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의 상황과 신앙고백

-- 남아공 선언과 대만 신앙고백 --

1. 들어가는 말

제3세계 국가들은 산업화된 서구의 기독교 국가들로부터 제국주의 침략

을 당한공통의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제3세계 교회는 식민화와 동시에 전

개된 서구 기독교 국가들의 선교에 의해 성장하였다. 이러한 식민화의 고통과

피선교에 의한 성장이라는 미묘한 역사적 상황이 제3세계 교회들이 처한 현실

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제3세계 교회들은 아직 젊고 활기차게 성장하고 있으

며, 새로운 신앙전통을 세워나가야 하는 과제들을 안고 있다.

본 발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만의신앙고백을 살펴 봄으로써 제3세계 교회들이 처한 삶의 자리를 이해하

고, 그 속에서그들이 진지하게 고백하는 주님에 대한 신앙을 찾아 보겠다.

2.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상황과 남아프리카 교회의 신앙고백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종차별적인 인종분리정책(아파타이트, Apathied)으

로 유명하였다. 이 정책은 네델란드 개혁주의 기독교인들이 중심이 된 백인들

이 만든 것으로백인들과 유색인종을 분리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이다. 남

아프리카 백인 정부는흑인들을 위한 특별한 구역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는 흑인들끼리 그들 마음대로생활할 수 있게 하는 대신, 그 외의 모든 지역 즉

백인들이 일구어 놓은 발전된 지역에서는 백인들이 만든 강력히 통제되고 차별

된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의 표면상 이유는 흑인

공동체 나름대로의 사회적, 경제적,정치적 발전을 도모하고, 마침내는 흑인들

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측면에는

백인들이 일구어 놓은 사회 안에 흑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정책

이었다. 남아프리카의 이러한 인종분리정책은 네델란드개혁신학에 그 근거를

두고 있었다.

1652년부터 케이프타운에 정착하기 시작한 네델란드인들은 네델란드 개혁

교회의신학을 남아프리카에 전파하였다. 1806년에 네델란드인을 대신하여 케

이프타운을 식민한 영국인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전통을 그곳에 전하

였다. 그들은 남아프리카에서 식민지를 건설하고 확장하기 위하여 노력하던

백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곳의 교회는 보수적인 형태의--다소 청교도적인-- 개혁신학을 지니게 되었

다. 이들은 다른 흑인 종족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민족주의

적인 분리정책을 채택하였다. 1857년에 네델란드의 개혁교회가 백인들로 구성

된 선교본국의 교회와분리하여 흑인들로 구성된 교회를 형성토록 결정하였다.

그 이후로 남아프리카의 교회는 흑백이 인종에 따라 분리된 교회로 유지되어

왔다. 흑백 교회간의 일치는 인종분리정책의 철폐를 위한 투쟁 가운데서 강화

되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흑백 교회간의 연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인종분리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로, 인종분리정책의 신학적 근거는 모든 종족이 그 정체성을 가지

고 이를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이 우월한 힘을 이용하여 자신

들을 보호하기위해 흑인들을 격리한다면, 그것은 흑인들의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 된다.

둘째로, 이러한 인종분리정책으로 소수에 해당하는 백인공동체가 다수

에 해당하는 흑인, 유색인종 및 인디언을 지배하게 되었고, 다수의 흑인과 유

색인종, 인디언의 생활을 곤경으로 몰아 넣었다.

셋째로, 어떤 상황이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호

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는 것과 반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무조

건적인 폭력을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인종분리정책은 이러한 폭력적인

상황을 야기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넷째로, 인종분리정책은 단순한 백인에 의한 흑인의 억압이 아니라 문

화 전체의 문제이다. 백인들에게는 군림하는 자로서의 인간성을 심어주게 되

며, 흑인들에게는 게으름과 노예근성을 심어주게 된다. 문화 전체에 반 인간성

을 고양시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인종분리정책에 대하여 남아프리카의 교회들은

남아프리카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하여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여 왔다. 최초에

는 남아프리카의 교회들은 인종분리정책에 대하여 적극적인 지지의 견해를 갖

고 있거나 무관심하였다. 1966년과 1976년에 네델란드의 세 개혁교회들은 남

아프리카의 인간관계 와 성경에 비추어 본 인간관계와 남아프리카의 상황 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인종차별정책을정당화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60년의 샤

프빌사건과 1976년의 소웨토사건을 거치면서 교회는 적극적으로 인종분리정책

의 철폐를 위하여 노력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의한 기성 구조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신학적인 범주들을 사용된 것에 대하여 반성하였다. 인종분리정책의 결

과로 야기된 교회의 심각한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하였다.

1968년 남아프리카 교회협의회(SACC)는 남아프리카의 기독교학회(CI)의

협력을얻어 남아프리카 백성에게 주는 메시지 라는 문서를 내어 놓았다. 이 문

서를 통해 분리에 의한 발전 이라는 이념과 정책은 복음과 상충되고 기독교에

대하여 적대적이라고 선언하였다. 이 협의회는 1972년 인종차별과 교회라는 교

회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여, 남아프리카 내의 각 교회들에게 인종문제에 관

한 신앙고백서나 신학선언을 작성하도록 권고하기도 하였다. 1974년에 비백인

의 네델란드개혁교회 목사들이 부료델크링(Broederkring)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곧 평신도들도 여기에 가담하였다. 부료델크링은 1979년

에 신앙고백을 발표하여 억압받는 자들 편에 서서 자신의 의를 위하여 끊임

없이 투쟁하고 있는 하나님의 해방시키시는 행동들에 대해 증언하였다. 1981년

에는 남아프리카흑인개혁교회연맹이 창립되었다. 같은 해 백인들로 구성된 남

아프리카장로교회(PCSA)는 남아프리카 교회의 신앙선언 을 발표하여인종차별

정책의 이념과 실천에 반대하여 성경적 신앙을 명쾌하고도 포괄적으로 표현하

는 교회적 혹은 에큐메니칼한 신학적 성명을 갖게 되었다. 이 신앙선언은 인종

차별정책을 인종차별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요, 이상이라고 주장

하는 (것은)이념적 이단으로 규정하였다.

3. 대만(자유중국)의 상황과 대만장로교회의 신앙고백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로서 고통을 당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는

중국에귀속되었고, 중국이 공산화된 뒤로는 대륙으로부터 피난온 장개석 정권

에 의하여 지배를 받았다. 대륙으로부터 이주해온 15% 미만의 인구가 대만 원

주민을 지배하게 되었다. 대만의 기독교회는 1885년에 시작되었고, 그 중 대

만장로교회(PCT)가 20만 명의 회원과 천 개의 조직된 개 교회를 갖고 있는 가

장 큰 교회이다. 이 교회는 1955년과 1965년을 전후하여 급격히 성장하였으

며, 그 개 교회들의 2/3가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 설립되었다. 교인은 대부분

대만 원주민이며, 이들이 대만 토착어로 번역한성경은 1975년에 정부에 의

하여 압수되기도 하였다. 대만 장로교회 총무 카오(C.M.Kao)가 다른 인물

들과 함께 1980년에 투옥되기도 하였다. 대만 교회는 원주민들의 정치적 소외

와 인권의 탄압에 대하여 선교적 관심을 갖고 있고, 중국과 대만 정부, 그리

고 미국 사이에서 국제정치상의 흥정거리로 전락한 대만의 처지에 관하여 분노

하는 대만인들의 정서를 대변하여 왔다.

이 대만장로교회는 1970년 초에 조국인 섬의 운명이 위태롭게 되자 신앙

고백을하였다. 대만장로교회의 지도자들은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 세상을 주

장하시는 예수그리스도의 주권에 대한 신앙이요, 이에 대한 신앙고백이라고 하

는 사실을 일관성 있게 강조하였다.

우리의 국가적 운명에 관한 공식적인 성명 (1971)은 비록 대만원주민과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 이주해 온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경에 의한통치를 거부하며 대만에서 평화롭고 자유롭고 정의롭게 살기를

갈망하며 대만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대만을 국제 정치상의 흥정

의 희생물로 삼지 말 것을호소하고 있다. 우리의 호소 (1975)는 대만 사람들

만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신앙의 자유의 문제, 국제관계의 고립의극복의 문제, 정부와 교회 사이의 신

뢰의 문제, 대만에 사는 모든 사람의 화해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교

회가 정의에 대한 관심을 정직하게 표현할 것, 교회의 일치를 증진시킬 것,

교회의 독립을 위하여 힘쓸 것, 전세계 교회들과 긴밀한 관계를 수립할 것,

사회정의와 세계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장한다. 인권에대한 선언

(1977)은 미국의 대통령과 모든 관계국 및 온 세계의 교회들에게 대만 국민의

안보와 독립과 자유를 보장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세 신앙고백적 성명들에 이어서 대만 장로교회는 신앙고백(1979)

을 발표하였다. 이 신앙고백(1979)은 간략한 문장을 통하여 삼위일체 하나님

께 대한 신앙과교회가 하나님의 계약공동체임을 확인하고 있다.

4. 나오는 말

이상으로 남아프리카와 대만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독교회들

이 어떻게 그들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는가를 간략하게 살펴 보았다. 우리는

이들 교회들 뿐만 아니라 제3세계에 속한 모든 교회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

다 적절하게 그들의 신앙을 신앙고백의 형태로 증거하여 온 것을 알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회는 그들이 처한 소수종교로서의 기독교회들이 서로 일치하고

협력하는 방법의 하나로 신앙고백을 하여 왔다. 1967년에 인도네시아 교회협

의회가 창립될 때 그들은 신앙의 공통이해 라고 하는 신앙고백을 발표하였

다. 이 신앙고백은삼위일체 하나님과 교회, 말씀, 성례전, 교회의 직분과 치

리, 죄의 용서와 기독교적소망, 그리고 정부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1979년에

카로-바탁 개신교회는 그들 나름의 개혁주의 신앙고백서인 기본적인 고백을

채택하였다. 이 고백은 대단히 간단하고실천적이며, 부족 종교로부터 20세기의

현대 사회로 옮겨 온 카로 민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또, 토라쟈 교회는

1973년에 좀 더 정교한 교리적인 용어로 쓰여진 정통개혁신학적 성격을 반영

하는 신앙고백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제3세계 교회들의 신앙고백운동은 제3세계국가에 대한 침

략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들의 교회도 변화시키고 있다. 제3세계 교회들의

노력이 피침략국가들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1956년 일본의 그리스도 연

합교회는 신앙고백서를 발표하여 교부들의 신앙고백에 따른 그들의 신앙을 간

략하게 표현하였다. 동시에그들이 과거에 저지를 죄과를 사죄하는 성명이 발

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의하여 교단 창설 25주년이 되는 1966년에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의 신앙고백 을 채택하였고, 이를 1967년 부활절에 발표

하였다.

우리는 이와 같이 교회들이 그들의 정의와 사랑, 일치의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따라 때때로 신앙을 고백하여 온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께 대한 신앙

을 고백하여야 하는 상황(status confessionis)에 처하게 될 때 우리의

신앙을 담대하게 고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때로 그 고백으로 말미암아

십자가를 져야 할 때도 역시우리의 십자가를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