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로서 교사의 역할 (엡 4:11-16)

차종율 목사 (새순교회 담임목사)

1. 서론

초기 한국 교회가 대한민국 발전에 미친 영향 중에 가장 큰 업적을 든

다면 기독교 교육 (mission school과 주일학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행했던 성경 학교나 주일학교의 교육은 한국인들(특히 어린이

들)에게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의식 개혁과 함께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었으며 나중 이들이 한국 사회의 중요한 지도자들

이 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기독교 교육은 교회 내부적으로 볼 때는오늘

의 한국 교회로 교회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했고 외부적으로는 한국 사회

의 전반적인 면에 변화를 가져왔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주

장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교회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은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과 사회의 복음화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교회 교육은 주일에 행하는 주일학교의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 교육은 교회의 전 사역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예배

를 통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 됨을 알도록 하는 교육,

친교를 통해 그리스 도안에서 성도들 간의 사랑을 나누는 교육, 봉사를 통

해 성도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를 표현하는 교육, 전도와 선교를 통

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불신자들에게 전파함으로 그리스도의 지상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살게 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쉰(Roger Shinn)은 기독

교 교육을 "그리스도인들을 기독교 공동체의 삶으로 인도하는 것이다"라

고 했다. 교회의 모든 사역이 다 기독교 공동체(교회)의 삶을 가르치는 교

육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 교육에 대한 인식은 "유년 주일

학교" 정도로 국한되거나 좀 더 크게 생각하면 "제자 훈련"과 같은 성경

공부 정도로 축소되어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교회의 교육

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기 짝이 없고 교회 내부적으로도 그 의미

는 점차로 약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목회자들의

교회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비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 사회는 점차 세분화되어 가고 각 분야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

을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이 말은 분업화 시대라고 자기에게 맡겨 준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역할)을 보완하며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의 사역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한국

의 주일 학교 현실을 생각할 때 교사들의 전문성과 협동이 무엇보다 절실

히 요구되고 있다. 교사로서 교회에서 봉사한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하나

님의 복스러운 부르심이다. 이 부르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교사

로서의 역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에서 가르치는 일과 교회에서 가르치는 일은 "가르친다"는 측면

에서는 유사하지만 그 일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해서는 학교장이나 교육부 장관의 부름을 받아

야 하지만 교회에서 교사로서 가르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

아야 한다. 일반 학교의 교사의 일은 일종의 생계 수단이지만 교회의 교

사의 일은 하나님께 대한 봉사이다. 교회에서 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

르치고 전파하는 교사와 전도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학교나 일반 사회에서

가르치는 교사는 지식 전수 또는 정보 전달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교

회가 세상과 다른 만큼 교회에서 교사의 임무와 역할도 다르다.

교회의 교사는 가르치는 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양들을 보호하는 목

자의 책임과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먼저 목자의 개념을 정리하면서 교사

로서 담당해야 할 역할을 생각하기로 하자. "목자"라는 단어의 뜻은 "양

떼를 먹이는 사람"(feeder) 또는 "양 떼를 지키는 사람"(keeper)으로 번

역되고 있다. 때로는 "왕"에게주어진 타이틀(사 44:28)로 사용하거나

"메시아"(슥 13:7)을 지칭할 때에 사용하기도 했다.

목자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시편 23편을 보면 목자의 역

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목자의 첫 째되는 역할은 양 떼를 푸른 초장으

로 인도하여 좋은 꼴을 먹이는 일(feeding)과 그 후에는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일(leading)하여 그들에게 물과 쉼을 주는 일(resting)이다.

좋은 꼴을 먹이고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기 위해서 목자는 먼저 좋은 꼴이

있는 장소와 물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교사는 하나님의 말씀을가르치는 사역을 통해 양 떼를 인도하는 인

도자(leader)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좋은 꼴을 먹이기 위해 목자인

교사들은 먼저 양들이 좋아하는 꼴이 있는 초장과 독초가 있는 곳을 알아

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은 이것을 가리켜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변"하

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딤후 2:15). 교회에서 가르치는 일은 양 떼를 먹

이는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는 먼저 하나님의 말씀의 초장을 알아야

하며 그 초장으로 양 떼를 안내(guide)하는 인도자의 역할을 잘 담당해야

한다.

두 번째 목자의 역할은 양 떼를 관리하는 일(keeping)이다. 목자는

양 떼를 다스리는 자(ruler)가 아니라 양을 지키고 관리하는 자(manager)

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목자는 결코 "하나님의 양 떼"라고 부르는 성

도들 위에 군림하는 지배자가 아니다. 성경에서 보여주고 있는 목자의 모

습은 자신의 능력(ability)이나 힘(power)을 발휘하는 카리스마적인 지도

자가 아니라 양 떼를 관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봉사하는 목자

(servant leader)의 모습이다. 교회의 교사는 자기에게 속한 양 떼를 얼

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교사가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에 충성하느

냐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든다면 누가복음 15장의

예수님의 비유 속에 나타난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는 목자(seeker)

의 모습이다. 한 마리의 양을 찾은 후 기뻐하는 목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목자가 누리는 기쁨을 배울 수 있다. 양을 사랑하는 목자만이 알 수 있는

기쁨을 우리 교사들도 가질 수 있어야 하겠다. 양을 사랑한다는 말은 양

을 돌보는 일(care)을 의미한다. 양을 사랑하지 않는 목자는 양을 돌보는

일보다 하루동안 일한 삯을 받는것에만관심이 있다. 일반 학교나 사회

에서는 자신의 일한 대가를 받지만 교회에서 교사는 일한 대가를 받지 않

는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에게 고용된 품꾼의 하나로서 일하는 것이 아니

라 목자로서 하나님의 양 떼를 돌보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교사들은 목자로서의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교

사들은 가르치는 일(teaching)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 교사가 없으면 학

생들은 누구에게 성경의 진리(복음)를 배울 수 있겠는가? 교사들의 일차

역할은 가르치는 일이다. 학습과정(교육)에 필요한 삼요소는 교사, 교재,

학생을 지칭한다. 교재의 선택이 학생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교사이다. 학생에게 교사는 학습과정에 있어 가

장 중요한 학습 요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사의 교수방법은 학생들의

학습의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지만 학습의 장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

런 관점에서 볼 때, 교사들의 역할은 참으로 막대하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복음을 가르치는 일은 교사의 교수방법에 따라 그 효과

가 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교사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교수방법을 개

선하면서 학습의 효과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교사의 교수방

법의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1. 교사는 자신이 교수하게 될 성경 본문의 내용을 이해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도한 후 교재에 기록되어 있는 성경 본문의 내용을

10회 정도(암기할 수 있을 만큼) 정독을 한다.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있

는 부분이나 본문의 내용이 다른 곳(예, 복음서)에 기록된 부분이 있으면

그 내용도 함께 읽도록 한다. 교재의 내용을 읽기 전에 먼저 본문의 내용

에 대한이해를 한 후에 교재를 연구한다.

2. 교수하게될 단원의 내용을 요약한다.

단원의 목표를 읽고 본 단원의 내용을 안 후에 그 내용을 주의 깊게

읽는다. 읽는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표시를 하거나 그 옆의 빈

자리에 메모를 해둔다. 단원의 내용을 다 읽은 후에는 그 단원의 내용을

교사 자신의 말로 요약을 한다. 교수할 때는 공과를 읽는 것보다 요약한

것을 가지고 단원의 내용을 설명한다.

3.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시각적 보조 자료를 만든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상승시키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사의 시간과 정성의 투입량은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상승시키는 중요한

학습의 변수이다. 단원의 내용을 그림이나 도표, 카드와 인형 같은 학습

용 소도구를 이용하여 설명한다면 학생들이 학습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도와주게 될 것이다.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

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계발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자신의 교수방법을 향

상시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사랑하는 사랑의 표현으로 그들의 학습을

향상시킬 수 있다. 훌륭한 교사는 타고난 것이 아니고 자신이 만드는 것

이다.

교회에서 하는 봉사의 일은 강제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가시적인 구속력이 없다. 교회는 교사들의 봉사에 대한 어떤 대가나

지위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사실 교사들은 교회에서 무엇을 교사들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 사역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렇다고 교회는 교사들의 노고를 칭찬해 주지도 않는다. 교회의 태도는 오

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어느 때는 교회에서 봉사하다가 심한 스트레

스(stress)와 심적 고통도 받는다. 교회에서 교사의 의무를 충실하게 수

행하기 위해 우리는 목자들에게 찾아오는 방해요소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

을 수 없다.

양 떼를 돌보다가 받는 고통, 또는 분노가 목자에게는 있다.

목자의 말을 잘 듣는 양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목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양들도 있다. 양들만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일들로 인해 목

자는 여러 어려움을 당하게 된다. 이 때 목자는 자기의 감정을 처리할 줄

알아야 한다. 목자가 화가 난다고 양에게 화풀이를 하게되면그 양은 목

자를 따르지 않게 되고목자는 그 양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양들로 인해

고통을 당할 때 목자는 더욱 그 양과 주변의 환경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

다. 사랑은 가장 효과적인 치료 약이다. 그 사랑은 양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목자 자신도 치유 받게 한다. 목자가 받는 보상은 양들이 건강하

게 잘 자라고 번성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이다. 이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목자는 양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자기의 자존심이 조금만 상하게

되면 화를 내거나 교사의 직분까지도 그만 두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교

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억지로 할 수 없는 일이 교회(주님)의 일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자는 교회의 사역을 담당하면서 생겨나는 고통까지도 사

랑할 수 있다. 우리가 받는 그 고통만큼 우리는 주님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자들은 자신의 외로움과 주변의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교사로 봉사하는 동안 누구도 자신의 봉사를 알아주거나 격려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때 우리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교사로

봉사하다가 그만 두는 경우를 보면 시간이 없는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교회 봉사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그

만 두는 경우가 많다. 교사들은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한 참기 어려운 외

로움을 이겨내야 한다. 교회에서 교사로 봉사하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하

나님의 축복이지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칭찬과 관심을 끌기 위함이 아

니다. 그러나 때때로 엄습해 오는 외로움과 소외감 (이것을 "엘리야 증후

군"이라고 부른다)을 말씀과 기도로 이겨내야 한다. 엘리야도 사람들의

무관심과 참기 어려운 외로움 속에서 하나님의 도우심만을 기다려야 하지

않았던가? 우리 주 예수님께서도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싸우셔야만 했던

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주님의 제자들은 주님께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관심없이 잠에 취해 있었다. 주님은 십자가에서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자신의 봉사가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성공병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게 되면 그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바란

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자신이 계획하고 바라던 대로 이뤄지지만은 않는

다. 열심을 다해 충성했지만 결과는 자신의 열심과 비례하지 않을 때 사

람들은 실망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예수님

의 십자가의 죽음이 실패가 아니듯 우리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기 때문이

다. 교사들의 성공은 봉사 그 자체가 성공이다. 상을 받는 것은 우리의

충성의 문제이다. 상을 받지 못했다고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

이 현재 교사로 봉사하는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이다. 그

리스도의 성공의 개념은 무엇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야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을 받는 것이 성공이다. 교사들의 성공은 어떤 능력

이나 눈에 보이는결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충성에 의해 평가

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방해 요소들을 교사들은 만나게 된다. 방해

요소들을 만날 때마다 교사들은 목자의 심정을 가지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겠다.

목자로서 교사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다. 교회학교의 교사는 자신

이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영혼을 돌보는 목(회)자이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라기 보다는 목(회)자와 양(성도)의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단순하게

교사로서 성경에 있는 이야기를 가르치는 또는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

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교사에게 사랑과 관심을 갖고 계시며 자신

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주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양의 영혼을 지키고 보호하며 그들을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목자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하겠다. 그 때 양의 주인이신

우리 예수님께서는 목자들의 충성으로 인해 기뻐하실 것이고 목자들에게

는 아름다운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선물하실 것이다. 우리 모두 주님이

주시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누리는 교사가 되도록 우리에게 맡겨주신

목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