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人의 心性을 겨냥한 牧會神學

이 기 춘 교수

(감신대/실천신학)

I . 風土와 心性

일본 철학자 와즈찌 데쭈로(和 哲郞)는 풍토와 문화현상을 연계시켜 토착화나 상황화에 중요한 의미를 던져준 바 있다./1/ 그는 지구상의 풍토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사막풍토(desert climate), 둘째는 목장풍토(meadow climate), 세째는 몬순풍토(monson climate)이다.

사막풍토는 모래벌판으로 이루어져 있다.메마른 모래벌판에서는 갈증해소가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다. 이 풍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메마른 자연조건에 항거하고 종족이나 부족의 힘을 모아 물을 찾고 보존해야 한다. 적대적인 종족이나 부족을 이기기 위해서는 전쟁을 하고 후손을 낳아 혈통을 이어가야 한다.

사막풍토에서는 땅보다는 하늘이 희망을 준다. 이 풍토에서 신은 조물주이고 유일자이며 안내자이다.종교의 체계도 배타적이며 권위적이다. 세계적인 유일신 종교이며 예언적 종교들인 조로아스터교, 유다교, 이슬람교 및 기독교는 모두 사막풍토에서 태어났다.

목장풍토는 푸른 초장이 펼쳐져 있는 유럽대륙을 말한다. 사막풍토와는 달리 이 풍토에는 물이 넉넉하고 인간 생존에 필요한 조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여름은 비교적 건조하고 겨울에는 적당한 강우량 때문에 목초가 푸르게 자란다. 지중해와 인접해 있는 남유럽은 항해술을 발전시켜 지중해 자체를 교통로로 활용했다.

이와 같은 목장풍토는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을 지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희랍인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그 현상을 해명하는 논리를 발전시켰다. 로마인들은 희랍 문화를 행정적으로 발전시켜 로마 카톨릭의 중심지가 되게 했다. 이 풍토에서 신은 자연 뿐만 아니라 역사를 지배하는 존재로 이해되었다.

몬순풍토는 계절풍이 휘몰아치는 지역이다. 이 풍토는 인도양과 중국연안을 잇는 아시아 대륙이다. 일년 중 6개월 동안 몬순 계절풍은 서남방에서 내륙으로 불어 지독한 습도와 열기를 형성한다. 겨울에는 몬순 계절풍이 동북쪽에서부터 바다를 향해 분다. 그래서 여름 계절풍은 식물을 무성하게 자라게 하면서 무더운 습기와 열기는 인간 생존에 억압적인 요인이 된다.

끝없이 계속되는 몬순계절풍은 끝없이 계속되는 삶과 죽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삶과 죽음은 끝없이 계속되는 윤회의 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삶은 유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반복이다. 몬순풍토는 변덕스러워 인간에게 홍수와 재난을 안겨 준다. 인간이 자연에 도전한다는 것은 고통(dukkha)을 더할 뿐이다. 이 풍토에서 종교는 영원히 지속되는 윤회에 종지부를 찍어 열반으로 승차(陞差)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이 세가지 문화의 풍토를 순례하면서 생존해 왔다. 사막풍토에서 착근된 기독교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온화한 기후와 적당한 강우량이 있는 목장풍토로 이식되었다. 그 곳에서 튼튼한 뿌리와 견실한 가지와 탐스러운 열매를 맺은 기독교는 몬순풍토로 재이식되었다. 목장풍토에 적응된 기독교는 수림풍토에서도 잘 자라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신의 섭리라고 믿으며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막 1:15)는 말씀의 가시적 현상이라고 본다. 사막풍토는 그 메마름 때문에 초월적,배타적 심성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목장풍토는 그 온화한 기상 때문에 내향적, 합리적 심성을 사람들에게 심어 주었다. 몬순풍토는 그 습기와 열기 때문에 순환성과 필연성의 심성을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사막풍토에서 태어난 기독교가 목장풍토를 거쳐 몬순풍토에 도달했을 때 역사적인 상황은 사막풍토의 부성(父性)과 몬순풍토의 모성(母性), 사막풍토의 창조설과 몬순풍토의 인과율, 사막풍토의 시간성과 몬순풍토의 공간성, 사막풍토의 역사성과 몬순풍토의 자연성으로 하여금 갈등이나 습합(習合)의 과정을 거치면서 토착화나 상황화의 드라마를 연출하게 했다.

몬순풍토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국의 풍토도 이 두가지 대극적 실재들의 갈등과 습합의 역사적 장이었다. 가족주의적 가부장적 문화를 이 땅에 심어준 유교는 그 위계적인 윤리 체계를 바탕으로 이 땅에 부성적 문화를 심어주었다. 한 가정에는 오직 한 사람의 가부장이 있을 뿐이라는 유교의 가족주의적 체제는 문화적 기능으로 볼 때 언제나 배타적으로 이 땅에 군림해 왔다. 유교는 이 땅에 뿌리박은 모든 종교와 충돌했다. 무교와도, 불교와도, 기독교와도 예외없이 충돌했다.

한편 이 땅에 자생적으로 뿌리를 내린 무교는 체계적인 윤리나 종교 이론도 없이 오직 한국인의 무의식적 심성에 바탕을 두고 끈질기게 그 생명을 이어왔다. 무교는 합리성이나 가치보다는 정감적 여망을 현실적으로 실현하는 한(恨)의 위로자로 그 기능을 지탱해 왔다. 따라서 무교는 모든 종교의 공격의 대상이 되었으면서도 소멸되지 않고 모든 종교의 진수를 습합해 가면서 모성적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부성과 모성이 갈등,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창출해 낸 한국인의 심성은 행동에 있어서는 유교적이고 성격에 있어서는 무교적인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어느 한 편이 다른 한 편을 정복해 버린다면 한국인의 통전성은 무너지고 만다. 한국인의 심성을 겨냥한 목회신학은 바로 이 모성과 부성의 심성을 통전적으로 묶어 기독교적 가치지향을 모색하는 데 그 기본방향이 있다.

II. 歐美牧會神學의 父性的 要素와 母性的 要素

부성과 모성이라는 시각에서 구미의 목회신학 이론들을 섭렵해 본다면 40년대의 투루나이젠(Eduard Thurneysen)과 50년대의 힐트너(Seward Hiltner)의 저술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2/ 전자는 바르트의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 에 바탕을 둔 배타적, 부성적 신학이고 후자는 사회과학을 포용적으로 받아들인 모성적 신학이다.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반동으로 창출된 투루나이젠의 복음적 목회신학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창안된 힐트너의 기능적 목회신학은 모두 같은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심성을 겨냥한 처방이었다.

이 두 사람이 신학은 세 가지 범주를 빌어서 비교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신학적 사고이고, 둘째는 신학적 방법론이며, 세째는 신학적 목표이다.

1) 신학적 사고: 두 영역적 사고 대 관점론적 사고

투루나이젠의 목회 신학체계 속에는 성과 속, 구속사와 일반사, 교회와 문화, 말씀과 상황이 배타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것은 종교개혁자들로 부터 이어받은 두 영역사고(Two- Sphere Thinking)에 연유하고 있다. 그는 바르트의 신학적 노선을 따라 자연신학은 은혜의 필요성을 배격하는 인지학이며 자유주의 신학도 동일한 종류의 신학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목회의 선험적인 조건은 "교회에 주어진 살아 움직이는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목회의 진수인 목회대화는 교회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목회대화는 철두철미하게 교회적 대화이기 때문에 "교회의 대화는 교회라는 영역 안에서 이루어 진다는 점에서 세속적 대화와 성격을 달리한다. 말하자면 이 대화는 교회 안에서만 가능하고 교회 안에서만 생각될 수 있는 것" 이다.

문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기독교 문화권 밖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짓된 지식, 무당술, 마술에 오염된 사람들이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도 남자는 선위자로서 앞서가고 여자는 후위자로서 뒤따라야 한다.

힐트너는 그의 신학적 입장을 포용적인 관점론(perspective theory)에 근거하고 있다. 관점이란 "느끼거나 관찰하고 있는 주관자의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레빈(Kurt Lewin)의 장이론(field theory)을 원용한 것이다. 그는 이 이론을 활용해서 그의 목회신학의 체계를 목양적 관점(shepherding perspective), 대화적 관점(communicating perspective) 및 조직적 관점(organizing perspective)으로 기능화했다. 이 체계 속에서 목양적 관점의 대상은 인간이고 대화적 관점의 대상은 복음이며, 조직적 관점의 대상은 교회이다.

힐트너는 목회 신학의 초점인 목양적 관점에 대해 "목양이라는 비유 배후에는 부드럽고 다사로운 관심과 표현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목사나 교회가 하는 일이 무엇이든지 그 속에는 이 부드러움과 관심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한다. 이는 부드러운 모성적 기능을 암시하는 유비적 제안이다.

그는 신앙과 문화와의 관계를 성,속을 관통시킬 수 있는 차원에서 보기 때문에 인접학문과 과감한 관계를 맺는다. 목회의 질과 내용에 대해서 그는 의사나 간호사가 베푸는 돌봄과 비교해 보아도 손색이 없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선교지나 이교도를 보는 시각에 있어서도 그는 포용적이다. 피선교지의 문제는 그 문화의 척도에 따라서 해결되어야 하며 기독교가 자신을 이해하듯 상황의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남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한편의 우월성과 다른 편의 수동성이 아니라 양편의 내적인 관계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2) 신학적 방법론 : 규범 대 기능

투루나이젠의 목회신학의 규범은 철두철미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 말씀을 신앙으로 고백하고 이 고백을 신앙으로 확인한 교리문답서나 교회의 선언들은 이 규범에 대한 확증이다.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베푸는 것은 성서적 목회의 표준이다. 말씀의 선포에서 성례전으로, 이것이 다시 목회대화로 이어지는 수직적 목회가 바로 투루나이젠의 목회구조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데 있어서 상황은 유의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잘못하면 말씀의 규범으로부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말씀을 목회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조명해야 한다. 심리학이나 인접학문에 도움을 받아 수행되는 목회는 단순한 대화이기 때문에 하나님과 만나게 해주지 못한다. 오직 규범의 프리즘을 통하여 전개되는 연역적, 배타적 말씀만이 목회의 규범이 된다.

힐트너는 신학의 체계를 크게 둘로 구분한다. 첫째는 이론신학 분야인 논리중심의 신학이고, 둘째는 실천신학의 분야인 기능중심의 신학이다. 전자는 기독교 신앙을 다루고, 후자는 기독교 생활을 다룬다. 이 두 분야는 그에게 있어서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능이란 교역자에게 주어진 목회적 과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힐트너에게 있어서는 규범은 기능에 우선할 수 없다. 상황 속에 있는 인간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귀납적 접근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그는 계시에 대한 이해도 기능적 시각에서 시도한다. 계시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계시의 객관성 뿐만 아니라 계시를 이해하는 주체와의 관계가 없이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그의 교회론은 임신과 분만과 생산을 통해 분화작업을 거듭하는 모성적 기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교회는 그의 목회신학 체계 속에서 양육(nourishing), 보호(protecting) 및 관계(relating)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영양을 공급하고 개체의 발달을 촉진하며 외부의 침해를 막아주는 모성적 역할을 강조한다. 한 마디로 그의 목회신학의 방향은 유도적(eductive)이다. 이는 산파술과 같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3) 신학의 목표 : 설교 대 상담

바르트의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에 근거하고 있는 투루나이젠의 목회신학의 목표는 두말할 나위없이 말씀의 선포에 있다. 그에게 있어서 설교는 단순한 설교가 아니라 '교회의 설교'이다. 교회는 말씀이 선포되고 실천되는 영적인 영역이다. 설교는 인간의 말을 도구로 하여 하나님 자신의 말씀을 대언하는 것이다. 설교는 하나님이 행하시고 불러주시는 대화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철두철미 '그 자체 내의 질서를 갖는 말씀' 이다. 그래서 이 말씀이 사도나 예언자들의 설교를 통해 선포된다 하더라도 그 권위는 초월적인 근거를 갖는다. 따라서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서 지배받지 않는 선포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곧 인간적인 대화가 깨어질 때 진정한 목회대화는 시작된다.

왜 이렇게 하나님의 말씀은 일방적인가? 그것은 목회대화의 본질이 '죄의 용서' 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전인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거역하는 죄인이기 때문에 목회대화는 은혜로운 심판과 위로를 선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힐트너는 애당초부터 치유(healing)와 지탱(sustaining)과 인도(guiding)의 기능을 교회라는 기구에 얽매이게 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나 개인을 돌보는 상담의 기능으로 확정했다. 그는 로저스(Carl R.Rogers)의 인간잠재성 심리학에 목회상담을 접맥하여 사람들에게 내적 갈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방법인 비지시적 상담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목회상담을 '어떤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 신자가 자기의 힘으로 일어서도록 돕는 목사의 시도'라고 정의한다.

그의 상담방법도 심리학에 대해서 대등하면서도 상호보완적인 개방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대등관계는 상담가로서의 목사의 역할을 고정된 역할(fixed role)이 아니라 유동적 역할(fluid role)의 수행자로 인식한다. 곧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협동적 역할이다.

투루나이젠의 하나님의 말씀--성례전--목회대화로 이루어지는 수직적, 배타적 목회신학은 한국적 문화의 풍토에서는 부성적, 권위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힐트너의 관점--목양--상담으로 이루어지는 수평적, 포용적 목회신학은 모성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III. 腦의 構造와 機能으로 본 父性과 母性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연구로 노벨 의학상을 탄 스페리(Roger W. Sperry)는 비록 상당 부분이 중첩되어 있기는 하지만 뇌는 좌뇌와 우뇌로 분리되어 독특한 기능을 발휘한다고 그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간의 좌뇌는 언어, 사유, 분석, 평가, 수학적 내지는 추리적 사고를 총괄한다. 우뇌는 인식, 상상, 통합, 형태, 지각을 총괄한다. 전자는 논리적, 직설적, 개별적인데 반하여 후자는 직관적, 은유적, 통합적이다./3/

뇌의 구조와 기능을 목회에 연결시킨 애쉬브룩(James A. Ashbrook)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네 가지 이중적 구조와 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다./4/ 첫째는 두 개의 신경체계이다. 좌뇌는 외부의 실재에 대하여, 우뇌는 내부의 실재에 대하여 관계를 맺는다. 둘째는 두개의 영역이다. 좌뇌의 영역은 단계적으로 작용하고 우뇌의 영역은 즉각적으로 작용한다. 세째는 두 부분의 분리이다. 각 뇌의 후두부는 정보를 수집하고 전두부는 의도를 전달한다. 네째는 특이한 과제이다. 양뇌의 과제는 구분되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한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유하고 있다./5/ 좌뇌는 활달한 언어, 복잡한 단어, 개별적이고 분리된 사물을 처리한다. 콤퓨터의 기능에 비교하면 한 줄 한 줄, 한 자 한 자를 복사해내는 스타일이다. 이는 분석적인 논리와 언어의 연합적인 활동에 기인한다. 좌뇌는 우뇌를 한 단계 한 단계씩 점진적 절차를 밟아 지도하려고 한다. 또한 세계를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경계하며 관찰하고 설명하려고 한다.

우뇌는 심상(image), 감각유형, 사물의 개인적 의미를 감지하려고 한다. 논리적 단계를 거쳐 사물을 처리하려고 하지 않고 사물이 출현하는 즉시 반응을 보인다. 또한 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변화의 낌새를 감지한다. 우뇌는 좌뇌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하며 주변의 세계에 신속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이 뇌의 발달단계를 보면 뇌는 세 단계의 과정과 차원을 거치면서 기능을 발휘한다./6/ 영장류의 전두부(primate forebrain)를 살펴보면 가장 깊숙한 내면에 원초적인 인간 정신이라고 불리우는 파충류 형태의 뇌(Reptilian Brain)가 있고, 그 다음에 감정적 정신이라고 불리우는 구포유류 형태의 뇌(Paleomammalian Brain)가 있으며, 그 외곽에는 새로운 뇌 또는 합리적 정신이라고 불리우는 신포유류 형태의 뇌(Neomammalian Brain)가 있다. 첫번째 기능차원인 파충류 형태의 뇌는 인간의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영역을 다룬다. 마치 파충류가 자신의 위치와 욕구를 비언어적인 전시적 행동(display behavior)으로 표현하므로써 자신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이는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연결된다. 두번째 기능차원인 구포유류 형태의 뇌는 파충류 형태의 뇌의 전시적 행동으로부터 상징적 대화로 그 형태를 바꾼다. 이것은 인간과 환경에 대한 현실감을 느끼게 하며, 무엇이 사실이며 의미있는가를 감지하는 감정을 산출한다. 이 기능은 인간을 심리적 위치로 한 단계 높여 주며 시간상으로는 현재와 연결시켜 준다.

세번째 기능차원인 신포유류 형태의 뇌는 전두부와 신피질(neocortex)을 포함한다. 이 뇌는 생각을 창출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은 발명의 어머니이며 추리의 아버지로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임을 확인시켜 주는 기능을 발휘한다. 이 뇌는 문화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다른 뇌들에게 전달하여 새로운 형태의 문화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시간적으로 인간을 미래와 연결시켜 준다.

이상에서 살펴본 좌뇌와 우뇌의 기능, 영장류의 전두부의 발달단계를 보면 부성과 모성의 특징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좌뇌의 분석적, 평가적 내지는 추리적 사고는 외부의 실재를 추적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처리한다. 세계를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으로 경계하며 관찰하는 것은 배타적이고 권위적인 부성적 특징의 상징이다.

우뇌의 통합적, 은유적 내지는 직관적 사고는 내부의 실재를 추적하고 즉각적으로 이를 처리한다. 또한 우뇌는 좌뇌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에서 기선을 잡는다. 세계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관찰하고 경계하는 대신 응답적으로 적응하려고 한다. 이는 포용적이고 감성적인 모성적 특징의 상징이다.

영장류의 전두부의 발달 단계에서 보아도 과거, 현재, 미래가 연대기적으로 전개된다. 신포유류 형태의 뇌는 파충류 형태의 뇌와 구포유류 형태의 뇌를종합하는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발명의 어머니로서 또는 추리의 아버지로서 이 뇌는 파충류 형태의 뇌와 구포유류 형태의 뇌를 종합하여 문화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조화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요한이 그리스도를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시고 장차 오실 이"(계 1:4) 라고 표현한 것은 바로 이런 차원을 표현한 것이다.

창세기 1-3장의 창조기사는 한 처음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물과 뭍, 어둠과 빛, 땅과 하늘, 달과 해 등을 갈라 놓으셨다고 한다. 이 구분은 여자와 남자, 신앙과 이성, 통찰과 지성, 무의식과 의식, 정서와 합리성, 신비와 지배, 포용과 배타, 무한과 유한 그리고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대비와 같은 범주이다. 그러나 창조기사의 결론은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찌로다"(창 2:24)로 귀착하고 있다. 곧 창조의 결말은 남성과 여성, 부성과 모성의 조화적 합일에서 그 목표가 달성되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동서양의 문화의 특징에다 적용해도 같은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서양 문화는 역사, 인격화된 신의 권능, 시간, 배타성, 피조된 세계와 인간, 개인을 통한 진리파악, 규명된 교리, 이원성, 개인의 중요성 등에 역점을 두어 왔다. 동양 문화는 자연, 비인격화된 신성, 공간, 포용성, 피조되지 않은 자연과 인간, 개인에게 구애되지 않는 진리, 규명된 교리에 대한 경미한 관심, 통일성, 집단의 중요성 등에 역점을 두어 왔다. 이 두 문화는 두 말할 나위없이 좌뇌의 문화와 우뇌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다.

IV. 韓國的 心性의 牧會模型으로서의 父性과 母性의 調和

부성과 모성, 좌뇌와 우뇌의 특성에 의해 전개된 문화의 유형이나 종교의 형태는 우주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풍토에 있어서도 부성을 대표하는 문화는 유교이며 모성을 대표하는 문화는 무교이다. 무교는 한국인의 무의식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감정의 핵이며 유교는 이 핵을 감싸고 있는 행동방식이며 표현 양식이다. 전자는 한국인의 자연과 공간과 감성이며 후자는 한국인의 역사와 시간과 합리성이다.

부성적 유교는 한국의 풍토 위에다 부자(父子) 중심형의 종법(宗法) 가족주의의 문화를 건설했다. 이 부자중심적 가족 체계 속에서는 모든 인간 관계가 상하 관계로 발전된다. 따라서 가부장은 권력과 권위의 전담자가 된다. 부자 관계는 혈통으로 이루어진 권력 구조이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생물학적 결합보다 한층 강하다.

이 부성적 좌뇌적 기질이 목회 기능으로 표현될 때는 권위적인 선포와 강력한 행정 관리로 나타난다. 성서적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예언자적 목회라고 할 수 있다. 예언자는 하나님 편에 서서 인간의 죄와 불충을 질타하며 회개와 복종을 요청한다. 회개와 복종을 거부하면 심판을 선언한다. 설교의 중요성과 기능을 목회의 최우선적인 순위에다 두는 한국 교회의 목회는 부성적, 좌뇌적, 예언자적 목회의 전형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모성적 무교는 한국의 풍토 위에다 모녀(母女)를 중심으로 하는 감정적 연대감의 문화를 건설했다. 이 모녀의 감정적 관계는 집안에서 가신(家神)을 받들면서 부성적 권력 속에 작은 영역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모성적 연대감은 언제나 부성적 권력구조에 종속적인 지위 밖에는 차지하지 못했다. 씻고 먹이는 성례전의 목회와 돌보고 쓰다듬는 상담의 목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목회 현실은 가부장적 설교의 기능에 대하여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성서적 이미지로 이 모성적 목회를 표현한다면 제사장적 목회라 하겠다. 제사장은 고기와 빵을 구워 제사상을 차려놓고 인간의 편에 서서 거룩하신 야훼께 인간이 저지른 죄과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예언자의 목회를 하강적이라면 제사장의 목회는 상승적이다. 예언자의 부성적 목회직무는 설교를 비롯하여 사회참여, 교회행정, 교육 등 계획을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실천하여야 하는 것들이다. 제사장의 모성적 목회직무는 상담을 비롯하여 예배, 지역사회 봉사, 성례와 성찬 등 인간관계를 증진시키며 마무리를 지어야 할 과제들이다.

융은 가장 원숙한 인격은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형성된다고 한다. 곧 남성 속에 있는 여성적 기질과 여성 속에 있는 남성적 기질의 조화와 균형을 말한다. 클라인 벨은 이러한 현상을 "남녀양성적 통전성"(androgynous wholeness)라고 부른다. 한국적 목회 모형은 바로 한국인의 통전성에 바탕을 두고 그 통전성을 상승적 가치 지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영성적 통전성은 무엇인가? 그것은 부성과 모성의 조화와 균형이다. 유동식은 이를 유 불 선 삼교(三敎)를 포함하는 조화의 "한 멋진 삶"이라고 부른다./7/ 그러나 한국의 풍토에서는 언제나 부성이 모성을 억누르거나 압도하는 형태의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로 모성 문화의 핵심속에는 언제나 한(恨)이 서리게 되었다.

한국문화는 양성이 조화를 이룰 때 그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웠다. 찬란한 문화였다고 칭송하는 신라시대에는 이상적이고 성숙한 인간의 이미지를 남녀 양성을 구현하고 있는 화랑이라고 했다. 화랑은 여성을 상징하는 꽃(花)과 남성을 상징하는 랑(郞)을 썼다. 이는 남녀 양성적 통전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뇌의 언어를 빌려 말한다면 이 통전성과 조화는 낱낱의 개체를 파악하는 좌뇌와 낱낱의 개체를 한데 묶어주는 우뇌의 결합을 의미한다.

넬슨(David C. Nelson)은 양뇌의 기능을 목회에다 적용시키면서 예배는 통전적 뇌의 예배(Whole-Brain Worship)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8/ 이런 예배는 설교와 성만찬, 상징과 음악, 사고와 행동, 신비와 합리성, 몸과 정신, 감수성과 영성, 이해와 체험이 통시적, 통전적으로 합류되는 예배이다.

한국적 문화풍토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부성과 모성의 갈등을 극복하고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랑과 조화를 목회의 구조를 통해 실현하여야 하는 책임을 교회가 걸머지고 있다. 계층간의 갈등해소와 남북의 통일도 사실상 한국적 통전성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성적, 좌뇌적 선포의 목회 모형과 모성적, 우뇌적 양육의 목회 모형을 결합시킨 양성적, 통전적 목회모형이 교회 공동체를 조화시킬 때 한국교회는 새로운 미래를 내다 보게 될 것이다.

V. 결론

시인 김지하는 밥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고 제사적 식사이며 식사적 제사라고 한다./9/ 시인은 이 말을 "내가 곧 생명의 떡이로라"(요 6:48) 라는 예수의 말씀과 연계시켜서 진술하고 있다. 밥은 음식의 범주를 넘어서 성만찬적 차원의 의미를 간직하고 있으며, 한국적 영성을 대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인은 기본 먹거리인 밥과 김치를 어느 시기까지 먹으면 물리고 말 것인가? 죽을 때까지 먹어도 밥과 김치는 물리지 않을 것이며 사후의 세계에서도 한국 출신 천국 시민들은 계속 밥과 김치를 선호할 것으로 확신된다.

왜 한국인은 그토록 밥과 김치를 지칠 줄 모르고 즐겨 먹는가? 그것은 밥과 김치의 땅에서 태어나서 밥과 김치를 계속적으로 섭취하는 동안에 밥과 김치의 체질이 되었기 대문이다.

그러므로 복음의 맛과 교회의 체취가 밥과 김치의 미각을 준다면 한국인의 심성은 복음과 교회에 심취하게 될 것이다. 한국적 목회 모형은 밥과 김치맛을 물씬 풍기는 내용과 유형으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물론 목회 모형의 조직화의 방향은 부성과 모성의 조화와 균형이다. 밥과 김치의 맛에는 이미 이러한 조화와 균형이 존재한다. 밥은 남성에 의해서 생산된 부성적 식물이며 김치는 여성의 손끝에서 버무려진 발효 식품이다. 이 두가지 식품의 조화된 맛깔이 체질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식품들은 토착화가 아니라 한국인의 생명 자체가 되어 있다.

예수는 한 바리사이파 율법사의 계명에 대한 시험적인 질의에 대해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했다(마 22:37). 이는 뇌의 언어를 빌어 표현한다면 좌뇌와 우뇌의 힘을 다하여, 개별적으로나 통전적으로나, 지성적으로나 통찰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영장류의 전두부의 발달의 과정을 빌어 표현한다면 파충류 뇌의 과거 정신과, 구포유류 뇌의 현재 감정과 신포유류 뇌의 미래의 영혼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뜻이 된다.

이를 한국적 영성으로 표현한다면 부성과 모성의 조화로, 밥과 김치 맛깔의 통전성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사랑하고, 전하라는 뜻이 된다.

이를 목회 모형으로 표현한다면 말씀과 성례전의 조화로, 예언자와 제사장이 결합된 영성으로, 지도력과 봉사가 연합된 균형으로, 성장과 성숙이 원융을 이루는 사귐 속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뜻이 된다.

註)

1. T. James Kodera, "A Vortex of East and West : Watusji Tetsuro's Phenomenology and the Problem of Contextualization," The Ecumenical Review, Vol.35, No.35, July 1983, The World Council of Churches, Geneva, 266-76.

2. 투루나이젠의 저술인 Die Lehre von der Seelsorge는 {목회학 원론}(박근원 역, 성서교재 간행사, 1979)으로, Seelsorge im Vollzug 는 {목회학 실천론} (박근원 역, 한국신학연구소, 1982)으로 출간되어 있다. 힐트너의 저술인 Preface to Pastoral Theology는 {목회신학원론}, 민경배 譯(대한기독교서회, 1958)으로, Pastoral Counseling은 {목회 카운셀링}, 마경일 譯(대한기독교서회, 1976)으로 각각 출간되어 있다.

3. 뇌의 구조와 기능에 관한 손쉬운 정보는 "뇌의 신비를 벗긴다," {주간조선}, No.330, 1983, 38-45를 참조할 수 있다.

4. James B. Ashbrook, The Human Mind and the Mind of God : Theological Promise In Brain Research(Lanham, MD.: University Press of America,1984), 4.

5. Ibid.,4-5.

6. James A. Ashbrook, The Brain and Belief( Bristol,IN.:Wyndham Hall Press, 1988), 제4장.

7. 유동식, {풍류신학으로의 여론}(서울:전망사, 1988), 18-22.

8. David C. Nelson, " Whole-Brain Worship," ed. James B. Ashbrook, Faith amd Ministry in Light of the Double Brain( Bristol, IN.: Wyndahm Hall Press, 1989),제3장.

9. 김지하, {밥}(왜관:분도츨판사,1985),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