을 보이면 상대가 자기를

성폭행해도 좋다는 증거로 간주 할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을

통제하는 다른 이유는 자신이 행동을 통제하지 않으면 자신의 죄악이 밖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Horowitz, 1986).

희생반복

피해자들은 흔히 성폭행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항하는 행동을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은 후에 강간당 할 확률이 매우 높다. 예컨대, 상대가 불쾌한 행동을 해올 때 그러한

행위를 중지해줄 것을 자신있게 요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Russell(1986)의 연구에 의하면 930 명의

피해자 중에서 33 - 68 % 까지가 다시 강간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피해자의 48% 까지가

폭력적인 남성과 결혼했으며, 그 중 28% 는 남편에게 매를 맞으면서도 참으며 살았다. 그들은

이때 흔히 자기가 맞을 짓 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남편이 딸을 성폭행하는 것을

말리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들이 적절한 자기보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폭력적인 아버지에게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어머니의 행 동을 학습한 반면에, 적절한 대응행동에 대한 학습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흔히 학대와 애정을 쉽게 혼동하여 가학하는 사람에게 정서적으로 연대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그들이 체험한 현실은 항상 모든 것이 학대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애정은

학대를 포함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피해자들 이 무의식적으로 학대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령, 무의식적으로 위험한 장소에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성폭행을 당하 거나 또는 폭력적인 남자를 만나 결혼하거나, 성적으로 학대받는 상황에 쉽게

연루되기도 한다.

나중에는 자포자기 심정에서 몸을 함부로 굴리거나 알콜중독, 마약중독자와 어울려 해로운

관계에 빠져들거나, 자신의 아이들 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는 외상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현상인데, 나중에 자신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가해자에 대해

분노할 수 없는 이중구속에 놓이게 되기도 한다(Horowitz, 1986; Hunter,1995).

불명확한 자아경계

어린 시절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주변으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보호받고 지지받지 못했기 때문에

명확한 자아경계의 형성 에 손상을 입는다. 그들은 대개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명확히 지각하지

못하며, 타인과 자신의 경계가 불명확하다.

이들이 만일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되면 자신과 아이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못하고 아이를

과보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들은 간혹 자기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과 무조건 반대로

행동하기도 하는데, 어떤 여성은 자신의 해소되지 않은 울음을 투사하여 아이가 우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며, 만일 아이가 울면 즉시 달려가 울음을 그치게 함으로써 아이가 충분히 슬픔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Finkelhor & Browne, 1985).

또 어떤 여성은 아이의 욕구와 무관하게 자신의 욕구를 투사하여 아이에게 해주거나 혹은 반대로

자기가 누려보지 못한 것을 아이가 갖는 것에 대해 분노감을 느끼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아이와

자신을 잘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아이를 독립된 개체 로 성장시키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V. 행동영역

자해행동

피해자들은 흔히 자신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자해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피부를 손톱으로

긁거나 물어뜯기도 하며, 혹은 송곳으로 찌르거나 생채기를 내거나 심지어는 손목을 자르거나

자살을 시도한다.

이러한 행동은 해리된 자신의 신체를 느끼려는 피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해리를 통해

고통스런 기억과 감정을 체험 하지 않아도 되지만, 대신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를 느끼지

못하며 마침내 신체까지도 자신의 것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자신이 정말 살아있는 존재인지 느낄 수 없는 경지에 까지 이른다.

이때 개체는 말할 수 없는 허무감과 공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자해행동은 자신의 신체를 느낄

수 있는 비상수단이다. 즉, 자해행동은 공허감과 허무감을 줄여주며,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또한 자해행동은 애정을 느껴보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즉, 어린아이 때 성폭행당한 경우

성폭행은 고통을 가져다주지만, 동 시에 가해자의 애정이 함께 섞여 있으므로 고통을 통하여 그

때의 애정을 재체험해보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자해는 자벌의 의 미도 있다. 즉, 자신이 나쁘다.

더럽다는 생각에서 이를 없애려는 노력이라고 하겠다. 또한 이는 주위의 애정과 관심을 받기 위 한

노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인정받지 못한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신체적인 것으로

가시화시킴으로써 주변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

대략 성폭력 피해자의 30 % 정도가 자해행동을 하거나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자살도 이러한

자해행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Briere(1988)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의

51 % 가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그리 고 근친상간 피해자일 경우 37% - 73% 까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Van der Kolk, 1989; Hunter,1995).

공격행동

흔히 피해자들은 억압된 분노감정을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골라 발산하기도 하는데, 이때

내적으로 작용하는 심리기제 는 Anna Freud(1946)가 말한 '공격자와의 동일시' 현상이다. 이들은

다른 대상을 골라 성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특히 어린이나 자신의 아이를

대상으로 할 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또한 이러한 공격성을 자기자신에게 향하게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할 수도 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막연히 이러한 충동을 느끼고서 불안해하거나 통제하려고 강박증상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들은 만일 자신의 분노감정을 자각하게 되면 폭발할 것이고 통제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오히려 분노감 정을 억압함으로써 이들을

파괴적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서 분노감정과 폭력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 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그것이 자각되고 언어적으로 표현될 때, 이는 건설적이고 창조적으로

발산되어 폭력으로 가는 것을 막아 준다(Van der Kolk, 1989; Hunter,1995). .

섭식장애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주 보이는 증상 가운데 섭식장애가 있는데, 여기에는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과 음식을 마구 먹으 면서 토해내는 폭식증을 들 수가 있다. 이러한 행동의 동기는 부정적

신체이미지와 관련있으며, 특히 자신의 여성적인 신체특징 이 외상을 상기시키므로 이를

변화시키려는 동기와 관계가 있다.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죄책감, 자기비난, 자벌욕구와 관계있으며 간혹 어머니에 대한 무의식적인

적개심을 표출하는 측면이 있다. 폭식증은 비만해짐으로써 성적인 매력을 없애 성폭력위험을

줄이려는 의도일 수 있으며, 또한 신체크기를 키움으로써 자기 보호력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결과적으로 자기혐오를 증가시키고 우울증을 강화시키게 된다(Finkelhor &

Browne, 1985).

알콜 및 약물남용

흔히 피해자들은 고통스런 감정을 달래기 위해 알콜이나 약물을 복용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타인과 대 화하면서 풀기보다는 혼자 생각하거나 억압하는 경향이 많은데,

알콜이나 약물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유혹이 된다 . 특히 이는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고통과 불쾌감을 직접적으로 완화시켜주기 때문에 손쉽게 접근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동물실험에서도 밝혀졌는데, 어릴 때 스트레스를 많이 겪은 레수스 원숭이는 알콜이

주어졌을 때 다른 원숭이에 비해 과음을 하였다(Peters, 1984). Jehu(1985) 등의 연구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의 27-41 % 가 알콜중독을 보였으며, 뉴욕의 여성 마약중독자집단의 44 % 가 성폭력

피해자였다.

VI. 성적 영역

왜곡된 성정체감

여성피해자들은 여성은 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갖게 되어 여성으로서의 정체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 복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 동일시모델이

약하므로 인해 성정체감 형성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남자들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같은 여성에 대해서도 쉽게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Finkelhor & Browne, 1985).

피해자가 남자아이인 경우 자신이 남자 성인에게 성적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의

남성성에 대한 정체감 혼란을 겪 는다. 그들은 자신이 혹시 동성애자가 아닌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혼란은 동성에게 성적 자극을 받음으로써 더욱 가중되 기도 한다. 그들은 때로는

이러한 자신의 공포를 지우기 위해 지나치게 남성적으로 보이려고 애쓰기도 한다. 흔히 그들은

남성성이 공격성 과 동일한 것으로, 그리고 성폭력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성폭력가해자가 되기도 한다(Briere, 1988).

성기능 장애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성행동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예를 들어 성욕구저하, 성혐오감, 성불만족,

발기불능, 오르가즘 불능 등을 호소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성행위가 트로마를 재생시키므로

성행위를 기피한다.

성행위를 하더라도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하거나 상대편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성관계에서도 과거를 연상시키는 자극이 있으면 극도의

혐오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예컨대, 특정한 냄새나 행동 혹은 신체 특정 부위를 접촉하는 것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성행위 도중에 갑자기 매우 불안해지고 흥분되어 맥박이 빨라지고 땀이 나며 구역질을

하거나 토하며 설사를 하 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은 성행위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고 성행위를

기피하게 만들어 배우자를 좌절시키기도 한다.

또한 성행위시에 쾌감을 느끼는 순간 죄책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성행위를 더러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행위를 즐기 는 자신이 혐오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기도 하는데, 그 결과 불감증에 걸리기도 한다(Finkelhor & Browne,

1985).

섹스와 애정의 혼란

흔히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섹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만일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면 거부당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을 하지 못한다. 더구나

근친상간 피해자들은 흔히 애정표현과 성폭행을 동시에 체험함으로서 혼란스런 성개념을 형성해

있기 때문에 상대의 성 관계요구를 애정표현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는 폭력까지도

애정과 혼동함으로써 맞아가면서도 상대의 통제를 벗어나 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Finkelhor &

Browne, 1985).

과잉 성행동

상당수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복잡한 이성관계를 보이는데, 깊은 애정관계가 아닌데도 쉽게

성행위에 응하는 행동을 보인 다. 이는 그들이 애정을 추구하는 것과 관계 있다. 그들은 성행위를

통해서만 애정을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행동은 그들이 애정을 얻기

위해 학습한 행동방이라고 볼 수 있다. Meyerding(1977) 연구에 따르면 136명의 매춘 녀들 중에 55

% 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Faria & Belohlavek(1984) 연구에서는

매춘녀의 75 % 가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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