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갱신의 과제와 방향

오 성 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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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신학 전공

Ph.D.Chicago

장신대 목회학박사원장

Ⅰ. 교회갱신의 4가지 주제

몰트만은 교회의 본질에 관하여 본훼퍼(Dietrich Bonhoeffer)의 저술들을 요약하면서 다음의 4가지 요소들을 지적하였다:

1. 교회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의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진리의 근본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독교진리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회구조의 활동과 실체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 교회생활은 목사와 평신도의 진정한 인격이 형성되고, 재형성되며, 표현되는 하나의 현장이다.

3. 교회는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 이상이다.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신, 하나의 성격을 갖는 공동체이다.

4. 하나님의 통치는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인간의 진정한 인격이 형성되는 것도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 안에서이며, 더 큰 사회구조라는 실체의 정신은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을 통하여 인간 개인의 정신에 감정적인 영향을 미친다(Moltmann, 1967, 21-94).

이제 4가지 주제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 기독교 신앙의 사회적 의미

기독교 지도자들은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자기가 이해하는 바에 따라 기독교 진리들을 교회와 사회와 개인들에게 적용한다. 대체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개인주의적 가정하에서 목회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을 변화시켜 세상에 나가 선하게 살게 하면 이 세상도 선한 세상으로 바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리와 신학은 개인의 신앙과 개인 행동의 지침을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기독교 진리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믿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기독교 신앙 이해는 몇 가지 방향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로 하나님의 통치의 신학에서 볼 때 개인주의적 신앙 이해는 기독교 진리의 부분적 이해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개인을 지해하시는 주권자이실 뿐 아니라 제도적인 교회와 인간사회,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온 우주를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개인들뿐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회개를 촉구하시며, 온 우주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순종하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다. 희망, 수용, 화해, 언약 등의 신학적인 진리들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교회제도, 자연환경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진리이며, 사회구조와 교회제도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희망을 생산하며, 화해를 위해 노력하므로 하나님께 순종하여야 한다.

두번째로 희망, 수용, 성육신, 화해 등의 신앙진리들은 사회구조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 희망은 인간이 본래적인 성품 속에 함양되는 덕목이라기 보다는 사회구조 속에서 창조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구조는 인간의 삶의 장이요, 인간은 그 속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희망적이 되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삶의 장이 절망을 주는 갖가지 상황으로 가득하다면 아무리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자라도 그 속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구조 자체가 인간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절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구조가 악하고 비인간화시키는 구조일 경우에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아무리 개인적으로 선하고 순결하다고 할지라도 구조의 영향을 받아 희망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제도 속에서 수용을 경험하기도 하고 거절당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사회구조 속에서 화해를 격려받기도 하고 소외를 당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뜻과 역사는 사회구조 속에서 왜곡되기도 하고 영광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은 개인들에게만 지향되어야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사회의 모든 구조에게도 지향되어야 하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이 땅위에 있는 개인들에게만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이 땅위에 있는 모든 제도, 기관, 조직, 구조들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세번째로 교회제도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사회조직은 그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형태의 권력을 사용하여 정치하며, 결정과정, 정보전달방법, 상호관계의 원칙들을 개발하여 사용한다. 교회도 다른 모든 사회제도와 같이 하나의 조직이다. 교회는 다른 구조들과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는 자체로서 독자적인 기원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초월적인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생명을 가질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도 하나의 인간의 이익과 헌신을 표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인간의 제도라는 점에서는 다른 사회제도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들로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통해서 자기들의 관심과 헌신과 신앙을 표현하려고 한다. 교회도 사회의 다른 모든 제도들과 같이 상호의존적으로 살고 해석하고 표현한다는 존재이다. 어느 교회든지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임과 동시에 인간들이 만든 인간들의 제도이다.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임과 동시에 인간들이 만든 인간들의 제도이다. 그 제도는 언제든지 인간들의 가지고 있는 확신과 헌신과 관심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교회제도-교회의 기구조직, 의사결정과정, 관계원리, 정보전달, 상호관계등-는 기독교신앙를 바르게 표현하고 있는가? 교회제도 자체가 기독교 신앙표현에 장애를 주고 있지 않는가? 교회의 제도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기독교 진리는 개인들이 믿고 받아들여야 하며, 개인들에게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에도 적용되고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끊임없는 개혁이라는 개혁교회의 전통은 개인들의 개혁뿐 아니라 교회제도의 끊임없는 개혁과 사회제도의 개혁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네번째로 교회제도는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니다. 그 제도 속에 힘과 권위가 있으나 도덕적인 가치는 결여될 수 있다. 교회는 어떠한 목표들과 목적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 목표가 질에 있어 천박하고 자기 중심에 차있고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 여러가지 형태의 권위와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교회의 제도는 어떤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중용하고 다른 사람들은 배제시킬 수 있다. 교회의 자체가 희망을 거절하고 화해 보다는 분열을 선택할 수 있다. 지도자들의 조작, 교인들의 권태, 청년들의 적대감, 새로운 신자들의 소외감등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교회 제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진리는 이러한 교호의 현실들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상황들, 관계들과 과정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헌신들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이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희망, 수용, 화해와 같은 기독교 진리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기독교인들은 언제나 초월하신 하나님의 진리에 서서 현실상황을 있는 그대로 복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기독교진리가 무엇임을 식별하고 이 상황을 개혁하는 자들이다. 기독교 신앙은 개인적인 의미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상황들을 성찰하며, 판단하며, 지도하며 개혁하는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진정한 인격형성의 장으로서 교회

본훼퍼는 인격이라는 의미자체가 사회성 공공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인격의 진정성 여하의 판단도 사회성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Bonhoeffer, 1961, 227). 월리 교수(Robert Worley)도 인격의 전정성은 항상 사회성의 그물(net of sociality)안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Worley, 1983, 105).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고독 가운데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 상황 속에서 인격의 진정성이 발견된다고 동의하고 있다. 교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사회성의 그물속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교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교회의 제도와 실천속에서 자기의 인격에 중대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교회가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의해서도 인격이 형성될 수 있지만 그 보다도 교회 생활의 모든 것, 예를 들면 교회의 지도력 스타일, 권력의 형태, 의사결정과정, 상호교제등이 직접적으로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회생활이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첫째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생활의 성격을 깨들을 때에 그것이 그 개인에게 영향을 주어 인격형성의 과정에 들어서게 만든다. 즉 교인들은 교회안에서 자기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정보들을 받으며, 그 정보는 그 교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말이다. 그 교인이 자기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들과 목표들과 가치들과 다른 정보들을 받았을 때 그는 이 정보때문에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관점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실재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받은 정보가 정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받았을 때 그 사람은 그 정보때문에 시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교인들은 교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떤 정보들을 받고 있을까? 목사들과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교회의 제도들과 과정들이 교인들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있으며 어떤 시각의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교인들은 초월하신 하나님의 시각에서 자기와 교회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얻고 있을까?

두번째로 교회생활은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현존안에서 이웃을 만나는 장을 제공한다. 예수님은 "두 세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20)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믿는다(고전12:27, 엡1:23, 4:12, 골1:24등).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나와 너의 만남은 곧 하나님의 현존의 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현존안에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였음을 의미한다. 거기에 임재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며, 무슨 말씀을 하실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 그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만나고 있는 바로 그 이웃을 지고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그 이웃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자로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요 하나님은 그를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시며, 그를 위하여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죽게하셨다. 우리와 만나는 이웃은 우리가 보기에 평범하고 한시적인 존재에 불고하나 하나님은 그를 존귀한 존재로 만드시고 있다(Barth, 1918, 452).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생활에서 하나님이 존귀하게 만드신 이웃을 만나며 그들과 교제하며 자기의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렇게 해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정한 인격을 형성하는 장이 되는 것이다.

세번째로 교인들은 자기들의 목표를 가지고 교회에 들어온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희망과 기대와 관심과 욕망과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교회에서 이 교회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교회를 향한 목표를 갖는다. 교회는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목표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실제로 교회는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들을 처리하는 여러가지 구조들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여러가지 권력의 형태들을 사용하여 교인들의 목표들을 수용하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타를 치면서 복음송가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깊이 감동한 청년회가 자기 교회에서 기타치면서 복음송을 교인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할 때에 당회는 청년들의 욕구나 헌신이나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성하고 경건한 교회에서 딴따라판에서 치는 기타는 웬말이냐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하자. 당회는 지금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중세봉건영주들이 개발한 독재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에 청년들은 자기들의 선한 뜻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욕구를 거절하는 교회에서 자기의 인격이 무시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날 때 교인들은 교회에서 진정성있는 인격을 개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새신자 관리를 위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새신자가 교회에 들어올 때 그들을 교리화시키는 제도와 과정은 있으나 새신자들이 가지고 온 목표들을 나누게 하게 경청하고 수용하여 교회의 정책에 반영하는 새신자 훈련프로그램들을 별로 보지 못한다. 새신자들 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교인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며, 그것들이 교회의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표현되기를 원한다.그 뿐 아니라 교인들은 누구나 교회를 향한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의식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교인들은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가 어떠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 교회가 어떻게 변하여야 할 것인지, 또는 자기가 이 교회를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할 것인지등의 아이디어와 욕망과 기대와 관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인들의 목표가 부담없이 나누어지고,들려지고, 수용되고, 반영되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 이처럼 교회의 제도는 개인들의 목표와 기대와 관심과 헌신들을 무시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존중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한다. 이에 따라 교인들의 진정한 인격은 형성되기도 하고 침해를 받기도 한다. 결국 교회는 진정한 인격을 형성하는 장이 될 수도 있고 비인간화시키는 현장이 될 수도 있다.

3. 집단정신을 갖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길키(Random Gilkey)는 그의 저서 Shantung Compound에서 세계 제2차 대전시 산동반도에 소재한 일본포로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아주 조그마한 방속에 9-11명이 수용되어 거의 질식상태에 있었다. 그들은 선하고, 교육을 많이 받고, 고상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로 중국에서 기독교 선교에 힘쓰던 분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룹이 되어 수용소에 수용되었을때에 그들은 잠자리 때문에 끊임없이 싸웠다. 조그만한 공간이라도 어 차지하려고 바둥거렸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을 그처럼 강조하던 사람들이었다.

한번은 미국 적십자사에서 1500개의 음식소포를 보내왔다. 일본인 간수들은 미국인에게는 1½개의 소포를 분배하고 미국인이 아닌 포로들에게는 1개의 소포를 분해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인들 대부분은 이 결정을 분노하여 미국적십자사에서 보낸 것이니 다른 나라 사람에게 주어서는 안되고 미국인들에게만 소포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인들에게 7½개씩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그들도 모두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었으나 사회적인 집단이 되었을때에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로 변하고 말았다.

사회집단은 개인들이 집합체가 아니다. 사회조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격 또는 정신을 갖는 유기체이다. 모든 가족들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부모와 자식들과의 관계, 의사 결정과정, 자녀양육의 방법과 우선순위,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관심, 헌신등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가족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지교회든지 자세히 관찰해 보라. 그 교회의 당회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 그 교회의 기대와 관심, 가치와 규범, 지도력의 모형과 성격, 우선순위결정과 프로그램선정등에 교회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심지어 교회안에 있는 교회학교의 운영까지도 특성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교회의 성격은 목사들과 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독교신앙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에도 영향을 주어 꼭같은 성경의 가르침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깨닫고 이해하게 만든다.

우리는 수 많은 교회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교회는 침체되고 폐쇄적이다.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성경공부도 없으며, 실천도 없다. 다른 교회는 양극화 되어 있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그렇지 않는 교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서로 다른 집단을 듣지도,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오직 자기들의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또 다른 교회는 극소수집단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모든 정보를 지배하며, 자신들의 신학적, 사회적, 경제적 이익유지에 집착한다. 또다른 교회는 개방적이요 새로운 사고개발에 힘쓰며, 환경의 도전에 탄력성있게 대응하며, 신선미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모든 교인들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전교인을 교역자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교회들은 각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성격은 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교회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또는 조직을 중심으로 모인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유기체로서 성격, 인격, 그리고 분위기를 가지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교회는 교인들에게 여러가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교회의 성격은 교인들이 교회에 어떠한 기대를 가지게 하고 자기들의 헌신을 바치는데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어떤 교회에 들어온 새신자는 그 교회에 충성하고픈 마음을 가지며, 어떤 교회는 새신자들에게 전혀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목사의 설교가 어떠하냐에도 관계되지만 더 크게는 그 교회의 분위기에 의해 좌우된다. 또한 교회의 성격은 교인들이 메시지를 받고 이해하고 깨닫는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교회제도는 무언의 교사이다. 교인들은 교사와 목사들에게 배울 뿐 아니라 교회제도가 주는 분위기와 성격에 의하여 더 많이 배운다.

교회조직의 "분위기", "성격" 그리고 "정신"등의 용어는 과거에 별로 사용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한 것들이 교회조직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교회는 성도들의 의무, 과제, 목표 달성, 예산 확장, 새신자 전도, 예배 회집수 증가, 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에 중요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교회조직의 성격이나 정신에 관해서는 별로 질문하지 않았다. 우리는 교회의 분위기와 교인들의 교회 활동 참여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왔다. 목사가 설교만 잘하면 모든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산 감소, 예배 회집 인원 감소, 제직회 모임에 무관심 등은 목사의 설교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이 교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불신, 소외, 적대감, 훼방적인 행위, 무관심, 교회 집회 결석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인 개인 설득, 설교 준비 철저, 개인적인 훈련 등에 초점을 모으고 있으며,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을 개혁하는 데에 소홀하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인들의 신앙을 점검할 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를 점검하여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은 교인들의 신앙을 위축시키고 있는지 혹은 향상시키고 있는지, 교회의 성격과 분위기는 기독교 신앙의 가시적 표현이 되어 있는지, 교회는 제도와 기관조직들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로 가득해 있는지 등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는 역사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분위기가 현재의 과정과 제도 속에 살아있다. 이것은 현재 교인들의 가치와 신앙 헌신 속에도 살아있다. 교인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교회에 오는지, 교회의 지도력이 어떠한 스타일인지 하는 것도 그 교회의 과거의 성격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의 성격은 그 시대의 성도들이 그 시대 상황에서 기독교 진리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당시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진리에 입각하여 교회라는 제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오늘 그 교회에 새로이 부임한 목사가 그 교회를 보면서 고리타분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해도 그것은 과거 그 교회의 신앙 표현 과정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목사가 그 교회의 제도를 개혁하려고 할 때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점은 먼저 그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오늘 이 시대를 향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뜻과 진리를 어떻게 이 속에 구현시킬 것인가를 탐구해야 할 것이다.

4. 하나님의 통치의 증거로서 교회생활

기독교 교리의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인격형성에 있어서 교회 생활의 영향, 그리고 교회가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성격과 분위기를 가진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통치가 교회생활을 통해서 가시화되어야한다. 하나님의 통치 또는 인간생활 가운데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는 초월하신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사회적인 삶과 윤리적인 실천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이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통치는 가장 구체적인 삶의 실천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때 하나님의 통치는 무의미한 것이다. 기독교는 진리와 성경과 교회역사들을 알고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지식과 믿음이 신앙생활의 근원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삶가운데서 순종으로 실천되지 않을 때 기독교 진리는 의미를 상실한다.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주님 되심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삶이다. 하나님의 희망, 수용, 그리고 화해 등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실체들이다.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받아들이고 믿어야할 교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희망과 수용과 화해를 구체적인 삶 속에서 드러내 보일 때에 하나님의 현존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시화된다.

교회생활은 기독교진리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제도적인 생활과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교회생활은 하나님의 통치를 증거한다. 하나님께서 교회의 주님이 되신다면 교회의 제도 속에 하나님의 진리가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기독교신앙이 그 속에 가시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간에 막힌 담을 헐고 원수되었던 자들을 십자가로 하나로 만드시는 화해의 주님이시라고 한다면, 교회 생활 가운데서 원수들이 하나가 되고 막힌 담이 헐리는 구체적인 사건들아 나타나야 할 것이교, 교회의 모든 제도와 기관은 하나님의 화해를 증거하는 수단이 되며, 하나님의 화해를 조장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회론은 이처럼 교회의 모든 사회생활과 윤리실천에서 하나님의 진리들이 가시화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데서 그쳤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가 구체적으로 기독교신앙과 진리를 교회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교회지도자들과 목사들의 가정은 기독교진리를 개인들에게 가르치면 개인들은 그 진리를 받아들이고 순종하여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가정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여기에 첨가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위에 언급한대로 교회가 하나의 분위기와 성격을 가진 공동체로 거기에 속한 개인들에게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교회제도 자체를 기독교 진리화해야 할 것이다. 교회제도 - 기구조직, 과정, 그리고 내용 - 가 기독교화될 때에 교회는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요 그 속에 생활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교회는 기구조직과 과정들을 통하여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나가는 제도이다. 교회는 교회에 들어오는 새신자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들과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교회를 위한 목표들을 나누고, 듣고, 수용하고, 반영시키는 기구와 과정들을 창조하고 사용한다. 교회는 교인각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과 능력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과정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는 방향설정, 목표정립, 프로그램 선정과정에서 소수의 엘리뜨 중심 결정과정을 사용할 수도 있고 전체 교인들이 의사를 발표하고, 자기의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의사결정과정을 개발할 수도 있다. 모든 정보가 전체교회에 열려지고, 결정과정이 투명하게 모두 교인들에게 공개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의 기구조직과 과정들이 교인들을 존중하고 개인들 간의 차이들을 인정하며, 각자의 독특성을 따라 그리스도를 머리로하는 그리스도의 몸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약하면 교회의 제도는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기독교신앙의 표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결국 교회제도 자체가 하나님의 진리와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통치는 불가능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기구조직, 과정들이 기독교진리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끊임없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자기의 교회에서 마저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가지는 관심과 돌봄과 사랑과 정의를 전달하고 표현하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다. 교회의 모든 기관조직 그리고 제도들은 이러한 관심, 돌봄, 사랑, 정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와 기독교신앙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교회의 제도는 하나님의 희망과 화해, 사랑과 정의를 담는 그릇이요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있는가? 교회를 어떻게 개혁해야 이런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통치가 교회생활 속에 가시화되기 위하여 교회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Ⅱ.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몸은 한 지체뿐 아니고 여럿이니 만일 발이 이르되 나는 손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 인하여 몸에 붙지 아니한 것이 아니요, 또 귀가 이르되 나는 눈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니,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맡는 곳은 어디뇨,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셨으니 만일 다 한 지체 뿐이면 몸은 어디뇨. 이제 지체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하지 못하리라. 이뿐 아니라 몸의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하게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것을 얻고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요구할 것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 존귀를 더하사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니라. (고전 12:12-27)

근간에 신구약 성서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하여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본질에 관하여 많은 저술들을 펴내었다. 그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에 관한 연구들은 오늘 교회개혁에 상당한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1. 공동체적인 자기이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적인 교회의 이해이다. 바울은 지체의 순결과 의와 사랑을 이야기하기 전에 몸의 한 부분으로서의 지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울의 강조점은 아주 분명하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니라."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너희가 그리스도의 지체인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12:27, 13, 고후6). 바울은 지체의 존엄성과 가치와 재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몸에 붙어 몸의 지체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본래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 밖에 없는 자요, 나그네요, 이방인이요, 버리운자였으나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됨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하는자가 되었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해서 더욱 분명하게 가르친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절로 과실을 맺을 수 없음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여15:1,4,5).

그리스도인들은 포도나무 가지이다. 예수님께서 강조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지가 되어 야 하느냐에 있지 않다. 가지가 아무리 훌륭하고 싱싱하다고 해도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아니하면 "밖에 버리워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요15:6). 포도나무에 속한 가지에 의미가 있다. 가지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와의 관계에 열매의 비밀이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붙어있는 가지가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인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존재냐? 그는 어떠한 본질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심의 중심이다.

이것은 구약성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백성으로서의 집단 정체성을 중요시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뛰어나고 힘이있고 순결하다고 해도 이스라엘 선민에 속하지 않으면 이방인이요, 버리운자요, 의미없는 백성이 되고만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백성중의 하나이냐 하는 것이다. 개인의 순결이나 신실함 보다도 하나님의 백성에 소속되었느냐 하는 관계성을 더욱 중요시했다. 구약성경에 가끔 훌륭한 이방인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예외적인 것이요, 하나님이 특별한 은총에 의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그가 선택받은 야곱의 족속이요, 이스라엘의 민족이냐 하는 소속과 관계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은사와 성령의 은혜로 넘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개인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나눠주신 것이다. "각 사람에게 성령의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함이라"(고전12:7). 유익하게 하려함이라 하는 헬라어는 oikodorme이다. 이것은 집을 세운다는 뜻이다. 즉 집에는 여러개의 부분들이 있다. 문이 있고, 창문이 있고, 들보와 서까레들이 있다. 예를들면 창문은 그집의 창틀에 꼭 맞는 것을 만들어 달아야 한다. 집주인은 그 창문의 크기를 얼마나 크게해야 할 것인지 설계한다. 창틀은 작은데 창문은 크다고 하면 그 창문은 작은 창문보다 더 값나가는 창문이지만 그 집에는 소용이 없다. 그 집에 맞는 창문이라야 한다. 집을 창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집을 설계한 주인의 뜻에 따라 창문을 그 집에 맞추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이코도메의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자기의 값어치를 따지기 전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무슨 은사, 무슨 재능, 무슨 성결, 무슨 사랑이 있을지라도 그 집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고쳐 그 집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런즉 형제들아 어찌할꼬, 너희가 모일 때에 각각 찬송시도 있으며, 가르치는 말씀도 있으며, 계시도 있으며, 방언도 있으며, 통역함도 있나니 모든 것을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라"(고전14:26. 밑줄은 필자의 것임).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적인 자기이해 위에 윤리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 한국교회의 혼란과 문제는 창문을 집에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집을 창문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령의 은사를 받은 자기를 교회에 맞추어 교회의 덕을 세우려 하기 보다는 교회를 은사받은 자기에 맞추려고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경건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에 힘쓰는 교인이라고 할지라도 교회의 방향과 목표와 어긋나는 개인의 경건과 열심은 오이코도메가 아니라 집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속의 지체로서 자기의 개인을 보아야 하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덕을 세우는 동안에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 지체의 다양성과 독자성의 존중

바울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비유할 때 이것을 통해서 강조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주제가운데 하나는 지체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 지체의 독자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맡는 곳은 어디뇨... 눈이 손더러 이르되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하지 못하리라...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 존귀를 더하사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서로 같이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고전12:12-27).

바울이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교회를 몸과 지체에 비유하게된 이유는 고린도교회에 성령의 은사로 인하여 여러가지 분쟁과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울은 "성령이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고 전제하고 성령의 9가지 은사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몸에 지체는 많으나 한 몸이요, 모든 지체는 몸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자기의 독특한 능력으로 몸을 위하여 봉사한다고 가르친다. 바울은 다시 교회의 은사들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온 몸에 각기 다양한 지체들이 다양한 기능을 함으로 몸을 영화스럽게 한다고 가르친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바울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지체의 다양성이 존중을 받아야 하며, 각 지체들은 자기의 능력들을 발휘하여 몸을 위하여 봉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 교회들은 몸의 모든 지체들이 각기 독특한 기능을 부여 받았으며, 하나님께서 몸의 지체들에게 각기 다른 은사들을 주신 것은 그 은사들을 사용하여 교회의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사명을 다하게 하는 것임을 간과하고 있다. 바울의 은사론을 따르면 교회는 은사받은 성도들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모든 교인들은 자기들이 받은 은사들을 가지고 하나님의 교역(ministiries of God)을 수행하는 교역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교인들이 하나님께 은사를 받았다는 사실(고전7:7, 벧전4:10-11)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교인들을 활용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성취하고자 하신다. 하나님은 교인들 각자에게 은사들을 부여하셔서 그 은사로 하나님 자신이 세우신 교역의 계획을 완성하고자 하신다. 교역자들이 교인들의 차이와 재능과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그 은사들을 활용하는 전교인 교역을 하지 못할 때 하나님의 계획은 그만큼 차질을 빚을 것이다.

목사와 교회지도자들이 가져야할 목회의 비전들 가운데 하나는 모든 교인들이 자기의 힘을 다해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교역공동체이다. 당신의 교회는 전교인들이 자기가 받은 은사를 활용하여 하나님의 교역과 사명을 담당하는 교회인가?

3.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몸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공동체이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라고 함은 교회의 생명이 그리스도에게서 오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목표와 목적을 따라 살며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얼마나 충성하느냐 하는 것이 곧 교회의 생명을 좌우한다. 몸인 교회는 철저히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한다. 머리의 뜻과 생각과 의지가 속속들이 몸인 교회에 성육신하여 교회를 보는 자는 그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뜻과 생각과 능력과 생명을 발견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교회에 성육신하여 현존하신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교회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몸은 아주 다양한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지체들은 각기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도 여러 다양한 지체들이 있고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가는 지체들이 잇다. 왼손이 앞으로 갈때 왼발은 뒤로 간다. 오른손과 오른발이 같이 앞으로 나가면 몸의 균형을 상실한다. 이처럼 수 많은 지체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몸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가진 한 몸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과 기능들을 가진 다양한 지체들은 하나의 공통된 근원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부터 아이디어와 행동명령을 받는다. 지체들 가운데 수 많은 아이디어들과 행위들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것이요, 그리스도의 사역과 삶과 가르침에 근거하여 판단을 받고 방향이 조정되어야 한다. 모든 지체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교회는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서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이 세상에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이다.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몸인 교회의 생명과 능력의 근원이다. 복음서들이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한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능성이 있으며, 어떠한 재능과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어떠한 관계에 있느냐 하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약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요, 사람들이 강하거나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새로운 능력의 사람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의 모든 자랑하는 것들을 분토와 같이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기를 원한다는 말로 고백한다(빌 3:1-11). 그의 가문이나 학식이나 소속이나 윤리적인 순결함이나 그 어떤 것도 바울을 바울되게 하지 못했다. 오직 바울은 그리스도안에 있으므로 해서, 그리스도를 철저히 순종함으로해서 자기됨을 분명히 체험하였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그러므로 바울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생명의 근원이요 자기의 능력임을 힘써 증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어떠한 가능성 때문이나 자기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속하고 그를 순종함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생명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4.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상호의존성

모든 지체들은 개방적인 공동작용을 한다. 이 말은 한 지체가 움직이면 그것은 다른 지체에 영향을 주어 그 지체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몸의 지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기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지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손이 하는 것이지만 이때에 눈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가르치는 것은 입이 하는 것이지만 손て발て눈て귀 등 몸의 지체가 함께 공동작용을 함으로써 가르치는 입의 기능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교회는 모든 성도들이 각기 다른 은사와 기능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자적인 사명을 수행하지만 언제든지 다른 성도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동작용을 할 수 있을 때에 그들의 기능은 최대한의 효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목사와 교회지도자들의 목회의 방향에 중대한 전환을 요구한다. 이제까지 목회자의 훈련중점이 개인들을 제자화하여 파송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들 각자의 기능이 개인적으로는 충분하고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다른 은사를 가진 지체들과의 공동작용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목회자들은 공동작용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서로의 기능을 지원하고 더 완전한 기능 수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즉 교역자들은 개인훈련을 어떻게 시키느냐에 끝나지 말고 교인들이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과정을 창조하여야 한다. 교회의 갱신은 교인훈련의 갱신에서 끝나서는 안되고 교회의 제도자체를 기능적인 제도로서 개혁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에 예수님의 새계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발견한다. "새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 이 계명은 모세의 계명(옛계명)에 대조해서 예수님 자신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이라는 근원적인 차이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예수님이 주신 유일한 계명의 중대성이 있다. 이 계명은 예수님께 받는 사랑을 서로 나누라는 계명이다. 내가 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너에게 나누어주고 네가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내가 나누어 받아야 한다. 새계명은 내가 너에게 사랑을 얼마나 베풀고 있느냐 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네가 받은 사랑을 내가 받을 때에라야 새계명은 완성된다. 너없는 나는 새계명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너와 내가 함께 있을 때에 거기에서 비로소 새계명은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주의적으로 기독교신앙을 해석해왔기 때문에 모세의 옛계명을 예수님의 새계명보다 중시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옛계명은 언제든지 사랑의 주체는 [나]요 내가 하나님과 이웃에게 힘과 목숨을 다해, 그리고 내몸같이 사랑을 베풀면 완성된다. 그러므로 옛계명은 개인주의적으로 해석할 수 잇다. 그러나 새계명은 서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주체는 [나]뿐 아니라 [너]요, 내가 너를 향해 베푸는 사랑뿐 아니라 [네]가 나를 향해 베푸는 사랑을 [나]가 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붙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칠 뿐 아니라(요15:1-8), 곧 이어서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것이라"(요15:12, 요15:9-17참조)고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서로간에 어떠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 가를 정의해 주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안에 있어야 하는 관계적 존재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 서로 사랑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가치와 도덕을 묻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를 묻는자들이다. 내가 얼마나 신실하느냐에 따라 구원이나 열매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형제자매들과 어떠한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구원과 열매가 결정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째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에게 철저히 붙어 있어 순종해야 하며 그리스도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을 공급받아야할 뿐 아니라 그 생명을 형제 자매들과 함께 나누어야만 하는 존재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다른 지체들과 상호의존적으로만 생존할 수 있고 기능과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요, 너 없는 나의 존재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서 생명과 능력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는다. [나]라는 단독자로서는 생명의 사랑이 될 수 없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만 하나님의 생명이 [나]에게 공급된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공동체 속에서 그리고 주의 이름으로 [너]를 만나는 관계를 떠나서는 생명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목회의 근본방향은 개인훈련보다는 공동체 속의 그리스도인들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5. 사명공동체로서 그리스도의 몸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질문에 두가지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혼란을 일으켜왔다. 한 극단은 개인지향적인 교역공동체로 교회를 이해하였고 다른 극단은 사회지향적인 교역공동체로 교회를 이해하여왔다. 어느 것이 성경적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자.

교회를 개인지향적 교역공동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목사와 교인들의 최우선적인 관심은 그리스도인들의 개인적인 생활이라는 것이다. 교회의 교역의 중심은 우선적으로 교회자체를 위하고 그리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들은 교인들의 신앙이 성장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게 되면 그들이 세상에 나가서 세상을 구원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믿는다. 설교, 교육, 예배, 봉사, 교회생활 등의 교역의 목적은 교인 개인개인들을 무장시켜 세상에 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새상을 위한 교회의 교역도 예방적이기 보다는 치유적이다.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들로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문 교역자들과 평신도들의 교역은 우선적으로 교인 개개인의 위기들 - 결혼위기, 노인위기, 청소년위기, 질병위기 등 우발적 위기 - 을 돌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교회지도자들 뿐 아니라 사회의 지도자들도 갖고 있다. 교회는 영적인 일에 전념하고, 교인들이나 돌볼 것이지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예언적이니 하는 이유로 간섭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교회의 모든 교역(ministiries)들은 하나님이 그처럼 사랑하시고 예수께서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시기까지한 개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와 반대로 교회를 사회지향적 교역공동체로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통치하시느냐에 교회의 일차적인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인 질병의 예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질병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하나님이 세상을 돌보시며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증거하기 위하여 증상보다는 근원적인 뿌리를 찾아 해결하는 일부터 먼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인적인 위기들을 치료하는것 보다는 사회적인 위기예방에 힘쓴다. 그래서 그들은 전통적인 개인지향적 교역을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통적인 교역의 중점은 교회자체 유지에 급급하고 하나님이 그처럼 사랑하시는 세상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지향적인 교역은 농업사회에나 알맞는 것이요, 오늘과 같이 테크놀러지와 조직사회에서 그런 방법은 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늘같은 산업구조사회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개인일지라도 그 구조에 별로 영향을 끼칠 수 없고 오히려 그 개인이 이 구조의 희생물이 되고만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러한 분열과 양극화가 교회안에 그대로 존재한다면 교회는 힘을 잃고 생명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마12:25). 우리가 계속하여 양극화된 교회의 교역이해 가운데서 혼란에 빠지게되면 우리는 중풍병환자처럼 움직일 수 없을 것이요, 그리스도의 몸은 생명을 잃을 것이다.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몸은 언제나 두개의 초점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자기자신이요, 그 하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이것을 바울의 그리스도의 몸의 신학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울의 관심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첫째로, 그는 생명이 넘치는 몸과 상호의존적으로 기능하는 지체들에 관심을 갖는다. 이 몸은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모든 지체들의 기능을 촉진하며, 모든 지체들의 공동작용에 근거하여 생존한다. 몸은 자기에게 속한 모든 지체들을 하나하나 돌본다. 몸은 여러 다른 지체들을 하나로 무시하지 않고 그 필요에 따라 먹이고 지원하며, 지탱시켜나간다. 몸은 근본적으로 자기지향적이요, 개인지향적이다.

그러나 바울은 사명공동체로서의 교회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사실 교회의 본질과 행위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역의 연장이다. 그리스도의 몸의 모든 지체들은 서로 협동적으로 역사하여 세상을 양육하고 변화시키고, 판단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기능과 사명을 받았다. 몸은 세상 속으로 보내어진 몸이다. "예수께 나아와 너희도 산돌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벧전2:4,5). 교회는 "택함을 받은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다(벧전2:9). 그 뜻은 교회 자체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교역의 사명을 수행하도록 부름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속에서 하나님의 뜻과 사역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왕같은 제사장이다. 교회는 세상을 치유하며, 세상을 위해, 희생하며, 세상을 화해시키고 구속하며, 세상을 판단하고 방향을 바로 세워나가는 왕같은 제사장 집단이다.

교회의 선택은 개인지향적이냐 사회지향적이냐 또는 교회 자체를 위해서냐 세상을 위해서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자신을 위하며 동시에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어느것이 우선적이냐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몸의 유지와 함께 그 몸으로 세상을 위해 섬기기를 원하신다.

Ⅲ. 제도적인 교회 - 그리스도의 몸의 가시적 표현

제도적인 교회는 헌법과 일정한 규약들, 통치기구, 과정들, 그리고 사람들로 구성된 역사적 실체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안정된 조직구조가 없이는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 교회에 책임있는 직책들과 합당한 절차를 거쳐 인준을 받은 여러가지 기관 조직들이 없다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신앙과 헌신과 희망의 공동체 속에 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합당하게 응답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세상 속에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초대교회에서부터 교회는 항상 제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는 목사들을 위임하고, 신앙고백을 받아들이고, 공중예배의 모범을 채택하고, 일정한 법적인 규범들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분명히 하나의 제도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신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안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생명이요, 또한 성령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외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가시적인 제도적 교회가 교회의 실체의 한 측면인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교회는 더 깊은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에 근거한다. 성령의 교제가 가시적인 제도의 네트워크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수많은 교부들은 그리스도의 은혜 가운데서만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령안에서의 신비한 교제라는 교회의 이미지들을 제도적인 교회속에서 하나님의 신비적인 현존과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들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회의 제도적인 측면과 신비적인 측면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제도적인 교회는 어떠한 의의를 갖고 있을까?

1. 그리스도의 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제도적인 교회

제도로서의 교회를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과 제도적인 교회가 자기들의 청조성을 질식시키고 자기완성과 자기표현을 방해하기 때문에 제도를 없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 자신들도 제도를 만드는 인간들 보다 인간이 만든 제도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는 하나의 제도를 만들지 않고 자신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목사들 가운데 제도적인 교회 때문에 심한 갈등과 고통을 경험한 이들은 제도적인 교회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도적인 교회가 사라져야 진실로 기독교신앙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급진적인 신앙단체들 가운데는 아무런 구속이 없고 자유롭게 신앙을 표현할 수 있으며, 뜨거운 신앙으로 한 마음을 품어 모이는 소그룹이 진정한 기독교신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천진스러운 생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생각은 실천적으로도 위험스러운 발상일 뿐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교회가 제도적이어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교회제도가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냐 그리스도의 가시적인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냐이다. 그러므로 목사와 평신도들은 교회제도가 가시적인 그리스도의 몸이 되도록 끊임없이 제도적인 교회를 성찰하고 판단하고 지도할 수 있는 신학적인 원리들과 실천적인 방법들을 준비하여야 하며, 그래서 교회의 조직을 개혁하고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갈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1) 제도의 필요성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4권을 시작하면서 예수님께서는 이미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셨으며, 우리는 '복음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구원과 영원한 축복의 참여자가 되었다고 선언하면서, 그러나 우리의 무지와 나태와 변덕때문에 우리 안에 믿음의 씨가 심겨지고 그 믿음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Inst.Ⅳ, 1,1). 하나님은 무지하고 게으르며, 진리에 불순종하는 우리에게 외적인 수단을 준비해서 그 안에서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그 안에서 지탱을 받도록 하셨다. 이러한 목적으로 하나님은 믿음을 일깨우는 복음을 교회에 맡기셨다. 칼빈은 이 보배를 교회의 가슴속에 담으셨다고 이야기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세우신 제도이다. 교회는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가운데 자기의 일을 성취해 나가시는 수단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위탁하신 섬김과 교회에게 맡기신 그분의 일을 수행해 나가신다.

칼빈은 교회를 어머니로 표현하고 어머니인 교회가 없이는 신앙이 자라날 수 없다고 선언한다 :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가시적인 교회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어머니"라는 단순한 명칭을 배우는데서 부터 시작하자... 이 어머니가 우리를 자기의 태에 잉태하고, 우리를 낳고, 자기의 젖으로 먹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명이 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 썩을 육신을 벗어버리고 천사와 같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우리를 돌보시고 지키시며 인도해주시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에게 생명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사야(사37:32)와 요엘(요엘2:32)이 증거한 바와 같이 어머니의 품을 떠난다면 어느 누구도 죄용서와 구원의 소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언제든지 재앙이다(Inst.Ⅳ, 1, 4).

제도적인 교회는 신학적인 각도에서 뿐 아니라 사회학적인 각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학자들의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어떠한 운동이든지 제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는다면 효과있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래 지탱할 수도 없다고 한다(Worley, 1983, 63). 이상주의적인 운동이든지, 이단운동이든지, 항의그룹이든지 어떠한 운동이든지 기존제도권 속에 들어오든지 또는 제도화시켜 제도 속에서 그 운동을 구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 운동이 어떤 조직 속에 들어온다면, 그 운동의 정신과 비전과 확신은 그 조직을 개혁시킬 것이요, 그 운동은 조직을 통하여 헌신과 관심을 극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기구조직, 관계요청,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그 운동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이념들은 그 운동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과 조직들에게 최대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도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참여와 사회개혁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이 제도적인 교회 가운데서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우리는 교회가 하나의 제도이며, 제도적인 활동을 통해서 교회의 신앙과 가치와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로마카톨릭교회는 최근의 연구에서 제도로서의 교회는 기독교신앙의 육체화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이러한 연구에 따라서 기독교신앙의 구체적인 표현이 되도록 기구조직을 개혁하고,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갱신하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이들은 신구약성경을 연구하면서 하나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의 역할과 기능을 신선하게 이해하고 교회의 의미를 재정의하였다. 그들은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제도적인 교회의 활동을 반성하면서, 로마카톨릭교회의 개혁에 중대한 자극을 주었다. 이제 우리도 제도적인 교회를 개혁하여 변화하는 세상에 진정성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가치쎈타가 될 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제도적인 활동 하나하나가 기독교신앙의 가시적인 표현이 되게 하며,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제도적인 교회 속에 육체화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리스도의 현존과 제도적인 교회

칼빈은 어머니로서의 교회를 설명하면서 제도의 활동 속에서 임재하여 역사하시는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제도는 지극히 객관적인 실체이지만 하나님은 객관적인 실체인 제도의 활동 가운데 현존하여 신비적인 역사를 성취하신다. 즉 칼빈은 제도로서 교회가 줄 수 없는 것들이 제도의 활동 속에서 일어난다고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칼빈에 따르면 우리가 제도적인 교회의 품속에 있으면 진리는 항상 우리와 함께 거한다 :

우리는 이런 약속들이 우리에게 적용된다고 믿는다 : "시온에 구원이 있을 것임이요"(요엘2:32, 오바댜17절-한글성경은 다르게 번역되었음 : 역자주); "하나님이 그 성중에 거하시매 성이 요동치 아니한 것이라"(시46:5). 교회에 속하는 것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Inst.Ⅳ, 1, 3).

하나님께서는 이 놀라운 보배를 질그릇 속에 담아 놓으셨다(고후4:7). 하나님 자신이 우리들 가운데 현존하여 계신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이 자기의 몸인 제도적인 교회 가운데 임재하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바로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칼빈은 구약성경을 인용하면서 시온산과 예루살렘성에 거하시면서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바로 제도적인 교회가운데서 성취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교회가운데 현존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 자신이 인간의 제도를 그리스도의 몸이요 진정한 교회로 만드시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도 속에서 제도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우리는 질그릇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영적인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으로 교회가운데 현존하시는가?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예수님이 제정하신대로 집행되는 그 곳에 성령이 임재하여 은혜를 베푸신다고 가르친다(Inst.Ⅳ, 1, 9).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전의 집행은 열매를 생산하고 하나님의 복을 가져온다. 하나님은 이 두가지 가시적 수단을 통하여 우리 위에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 안에서 역사하신다. 그러나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를 깨우치시고 은혜받게 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교제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느냐 하는 점은 신비에 속한다. 다만 어떻게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성령과 교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칼빈은 성령의 역사로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수준으로 내려오실 수 있고 동시에 말씀과 성례를 통하여 그리스도는 성령안에서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있다고 믿는다(Inst.Ⅳ, 14, 8)성령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며 동시에 우리의 인격의 통일성을 보존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통합되어 버리거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 인격 속에 용해되어 버리시는 분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교제하며 관계를 갖게 만드시는 분이시다. 말씀과 성례는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맺게 하시는 성령역사의 현장이다.

성령은 말씀과 성례를 통해서 우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문을 여신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은 타락으로 왜곡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예수님을 우리 안에 받아들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이나 육체적인 어떤 기능들도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성령께서 우리의 심령을 열고 그리스도께서 거기에 들어오실 수 있게 만드신다. 믿음이란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받을 수 있게 우리의 심령 가운데 창조해 주신 수용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의 심령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과 교제한다. 우리의 믿음은 그 자체로서는 빈 그릇에 불과하다. 오직 성령께서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믿음을 창조하시고 강화시키시며, 예수 그리스도를 거기에 계시게 하고 우리와 교제하게 만드신다.

말씀과 성례를 통하여 우리와 그리스도의 인격적 교제를 갖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는 언제든지 제도적인 교회의 콘텍스트에서만 가능하다. 바울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롬10:13)고 선언한 후에 구원의 과정을 부연하여 설명한다. "그런즉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들으리요"(롬10:14-15). 이 말씀은 구원의 과정에서 제도적인 교회의 필수성을 암시하고 있다. 주의 이름을 부름으로 구원을 받는 자는 전도자의 말씀을 듣고 믿어 구원에 이른다. 그런데 믿음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도자는 누가 보내는가? 물론 하나님이 보내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도적인 교회에 전도자의 파송을 위임하셨다. 말씀을 선포하며 성례를 집행하는 교역자는 교회가 훈련하여 위임하고 파송한다. 교회는 이 일을 위하여 기구를 조직하고 과정과 절차를 만들고 제도를 창조한다. 더구나 전도자가 전하는 말씀의 내용과 성례전의 절차도 그가 속한 교회의 위탁을 받으며 제한을 받는다.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제도요, 하나님은 이 제도의 활동을 통해서 이 땅위에 자기의 구원의 계획을 성취해 나가신다.

2. 교회제도 갱신을 위한 제안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제도가 개인의 인격의 진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교회도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이 만든 조직이지만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동체요 그 나름대로의 특성과 성격과 분위기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이런 제도적 교회를 통하여 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대사명을 완성하시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간간히 제기해온 질문은 오늘 우리의 교회제도는 하나님의 진리를 가시적으로 표현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이익과 욕망을 대변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에 장애를 주고 있는가이다.

우리는 성경적 신학적인 연구결과에 따라서 교회제도 개혁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에 대한 근간의 연구결과를 언급한 바있다. 이것이 교회제도개혁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제도적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의 가시적인 표현이 도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가 개발한 구조이론을 교회제도 갱신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교회의 조직은 성경의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바탕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그 당시 문화가 가지고 있는 조직이론, 지도력 스타일, 관계 모형 등을 그대로 수용하여 교회제도 속에 담는다. 중세의 봉건주의 문화는 그 당시 교회에 사회의 제도속에 그대로 유입되었다. 엄격한 위계질서, 정태적인 관계모형, 권력의 형태들, 신분과 지위, 그리고 권위의 소재 등의 봉건주의제도는 상부의 소수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모든 정보를 소유하며, 정보와 결정과정을 통제하며, 위에서 아래로만 권력과 정보가 전달되는 소위 태양신 형태의 권력형태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러한 조직 원리와 지도력 스타일은 그대로 로마천주교회 뿐 아니라 개신교회(약간 그정도가 약하지만)의 제도의 기초가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교회는 봉건주의적인 제도를 그대로 고수하여 소수의 엘리뜨 지배를 마치 성경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새로운 문화는 조직이론과 지도력 스타일에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고있다. 새로운 이론은 기업경영, 정치제도, 사회조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화상황은 봉건주의적 제도를 고수하는 교회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성서 신학적인 교회이해와 현대문화가 제공하는 조직이론과 지도력 스타일을 어떻게 접목하여 교회의 사명과 교역 수행에서 기독교인의 신앙을 어떤 방법으로 제도 속에 가시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교회갱신을 원하는 모든 교회들이 직면한 문제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우리 교회의 분명한 특성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우리 교회는 어떠한 교역들을 수행해야 하며,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교회는 어떠한 구조로 변화될 수 있는가?"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교호의 모든 교인들과 기관단체들이 진실하고 영원한 생명과 진실하고 영원한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하고 정의로운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함으로 교회를 생명의 샘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이다. 우리의 모든 조직은 이러한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를 개혁시켜 나갈 것인가?

1) 교회의 방향결정

교회 성장은 다양한 교역들과 목적들을 어떻게 하나의 초점에 모으느냐에 달려있다. 당회, 위원회, 직원, 각 부서, 특별위원회 등 교회의 모든 기관들은 전체교회의 목적을 발견하고 그 목적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결정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교회의 방향설정에 교회의 모든 기관단체들이 참여하여 그 목표가 목사 개인의 목표이거나 당회등 소수 엘리트의 결정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회의 돌봄을 받는 교인들도 돌보는 방법과 성격 결정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의 지도자들은 모든 교인들이 정보를 고유할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신앙헌신, 기술, 지식, 관심 등을 가진 모든 교인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교회방향과 관련된 비평, 평가 과정에 동참하게 하여야 한다. 이때 지도자들은 ① 교회조직의 최우선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하여 어디에 가장 큰 능력과 가장 잘 준비된 사람들과 그룹들이 있는지 먼저 발굴하고 ② 교회안에 숨겨진 모든 지식, 기술, 능력등을 세심하게 조사하고 ③ 가장 쉽게 변화될 수 있는 지점이나 프로그램등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암시하는 바는 교회전체의 자원을 끊임없이 활용할 수 있게 교회가 개방되어야 하며 교회전체가 힘을 합하여 교회의 방향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목표달성을 위한 기구조직

지도력은 최우선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잇는 최적임자를 활용해나가는 과정이다. 교회안에 상호작용이 향상되고 의사결정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 힘은 교회조직 전체 속에서 발굴된다. 기구조직은 바로 이런 지도력과 의사결정과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기구조직은 여러가지 다양한 교역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사람들과 자원들을 배열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즉 이런 기구조직은 변화하는 상황하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목적들과 목표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구조직의 원칙은 ① 특정분야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자원들이 집약되어야 하는 것이요, ② 여러 부분들이 그 특정한 목표 수행을 위해 상호협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지도자는 교회안에 잠자는 자원을 개발하여 활용하며 교회전체가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그 한가지 목표를 위해서 모든 기구조직이 움직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3) 변호와 커뮤니케이션

교회의 모든 정보전달과정은 열린 구조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에는 정직성이 있어야 하며, 쌍방통행의 정보전달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① 모든 조직의 움직임은 개방되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투명하여야 하며, 교회의 태도들, 견해들, 아이디어 등으로 전달되는 피이드백을 존중하고 받아들여 교회의 활동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지도자는 변화의 주체로서 언제든지 정직해야 하며, 선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모든 교인들의 도전에 진솔하게 응답하여야 한다.

4) 변화를 위한 지도력

교회개혁의 주체자로서 지도자는 기구조직을 개발하고, 과정과 절차를 만들고 구체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신학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교회신앙헌신을 구체적으로 가시화시켜나가도록 추진하는 자요, 그룹과 위원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창조할 수 있는 자이다. 지도자들은 교회의 기구조직, 결정과정, 정보전달과정, 상호관계과정, 신학적 성찰 등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훈련받아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상호의존적으로 그리고 협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① 조직활동을 신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② 서로 기능과 이해와 방향이 다른 그룹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하게 하는 기술, ③ 모든 사람들을 격려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나누게 하고 그것으로 교회 공동체를 도울 수 있게 하고, ④ 모든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대처 능력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머리가 아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교회안에서 가시화될 수 있게 돕는자이다. 교회의 지도자는 협력자이지 통치자는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헌신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촉매자로서 남아야 한다.

교회제도 갱신의 기본틀은 그리스도의 몸이다. 상호의존적이며 협력적인 지체의 기능, 모든 지체들이 자기의 은사로 몸을 위해 봉사하는 은사공동체,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끊임없이 존중받는 그리스도 공동체, 전체의 몸을 위하여 모든 지체가 합력할 뿐 아니라 한지체의 기능수행을 위하여 온 몸이 한초점에 집약하는 방향성 등이 모든 제도와 지도력과 성도들의 헌신에 기준을 제공한다. 교회는 문화가 개발한 제도를 채용한다. 그러나 성서신학적인 원리에 의하여 끊임없이 성찰을 받으며 개혁되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