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제 1장 교역신학과 목회신학 ---------------------------- 1

제 2장 교회의 본질 ----------------------------------- 17

제 3장 교회의 모델 ----------------------------------- 42

제 4장 교회의 구조적 측면 ----------------------------- 55

제 5장 현대사회와 목사상 ------------------------------ 72

제 6장 삼위일체교리와 섬김의 공동체 -------------------- 96

제 7장 예수 그리스도와 목회 --------------------------- 105

제 8장 성령과 목회 ----------------------------------- 140

제 9장 은사와 목회 ----------------------------------- 165

제 10장 치유목회 -------------------------------------- 177

제 11장 영성과 목회 ----------------------------------- 194제 12장 신앙과 목회 ----------------------------------- 207

제 13장 만인제사장직과 목회 ---------------------------- 218제 14장 현대사회와 교회의 사명 -------------------------- 232

참고도서 --------------------------------------------- 242

제 1장 교역신학과 목회신학

교역신학(theology of ministry)는 일반적으로 목회신학(pastoral theology)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나 분명한 구별이 있다. 목회 신학은 목사의 직과 기능에 초점을 ꁹ추며 교역신학 가운데 단지 한 부분을 다루는데 불과하다. 토마스오덴(thomas oden)의 Pastoral theology는 목사의 직과 기능을 논한 대표적인 목회신학 교재이다. 목회신학은 안수받은 교역자의 이해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교역신학은 교회전체의 자기표현인 교역(ministries)의 과제들을 신학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목회신학이 안수교역자인 목사의 직과 기능을 논하는 반면에 교역신학은 목사의 이해뿐 아니라 평신도 전체의 교역을 주제로 삼아 연구한다. 교역신학은 교회가 주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일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교회의 교역경험들은 교역신학의 출발점이 된다. 사실 교회가 경험하는 교역의 경험은 인간의 노력과 성취의 경험이 아니다. 교역신학의 출발점으로 삼는 교역의 경험은 교회에 현존하여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경험이다. 그리스도 께서는 교회안에서 교회와 함께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 자기 자신의 교역을 계속해 나가신다. 교회는 끊임없이 자기들 가운데서 자기의 교역을 계속해 나가시는 그리스도의 임재를 겸험한다. 바로 이것이 교역신학의 중심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경험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는 것이다. 교회가 그리스도 경험이라고 주장하는 경험들이 진정으로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현존하여 역사하는 그리스도 체험일까? 우리는 어떻게 그리스도의 경험을 인간들의 경험과 구별할 수 있을까? 교역신학은 전통(성경과 기독교역사), 공동체의 경험, 그리고 이성적 판단이라는 세가지 표준에 근거하여 교회가 경험하는 모든 경험들 가운데서 그리스도 경험을 식별하려고 한다. 요약하면 목회신학은 이 세가지 표준에 근거하여 교회의 모든 경험들 가운데 그리스도 경험을 식별하여 기독교 교역 실천의 근거와 방향과 실제를 제공하는 실천신학의 한 가지이다.

1. 교역자와 목사

(1) 교역자 (Minister)

교역자(minister)는 섬기는 자를 의미한다. Ministry는 섬김, 봉사등을 의미하는 헬라어 diakonia를 영어로 변역한 말이다. 이말은 초대교회의 사도들이나 집사들만 참여하는 특수한 봉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모든 성도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봉사를 의미하였다.

그런데 영어의 ministry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목회" 또는 "사역" 으로 번역하였기 때문에 한국교회는 ministry라는 영어가 나오면 목회라고 번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번역상의 문제가 한국교회의 교회와 ministry 이해에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첫째로 모든 성도가 다 참여하는 diakonia를 ministry로 번역하고 ministry를 하는자를 minister 즉 교역자로 사용함으로써 교역자를 특수한 소면을 받고 안수를 받아 교회에서 시무하는 자의 봉사로 축소시켜 버렸다 그결과 모든 성도들은 봉사를 받는자의 입장에 서게되고 목사만이 봉사하는 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즉 한국교회는 diakonia를 수행하는 소수의 특수그룹과 diakonia를 받는 다수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diakonia(영어의 ministry)를 목회로 minister를 목회자로 번역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성경의 diakonia의 개념이 아주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본래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여,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리스도인들이 행하는 모든일을 의미한다. 즉 하나님의 교회가 주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일이 diakonia-ministry이다. 그래서 ministry는 preaching-ministry(설교),educational-ministry(교육),healing-ministry(치유),praying-ministry(기도)등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ministry를 목회라고 번역함으로서 목사의 특수사역만을 ministry(diakonia)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ministry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 한신대학의 박근원 교수와 필자는 이 단어를 교역이라고 번역하였다. 그 이유는 ministry의 본래 의미인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봉사를 포괄 하려고 하는 것이요, 또한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나 다 필수적으로 ministry(diakonia)에 참여하여야 된다는 사명감을 재확인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ministry 즉 교역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교회가(모든 성도들이) 주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봉사를 총괄적으로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교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모범을 보이시고 명하신 그리스도 자신의 ministry를 의미하며, 모든 성도들은 자신의 ministry를 본받아 이 땅위에서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ministry를 하여야 한다.

Minister(교역자)는 diakonia를 수행하는 자이다. 일반적으로 교역자라고 할 때에 모든 성도들이 다 diakonia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하는 모든 성도들을 다 minister라고 부를 수 있다. 특별한 소명을 받고 안수를 받아 봉사하는 교역자는 ordained minister(안수교역자, 즉 목사)라고 부르며 교회로부터 특수한 사역을 위임받은 자를 의미한다. 교역자(minister)는 하나님을 섬기며, 교회를 섬기며, 사람들을 섬기는 종의 직분을 강조하는 말이된다. 그러므로 목회신학 이라는 말과 교역신학(theology of ministry)는 다른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목회신학(pastoral theology)는 목사의 질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지만 교역신학은 교회 전체가 경험하는 그리스도 경험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연구한다. 교역이라는 말이 섬김이라는 말에서 왔고 교역자는 주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을 섬기며, 교회를 섬기며, 사람들을 섬기는 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교역신학은 목사들의 질과 경험뿐 아니라 전교회의 교역을 다룬다. 그런 의미에서 교역신학은 섬김의 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Pastor(목사)

목사는 교회의 덕을 세우고 교회를 바로 인도하기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친히 세우신 양의 목자로서 교회의 ministry에 활력을 제공하며, 그리스도 자신이 친히 보여주시고 명하신 ministry를 이 땅위에 구현시키도록 성도들을 인도하며 지도하며, 교육하며, 훈련하며, 감독하는 자이다.(Augustine, NPNF lst, vol, 3, pp, 347 ff, 369ff). 토마스 오덴(Thomas C. Oden)은 목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목사는 하나님과 교회에 의하여 부름을 받고 안수를 받아 교회를 대표하여 말씀을 선포하 성례전을 집례하고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완전한 응답을 하도록 기독교 공동체를 인도하고 양육하기 위하여 구별된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이다.(Oden, Pastoral Theology 오성춘 역, 1987, pp.116)

성경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이 우리의 대목자(The Great Shepherd)가 되신다고 선포한다(시 23편). 신약성경은 예수님 자신이 선한 목자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하나님의 양떼를 돌보는 자들을 목자라고 부르고 있다.(요 10:1-30, 벧전 5:1-4). 특히 베드로전서 5장은 장로들에게 권면하면서(여기에 장로들은 당시 지교회 목사였음) 양무리를 치되 "주장하는 자세로 하지말고 오직 양무리의 본이되라."(벧전 5:4)고 언급한다. 이것은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를 세움을 받은 지도자들을 목자로 비유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렘 23:1-4, 겔 34:1-16등).

양을치는 목자는 양들을 인도하며, 양육하며, 훈련하며, 지도하며, 보호하며, 희생하며, 양무리와 삶을함께 나누는 독특한 사명과 직무를 갖는다. 즉 목자는 양무리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사명과 봉사를 갖는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사명과 봉사와 구별되는 사명이요, 봉사이다.오늘 우리는 교회에서 이러한 목자의 사명을 부여받은 교역자(minister)를 목사(pastor)라고 부른다. Minister라는 용어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기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사를 사용하여 에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기능과 봉사를 강조하는 것이라면, Pastor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사들과 재능들을 발견하게 도와주고 그것들을 개발시켜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 각자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담당하여 하나님께 영광돌릴 수 있도록,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교육하며, 성숙하게 지도하고 인도하고 그들의 사명을 감독하는 대표교역자를 의미한다. 즉 minister는 봉사의 사명을 감당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합당한 명칭이요, pastor는 ministry의 사명울 담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을 지도하는 감독자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목회는 교역의 중심부분을 이루는 교역의 한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교역은 포괄적인 개면이요, 목회는 부분적인 개념이다. 목사의 직무는 목회의 직무이고, 전체교인들의 직무는 교역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목회는 소명을 받고 삼위 하나님의 이름으로 교회로부터 위임을 받은 안수 교역자의 사역이다. 오늘 교단별로 독특한 헌법의 규정에 따라 목회의 직무를 안수교역자인 목사외에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공유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헌법이 규정하는 특수한 일을 특수한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어떻게 minister의 직과 pastor의 직이 교회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가는 뒤에서 볼 것이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분명히 밝히고자 하는것은 하나님께서는 전체 그리스도인들의 ministry를 통하여 영광 받으시기를 원하시며 동시에 안수받은 교역자인 목사의 목회를 통하여서도 영광을 받으시고자 하신다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교회 목회신학의 흐름의 첫번째 강조점은 곧 안수받은 목사의 목회를 강화시키면서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ministry의 재발견과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2. 목회신학

목회신학이란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말이다. 과거에는 목회신학과 유사하거나 목회신학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용어들, 이를테면 실천학적, 목회학, 응용신학, 목회적 돌봄, 상담신학등의 용어들을 사용해 왔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목회신학 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에도 이 용어는 여러가지 다른의미로 이해될 것이다. 다음의 몇가지 이해들은 목회신학의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목회신학이 담고 있는 뜻의 전부는 포괄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부분적으로 목회신학을 이해하는 것들로부터 몬저 고찰하면서 목회신학의 정의를 내려보자.

(1) 목회신학에 대한 여러가지 견해들

1) 교회의 직체에 대한 연구를 목회신학이라고 보는 견해

런드세이(T.M.Lindsay, 1902), 스트리터(B.H.Streeter, 1929), 커크(K.E.Kirk, 1946)등 20세기 초반의 목회학자들은 목회신학을 교회의 본질과 형태, 특히 감목, 목사, 장로, 집사등의 직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신약학자 들의 연구결과와 초대교회 역사에 근거하여서 교인들에 대해 교회가 가지고 있는 권위, 교회간의 관계, 카리스마적 권위와 제도적 권위들의 관계를 교회의 직제라는 각도에서 검토하고 연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논의를 신약학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아지고 있으며(예컨데 J.D.G.Dunn, 1975; E.Kasemann, 1964등), 현대 사회학의 통찰들을 초대교회의 직제에 적응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예를 들면 L.Grollenberg, 1980; B.Holmberg, 1978등). 즉 이러한 논의는 목회신학의 변두리 학문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말이다.

2) 목회신학은 목사의 직무와 기능을 다루는 기독교 신학의 한가지라는 견해

토마스 오덴은 목회신학을 목사의 직무와 기능들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그는 "목회신학"이라는 책을 저술하면서 목사의 정체성에 관하여 처음 몇장을 할애한 후에 그 책의대부분을 목사의 직무와 역할에 대하여 논의하는 데에 할애하고 있다. 그는 어떠한 성경적 기초와 역사적 연속성과 이성적추론 위에 서서 목사는 자기의 직무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는 목사의 직책과 기능에 대한 연구라는 목회신학의 정의 위에 "성경에 증거하고 전통을 통해 전달되며, 비판적 추론을 거쳐 묵상하고, 개인적, 사회적 체험에서 구체화된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숙고하고자 한다."(Oden, 583)라는 말을 첨가했다. 그의 "목회신학"은 오늘날의 목사가 교회와 하나님께로부터 위임받은 직무와 역할이 무엇이며, 그일을 어떻게 수행하는 것이 성경적이요, 역사적인 연속성을 잇는 것이요, 어떠한 방법으로 목회하여야 하는지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한 의미를 갖고있다. 그러나 그의 약점은 제도적 목회, 특히 목사의 기능에 목회신학의 논의를 집중시키고 있으며, 목회실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데서 제한을 갖고있다.

3) 교회의 경영과 목회지도력에 중심을 둔 목회신학의 이해

깁스(E.Gibbs, 1981), 살러(L.Schaller,1972)등은 현대 경영학이 개발한 경영이론들을 교회의 경영과 지도력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들은 경영 이론에 입각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업무의 위임, 변화와 갈등의 관리, 교회성장의 계획수립, 의사소통, 그룹 다이나믹스등의 중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교회의 성장과 활성화는 경영의 쇄신과 지도력의 갱신에서 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특히 교회성장이론은 오늘의 목회에 대한 충분한 이유있는 성찰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목회신학은 이보다 더 포괄적이 되어야 하고, 좀더 성서적 신학적이 되어야 한다.

4) 상담적 목회학(pastoral care)를 목회신학과 동일시 하는견해

시워드 힐트너(Seward Hiltner, 1958)등 목회상담훈련을 받은 학자들은 상담적목회(pastoral care)를 목회신학과 동일시하고 있다. 힐트너는 실천신학 전반을 목양의 관점, 전달의 관점, 조직의 관점으로 나누고 그 가운데 목양의 관점에 목회실천을 성찰하고 그 가운데서 새로운 긴학적 통찰을 얻는 연구를 목회신학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독특한 잠은 i) 목양의 관점에서 ministry전반을 보면서 ministry 전반을 목양적으로 경청하며, 수용하며, 존중하며, 인도하며, 지탱하며, 치유하는 상담적 접근으로 전환하려고 한 것이며, ii) 성서적, 이성적 기초위에서 ministry를 실천하는 것에 목회 신학을 제한 시키지 않고 ministry전반을 목양의 관점에서 성찰하면서 그 가운데서 신학적 통찰을 도출해 내어 신학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 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힐트너는 첫번째로 목회신학을 목사의 직능과 역활 가운데서 목양의 관점에서 국한시켜서 전달의 관점과 조직의 관점등을 목회신학의 범주에서 제외시키거나 아니면 목회신학의 변두리로 밀어내고 있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두번째로 힐트너는 개인대 개인의 인격관계에 목회신학을 제한시키므로서 교회의 제도와 구조에 대한 논의의 여지를 배제시키고 있다. 셋째로 힐트너는 목회의 성경적 신학적 기초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므로서 실천/성찰의 단순한 방법론에 매여 하나님의 교역(ministry of God)의 기본적인 입장을 목회신학에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E. Shelp & R. Sunderland(eds), 1981 제1장 참조).

5) 도덕신학과 영적신학을 목회신학의 핵심으로 삼고자 하는시도

현대의 시대상을 "암흑세력의 급상승"으로 규정하면서 데만트(V.A.Demant 1950)는 오늘의 목회신학의 급선무는 목회의 도덕적 기초와 기독교적 영성개발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덕과 영성이 목회신학의 핵심이 되어야 상승하는 암흑의 세력에 대항하는 기독교를 정립할 수 있다고 했다. 쏜톤(Martin Thornton, 1956, 1968)은 목회신학을 "일반적으로 양떼를 감독하면서 목사가 교리를 양떼들에게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했지만 이러한 노력의 핵심에는 금욕주의적 영성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Thorton, 1968, p.37) 목회신학에 있어서 영성이 중요한 요소인 것은 사실이나 영성에 중심을 둔 목회신학은 목회신학이 포괄해야 될 교회의 직제와 신학과 지도력 등등 수많은 주제들을 변두리로 밀어내는 제한을 지니고 있다.

(2) 목회신학이란?

위에서 언급한 견해들 외에도 목회자가 가지고 목회에 임하는 소신을 목회신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이 있으며, 단순히 목회실천 전체를 논하는 실천신학과 목회신학을 동일시 하는 이도 있으며, 성경의 계시와 기독교 신학과 역사적 통찰등을 목회에 응용하는 응용신학을 목회신학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주장들은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1) 목회실천의 성경적, 신학적 기초가 불분명하며, 사회과학의 이론이나 응용과학의 이론들에 근거하여 목회실천 이론들을 개발하고 있다. 2) 지나치게 성경적, 신학적으로 접근하여 사회과학의 발견이나 목회의 실제경험이나 인간의 합리적 추론과 성찰등을 배제시키고 교리의 적용에만 목회신학을 제한시킨다. 3) 지나치게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여, 교회가 성장하고 어떠한 결과가 일어나면 그것은 모두 기독교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4) 예수 그리스도의 ministry와 예수님 자신의 목자의 모델에 근거하고 그 교역과 목회를 현장에 적용하여, 하나님의 구원과 영광의 열매를 얻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현장의 목회기능에서 출발하여 어떠한 열매가 있느냐에 중점을 둔다. 그리스도의 교역과 목회와 분리된 어떠한 목사의 활동도 우리는 목회신학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5) 이런 주장들은 너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너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목회신학을 정의하고 있다. Ministry의 전반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기초를 제시하는 것이 목회신학이라고 주장하든지 목회(목사의 ministry)가운데 상담적 목회나 교회 행정이나 영성 또는 설교학 등의 연구에 목회신학을 극한시키고 있다. 6) 이런 주장들 가운데는 인간의 역활과 기능을 강조하나 성령께서 오늘의 목회현장에서 어떻게 역사하며, 하나님 자신의 교역을 하나님 자신의 영을통해 성취해 나가는 하나님의 목회관념이 약한 주장들이 있다.

위에서 지적한 제한점들을 보완하고,목사들의 목회를 뒷받침하며,새로운활력을 제시할수 있는 목회신학의 정의는 무엇인가?먼저 오늘의 목회신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부분부떠 정리하면서 거기에근거하여 오눌의 목회신학의 동향을 바라볼수 있는 하나의 정의를 도출해 보자.

1)목회신학은 모든 minisnry를 포괄하며,실천신학이나 응용신학 전반을 포괄하는 용어라기 보다는 실천신학의 한 부분이면서도 실천신학의 핵심이 되는분야이다(Tidball,1990,23면)

2)목회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목자의 모델에서 유래한 목사의ministry(pastoralministry)를 그 주제로 삼는다.목회신학의 주제는 소명을 받고 안수를 통해 하나님과 교회로부터 직무를 위임받은 목사나 또는 적어도 교회의 위임을 받아서 교회를 대표해서 직책을 수행하는 자들의ministry와 연관되어 있다(oden,1987).목회신학은 특히 목사의 직책과 역활을 기독교 역사적으로 그리고 임상적으로 규명하여야한다.

3)목회신학은 기독교신앙과 진리에 견고히 기초하여 그것을 목회실천을 통하여 현장에 적용해 나가는 기독교 진리와 기독교 실천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Lloyd-Joness, 1982, pp.11-24;Tidbell,1990,pp.28-33등). 목회신학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바로 목회자체와 일반적인 ministry에서 기독교 진리와 실천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다.

4)목회신학은 계시와 기독교 역사에서 개발한 기독교 진리들을 현장에 적용하는 관계를 규정할뿐 아니라 목회실천을 통해서 교회가 경험하는 목회현장을 묵상하고 성찰하여 거기에서 하나의 신학적인 각성을 도출해 내는 것을 포함해야한다(Seward Hiltner,1958,p.20).목사들은 목회현장에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성령의 임재를 확인하며,현장경험이 자기들의 목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그들은 신학에서 출발하여 목회하지만 목회가 또한 자기들의 신학에 새로운 통찰과 각성을 제시하고 있음을 발견한다.목회신학은 목사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이러한 통찰과 각성들을 기독교 전통의 관점에서 다시 한번 성찰하여 신학적 결론을 도출할 수있어야한다.

5)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ministry는 오늘의 목회에 모델을 제시할 뿐 아니라 오늘의 목회 활성화에 결정적이다.목회신학은 모든 목회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그리스도의 ministry에 충실하고 있는지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의 교역에서 활력을 얻고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어야 한다.(Eduard Thurneysen, 1962, 31면; Thomsa Oden, 1987,116면).

6) 목회신학은 오늘 목회현장에 임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규명하며, 목회가 목사의 목회일뿐 아니라 하나님의 목회임을 명백히 밝힐 수 있어야 한다.

7) 목회신학은 오늘 사회과학이 발견한 원리들과 방법들과 통찰들을 어떻게 목회에 수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가를 규명하며, 신학과 사회과학간의 관게성을 밝혀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목회신학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이 가지고 있는 제한점들과 공통점들을 종합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목회신학을 이야기할 수 있을것이다.

"목회신학은 기독교 전통(성경과 기독교역사)에 근거하여 목사의 직무와 기능이 어떠해야 함을 다루며, 사회과학과 교회의 경험이 목회에 미치는 제한점과 공헌을 규명하며, 예수님의 교역에 근거하여 목회현장을 성찰하고 목회현장 가운데 임재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분별하여 새로운 신학적 통찰을 얻어 나가는 신학의 한가지 이다.

3. 교역신학

신약성경은 구약성경의 맥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발전을 촉진한다. 성령 강림의 사건은 그대표적인 예이다. 구약은 하나님의 종에게만 성령이 임했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제사장, 선지자, 왕등의 3직을 기름부음받은 자라고 부른다. 그 뜻은 이 3직만이 성령을 받은 자들이요, 그들만이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 땅에서 수행한다는 것이다. 신약성경도 이러한 맥을 잇는다. 곧 성령을 받은 자만이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의 ministry를 이 땅에서 수행한다. 그런데 구약과 다른 새로운 발전이 신약에서 일어난다. 그것은 곧 신약은 구약이 예언한 새 시대로 모든 믿는 자에게 성령이 임하고 있다는 것이다.(행 2:14-21)

사도행전 2:1-4까지의 성령강림의 기사는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 미가의 다락방에는 대표교역자로 부름을 받은 12명뿐 아니라 여자들과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와 예수의 동생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100여명이 함께 모였다.(행1:12-15, 2:1) 그런데 성령이 강림할때에 대표 교역자로 선택받은 12명에게나 여인들에게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구별도 없이 꼭같이 성령이 임한다. 이것은 행4:31절과 행10:44-48의 고넬료의 집에서도 증명된다. 여기에서도 성령이 임할때에 어느 사람도 구별하지 않고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임했다. 그래서 바울은 "우리가...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몸이 되었다."(고전 12:13)고 선언한다. 즉 모든 그리스도인은 다 성령을 받은 자로서 하나님의 종이 되어 하나님의 ministry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비유하고 성도들을 교회의 지체로 비유하는 바울의 편지(고전12:12-31)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성도들은 모두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들이며, 각 지체들은 각기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고전12:14-27),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하나님의 은사를 받았다(고전12:4-11,28-31,고전7:6-7, 비고:벧전4:10-11) 그러므로 성도들은 하나님께 받은 기능과 은---

이러한 신약의 기록들은 하나님께서 교회를 향하신 교역의 계획을 보여주는 것이다.그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을 본 받아서 이 땅위에서 살아야 하는 자요, 성령께서 오셔서 인도하며 능력주시는 대로 교회의 세상을 섬기며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님의 성령과 은사들을 받아서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ministry들이다. 그러나 동시에 성경은 ministry로서 봉사하는 모든 성도들을 목회하여, 그들을 양육하며, 지도하며, 감독하는 대표교역의 직을 강조한다. 대표교역의 직은(오늘의 목사직은)그리스도인들을 인도하며,가르치며,지도하며,감독하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직으로서 모든 하나님의ministry의 기초가 된다. 바로 이러한 대표교역과 일반교역의 조화가 성경의 목회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초대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교역의 공동체였다.

(1) 교역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교역은 전체 교회의 기능이다. 교역은 하나님께서 개인에게 주시는 선물이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에게 주시는 선물이며, 교회는 구체적인 교역실천을 위해 개인들을 선택하여 임무와 과제들을 위임한다. 교회가 곧 교역이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세상을 봉사하는 것이요, 바로 이것을 위해서 교회가 있는 것이다. 권위와 능력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교회에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목사의 권위와 능력은 하나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것을 교회가 개인을 선택하여 위임하는 것이다. 안수교역은 교회를 대표하는 교역으로, 안수받은 교역자가 특별히 구별된 성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서의 교회의 삶과 사명 가운데 구별된 기능을 수행하도록 위임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교회가 선택하여 위임한 목사의 직을 통하여 역사한다. 그러므로 목사는 그의 제한과 성품과 가능을 뛰어넘는 하나님이 은혜와 권위와 능력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세례는 하나님의 교역의 은사를 위임받는 예식이요, 세례의 안수를 받은 자는 모두 일반 교역자들이다. 그러나 목사의 안수(위임)은 특별교역 - 설교, 성례집행, 교회일치(감독), 축복의 교역 - 을 위해 기능을 구별하는 예식이다.

2) 하나님의 백성의 교역(평신도의 교역)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하나님의 백성(laos, 즉 laity)이다. 위에서 지적한 대로 그리스도의 교회의 모든 지체들(성도들)은 각기 교역을 담당하는 교역자이다. 바울은 "너희가 부르심을 입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행하라"(엡 4:1)고 권면한다. 그는 특별한 직분을 맡은 자들에게 편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권하고 있다. 프란시스 아이레스(Fransis O. Ayres)는 "부르심"을 다음과 같이 주석한다, "가장 기본적이요 우선적인 부르심이란 용어의 성경적인 뜻은 하나님을 섬기는 삶, 즉 용서와 의미와 자유의 삶으로 초청하는 긴급한 초대장을 의미한다. 그것은 어떠한 종류의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향하여 보내는 초대장이다"(1962, 37면). 종교 개혁자 마틴 루터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과거에 성직자들만이 가지고 있던 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교황이나 주교나 신부나 평신도가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루터의 만인 제사장직의 주장은 21세기 한국교회에 새로운 활력과 비젼을 제공할수 있을 것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제사장이요,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 복음을 전달하는 사명자로 부름을 받았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제사장의 교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루터는 만인 제사장들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위임한 특수한 기능, 즉 설교, 성찬집례, 감독, 축복 등의 기능을 위해서 대표자를 선택하여 목사로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중시했다. 안수받은 대표교역자(목사, 감독)가 없으면 교회는 혼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교회는 안수교역자를 선택하고 안수(위임)하여 구별된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안수교역자는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을 격려하고 각자의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여 그들을 훈련하고, 하나님이 부르심에 합당한 교역들을 수행하게 위임하고 그들을 지도 감독하게 하여야 한다.

3) 교역은 직업이 아니라 소명이다.

교역은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시작되며, 그 부르심에서 동기를 부여받고, 그 부르심이 힘과 능력을 제공하며, 그 부르심이 지탱하고 견디게 할 때에 진정한 하나님의 교역이 된다. 칼빈은 세가지 소명을 구별하였다. 그 첫째는 하나님의 내적 소명(신비적인 부르심)으로 우리의 심령의 내면에 들려오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으로, 이것을 우리는 성령의 지속적인 부르심이라고도 한다. 두번째는 외적 소명, 또는 교회의 부르심으로 내적 소명 받은 자를 검증하고 시험하고 훈련하여 안수교역자로 위임하는 것을 의미하며, 안수받았을 때에 내적 소명은 정말로 하나님의 부르심이었다는 증거를 얻는다. 세번째는 지교회의 소명으로 안수받은 교역자 또는 안수받아야 할 교역자는 지교회가 불러주어야 자기가 받은 소명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모든 안수교역자들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시는 부르심에 따라 각기 교회 안에서 임무를 부여받아 교역을 담당한다.

4) 안수와 교역자의 권위

교역은 전체 교회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 중에 몇을 따로 불러 대표교역자로 세우는 것은 그들에게 특별한 신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봉사를 하라고 부르시는 것이다. 안수라는 단어는 라틴어 ordo에서 왔으며 이것은 "질서있는 순서"라는 의미를 갖는다. 즉 안수는 교회의 질서유지를 위한 기능의 구별이라는 뜻이다.

로마 천주교는 안수받을 때에 어떤 신성한 것을 선물로 받기 때문에 안수교역자는 다른 성도들과 구별되는 성스러운 어떤 것을 갖는다. 그러므로 천주교회의 성직자는 평신도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종류에 속한다. 그러나 개신교는 안수받을 때에 신성한 어떤 것을 선물로 받는다는 천주교의 주장을 부인한다. 오직 기능에서의 구별만을 인정하는 것이 개신교의 특징이다.

안수를 받을 때에 목사는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권위를 부여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권위는 언제나 교회 전체의 유익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행사되어야 한다. 교회는 안수교역자들이 하나님의 은혜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남을 섬기기를 원하며, 자기의 개인적인 명성과 유익을 구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목사의 권위는 언제든지 안수받을 때에 하나님께 부여받은 교역의 권위와 지성과 지혜를 따라 사랑으로 섬기는 교역자의 순종이 만나야 드러나는 것이다.

5) 섬기는 자로서 교역자

기독교 교역의 성격은 섬김이다. 섬김은 교역자를 다른 모든 전문가와 구별시키는 중대한 기준이다. 아무리 높은 직분을 가지고 있고, 명예스러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교역의 본질은 더러운 발을 씻기는 예수님의 섬김과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하리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벗어날 수 없다. 종으로 세상에 오셔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빌 2:5-11)의 섬김은 교회역사 속에서 모든 교역의 방향과 본질을 결정하는 힘이요 방향이 되어 왔다. 설교준비하고 연구하는 전문인 예수를 상상할 수 있는가? 고통당하는 자들과 죄지은 자들과 세상의 버림받은 자들을 찾아 그들을 돌보며 섬기며 그들에게 하나님의 구원과 능력을 전하며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게 하는 종의 사역 속에서 우리는 진실한 예수님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영적인 척도는 그가 얼마나 빨리 필요에 처한 자를 발견하여 그를 섬길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러나 자기포기적인 종의 목회와 자기 완성적인 목자의 목회는 언제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긴장관계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은혜의 언약으로서 교역

그리스도의 교회는 언약공동체이며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교역은 은혜의 언약에 따른 교역이다. 교회는 제도가 필요하다. 규범과 조직과 질서와 훈련이 있어야 교회는 유지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교회를 교회되게 하며, 교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제도에 있지 않고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뿌리를 둔 신뢰와 은혜의 언약에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은혜의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은총과 믿음의 중요성을 인간의 노력으로 성취하는 영적 도덕적 성취로 대치할 수 없다. 교회는 도덕적으로 순결한 자들의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절실하게 필요한 평신도와 목사들로 구성된 은혜의 언약 공동체이다. 서로의 관계는 언제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 같이 서로 용서하는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있어야 한다. 즉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것은 조직과 구조 뿐 아니라 그리스도와 성도들간의 은혜의 언약관계이다. 이양자의 균형은 교회와 교역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교역에 참여한 자는 누구나 능력이나 기술이나 재능 때문이 아니라 용서와 은혜가 필요하다는데서 평등하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각자의 교육이나 재능이나 능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깊은 차원 곧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7) 전문교역을 넘어서 소명의 교역으로.

다렐 龺(Darrell Reeck)은 전문성을 정의하면서 4가지 척도를 제시한다: ① 광범위한 교육을 받은 자, ② 고도의 발전된 기술과 지식을 소유한 자, ③윤리규범에 따라 일하는 자, ④ 다양한 필요에 응답하는 사명감. 교역자는 이 4가지 척도에서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하나님의 교역을 담당할 수 없다. 교역자의 전문성은 가장 밑바닥 기준, 곧 거기에서 출발하는 시발점에 불과하다. 그 말은 두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시발점을 거치지 않으면 교역의 경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교역자는 최소한 전문성을 훈련받아야 한다. 또 하나는 시발점은 출발하는 곳이므로 언제든지 교역은 전문성 위에 안수교역의 깊이와 소명의 부요함을 더해야 한다. 제임스 구스타프슨(James Gustafson)의 말대로 전문성 없는 소명은 무능하고 비효과적이요 위험스러우며, 소명없는 전문성은 인본주의적인 민감성과 동기와 자기 성취에 근거를 둔 인간적인 교역에 불과하다. 하나님의 교역은 하나님의 부르시는 그 음성에 응답하며,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능력 안에서 하나님의 뜻하는 바로 그것을 수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상에서 우리가 제시한 7가지 교역의 기초는 언제든지 양면적인 긴장관계에 있다. 교역은 언제든지 문화적인 상황에 응답하나 그 상황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교역이어야 한다. 교역은 인간의 전문성임과 동시에 하나님의 소명이요 선물이다. 교역은 시공안에서 수행되나 시공을 초월한 영원이 현존한다. 교역은 인간의 삶을 나누는 것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구속적인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즉 교역은 분명히 인간들의 손으로 인간들 가운데서 인간이 수행하는 것이지만 언제나 그곳에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신비가 살아서 숨쉬는 곳이요, 영의 눈을 가진 자들은 인간이 수행하는 교역 속에서 숨어서 신비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교역을 보며 즐거워할 것이다.

4. 오늘의 목회신학의 동향

(1) 20세기 목회신학의 새로운 방향

20세기 목회신학의 동향을 고찰하면서 C.W.브리스터(C.W.Brister)는 잭클과 클레브슈와 다른 목회의 정의를 내린다. " 역은 성경적으로 그리고 실천적으로 그리스도인들 서로간의 상호관심이요, 에수님께서 위하여 죽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Brister,1964,xxiii)브리스터에 따르면 교회전체가 교역의 사명과 책임을 지고 있다. 물론 브리스터도 목사의 지도자요, 교사요, 모범으로서의 위치를 인정하지만 목사의 목회도 교회 안에서만 가능하며,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목사와 함께 교역의 책임과 사명을 함께진다.(ibid) 이러한 주장은 20세기의 목회방향을 반영한다. 즉 20세기에 들어와서 평신도의 위치와 사명이 재발견되고 오순절 운동의 영향으로 성령의 은사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교회론이 새로운 발전등으로 대표 교역자 중심의 목회가 아니라 전교회가 ministry의 책임과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성경적인 ministry의 기초를 재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페어차일드(Roy Fairchild, 1980)에게서 더욱 강조된다.

나는 교역이 교회의 목사와 정신장애자와의 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교역이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뿐만 아니라 전교회가 참여하는 사랑과 돌봄의 행위라고 믿는다. 교역은 교회안에서 성도 서로간의 돌봄일뿐 아니라 필요에 처한 세상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실천이다. 교역은 교회의 모든 자원들을 다 활용하는 것이어야 한다.(Fairchild,49면)

페오차일드는 교역을 성경적인 교회 공동체의 ministry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암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20세기 목회신학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목회신학의 새로운 흐름은 성경적인 교역의 기초뿐 아니라 루터와 다른 종교개혁자들이 이론의 토대를 재발견하는 것이다. 루터의 견해를 따르면 복음이 바로 선포되고 성례가 바로 집행되면 만일 제사장직이 생겨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루터는 이 사실을 세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로 모든 신자들은 다 존엄성을 나누어 갖는다. 하나님께서 모든 신자들에게 똑같은 은총을 나누어 주시고 각자의 독자성에 따라 사명과 직책을 주셨다. 이 사명을 다함으로서 모든성도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 점에서 안수받은 교역자와 평신도간에 구별이 없다.

(B.L.Wolf,Reformation Writings of Martin Luther, Vol 1.113)

두번째로 하나님은 모든 신자에게 같은 사명을 주셨다. 성도들의 존엄성은 봉사의 존엄성이다. 왜냐하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봉사를 위해 부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은혜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종의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나님이 부르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번째로 모든 신자들은 특권을 소유한다. 루터에 따르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같이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종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평신도들도 꼭같이 종으로 부르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중대한 두가지 관심은 성레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의를 받아들이는 것과 하나님의 의를 구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중재하는 것이다. 루터는 모든 성도들은 이 두가지 특권을 공동으로 소유했고 여기에는 사제와 평신도의 구별이 없다고 주장한다(상게서 224면 355면).

이러한 만인 제사장직의 이론은 종교개혁의 중심 주제중의 하나요 그 이후에 계속 발전된 신학이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인제사장직의 교리는 교리로서만 주장되엇고 실제로 먹회에 적용되지 못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만인 제사장직은 구체적인 교역실천의 기초이론으로 발전되었고 목회신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토마스 오덴은 그의 목회신학에서 모든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minister라는 사실을 전제한다(Thomas Oden, 1987). 모든 신자들은 하나님께 받은 은총이 있으며, 하나님으로부터 독특한 사명과 직책을 받아 봉사하도록 부름받은 자요, 동시에 하나님께 증보의 사명을 가진 제사장이다. 그러나 오덴은 동시에 안수 교역의 독자성과 기능을 강조한다. 모든 신자들은 자기들이 받은 사명을 발견히고 개발하고 구체적인 봉사의 현장을 찾아 그 사명을 실천해야 하며, 지도와 감독과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교회 자체는 질서를 상실하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신자들이 진정한 하나님의 교역자로서 충실하게 교역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안수교역자(대표교역자)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안수받은 대표교역자(목사)는 1)모든 신자들이 하나님께로 부터 받은 사명과 은사의 재능을 발견하여 개발시키고 훈련하는 자요, 2)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일하게 지도하는 자요, 3)그들이 사명을 수행하는 동안 지도하고 감독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20세기 중반까지도 대표교역자 중심으로 목회형태가 지배적 이었고, 목회신학의 관심도 대표교역자 중심으로 다루어졌으나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차츰 모든 교인들이 하나님의 교역에 참여하는 초대교회의 패턴과 종교개현자들의 만인제사장직의 목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목회신학도 대표교역과 일반교역의 조화에 그 초점을 맞추어가고 있다. 앞으로 한국교회도 목사중심의 교역 형태에서 전 교회가 교역 공동체가 되는 성경적, 개혁적 전통에 서야 할 것이다.

(2) 성경적 기초와 전통적 연속성을 점점 더 많이 강조하고 있다.

20세기 사회과학의 발달은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주었고, 인간의 고난을 돕는데에 있어서 사회과학의 방법론이 크게 인식되었다. 그 결과 상담목회, 사회구조개혁, 교회성장, 소그룹 다이나믹스, 행정, 관계훈련등등 여러분야에서 사회과학의 원리들과 방법론들을 도입하여 고통당하는 신자들을 도우려 했다. 20세기 초에서 1960년대까지 목회신학은 어떻게 사회과학의 발견한 원리와 방법들을 목회에 활용할 수 있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1960년대 말 1970년대초에 와서 기독교 목회가 성경적 기초와 기독교 전통의 연속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강력한 반작용이 일어나면서 목회의 성경과 기독교 전통은 오늘 목회에 대하여 어떠한 암시를 주고 잇는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클레뷰스와 잭클(1967), J.E아담스(1970), 브리스터(1964), 오덴(1987), 쉘프와 선더랜드(1981), 팃볼(1990)등 수많은 학자들이 사회과학의 원리들과 방법론 보다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회 전통의 맥락을 오늘의 교회 목회의 기초로 삼으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성경적 기초와 기독교 역사전통과의 연속성 위에 있는 목회의 추구가 오늘 세계 목회의 흐름의 첫번째 특징이다.

(3) 영성목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세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사회과학의 원리들과 방법론들이 목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들어오면서 목회신학도 인간적인 노력과 훈련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띄게 되었다. 예를들면 교회에서 상당하는 목회상담자들이 구가기관이나 세속단체가 주는 자격증을 받아야 상담할 수 있다는 현실은 목회의 뿌리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여겨졌다. 앞서 언급한 여러학자들의 의견이나 성경의 가르침이나 교회의 역사 전통은 하나님 자신이 목회의 주체요, 힘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목회하는 자격증을 세속 사회기관으로부터 받아오는 것은 목회의 근원을 세상으로 바꾸는 중대한 문제였다. 1960년대 말까지 이러한 관행은 아무런 도전없이 받아 들여졌으나 1970년대를 거치면서 1980년대에 들어와서는 우리의 목회의 생동력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아야 하며, 성령자신이 목회의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들이 나왔다.

토마스 머튼(1973), 티모시 웨어(1976), 헨리 나우엔(1978), 어반홈즈(1982), 류우벤(1983), 넬슨타이어(1985), 리차드포스터(1982)등은 모든 목회의 구심점은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과 성령의 능력에 두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을 했다. 능력 주시는 하나님 안에서 섬기며, 돌보며, 말씀을 증거하며 목회 하여야 한다는 영성목회는 새로운 목회 갱신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4) 제사장적 목회의 예언자적 목회의 조화

제사장적 목회는 위로와 격려, 치유와 지탱, 용서와 수용등을 강조하는 목회로 구약의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용서하고 사람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증보하며, 위로와 격려의 사명을 담당하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목회이다. 1940년대부터 교회의 목회에 상담이 중시되면서 1970년대까지는 제사장적 목회가 교역의 주축이 되었다. 목회상담은 기본적으로 용서와 수용, 위로와 격려, 치유와 지탱등에 중심을 둔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이러한 목회가 주축이 된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고통과 죄책감등 제사장적 목회가 필요한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말부터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위로와 용서, 치유와 지탱에 중점을 둔 제사장적 목회는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회악과 구조적인 죄들이 인간의 삶을 고통으로 빠지게 만들었다. 이 때에 고난받으며,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사회악과 구조적인 죄에 대항하여 경고하고, 심판을 선포하고 새로운 구조와 문화를 창출하려는 예언자적 목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남미의 해방신학, 미국의 흑인신학, 한국의 민중신학, 여성신학, 그리고 민주화와 문화개혁을 시도하는 갖가지 신학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신학들은 구체적으로 예언자적 목회, 즉 개혁과 회개를 촉구하며, 심판을 선포하며, 훈련하고 가르치며, 현장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의를 구현하려는 목회에 접목되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 나타난 목회신학들은 이러한 예언자적 목회의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오면서 차츰 제사장적 목회와 예언자적 목회는 한 하나님의 목회의 양측면이요 서로 공격하며 갈등할 것이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이두가지 측면의 목회는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의 구원이라는 두개의 궁극적인 축 안에서 하나로 만날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양자의 조화에 목회학의 초점을 맞추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워드 클라인벨의(Wellbeing)은 그러한 노력의 결론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책에서 사회구조, 자연환경, 인간정신, 인간육체, 인간관계, 인간의 직업과 환경, 하나님과의 영적인 신앙관계등 7거지 차원의 전인적 Wellbeing을 위해 교회는 헌신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Clinebell, 1992). 이것은 바로 예언자적 목회와 제사장적인 목회의 조화를 추구하는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5) 계시/목회실천과 목회실천/성찰의 방법론을 병행하려고 한다.

오늘 세계의 목회신학의 흐름을 요약한다면 그중에 목회신학 방법론에서의 변화도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20세기중반 안토 보이슨이 "살아있는 인간문서"(Boison 1937)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목회현장속에 신학의 자원들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이전까지의 목회신학은 어떻게 하나님의 계시를 목회현장에 적용시킬 것인가 하는 응용신학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목회신학의 성경적 기초와 역사적 연속성의 회부를 부르짖을 때에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안토보이슨 이전의 단계에 머물렀다. 목회신학의 관심은 성서적이요, 신학적이요, 역사적 맥락을 잇는 목회의 실천에 집중되었다. 토마스 오덴, 데릭텃볼, J.E.아담스, 윌리암 오글스비, 레이엔더슨등도 모두 현대목회 실천의 바탕을 하나님의 계시에 견고히 세워야 한다는 점등을 강조하고 그러한 목적을 위하여 목회신학 저서들을 내었다.

그러한 목회현장속에 신학적인 통찰이 숨어있으며, 목회현장을 성찰하고 탐구하여 도출한 신학적 통찰은 기존의 이론중심 신학에 새로운 빛을 더할 수 있다는 방법론적 고찰은 오늘의 목회신학에 새로운 활혁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시워드 힐트너(1958)의 공헌이 절대적 이었다. 그는 19세기 중엽 브루클린에서 장로교 목사로 일하던 이차보드 스펜서가 기록해 놓은 목회사례들을 성찰하고 분석하면서 거기에서 신학적인 통찰을 얻으려고 하였다."목회신학원론" 이라는 힐트너의 책은 목회실천을 성찰하여 신학적 결론에 도달하는 방법론 상의 중대한 전기를 제공했다.

힐트너 이후 예언자적 목회를 강조하던 그룹들 가운데서 실천/성찰의 방법론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예언자적 목회를 강조하는 학자들은 하나님의 은총으로 뜨거운 마음을 가지고 먼저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고난의 현장을 보면서 성찰할 뿐 아니라 성경과 신학의 여러가지 가르침들과 교리들을 다시 이해한다.그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성경을 읽고,신학을 연구하는것과 또 다른 새로운 충격을받는다.그들은 신학연구를 문서자료에서 출발함으로서 뜨거운 가슴들이 신학으로 냉각되어 버려 목회현장에 나갈 때는 무감각,무감동의 사람이 된다고 생각한다.그래서 그들은 먼저 목회현장을 성찰하면서,고난의 현장에서 제기하는 문제들과 통찰들을 연구하여 새로운 신학적인 결론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해방신학,민중신학,여성신학등에서 제출한 이러한 방법론은 지나치게 현장을 중시함으로 계시와 신학전통을 현장이라는 맥락에 의해 환원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해석하여 하나님의 계시의 본래적인 의미를 상실하게 할수도 있었던 문제들을 남겼다.

오늘 세계 목회신학 동향에서 방법론에 대하여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자 하는 것은 위의 두가지 양극적인 방법을 통합하려는 소위 쉬카고 학과의 방법론이다.쉬카고에 소재한 맥코믹신학교를 중심으로 개발되는 이 방법은 계시와 신앙과 신학에서 출발하여 현장에 실천하고 다시 목회실천을 평가 검토하여 새로운 신학적인 통찰을얻고 그 통찰을 이전의 신념과 신앙에 조명하여 새로운 신념과 신앙에 이르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제 1단계에서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신앙과 신념이 무엇이냐를 검토하고 그것의 성경적인 기초와 역사적인 연속성을 갖는가, 그리고 사회과학이나 교회의 구체적인 경험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가를 검토한다. 제 2단계에서 목회자는 성경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합당하다고 인정되는 신념과 신앙들을 구체적으로 목회현장에 실천하기 위하여 목표들을 세우고 실천방안들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는다. 제 3단계로 다양한 실천이론들을 활용하여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하여 목회실천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제 4단계로 수행된 목회실천을 성찰하여 검토하고 평가하여 새로운 신학적, 목회적 통찰과 결론을 얻어낸다.

이러한 방법론은 계시/실천/성찰의 3단계 방법으로 오늘의 한국교회 목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놓을 수 있는 목회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 구속론 중심의 목회와 창조론 중심의 목회

기독교 목회는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구원에 감격한 사람들이 이에 응답하여 하나님의 교역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잭클과 클레부슈의 목회의 역사에서 보여주는 2000여년동안의 기독교 목회는 그 중심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원에 집중되었다. 치유, 지탱, 인도, 화해의 모든 목회 기능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나타난 완전한 구원이 있었다.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변함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목회의 중심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게 하며, 오늘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으로 이땅에서 생수의 강의 흐르는 삶에 이르려고 하며,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게 신자들을 돕는가에 있다. 필자는 이러한 경향을 구속론적 목회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 이유는 궁극적 관심이 에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0년대 부터 기독교 목회에는 새로운 주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오늘에 이르러서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그것을 필자는 창조론적 목회라고 부르고 싶다. 창조론적 목회의 주제는 두갈래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하나님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독특한 의미와 목적을 주셨고, 각자에게 독자적인 은사와 재능을 주셨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목회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교역과 목사의 목회의 중심은 각자가 받은 하나님의 뜻과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발하여 그 은사와 재능을 사용하여 하나님께서 그를 향한 뜻을 실천하게 함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각도에서의 목회는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시하고 존중하며, 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것을 이 땅에서 실현하고 완성할 수 있게 도와나가는 것이다.

창조론적 목회의 또 하나의 갈래는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우리 인간에게 만물을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본래의 모습을 지키도록 자연과 사회와 세상을 만들어가는 책임을 주셨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창조론적 목히를 주장하는 자들은 대기오염, 오존층 파괴등의 문제뿐 아니라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가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에 따라 성장할 수 있게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를 관리하며, 사회 구조를 개혁하려는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영광돌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교회협의회 대회와 세계개혁교회협의회 대회등은 바로 이러한 목회신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적인 목회신학의 흐름은 창조론적인 목회와 구족론적인 목회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제 2장. 교회와 목회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15:5).

목회자는 누구든지 비전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진정으로 하나님께 신실한 종이 되고자 노력하는 목회자는 성경이 보여주는 비전을 가지고 목회한다. 포도 열매로 가득한 포도나무는 우리 교회의 중요한 상징들 가운데 하나요, 끊임없이 목회자들에게 꿈을 심어 주는 원천이다. 온 교회 성도들이 사랑과 희락과 화평,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 온유와 충성과 절제, 빛과 의와 전도등의 열매를 가득하게 맺는 교회를 생각해 보라. 그 교회는 하늘 나라의 아름다움을 이미 이 땅위에서 맛보고 있는 교회가 아닐까? 예수님도 "너희가 과실을 많이 맺으면 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실 것이요, 너희가 내 제자가 되리라"(요15:8)고 말씀하신다.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교회, 하나님의 영광이 머무르는 교회, 예수 그리스도와 닮은 제자들이 가득한 교회를 그리어 보라. 바로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비전이요, 교회의 미래가 아닐까?

교회는 어떻게 이 놀라운 꿈을 이 땅위에 성취시켜 나갈 수 있을까? 목회자는 어떻게 이 비젼을 교회 안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성도들은 어떻게 과실이 가득한 제자의 삶을 살 수 있을까?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포도 나무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열매의 비결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요15:5). 포도나무 가지에 열매가 가득하려면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깊은 성도의 삶의 진리를 담고 있는 말씀이다. 포도나무 가지에 잎사귀가 떨어지고, 꽃도 열매도 없고 메마른 나무처럼 보일 지라도 그 가지가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으면 하나님의 때가 되었을 때에 싹이 나고 잎사귀가 생겨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포도나무가 시들은 것같이 보이고 메마르고 생기가 없어 보일 때에도 포도나무 가지는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한다.

예수님 당시 과실을 많이 맺어 하나님의 영광이 되었던 제자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단단히 붙어 있었던 가지들이었다. 그 가운데 가롯 유다는 포도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가지요, "밖에 버리워 말라진" 가지요(요15:6), "사람들이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살라버린"(요15:6)가지이다. 그러나 베드로, 요한, 야고보와 같은 사도들, 마태, 삭개오와 같은 세리들, 바디메오와 같은 불구자들, 문둥병자들, 막달라 마리아와 같은 귀신들린 자들, 그리고 수많은 죄인들은 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나아와 예수님을 만나고 그 분을 영접하여 그 분 안에 있었기 때문에 하늘의 별같이 빛나는 하나님의 일꾼들이 되었으며, 성경의 주인공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오고 오는 세대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희망을 불어 넣고 있다. 그들은 예수님 안에 있었고 예수님은 그들 안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놀라운 열매의 사람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 이 시대에 포도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는 가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예수님 안에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 우리 안에 예수님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하나님께 기도한다는 것을 의미할까?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헌신하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물론 그러한 의미도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지속성과 구체성이 없다. 포도나무 가지는 포도나무에 지속적으로 붙어있어야 하며, 거기에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 있다. 제자들과 예수님과의 관계도 지속적이요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나 있다(제자들과 예수님과의 관계도 지속적이요 구체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기도와 예배와 헌신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구체적인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본 훼퍼(Ditriech Bonhoeffer)는 루터(Martin, Luther)를 인용하면서 예수 안에 있는 것은 교회 안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1961).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엡4:15-16, 골2:19, 고전12:12,27등), 예수 안에 있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 안에 있는 것이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 있을 때에 예수 안에 있는 것이다.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서 모든 영양분을 공급받고 잎사귀를 돋아나게 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열리듯이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안에서 생명을 공급받아 그리스도를 닮아가며 과실을 맺게 한다.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생명의 근원에서 단결되는 것을 의미하며, 교회 밖에는 죽음이 있을 뿐이다(Calvin,Inst. Ⅳ.1).

그러므로 과실이 가득한 성도들을 꿈꾸며, 하나님이 영광이 머무르는 교회의 비젼을 가지고 목회하는 목회자들은 교회를 바로 이해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우는 일에서부터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본장은 교회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목회자가 중점을 두어야 할 목회의 실제들을 발견하려고 한다.

목회자의 비젼 :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는 교회 하나님의 영광이 머무르는 교회 예수 그리스도와 닮은 제자들이 가득한 교회(요15:8). 열매의 제 1원리 :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요15:5). 예수님 안에 있는 것은 교회 안에 있는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고전12:12, 27, 엡4:15-16, 골2:19등)이요, 성도들은 지체의 각 부분이요(고전12:27), 성도의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고전6:15)이다.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붙어 있을 때에만 과실을 맺을 수 있다.

1.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⑴ 생명의 능력이신 그리스도의 몸

바울 사도는 인간의 몸을 사망의 몸(롬7:24)이요, 죄의 몸(롬6:6)이요, 구속을 기다리는 몸(롬8:23)이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아담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아담의 몸은 생령(living being, 창2:7)이었으나 범죄한 이후에 죽음의 몸으로 변하였다. 하나님으로부터 단절되어, 하나님의 생명의 공급이 끊어져버린 인간의 몸은 죄가 지배하는 죄의 노예, 악의 도구로 전락했으며, 죽음과 영원한 멸망을 기다리는 몸이 되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운명이 되었다(롬5;12-16).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은 죽을 몸을 살리는 몸(롬7:4)이다. 이제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님과 화목케 하는 몸이요 "너희를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그 앞에 세우는"(골 1:22) 몸이 되었다. 바울은 아담의 몸과 그리스도의 몸을 대조하면서 예수의 몸의 참 능력을 가르친다. 첫 사람 아담은 산 영(living being)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는 살려주는 영(life-giving Spirit)이 되었다(고전 15:25).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고전 15:22).

그리스도는 본래 하나님의 본체이셨고(빌2:6), 하나님과 함께 한 말씀이셨으며, 하나님 자신이셨다(요1:1). 말씀이 육신을 입어 우리 가운데 오셔서 독생자의 영광을 나타내시며, 은혜와 진리를 넘치게 하시는 분이 곧 그리스도요, (예수 그리스도) 몸으로 나타난 하나님이다. 그러므로 그 분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며"(골2:9) 또한 그 분은 "모든 정사와 권세의 머리"시다(골2:10).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서만 충만을 얻을 수 있다(골2:10).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님의 생명이요 어두움을 밝히는 참빛이며(요1:4) 은혜와 진리로 이 땅을 가득하게 채우는 하나님의 권세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예수의 몸 안에 있을 때에 새로운 생명을 공급받는다. 즉 예수님의 몸은 죽을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생명으로 채우고 새 생명을 창조하시는 생명의 능력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부터 생명의 공급을 받는다. 예수 그리스도안에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기 때문에 충만하고자 원하는 자마다 그리스도의 몸안에 있어야 한다. 아담의 몸을 입은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죄의 몸과 사망의 몸을 가졌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인간은 심판과 멸망으로 운명지어졌다. 그러나 세례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일으키신 하나님을 믿는 자들은 예수님 안에서 함께 일으키심을 받는다(골2:12). 우리가 예수님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써 그분과 함께 장사되고, 그리스도를 죽은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나님의 영광이 우리에게 임할 때, 죽을 몸을 가졌던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새 생명을 얻는다(롬6:4).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몸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마디와 힘줄로 공급함을 얻고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님이 자라게 하심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성장한다(골2:19, 엡4:13). 요약하면 예수님의 몸 안에서 우리의 죽을 몸은 생명의 공급을 받으며(고전 15:22), 함께 일으키심을 받으며(골2:12), 충만함을 얻으며(골2:9-10), 성장하는 힘을 공급받아 성장하며(골2:19),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이른다(엡4;13).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교회라고 할 때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 새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아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를 받으며 풍성한 열매의 사람들이 된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떠나는 것은 하나님의 생명에서 끊어지는 것이요, 심판과 멸망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는 성전이므로(요2:21, 고전6:1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 거하는 자는 성령의 능력을 공급받아 새 삶을 살 것이다.

⑵ 그리스도의 몸 안에 거하는 수단들

죽을 몸, 사망의 몸, 죄의 몸은 생명을 주시는 능력이신 그리스도의 몸(교회)에 접붙임을 받을 때에 생명을 얻는다. 어떻게 죽을 몸이 생명의 몸에 접붙임을 받는가?

1) 믿음:

믿음은 죽을 몸이 생명의 몸이신 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임을 받는 첫번째 길이다. 마태복음 16장 18절은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라고 말씀하신다. 믿음의 반석은 진실한 교회의 터전이요 믿음을 떠나서 교회는 이야기할 수 없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모퉁이 돌이라고 말씀하신다, "너희는 사도들과 선지자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라 그리스도 예수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엡2:20). 사도요한은 믿음을 빛과 어두움에 비유하여 말씀하신다.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두움의 세상속으로 들어오셔서 죄와 질병과 폭력과 고통과 귀신등의 어두움을 하나님의 생명으로 밝히시고자 원하신다. 자기 백성들은 참 빛이신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어두움 가운데서 심판과 죽음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참 빛이신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다"(요1:12)

믿음은 두가지 기초 위에 있다. 첫째는 교회의 모퉁이 돌이요, 믿음의 반석이시며 어두움을 밝히는 참 빛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그분은 인간들이 간구하거나 부르짖거나 찾기전에 먼저 어두움의 세상속으로 찾아오신 분이요, 죽을 몸에 생명을 공급하고자 원하시는 분이시다. 믿음의 두번째 기초는 오신 그분을 영접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두운 방은 빛이 들어올 때에 거절하거나 환영할 능력이 없지만 인간은 아무리 어두움으로 칠흙같이 둘러 쌓였어도 참 빛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거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이다. 이 자유의지가 타락과 함께 손상을 입은 것이 사실이나 하나님은 성령을 인간에게 보내어 권고하시고 인간을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참 빛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할 능력을 얻는다.

생명의 능력이신 그리스도께서 먼저 사망의 몸을 입은 인간들을 찾아 오셨고,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성령께서(행2:38, 롬5:5, 고전 65:19등) 우리의 마음을 깨우치사 예수님을 영접하게 하시는 것은 사실이나 하나님은 아직도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요1:11-12, 계3:20등). 우리가 생명의 능력이신 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여 생명의 삶을 살고자 할 때 그 첫번째 단계는 예수님을 받아들여 그분께서 나의 속에 있는 모든 어두움을 쫓아내고 새 생명의 삶을 살 수 있게 인도하여야 한다.

예수님을 영접하는 인간의 행위는 몇가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조플랜드와 스타크(J. Lofland and R. Stark), 오스틴(Roy Austin), 엥겔과 노톤(J. Engel and H.W. Norton)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이 열리고 하나님을 영접하는 과정에서 전도자, 하나님의 말씀, 인간의 내면적인 상황, 성령의 역사등 4가지 요소가 중요하다고 한다 .

① 전도자와의 만남은 예수님 영접에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다.

② 전도자가 전달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예수님이 그 사람에게 오시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③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위기 경험이나 그 사람의 삶 가운데서 부딛치는 문제 상황들은 그 의 마음을 열어 말씀을 받을 수 있게 만든다.

④ 성령은 전도자와 말씀과 상황을 사용하여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권면하고 깨우친다.

(J. Lofland & R. Stark, 1965, pp.30. 862-875; R. Austin, 1977. pp. 282-287; J. Engels & H.W. Norton, 1975등)

사망의 몸을 입은 인간은 우리에게 찾아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믿음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접붙임을 받아 새 생명의 삶을 시작한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신앙 이해를 탈피하기 위하여 교회가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가를 밝히 알아야 한다.

① 전도자를 양육하여 전도할 수 있게 하는 사명을 교회가 위임받았으며, 교회 안에서 전도자가 나온다.

② 전도자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그가 속한 교회에서 받으며, 전도자의 말씀의 내용도 그가 속한 교회에 따라 달라진다(예를 들면 장로교회에 속한 전도자의 강조점과 오순절 교단에 속 한 전도자의 강조점은 다를 수 있다)

③ 전도자는 자기가 속한 교회의 도움을 받고 그 교회의 자원들을 사용하여 전도한다.

④ 전도자는 자기가 전도한 사람을 자기가 속한 교회에 소개하여 신앙훈련을 받으며 성숙한 신앙 에 이르게 한다.

⑤ 예수님을 영접하는 새 신자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예수님을 영접하는 것이 아니라, 전도자를 통하여 전달되는 예수님을 영접하며, 교회에서 경험하는 예수님을 자기의 주님으로 믿게 된 다.

⑥ 그러므로 믿음은 교회의 맥락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으며, 교회는 구원의 몸이신 그리스도에게 사망의 몸을 입은 인간을 접붙이는 구체적인 장이다.

그리스도의 몸 1. 원리 아담의 몸 : 죄의 몸, 사망의 몸 → 모든 인간의 운명 : 심판과 멸망 예수의 몸 : 구속과 생명의 몸 → 모든 인간에게 생명의 능력을 전달하는 몸이다. 교회 : 그리스도의 몸 → 교회안에서 모든 인간은 생명의 공급을 받으며 생명의 몸으로 변화된다. 2. 교회와 생명 1) 믿음은 죽을 몸이 생명의 몸에 접붙이는 첫번째 길이다. 믿음의 기초 : 예수 그리스도와 그 분을 영접함. 예수님을 영접함 : 성령의 조명이 필수적이다. 영접의 요소들 : ① 전도자와의 만남 ② 말씀과의 접촉 ③ 사람의 구체적인 상황 ④ 성령의 역사 영접의 요소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콘텍스트 안에서 일어난다.

2) 성례

로마천주교는 7성례를 주장하는데 반하여 개신교회들은 세례와 성찬만을 성례로 인정한다. 성례전은 "그리스도께서 제정하신 것이요, 확실한 은총의 표시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며,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선하시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하나님은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보이지 않게 역사하시어, 우리의 신앙을 소생시키시고, 굳세게 하며 성숙시키신다"(CC pp 274).

성례전은 하나님의 은총의 수단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케 한다.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탄생되고, 성만찬을 통하여 양육을 받으며, 그리스도의 형상을 따라 성숙된다. 그러므로 성례전은 목회의 중심가운데 하나이며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접붙임을 받으며, 사명을 부여 받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게 하는 필수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성례전에 참여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역사 가운데 들어오셔서 우리를 만나신다. 그 분은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임재하여 우리에게 은총을 베푸신다. 우리가 세례를 받을 때에 하나님은 우리를 생명의 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 인도하며, 성만찬에 참여할 때에 하나님은 우리 속에 하나님의 생명을 제공하여 우리를 성숙시킨다. 그러므로 성례전은 죽을 몸을 생명의 능력이신 그리스도의 몸에 접목시켜 끊임없이 생수를 공급받게 하시며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는 생명의 통로이다. 모든 성도들은 성례전 가운데서 하나님의 생명으로 넘치게 된다.

가. 세례는 그리스도의 몸에 성도들의 몸을 접목시키는 구체적인 예식이다. 믿음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를 영접한 그리스도인들은 고아와 같이 버림을 받지 않고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 접붙임을 받아 그리스도의 몸에 흐르는 생명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믿음이 하나님과 나를 연결시켜 하나님의 은총을 받게 하는 내면적인 은혜의 통로라고 하면 세례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외적으로 연결시켜 몸을 통하여 흐르는 생명을 공급받게 하는 외면적인 은혜의 통로이다. 믿음을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신비적이요 개인적인 만남의 사건이라고 한다면 세례는 보이는 신앙공동체 속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요, 관계적인 만남의 사건이다. 믿음이 하나님과의 신비적인 내면의 교제라면 세례는 이웃과 함께 하나님을 만나는 공동체적인 교제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행전을 보면 믿음의 사건과 세례는 언제든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먼저 믿고 세례 받은 경우도 있고(고넬료의 가정에서 일어난 사건, 행10:44-48), 믿음과 세례가 동시적인 경우(베드로의 설교시 회개한 3000명, 행2:38-41; 에베소의 제자들, 행19:1-7)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믿음(성령받음)과 세례는 하나의 동전의 양면과 같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면적이요, 구체적인 하나님과의 교제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서의 교제는 짝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례는 성령 공동체인 교회(그리스도의 몸)에 접붙임을 받는 예식이기 때문에 성령안에서 행하는 출발점이다.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얻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니(행2:38).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였느니라(고전 12:12-13).

그리고 세례는 그리스도의 새 생명의 능력으로 사는 삶의 시작이다.

무릇 그리스도 예수와 합하여 세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받은 줄을 알지 못하느뇨,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도 또한 새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롬6:3-4).

세례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계로 생명의 능력을 공급하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몸인 교회에 접붙임을 받아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는 순간이요,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고유의 사명을 부여 받는 순간이다. 세례는 내적인 믿음의 외적인 증거로 중생 하나님의 자녀됨, 죄용서, 칭의 받음 성령의 내주하심 하나님이 주시는 사명을 부여 받음,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됨을 외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으로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선언하며, 확인하는 성례전이다.

나. 성찬예식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 그리스도의 몸에 계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예식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임을 확인하고, 우리를 씻으시며 새 생명에 참여시켜 주심을 감사하고 그리스도께서 명하시는 삶과 사명에 충성하여 살 것을 다짐한다. 하나님은 성만찬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임재하셔서 은총으로 넘치게 하시며, 새 생명의 능력을 공급한다. 결혼기념일을 맞는 부부가 그 날을 기념하는 뜻은 이제 새로이 부부될 것을 다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부부된 것을 확인하고, 결혼서약을 재다짐하며, 감사하는 것과 같이 성찬예식은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하시며 새 생명으로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의 은총을 재확인하고, 세례의 서약을 재다짐하며, 구원의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러나 성찬예식은 인간의 다짐과 감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예식 가운데 하나님이 임재하여 우리를 양육시키시며, 성숙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의 자리이다. 우리는 성찬예식을 다음과 같이 이해한다.

ⅰ. 주님의 몸의 지체됨을 기념하여, 감사와 찬양을 하나님께 드림.

ⅱ. 하나님으로부터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음.

ⅲ. 주님께 헌신하며,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을 다짐함.

ⅳ. 자기의 유익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덕을 위하여 모든 노력을 기울이며

살겠다고 다짐함.

ⅴ.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흐르는 통로로서 하나님과 이웃을 위하여 살 수 있는 능력을

공급받음.

세례와 성만찬은 하나님의 은총의 본질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기독교회는 전통적으로 내적인 소명과 외적인 소명을 받아 목사로 안수 받은 목회자만이 세례를 베풀고, 성만찬을 집례할 수 있다고 믿었다. 목사는 교회 공동체로부터 성례전 집례의 권위를 위임받았기 때문에 성경과 전통에 합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성례전을 교회공동체에 제공하여야 한다(Calvin Inst. 4.4등)

3)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은 역사 가운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친히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계시된 말씀이라고 부른다. 계시된 말씀은 처음에 구전으로 전승되었으나 시간이 경과되면서 기록된 전승으로 나타났고 이것이 정경화과정을 거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성경이 생겨났다.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은 계시된 말씀을 증거한다. 설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복음의 선포를 의미한다. 설교는 본질적으로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그리스도-를 증거한다. 계시된 말씀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 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에, 설교는 기록된 말씀을 명료화하고, 주석하고, 해석하며,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과 현대언어로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 사이에는 삼중적인 상호의존 관계가 있으며 성령의 조명을 통하여 서로 일치한다(Barth. CD. Vol.1)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는 곳에 하나님의 창조적인 개입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단순하게 우리의 마음에 깨우침을 주고 우리들 계몽시키고 있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 말씀은 창조적인 능력으로 말씀을 받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이유는 말씀을 통해서 성령 하나님이 말씀을 받는자들 가운데 임재하여 역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인간 대리자를 사용하시든지 또는 자신의 힘으로 직접 행하시든지 간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항상 그의 말씀 안에서 이다"(Calvin, Inst. Ⅲ.2.6.). 하나님은 말씀을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실 뿐 아니라 인간에게 자기의 뜻을 나타내시고 신앙을 견고히 하신다.

그러나 말씀에 의하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까? 그의 말씀을 통해서 선포된 하나님의 뜻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나님의 말씀은 그 뜻하신 바를 성취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Inst. I. 17.5).

그러나 외형적인 말씀 그 자체를 신격화시켜서는 안된다.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을 받을 때 그 말씀을 증거하고 깨닫게 하며 받아들이고 확신케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강조한다.

하나님의 진리를 깨닫게끔 우리 마음을 계몽시키는 자는 자기의 영으로 우리 마음에 그것을 인치시며, 그의 확실한 말씀에 대한 증거로써 우리의 양심을 견고케하시는 자는 하나님뿐이라는 기초적 원리를 갖지 못한 자 안에는 그리스도의 영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Joseph Richard, 1986,207).

하나님의 말씀, 자신들의 구원, 그리고 일반적으로 신앙에 대해서 신자들이 갖는 참 확신은 육체적 판단에서나 또는 인간의 철학적 담화로부터 솟아나지 않고 성령의 인치심으로부터 솟아난다. 그것이 그들의 양심에 모든 의심을 제거할 만큼 확실하다(Ibid, 208)

성령과 하나님의 말씀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 양자는 호혜적으로 상호관계되어 있다. 성령의 교역은 성경에 있는 계시를 보충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진리를 증거하지 않는다. 성령은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게 하며 확신케 한다. 성령은 말씀을 조명하여 그 말씀을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게 하며, 하나님께 경외와 순종과 헌신을 드리게 한다.(Calvin, Inst. I.9.6). 그러므로 성령께서 말씀을 받는자의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리스도의 선포는 내면의 교사인 성령이 마음으로 이르는 길을 열기 까지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Calvin Inst. I.7.4.)

그러므로 말씀과 성령은 외적인 증거와 내적인 증거의 양면성을 가지며 이 양자가 하나로 결합될 때에 진정한 하나님 신앙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당신 자신의 체험으로써 성령 없이 말씀 그 자체만 가져 오는 것도 불합리한 것처럼, 말씀없이 성령을 자랑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Joseph Richard, 214).

개신교 전통은 하나님의 말씀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위임하였다고 믿는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자요, 보존하는자일 뿐 아니라 그 말씀을 증거하고 선포하여 온 세상에 하나님의 구원을 전하는 자이다. 모든 인간은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받으며, 교회가 위임한 일꾼들의 입으로 복음의 소식을 듣는다. 모든 구원은 들음에서 나며, 하나님의 교회가 위임한 전도자들의 전파하는 말씀이 없이는 하나님의 말씀은 들을 수 없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이 온 세상에 들려지도록 부름 받은 하나님의 백성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을 분리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 안되지만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를 분리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도 안된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든지 교회라는 콘텍스트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구원하시는 하나님과 구원받아야 할 하나님을 연결시키는 고리요,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께로부터 나와서 교회를 통하여 구원이 필요한 세상으로 흘러들어가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성령은 교회안에서 그리고 교회가 위임한 일꾼들을 통해서 말씀을 받는 이들을 조명시켜 구원을 얻게 하시는 하나님의 영이라고 할 것이다.

4) 그리스도인의 훈련

훈련이라는 개념을 얼마나 확대하여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저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은 기도, 봉사, 교육, 예배등 그리스도인의 모든 삶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리차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훈련이라는 실제속에 묵상훈련, 기도훈련, 공부훈련, 금식훈련등의 내면훈련과 단순훈련, 고독훈련, 봉사훈련, 순종훈련등의 외면훈련과 인도훈련, 예배훈련, 고백훈련, 축제훈련등의 공동훈련을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Foster, 1988) 필자가 저술한 [영성훈련의 실제]에서는 개인훈련, 성도의 교제, 공동훈련, 참여와 봉사등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을 섬기며, 이웃을 섬기는 모든 삶을 훈련의 범주안에 포괄시키고 있다(오성춘, 1992). 훈련을 단순히 교회의 권징에 국한시키지 않고 이와같이 광의로 사용한다고 하면 훈련은 하나님과 교회, 성도들, 그리고 세상과 사이에 새생명의 능력을 흐르게 하는 통로들 가운데 하나이다.

포스터는 모든 훈련은 인간의 훈련이 아니라 성령훈련이라고 결론 지음으로서 훈련은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은혜의 통로일 뿐 아니라 아니라 그 훈련을 할 수 있게 역사하시고, 그 훈련 가운데 임재하시며, 그 훈련을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을 베푸시는 분은 하나님의 성령임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터는 성령훈련을 믿는다:

의지와 결심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내면의 변화를 얻지 못해 절망할 때, 놀라운 깨달음이 새롭게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내면의 의는 은혜로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우리의 내면의 변화는 하나님의 일이지 우리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내면에서 일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성취하거나 벌 수 없읍니다. 그것은 은혜로 주시는 것입니다(Foster, 1988,24).

하나님은 훈련이라는 통로를 거쳐서 역사하신다. 하나님은 은혜의 선물을 받아 들이는 수단으로서 훈련이라는 방법을 고안하셨다. 훈련할 수 있게 성령께서 권면하시고 능력을 주실 뿐 아니라 훈련하는 바로 그 곳에 성령이 임재하여 역사하신다. 사도바울의 공식을 따르면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는(갈6:8) 진리이다. 농부에게 곡식을 자라나게 할 힘이 없고, 열매를 맺게 할 능력이 없지만 그래도 곡식은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가꾸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리스도의 훈련도 이와 같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의 신앙을 자라게 하고 사랑, 희락, 화평등의 성령의 열매로 가득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법으로 훈련을 예비하시고 그 훈련을 명하시고 있다. 훈련 그 자체로는 우리를 자라게 할 수도 없고 열매를 맺게 할 수도 없으나 하나님께서 명하시고 인도하는대로 순종하여 훈련할 때에 거기에 성령이 임재하여 우리를 자라게 하며 열매의 사람이 되게 만드신다.

훈련하는 곳에 성령이 임재하여 신앙을 성숙케하고 과실을 맺게 한다고 이야기할 때 우리가 빠지기 쉬운 잘못이 있다. 그것은 인간과 하나님이 협동노력으로 신앙은 성숙한다는 신·인협동설이다. 성령은 인간이 훈련하는 곳에 임재하여 훈련하는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할 때, 인간의 훈련은 변화의 필수적인 요소요, 따라서 인간이 협동이 없이 하나님의 구원을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이 땅에 현존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오는 잘못이다. 그리스도인의 모든 훈련은 교회라고 하는 콘텍스트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심지어 개인적으로 골방에서 묵상하며 하나님과의 내면적인 교제를 나누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훈련은 단독자의 훈련이어서는 안된다. 그는 교회의 가르침을 받아 묵상훈련을 배우며, 교회의 지도를 받으며 묵상훈련을 실시하고 교회안에서 묵상훈련의 열매들을 사용한다. 만일 묵상훈련이 교회의 가르침과 지도와 실천을 떠난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훈련이 아니라 인간의 수양훈련으로 전락할 것이다. 훈련의 책임을 위임받은 자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이것은 사도적 전승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교회를 떠난 어떠한 훈련도 진정한 훈련일 수 없다.

앞서 언급한대로 교회는 하나님의 성령이 거하는 전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 교회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실시하는 것 자체가 성령의 가르침과 인도와 지도를 받는 것이요, 성령의 훈련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어떠한 훈련을 하든지 그것은 내가 실천하고 있으나 성령의 가르침과 깨우침과 지도 아래서 실시하는 성령의 훈련이 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훈련은 성령께서 시작하여 성령께서 완성시키는 성령훈련이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훈련은 하나님과 나와의 개인적인 교제를 중심으로 훈련하는 개인훈련, 이웃과의 관계속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섬기는 교제훈련, 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의 함께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훈련하는 공동훈련, 하나님이 구원하시기를 원하는 세상에 나가 그들을 섬기며 구원하는 참여와 봉사훈련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그 훈련들은 그리스도인들 각자의 다양성, 지교회의 다양성에 따라 여러가지 다양한 훈련들로 나타난다. 다만 모든 그리스도인의 훈련에서 공통된 점은 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는 기본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② 교회의 가르침과 지도하에서만 참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③ 성령께서 시작하시며 완성하시는 성령훈련이라는 것과 ④ 하나님은 훈련하는 곳에 성령을 보내어 변화와 성숙을 일으키신다는 점등이다.

그리스도인의 훈련은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이다. 이 훈련을 통해서 그리스도인들은 성숙하며 열매의 사람들이 된다. 교회는 이 훈련을 위임받은 그리스도의 몸이며, 교회의 가르침과 지도아래서 훈련은 성령 훈련이 된다. 그러므로 교회를 떠나서는 진정한 훈련이 있을 수 없으며 열매 있는 훈련을 기대할 수도 없다.

성례전: 하나님의 은총의 수단으로 우리를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케 하신다. 우리가 성례 전에 참여할 때에 하나님은 역사 가운데 들어오시어 우리를 만나시고 은총을 베푸 신다. 1)세례는 내적인 믿음의 외적인 증거로 ① 중생, ② 하나님의 자녀됨 ③ 죄용서 ④ 칭 의 받음, ⑤ 성령의 내주하심, ⑥ 사명을 부여 받음, ⑦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됨을 외적으로, 구체적인 방법으로, 하나님과 사람앞에서 선언하며 확인하는 성례전이 다. 2) 성만찬은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임재하셔서 은총을 베푸시며, 새 생명의 능력을 공급하여 우리를 양육시키는 성례전으로 ① 주님의 몸의 지체됨을 기념하고 감사 하며, ②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으며, ③ 하나님께 헌신을 다짐하며, ④ 이웃에게 사랑의 실천을 다짐하고 ⑤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 받아 살 능력을 공급받는다. 하나님의 말씀 : 하나님은 말씀이 들려지는 곳에 창조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을 계 시하시고, 인간에게 자기의 뜻을 나타내시고 신앙을 일으키고 견코게 하신다. 1) 성령은 외형적인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는 곳에 임재하여 그 말씀을 증거하 고, 깨닫게 하시며, 받아들이고 확신케 하신다. 2)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에 성령의 창조적인 역사가 일어난다. 성령은 말씀안에서 역사하신다. 3)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위임받았다. 모든 성도들과 모든 세상은 교회를 통하 여서 그리고 교회에 의하여 말씀을 받는다. 그리스도인의 훈련 : 훈련은 하나님과 교회, 성도들, 그리고 세상과 사이에 새 생명의 능 력을 흐르게 하는 통로들 가운데 하나다. 1) 성령훈련: 모든 훈련은 성령의 가르치심과 권면하심에서 시작되며, 훈련하는 동안 성령이 역사하여 창조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 받게 하신다. 2) 교회의 콘텍스트안에서만 그리스도인의 훈련은 의미를 갖는다. 성령은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해서 역사하신다. 3) 그리스도인의 모든 훈련은 ① 교회에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목 적을 가지며, ② 교회의 가르침과 지도를 받아야 하며, ③ 성령이 시작하여 완성하는 성령훈련이요, ④ 훈련하는 곳에 하나님의 창조적인 역사가 일어난 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⑶ 성도와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

1) 성도의 몸과 그리스도의 몸

성도의 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로 재창조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5:17). 성도들은 내적인 믿음과 외적인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 접목되어 한 성령을 마신다(고전 12:12-13). 성도의 몸은 이제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었으며(고전 6:15),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의 전이 되었다(고전 6:19). 성례전과 하나님의 말씀과 훈련을 통하여 성도들 가운데 임재하시고, 은총을 베푸시며, 새생명의 능력을 공급하여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시키시는 성령은 성도들의 몸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신다(고전 6:20).

하나님의 근본적인 계획 가운데 하나는 성도들의 몸을 거룩한 산제사로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성취하는 것이다(롬12;1-2). 성령께서 성도의 몸을 성전으로 삼은 목적은 성도들의 몸을 하나님의 영광의 도구로 삼아 사람들에게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헌신하게 하려는 것이다. 성도들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이기 때문에 성도들의 몸이 성령안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야만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몸은 이 땅위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사명을 담당할 수 있다. 지체들이 불의의 병기로 죄에게 드려졌을 때 그 지체들을 가진 몸인 그리스도는 어떠한 분으로 세상에 나타나겠는가? 지체가 병든 몸을 생각해 보라. 머리의 계획과 몸의 사명은 지체를 통하여서만 구체적으로 실현된다. 지체가 변화되지 못하고 불의의 병기로 죄를 행하는데 어찌 머리의 계획의 성취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성도의 몸은 이 땅위에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계획과 몸인 교회의 사명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이다. 성도들의 몸의 변화 없이 하나님의 구원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중요한 목회의 관심 가운데 하나는 성도들의 몸을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구별시키고 훈련시켜 그리스도의 계획을 이 땅위에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의의 병기화(롬6;12-13)의 과제이다.

㈎ 성도의 몸은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한다.

아가페의 사랑과 에로스의 사랑을 대조하여 그 차이와 특성들을 분별해 보자. 가파도기아의 세 신학자들은 아가페를 하나님께서 은혜로 내려주시는 사랑으로, 에로스를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나온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열망이라고 구별하였다. 인간이 선과 의를 성취하고픈 열망이 간절할지라도(에로스)하나님께서 은혜로 채우시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반대로 하나님이 은혜를 부어 주어도(아가페) 인간속에 열망(에로스)이 없을 때에는 열매가 없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에로스의 열망으로 하나님을 사모하고 아가페의 은총으로 채움을 받아야한다. 가파도기아 신학자들은 에로스의 열망 자체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요, 그 열망으로 하나님을 사모하게 하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중시한다(Cully, 1986, 95-97).

아마도 기독교회는 교부들의 아가페와 에로스이해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아가페를 하나님께서 주시는 무조건적이요, 희생적이며, 창조적인 사랑으로, 에로스를 인간의 열망과 소원으로 이해하고있다(예, Nygren, Agape & Eros). 이것은 아가페와 에로스의 근원이 어디냐에 촛점을 모은 결과이다. 실제로 아가페와 에로스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여야 하는가는 질문은 거의 무시되어 왔기 때문에 사랑을 끊임없이 강조해도 사랑의 실천은 열매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로스의 사랑은 플라토닉 러브(Platonic Love)라고도 불린다. 그 이유는 플라톤의 저술 가운 데 [향연]이라는 책이 에로스를 주제로 다룬 대화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쏘크라테스는 사랑(에로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제기하고 여러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사랑의 정의를 내린다. 불완전한 대답들을 모두 반박한 후에 쏘크라테스는 에로스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에로스는 지고의 선 이데아를 찾아가는 가장 깊은 인간의 갈망이요 소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에로스는 가장 깊은 마음의 밑바닥에서부터 우러 나오는 마음의 사랑을 의미한다. 철학적으로 이 말은 의미가 있는 것 같으나 실천적으로는 별로 의미가 없다. 어떻게 마음의 사랑을 볼 수 있을까? 도대체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러나 신약성경에 자주 나오는 아가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랑이다. 바울은 아가페의 사랑의 진수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랑이라고 가르친다:

너희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5-8).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8).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아가페의 실천이 무엇인가?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이다. 하나님의 본체이신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비어 종의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셨다.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들 가운데 오셨다. 이것이 아가페의 시작이다. 아가페는 몸을 입는 사랑이다. 몸으로 역사속에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사랑이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아가페의 구체적인 모델이다.

두번째로 하나님의 아가페는 예수님의 몸과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표현되었다. 마태는 예수님의 아가페를 단순한 몇마디로 요약한다,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9:35). 예수님이 무엇을 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은 그 일들을 어떻게 하셨는지 생각해 보라. 예수님의 몸이 머무는 곳에 하나님의 구원이 나타나고 있다. 예수님의 지체인 발로 걸어서 찾아가는 곳마다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다. 예수님은 입으로 가르치시고 천국복음을 전파하신다. 예수님은 손으로 안수하여 병든자를 고치시고, 눈으로 민망히 여기시며, 얼굴표정으로 그들을 위로하신다. 예수님의 구원은 예수님의 몸과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수님이 천국복음을 전파하시고 병든자를 고치실 마음이있다고 해도 예수님의 몸이 움직이지 않고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천되지 않았다면 예수님의 마음의 목적은 열매없이 그대로 남았을 것이다. 하나님의 아가페는 예수님의 몸과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실천되었다.

세번째로 하나님의 아가페는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완성되었다. 예수님의 몸에 못을 박고 십자가에 메달아 그 몸의 모든 피와 물을 쏟으면서 몸으로 고통을 당하고 죽으실 때에 하나님의 아가페는 완성되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결코 마음의 사랑이나 철학적인 사랑이 아니라 몸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표현된 사랑이다. 예수님의 몸과 분리된 구원의 십자가는 결코 이야기 할 수 없다. 요약하면 하나님의 사랑은 예수님의 몸과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랑이요 예수님의 몸과 지체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위에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성육신한 하나님 자신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성도들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요(고전 6:15),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고전 12:27, 엡4:15-16)이라면 교회의 사명은 하나님의 아가페를 실천하여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요, 성도들의 몸은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야 한다.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입이 되어 하나님의 복음을 증거하고 사람들을 가르치며, 예수님의 귀가 되어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예수님이 눈이 되어 구원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며, 예수님의 발이 되어 고난의 사람들을 찾아가며, 예수님의 손이 되어 그들을 만지고 섬겨야 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모든 성도들을 예수님의 눈과 귀와 입과 손과 발과 가슴등으로 변화받게 목회하여야 한다. 목회자는 성도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 변화를 받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도들의 몸을 훈련시켜야 할 것이다.

㈏ 사명과 은사로 무장한 성도의 몸

BEM문서는 세례의 두가지 의미를 설명한다. 하나는 성도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 가입하는 예식요,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하나님의 사명을 위임받는 사명위임(ordination)이다. 전자는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지체로 예수님의 몸에 가입하여 하나님의 생명을 공급받으며(모든 지체는 몸의 생명과 능력을 공유한다), 그리스도의 몸에 거하시는 성령의 전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 가지는 사명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몸의 지체는 몸과 공동운명체요, 몸의 생명을 공유할 뿐 아니라 몸의 사명을 함께 나눈다. 그러므로 사명위임은 그리스도의 몸에 가입하는 것의 다른쪽 면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세례는 한쪽면에는 그리스도의 몸에 가입, 다른 쪽 면에는 사명위임이라는 글이 새겨진 하나의 동전에 비유할 수 있다. 성도들은 세례를 받는 순간 두 가지 기본적인 삶을 서약하며 부여 받는다. 하나는 그리스도의 몸에 흐르는 하나님의 생명으로 끊임없이 흐르게 하는 영성의 삶이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구원을 이 땅위에 실현하는 구체적인 봉사의 삶(교역의 삶)이다. 이 양자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치우칠 때 성도들의 삶은 균형을 잃고, 세례의 서약을 파기하며, 그리스도의 지체로서의 생명을 잃어 버린다. 성도의 몸은 영성의 삶과 교역의 삶을 균형있게 살도록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이 두가지 삶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그리고 교회를 통하여서 완성되어간다.

성도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명을 부여 받는가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어떠한 재능과 은사를 주셨는가 하는 것과 함께 생각해야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자 독자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스도인들은 그 재능이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자연적인 선물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기 전에 하나님께 받은 재능들을 자기의 유익과 계획을 위하여 사용했으나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후에는 그리스도의 몸에 덕을 세우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계획과 뜻을 따라 자기의 재능을 사용하려고 한다. 이런 소원을 주시는 것은 성도들의 몸안에 거하시는 성령의 역사이다(빌2:13).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후에도 자연적인 재능을 그대로 사용하여 섬길 수 있는 사명을 부여하시며, 그것으로 모자랄 경우에는 성령의 은사(Charisma)를 특별히 부여하여 사명을 담당케 한다.

베드로와 바울은 모든 성도들은 각기 하나님으로부터 은사를 받았다고 강조한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기를 원하노라 그러나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니라(고전 7:7).

각각 은사를 받은대로 하나님의 각양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하는 것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의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같이 하라. 이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니 그에게 영광과 권능이 세세에 무궁토록 있느니라 아멘(벧전 4:10-11).

'내가 받은 것이 하나님의 은사인가?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사명이 하나님이 내게 위임한 것인가?' 하는 진정성 있는 기준은 세가지이다. ① 그것이 사람들에게(자기를 포함하여) 유익한 것인가? ② 그것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덕을 세우는 것인가? ③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는 것인가?(고전 12:7; 14:26; 벧전 4:11). 이 세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으로 [예]한다면 그의 은사와 사명은 진정성이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의 기본적인 책임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성도들이 하나님께 받은 구체적인 사명이 무엇임을 분별하고, 그들이 받은 재능과 은사를 발견하여, 그 사명을 수행함으로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고 교회에 덕을 세우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시키는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가 성장지상주의에 빠지는 교회들이 많아지고 성도들 각자의 사명과 재능및 은사를 보기 전에 성도들의 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세속적인 문화가치에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성도들 각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부여 받은 사명과 재능및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하여 하나님의 계획을 이루어 가는 교회의 비젼을 가져야 할 것이다.

㈐. 몸의 중요성을 인식하라

성도의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이다. 성도의 몸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그리스도가 어떠한 분이며 그리스도께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가름한다. 이것은 우리의 지체와 우리의 인격과의 관계를 비유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얼굴 표정, 눈빛, 말씨, 제스쳐, 차림새 등은 우리의 인격을 나타낸다. 우리의 인격은 어떠한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음가짐이 우리의 지체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날 때 그의 몸의 지체들과 만난다. 그와 악수한 것은 실제로 그의 손과 나의 손이 접촉이요,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의 입과 나의 귀, 나의 입과 그의 입의 만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 가짐이 아무리 훌륭하고 귀할지라도 그것을 몸과 지체를 통하여 구제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마음가짐은 별로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아가페의 사랑은 예수님의 몸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실천된 사랑이다. 그의 사랑이 무조건적이라함은 그분의 고침을 받을 자격이 없는 문둥병자가 그의 앞에 나왔을 때 그의 몸에 손을 대시고 입으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고 말씀했기 때문이다. 문둥병자는 자기와 만나주시고 문둥병에 걸린 자기 몸에 손을 대어주시고 입의 말씀으로 자기의 병을 고쳐 주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이 분은 자격이 없는 나에게 조건이 없이 만나 주시고 손을 대시고 입의 말씀으로 나를 고쳐 주셨다. 이 분은 무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하셨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문둥병환자가 예수님의 아가페를 경험한 것은 예수님의 몸과 지체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아가페를 표현해 주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사랑이 창조적이라고 할 때에도 그 분이 손으로 안수하고 입으로 말씀할 때 병든자가 고침을 받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창조적 능력은 예수님의 손과 입을 통해 세상에 들어오고 있다. 예수님의 지체가 활동할 때 거기에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지체로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이땅에 들어오게 하는 예수님의 입이요, 손이요, 귀요, 눈이요, 지체들이다. 성도의 몸은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전달하는 그리스도의 지체들이다. 그러나 성도의 몸도 성도들의 지체를 통하여 활동한다. 성도들의 입과 눈과 귀와 손과 발등 성도들의 지체들은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능력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입을 하나님께 산제사로 드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이야기하고 전달하고 가르치는 입이 되었을 때, 우리의 입은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능력을 흐르게 하는 통로가 된다. 따라서 하나님의 원대한 뜻과 사랑과 구원의 계획은 성도들의 지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성도들의 지체들 - 입, 귀, 눈, 손, 발, 표정, 제스쳐, 미소등등-을 바르게 훈련하는 것은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 실현에 필수적이다. 중요한 목회의 계획 가운데 하나는 성도들의 지체를 바르게 사용하는 훈련이다.

성도의 입 : 사랑을 전달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진리를 가르치며, 위로와 격려와 권면하는 입 이 될 때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의 통로가 된다.

성도의 귀 : 하나님의 뜻과 계획과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이웃의 아픔과 상처와 고통을 들으며, 형제/자매의 심령의 소리를 들을 때 귀는 아가페의 귀가 된다.

성도의 눈 : 미소와 사랑이 담긴 눈, 격려와 위로가 담긴 눈, 권면과 책망을 전달하는 눈, 관심 과 애정을 담은 눈이 되어 이웃을 향할 때 그 눈은 하나님의 계획을 실천하는 눈이된다.

성도의 손 : 손을 하나님께 산제사로 드려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이루는 손이 될 때, 그 손이 접촉하는 곳마다 사랑이 생겨나고, 그 손으로 봉사하는 곳 마다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성도의 지체들 : 성도의 모든 지체가 구체적인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을 전달하는 통로이므로 모 든 지체들을 이웃의 유익을 위하여,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그리고 하나님 께 영광돌리는 지체로 훈련하고 개발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입으로 사랑하며, 우리의 귀와 손과 발과 모든 지체들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 우리의 몸과 지체를 통하여 나타나게 해야 한다.

성도의몸 : 그리스도의 지체로 그리스도의 생명을 공유하며, 그리스도의 영인 성령이 거하는 전으로 하나님의 모든 계획과 구원과 사랑은 성도의 몸을 통하여서 세상으로 흘러 들어 온다. ⑴ 아가페 :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 사랑을 의미한다. ① 예 수님의 성육신의 사랑, ② 예수님의 지체를 통하여 나타난 사랑의 교역 ③ 예 수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완성된 하나님의 사랑 ＊ 성도들의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임으로 예수님의 입과 손과 눈과 귀와 지체 들이 되어 예수님의 사랑과 능력을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⑵ 성도의 사명과 은사 ① 모든 성도는 세례시 그리스도의 몸에 가입되며,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사명을 위임받는다. 전자는 영성적 삶을 후자는 교역의 삶을 요구하며 이 양자는 하나의 동전의 양면과 같이 균형이 잡혀야 한다. ② 하나님은 성도들이 받은 사명을 실현할 수 있게 재능과 은사를 주신다. 목 회자는 성도들의 재능과 은사들을 발견하고 훈련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 하게 해야 한다. ③ 은사의 진정성은 ⅰ) 사람들에게 유익, ⅱ) 교회의 덕, ⅲ) 하나님께 영광 돌림등으로 판단된다. ⑶ 성도들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이므로, 성도들의 지체-입, 귀, 눈, 손, 발, 제스쳐 등-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을 전달하는 구체적인 기관이요, 은혜의 통로이 다. 성도들의 몸과 지체들을 하나하나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2)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

바울은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선언하면서 몸인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충만하게 된다고 가르친다:

또 만물을 그 발 아래 복종하게 하시고 그를 만물위에 교회의 머리로 주셨느니라. 교회는 그의 몸이니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자의 충만이니라(엡 1:22-23).

이 구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바울은 교회와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몸의 비유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몸과 머리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이다. 머리 없는 몸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몸이 없는 머리도 생각할 수 없다. 교회가 그리스도에 접붙여 있는 동안에만 교회의 진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리스도도 교회와 분리되어서는 안된다. 그리스도의 구원의 계획은 몸인 교회를 통하여서만 이 땅에 구현되어 갈 것이다. 그러면 교회와 그리스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

바울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첫 열매라고 선언한다(고전 15:20, 23). 그 뜻은 예수께서 모든 존재의 근원과 목표로서 만유시요, 만유안에 계시며 모든 존재의 모형이 되심을 의미한다:

그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모든 창조물 보다 먼저 나신자니 만물이 그에게 창조되되 하늘과 땅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혹은 보좌들이나 주관들이나 정사들이나 권세들이나 만물이 다 그로 말미암아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또한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 그는 몸인 교회의 머리라. 그가 근본이요 죽은자들 가운데 먼저 나신자니 이는 친히 만물의 으뜸이 되려 하심이요(골1:15-18).

그러므로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는 모든 영적인 것으로 충만하며, 힘, 영광, 자유가 가득하며, 사랑과 의로 넘친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충만으로 예수 안에 거하게"(골1:19)하셨다. 예수님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거하신다(골2:9). 그러므로 교회는 "그안에서 충만하여 진다"(골 2:10). 몸인 교회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단단히 붙들고 그분께 충성할 때에, 교회는 힘과 사랑과 의와 자유와 영적인 충만을 넘치게 받는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멀어진 교회는 머리에 가득한 충만을 받을 수 없다. 성경은 충만의 비밀을 성도 개인의 헌신이나 충성에 연관시켜 이야기하기 보다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에 몸인 교회가 제대로 붙어 있느냐에 연관시키고 있다. 교회가 정처적인 권력이나 금전적인 부유함이나 인간적인 능력에 관심을 집중할 때에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충만을 받을 수 없고 인간적인 것들만이 지배할 것이다. 반면에 교회가 그리스도께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그분에게서 넘치는 충만을 받으려고 할 때는 그리스도의 새 생명의 능력이 흐르게 될 것이다. 철저한 머리 중심의 교회만이 영원히 살아남는 교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몸의 고난과 지체를 통한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충만을 이 땅위에 가져온다. "곧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받으실 것과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살아나사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 빛을 선전하게 함이니이다"(행 26:23). 예수님의 권능은 고난당하는 권능이요,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이요, 몸으로 실천하는 아가페이다: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라. 전에 악한 행실로 멀리 떠나 마음으로 원수가 되었던 너희를 이제는 그의 육체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화목케 하사 너희를 거룩하고 흠 없고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세우고자 하셨으니……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어떻게 풍성한 것을 알게 하려하심이라(골1:20-23, 27).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성도들의 첫 열매가 되어 온 세상에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과 구원을 넘치게 하려고 십자가의 고난을 선택하신 분이시다. 예수님의 몸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획과 뜻을 따라 못박히시고 찢기시고 고통을 당하시며 죽으셨다. 예수님의 부활은 십자가의 열매이다.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예수의 몸이 못을 박히고 조롱을 당하며, 멸시와 학대를 받으면서 사랑과 권능을 나타내었던 것처럼 교회는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의 모델을 따라 고난을 받으며,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하나님의 권능을 나타내는 종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 머리와 몸의 관계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폭발적인 능력으로 성장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함이 육체로 거하시기 때문에 머리에 붙어 있는 몸은 자연스럽게 머리로부터 충만한 은혜와 사랑과 능력을 부여 받는다. 교회는 ①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굳게 잡을 때 성장하며, ② 그리스도의 말씀이 몸안에 풍성히 거할 때 성장하며 ③ 순종의 삶, 서로간의 격려, 권면, 감사, 찬양의 삶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드러내고 ④ 이웃에게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 가운데서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 나타난다. 교회는 오직 예수님을 바라보며, 그 분과 교제하며, 그 분께 충성하고, 그분의 삶을 살려고 애쓰는 동안에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성장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의 충성과 순종은 그분의 능력과 권능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삶의 방법을 교회의 삶의 모델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영광과 능력을 보며 즐거워하고 예수님을 따르던 수천명의 사람들은 예수님이 고난과 섬김의 삶을 예고할 때에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는 순간은 모두 떠나가 버리고 예수님 혼자서 십자가에 달린다. 그러나 성령이 제자들에게 임하였을 때에 그들은 다시 예수님의 삶의 모델을 따라 고난과 섬김의 삶을 시작한다. 드디어 제자들은 예수님의 고난과 섬김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영광과 승리의 삶을 발견하고 따른다.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권능을 세상으로 흐르게 하는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다. 그들은 적대감과 불열을 화해로 바꾸고, 원수되었던 것들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고, 적대감의 장벽을 허물어 버리고, 새 사람, 새 피조물을 창조해 내시는 하나님의 동역자로서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성도들은 교회안에 사랑의 교제를 일으키시고 성장하게 하시며, 충만한 능력으로 넘치게 하시는 하나님의 동역자들이다. 이 놀라운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는 날을 상상해 보라. 온 교회가 이런 능력으로 가득한 세상을 생각해 보라. 하나님은 교회를 부르실 때에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부르신 것이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모델을 따르는 삶 속에서 이 모든 가능성이 꽃이 피고 능력있는 교회, 세상을 구원하는 교회의 비전이 실현될 것이다. 고난과 섬김의 삶, 십자가의 삶이 교회의 삶의 스타일로 정착되어 나타날 때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한 교회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관계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그리스도의 몸은 교회이다. 따라서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진정성을 가지며, 그리스도는 몸을 통해서만 구원의 계획을 완성하신다. ⑴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 ①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교회의 모델이다. ② 머리이신 그리스도안에는 모든 신성의 충만한 것이 몸으로 거하신다. ③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고난과 십자가를 통해서 생명과 영광을 나타내신다. 이것 은 교회의 모델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고난과 섬김에참여할 때 교회는 그 리스도의 새생명의 능력을 받으며 세상에 흐르게 한다. ⑵ 머리와 몸과의 관계 ① 교회는 머리에 굳게 붙어서 머리에 순종하고 머리의 모델을 따라 살 때에 풍성 한 은혜의 공동체가 된다. ② 성도들은 그리스도의지체들이므로 하나님의사랑과 권능을 세상으로 흐르게 하는 최전방기지이다.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 자신을 드리며, 그리스도의 삶을 본 받아 자기의 몸의 지체들을 통하여 실천할 때에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은 성도의 지체들을 통하여 세상에 흐르게 된다.

⑷ 영적인 몸으로서 교회 (Church as the Sprirtual Body)

1) 영적인 몸

영적인 몸이란 하나님께 산 제사로 드려진 몸을 의미한다. 그 몸은 하나님의 것으로 성별된 몸이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한 뜻을 순종하는 몸이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힘쓰는 몸이다. 자기의 유익과 탐욕과 정욕을 위해 사용되는 몸을 육적인 몸이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용되며 하나님의 계획을 실현하는 몸을 영적인 몸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린도전서 2장은 두가지 유형의 인간을 구별하고 있다. 하나는 자연인으로 자기의 유익과 뜻을 위해 몸을 사용하는 자이며, 다른 하나는 성령의 사람으로 그에게 임재하신 성령의 지배를 받으며,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실현하는데 자기 몸을 사용하는 자이다. 바울은 전자를 육에 속한 사람(Psychekos)이라고 불렀고, 후자는 신령한 자 또는 성령의 사람(Pneumatikos)이라고 불렀다. 자연인에게는 무엇이든지 자기의 뜻과 계획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보지만, 성령의 사람은 무엇을 보든지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필요한 것으로 본다. 성령의 사람은 자기의 몸과 지체를 바라보면서도 하나님의 계획을 위한 도구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하나님의 선물로 인식한다. 성령의 사람은 자기의 몸을 하나님과 관계성 속에서만 의미 있는 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에게 임재하신 성령께서 그의 몸을 하나님께 산 제물로 드리게 하시기 때문에 성령의 사람은 영적인 몸이 된다.

영적인 몸이 되었다는 것은 성도들의 몸이 다른 사람들의 몸과 구별되는 특별한 모양으로 변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겉으로 볼 때에는 나약하고, 보잘것 없고, 미련하게 보일 수 있다. 오히려 자연인 보다도 더 초라한 몸일 수 있다. 자연인 보다도 능력이 모자라고 힘이 없을 수도 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몸과 같이 피곤하고, 목이 마르고, 병이들고, 상처입은 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몸을 성령께서 사용하시고, 하나님께 드려지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케 하면, 그 행위가 비록 초라해 보여도, 그 몸은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을 전달하는 몸이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몸이 될 수 있다.

예수님은 성령의 사람, 영적인 몸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그러나 그의 몸은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체도 없어서"(사53:2) 흠모할 아름다운 것이 없었다. 그 분은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버린 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꺾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다"(사53:3) 아무도 그 분을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다. 한 때는 수천, 수만 군중들이 환호하며 그를 따르기도 했지만 결국에 가서 그는 혼자 십자가에 죽으셨다. 그에게 어떤 뛰어난 것이 있었다면, 또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신기한 몸을 가졌다면 그처럼 처참하게 배반당하고 조롱을 받으면서 죽을 수 있었을까?

보잘 것 없고,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는 예수의 몸이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나님의 계획을 다 이루신 하나님의 몸이 되었다는 것은 신비스러운 일이 아닌가? 하나님의 신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버린 바 된 단순하고 보잘 것 없는 그 몸이 바로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을 이 땅에 들어오게 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흐르게 하는 영적인 몸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영광은 엄청난 기적과 마술같은 권세속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인간의 행동과 평범한 인간의 순종속에서 나타난다. 이것이 영적인 몸의 신비이다. 영적인 몸은 엄청난 기적을 행하는 몸도 아니고 신기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몸도 아니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평범한 몸이지만 하나님께 순종하여 그리스도와 같이 섬김과 고난의 삶을 살 때에 바로 거기에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성취되어나가는 몸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더욱 영적인 몸이 될수록 더욱 자기의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자기의 모습 그대로를 하나님께 드려 순종하려고 하며, 자기의 지식이나 지혜나 재능이나 능력에 의한 기적이 아니라 흠모할 것이 없는 우리 가운데 임재하시는 그분이 역사하실 수 있게 허락한다.

영적인 몸이 되고자 애쓰는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며, 자기 힘이 미치는데까지만 노력하며, 하나님의 뜻과 계획을 분별하여 그것을 순종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볼 때에는 아무 뛰어난 것도 특별한 것도 찾을 수 없다. 오직 그들은 그리스도에게 빠져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고자 하는 약간 미친 증세가 있는 자들같이 보일 것이다. 그들은 어떤 특별한 일을 성취하려고 하지도 않고 사람들을 놀라게 할 기적도 보이지 않고 다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뿐이다. 하나님은 바로 이런 자들 가운데서 역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볼 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들은 아무 특별한 것도 없고 뛰어난 일도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하나님의 평화와 사랑과 은혜가 가득하게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적인 몸의 신비이다.

2) 교회의 신비

㈎ 그리스도의 몸의 신비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이사야 53장의 예언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영적인 몸의 모델이다. 교회는 보잘 것 없는 죄인들이 모임이다. 거기에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다. 그러나 거기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 나타나며, 인간들의 모임이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 교회는 사회적인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는 단체이다. 제도적인 교회를 보라. 끊임없이 들려오는 목사와 장로들과의 갈등, 불평과 불만, 졸리운 예배, 메마른 기도, 은혜없는 설교, 금전사고, 분열과 저주의 소문들을 들어보라. 어떻게 그렇한 집단을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그런 교회에서도 하나님이 역사하실까? 그런 교회에 붙어 있어도 은혜를 받으며 신앙성장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엘리 제사장과 사무엘을 예로 들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구약의 성소는 신약교회의 모델이다. 성소에서 일어난 그 일이 오늘의 교회에서도 일어날 것이다. 엘리제사장은 무능한 제사장으로자기 아들들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벌을 받아 그 집에 생산하는 모든 자가 젊어서 죽는 화(삼상 2:33)를 입는다. 엘리의 두 아들은 실로의 성소에서 하나님께 드리는 제물들을 손상시켜 합당한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회막에서 수종드는 여인과 동침하는 악을 범했다(삼상2:12-25). 그러나 제사장 엘리는 자기 아들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성소는 더럽혀지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곳이 되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엘리 제사장이 중보 기도함으로 위대한 제사장 사무엘이 태어났고, 사무엘의 어머니는 젖을 뗀 직후 감수성이 그렇게 예민할 때에 사무엘을 엘리 밑에서 배우게 했지만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민족(중흥)을 일으키는 큰 일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무능한 제사장 엘리 밑에서, 그리고 더럽혀진 성소에서 사무엘과 같은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것은 성소가 겉으로 보이는 성막과 제사장과 제도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성소는 하나님의 언약궤가 있는 곳이요, 은혜의 보좌가 있는 곳이요 하나님이 임재하여 말씀하시는 곳이다. 인간제사장이 부패하고, 눈으로 보이는 성소가 더럽혀지고 제도에 문제가 있을지라도 성소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은 모든 죄와 허물을 고치시는 분이요, 은혜와 진리로 넘치게 하시는 분이요, 저주를 축복으로, 분노와 미움을 사랑으로, 불안을 평강으로 바꾸시는 분이시다. 그 하나님이 성소에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시고 사무엘을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우셨다.

겨울 포도나무에 잎사귀가 없고, 꽃도 열매도 없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메마르고 냉냉해질 수 있으며, 실로의 성소같이 죄악과 더러움이 베일 수도 있고, 오늘 우리 주위에 보이는 어떤 교회들과 같이 갈등과 저주와 싸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곳에는 하나님의 성령이 임재하여 역사하신다.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가 봄이 되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듯이, 실로의 성소에서 위대한 제사장이 나오듯이 오늘의 교회 가운데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생명을 흐르게 하신다. 그러므로 메마른 교회에도 하나님이 역사하시며, 나약한 교회에서도 하나님은 은혜를 베푸신다. 고운 모양도 없고 풍체도 없이 사람들에게 저주와 조롱을 받으며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 이 땅에 구원의 복음이 들어 온것 처럼, 오늘의 교회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저주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거기에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께서 놀라운 일을 행하실 것이다.

㈏ 성령의 신비

하나님의 성령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 거하신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진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코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 넣음으로 사람이 생령이 된 것처럼, 잡다한 인간들이 모이고 결함이 있는 제도와 삶을 가지고 있는 교회에 하나님의 성령을 보내주심으로 교회는 영적인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생기가 사람의 어느 지체속에 있을까? 핏속에 일까? 두뇌속에일까? 심장에 일까? 이런 질문이 어리석은 것과 같이 교회 어느 부분에 성령이 거하시느냐 하는 질문도 어리석은 것이다 . 그러나 하나님은 성령을 교회에 보내셔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는 교회안에서 하나님의 신비가 역사하게 하셨다.

몸이 있는 곳에 영이 있으며, 몸과 영이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이 있는 곳에 그리스도의 영이 거하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성령을 분리하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 성도들이 영적인 눈을 가졌다는 의미는 제도적인 교회, 사람들이 모인 단체, 죄인들의 집단같이 보이는 교회에 오셔서 역사하시는 성령을 보는 눈을 가졌다는 것이다. 눈을 들어 교회를 보라. 교회는 성령의 신비가 역사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교회로 부름을 받아 구별된 성도들은 교회안에서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교회안에서 성령충만을 받으며, 교회안에서 성령의 사명을 받으며 교회안에서 성령이 주시는 능력으로 하나님께 영광돌리며 사람들에게 덕을 세우게 될 것을 기대한다. 즉 모든 성도들은 교회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역사하시는 성령을 기대한다.

어떻게 우리는 성령의 신비에 참여할 것인가? 첫째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사랑하며, 교회를 위하여 충성하며, 교회와 함께 교제를 나누고, 함께 찬양하며, 예배드리며, 교회와 함께 봉사할 때에 성도들은 성령의 능력을 경험하며, 은혜의 사람이 된다.

두번째로 교회와 함께 세상을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을 본받아 고난을 당할 때 성도들은 성령의 사람이 된다. 교회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의 몸이다. 예수님은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세상을 섬기며 세상을 위해 고난을 당하시며, 세상을 구원하셨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은 세상속에 세상을 위해, 세상과 함께 고난을 받으며, 섬기며, 그 세상을 구원하는 몸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언제든지 세상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구원하시고자 애쓴다. 성도들이 교회와 함께 섬김의 일을 하며, 고난을 받으며,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 참여할 때 거기에서 성령의 능력을 체험한다.

사실 예수님은 어두움 가운데 들어오신 빛이시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몸은 언제든지 어두운 곳들을 찾으셨다. 병든 자, 귀신들린 자, 불구자, 눌린 자, 약한 자, 공통당하는 자, 죄지은 자, 저주 받은 자, 싸우는 자, 패역한 자등 어두움이 있는 곳에 찾아가 빛을 비추고자 원하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다. 그러므로 우리가 예수님이 구원하고자 하는 어두움의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섬기며, 그들과 함께, 그리고 그들을 위해 고난을 받으며, 그리스도를 증거할 때에 성령께서 거기에 놀라운 구원의 빛을 비출 것이다. 성도들은 섬기는 종으로 세상을 향할 때에 성령의 빛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성령의 신비를 맛볼 것이다.

교회는 영적인 몸이다. ⑴ 영적인 몸이란 하나님께 산 제로 드려진 몸을 의미한다. ① 그몸이 어떠한 몸이냐가 중요하지 않고, 그 몸이 성령의 지배를 받으며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의 덕을 세우려고 애쓰고 있는냐가 영적인 몸을 가르하는 기준이다. ② 예수님의 몸은 영적인 몸의 모델이다.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고 흠모할만한아름다움이 없는 몸이지만 온전히 하나님께 드려지고 성령에게 순종할 때 하나님의 뜻과 사랑을 전하는 몸이되었다. ③ 성도들은 자기의 몸의 위대함이나 연약함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께 드리기를 힘쓰며 순종하기를 힘쓸 때 그 몸을 통하여 하나님의 신비가 이 땅에 흐르는 능력의 몸이 된다. ⑵ 교회의 신비 ① 그리스도의 몸의 신비: 교회는 사람들의 모인 단체요, 죄인들이 모인 집단이요, 메마른 제도이지만 하나님이 현존하여 역사하시는 장이요,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이다. 그러므로 고운 모양도 풍체도 없는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이 이 땅에 실현된다. ② 성령의 신비 : 성령의 인간의 제도 속에 임재하시고, 사람들의 모임 가운데 거 하시면서 그 교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 ⅰ) 성도들이 교회에 충성하고 교회와 함께 찬양하고 예배드리며 순종할 때 성 령의 신비를 체험한다. ⅱ) 성도들이 교회와 함께 세상속으로 나가 섬기며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세상을 구원하는 봉사와 전도의 일을 할 때 거기에서 성령의 신비를 체험 한다.

제 3장 교회의 모델

우리가 목사상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목사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목사 후보생을 선발하고 훈련시켜 목사직을 위임하는 교회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교회의 일꾼으로 목사를 세우신다. 목사는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교회를 위해 일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것과 교회의 일꾼된 목사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목사상을 이야기 하기전에 교회의 모델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1. 전통적인 교회모델

애버리 덜레스(Avery Dulles)는 [교회의 모델](Models of the Church, 1987)에서 전통적인 5개의 교회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① 제도적인 교회, ② 성도의 교제로서의 교회, ③ 성례전으로서의 교회, ④ 말씀의 사도로서의 교회, 그리고 ⑤ 섬기는 종으로서의 교회이다.

⑴ 제도적인 교회

제도로서의 교회는 보이는 교회에 초점을 맞추며, 교회의 조직, 절차, 규범, 직제, 권한의 소재, 결정과정등에 우선적인 관심을 집중시킨다. 확신, 신앙, 헌신, 희망등을 갈망하며 하나님의 구원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효과적으로 응답하려고 한다면 그 일을 담당할 직원들이 그 일을 합당하게 처리하고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규범과 절차들이 있어야 한다. 제도는 하나님의 은혜를 담는 그릇에 비유할 수 있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 제 4권을 시작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풍족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믿음으로 예수님의 구속을 받으면 구원을 얻는다고 전제하면서도 인간의 변덕성과 나약성, 그리고 죄악 때문에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시고 이 보배를 교회라는 질그릇 속에 담게 하셨다고 가르친다(Inst. Ⅳ,1.1)

제도로서의 교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당회, 제직회, 교회학교, 남여선교회, 청년회, 기타 다양한 기관들, 헌법과 조례, 예배모범등의 규범들, 직제와 절차등의 의사결정과정, 권한과 책임의 소재, 설교, 교육, 심방, 상담등의 목회, 섬김과 봉사의 행위등 가시적으로 표현된 제도와 활동속에 하나님이 현존하여 역사하시며, 하나님의 구원이 결실을 맺어간다 믿는다.

로마캐톨릭 교회는 제도적인 교회를 중시하고 제 2 바티칸 공의회(1962-1965)시까지는 제도적인 교회와 로마 천주교회를 동일시하고 로마 천주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주장하였다(Dulles, 1987, 34면 이하). 그들은 교회의 권력과 기능을 ① 가르침, ② 성화사역, ③통치등 세가지 요소로 나누고 계층구조에 따라 상급직제에 의한 가르침, 성화 사역, 그리고 통치를 강조했다. 로마 천주교회의 주장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주교는 진리의 은사를 소유한 자요, 교회는 가르침을 받아야 할 필요를 가진자들로 본다.

② 교회는 성스러움을 받아 간직한 기관이므로 그것을 교회에 나누어 줄 수 있으며, 교회가 이미 법전화 시켜 놓은 원칙에 따라 교회를 인도한다.

③ 교회는 권력을 가진자요 하나님께 위임받은 지도계층에 의하여 전적으로 통치된다.

개신교회는 제 2바티칸 이전의 로마천주교회처럼 경직된 교회관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제도적인 교회를 중시하여, 신조, 헌법, 예배모범, 권징조례등의 규범과 다양한 기구조직, 기관들과 의사결정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님은 바로 이러한 제도적인 활동 가운데서 역사하여 인류를 구원하시는 대 사역을 성취하신다고 믿는다. 제도가 질그릇이라고 할지라도 보화를 담기 위하여는 그릇이 필요한 것이다.

제도적인 교회의 장점은 ① 교회의 교리, 신조, 가르침등을 중시하여 이단에 대처하는데에 신속하며, 그래서 교회의 순수성을 지킬 수 있으며, ② 현재를 과거의 뿌리에 접목시켜 역사적인 연속성을 갖게 해주며, ③ 교회의 공적인 정체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제도적인 교회의 제한 점들은 ① 성경적 기초와 교부신학의 근거가 박약하며, ②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제, 평신도의 역할, 인간관계, 하나님의 은사등의 중요성이 무시되며, ③ 신학의 창조적 비평기능이 약화되며, 예언적인 그리스도의 모습이 사라져 버리며, ④ 시대적인 요청에 쉽게 부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한점들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교회는 이 땅위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복음은 바로 이 제도적 교회라는 그릇에 담겨져서 온 세계에 전파되어 왔으며, 하나님의 성령은 이 제도적 교회속에서 풍성히 역사하여 세계를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성취하시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도적인 교회를 성령의 역사와 성도들의 신앙헌신의 측면과 조화시켜 그릇을 깨어 버림으로 물을 쏟아 버리는 잘못과 생수가 없는 그릇을 하나님의 교회로 착각하는 잘못을 동시에 방지하면서 나약한 제도를 통하여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비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⑵ 신비적인 교제로서의 교회

성도의 교제로서의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사람들이 서로 교제하는 것이다. 교회는 성도의 교제이다. 주의 이름으로 성도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는 곳에 하나님이 임재하여 신비한 역사를 이루신다. 예수님은 친히 "두 세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고 말씀하셨다(마18:20). 어디든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이 모여 교제하는 곳에 하나님의 교회가 있다.

그러면 교제란 무엇을 의미하는 말인가? 사회학자 퇴니스(Tőnnis)가 주장했고 쿨리(Charles H. Cooley)가 발전시킨(Cooley, 1967,23-31) 대인관계적 교제관계(Gemeinschaft)를 간단히 보기로 하자. 먼저 대인관계적인 교제관계는 공식적으로 구조화된 사회 관계(Gesellschaft)와는 다르다. 사회관계는 제도적인 조직에 근거한 관계로 권위, 직제, 법절차, 규칙등에 의하여 지배되는 관계이다. 제도적인 교회는 구조화된 사회관계에 속할 것이다. 이에 반해서 대인 관계적 교제 관게는 다음의 5가지 특성을 가진 교제이다. ①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교제를 나눔, ② 특정한 제도적인 규범이 없이 유동적인 관계유지, ③ 상대적인 지속성, ④ 소그룹 중심, ⑤ 참여자들 간의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형성함. 이러한 교제는 심리학적으로 참여자들에게 우리 감정(We-feeling)을 갖게 하며, 사회학적으로 공동체관계의 특성을 갖는다.

프랑스의 천주교 신학자인 이브 꽁가(Yves Congar, 1965, 28-58)는 교제로서의 교회를 두 가지 불가분리적인 요소로 나누어 설명한다. ① 교제로서의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사람들간의 교제요, 사람들 서로간의 교제이다. ② 이러한 교제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총체가 곧 교회이다. 전자는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자의 공동체의 특성을 갖는 반면 후자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사명을 수행하는 사명공동체의 특성을 갖는다. 전자를 내적인 교제, 즉 하나님과의 영적인 교제를 나누는 공동체라고 한다면 후자는 외적인 교제, 즉 믿음을 고백하고, 영성을 훈련하며, 성례전적인 삶을 살며, 세상의 구원을 위해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과의 교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해머(Jerone Hamer)는 교제를 수평적 교제와 수직적 교제로 나누고 수평적 교제로서의 교회는 위에 언급한 사회학자 쿨리(Charles Cooley)가 이야기하는 사회학적인 의미의 대인관계적 교제관계(Gemeinschaft)를 의미하나 그것이 하나님의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교제, 즉 성령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넘치게 받으며, 그 은혜를 함께 나누며 교제하는 영적인 교제가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하나님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여 교제하는 성도들 가운데에 끊임없이 성령으로 가득하게 하여 신성한 삶의 원칙을 따라 살 수 있는 능력을 주시며, 상호연합, 상호관심, 상호의존등으로 하나 될 수 있게 권고하시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순종하여 살 힘을 주시며, 신령한 교제를 나누는 곳에 교회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 모델의 장점은 ① 성경적인 근거가 분명하며, 그러므로 에큐메니칼의 관점에서 유익하며, ② 교부들의 신학과도 연속성이 있으며, ③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성도들)의 성령안에서의 인격적 관계를 강조하여, 영성과 기도의 삶을 활성화 시킬 수 있게 하며, ④ 영적인 욕구와 갈망을 갖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응답할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 모델의 제한점은 ① 영적인 차원과 가시적인 차원관의 관계를 분명하게 밝히지 못하여 제도적인 교회의 필요성을 간과해 버린다. 그래서 은혜의 그릇을 깨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으며, ② 자기들의 교제를 신격화시켜 다앙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풍성함을 간과해 버릴 수 있으며, ③ 기독교회의 공적인 정체성과 사명을 약화시키며, ④ 친밀한 대인관계로서의 교제(해머가 말하는 수평적 교제)를 신비적인 은혜 공동체로서의 교회와 혼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성도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는 곳에 하나님의 임재하셔서 찬양과 감사의 예배를 받으실 뿐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을 베푸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성도들의 교제로서의 교회도 분명히 교회의 모델들 중의 하나이며, 하나님은 성도의 교제 가운데서 역사하시고 은혜와 은사들을 체험케 하시며, 하나님과의 만남의 체험을 갖게 하신다. 성도의 교제는 교회 전체를 설명하는 모델이기 보다는 교회의 한 차원을 설명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⑶ 성례전으로서 교회

교회는 하나님과 인간 서로 간에 화해가 이루어지는 곳이요,그리스도 안에서 화해와 용서의 사랑이 완전히 전달되는 장이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가 구체적으로 표현되며 그 은혜를 믿음으로 받아 들이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능력으로 새로운 인간들이 창조되는 곳이다. 성례는 그리스도 안에서 가시화된 하나님의 은혜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성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조건적인 화해의 사랑이요, 하나님의 능력이요, 가시적으로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임과 동시에 인간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아들이는 믿음이요, 그 믿음안에서 성례전을 통해서 전달되는 하나님의 복음을 받아 구원에 이르는 장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성례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가시적인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와 육체화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례전, 하나님의 화해의 장으로서의 교회와 성례전, 인간의 헌신과 믿음의 장으로서의 교회와 헌신과 믿음을 고백하며 성장시키는 성례전등은 중요한 유비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모델이라기 보다는 교회의 실상을 유비적으로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할 것이다.

제도로서의 교회 모델은 외적인 구조적인 교회에 강조점을 두고, 교제로서의 교회는 신비적인 교제(하나님과 이웃과의 교제)를 강조함으로 시계추의 양 극단 가운데 어느 한편만을 보게 한다. 그러나 성례전으로서의 교회는 가시적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은혜인 성례전에 상응하는 성육신하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보이는 교회의 제도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성례전의 보이는 물과 떡 및 포도주를 통하여 신비적으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여 은혜를 베푸시는 그리스도를 강조함으로 위에서 제시한 제도로서의 교회와 교제로서의 교회의 양극을 조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성례는 기독론적이다. 성례전은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을 향해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간을 사랑으로 품어 안으시고 무가치한 인간을 새로운 피조물로 만드시는 하나님 자신의 현존이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전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하는 인간의 신실한 응답이며, 하나님께서는 전적으로 순종하여 진정한 제물이 되신 예수님을 받으셨다. 즉 그리스도는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순종이요, 하나님의 응답을 받으신 참 제물이시다. 성례전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완전한 은혜의 선물이요 동시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완전한 헌신과 믿음의 응답이다.

성례는 교회론적이다. 교회는 구체적인 몸이 필요하며, 제도속에서 역사적인 연속성을 가지며, 그 몸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세상속에 현존한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가 현존하여 인간에게 믿음과 사랑과 소망을 창출해 낸다. 성례전은 보이는 교회의 구조안에서 구체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가시적인 물질을 가지고 수행되지만 그 성례전 속에 하나님의 은혜가 현존하여 새로운 피조물을 만들며 하나님의 은혜와 진리로 충만하게 하신다.

성례전은 공동체적이다. 성례는 언제나 공동체를 통하여 공동체 안에서 행해진다. 성례전은 언제나 예배드리는 공동체를 전제하며, 공동체의 위임을 받은자가 공동체를 대표하여 공동체에 성례전을 행하며, 공동체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힘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례전 공동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제 2바티칸 공의회(1962-1965)에서 로마 천주교회는 교회를 일종의 성례로 정의하였다. 공의회는 교회는 일종의 성례로 ①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요, ② 온 인류와 연합이라고 규정했다. 즉 교회는 교제와 연합의 표지(sign)요 성례라는 것이다. 공의회에 따르면 예전은 교회활동의 정점이요, 모든 힘이 흘러 넘치는 근원지요, 희생의 삶을 다짐하는 장이요,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인데 이 예전의 정점이 곧 성례요, 교회는 성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Lumen gentium, Art. 9, 48 Sacrosanctun concilium, Art. 26, Ad gentes. Art. 5 etc).

성례전으로서의 교회모델에 대하여 개신교회에서는 별로 깊이 개발하지 않았으며 세상을 향해 베푸시는 하나님의 성례전으로서 교회라는 쉴레베커의 개념에 대해서 약간의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Schillebeeckx, 1963, ch. Ⅱ; The Uppsala Report, 1968, 17).

성례전 모델의 장점은 ① 보이는 교회, 즉 제도적인 교회와 보이지 않는 교회, 즉 교제로서의 교회 모델을 조화시킬 수 있으며, ② 기독론, 성령론, 은사론등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을 하며, ③ 교회에 대한 충성과 예언적 비평을 동시에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모델의 제한점은 ① 성경적 교부신학적 근거가 약하며, ② 외적인 표현에 집착하여(원리적인 설명에 집착하여)내면적인 은혜의 구체적인 역사를 소홀히 할 수 있으며, ③ 섬김의 개념이 약하다.

이러한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성례전에 비유할 수 있으며, 외적인 구조를 통하여 내적인 은혜가 역사한다는 이론적틀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비유적 설명과 이론적 틀을 넘어서 성례전이 거행되는 곳에 교회가 있으며, 교회가 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성례전이 집행될 뿐 아니라 교회 그 자체가 하나님의 성례전으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

⑷ 말씀의 전달자로서 교회

말씀의 전달자로서 교회 모델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부름을 받아 함께 모인 자들이 교회이므로 교회의 사명은 들어서 믿고 헌신한 바로 그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모델은 말씀이 선포될 때에 거기에 하나님의 성령이 임재하여 역사하며, 그러므로 말씀이 선포되는 곳에 교회가 있다고 믿는다. 이 모델은 제도적인 구조(제 1모델)나 신비적인 교제(제2모델)나 은혜의 구체적인 형상화인 성례전(제3모델) 보다도 말씀의 선포를 더 중시한다.

이 모델은 케리그마적이다(McBrien, 1970,11). 그 이유는 교회를 말씀의 사자(herald)로 보기 때문이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전달하라고 하는 공식적인 하나님의 메시지를 위임받은 공동체이다. 이 모델은 말씀의 중심이며, 말씀 자체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예수님에 대한 최초의 증거가 담겨 있는 성경을 중시한다. 교회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본질적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큰 일을 행하신 하나님 자신과 그분의 위대한 구원의 은혜를 선포하는 케리그마 공동체이다. 말씀이 선포되는 곳에 성령이 오셔서 믿음으로 그 말씀을 받아 들이게 하며, 바로 그곳에 교회가 있다. 교회는 말씀선포를 통해서 일어나는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의 사건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지교회는 교회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완전한 교회이다(Küng, 1968,92). 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에 응답하는 모임 가운데 그리스도 자신이 완전하게 현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와 구분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완전한 통치요, 이에 반해서 교회는 그것을 희망하며, 증거하며, 선포한다. 교회는 단순히 사자일 뿐이요, 하나님만이 하나님의 나라를 오게 하신다. 교회는 현재적인 케리그마적 사명 공동체요, 하나님의 나라는 미래에 오게 될 완전한 하나님의 통치이다(앞의책, 96).

불트만(R. Bultmann)에 따르면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은 무시간적이요, 탈 역사적인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통하여 우리에게 오시는 생명의 그리스도와의 구체적인 만남의 사건이라고 한다(Bultmann, 1951, 306-314). 이 말씀은 종말론적 사건, 즉 하나님이 말씀 선포통해서 바로 지금 여기에 오셔서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자에게 생명을, 거절하는 자에게 사망을 주시는 사건이다. 케리그마의 선포에서 말씀은 권위적이 되고, 사건이 되며, 그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불트만이 말씀의 선포에서 하나님과 개인들간의 실존적 만남을 강조한 반면 그의 제자 훅스(Ermst Fuchs)와 에벨링(Gerhard Ebeling)은 공동체적 사건으로서의 말씀 선포의 측면을 강조한다. 특히 에벨링은 말씀이 선포될 때에 성령께서 듣는 자들에게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믿음을 창조하며, 믿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이는 자들은 공동체 가운데로 부름을 받아 공동체의 한 부분으로 헌신하며 봉사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Ebeling, 1961, 146-147). 하나님의 말씀은 하나님의 초청이요 명령이다. 그 말씀을 받은 자는 공동체 가운데로 모일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은 말씀을 통하여 우리를 공동체 속으로 부르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공동체 안으로 부르실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하여 부르시며, 공동체의 덕을 세우라고 명하신다. 말씀의 선포는 단순한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사건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를 세우는 사건이 된 다. 그러므로 교회는 말씀의 선포되는 바로 그곳에 있는 것이다.

이 모델의 장점은 ① 성경적인 기초가 분명하고, ② 분명한 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을 보여주며, ③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여 말씀을 듣는 인간에게 순종, 겸손, 회개, 성화등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며, ④ 깊이 있는 말씀의 신학을 개발한다.

이 모델의 제한점은 ① 기독교계시의 성육신적 측면을 약화시킨다. 입으로 선포되는 말씀에 지나친 강조를 두므로 말씀의 육체화를 덜 강조하며, ② 지속적이요, 전체적인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론이 설 자리가 없으며, ③ 하나님의 현존의 장을 말씀에 국한시키고 믿음의 의미를 단순화 시켜 선포되는 말씀의 응답으로서만 이해하기 쉬우며, ④ 개인주의적 신앙해석에 흐르며, ⑤ 말씀 선포에 치중하여 행동하며 실천하는 교회상을 잃기 쉽다.

그러나 말씀의 전달자로서의 교회 모델은 '오직 성령으로만'(Sola Scriptura)을 강조한 개신교회의 중요한 중심모델이며, 한국개신교회의 신앙바탕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모델이다.

⑸종으로서 교회

종으로서의 교회 모델은 위의 다른 어느 모델들 보다도 후에 생겨난 교회모델이다. 이 모델은 다음 두가지의 이유로 생겨났다. ① 교회도 전체 인간 가족의 한 부분으로 온 세계에 대한 관심을 세상과 함께 나누어야 하고, 세상을 고통에서 구원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교회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②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하나님 나라의 복음 선포와 함께 그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하여 오신 것이며, 그것을 위해서 예수님은 섬기며, 치유하며, 화해하며, 상처를 싸매시는 봉사의 일을 하실 뿐 아니라 필요와 슬픔에 처한 자들에게 오셔서 그들을 도우며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버리신 사랑의 실천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교회는 입으로 말씀을 선포함으로서만 하나님의 나라를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고 행동에 옮김으로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위에 확장시켜 나간다. 예수님은 성육신하신 말씀으로서 타인을 위한 존재로 사시고 죽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타인을 위한 존재요, 세상을 위한 존재로 세상의 필요를 섬기며 그리스도와 함께 종의 삶으로 나가야 한다.

떼이야드 샤뎅(Teilhard de Chardin)과 본훼퍼(Dietriech Bonhoeffer)는 이 주제를 지비중적으로 다루었다. 샤뎅은 기독교 교회와 과학과의 화해를 시도하면서 교회는 이 세상을 오메가 포인트로 향하여 전진하게 하는 일을 담당하여야 한다고 (Teilhard, 1960,138) 주장한다. 샤뎅에 따르면, 우주의 에너지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지점에 모이며, 교회는 이 세상에 현존하는 의식적으로 그리스도화된 부분이다. 교회는 이 세상에 있는 사랑의 에너지의 초점이며, 온 우주와 오메가 포인트 사이에 나타나는 모든 우주적인 에너지의 중심축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여 온 세상을 미래의 오메가 포인트로 향하여 전진하게 만들어야 한다. 교회는 모든 과학과 세상의 모든 세속적인 것들에까지 열려져서 그것들을 모두 수용하고 그들과 함께 오메가로 향하여 가야한다고 샤뎅은 주장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세상을 수용하며, 섬기며, 인도하여 오메가 포인트까지 안내하는 종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 훼퍼는 교회는 오직 이웃을 위해 존재할 대에만 진정한 교회가 된다고 주장했다(Bonhoeffer, 1967,203-4). 교회는 일상적인 인간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나누워 지배적인 입장에서가 아니라 도우며 섬기는 자세로 해야 한다. 그리스도는 온 우주의 주님이시며, 어떤 사심도 방어도 없이 전적으로 이웃을 위해 사신 분이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스타일을 그대로 본 받아 타인을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하며 세상을 섬기기 위해 어떠한 것에도 메이지 아니하는 자유스러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섬기는 종이 될 대 가장 자유스럽고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맥 브라이언(McBrien, 1969, 98-99)은 성례로서의 교회와 종으로서의 교회 모델을 조화시키면서, 교회 자체는 세상의 구원을 위한 성례이며, 세상을 위해서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성례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의 성례전으로서 세상 가운데, 그리고 세상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세상의 자유, 정의, 평화, 자비, 화해등을 위해 섬기는 세상의 종으로서의 기본적인 사명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 모델의 장점은 ① 교회가 이제까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집중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세상을 향해 관심을 가지도록 예언적인 지적을 해 주었으며, ②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인데 이제까지 교회만이 가지고 있었던 하나님의 진리, 자유, 화해, 평화, 정의등을 세상과 함께 나누게 만들었다. 교회는 이제 하나님의 나라의 도래의 소망, 평화, 정의, 예언적 비판, 하나님 나라의 이미지를 따른 세상의 변화등을 세상을 향해 전달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이 모델의 제한점은 직접적인 성경적 기초가 약하다는 것이다. 성경도 섬김과 종의 사역을 가르치나 이것이 최우선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수님은 세상을 사랑하사 성육신하여 세상에 들어오시고 이 세상을 어두움에서 빛으로 변화시키고자 십자가를 지셨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어두움의 세상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히는 빛이 되어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하며, 그 섬김의 삶 속에서 임재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

2. 현대의 교회 모델

20세기 후반에 와서 개발된 교회의 모델들은 세상에서의 교회의 사명, 약한 자들과 눌린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섬기며 모든 차별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 시기까지한 세상을 향한 사랑의 관심등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는 ① 자비공동체로서 교회, ② 섬기는 하나님의 섬기는 교회 ③ 예언 공동체로서 교회, ④ 언약 백성으로서의 교회등이 있다(Messer, Images of Christian Ministry).

⑴ 자비공동체로서 교회

성경은 하나님의 자비(Compassion)로 가득하다. 하나님은 자비의 하나님이요, 고난당한 자들의 이웃이요, 친구요, 구원자이다. 그러나 오늘 이 시대에 와서 자비는 낯설은 단어가 되고 사람들은 이웃의 아픔과 부르짖음을 들을 수 없는 무정함에 젖어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민망히 여기시던 그리스도의 몸이다. 오늘 교회 가운데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는 교회에게 끊임없이 자비의 영을 부어주어 이 세상의 작은 자들에게 자비를 베풀기를 원하신다.

자비는 슬픔과 고난과 상처를 지닌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자비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고난 받는 피조세계속으로 들어 오셔서 고난당하는 자들과 함께 고난을 받으며, 인간의 나약함, 두려움, 혼란, 고민등을 함께 나누시었다. 그분은 고난을 통해 구원을 베푸시며 자신은 철저한 고난 속에서 죽으셨다. 예수님은 상처의 사람이요, 버림받고 고난당하는 자들과 함께 사시며 그들을 구원하셨다.

교회는 고난당하는 세상 속으로 들어오셔서 고난을 짊어지신 상처의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교역에서 동기를 부여 받는다. 교회는 자비를 중심차원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자비는 믿음의 공동체의 비전이요, 우리시대의 교회의 이미지요, 현대 이기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수단이다.

폴리쑼은 빌리보에 보내는 편지에서 자비공동체로서 교회의 비전에 근거한 목사의 사명을 선명하게 기록하고 있다:

장로들은 (오늘의 목사·역자주) 부드러운 가슴을 가져야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로우며, 길 잃은 양을 찾아 애쓰며, 병든자를 방문하고, 가난한 자, 과부, 고아등을 무시하지 않으며, 모든 분노를 버리며, … 돈을 사랑해서 안되며, 어떤 사람의 잘못된 소문도 쉽게 믿어서는 안되며, 가혹한 판단과 심판을 삼가며, 우리는 모두 죄 때문에 빚진 자임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Messer, 1992, 85, 재인용)

매튜 폭스(Matthew Fox)는 교회와 세상을 개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영성의 핵심을 자비라고 주장했다(Fox, 1979,27). 하나님의 자비는 인간의 자비의 모델이요, 하나님을 따라 걷는 것이 곧 영성이다. 자비의 영성은 의식보다 더 깊은 곳에 있어야 한다. 자비의 영성은 우리의 삶 전체를 지도하는 삶의 영성이다. 이제까지 우리의 영성은 유대·기독교적 전통보다는 헬라적인 전통에 영향을 받아 왔다. 그래서 자비와 공감의 관계적 삶보다는 묵상과 관상의 개인주의 영성이 중심이 되어왔다. 예수님은 자비를 동사로 바꾸어 사랑을 실천하는 행동적인 영성으로 바꾸었다. 자비는 언제든지 관계적이요, 실천적이요, 행동적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주의적인 영성으로 부름받은 자가 아니다. 교회는 자비의 영성을 위해 부름받은 자들의 공동체이다. 하나님은 교회를 이 땅위에 세우시고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불렀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몸인 교회로부터 자기의 기능과 삶과 생명을 끊임없이 공급받아야 한다. 그리고 몸인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끊임없이 자비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그리스도의 지체인 성도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자비의 영성과 생명을 공급받아서, 머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와 같이 상처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고난당하는 자들, 약한자들, 작은 자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고난을 받으며, 그들의 고난을 함께 나누며, 그들을 위해 상처의 흔적들을 가져야 한다.

그리스도는 상처의 사람으로 그 상처로 우리의 고난을 담당하시며, 그 상처의 피로 우리를 씻으셨다. 예수님의 상처는 곧 우리를 구원하는 자비의 도구이었다. 이와같이 우리의 상처도 그리스도의 자비의 도구가 되며, 자비의 실천의 변화를 제공한다. 그리스도는 언제든지 상처의 사람들 옆에 계시며, 상처입은 자를 변화시켜 상처입은 자들을 위한 섬김의 일을 하게 하신다. 상처의 그리스도는 우리의 상처와 고난을 생명과 구원을 전달하는 자비의 통로로 삼으신다.

⑵ 섬기는 하나님의 섬기는 교회

제도로서의 교회는 권위주의적 지도력을 선호하며, 신분과 특권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로마 천주교회는 제 2바티칸 공의회에서 제도적인 교회보다는 섬기는 교회상을 선호했으며 개신교회도 뚜살라 세계 기독교회 협의회 대회 이후에 섬기는 교회상에 점차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오늘에 와서 섬기는 교회상은 중요한 교회의 모델 가운데 하나로 정착되고 있다. 예수님이 세상을 섬긴 것 같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세상을 섬겨야 한다. 본훼퍼는 교회가 남을 위해 존재할 때에만이 진정한 교회가 된다고 보았다(Bonhoeffer, 앞의책, 203).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상에 있는 인간의 필요를 인식하고 그들을 섬기는 교회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섬기는 교회상의 모델은 하나님 자신이다. 예수님은 본래 하나님이셨으나 종의 형체를 입고 세상에 오셔서 죽기까지 종의 삶을 사신 분이시다(빌2:5-11). 전능하신 영광의 하나님은 자기의 영광의 능력으로 세상을 구원하신 것이 아니라 고난 받는 섬김의 종이 되심으로 이 세상을 구원하셨다. 이것은 모든 인간의 지혜와 기대를 뒤집어 엎는 혁명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방법 때문에 실족하여 넘어졌고 헬리의 지식인들은 이 방법을 어리석은 방법으로 낙인 찍었다(고전 1:18-25).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섬기며 고난당하며 십자가를 지는 방법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능력과 구원이 나타나고 이것이 하나님의 지혜라고 굳게 믿는다(고전 1:18). 교회는 섬기는 종이신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교회는 섬기는 종으로서의 집단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져야 한다. 교회는 섬김의 공동체요, 섬김으로 복음을 전하고, 섬김으로 세상을 구원하며, 섬김으로 하나님을 경배한다.

하나님은 섬기는 사람들 가운데 임재하여 역사하신다는 확신이 교회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작은 자들의 하나님이시다(마18장).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냉수를 대접하는 그 현장에 임재하신다(마18장). 그리고 우리 주님은 배고픈자, 목마른자, 감옥에 갇힌 자, 나그네된자, 병든자, 헐벗은 자등 우리 중의 지극히 작은 자가 되어서 우리의 섬김을 받으며, 고난당하는 자를 섬기는 바로 그 현장에 임재하여 섬김을 받으시고 영광을 받으신다.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께 헌신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인가? 하나님이 물질이 부족하여 우리의 물질을 받으실까? 하나님이 능력이 모자라 우리의 헌신이 필요할까? 하나님이 영광이 모자라 우리가 영광을 채워드려야 할까? 하나님은 작은 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시는 분이시다.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작은자들, 필요에 처한 자들, 고난당하는 자들을 섬길 때에 바로 그 곳에 임재하여 우리의 도움을 받으시는 분이 우리 주님이시다. 우리는 배고픈자나 목마른 자를 섬기면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요, 갇힌 자나 병든자를 도우면서 우리 주님을 돕는 것이요, 나그네 된자, 멸시받는 자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면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이다. 핸슨(Paul D. Hanson)은 사랑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돌보며, 그들과 연대하여 사랑으로 섬기는 곳에 하나님이 임재하시며,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고 가르친다.(Hanson, 1986, 19).

섬기는 교회는 십자가를 지는 교회이다. 그리고 십자가의 능력에 동참하는 교회이다. 섬김의 시작과 중심과 마침은 십자가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예수께서 섬기는 종으로 세상에 오시기 위하여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자기를 비우심으로 시작되었다. 십자가는 능력과 영광과 존귀가 아니라 버림이요 비우심이요, 낮추심이요, 육체를 입으심이요, 구유에 누우심이다.그분은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조롱과 음모에도 불구하고 죄인들을 용납하시며(마9:11, 눅 19:7등), 병든 자를 고치시며(막3:1-6), 사람들을 억압하는 율법의 줄들을 끊으시며(막2:23-28, 막7:1-23등), 작은 자들을 섬기셨다(마18:1-14, 15:21-28등). 바울은 십자가에 죽으심을 섬김의 종착역이라고 선언했다(빌2:8). 예수님 자신도 섬기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대속물로 주려 하신다고 선포하셨다(막10:45). 예수님을 따라 섬기는 교역을 선택하는 것은 예수님의 고난의 잔을 함께 나누는 것이요, 십자가의 고난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은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

누구나 위대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섬기는데 학위가 필요합니까? 섬기는데 지위와 신분이 필요합니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당신의 가슴을 채우십시오.

오직 하나님의 사랑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되십시오.

(Martin Luther King Jr. 설교테이프, [섬김의 영광]중에서)

⑶ 예언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교회는 예언적인 비전과 기능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이다. 우리가 성경에서 보는대로 예언의 형태와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그것은 정치적인 현실을 정죄하기도 하고, 또는 옹호하기도 하며, 종교적인 관행을 판단하기도 하고 옹호하기도 한다. 예언자들 중에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는 동안에만 예언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고, 계속적으로 예언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성경이 보여주는 예언에는 여러가지 목소리가 있으며, 그 내용이나 방법들도 아주 다양하다. 하나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시고 말씀하신다.

교회를 예언 공동체라고 할 때에 우리는 이런 다양한 성경의 전통들을 포괄하여 말하는 것이며, 다음의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교회는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다양한 예언의 형태들과 내용들을 다 포괄하는 예언자들의 공동체이다.

② 그 예언은 하나님께서 언제든지 부르시고 말씀하실 때에 나타는 것이요, 어떤 특정인의 생각이나 주장이 하나님의 예언으로 인식되어서는 안되며, 어떤 직업적인 예언가를 구별하여 그의 생각이나 영감을 하나님의 예언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③ 교회는 각자가 받은 예언들을 함께 나누고 그 예언을 순종하는 공동체이다.

④ 각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예언이 그에게는 틀림없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릴지라도 그 예언은 예언 공동체인 교회에 의하여 검증되고 판단되어야 한다.

⑤ 목사는 예언공동체를 대표하는 자로서 공동체를 예언 공동체가 되도록 인도하고 양육할 책임을 갖는다. 목사는 대표적으로 예언하는 자라기 보다는 온 교회를 예언하는 공동체가 되게 하여,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선포하고 실천하며, 하나님의 뜻이 이 세상속에 이루어질 수 있게 양육하고 훈련하는 책임을 진다.

예언공동체는 지나친 개인주의적 예언자들과 신비가 들을 교정한다. 예언공동체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고, 심판하시며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때문에, 언제든지 이 세상의 구조적인 모순을 보지 못하고 개인주의적으로 묵상하는 신비가들은 이 모든 것을 보며 함께 나누는 예언공동체 안에서 자기 예언의 제한성을 깨달으며 이 예언 공동체 안에서 자기 이 예언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예언공동체는 민족과 국가의 공적인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 예언공동체는 교회뿐만 아니라 이 세상도 하나님의 창조에 속하고, 그리스도인들 뿐 아니라 온 세상이 하나님의 주권에 절대 굴복하여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언 공동체는 먼저 하나님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통치가 온 세계 땅끝가지 성취되기를 기도한다. 그러므로 예언 공동체는 언제든지 사회와 환경과 고난당하는 인간들의 삶의 현장과 작은 자들을 통하여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이것은 개인들이 골방에서 묵상하면서 받은 예언들을 교정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개인들과 교회뿐 아니라 더 큰 사회와 자연까지도 하나님의 주권아래 순종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Marty, 1981).

예언공동체는 이 세상의 평화와 정의운동, 그리고 환경보존을 지도할 이상적인 장소이다. (The United Methodist Counsil of Bishop, 1986, 84,88). 예언공동체는 하나님의 목적과 평화 정의에 헌신하는 자들의 공동연대에 기초한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인류가 위기에 있고 지구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여 함께 이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해 가는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에언 공동체는 하나님이 주신 힘을 정치적인 영역에까지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공동체이다. 이런 공동체를 대표하는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님의 은헤안에 있게 하여 하나님의 특별한 예언을 받게 하고, 그 예언에 따라 특별한 헌신을 하게 하고 양육하고 훈련하는 책임을 진다. 그러나 위대한 교회의 예언자들은 특별한 헌신을 한 평범한 사람들 모두이다.

⑷ 언약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구약신학자 브르그만(Walter Brueggemann)은 교회를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의하여 습성화된 의식과 개념을 대신할 새로운 의식을 창조하라고 부름 받은 자라고 말한다(Brueggemann, 1978, 13,14). 그 의식은 기독교 가치에 의하여 재건되는 사회의 비전이며, 정의의 정치, 평등의 경제, 하나님의 자유의 신앙을 창출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은 ① 지배적인 구조의 가치와 의식을 비판하고, ② 하나님의 언약으로 개인과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며, ③ 예수님이 제자들을 훈련함 같이 새로운 제자들을 양육하고 보양할 수 있으며, ④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교회의 모든 교역들은 (예컨데, 상담, 심방, 행정, 설교, 예배, 성례, 교육등)이 새로운 의식을 창조하여 하나님의 해방의 역사를 이 땅위에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의식을 창출하는 교회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한 언약공동체가 될 때에만 가능하다. 최초의 하나님의 언약은 무지개 언약이다. 이것은 언약공동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창세기 9장 12-13절의 무지개 언약은 하나님이 새롭게 하신 새 시대의 새 언약이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무조건적으로 베풀어 주시는 은혜의 약속을 의미하여 우리를 돌보시고 지탱하시며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계시한다.

그러나 동시에 무지개 언약은 하나님의 백성들의 다양성과 다양한 경제적 상황과 신학의 다양성들을 다 포괄하며 희망을 상징하는 밝은 색의 하나의 무지개속에 다양한 색상들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언약을 상징하듯이 하나님의 언약 속에 모든 인간의 다양성들이 포괄되며 조화를 이루어 하나님의 영광을 이루어 갈 것이다. 사실 초대교회는 세리, 죄인, 해방운동가, 날품팔이, 여인들, 이방인들, 가난한 자들, 병든자들, 불구자들, 미친자들, 바리새인들, 심지어 제사장들까지 다양한 색상의 사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었으며, 그들은 엄청난 고난과 혼란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그 시대를 뒤집어 엎는 새로운 의식으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갔다. 그들은 은혜와 사랑의 하나님의 언약 가운데서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아름다움을 창출해 낸 무지개 백성(언약백성)이 되었다.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의 공동체요 언약의 공동체이다. 교회는 자비의 하나님의 은혜의 선물을 받은 공동체요, 하나님의 은혜위에 세운 공동체이다. 교회는 다른 어떤 것을 강조할 수 있으나 어떠한 경우에라도 은혜의 우선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언약공동체는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받은 공동체일뿐 아니라 이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님의 은혜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며, 동시에 은혜가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든지 초청하여 이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은혜의 삶을 살게 하는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은혜의 공동체는 이 세상과 자연까지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돌봄과 지탱과 구원의 은혜가 필요한 모든 대상들을 향해 하나님의 은혜의 언약을 선포하며, 그들에게 은혜언약을 경험하게 하여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해 가야 한다. 즉 교회는 언약의 공동체로서 지구 전체를 살리시는 하나님과 함께 지구와 우주 전체를 살리는 거대한 사명과 책임을 수행하도록 부름을 받았다(Waskow, 1983, 18).

이 세상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5가지 교회의 모델과 20세기 후반에 개발된 4가지 교회모델을 소개했다. 그러나 이 모델들은 독자적으로는 하나님의 교회를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이 모델들 하나 하나는 각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어느 한 요소 또는 한가지 차원만을 대변하고 있다. 교회는 제도의 필요성이 있으며 제도가 없는 교회는 몸이 없는 정신과 같아서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구체적인 현장 가운데에 전달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제도속에 말씀이 갇히고 생명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위에 제시한 9가지 교회 모델은 서로를 보완하며 이 모든 요소와 차원들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비로소 교회의 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들은 교회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모델들을 다 포괄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개발되어 온 모델들 가운데 중요한 것들만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모델들도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이외에 더 많은 모델들이 개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 9개의 교회 모델을 소개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도이다.

제 4장 공동체적인 교회이해

Ⅰ. 교회갱신의 4가지 주제

몰트만은 교회의 본질에 관하여 본훼퍼(Dietrich Bonhoeffer)의 저술들을 요약하면서 다음의 4가지 요소들을 지적하였다:

1. 교회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의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독교진리의 근본의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독교진리의 사회적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회구조의 활동과 실체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 교회생활은 목사와 평신도의 진정한 인격이 형성되고, 재형성되며, 표현되는 하나의 현장이다.

3. 교회는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 이상이다.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신, 하나의 성격을 갖는 공동체이다.

4. 하나님의 통치는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인간의 진정한 인격이 형성되는 것도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 안에서이며, 더 큰 사회구조라는 실체의 정신은 사회적 활동과 윤리적 실천을 통하여 인간 개인의 정신에 감정적인 영향을 미친다(Moltmann, 1967, 21-94).

이제 4가지 주제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1. 기독교 신앙의 사회적 의미

기독교 지도자들은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따라 기독교 진리들을 교회와 사회와 개인들에게 적용한다. 대체로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개인주의적 가정하에서 목회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을 변화시켜 세상에 나가 선하게 살게 하면 이 세상도 선한 세상으로 바꾸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리와 신학은 개인의 신앙과 개인 행동의 지침을 제공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기독교 진리는 단순히 개인적으로 믿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기독교 신앙 이해는 몇 가지 방향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첫째로 하나님의 통치의 신학에서 볼 때 개인주의적 신앙 이해는 기독교 진리의 부분적 이해에 불과하다. 하나님은 개인을 지배하시는 주권자이실 뿐 아니라 제도적인 교회와 인간사회, 그리고 자연환경까지 온 우주를 지으시고 통치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개인들뿐 아니라 교회와 세상을 향하여 회개를 촉구하시며, 온 우주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순종하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다. 희망, 수용, 화해, 언약 등의 신학적인 진리들은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 교회제도, 자연환경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진리이며, 사회구조와 교회제도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희망을 생산하며, 화해를 위해 노력하므로 하나님께 순종하여야 한다.

두번째로 희망, 수용, 성육신, 화해 등의 신앙진리들은 사회구조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 희망은 인간이 본래적인 성품 속에 함양되는 덕목이라기 보다는 사회구조 속에서 창조되기도 하고 파괴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회구조는 인간의 삶의 장이요, 인간은 그 속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희망적이 되기도 하고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의 삶의 장이 절망을 주는 갖가지 상황으로 가득하다면 아무리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자라도 그 속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구조 자체가 인간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고, 절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구조가 악하고 비인간화시키는 구조일 경우에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아무리 개인적으로 선하고 순결하다고 할지라도 구조의 영향을 받아 희망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은 사회제도 속에서 수용을 경험하기도 하고 거절당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사회구조 속에서 화해를 격려받기도 하고 소외를 당하기도 한다. 하나님의 뜻과 역사는 사회구조 속에서 왜곡되기도 하고 영광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은 개인들에게만 지향되어야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사회의 모든 구조에게도 지향되어야 하며,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이 땅위에 있는 개인들에게만 이루어져서는 안되고 이 땅위에 있는 모든 제도, 기관, 조직, 구조들 속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세번째로 교회제도를 포함하여 모든 인간사회조직은 그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여러가지 형태의 권력을 사용하여 정치하며, 결정과정, 정보전달방법, 상호관계의 원칙들을 개발하여 사용한다. 교회도 다른 모든 사회제도와 같이 하나의 조직이다. 교회는 다른 구조들과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는 자체로서 독자적인 기원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교회는 초월적인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만 생명을 가질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아직도 교회도 하나의 인간의 이익과 헌신을 표현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인간의 제도라는 점에서는 다른 사회제도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들도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통해서 자기들의 관심과 헌신과 신앙을 표현하려고 한다. 교회도 사회의 다른 모든 제도들과 같이 상호의존적으로 살고 해석하고 표현한다는 존재이다. 어느 교회든지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임과 동시에 인간들이 만든 인간들의 제도이다.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임과 동시에 인간들이 만든 인간들의 제도이다. 그 제도는 언제든지 인간들의 가지고 있는 확신과 헌신과 관심등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그렇다면 교회제도-교회의 기구조직, 의사결정과정, 관계원리, 정보전달, 상호관계등-는 기독교신앙를 바르게 표현하고 있는가? 교회제도 자체가 기독교 신앙표현에 장애를 주고 있지 않는가? 교회의 제도는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행동하고 있는가? 기독교 진리는 개인들이 믿고 받아들여야 하며, 개인들에게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는 것일 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에도 적용되고 제도의 개혁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끊임없는 개혁이라는 개혁교회의 전통은 개인들의 개혁뿐 아니라 교회제도의 끊임없는 개혁과 사회제도의 개혁까지를 포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네번째로 교회제도는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니다. 그 제도 속에 힘과 권위가 있으나 도덕적인 가치는 결여될 수 있다. 교회는 어떠한 목표들과 목적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 목표가 질에 있어 천박하고 자기 중심에 차있고 이런 목표달성을 위해 여러가지 형태의 권위와 힘을 사용할 수 있다. 교회의 제도는 어떤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중용하고 다른 사람들은 배제시킬 수 있다. 교회의 자체가 희망을 거절하고 화해 보다는 분열을 선택할 수 있다. 지도자들의 조작, 교인들의 권태, 청년들의 적대감, 새로운 신자들의 소외감등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교회 제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의 진리는 이러한 교회의 현실들을 있는 그대로 주시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상황들, 관계들과 과정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과 헌신들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이 교회에서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희망, 수용, 화해와 같은 기독교 진리가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가? 기독교인들은 언제나 초월하신 하나님의 진리에 서서 현실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기독교진리가 무엇임을 식별하고 이 상황을 개혁하는 자들이다. 기독교 신앙은 개인적인 의미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와 상황들을 성찰하며, 판단하며, 지도하며 개혁하는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진정한 인격형성의 장으로서 교회

본훼퍼는 인격이라는 의미자체가 사회성 공공성을 전제하고 있으며 인격의 진정성 여하의 판단도 사회성안에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Bonhoeffer, 1961, 227). 월리 교수(Robert Worley)도 인격의 전정성은 항상 사회성의 그물(net of sociality)안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Worley, 1993, 105).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고독 가운데서가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 상황 속에서 인격의 진정성이 발견된다고 동의하고 있다. 교회생활을 한다는 것은 사회성의 그물속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교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 교회의 제도와 실천속에서 자기의 인격에 중대한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교회가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의해서도 인격이 형성될 수 있지만 그 보다도 교회 생활의 모든 것, 예를 들면 교회의 지도력 스타일, 권력의 형태, 의사결정과정, 상호교제등이 직접적으로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교회생활이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인격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첫째로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생활의 성격을 깨달을 때에 그것이 그 개인에게 영향을 주어 인격형성의 과정에 들어서게 만든다. 즉 교인들은 교회안에서 자기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정보들을 받으며, 그 정보는 그 교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말이다. 그 교인이 자기가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생각들과 목표들과 가치들과 다른 정보들을 받았을 때 그는 이 정보때문에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관점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실재를 보게 될 것이다. 그가 받은 정보가 정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받았을 때 그 사람은 그 정보때문에 시각이 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교인들은 교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떤 정보들을 받고 있을까? 목사들과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자기 교회의 제도들과 과정들이 교인들에게 어떤 정보를 주고 있으며 어떤 시각의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교인들은 초월하신 하나님의 시각에서 자기와 교회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얻고 있을까?

두번째로 교회생활은 하나님의 현존을 경험하며 하나님의 현존안에서 이웃을 만나는 장을 제공한다. 예수님은 "두 세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18;20)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믿는다(고전12:27, 엡1:23, 4:12, 골1:24등). 교회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나와 너의 만남은 곧 하나님의 현존의 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여 교제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현존안에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였음을 의미한다. 거기에 임재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시며, 무슨 말씀을 하실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시는 그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만나고 있는 바로 그 이웃을 지고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그 이웃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자로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요 하나님은 그를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시며, 그를 위하여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않으시고 십자가에 죽게하셨다. 우리와 만나는 이웃은 우리가 보기에 평범하고 한시적인 존재에 불고하나 하나님은 그를 존귀한 존재로 만드시고 있다(Barth, 1918, 452).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생활에서 하나님이 존귀하게 만드신 이웃을 만나며 그들과 교제하며 자기의 진정한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렇게 해서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정한 인격을 형성하는 장이 되는 것이다.

세번째로 교인들은 자기들의 목표를 가지고 교회에 들어온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희망과 기대와 관심과 욕망과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교회에서 이 교회가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교회를 향한 목표를 갖는다. 교회는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목표들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실제로 교회는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들을 처리하는 여러가지 구조들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여러가지 권력의 형태들을 사용하여 교인들의 목표들을 수용하기도 하고 거절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타를 치면서 복음송가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깊이 감동한 청년회가 자기 교회에서 기타치면서 복음송을 교인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할 때에 당회는 청년들의 욕구나 헌신이나 관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성하고 경건한 교회에서 딴따라판에서 치는 기타는 웬말이냐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하자. 당회는 지금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중세봉건영주들이 개발한 독재적인 방식으로 권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에 청년들은 자기들의 선한 뜻을 전혀 공감하지 않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욕구를 거절하는 교회에서 자기의 인격이 무시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날 때 교인들은 교회에서 진정성있는 인격을 개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새신자 관리를 위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새신자가 교회에 들어올 때 그들을 교리화시키는 제도와 과정은 있으나 새신자들이 가지고 온 목표들을 나누게 하게 경청하고 수용하여 교회의 정책에 반영하는 새신자 훈련프로그램들은 별로 보지 못한다. 새신자들 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교인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목표들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며, 그것들이 교회의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표현되기를 원한다.그 뿐 아니라 교인들은 누구나 교회를 향한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무의식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지라도 교인들은 자기가 출석하는 교회가 어떠한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 교회가 어떻게 변하여야 할 것인지, 또는 자기가 이 교회를 위해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할 것인지등의 아이디어와 욕망과 기대와 관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인들의 목표가 부담없이 나누어지고,들려지고, 수용되고, 반영되는 교회가 얼마나 될까? 이처럼 교회의 제도는 개인들의 목표와 기대와 관심과 헌신들을 무시하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하며, 존중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한다. 이에 따라 교인들의 진정한 인격은 형성되기도 하고 침해를 받기도 한다. 결국 교회는 진정한 인격을 형성하는 장이 될 수도 있고 비인간화시키는 현장이 될 수도 있다.

3. 집단정신을 갖는 공동체로서의 교회

길키(Random Gilkey)는 그의 저서 Shantung Compound에서 세계 제2차 대전시 산동반도에 소재한 일본포로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는 미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아주 조그마한 방속에 9-11명이 수용되어 거의 질식상태에 있었다. 그들은 선하고, 교육을 많이 받고, 고상한 인격을 가진 사람들로 중국에서 기독교 선교에 힘쓰던 분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룹이 되어 수용소에 수용되었을때에 그들은 잠자리 때문에 끊임없이 싸웠다. 조그만한 공간이라도 어 차지하려고 바둥거렸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희생을 그처럼 강조하던 사람들이었다.

한번은 미국 적십자사에서 1500개의 음식소포를 보내왔다. 일본인 간수들은 미국인에게는 1½개의 소포를 분배하고 미국인이 아닌 포로들에게는 1개의 소포를 분해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인들 대부분은 이 결정을 분노하여 미국적십자사에서 보낸 것이니 다른 나라 사람에게 주어서는 안되고 미국인들에게만 소포를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인들에게 7½개씩 나누어야 한다고 했다. 그들도 모두 경건한 그리스도인들이었으나 사회적인 집단이 되었을때에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들로 변하고 말았다.

사회집단은 개인들이 집합체가 아니다. 사회조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격 또는 정신을 갖는 유기체이다. 모든 가족들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부모와 자식들과의 관계, 의사 결정과정, 자녀양육의 방법과 우선순위,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 관심, 헌신등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가족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 지교회든지 자세히 관찰해 보라. 그 교회의 당회의 운영과 의사결정과정, 그 교회의 기대와 관심, 가치와 규범, 지도력의 모형과 성격, 우선순위결정과 프로그램선정등에 교회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심지어 교회안에 있는 교회학교의 운영까지도 특성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교회의 성격은 목사들과 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기독교신앙을 해석하고 이해하는데에도 영향을 주어 꼭같은 성경의 가르침이라도 다른 방식으로 깨닫고 이해하게 만든다.

우리는 수 많은 교회들이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지고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교회는 침체되고 폐쇄적이다.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성경공부도 없으며, 실천도 없다. 다른 교회는 양극화 되어 있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그렇지 않는 교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서로 다른 집단을 듣지도, 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오직 자기들의 생각에 사로 잡혀 있다. 또 다른 교회는 극소수집단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모든 정보를 지배하며, 자신들의 신학적, 사회적, 경제적 이익유지에 집착한다. 또다른 교회는 개방적이요 새로운 사고개발에 힘쓰며, 환경의 도전에 탄력성있게 대응하며, 신선미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모든 교인들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전교인을 교역자화시키고자 노력한다. 이러한 교회들은 각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성격은 교인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교회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또는 조직을 중심으로 모인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집단유기체로서 성격, 인격, 그리고 분위기를 가지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교회는 교인들에게 여러가지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교회의 성격은 교인들이 교회에 어떠한 기대를 가지게 하고 자기들의 헌신을 바치는데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어떤 교회에 들어온 새신자는 그 교회에 충성하고픈 마음을 가지며, 어떤 교회는 새신자들에게 전혀 매력을 주지 못한다. 그것은 목사의 설교가 어떠하냐에도 관계되지만 더 크게는 그 교회의 분위기에 의해 좌우된다. 또한 교회의 성격은 교인들이 메시지를 받고 이해하고 깨닫는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교회제도는 무언의 교사이다. 교인들은 교사와 목사들에게 배울 뿐 아니라 교회제도가 주는 분위기와 성격에 의하여 더 많이 배운다.

교회조직의 "분위기", "성격" 그리고 "정신"등의 용어는 과거에 별로 사용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러한 것들이 교회조직에 속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교회는 성도들의 의무, 과제, 목표 달성, 예산 확장, 새신자 전도, 예배 회집수 증가, 교육 프로그램 실시 등에 중요한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교회조직의 성격이나 정신에 관해서는 별로 질문하지 않았다. 우리는 교회의 분위기와 교인들의 교회 활동 참여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 왔다. 목사가 설교만 잘하면 모든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산 감소, 예배 회집 인원 감소, 제직회 모임에 무관심 등은 목사의 설교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이 교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불신, 소외, 적대감, 훼방적인 행위, 무관심, 교회 집회 결석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교회의 지도자들은 교인 개인 설득, 설교 준비 철저, 개인적인 훈련 등에 초점을 모으고 있으며,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을 개혁하는 데에 소홀하다. 교회 지도자들은 교인들의 신앙을 점검할 뿐 아니라 교회의 제도를 점검하여 교회의 분위기와 성격은 교인들의 신앙을 위축시키고 있는지 혹은 향상시키고 있는지, 교회의 성격과 분위기는 기독교 신앙의 가시적 표현이 되어 있는지, 교회는 제도와 기관조직들 가운데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로 가득해 있는지 등을 성찰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는 역사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분위기가 현재의 과정과 제도 속에 살아있다. 이것은 현재 교인들의 가치와 신앙 헌신 속에도 살아있다. 교인들이 어떤 기대를 가지고 교회에 오는지, 교회의 지도력이 어떠한 스타일인지 하는 것도 그 교회의 과거의 성격과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거의 성격은 그 시대의 성도들이 그 시대 상황에서 기독교 진리를 표현하고자 노력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 당시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 진리에 입각하여 교회라는 제도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하려고 노력하였다. 오늘 그 교회에 새로이 부임한 목사가 그 교회를 보면서 고리타분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해도 그것은 과거 그 교회의 신앙 표현 과정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러므로 그 목사가 그 교회의 제도를 개혁하려고 할 때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점은 먼저 그 교회의 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오늘 이 시대를 향하여 하나님께서 주시는 뜻과 진리를 어떻게 이 속에 구현시킬 것인가를 탐구해야 할 것이다.

4. 하나님의 통치의 증거로서 교회생활

기독교 교리의 사회적 의미를 깨닫고, 진정한 인격형성에 있어서 교회 생활의 영향, 그리고 교회가 단순히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나름대로의 성격과 분위기를 가진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통치가 교회생활을 통해서 가시화되어야한다. 하나님의 통치 또는 인간생활 가운데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는 초월하신 하나님의 역사는 인간의 사회적인 삶과 윤리적인 실천을 통해서 가시적으로 표현되어야 하지 이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하나님의 통치는 가장 구체적인 삶의 실천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때 하나님의 통치는 무의미한 것이다. 기독교는 진리와 성경과 교회역사들을 알고 받아들이는 개인적인 사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지식과 믿음이 신앙생활의 근원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삶가운데서 순종으로 실천되지 않을 때 기독교 진리는 의미를 상실한다.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주님 되심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삶이다. 하나님의 희망, 수용, 그리고 화해 등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실체들이다.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받아들이고 믿어야할 교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희망과 수용과 화해를 구체적인 삶 속에서 드러내 보일 때에 하나님의 현존은 사람들 가운데서 가시화된다.

교회생활은 기독교진리의 구체적인 표현이다. 제도적인 생활과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교회생활은 하나님의 통치를 증거한다. 하나님께서 교회의 주님이 되신다면 교회의 제도 속에 하나님의 진리가 구체적으로 표현되고 기독교신앙이 그 속에 가시화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간에 막힌 담을 헐고 원수되었던 자들을 십자가로 하나로 만드시는 화해의 주님이시라고 한다면, 교회 생활 가운데서 원수들이 하나가 되고 막힌 담이 헐리는 구체적인 사건들아 나타나야 할 것이교, 교회의 모든 제도와 기관은 하나님의 화해를 증거하는 수단이 되며, 하나님의 화해를 조장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회론은 이처럼 교회의 모든 사회생활과 윤리실천에서 하나님의 진리들이 가시화되고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데서 그쳤다. 그러나 어떻게 우리가 구체적으로 기독교신앙과 진리를 교회 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교회지도자들과 목사들의 가정은 기독교진리를 개인들에게 가르치면 개인들은 그 진리를 받아들이고 순종하여 변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가정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여기에 첨가해야 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위에 언급한대로 교회가 하나의 분위기와 성격을 가진 공동체로 거기에 속한 개인들에게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교회제도 자체를 기독교 진리화해야 할 것이다. 교회제도 - 기구조직, 과정, 그리고 내용 - 가 기독교화될 때에 교회는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될 것이요 그 속에 생활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교회는 기구조직과 과정들을 통하여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나가는 제도이다. 교회는 교회에 들어오는 새신자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들과 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교회를 위한 목표들을 나누고, 듣고, 수용하고, 반영시키는 기구와 과정들을 창조하고 사용한다. 교회는 교인각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과 능력들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과정들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는 방향설정, 목표정립, 프로그램 선정과정에서 소수의 엘리뜨 중심 결정과정을 사용할 수도 있고 전체 교인들이 의사를 발표하고, 자기의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의사결정과정을 개발할 수도 있다. 모든 정보가 전체교회에 열려지고, 결정과정이 투명하게 모두 교인들에게 공개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교회의 기구조직과 과정들이 교인들을 존중하고 개인들 간의 차이들을 인정하며, 각자의 독특성을 따라 그리스도를 머리로하는 그리스도의 몸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요약하면 교회의 제도는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기독교신앙의 표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결국 교회제도 자체가 하나님의 진리와 기독교신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면, 하나님의 통치는 불가능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기구조직, 과정들이 기독교진리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끊임없이 개혁되지 않는다면 하나님은 자기의 교회에서 마저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가지는 관심과 돌봄과 사랑과 정의를 전달하고 표현하도록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다. 교회의 모든 기관조직 그리고 제도들은 이러한 관심, 돌봄, 사랑, 정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와 기독교신앙을 가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교회의 제도는 하나님의 희망과 화해, 사랑과 정의를 담는 그릇이요 전달하는 통로가 되어있는가? 교회를 어떻게 개혁해야 이런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통치가 교회생활 속에 가시화되기 위하여 교회는 어떻게 변화되어야 하는가?

Ⅱ.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셨느니라. 몸은 한 지체뿐 아니고 여럿이니 만일 발이 이르되 나는 손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 인하여 몸에 붙지 아니한 것이 아니요, 또 귀가 이르되 나는 눈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니,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맡는 곳은 어디뇨, 그러나 이제 하나님이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셨으니 만일 다 한 지체 뿐이면 몸은 어디뇨. 이제 지체는 많으나 몸은 하나라.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하지 못하리라. 이뿐 아니라 몸의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도리어 요긴하고 우리가 몸의 덜 귀하게 여기는 그것들을 더욱 귀한 것들로 입혀주며,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지체는 더욱 아름다운것을 얻고 우리의 아름다운 지체는 요구할 것이 없으니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 존귀를 더하사 몸 가운데서 분쟁이 없고 오직 여러 지체가 서로 같이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니라. (고전 12:12-27)

근간에 신구약 성서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하여 성경이 가르치는 교회의 본질에 관하여 많은 저술들을 펴내었다. 그 가운데서도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에 관한 연구들은 오늘 교회개혁에 상당한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본질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1. 공동체적인 자기이해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 가운데 하나는 공동체적인 교회의 이해이다. 바울은 지체의 순결과 의와 사랑을 이야기하기 전에 몸의 한 부분으로서의 지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바울의 강조점은 아주 분명하다.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니라."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너희가 그리스도의 지체인 것을 알지 못하느냐?"(고전12:27, 13, 고후6). 바울은 지체의 존엄성과 가치와 재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지체가 몸에 붙어 몸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본래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 밖에 없는 자요, 나그네요, 이방인이요, 버리운자였으나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됨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생명에 참여하는자가 되었다.

예수님은 이 사실을 포도나무와 가지에 비유해서 더욱 분명하게 가르친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절로 과실을 맺을 수 없음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저가 내 안에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이 사람은 과실을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여15:1,4,5).

그리스도인들은 포도나무 가지이다. 예수님께서 강조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가지가 되어 야 하느냐에 있지 않다. 가지가 아무리 훌륭하고 싱싱하다고 해도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아니하면 "밖에 버리워 말라지나니 사람들이 이것을 모아다가 불에 던져 사르느니라"(요15:6). 포도나무에 속한 가지에 의미가 있다. 가지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포도나무와의 관계에 열매의 비밀이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붙어있는 가지가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인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떠한 존재냐? 그가 어떠한 본질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이 초점이 아니라 포도나무이신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심의 중심이다.

이것은 구약성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백성으로서의 집단 정체성을 중요시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뛰어나고 힘이있고 순결하다고 해도 이스라엘 선민에 속하지 않으면 이방인이요, 버리운자요, 의미없는 백성이 되고만다. 중요한 것은 그가 하나님의 백성중의 하나이냐 하는 것이다. 개인의 순결이나 신실함 보다도 하나님의 백성에 소속되었느냐 하는 관계성을 더욱 중요시했다. 구약성경에 가끔 훌륭한 이방인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예외적인 것이요, 하나님이 특별한 은총에 의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든지 그가 선택받은 야곱의 족속이요, 이스라엘의 민족이냐 하는 소속과 관계이다.

그러므로 바울은 개인이 아무리 뛰어난 은사와 성령의 은혜로 넘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개인의 자랑거리가 아니라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나눠주신 것이다. "각 사람에게 성령의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함이라"(고전12:7). 유익하게 하려함이라 하는 헬라어는 oikodome이다. 이것은 집을 세운다는 뜻이다. 즉 집에는 여러개의 부분들이 있다. 문이 있고, 창문이 있고, 들보와 서까레들이 있다. 예를들면 창문은 그집의 창틀에 꼭 맞는 것을 만들어 달아야 한다. 집주인은 그 창문의 크기를 얼마나 크게해야 할 것인지 설계한다. 창틀은 작은데 창문은 크다고 하면 그 창문은 작은 창문보다 더 값나가는 창문이지만 그 집에는 소용이 없다. 그 집에 맞는 창문이라야 한다. 집을 창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집을 설계한 주인의 뜻에 따라 창문을 그 집에 맞추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오이코도메의 뜻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누구나 자기의 값어치를 따지기 전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무슨 은사, 무슨 재능, 무슨 성결, 무슨 사랑이 있을지라도 그 집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고쳐 그 집에 맞추어 나가야 한다. "그런즉 형제들아 어찌할꼬, 너희가 모일 때에 각각 찬송시도 있으며, 가르치는 말씀도 있으며, 계시도 있으며, 방언도 있으며, 통역함도 있나니 모든 것을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라"(고전14:26. 밑줄은 필자의 것임).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적인 자기이해 위에 윤리적 가치를 세워야 한다. 한국교회의 혼란과 문제는 창문을 집에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집을 창문에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 성령의 은사를 강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성령의 은사를 받은 자기를 교회에 맞추어 교회의 덕을 세우려 하기 보다는 교회를 은사받은 자기에 맞추려고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경건하고,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에 힘쓰는 교인이라고 할지라도 교회의 방향과 목표에 어긋나는 개인의 경건과 열심은 오이코도메가 아니라 집을 파괴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속의 지체로서 자기의 개인을 보아야 하며,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덕을 세우는 동안에만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 지체의 다양성과 독자성의 존중

바울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비유할 때 이것을 통해서 강조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주제가운데 하나는 지체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 지체의 독자성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맡는 곳은 어디뇨... 눈이 손더러 이르되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데 없다하거나 하지 못하리라... 오직 하나님이 몸을 고르게 하여 부족한 지체에 존귀를 더하사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서로 같이하여 돌아보게 하셨으니"(고전12:12-27).

바울이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교회를 몸과 지체에 비유하게된 이유는 고린도교회에 성령의 은사로 인하여 여러가지 분쟁과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울은 "성령의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 12:7)고 전제하고 성령의 9가지 은사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몸에 지체는 많으나 한 몸이요, 모든 지체는 몸안에서 서로 존중하며, 자기의 독특한 능력으로 몸을 위하여 봉사한다고 가르친다. 바울은 다시 교회의 은사들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온 몸에 각기 다양한 지체들이 다양한 기능을 함으로 몸을 영화스럽게 한다고 가르친다. 고린도전서 12장에서 바울이 강조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지체의 다양성이 존중을 받아야 하며, 각 지체들은 자기의 능력들을 발휘하여 몸을 위하여 봉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 교회들은 몸의 모든 지체들이 각기 독특한 기능을 부여 받았으며, 하나님께서 몸의 지체들에게 각기 다른 은사들을 주신 것은 그 은사들을 사용하여 교회의 덕을 세우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사명을 다하게 하는 것임을 간과하고 있다. 바울의 은사론을 따르면 교회는 은사받은 성도들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모든 교인들은 자기들이 받은 은사들을 가지고 하나님의 교역(ministiries of God)을 수행하는 교역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교인들이 하나님께 은사를 받았다는 사실(고전7:7, 벧전4:10-11)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을 무시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교인들을 활용하여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성취하고자 하신다. 하나님은 교인들 각자에게 은사들을 부여하셔서 그 은사로 하나님 자신이 세우신 교역의 계획을 완성하고자 하신다. 교역자들이 교인들의 차이와 재능과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그 은사들을 활용하는 전교인 교역을 하지 못할 때 하나님의 계획은 그만큼 차질을 빚을 것이다.

목사와 교회지도자들이 가져야할 목회의 비전들 가운데 하나는 모든 교인들이 자기의 힘을 다해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교역공동체이다. 당신의 교회는 전교인들이 자기가 받은 은사를 활용하여 하나님의 교역과 사명을 담당하는 교회인가?

3.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몸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신 공동체이다. 그리스도가 교회의 머리라고 함은 교회의 생명이 그리스도에게서 오며,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목표와 목적을 따라 살며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얼마나 충성하느냐 하는 것이 곧 교회의 생명을 좌우한다. 몸인 교회는 철저히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순종한다. 머리의 뜻과 생각과 의지가 속속들이 몸인 교회에 성육신하여야 한다. 그래서 교회를 보는 자는 그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뜻과 생각과 능력과 생명을 발견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교회에 성육신하여 현존하신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교회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몸은 아주 다양한 지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지체들은 각기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안에도 여러 다양한 지체들이 있고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가는 지체들이 있다. 왼손이 앞으로 갈때 왼발은 뒤로 간다. 오른손과 오른발이 같이 앞으로 나가면 몸의 균형을 상실한다. 이처럼 수 많은 지체들이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리스도의 몸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가진 한 몸이다. 서로 다른 생각들과 기능들을 가진 다양한 지체들은 하나의 공통된 근원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부터 아이디어와 행동명령을 받는다. 지체들 가운데 수 많은 아이디어들과 행위들이 있을지라도 그것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받은 것이요, 그리스도의 사역과 삶과 가르침에 근거하여 판단을 받고 방향이 조정되어야 한다. 모든 지체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에 교회는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서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이 세상에 표현하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이다.

머리이신 그리스도는 몸인 교회의 생명과 능력의 근원이다. 복음서들이 우리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한가지 분명한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능성이 있으며, 어떠한 재능과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와 어떠한 관계에 있느냐 하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약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니요, 사람들이 강하거나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새로운 능력의 사람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때문에 그들에게 생명이 넘치고 있다. 이것을 바울은 자기의 모든 자랑하는 것들을 분토와 같이 버리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기를 원한다는 말로 고백한다(빌 3:1-11). 그의 가문이나 학식이나 소속이나 윤리적인 순결함이나 그 어떤 것도 바울을 바울되게 하지 못했다. 오직 바울은 그리스도안에 있으므로 해서, 그리스도를 철저히 순종함으로해서 자기됨을 분명히 체험하였고 분명하게 가르친다. 그러므로 바울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생명의 근원이요 자기의 능력임을 힘써 증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어떠한 가능성 때문이나 자기의 공로가 아니라 오직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속하고 그를 순종함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생명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4. 그리스도의 지체들의 상호의존성

모든 지체들은 개방적인 공동작용을 한다. 이 말은 한 지체가 움직이면 그것은 다른 지체에 영향을 주어 그 지체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몸의 지체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자기의 기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지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손이 하는 것이지만 이때에 눈이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가르치는 것은 입이 하는 것이지만 손て발て눈て귀 등 몸의 지체가 함께 공동작용을 함으로써 가르치는 입의 기능은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교회는 모든 성도들이 각기 다른 은사와 기능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자적인 사명을 수행하지만 언제든지 다른 성도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동작용을 할 수 있을 때에 그들의 기능은 최대한의 효력을 발휘한다. 이것은 목사와 교회지도자들의 목회의 방향에 중대한 전환을 요구한다. 이제까지 목회자의 훈련중점이 개인들을 제자화하여 파송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나 여기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들 각자의 기능이 개인적으로는 충분하고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다른 은사를 가진 지체들과의 공동작용을 통해서만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목회자들은 공동작용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서로의 기능을 지원하고 더 완전한 기능 수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즉 교역자들은 개인훈련을 어떻게 시키느냐에 끝나지 말고 교인들이 기능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과정을 창조하여야 한다. 교회의 갱신은 교인훈련의 갱신에서 끝나서는 안되고 교회의 제도자체를 기능적인 제도로서 개혁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에 예수님의 새계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재발견한다. "새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 이 계명은 모세의 계명(옛계명)에 대조해서 예수님 자신이 우리에게 주신 계명이라는 근원적인 차이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예수님이 주신 유일한 계명의 중대성이 있다. 이 계명은 예수님께 받은 사랑을 서로 나누라는 계명이다. 내가 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너에게 나누어주고 네가받은 예수님의 사랑을 내가 나누어 받아야 한다. 새계명은 내가 너에게 사랑을 얼마나 베풀고 있느냐 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네가 받은 사랑을 내가 받을 때에라야 새계명은 완성된다. 너없는 나는 새계명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너와 내가 함께 있을 때에 거기에서 비로소 새계명은 이야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인주의적으로 기독교신앙을 해석해왔기 때문에 모세의 옛계명을 예수님의 새계명보다 중시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옛계명은 언제든지 사랑의 주체는 [나]요 내가 하나님과 이웃에게 힘과 목숨을 다해, 그리고 내몸같이 사랑을 베풀면 완성된다. 그러므로 옛계명은 개인주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새계명은 서로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주체는 [나]뿐 아니라 [너]요, 내가 너를 향해 베푸는 사랑뿐 아니라 [네]가 나를 향해 베푸는 사랑을 [나]가 받아야 한다. 예수님은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붙어 있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칠 뿐 아니라(요15:1-8), 곧 이어서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것이라"(요15:12, 요15:9-17참조)고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서로간에 어떠한 관계를 가져야 하는 가를 정의해 주고 있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안에 있어야 하는 관계적 존재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 서로 사랑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가치와 도덕을 묻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를 묻는자들이다. 내가 얼마나 신실하느냐에 따라 구원이나 열매를 얻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형제자매들과 어떠한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구원과 열매가 결정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가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첫째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에게 철저히 붙어 있어 순종해야 하며 그리스도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을 공급받아야할 뿐 아니라 그 생명을 형제 자매들과 함께 나누어야만 하는 존재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다른 지체들과 상호의존적으로만 생존할 수 있고 기능과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요, 너 없는 나의 존재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안에서 생명과 능력을 공급받을 뿐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생명의 능력을 공급받는다. [나]라는 단독자로서는 생명의 사랑이 될 수 없다. 교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그리고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만 하나님의 생명이 [나]에게 공급된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공동체 속에서 그리고 주의 이름으로 [너]를 만나는 관계를 떠나서는 생명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목회의 근본방향은 개인훈련보다는 공동체 속의 그리스도인들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5. 사명공동체로서 그리스도의 몸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진정한 교회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하는 질문에 두가지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하여 그리스도인들에게 혼란을 일으켜왔다. 한 극단은 개인지향적인 교역공동체로 교회를 이해하였고 다른 극단은 사회지향적인 교역공동체로 교회를 이해하여왔다. 어느 것이 성경적인가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자.

교회를 개인지향적 교역공동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목사와 교인들의 최우선적인 관심은 그리스도인들의 개인적인 생활이라는 것이다. 교회의 교역의 중심은 우선적으로 교회자체를 위하고 그리고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들은 교인들의 신앙이 성장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본받게 되면 그들이 세상에 나가서 세상을 구원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믿는다. 설교, 교육, 예배, 봉사, 교회생활 등의 교역의 목적은 교인 개인개인들을 무장시켜 세상에 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새상을 위한 교회의 교역도 예방적이기 보다는 치유적이다.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들로 피해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전문 교역자들과 평신도들의 교역은 우선적으로 교인 개개인의 위기들 - 결혼위기, 노인위기, 청소년위기, 질병위기 등 우발적 위기 - 을 돌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교회지도자들 뿐 아니라 사회의 지도자들도 갖고 있다. 교회는 영적인 일에 전념하고, 교인들이나 돌볼 것이지 정치문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예언적이니 하는 이유로 간섭하는 것은 정교분리의 원칙에도 벗어나는 것이라고 그들은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교회의 모든 교역(ministiries)들은 하나님이 그처럼 사랑하시고 예수께서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히시기까지한 개인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와 반대로 교회를 사회지향적 교역공동체로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통치하시느냐에 교회의 일차적인 관심이 집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적인 질병의 예방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질병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하나님이 세상을 돌보시며 통치하신다는 사실을 증거하기 위하여 증상보다는 근원적인 뿌리를 찾아 해결하는 일부터 먼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개인적인 위기들을 치료하는것 보다는 사회적인 위기예방에 힘쓴다. 그래서 그들은 전통적인 개인지향적 교역을 반대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통적인 교역의 중점은 교회자체 유지에 급급하고 하나님이 그처럼 사랑하시는 세상을 무시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지향적인 교역은 농업사회에나 알맞는 것이요, 오늘과 같이 테크놀러지와 조직사회에서 그런 방법은 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늘같은 산업구조사회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개인일지라도 그 구조에 별로 영향을 끼칠 수 없고 오히려 그 개인이 이 구조의 희생물이 되고만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러한 분열과 양극화가 교회안에 그대로 존재한다면 교회는 힘을 잃고 생명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마다 황폐하여질 것이요, 스스로 분쟁하는 동네나 집마다 서지 못하리라"(마12:25). 우리가 계속하여 양극화된 교회의 교역이해 가운데서 혼란에 빠지게되면 우리는 중풍병환자처럼 움직일 수 없을 것이요, 그리스도의 몸은 생명을 잃을 것이다.

살아있는 그리스도의 몸은 언제나 두개의 초점을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자기자신이요, 그 하나는 세상이다. 우리는 이것을 바울의 그리스도의 몸의 신학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울의 관심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첫째로, 그는 생명이 넘치는 몸과 상호의존적으로 기능하는 지체들에 관심을 갖는다. 이 몸은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모든 지체들의 기능을 촉진하며, 모든 지체들의 공동작용에 근거하여 생존한다. 몸은 자기에게 속한 모든 지체들을 하나하나 돌본다. 몸은 여러 다른 지체들을 하나로 무시하지 않고 그 필요에 따라 먹이고 지원하며, 지탱시켜나간다. 몸은 근본적으로 자기지향적이요, 개인지향적이다.

그러나 바울은 사명공동체로서의 교회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사실 교회의 본질과 행위는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역의 연장이다. 그리스도의 몸의 모든 지체들은 서로 협동적으로 역사하여 세상을 양육하고 변화시키고, 판단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기능과 사명을 받았다. 몸은 세상 속으로 보내어진 몸이다. "예수께 나아와 너희도 산돌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벧전2:4,5). 교회는 "택함을 받은 족속"이요, "왕같은 제사장"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다(벧전2:9). 그 뜻은 교회 자체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교역의 사명을 수행하도록 부름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교회는 세상속에서 하나님의 뜻과 사역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부름을 받았다. 교회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왕같은 제사장이다. 교회는 세상을 치유하며, 세상을 위해, 희생하며, 세상을 화해시키고 구속하며, 세상을 판단하고 방향을 바로 세워나가는 왕같은 제사장 집단이다.

교회의 선택은 개인지향적이냐 사회지향적이냐 또는 교회 자체를 위해서냐 세상을 위해서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자신을 위하며 동시에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 어느것이 우선적이냐가 아니라 동시적으로 몸의 유지와 함께 그 몸으로 세상을 위해 섬기기를 원하신다.

Ⅲ. 제도적인 교회 - 그리스도의 몸의 가시적 표현

제도적인 교회는 헌법과 일정한 규약들, 통치기구, 과정들, 그리고 사람들로 구성된 역사적 실체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안정된 조직구조가 없이는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 교회에 책임있는 직책들과 합당한 절차를 거쳐 인준을 받은 여러가지 기관 조직들이 없다면,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의 신앙과 헌신과 희망의 공동체 속에 모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합당하게 응답하며,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세상 속에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초대교회에서부터 교회는 항상 제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교회는 목사들을 위임하고, 신앙고백을 받아들이고, 공중예배의 모범을 채택하고, 일정한 법적인 규범들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분명히 하나의 제도이다. 교회는 근본적으로 신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성육신하신 그리스도안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생명이요, 또한 성령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외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가시적인 제도적 교회가 교회의 실체의 한 측면인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교회는 더 깊은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에 근거한다. 성령의 교제가 가시적인 제도의 네트워크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수많은 교부들은 그리스도의 은혜 가운데서만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령안에서의 신비한 교제라는 교회의 이미지들을 개발하였다. 교부들은 보이는 교회, 즉 제도적인 교회를 존중하였지만 동시에 제도적인 교회속에서 하나님의 신비적인 현존과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들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회의 제도적인 측면과 신비적인 측면은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제도적인 교회는 어떠한 의의를 갖고 있을까?

1. 그리스도의 몸의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제도적인 교회

제도로서의 교회를 존중하고 보존하려는 사람들과 제도적인 교회가 자기들의 청조성을 질식시키고 자기완성과 자기표현을 방해하기 때문에 제도를 없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 자신들도 제도를 만드는 인간들 보다 인간이 만든 제도를 중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는 하나의 제도를 만들지 않고 자신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어떠한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목사들 가운데 제도적인 교회 때문에 심한 갈등과 고통을 경험한 이들은 제도적인 교회무용론을 주장하며, 제도적인 교회가 사라져야 진실로 기독교신앙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구조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급진적인 신앙단체들 가운데는 아무런 구속이 없고 자유롭게 신앙을 표현할 수 있으며, 뜨거운 신앙으로 한 마음을 품어 모이는 소그룹이 진정한 기독교신앙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천진스러운 생각에 불과하다. 이러한 생각은 실천적으로도 위험스러운 발상일 뿐 아니라 신학적으로도 뒷받침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교회가 제도적이어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아니라 교회제도가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가시적으로 표현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냐 그리스도의 가시적인 표현을 방해하는 것이냐이다. 그러므로 목사와 평신도들은 교회제도가 가시적인 그리스도의 몸이 되도록 끊임없이 제도적인 교회를 성찰하고 판단하고 지도할 수 있는 신학적인 원리들과 실천적인 방법들을 준비하여야 하며, 그래서 교회의 조직을 개혁하고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갈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1) 제도의 필요성

칼빈은 기독교강요 제4권을 시작하면서 예수님께서는 이미 우리의 구원을 완성하셨으며, 우리는 '복음을 믿음으로' 하나님의 구원과 영원한 축복의 참여자가 되었다고 선언하면서, 그러나 우리의 무지와 나태와 변덕때문에 우리 안에 믿음의 씨가 심겨지고 그 믿음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가르친다(Inst.Ⅳ, 1,1). 하나님은 무지하고 게으르며, 진리에 불순종하는 우리에게 외적인 수단을 준비해서 그 안에서 그리스도와 교제하며, 그 안에서 지탱을 받도록 하셨다. 이러한 목적으로 하나님은 믿음을 일깨우는 복음을 교회에 맡기셨다. 칼빈은 이 보배를 교회의 가슴속에 담으셨다고 이야기한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세우신 제도이다. 교회는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사람들 가운데 자기의 일을 성취해 나가시는 수단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위탁하신 섬김과 교회에게 맡기신 그분의 일을 수행해 나가신다.

칼빈은 교회를 어머니로 표현하고 어머니인 교회가 없이는 신앙이 자라날 수 없다고 선언한다 :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가시적인 교회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먼저 "어머니"라는 단순한 명칭을 배우는데서 부터 시작하자... 이 어머니가 우리를 자기의 태에 잉태하고, 우리를 낳고, 자기의 젖으로 먹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생명이 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겠는가? 우리가 이 썩을 육신을 벗어버리고 천사와 같이 될 때까지, 어머니가 우리를 돌보시고 지키시며 인도해주시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에게 생명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이사야(사37:32)와 요엘(요엘2:32)이 증거한 바와 같이 어머니의 품을 떠난다면 어느 누구도 죄용서와 구원의 소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언제든지 재앙이다(Inst.Ⅳ, 1, 4).

제도적인 교회는 신학적인 각도에서 뿐 아니라 사회학적인 각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학자들의 연구한 바에 따르면 어떠한 운동이든지 제도적으로 구조화되지 않는다면 효과있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래 지탱할 수도 없다고 한다(Worley, 1993, 63). 이상주의적인 운동이든지, 이단운동이든지, 항의그룹이든지 어떠한 운동이든지 기존제도권 속에 들어오든지 또는 제도화시켜 제도 속에서 그 운동을 구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 운동이 어떤 조직 속에 들어온다면, 그 운동의 정신과 비전과 확신은 그 조직을 개혁시킬 것이요, 그 운동은 조직을 통하여 헌신과 관심을 극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기구조직, 관계요청,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과정, 그리고 그 운동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이념들은 그 운동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일 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과 조직들에게 최대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도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참여와 사회개혁에 필수적이다.

우리는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이 제도적인 교회 가운데서 가시화된다는 사실을 별로 중시하지 않았다. 우리는 교회가 하나의 제도이며, 제도적인 활동을 통해서 교회의 신앙과 가치와 관심을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로마카톨릭교회는 최근의 연구에서 제도로서의 교회는 기독교신앙의 육체화이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이러한 연구에 따라서 기독교신앙의 구체적인 표현이 되도록 기구조직을 개혁하고, 의사결정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갱신하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이들은 신구약성경을 연구하면서 하나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의 역할과 기능을 신선하게 이해하고 교회의 의미를 재정의하였다. 그들은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제도적인 교회의 활동을 반성하면서, 로마카톨릭교회의 개혁에 중대한 자극을 주었다. 이제 우리도 제도적인 교회를 개혁하여 변화하는 세상에 진정성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가치쎈타가 될 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제도적인 활동 하나하나가 기독교신앙의 가시적인 표현이 되게 하며, 생명이신 그리스도가 제도적인 교회 속에 육체화되게 하여야 할 것이다.

2) 그리스도의 현존과 제도적인 교회

칼빈은 어머니로서의 교회를 설명하면서 제도의 활동 속에서 임재하여 역사하시는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제도는 지극히 객관적인 실체이지만 하나님은 객관적인 실체인 제도의 활동 가운데 현존하여 신비적인 역사를 성취하신다. 즉 칼빈은 제도로서 교회가 줄 수 없는 것들이 제도의 활동 속에서 일어난다고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칼빈에 따르면 우리가 제도적인 교회의 품속에 있으면 진리는 항상 우리와 함께 거한다 :

우리는 이런 약속들이 우리에게 적용된다고 믿는다 : "시온에 구원이 있을 것임이요"(요엘2:32, 오바댜17절-한글성경은 다르게 번역되었음 : 역자주); "하나님이 그 성중에 거하시매 성이 요동치 아니할 것이라"(시46:5). 교회에 속하는 것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기 때문에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Inst.Ⅳ, 1, 3).

하나님께서는 이 놀라운 보배를 질그릇 속에 담아 놓으셨다(고후4:7). 하나님 자신이 우리들 가운데 현존하여 계신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주님이 자기의 몸인 제도적인 교회 가운데 임재하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바로 하나님의 현존의 장이다. 칼빈은 구약성경을 인용하면서 시온산과 예루살렘성에 거하시면서 구원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이 바로 제도적인 교회가운데서 성취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교회가운데 현존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 자신이 인간의 제도를 그리스도의 몸이요 진정한 교회로 만드시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제도 속에서 제도적인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우리는 질그릇 속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보는 영적인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으로 교회가운데 현존하시는가?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예수님이 제정하신대로 집행되는 그 곳에 성령이 임재하여 은혜를 베푸신다고 가르친다(Inst.Ⅳ, 1, 9).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전의 집행은 열매를 생산하고 하나님의 복을 가져온다. 하나님은 이 두가지 가시적 수단을 통하여 우리 위에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 안에서 역사하신다. 그러나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를 깨우치시고 은혜받게 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교제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느냐 하는 점은 신비에 속한다. 다만 어떻게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성령과 교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칼빈은 성령의 역사로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수준으로 내려오실 수 있고 동시에 말씀과 성례를 통하여 그리스도는 성령안에서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있다고 믿는다(Inst.Ⅳ, 14, 8)성령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며 동시에 우리의 인격의 통일성을 보존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통합되어 버리거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 인격 속에 용해되어 버리시는 분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교제하며 관계를 갖게 만드시는 분이시다. 말씀과 성례는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맺게 하시는 성령역사의 현장이다.

성령은 말씀과 성례를 통해서 우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문을 여신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은 타락으로 왜곡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예수님을 우리 안에 받아들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이나 육체적인 어떤 기능들도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성령께서 우리의 심령을 열고 그리스도께서 거기에 들어오실 수 있게 만드신다. 믿음이란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받을 수 있게 우리의 심령 가운데 창조해 주신 수용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의 심령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과 교제한다. 우리의 믿음은 그 자체로서는 빈 그릇에 불과하다. 오직 성령께서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믿음을 창조하시고 강화시키시며, 예수 그리스도를 거기에 계시게 하고 우리와 교제하게 만드신다.

말씀과 성례를 통하여 우리와 그리스도의 인격적 교제를 갖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는 언제든지 제도적인 교회의 콘텍스트에서만 가능하다. 바울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롬10:13)고 선언한 후에 구원의 과정을 부연하여 설명한다. "그런즉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들으리요"(롬10:14-15). 이 말씀은 구원의 과정에서 제도적인 교회의 필수성을 암시하고 있다. 주의 이름을 부름으로 구원을 받는 자는 전도자의 말씀을 듣고 믿어 구원에 이른다. 그런데 믿음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도자는 누가 보내는가? 물론 하나님이 보내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도적인 교회에 전도자의 파송을 위임하셨다. 말씀을 선포하며 성례를 집행하는 교역자는 교회가 훈련하여 위임하고 파송한다. 교회는 이 일을 위하여 기구를 조직하고 과정과 절차를 만들고 제도를 창조한다. 더구나 전도자가 전하는 말씀의 내용과 성례전의 절차도 그가 속한 교회의 위탁을 받으며 제한을 받는다.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제도요, 하나님은 이 제도의 활동을 통해서 이 땅위에 자기의 구원의 계획을 성취해 나가신다.

2. 교회제도 갱신을 위한 제안

지금까지 우리는 교회제도가 개인의 인격의 진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교회도 다른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인간이 만든 조직이지만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공동체요 그 나름대로의 특성과 성격과 분위기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바로 이런 제도적 교회를 통하여 이 세상을 구원하시는 대사명을 완성하시고자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간간히 제기해온 질문은 오늘 우리의 교회제도는 하나님의 진리를 가시적으로 표현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이익과 욕망을 대변하면서 하나님의 구원의 사역에 장애를 주고 있는가이다.

우리는 성경적 신학적인 연구결과에 따라서 교회제도 개혁의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에 대한 근간의 연구결과를 언급한 바있다. 이것이 교회제도개혁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오늘의 제도적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의 가시적인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가 개발한 구조이론을 교회제도 갱신에 활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실 교회의 조직은 성경의 가르침이라기 보다는 문화적인 바탕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그 당시 문화가 가지고 있는 조직이론, 지도력 스타일, 관계 모형 등을 그대로 수용하여 교회제도 속에 담는다. 중세의 봉건주의 문화는 그 당시 교회에 사회의 제도속에 그대로 유입되었다. 엄격한 위계질서, 정태적인 관계모형, 권력의 형태들, 신분과 지위, 그리고 권위의 소재 등의 봉건주의제도는 상부의 소수가 모든 결정을 내리고, 모든 정보를 소유하며, 정보와 결정과정을 통제하며, 위에서 아래로만 권력과 정보가 전달되는 소위 태양신 형태의 권력형태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러한 조직 원리와 지도력 스타일은 그대로 로마천주교회 뿐 아니라 개신교회(약간 그정도가 약하지만)의 제도의 기초가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교회는 봉건주의적인 제도를 그대로 고수하여 소수의 엘리뜨 지배를 마치 성경적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새로운 문화는 조직이론과 지도력 스타일에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고있다. 새로운 이론은 기업경영, 정치제도, 사회조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문화상황은 봉건주의적 제도를 고수하는 교회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성서 신학적인 교회이해와 현대문화가 제공하는 조직이론과 지도력 스타일을 어떻게 접목하여 교회의 사명과 교역 수행에서 기독교인의 신앙을 어떤 방법으로 제도 속에 가시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교회갱신을 원하는 모든 교회들이 직면한 문제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우리 교회의 분명한 특성을 가시화하기 위하여 우리 교회는 어떠한 교역들을 수행해야 하며,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교회는 어떠한 구조로 변화될 수 있는가?"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교회의 모든 교인들과 기관단체들이 진실하고 영원한 생명과 진실하고 영원한 인간의 존엄성과 진실하고 정의로운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함으로 교회를 생명의 샘으로 만들 수 있는 제도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이다. 우리의 모든 조직은 이러한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교회를 개혁시켜 나갈 것인가?

1) 교회의 방향결정

교회 성장은 다양한 교역들과 목적들을 어떻게 하나의 초점에 모으느냐에 달려있다. 당회, 위원회, 직원, 각 부서, 특별위원회 등 교회의 모든 기관들은 전체교회의 목적을 발견하고 그 목적에 따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결정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은 교회의 방향설정에 교회의 모든 기관단체들이 참여하여 그 목표가 목사 개인의 목표이거나 당회등 소수 엘리트의 결정으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교회의 돌봄을 받는 교인들도 돌보는 방법과 성격 결정에 동참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의 지도자들은 모든 교인들이 정보를 고유할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신앙헌신, 기술, 지식, 관심 등을 가진 모든 교인들을 발굴하여 그들이 교회방향과 관련된 비평, 평가 과정에 동참하게 하여야 한다. 이때 지도자들은 ① 교회조직의 최우선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하여 어디에 가장 큰 능력과 가장 잘 준비된 사람들과 그룹들이 있는지 먼저 발굴하고 ② 교회안에 숨겨진 모든 지식, 기술, 능력등을 세심하게 조사하고 ③ 가장 쉽게 변화될 수 있는 지점이나 프로그램등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암시하는 바는 교회전체의 자원을 끊임없이 활용할 수 있게 교회가 개방되어야 하며 교회전체가 힘을 합하여 교회의 방향을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목표달성을 위한 기구조직

지도력은 최우선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잇는 최적임자를 활용해나가는 과정이다. 교회안에 상호작용이 향상되고 의사결정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 힘은 교회조직 전체 속에서 발굴된다. 기구조직은 바로 이런 지도력과 의사결정과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기구조직은 여러가지 다양한 교역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사람들과 자원들을 배열하여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즉 이런 기구조직은 변화하는 상황하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목적들과 목표들을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기구조직의 원칙은 ① 특정분야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자원들이 집약되어야 하는 것이요, ② 여러 부분들이 그 특정한 목표 수행을 위해 상호협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을 위하여 지도자는 교회안에 잠자는 자원을 개발하여 활용하며 교회전체가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그 한가지 목표를 위해서 모든 기구조직이 움직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3) 변화와 커뮤니케이션

교회의 모든 정보전달과정은 열린 구조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에는 정직성이 있어야 하며, 쌍방통행의 정보전달과정이 개발되어야 한다. ① 모든 조직의 움직임은 개방되어 누구나 볼 수 있게 투명하여야 하며, 교회의 태도들, 견해들, 아이디어 등으로 전달되는 피이드백을 존중하고 받아들여 교회의 활동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의 지도자는 변화의 주체로서 언제든지 정직해야 하며, 선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모든 교인들의 도전에 진솔하게 응답하여야 한다.

4) 변화를 위한 지도력

교회개혁의 주체자로서 지도자는 기구조직을 개발하고, 과정과 절차를 만들고 구체적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신학적인 비전과 목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는 교회신앙헌신을 구체적으로 가시화시켜나가도록 추진하는 자요, 그룹과 위원회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을 창조할 수 있는 자이다. 지도자들은 교회의 기구조직, 결정과정, 정보전달과정, 상호관계과정, 신학적 성찰 등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훈련받아야 한다. 그래서 교회가 상호의존적으로 그리고 협동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① 조직활동을 신학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② 서로 기능과 이해와 방향이 다른 그룹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하게 하는 기술, ③ 모든 사람들을 격려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들을 나누게 하고 그것으로 교회 공동체를 도울 수 있게 하고, ④ 모든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대처 능력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는 머리가 아니다.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교회안에서 가시화될 수 있게 돕는자이다. 교회의 지도자는 협력자이지 통치자는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헌신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촉매자로서 남아야 한다.

교회제도 갱신의 기본틀은 그리스도의 몸이다. 상호의존적이며 협력적인 지체의 기능, 모든 지체들이 자기의 은사로 몸을 위해 봉사하는 은사공동체,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끊임없이 존중받는 그리스도 공동체, 전체의 몸을 위하여 모든 지체가 합력할 뿐 아니라 한지체의 기능수행을 위하여 온 몸이 한초점에 집약하는 방향성 등이 모든 제도와 지도력과 성도들의 헌신에 기준을 제공한다. 교회는 문화가 개발한 제도를 채용한다. 그러나 성서신학적인 원리에 의하여 끊임없이 성찰을 받으며 개혁되어 나가야 한다.

제5 장 현대 사회와 목사상

I. 목회에의 도전

유대인 소설가요, 인권 운동가이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엘리 위젤(Elie wiesel)은 Zalman or Madness of God이라는 희곡에서 하나님은 미친 짓을 하라고 우리를 부르신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대로 순종하는 것을 예언적으로 이해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며, 어리석으며, 미친 짓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침묵이 생존을 위해 더 나은 길임을 분명히 알면서도 사랑으로 진리를 선포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사회의 不正義에 대해서 미적지근하게 강단에서 설교해야 성공이 보장되는 때에도 구속적인 심판을 외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사회 문화의 가치관에 호응하고 교인들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유익을 보장하는 데도 하나님의 진실과 자유를 실천하려고 싸우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목사들을 불러서 이러한 미친 짓에 동참하라고 요구하신다. 하나님의 말씀을 있는 그대로 순종하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지라도 바로 거기에서 십자가의 능력, 하나님의 신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고전 1:18-25). 엘리 위젤은 이렇게 외친다 :

오늘날 하나님을 바로 믿고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려고 한다면 미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가 진정한 인간이 되려고 한다면 우리는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치십시오, 랍비여, 미치십시오 오늘밤에 미친 자가 됩시다. 두려움을 발 밑으로 던져 버립시다. (Wiesel, 1975, vii, 79-80).

아무리 하나님께 부름을 받고, 교회에서 특별히 훈련을 받아 위임받은 목사들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미친 짓에 동참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세상과 나는 오랫동안 한 지붕밑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속삭이고 있다. '자기 아들을 죽이는 하나님은 어리석은 자이다,' '하나님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초라한 마굿간에 태어나 고생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더러운 발을 씻어 주는 것은 노예나 할 짓이지 하나님의 아들 체면에 그게 무슨 짓이냐?' '어떻게 하나님이 인간에게 버림받고, 채찍에 맞으며, 추악한 죄인이나 달리는 십자가에 메달려 죽임을 당할 수가 있느냐?' '그런 미친 짓을 당신도 따라가려고 한다는 말인가?' 당신은 저주받고, 조롱받고, 수치를 당하며, 버림받는 것이 두렵지도 않다는 말인가?' 사탄은 세상과 함께 우리를 찾아와 끊임없이 우리의 어리석은 짓을 조롱한다.

하나님께 목사로 위임받은 목사들은 누구나 이제까지 자기들이 만나고, 만들고, 받아들이고, 내면화시키고, 영구화시켜 온 목회의 이미지를 뛰어넘어야 한다. 목사들은 하나님의 구원의 드라마에 참여하라고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그 말씀을 선포하고, 그 말씀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 비록 미친 짓이라고 할지라도 목사는 그 일을 위하여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그 바보짓이 바로 십자가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명령에 전적으로 응답하는 것이며, 이 세상을 문화의 포로에서 해방시키며, 자기 목회의 수평을 확장시키며, 이 세상에 평화를 만들고, 인권에 헌신하며, 하나님의 사랑으로 온 세상을 품어 안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님을 먼저 바라보고 그분의 말씀으로 나를 변화시키며, 그분이 우리에게 보내신 성령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오늘의 목회현장은 하나님이 미친 짓을 거부하라는 음성으로 가득하다. 목사들은 교회 공동체와 자기들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래야 교역자의 신분과 영성을 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출발하는 하나님의 목회는 아니다. 이것은 인간에 출발하는 인간 중심의 목회이다. 심리적인 충동에서 출발하는 목회, 사회적 필요에서 시작하는 목회, 교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목회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는 인본주의적인 목회이다. 사도 바울도 이것 때문에 고민한 것 같다 :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에게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 내가 지금까지 사람의 기쁨을 구하였더면 그리스도의 종이 아니라(갈 1:10).

악한 이름으로 사람들의 뇌리 속에 오래 보관되고 있는 미국의 사이비 종교의 지도자이었던 짐 죤스(James Johnes)는 잘못된 출발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가를 보여 준 하나의 실례이다. 그는 부흥사의 카리스마적인 권위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 온 교회의 시선을 사로잡는 화술, 모든 성도들을 끌어오는 부흥사의 강력한 권위 등은 어린 죤스의 가슴에 깊은 진동을 일으켰다. 그 순간 그는 "나도 저렇게 권위있는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죤스의 목사의 길은 심리적인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목사가 된 이후에도 성도들을 강력하게 사로잡기 위해서 갖가지 수단들을 동원하였다. 그는 치유받을 대상을 구하는 비서까지 두었다. 예를 들면 언제 예배 時에 앉은뱅이를 고치는 기적을 일으키고 싶다고 주문하면 그 비서는 적합한 사람을 물색하여 휠체어에 태우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과 예배하는 성도들 가운데 자주 나타나서 그의 앉은뱅이 됨을 광고하고(사실은 멀쩡한 사람이 앉은뱅이 흉내를 내어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이다) 다닌다. 그리고 예정한 주일에 짐 죤스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휠체어에서 뛰어나와 걷게 만든다. 이런 속임수와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의 권위를 세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방법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결국 자기의 추종자들과 함께 집단 자살을 선택하여 죽음의 향연으로 종말을 고했다.

목사는 하나님의 백성의 대변자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삼위일체 하나님께 자신을 열어 자기 안에서 새 일을 창조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와 능력으로 넘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목사 안에 오셔서 목사를 사용하여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자기를 지도하게 하고, 목사는 그분의 신실한 도구로서, 그리고 그분의 충성된 종으로서 그 분의 계획을 이루어 나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 목사는 일생 동안 그분의 손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신학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의 빛이 목사의 목회 위에서 빛이 나야 한다. 나약한 인간의 육체, 시험과 유혹의 문제, 삶의 모호성 등은 끊임없이 목사에게 고민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이것들을 극복하여 이기게 하시는 힘이시다. 하나님은 모든 나약함과 시험과 위기 가운데서도 자신의 구원과 사랑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시며, 오히려 나약함과 시험과 위기를 은혜의 기회로 삼기도 하신다. 하나님은 나약한 목사들이 적극적으로 그리고 열심히 온 힘을 기울여 섬기며 노력하는 곳에 현존하여 자기의 신비를 드러내신다. 그 분은 목사들의 손을 빌어 자기의 사랑을 이 세상에 전달하며 흐르게 하신다. 그러므로 목사들의 손을 통해 실천되는 목회 위에는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의 빛이 빛나고 있다. 목사들이 드려야 할 중요한 기도 가운데 하나는 이런 기도이다 : "하나님, 우리의 영의 눈을 열어 주소서, 그래서 부족한 우리의 목회 위에서 빛나는 주님의 은혜의 빛을 보게 하소서."

전통적인 교회 모델은 우리에게 전통적인 목사상을 보여준다. 목사는 제도적인 교회의 지도자요, 행정가요, 지탱자이다. 목사는 성도의 교제를 구조화하고 계속적으로 유지시키며, 그 가운데 생명을 불어넣는 자이다. 목사는 성례전을 집행하는 자요, 말씀을 선포하는 설교자이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세상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는 책임을 위임받은 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전통적인 모델의 목사상은 목사라는 포괄적인 용어 속에 모두 담을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목사란 무엇인가를 먼저 다루고, 다음으로 20세기 후반에 와서 계발된 목사상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 패티슨(Mansel Pattison)이 제시하는 생체 구조(System)의 지도자로서의 목사상을 기술하고자 한다.

1. 목사란 무엇인가?

(1) 목사의 칭호

기독교의 목사는 많은 명칭으로 불리워왔고, 다양한 유비를 사용하여 설명되어 왔다. 이제까지 사용되어 왔던 목사의 칭호들을 보면 목사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약간의 암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교구목사(parson) : 신앙공동체의 개개인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

* 장로(elder) : 성숙한 인격과 지혜와 경험으로 교회를 지도하며 감독하는 자.

* 치료자(curator) : 병 고치는 일을 전담하는 보조 목사.

* 설교자(preacher) : 하나님의 말씀을 공적으로 선포하는 자.

* 사제 또는 제사장(priest) : 예배의 인도자, 중보의 기도자를 강조함.

* 교역자(minister) : 목사의 직무 중에 특히 섬기는 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용어.

* 전도자(evangelist) : 말씀을 전도하기 위하여 순회 교역을 담당하는 자.

* 교직자(clergy) : 학식을 많이 쌓아 전문성이 있다는 것을 강조함.

* 성직자(reverend)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이라는 의미. 존경을 나타내는 별칭.

* 원목(chaplain) : 부속 예배당에서 봉사하는 목사, 병원 원목, 교목, 군목등.

* 당회장(moderator) : 당회를 인도하는 회의 진행자.

위에 언급한 칭호들은 목사에 대한 일반적 기대를 나타낸다. 목사(pastor)는 이 모든 칭호의 중심이요, 이 모든 칭호가 암시하고 있는 모든 역할과 기능과 기대를 통일시켜 주는 용어이다. 즉 위의 하나 하나의 칭호들은 각기 목사의 다른 여러 차원들을 지칭하고 있다.

(2) 목자의 이미지

목사라는 칭호는 유대교나 이슬람교나 불교 또는 기타 세계의 어느 다른 중요 종교에서도 종교적 지도력을 가르치는 용어로 사용되지 않는다. 구약성경에 그처럼 분명한 목자와 양의 비유들이 많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유대교 백과사전이나 이슬람교 백과 사전에 목사라는 용어는 하나의 항목으로도 취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비 기독교적인 중요 전통들의 대표적인 저서들 가운데도 목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용어는 풍부한 상징적인 유대교의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 핵심적 정의는 주로 기독교의 경험을 통하여 형성되었다.

이 뿐 아니라 신학자들 가운데서도 목양, 목자와 같은 前近代的인 이미지들은 오늘 우리 시대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A. Harnack, 1896: R. Bultmann, 1941; C. Wise, 1951 등) 이들은 목양의 이미지들은 현대인들에게 그 의미가 생소하고, 그 이미지가 함축하고 있는 힘을 거의 이해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워드 힐트너 (Seward Hiltne, 1959) 브리스터(C. W. Brister, 1964), 오덴 (Thomas Oden, 1987) 등은 목양이라는 이미지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교역(ministry)과 교회 지도자의 목회를 선명하게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목양의 이미지는 기독교 목회의 의미와 내용을 깨닫게 해줄 수 있는 중요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

시워드 힐트너는 목양의 주제에 뿌리를 두고 목회신학의 재건을 시도하였다(1959). 그는 성경의 하나님은 대 목자 (The Great Shepherd)로서 자기의 백성을 강한 손으로 인도하고, 먹이고, 훈련시키며, 보호하시는 분으로 보았다.(사 40 : 1-11) 목자의 상징은 성경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편 기자는 대 목자이신 하나님은 피곤한 영혼을 소생시키시며, 푸른 초장과 잔잔한 시내로 인도하여 풍성하게 먹이시며, 악한 자에게서 건지시고 보호하시며, 선함과 인자하심으로 자기 양들을 영원히 지키시는 분이라고 가르친다(시편 23편). 성경은 하나님을 대신하여 이스라엘 백성을 지도하는 자들도 목자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들의 성실한 목양을 촉구하고 있다(겔 34 : 1-10. 렘 23 : 1-4, 슥 13 : 7-9).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선한목자"라고 부르시며(요 10장), 양들과의 친밀한 인격관계를 가지고 그들을 인도하며, 지키며, 보호하고, 양육하며, 양들을 풍성한 삶으로 인도하기 위하여 생명을 내놓고 희생하는 목자상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예수님은 또한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목자없는 양무리에 비유하며 (마 9 : 36), 자신을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 고통하는 목자로 비유한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에 베드로를 만나 "내 양을 먹이라"고 부탁한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탁을 실천하며 자기 동료 장로들에게 똑같은 권면의 말을 한다 :

너희 중에 있는 양무리를 치되 부득이함으로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뜻으로 하며, 맡기운 자들에게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무리의 본이 되라. 그리하면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면류관을 얻으리라(벧전 5:2-4).

이러한 목자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목사의 의미를 전달해 준다.

1) 성경의 목자의 이미지는 율법과 복음의 조화를 보여준다.

히브리서 기자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축복기도에서 "양의 큰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를 영원한 언약의 피로 죽은 자 가운데서 이끌어 내신 평강의 하나님"의 복을 기원하고 있다. 히브리 기자는 큰 목자이신 주 예수님이 하나님께 드리는 희생제물이 되셨다고 가르친다. 그리스도는 죄를 심판하시는 분이실 뿐 아니라 친히 속죄양이 되셔서 인간의 죄를 씻으시는 분이시다. 그리스도는 목자로서 양을 인도하며 훈련하는 분으로 구약의 언약과 율법을 대표할 뿐 아니라 양으로 희생제물이 되심으로 신약의 복음을 대표한다. 곧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구약의 언약과 신약의 복음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을 본다. 뚜르나이젠은 「목회신학」에서 이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구체적인 목회의 실천은 율법과 복음, 그리고 칭의와 성화를 진정성있게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1962, 255). 우리에게 성결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의 요구와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약속은 목자시요 동시에 희생양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만나며, 성도들은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준엄한 십자가의 심판을 받으며 동시에 십자가의 피로 씻음과 용납과 구원을 받는다. 그러므로 목사는 성도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하나님의 심판과 용서를 보여주며, 성도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통한 책망과 심판을 경험할 뿐 아니라 동시에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경험하게 하는 자이다. 그리고 목사는 성도들의 삶 가운데서 끊임없이 참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책망과 훈련, 인도와 보호를 받을 뿐 아니라 속죄양이신 예수의 피로 씻기며 구원받는 삶을 살게 인도한다.

2) 목자의 이미지는 지도자의 권위와 희생적 섬김을 조화시킨다.

목자는 권위를 가지고 양들을 인도하고 양육하며, 훈련하고 보호한다. 양들이 제길로 가지 않을 때 목자는 합당한 권위를 가지고 그 양을 훈련하며 바른 길로 인도한다. 목자는 지도자로서 훈련하고, 지도하고, 감독하지 않으면 안된다. 분명한 권위를 가지고 양들을 지도하지 않는 목자 때문에 "양의 무리가 모든 산과 높은 멧부리에 마다 유리되었고 양의 무리가 온 지면에 흩어"(겔 34:6)져서 "모든 들짐승의 밥이"(겔 34:5)되고 있다고 하나님은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준엄하게 책망한다. 목사는 양들을 돌보고, 훈련하고, 지도하고 감독하라고 하나님께 부름을 받고 위임을 받은 하나님의 종이다.

그러나 목자의 권위는 강압적이요 정치적인 권위는 아니다. 양들의 처지를 공감함이 없는 외적이요 조작적이요 강제적인 권위는 목자의 권위와는 거리가 멀다. 목자의 권위는 상호관계에 근거한 권위요 지도력이다. 목자의 권위는 양들과 인격적 친밀관계에 근거하여 양들의 필요와 상황과 아픔과 감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삶에 참여하여 양들과 함께 생활하며, 양들에게 최선의 돌봄을 줌으로서 얻는 관계적 권위이다. 이것은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않으시고 자기를 비워 인간의 몸으로 성육신하여 인간들과 함께 사시면서 인간들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며, 그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시는 섬김의 지도력이요, 종의 권위이다.

목사는 섬기는 지도자로 부름을 받았으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십자가의 섬김을 위해 위임받은 자이다. 그러므로 목자의 주제는 하나님께 부름받고 교회로부터 위임받은 양의 목자로서의 권위와 지도력을 가지면서, 양들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양들에게 더욱 풍성한 삶을 주기 위하여 양들과 함께 살면서 양들을 돌보며, 양들의 최선을 위해서 죽기까지 섬기는 희생적 섬김으로 봉사하는 목사직의 양극을 조화시킨다.

(3) 목사의 뜻

교회는 교회의 덕을 세우고 교회를 바로 인도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 목사의 직을 임명하시고 세우셨다고 믿는다. 하나님께서는 목사의 목회를 통하여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 자신의 교역을 계속 실천해 나가기를 바라신다. 하나님은 목사가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께 세상을 향한 교역을 실천해 나가는 동안에 거기에 친히 임재하여 목사의 목회를 지탱하시고 하나님 자신의 계획을 이루어 나가신다.(Oden, 1987, 115) 토마스 오덴은 목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목사는 하나님과 교회에 의하여 부름을 받고 안수를 받아 교회를

대표하여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례하고, 하나님의 자기 계시

에 완전히 응답하도록 기독교 공동체를 인도하고 양육하기 위하여

구별된 그리스도의 몸의 한 지체이다. (Oden, 1987, 116 : 비교,

Calvin Inst. 3. 20, 4. 3, 4. 9)

목사는 구약의 제사장의 측면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역할을 담당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대제사장이요 동시에 속죄양이 되어서 단번에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렸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구약적인 희생제사는 필요없다(Calvin Inst. 4. 14), 그러므로 목사가 예배를 인도하고 성례전을 집례하더라도 이것은 제사장으로서 희생제사를 드리는 것이 아니다. 목사는 희생제물이 되셔서 우리 죄를 위한 제사를 단번에 드리므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구원하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말씀을 선포하고 성례전을 집례하므로 오늘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확장해 간다.

목사는 안수를 받지 아니한 일반 교역자 (minister)들과 구별된다. 모든 성도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가 되어 각기 기능을 부여받고 각기 은사를 받은대로 하나님의 교회와 세상의 구원을 위해서 일하는 교역자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도 교역자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일반 교역자들과 안수 받은 교역자, 즉 목사와의 차이는 목사가 교회의 모든 성도들을 하나님의 교역자로 세우는 지도력에 있다. 목사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에 완전히 응답하도록 기독교 공동체를 인도하고 양육하라'고 부름받고 구별받은 자이다. 일반 교역자는 목사의 지도와 양육과 훈련을 바르게 받아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하는 자요 목사는 일반 교역자를 교육하고 훈련하며, 양육하고 지도 감독하여 하나님의 교역자로 세우는 자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두 가지 위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 하나는 현대의 타협주의요 다른 하나는 과거에 많이 나타났던 고립주의이다. 타협주의는 목회의 본질을 인간의 사회적 기능이나 철학적 통찰력, 또는 도덕적 교훈이나 심리적 상담, 또는 정치적인 운 동등으로 생각하여 여기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타협주의는 목사직이 하나님의 부르심과 위탁에 근거하며, 성령의 인도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며, 계시에 뿌리를 두고 단단히 서야 하는 특수성을 간과한다. 특히 목사직은 사도적 신앙에 충실해야 하는 책임성을 져야 한다. 그러나 타협주의는 육신을 입어 우리 가운데 오신 인간 예수는 보면서도 그가 곧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보지 못한다.

목사는 시대를 대변하는 철학과 사회과학 등의 문화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근원적으로 목사는 기독교회의 역사적 정체성과 전통에 굳게 서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말씀을 통해서, 그리고 역사의 현장 속에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음성들을 분별하여야 하며, 세상을 이기게 하며 구원의 능력이 되시는 성령님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광야의 외치는 자의 소리를 통하여 이 땅에 소개되고 전달된다. 소리는 말씀을 전달하는 소리이어야 한다. 그 소리가 철학이나 심리학이나 정치운동의 소리일 때 목사는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

고립주의는 타협주의와 반대의 위험을 안고 있다. 고립주의는 목회의 신적인 유래와 영원한 목적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목회의 인간적인 측면을 잃어버리고, 목사를 특권적인 계급이나 또는 배타적인 성직제로 만들려는 유혹이다. 고립주의는 섬김을 위해 부름을 받은 목사들에게 군림하여 지배하고픈 시험을 받게 만든다. 즉 고립주의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부르시고 세우셨으며, 목사의 목회를 통하여 하나님의 신비가 이 땅에 들어오며,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 나타남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때문에 목사가 마치 신비의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므로 목사는 타협주의에 빠질 때 섬김과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의 구원이 이 땅에 들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자기에게 신적인 권위와 위엄을 부과하려고 한다. 목사는 언제든지 이러한 고립주의의 위험을 알고 있어야 한다.

2. 상처받은 치유자

캄보디아 피난민 수용소의 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나는 고난이 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치유하고, 이 세상에서의 삶을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눈물은 폭력을 사랑으로, 인간의 미친 짓을 자비로 바꾸는 데 꼭 필요한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눈물은 새 생명의 샘이 될 수 있다." (Messer, 1992, 81에서 재인용). 헨리 나우엔 (Henri Nouwen)은 깨어진 자들을 치유의 천사로 바꾸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을 전하는 목사들의 가능성을 이렇게 표현한다:

교역자는 자기 시대의 고난을 자기의 심장으로 깨닫고, 그 깨달음을 섬김의 출발점으로 삼도록 부름 받은 자이다. 교역자가 고난 당하는 자를 만나든지 격동하는 세대 속에서 무엇을 하든지 또는 죽음에 임박한 자들에게 위로를 주든지 간에 그가 말하는 고난을 자기의 심장으로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의 노력은 진정성을 잃게 된다. (Nouwen, 1972, xvi)

도로시 셀 (Dorothee Soelle)도 같은 주장을 한다. 그녀는 자기 저서 『고난』(Suffering)에서 자신이 고난을 친히 경험한 자들만이 자기 주위에 있는 고난 당하는 자의 부르짖음을 듣고 응답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Soelle, 1975)

예수 그리스도께서 상처의 사람으로 그 상처로 우리를 구원하신 것처럼 목사들이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목회의 자원이 되어 치유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스도는 언제든지 상처의 사람들 옆에 계시며, 상처입은 자를 변화시켜 상처입은 자를 치유하는 일꾼으로 세우신다. 그래서 상처와 고난은 생명을 전달하는 생수관이 되는 것이다.

상처받은 치유자 상은 우리에게 다음의 세 가지를 암시한다.

(1)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의 삶을 인정

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행복과 고통, 성공과 실패, 고난과 영광, 승리와 시험, 영광과 상처는 함께 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삶의 과정 가운데서 나약한 때문에 절룩거리며, 여러 가지 비극 때문에 상처입고, 고통당한 경험들을 갖고 있다. 웨슬레가 권면한대로 우리는 기독교인의 완전에 이르고 우리의 삶의 실상은 완전과 거리가 먼 것을 경험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고통과 비극과 상처를 아시는 분이요, 한 맺힘, 절망, 무능력을 뛰어 넘어 새로운 삶을 창조하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진정성 있는 목회는 고난과 혼란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고난의 경험은 비슷한 타인의 고난에 민감하게 만들어 주며 하나님께서 자기의 고난 속에서 역사하여 고난을 통해 승리로 이끌어 주신 경험을 갖게 해 주며 이웃의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을 확신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고난을 과소평가 하지말고 그 고난이 목회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포드대통령의 영부인 베티포드는 알콜과 약물 중독에 빠졌었다. 베티여사는 이 사실을 솔직하게 TV. 인터뷰에 털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견했었다. 그런데 바바라 월터즈는 TV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

대통령 영부인인 베티 포드는 자기의 상처를 암과 약물 중독과

관절염에 대항하여 싸우는 강력한 무기로 바꾸었다. 자기의 약

점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털어놓음으로 포드여사는 수천의 고통

당하는 자를 도울 수 있었다. 그녀는 따사로우며 신선할 뿐 아

니라 사석에서나 공석에서 언제나 인간다울 수 있었다. (Battle,

1983, 24)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약함 속에 흐를 때에 우리는 강력한 주님의 일꾼이 된다. 하나님이 고통당하는 우리 속에 치유의 생수를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어째서(Why)를 묻지 않으시고 무엇을(What) 물으시는 분이시다. 즉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행하여 상처입은 자에게라도 지금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물으신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상처와 고통을 통하여 새로운 비전을 열어 주고 약함을 강함의 자원으로 만들어 주고 상처로 타인을 치유하는 희망을 만드실 수 있는 것이다.

(2) 상처입은 치유자는 고난당하는 자들을 공감하는 공감적 이해의 능력

을 소유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으셨다는 사실과 그리스도께서는 상처입은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오셨다. 그 분은 상처입은 치유자들을 고난 당하는 자의 공감적 이해자로 세우신다.

상처입은 치유자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그들 모두가 어려운 시간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터에는 부부갈등, 자녀문제, 정신적인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 슬픔, 분노, 한 맺힘 등의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하다. 그들은 목사의 사랑의 돌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아픔과 고통으로 가득하다. 그들은 사랑의 돌봄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확신과 구속과 화해의 복음을 바라고 있다. 예수님은 밑바닥 인생들을 찾아오시며, 그들과 함께 고통과 슬픔과 한 맺힘을 나누며, 사랑을 베푸시며 그들을 하나님의 권능으로 구원하실 뿐 아니라, 지금 고난당하는 자들과 함께 목사들의 돌봄을 기다리고 계신다(마 25:30-45).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누구를 변화시키고자 하든지 그를 먼저 사랑하라"고 말했다.

사랑으로 상처입은 자와 같은 심정이 되어 그들을 수용하는 것이 상처입은 치유자의 사역이다. 바로 그 곳에 상처입은 치유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여 상처입은 자를 고치신다.

(3) 치유의 능력은 언제나 그리스도에게서 온다.

치유와 건강과 전인성은 상처입은 치유자의 상처의 경험 때문이나 고난당하는 자들을 이해하는 공감때문이 아니다. 치유의 능력은 언제든지 우리가 증거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다. 오직 하나님의 손에 치유의 능력을 가진 길르앗 유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치유목회에 나서야 한다.

3. 섬기는 지도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막 10 : 43-44)고 말씀하셨다. 오늘 이 시대는 예수님과 같이 섬기는 지도자를 부르고 있다. 목사는 촉진자요, 비전 제시자요, 방향 제시자요, 권위있는 지도자요, 파트너쉽의 이미지를 갖추어야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가서 섬기는 지도력을 갖추어야 오늘 이 시대를 하나님의 구원을 전하는 참 사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 섬기는 지도자의 표지들

1)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교량이 되어야 한다.

목사는 섬기는 자로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종들(그리스도인들)을 섬기는 종이다. 목사는 하나님만 섬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들(즉 교회)을 섬기는 종들의 종이다. 섬기는 자는 섬김을 받는 자의 뜻을 따르며, 섬김을 받는 자의 필요를 채우기 위하여 모든 힘을 기울인다. 그러면 목사가 섬기는 그리스도의 뜻은 무엇일까? 목사가 섬겨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절실한 필요는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찾아 세상에 들어오신 분이요, 지금도 성령 안에서 사람들 안에 들어와 그들을 빛으로 바꾸시며, 생명으로 채우기를 원하신다. 지금 그리스도께서 가장 원하시는 일은 사람들 안에 오셔서 그들을 하나님의 은혜로 채우시고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사람들의 절실한 필요는 - 그들이 의식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든지 그렇지 않든지 간에 - 하나님의 은혜로 자신들을 채우고, 자신들을 찾아오셔서 풍성한 생명으로 넘치게 하시기를 원하는 그리스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분 안에서 새로운 감격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와 사람들을 섬기는 자로 부름받은 하나님의 종 목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목사들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통로가 되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로 들어오시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교량(bridge-builder)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Messer,107). 목사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신을 가득 채우고 하나님의 사랑을 진정으로 원하는 자에게 그 사랑을 전달하며, 하나님을 갈망하는 자에게 하나님을 소개해주고 하나님을 만나게 해주는 교량이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을 열어 놓고 그리스도 안에서 온 인류를 품어 안으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시며 그들을 은혜로 감싸안으며 그들을 구원하는 분이시다. 그러나 그 하나님은 인간교량을 건너 인간에게로 들어오신다. 목사가 하나님이 인간에게 들어오는 교량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하는 것이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요 인간을 섬기는 것이다. 제사장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pontifex이며 이 뜻은 교량이라는 의미이다. 즉 목사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그리고 인간들과 인간들 사이에 교량이 되어야 한다.

윌리암 템플(William Temple)은 올바른 예배 인도자가 되는 것이 교량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로 보았다. 그는 예배를 "하나님의 거룩함으로 양심을 깨어나게 하고 하나님의 진리로 마음을 배부르게 하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으로 상상력을 정화시키고, 하나님의 사랑에 심령을 열어놓고, 하나님의 뜻과 목적에 자신의 의지를 바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temple, 1943,20). 윌리암 윌몬(William Willmon)은 예배를 더 직접적으로 보았다. "예배는 하나님과 인간사이의 다리이며, 하나님의 뜻하신 것을 볼 수 있게 공동체에게 비전을 주고 개인의 성격을 고치는 것"이라고 하였다(Willmon, 1983, 42). 성례전은 예배의 꽃으로 하나님 자신이 성례전 가운데서 인간에게 선물로 제공되며, 거기에서 하난미과 인간이 만난다. 그러므로 목사가 예배를 진정한 예배되게 할 때 진정한 교량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2) 섬기는 지도자의 권위는 참여를 통한 섬김의 권위이다.

섬기는 자는 하나님과 인가 사이의 교량으로 하나님과 인간을 만나게 하는 섬김에서 끝나 지 안고 에수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가난한 자들과 작은 자들과 고통당하는 자들의 삶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사랑과 돌봄과 구원을 전한다. 목사의 권위는 그리스도의 모델을 따르는 권위요, 섬김이 필요한 자들의 삶에 참여할 때에 오는 권위이다. 즉 목사의 권위는 섬김을 통하여 생겨나는 권위이다. 지도자의 권위를 생산하는 섬김은 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간의 필요에 응답하여 심방하고, 그들을 돌보며, 상처와 약함의 사람들을 치료하며, ②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비전을 가지고 이 비전을 예언적인 충실성으로 실행하며, ③ 상처와 필요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열고 그들과 연대감을 가지고 그들의 아픔과 고난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Schillebeeckx, 1981, 37 ; Hartfield, 1976, 27)

3) 섬기는 지도자는 공감적 이해자이다.

인간이 모든 삶 속에는 애매모호함이 숨쉬고 있으며, 진리들 가운데는 역설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인간의 조건들은 다양하고 천차만별이며 한 인간의 지혜로 다 헤아릴 수 없다. 교회도 모호성과 역설들과 불완전이 가득한 곳이다. 목사는 이 모든 것들 속에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하며, 사랑과 희망이 정신을 가지고 그곳을 찾는다. 섬기는 지도자는 공감적 이해자이다. 이 모든 애매모호성과 다양성을 자기의 지혜와 잣대로 판단하려고 하기 보다는 공감하여 그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입장에 함께 서려고 한다. 로버트 그린리프(Robert Greenleaf)는 이런 공감적 이해를 이런 말로 표현한다, "교수는 가끔 학생들에게 거절당할 수 있지만 교수는 어떤 학생도 차별해서는 안되며, 모든 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한다"(Greenleaf, 1977, 20). 목사는 자기 교인 중에 아무리 귀찮은 자라도 거절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사랑과 희망의 정시으로 감싸안는 자요, 그들을 지혜롭게 인도하여 큰 일꾼으로 만들어가는 자이다. 그리스도께서 자기를 박해하는 살인자 바울을 품어 안고 은혜로 가득하게 채워서 그리스도를 위하여 생명을 바치는 일꾼으로 만드셨듯이 하나님은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목사들을 통하여 이 땅에 바울의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4) 섬기는 지도자는 길을 찾아주는 자이다.

교회는 미래를 보는 눈을 가지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자를 찾는다. 교회는 자기들에게 영감을 주어 그들을 하나님의 신비로 이끄는 자를 갈망한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교회를 섬기며, 교회를 교회되게 만들고자 하는 지도자는 교회의 필요에 응답하여 섬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으로 교회를 교회되게 섬기는 지도자는 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②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③ 조직을 갱신하며, ④ 진정한 하나님의 가치를 제공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Burns, 1978, 4). 길을 찾아 주는 자로서의 역할은 교회의 즉각적인 필요를 인식하여 그들을 돌보며, 그들을 지도자로 양육하고 훈련시켜 미래를 향한 지도자로 일할 수 있게 능력부여를 하여야 한다.

섬기는 지도자로서 목사는 언제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소원과 필요와 열망과 가치들을 보고 그들의 필요가 충족되고 그들의 기대가 응답되어 이제까지 응어리졌던 장애를 깨뜨리고 인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게 돌본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의 뜻과 정의와 비전을 그들 속에 심어주어 그들이 하나님의 뜻과의를 행하며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세상에 살아가게 훈련하고 지도한다. 그러므로 섬기는 지도자는 언제든지 필요에 처한 사람들을 보며 그들에게 응답하며 하나님을 보며, 그 분의 뜻과 은혜를 받아 사람들을 영적으로 인도한다.

(2) 섬기는 지도자의 위험성

1) 섬기는 지도자는 종의 역할과 지도력의 차원을 조화시킨다.

초대교회는 종이라는 칭호를 선택하여 자신들 이에 부여함으로 그 시대의 가치를 뒤집어 놓았다. 사도들과 하나님께 부름받은 일꾼들은 모두 자기들을 하나님의 종이요 사람들의 종이라고 선언함으로 (고후 4:5, 막 10:43-45) 세상과의 차이를 드러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언제든지 자기들 위에 임재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권위와 은총을 증거하였다. 그들은 종의 섬김 가운데에 현존하시는 하나님의 권위와 은총을 분명하게 보였다. 그들은 종으로서의 자기들의 정체성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으나 신비한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그들의 섬김 속에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어싸. 그들은 종으로 섬겼으나 하나님의 권위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섬기는 지도자는 종의 역할 만을 강조하거나 지도려의 차원만을 강조할 수 없다. 양자의 조화가 없는 섬기는 지도자는 위험을 자초할 것이다.

2) 섬기는 지도자는 하나님의 능력을 생생하게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목사는 섬기는 종이다. 목사가 주님을 따라서 섬기는 목회를 하며, 종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종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충실하며 섬기는 자 가운데 임재하여 은혜와 능력을 베푸시는 하나님이 성령으로 가득해야 한다. 그는 성령을 통해서 자기에게 보여주시는 미래의 비전을 성도들에게 제공하며, 자기 안에서 능력으로역사하시는 성령이 은혜를 전달한다. 섬기는 지도자는 언제든지 자기 안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성령을 생생하게 증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섬김은 자신감 상실, 권태, 탈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3) 섬기는 지도력만이 유일한 지도력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섬기는 종이셨지만, 제사장이셨고 예언자이시며 왕이시었다. 그 분은 목자로서의 강력한 지도력의 모델도 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섬김의 지도력만이 유일한 지도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하나님은 필요에 따라서 강력한 권위를 행사하고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행사히기를 원할 수도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민감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신속히 응답하여 그 상황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4) 섬기는 지도력은 현실 문화와 타협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섬기는 지도력은 문화의 요구에 딸 옷을 갈아입는 카멜레온이 아니다. 그 문화의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응답하여 섬기는 것은 기독교적인 섬기는 지도력이 아니다. 목사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시대의 요구를 바르게 식별할 수 있는 영적안목을 가지고 전쟁, 억압, 세속적 관습과 도덕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하나님의 뜻과 의가 이 땅 위에 실현될 수 있게 예언적인 종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4. 참여적 신비가

오늘이 교회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케뮤니케이션의 통로에 서 있다. 교회가 거기에 서있는 동안에 교회는 끊임없이 오해를 받고 분노의 대상이 되고 짓눌릴 것램. 하나님께 나가고자 하는 자는 교회가 하나님과 자기들 중간에 서 있기 때문에 교회를 장애물로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들의 방법과 교회의 가르침이 다르다고 생각될 때 교회를 오해하거나 교회를 비방하고 공격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교회를 저주하고 파괴하려고 온갖 공작을 다 꾸밀 수 있다. 바로 이것이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져야 했던 십자가램. 하나미과 사람들이 중보자로 오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방법이 자기네들과 달랐을 때 사람들은 예수께 등을 돌릴 뿐 아니라 저주의 십자가를 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참여적 신비가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 서 있는 하나님의 종이다.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하며 하나님과의 신비적 교제 가운데서 세상의 죄악과 아픔과 고난을 보며 하나님의 능력으로 세상 속에 참여하여 그들에게 하나님의 구원과 뜻을 에언적으로 전달하는 자가 곧 참여적 신비가이다. 그러나 참여적인 신비가는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언제나 오해와 반대와 고난이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남아프리카의 대주교 투투(Dosmond Tutu)는 이 사명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

나는 두 세력 사이에 서 있는 변두리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이에 찌그러지고 짓눌릴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를 바로 그 자리에 세우셨음을 믿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Sparks, 1985, 15)

매튜 폭스(Mattew Fox)는 인격적인 삶과 참여적인 삶을 통합시키는 영성을 주장한다(Fox, 1976, x-xi). 그것은 자기의 양들을 지키는 삶과 인류의 총체적인 삶에 관심을 가지는 예언적 삶의 통합니다. 이것은 묵상과 참여의 통합이요, 하나님 앞에서 신비적인 비전을 보는 일과 세상 앞에서 사회적인 비전을 보는 일을 상호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비주의와 참여는 끊임없이 통합되어야 하며 하나님 앞에서 영서훈련과 세상을 향한 참여의 행동은 하나로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1) 참여적 신비가란?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요. 인간이 본래적 사명은 피조세계를 다스리는 것이었다(창 1:27-30). 하나님은 이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복합적인 사회관계 전체에 관심을 가지며, 섭리하시며 통치하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인간을 부르시는 분이시며 동시에 인간을 보내어서 사회와 자연을 다스리게 하시는 분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만나며 음성을 듣는 신비가이며 동시에 세상 속에 파송받아 하나님의 뜻을 세상 속에 실천하는 참여자이다.

① 우리 성도들이 매일같이 경험하는 하나님의 신비들, 즉 하나니의 용서, 사상, 능력부여 등은 구체적인 인간들의 사회관계, 즉 사람을 사랑하고, 지구를 보존하고, 복음을 선포하고,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는 참여적인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② 교회는 성례이다. 즉 교회는 하나님의 신비를 세상으로 전달하는 성례전이다. 하나님은 교회 속에서 시비적으로 역사하지만 동시에 교회를 통하여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시기 때문에 교회는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보이는 성체(그리스도의 몸)로서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갈 때 하나님이 교회를 통하여 세상으로 나아간다.

③ 세상의 일상사를 초월하시는 거룩하신 신비의 하나님을 묵상 속에서 만날 때 그 하나님은 묵상하는 자에게 세상을 행하신 사랑과 정의와 뜻을 알게 하신다. 그러므로 신비의 하나님을 만나는 자마다 세상을 사랑하사 자기 아들을 내어주신 분을 만나며 그 분과 함께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나님의 신비는 세상참여의 문이요 추진력이다.

④ 하나님은 우리를 하나님과 세상 사이의 커뮤니케이터로 불러 세우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신비가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이 세상 속에 참여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예언적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이요, 우리의 선택이요, 하나님의 능력이 통로이다.

(2) 기도와 참여를 분리하는 것은 이단이다.

성경과 신학은 모두 기도와 참여를 분리하는 극단적인 신앙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관상에서 뿐 아니라 자비의 실천에서 발견된다. 하나님은 명상과 성례를 통하여서만 아니라 정의와 사랑의 실천을 통하여서도 경험된다. 라틴 아메리카의 신학자 구스타포 구티에레즈(Gustavo Guitierrez)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

신비적인 언어와 예언적인 언어는 반대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 두가지 언어를 모두 사용하여 하나님을 이야기해야 한다. 에언적인 언어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우리를 바치는 헌신, 즉 보편적이면서도 특히 가난한 자들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실천을 이야기한다. 신비적인 언어는 하나님의 은혜를 이야기를 한다. 하나님의 은혜에 민감하지 않고서는 가난한 자들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긴급성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신비적인 언어는 필수적이다(Guitierrez, 1985, 43).

하나님은 가난한 자들, 약한 자들, 절망적인 사람들, 도움을 절실하게 요하는 사람들 속에 숨어있기 때문에, 필요에 처한 자들을 발견하여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정의를 실처할 때에 바로 거기에서 하나님을 만난다(마 25:40, 45; 10:40, 42). 하나님은 우리와의 신비적인 교제 가운데서 세상을 향해 나가라고 명하는 자이시만 동시에 도움이 필요한 자들 가운데서 우리의 도움과 참여를 기다리는 작은 자가 되어 거기 서 계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참여와 기도를 분리하는 것은 하나님을 거절하는 이단이 되어버린다.

(3) 예수님은 참여적 신비가의 모델이다.

예수님은 세상을 행해 나가기 전에 광야에 나가 하나님 앞에 서끨. 그는 거기에서 사탄엑 시험을 받는다. 이것은 예수님의 신앙과 존재와 사명의 진정성과 목적을 시험하는 것이었다. 즉 이것은 세상 속에 나가 어떠한 방법으로 참여할 것인가를 결단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의 내용은 i)기적을 행하는 권능의 사람이 되는 것, ii)경제적인 메시야로 힘을 얻는 것, iii)정치적인 권세로 세상을 정복하는 것 등이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앞에서 세상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했다. 하나님의 현존은 참여를 결단하는 장이었다. 사탄은 기도없는 참여를 요구葡였다. 그러나 에수님은 사탄을 물리치고 참여적 신비가의 길을 선택하였다.

헨린 나우엔(Henri Nouwen)은 하나님 앞에서 묵상할 때에 하나님의 선한 창조를 벗어난 사회현실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Nouwen, 1972, 19). 묵상은 자연훼손, 대기오염, 군비경쟁이 엄청난 죄악임을 깨닫게 하며,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 위하여 이러한 죄악에 대항해야 함을 확신한다. 몰트만(Jürgen Motmann)은 하나님과의 평화는 세상과의 갈등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1967, 21). 그 이유는 하나님의 언약에 비추어 오늘의 현실을 볼 때에 세상의 엄청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예수님의 모델을 따라 하나님 앞에 서야하며, 그 속에서 세상의 왜곡과 죄악을 보고 세상을 향해 참여하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4) 하나님의 현존의 신비 속에서 참여의 능력을 키우라.

목사는 자기의 신앙 경험에 크게 좌우된다. 하나님과의 만남, 하나님의 음성을 들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음, 하나님께 응답하는 결단 등은 자기를 초월하시는 하나님의 신비와 만남이다. 은혜의 하나님과의 만남은 우리 인간들을 변화시켜 예전의 그 사람으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만든다. 목회는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시는 것이요, 목사에게 주시는 구체적으요 특별한 부르심이기 때문에, 목사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부르심에 충실하게 응답하려고 한다. 그러나 목사가 끊임없이 신비의 하나님과 만나고 지속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지 못한다면, 그의 목회는 힘을 잃고 생동성을 상실한다.

관상(觀相, contemplation)은 세상의 모든 것과 단절하고 자기를 비워 하나님의 신비적 임재를 경험하며 그 분의 음성을 듣는 영성이다. 우리는 관상을 통해 나 자신을 하나님 앞으로 끊임없이 돌이킬 뿐 아니라 사회적인 비전을 얻는다. 즉 관상은 개인적인 회개를 가져오며 그 회개는 사회평화, 정의실천, 그리고 자연보존의 사회비전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신비의 경험이 없는 평화운동은 인본주의적이요, 결국에 가서는 힘을 잃고 말 것이다. 경건훈련은 자기를 점검하고 동기를 부여받고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을 받은 장이다.

십자가의 성 요한이 이야기하는 영혼의 어두운 밤은 삶의 고통과 절망과 아픔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고 예언적인 음성을 듣는 귀중한 장이요, 우리를 예언자로 만드시는 하나님의 도장이다. 이 고통스러운 영혼의 어두운 밤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부르짖음 속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부르짖는 사람들 속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한다. 참여적 신비가는 하나님과의 신비적인 만남 속에서 구제적인 자기의 은사를 발견하고 그 은사를 통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이루는 대 사역에 동참한다.

가장 무서운 사람은 잃을 것이 없는 자이다. 기도와 말씀과 묵상, 그리고 고난의 삶을 통하여 개발된 하나님의 신비경험은 자기를 초월하게 만들며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자들에게 또 다시 잃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오직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두려움없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참여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5) 실천적인 제안들

① 참여적 신비가들은 영성훈련을 심각하게 실천하여야 한다. 믿음과 윤리의 실천을 받지 못한 자가 어찌 순종과 희생의 복음의 실천에 헌실할 수 있겠는가? 하나님과의 신비적 만남이 없이 어찌 사탄과 세상과 죄를 이길 수 있겠는가? 기도를 삶의 과정으로 삼지 않고 어찌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바꿀 수 있겠는가?

② 참여적 신비갇릉遁 물질과 영적인 것들을 예리하게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배고픔, 집이 없는 부랑인생, 물질적인 빈곤, 육체적인 빈곤 등은 물질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영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참여적인 신비가들은 구제적인 삶의 문제들을 중시하며, 그 속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자 한다.

③ 참여적인 신비가들은 이 세상 속에 하나님의 선과 영광들을 들어오게 하기 위하여 힘쓴다. 참여적 신비가는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필요에 응답하는 헌신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사회적 비전을 보기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선과 영광으로 이 세상을 채우기 위하여 행동하다.

④ 참여적 신비가들은 꿈을 꾸는 것이 실천예술임을 믿는다. 투투 주교는 자신을 꿈에 갇힌 자라 표현했으며(Messer, 1992, 132), 버나드 쇼는 적합한 환경이 없을 때에 그 환경을 만들어 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앞의 책).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느 꿈을 꾸며, 그 꿈에 갇힌 자가 될 때에 참여적 신비가는 힘을 얻는다.

⑤ 참여적 신비가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힘쓸 뿐 아니라 세상이 자기들을 변화시키지 않도록 힘쓴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상은 변화되기를 거절할 뿐아니라 우리를 세상과 같이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힘스는 자들이 있는 동안에 이 세상은 희망이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하나님의 뜻을 이 땅 위에 이루기 위해 힘쓰는 한가지 이유는 세상이 우리를 변화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쉬지 않고 정의와 평화운동에 참여하므로 우리는 자신을 지킬 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의 신비를 경험할 것이다.

5. 노예와 해방자인 목사

(1) 노예요 해방자의 뜻

인생과 신앙은 모호성과 역설적인 현상으로 가득하며, 사회적인 죄는 어디에나 편재해 있다. 어느 신학생은 회사의 부정의와 타락에 실망하여 신학교에 들어왔으나 거기에도 똑같은 문제로 가득함을 보고 실망했다. 해방을 외치는 신학자가 돈을 사랑한다. 사랑과 자비를 설교하는 목사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 평화를 외치면서 스트레스를 빠져있다. 그리스도인들도 그리스도인이 아닌 자들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모순과 혼란 가운데 빠져있다. 사람들은 그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그 상황에 머물러 있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인간은 모호성을 벗어날 수 없는 노예의 삶을 즐거워하고 있다.

노예요 해방자인 목사는 바로 이런 문제 속에 살면서도 사랑과 정의와 평등과 자유를 명하시는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그 문제와 계속하여 씨름하는 자이다. 트뢸츠는 이러한 삶의 씨름에 끊임없이 에너지를 제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음이라고 생각한다(Ernst Troeltsch, 1860, 1013). 그러나 하나님이 제공하시는 은혜로 하나의 삶의 씨름에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승리하는 바로 그 순간에 또 새로운 문제가 우리에게 떠올라 새로운 싸움의 전선을 만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씨름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하나님은 계속하여 씨름하며 하나님의 빛을 이 땅에 들어오게 하신다. 노예요 해방자인 목사는 이 은혜 때문에 자기도 노예화되어 있지만 계속하여 싸울 수 있는 것이다.

목회의 중심은 어떻게 이런 삶의 모순과 모호성과 씨름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하나님과 세상의 간격이 너무나 크고 이 세상의 어두움이 너무나 짙어서 우리의 힘으로는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우리 자신마저도 우리를 용서할 수 없다고 느낄 때에도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으시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이 거기 계시다. 아무리 거대한 장애와 모순과 문제가 우리 앞에 가로 놓일지라도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는 거기에서도 계속된다. 노예요 해방자인 목사는 다만 하나님이 하시는 그 일을 믿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사명을 계속 수행한다.

십자가는 가장 역설적이며, 모순되고, 혼란스러운 삶의 현장이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 역설과 모순과 혼란이 구속의 장으로 바뀌며, 모순과 혼란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 빛을 비취는 등대가 되었다. 십자가는 아직도 우리엑 하나님의 은혜의 빛이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하고 모든 저주와 절망과 어두움 가운데서도 계속하여 삶의 씨름을 하도록 격려하며 힘을 준다. 십자가는 최후의 노예화의 장이었으나 최고의 행방을 일으킨 결정적인 노예요 해방자인 목사의 모델이다.

(2) 예수님의 부르심

그리스도인들은 자기의 죄의 노예요, 사회적인 죄의 노예로 끊임없이 죄에 이끌리며 산다. 그러나 우리는 해방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살기 때문에 끊임없이 죄용서를 받으며, 새 날을 시작하며, 죄의 노에가 되어 있는 자들을 해방하는 해방자의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불러 해방자의 싸움을 싸우라고 하신다.

누가복음 4:16-20은 예수님께서 해방자로 오셨으며 우리를 속박에서 구원하시는 분이라고 가르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예수님은 곧 이어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기 위하여 오셨다고 선언하신다. 하나님의 은혜의 해는 희년을 의미하는 말로 예수님은 희년의 약속, 즉 사회악으로 오랫동안 점철되었던 이 땅에 새로운 해방을 선포하며, 노예제도를 폐지하며, 새로운 질서를 세우며, 새로운 경제질서를 창조하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창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해방자로 오시고 해방자의 모델이 되시고 우리에게 해방자의 대열에 설 것을 촉구하신다. ;

누가복음 1:45-55의 마리아 송가도 예수님이 오신 후에 건설될 해방의 사회를 노래하고 있다. 약한자, 눌린자, 가난한 자, 노예된 자들이 해방자 예수를 만나 새 삶을 살 것을 노래한다 :

능하신 이가 큰 일을 내게 행하셨으니 그 이름이 거룩하시며, 긍휼하심이 두려워하는 자에게 대대로 이르는도다.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를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도다 (49-53).

예수님은 질병과 죄와 사탄과 세상의 노예가 되어 고통당하는 자들을 부르셔서 그들을 고치시고, 복음전도의 사역에 동참하라고 부르시는 분이시다.

라틴 아메리카의 해방신학자들은 자기들의 삶과 사상을 통하여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개인적 사회적 죄에 사로잡혀 있는 개인들과 공동체에게 해방의 복음을 전달하는 것이 자기들의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 룬드의 감독 나이그렌(Andre Nygren)은 "우리는 복음을 전달하는 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복음은 목사로서 우리의 전 존재의 의미이다"(1951, 21)라고 주장했다. 복음의 전달은 세상의 고난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그들의 고통을 나누며 그들의 짐을 함께 지며, 그들을 위해 죽으신 그리스도를 몸으로 그리고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예요 해방자인 목사는 그들과 함께 노예의 삶 속으로 들어가 노예의 삶을 살며, 그들의 노예의 삶을 해방시키는 자이다.

토마스 머트(Thomas Merton)은 양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트라피스트 수도사이면서 강력한 사회 운동의 대부가 되었으며, 고독의 사람이면서 60권 이상의 책을 써서 수 많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는 자기의 삶이 모순으로 가득하고 혼란과 역설의 삶이었으나 그것을 변명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자비의 표식이라고 믿었다. 그는 자기가 되어야 할 본래적인 인간도 되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희망의 사람도 되지 못하였으나 하나님이 자기를 받으시고 용서하신 바로 그 자비 앞에서 감사하며 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죄와 세상의 노예였으나 하나님의 자비를 힘 입어 해방자로 크게 일했다.(McDnnell, 1974, 16).

노예요 해방자로 부름받은 목사는 작은 자들과 가난한 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이해하고 그들과 연대하여 비인간화시키는 개인적 사회적 죄악에 대항하여야 한다. 교회는 가난한 자들과 작은 자들의 소망이며 그들은 또한 교회의 소망이 된다.

6. 구조의 지도자로서 목사

맨슬 패티슨(Mansell Pattison)은 목사의 정체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목사는 본질적으로 구조(system)를 돌보는 목자라고 생각한다. 목사는 교회의 지체 구조들(subsystems)을 양육하고 인도해야 한다. 목사의 역할은 목사가 생체 구조에서 어떠한 기능을 가진 존재인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목사에게 있어서 행함과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목회란 살아있는 생체 구조(system)로서의 교회를 돌보는 것이다. (Pattison, 1981, 오성춘역, 1985, 80).

바울은 에배소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오직 사람 안에서 참된 것을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 찌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엡 4:15)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시며 지도자라고 가르친다. 목사는 참 지도자이신 그리스도의 상징적 대역이다. 어느 구조든지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있어야 하듯이 목사는 교회 구조의 나가도록 함으로써 지체 구조들이 각기 서로 조화를 이루고 상호간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교회라는 생체구조의 지도자로서 목사는 권능부여자(enabler)로서 각 부분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부분을 돕도록 해 줌으로써 상호작용과 상호관계, 즉 연대감 속에서 전 구조가 성장하게 하는 것램. 이런 지도자의 역할은 역설적이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점점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된다. 그 이유는 생체구조의 각 부분들이 권능을 부여받아 각기 효과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사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는 아직도 구조로서의 교회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1) 구조의 원칙과 목사의 역할

사회구조를 생체구조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학자들은 생체구조의 역동성을 설명하면서 세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 세가지 원칙은 교회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도 이 세가지 원칙에 따라야 한다.

1) 전인성(holism)

전인성은 전체는 부분들의 단순한 합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인간의 몸은 뇌, 폐, 간장, 심장, 팔, 다리 등의 지체들로 이루어졌지만 인간의 몸은 이 모든 지체들을 합쳐 놓은 것보다 더 큰 기능을 한다. 즉 전인성이란 부분들을 합쳐놓을 때에 부분들의 단순한 합과는 다르고 새로운 독특한 정체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하나의 구조가 된다는 것은 각 구성원들이 단순한 집단으로 모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구조는 각 부분들이 집단으로 모일 뿐 아니라 모여있는 구성원들 모두가 서로 공유하는 정체성을 가질 때에 가능한 것이다. 구조는 격분들이 모여 창조되지만 거기에는 부분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집단적인 정체성이 생겨난다.

교회는 여러 기관들과 제도와 규범들과 성도들로 구성되지만 그것이 교회로 구조화될 때에 교회는 각 기관이나 규범들이나 교인들과 다른 새로운 성격을 갖는다. 교회는 신비적인 그리스도의 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것은 어느 기관이나 그리스도인이 가질 수 없는 것인데 교회로 구조화될 때에 생겨난 집단 정체성이다.

목사는 교회구조의 지도자이다. 지도자의 역할은 구조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교회구조의 하나의 지체구조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목사는 교회구조와 자기를 대등한 위치에 놓고 '내가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없다. 다만 교회구조에 속한 하나의 지체로서 자기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지도자는 교회구조에 속한 여러 지체들에게 권능을 부여하여 그 지체들이 각기 자기의 기능을 다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구조를 봉사하게 한다. 목사는 다른 지체들과 마찬가지로 권능부여자로서의 자기의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능에 충실할 때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구조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2) 개방적인 공동작용(Open Synergy)

생체구조의 각 지체구조들은 함께 움직인다. 지체구조들은 서로에게 열려져서 한 지체의 움직임이 다른 지체들에게 영향을 주고 다른 지체들은 그 지체에게 영향을 주어 서로를 강화시키고 새로운 창조를 일으킨다. 즉 지체들은 서로에게 여향을 주어 어떤 행동을 함께 하기도 하며, 롁반대로 다른 지체의 행동을 수정하기도 한다.

한 어린이와 부모 세 식구가 살던 집에 새로운 식구가 하나 더 생긴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새 식구는 다른 식구들에게 각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가족의 가치, 기능, 상호작용, 차지하는 공간 등에 영향을 줄 것이요, 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이들의 변하고 그 변화는 다른 식구들에게 계속 영향을 주어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역동성을 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어느 한 개인에게 있었던 것이라가 보다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는 공동작용 가운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조는 언제든지 이러한 개방적 공동작용이 일어난다.

목사는 교회라는 생체 구조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개방적 공동작용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즉 목사는 교회구조 안에 모든 다른 구성원들과 개방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한다. 교회구조의 목표에 따라 목사는 교회의 다른 구성원들의 행동을 촉진시키고 그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며, 목사도 그들의 영향에 개방하여 그들이 작용을 받아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목사가 다른 구성원들의 행동을 뒷받침하고, 그들의 행동을 촉진시키지 못하거나 또는 다른 구성원들의 영향과 작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교회는 장애를 받게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도자인 목사와 다른 구성원들 사이에는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나 서로 간에 노력, 후원, 영향력, 성장 등에서 개방적 공동작용이 있어야 한다. 즉 교회는 개방적인 공동작용을 할 수 있는 목사를 요구한다.

3) 동질성 (Isomorphism)

하나의 생체구조는 목표와 방향성을 갖는데 모든 지체 구조들은 이것을 공유한다. 이것을 동질성이라고 부른다. 모든 구성원들은 공통점을 갖는다. 성숙한 구조는 그 구조에 속한 개인개인들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집단의 가치를 모든 구성원이 공유하므로 집단적인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 요약하면 동질성이란 한 집단의 다양한 구성분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목적과 가치로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통분모라고 할 것이다.

목사는 교회구조의 지도자이기 때문에 동질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목사는 자기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교회구조의 정체성과 기능도 공유한다. 그러므로 목사는 언제든지 자기의 정체성과 교회의 집단 정체성 사이의 긴장관계를 갖는다. 목사와 교회는 서로 상대방이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목사는 교회가 아니며, 교회도 목사는 아니다. 목사는 언제든지 교회와 함께 같은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교회와 상호작용을 해야하며, 목사가교회를 자기의 목표와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든지 교회가 목사의 개인정체성을 무시해 버린다면 교회는 장애에 부딛칠 것이다. 목사는 동질성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2) 구조의 발전단계에 따른 목사의 지도력

지도자와 구조 사이에는 복잡하고 끝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구조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와 같이 발생하고 성장하며 소멸하는 발전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각 단계에 따라서 지도자와 구조와는 각기 다른 관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즉 지도자는 구조가 성숙해 감에 따라 자신의 지도적 기능을 수정하여야 된다. 이 단계는 혼란단계, 형성단계, 구범화단계, 수행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Pattison, 1985, 91-95)

1) 혼란의 단계

이 단계는 많은 개인들이 집단으로 모이기는 하지만 상호간에 아직 체계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단계이다. 지도자는 한편으로 물러나서 구성원들과 유리되어 있다. 지도자는 개인들을 한 그룹으로 모이도록 하고 고정된 장소와 시간을 정하여 일, 연구, 예배 등을 함께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에 개인들이 공동의 가치나 목표 때문에 모였다기 보다는 지도자의 설득과 권유에 의하여 즉 타의에 의하여 모였다. 그러므로 이 상태는 완전한 구조의 성격을 갖지 못하며 구조의 특성인 전인성, 개방적 공동작용, 그리고 동질성 등도 갖지 못한다.

이 단계에서 지도자는 카리스마적인 특성을 갖는다. 지도자의 지도력 여하에 따라서 사람들은 모이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지도자는 혼란 단계에서 그 집단의 모든 활동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 이 단계에서는 지도자 없이는 집단이 생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혼란단계에 있는 교회의 목사는 그 교회의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지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에 따라서 교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여 분명한 목표를 지향해서 나갈 수 있게 하여야 한다.

2) 형성단계

이 단계는 지도자가 제시하는 비전을 교인들이 자기들의 비전으로 받아들이며, 이 비전을 함께 나눈다는 공동이 정체성과 공동의 목표를 갖는 단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도자와 집단 구성원들은 집단 밖에서 집단에게 목표와 가치를 제공하는 자로서 남는다.

이 단계는 구성원들 설 간의 유사성을 인식한다. 그들은 "우리는 비슷한 이상과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계에는 확실히 구성원들 간에 공동의 질서와 목표가 생겨난다. 그러나 문제는 지도자의 역할 때문에 성숙한 생체구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지도자는 집단과 대등한 입장으로 있거나 적어도 집단의 방향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집단과 지도자사이에는 진정한 의미의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못한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구조는 공동의 정체성과 통일성을 가지고 있으며, 집단정신, 또는 집단적인 의지를 가진다. 그러나 지도자는 구조와 분리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 교회구조의 지도자인 목사는 자기의 권한을 축소시켜(혼란단계에서 가졌던 기능들을 포기하고) 집단 속에 들어가 집단과 같은 목표와 방향을 따라야만 이 교회구조를 성숙시킬 수 있다. 그렇지 못할 때 교회와 목사는 물과 기름같이 서로 유리되어 있어 갈등이 심화되고 목사의 기능을 바로 수행하기 어렵다.

3) 규범화단계

이 단계는 제 2단계에서 형성된 집단정체와 통일성 때문에 집단에 속한 개인들의 개인정체성과 집단의 집단정체성간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이러한 갈등을 조정하고 개인정체성과 집단정체성의 조화를 위하여 규범을 만들어가는 단계이다. 집단은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집단정체성, 집단적인 가치와 목표, 집단의 의지에 압도당한다. 그래서 그 집단에 속한 모든 개인에게 집단의 성취를 위해 전적으로 헌신하기를 요구한다. 이 때 집단의 구성원들 가운데는 집단이 자기들에게 독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잇으며, 자기의 성취를 위해 집단의 요구에 항의하거나 그 집단을 떠날 수 도 있다. 지도자는 이 단계에 와서는 자기의 독단적인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 이유는 지도자의 지도력이 집단정체와 상충할 때에 집단은 그 지도자를 거절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 단계는 전 회원들이 합의를 거쳐 집단 정체성을 규범화시키지 않을 수 없다. 이 규범은 공동정체성과 개인정체성의 관계, 지도자의 역할, 개인들의 역할, 공동목표와 가치들을 선언하는 것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때에 지도자는 자기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집단의 정체를 받아들여 집단 속에서 합의를 도출하여 규범화작업을 지도해 나가야 한다.

개척교회를 시작하거나 교회를 갱신하고자 하는 목사는 형성의 단계에서 제시한 비전과 가치들, 목표와 방향들을 제 3단계인 규범화단계에서 전 교회으 합의를 도출하여 사명선언, 실천규범, 행동강령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두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로는 규범을 합의하에 도출하는 과정에서 교인들 전체에게 비전과 가치, 목표와 방향들을 더욱 깊이 베어들게하여 공동정체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 둘째로는 교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가치와 방향들을 규범화시킴으로 그것들을 담고 지속시킬 그릇을 만드는 것이다. 규범은 교회의 공동목표, 비전과 가치 등을 담아 보존하는 그릇이다. 이 단계에서 목사의 역할은 교회의 비전과 목표, 방향과 가치 등을 규범화시키는 것이다.

4) 수행단계

이 단계에서 구조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집단정체성을 갖게 되며, 구조의 구성원들은 구조의 집단성을 공유하면서도 자기의 독자적인 개인정체성을 갖는다. 아직도 개인적인 성취와 집단이 성취와의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제 3단계에서 이미 규범화된 공동의 가치와 방향을 자기의 성취와 조화시키려고 힘쓴다. 수행단계에서 그 구조는 자기의 독자적인 공동목표를 수행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 구조의 원칙들에 따라 구조가 하나의 생명체와 같이 움직인다.

이 단계에서 지도자는 구조 가운데 하나의 지체 구조로서 통합이 되며, 구조의 한 부분으로 화한다. 지도자도 구조 외 집단정체성을 공유하며, 구조의 비전과 목표, 가치와 방향을 함께 나눈다. 이 때에 지도자의 역할은 구조의 구성원들 간에 발생하는 갈등들, 그리고 구조의 공동정체성과 개인들이 개인정체성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들을 창조적으로 조정하며 해소하는 일이다. 지도자는 끊임없이 집단정체성을 강화시키면서(비전제시, 가치관 교육 등을 통해) 동시에 개인들이 자기 성취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이것을 도식화시키면 다음과 같다.

제 4단계의 교회는 성숙한 교회이다. 성숙한 교회의 지도자인 목사는 다음의 7가지 특별한 기능을 갖는다. (Pattison, 1985, 97-106)

(3) 생체구조의 지도자로 목사의 기능들

1) 상징화의 기능

생동적으로 기능하는 모든 생체구조는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통의 가치와 목표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목사는 교회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 교회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이 된다. 즉 목사는 교회의 목적, 가치, 방향, 목표 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목사가 교회에게 목적이나 가치를 가르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교인들은 목사를 볼 때에 교회의 목표와 정체성을 상기하게 되며, 목사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어떠해야 함을 상기시키는 상징화의 기능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목사 자신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되신 주님을 기억나게 하고 그분께 충성할 수 있게 그리스도에게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기능이다.

교회구조의 지도자로서 목사의 기능은 사람들을 예수님 주의에 모이게 하는 것이다. 목사는 언제든지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고 그 분을 중심하여 살아가는 법들을 지도한다. 세례요한의 손 끝이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있듯이 목사의 삶과 교역과 가르침은 언제든지 주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인들은 목사를 보면서도 목사개인을 보기보다는 먼저 목사가 가리키고 있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게 되어야한다. 모든 교인들이 목사를 만날 때마다 또는 목사를 기억할 때마다 목사 자신을 넘어서 목사가 가리키려고 애쓰는 그리스도를 볼 수 있을 때에 목사는 상징화의 기능을 바로 수행하는 것이다.

2) 존재의 기능

상징화가 교회의 집단정체서을 보여주는 기능이라면 존재의 기능은 목사의 개인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목사는교회의 가치와 목표를 함께 공유하는 집단정체성을 가질 뿐 아니라 자기의 독자적인 삶을 갖는 인간이다. 목사가 보여주고자 하는 그리스도는 완전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죄와 흠이 없으신 우리의 구원자이시지만, 목사 자신은 불완전하고 언제나 그리스도의 속죄와 하나님의 은혜를 필요로 하는 제한된 인간이다. 목사는 교회의 상징으로 완전하신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지만, 목사 자신은 불완전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목사는 그리스도의 모형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고 힘쓸 것이다. 목사에게는 실패도 있을 것이요, 결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끊임없이 자기의 참된 모습을 보여주며, 상처를 보여주며, 연약한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며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목사는 모든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모든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존재이다. 목사가 존재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목사도 모든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연약하고 결함투성이이나 하나님의 은혜안에서 열심히 그리고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모든 교인들에게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은혜의 큰 주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를 믿는 믿음 안에서 살 수밖에 없음을 자기의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목사의 존재의 기능이다.

3) 공유의 기능

목사는 교회가 아니다. 목사는 교회구조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목사는 교虁구조와 함께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 교회구조의 책임과 권위와 통제 기능 등을 목사혼자 소유하려고 하는 것은 목사와 교회를 혼동하는 잘못이요, 목사자신이 교회구조의 부분임을 깨닫지 못하는 무지이다. 이런 목사는 교회구조에 장애를 초래하고 목사와 교회와의 갈등을 만들어 내며, 결국 교회를 메마르게 만든다.

교회와 함께 목사가 공유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① 목사는 성취의 감격을 교회와 함께 공유하여야 한다. 목사가 교회의 무대의 중앙에 서는 것은 사실이나 교회의 성취를 마치 자신의 성취로 착각하여 "내가 그 일을 해내었다"고 생각하거나 말할 수는 없다. 그 일은 교회가 함께 해낸 것이요, 하나님의 은혜로 성취된 것이다. 그러므로 언제든지 목사는 교회의 성취를 강조하고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자랑해야 할 것이다.

② 목사는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하나님은 모든 교역을 교회에 위임했기 때문에 목사가 자기의 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그 책임을 교회와 나누어 질 수 있어야 한다.

③ 목사는 권위를 공유해야 한다. 교회의 모든 일에 최종적인 책임이 목사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목사는 교회와 함게 의논하며, 교회와 함게 결정하며, 교회와 함께 추진하는 자이다. 목사의 권위가 아니라 교회의 권위로 교회일이 진행되어야 한다.

④ 통제기능의 공유이다. 교회의 모든 교역을 목사 혼자서 수행할 수 없다. 모든 지체들은 각기 자기의 책임을 담당하며 그 일을 수행할 힘을 가지고 있鑁. 목사는 자기 혼자서 모든 일을 주관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각 지체구조들에게 힘을 부여하여 그들이 스스로 자기의 교역을 수행할 수 있게 격려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교회의 교역은 목사의 교역이 아니라 교회의 교역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4) 능동적 기능

목사는 지도력을 수행하는 지체구조이다. 그러므로 목사는 언제든지 능동적으로 교회구조의 기능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교회의 모든 교역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연속성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서 보여주시는 비전들을 교회에 제공하는 것이요, 교회구조의 집단정체성을 중심으로 모든 교인들을 통합시키는 것이요, 그래서 모든 교회로 하여금 공동의 의식을 가질 수 있게 만둘어 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의 세가지 요소가 있다.

① 능동적인 지도자로서의 목사는 계획을 작성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며 교인들이 역할을 설정하고 교회의 자원들을 활용하고 분배하여 하나님의 교역을 추진하는 자이다.

② 능동적인 지도자로서의 목사는 모든 교인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소명을 받게 하며, 하나님의 비전을 보게하며, 교인들의 삶에 이미를 부여하고 교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③ 목사는 문제해결과 변화가능성이 있는 일을 수행하면서 언제든지 교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의식을 고유하게하여 모든 교인들과 함께 그 이릉鱁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Mills, 1974,82)

5) 모형기능과 위험부담 기능

목사는 언제든지 모범을 보이는 자이며, 교인들보다 한 발 먼저 시험적으로 실천하는 자이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삶과 실천으로 그리스도인의 삶과 교역의 모범을 보여 교회가 따라 올 수 있게 하는 양의 목자이다. 그러나 모형이 되는 것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첫발을 딛는 자는 언제나 관찰과 비판 앞에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그리기 때문에 언제든지 목사는 교인들 앞에 자기 목을 내밀어 살아야 한다. 이것은 목사의 소명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따라 십자가를 지는 것이다. 그러나 목사는 완전한 모형이 아니라 감히 관찰과 비판 앞에서라도 용감히 주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목을 내어민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형이다. 목사가 완전하지 않지만 교회가 따라 올 수 있게 한 걸음먼저 발을 내딧는 것은 하나님 나라 성취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6) 한계설정의 기능

모든 구조들은 죄인인 인간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능과 함께 부정적인 기능들을 가진다. 가족구조가 식구들의 건강과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사실이나 많은 경우에 가족구조가 식구들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파괴하고 있다. 교회구조도 제한된 인간들의 집단이므로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역기능이 생겨난다. 탐욕적이요, 전제적이며, 이기주의적이요, 개인주의적인 교회구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교히의 가르침이 아무리 이상적이라도 구조가 역기능이 된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므로 ①목사는 교인들을 지켜볼 뿐 아니라 교회구조의 기능을 지켜보면서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따라 살고 있는지를 분병해야 하며 ② 교회구조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경계선을 설정하고 지도하며 ③ 교회와 교회가 따라야할 긍정적이요 적극적인 삶의 지침과 방향을 설정하여 파괴적인 행위를 방지하고 옳은 행동을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구조를 파괴적인 행동으로부터 구해야 한다.

7) 능력부여의 기능

위에서 언급한 6가지 기능들은 결국 능력부여(enabler)의 기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능력부여자로서 목사는 다음의 기능을 수행한다.

① 목사는 연결시키는 자(connector)의 기능을 수행한다. 목사는 교회구조에 속한 서로 다른 지체구조들을 상호연관시켜 공동의 가치와 목표를 가질 수 있게 한다.

② 목사는 중재자(mediator)의 기능을 갖는다. 목사는 여러 지체구조들, 교인들간에 그리고 교인들과 구조 간에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며 교회구조를 질서화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③ 목사는 촉진자(facilitator)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 과제는 계획을 셍고, 교회에 동기를 부여하고, 구조를 조직화시킴으로 그 과제를 수행해 갈 수 있게 돕는 기능이다.

④ 목사는 촉매자(catalyst)의 기능을 수행한다. 촉매는 서로 다른 물질들의 화학반응을 촉진시킨다. 목사는 교회의 기능을 촉진시키기 위해 촉매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촉매는 힘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교회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힘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조력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목사는 교회가 스스로 하나님의 교역을 수행할 수 있게 교회가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을 촉발시키는 일을 한다.

생명체인 교회 구조의 목사는 교회구조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 목사의 기능으로 해서 교회구조는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랑으로 가득할 수 있다. 목사는 생체구조인 교회의 지도자로 세움을 받았다. 그러므로 생체구조의 지도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함으로 하나님의 교회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제 6장. 삼위일체 교리와 섬김의 공동체 비젼

1. 들어가는 말

독일의 신학자 몰트만은 삼위일체 교리가 그리스도인의 실생활과 유리되었기 때문에 이 교리가 오늘날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학적 교리를 실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학 전문가들의 사변으로 보고 있다. 하나님이 계시다고 믿고 그 믿음에 따라 사는 것만도 매우 어려운데,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신앙생활을 더 어렵게 만들며, 오히려 그 교리를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지? 그래서 많은 신자들이, 그들이 로마 천주교인이든 프로테스탄트교회 교인이든간에 구별없이, 그들의 신앙 경험과 실천에 있어서 단일신론자들이 되고 있지 않는지? 그들은 신론이나 윤리에 대하여 하나님이 한 분으로 계시거나 삼위일체로 계신다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결과적으로 삼위일체론은 기독교 신앙을 현대세계에 재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현대 변증학 안에서는 별로 취급되지 않는다(Moltmann, 1980, p.1).

사실 3위일체 교리 이해는 교리자체의 수호와 그 교리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칼빈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는 기독교 강요 I권 13장에서 삼위일체 교리를 취급하면서 만유의 근원이시며 구속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신 성부와 하나님의 말씀이요 지혜로 계시면서 성육신하여 구속사역을 성취하신 성자와 하나님의 계획을 실행하는 능력, 즉 우리의 마음을 열어 구세주께 우리를 인도하며 우리에게 조명하시는 창조의 성령은 세위(substantia) 로 계시지만 한 하나님(essentia)이시라고 선언하면서도 그 의의에 관해서는 참된 교리의 수호라고 주장한다.

여러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삼위가 유일하신 하나님이시며 각위는 또 하나의 완전한 신임을 믿는다. 교회는 "3위일체", "위" 등등의 표현을 필요하다고 간주한다. 이런 용어는 참된 교리를 부패시키는 사람들 때문에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필요로 되었다.(Inst. I. 13, 4).

칼빈은 이 매락에서 과거의 Sabellius 이단, Arius이단등을 경계하고 기독교 강요 1권 13장 21-29절까지에서는 칼빈과 동시대의 이단인 Servetus 와 Gentile, Fazy등을 다루면서 그들은 성자와 성령을 성부와 본질에서 구분하여 3위일체를 한 분의 하나님과 두가지 피조물의 결합체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Inst. I. 13, 25).

오늘의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교회와 신학자들도 칼빈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들은 2천년의 교회전통을 고수하며, 성경의 신언성과 전통적 교리의 불변적 성격을 그대로 지키려고 한다. 그들 대다수는 종교개혁자들의 신학과 전통을 지키며, 그것을 재확인하며, 오늘의 교회들도 같은 교리를 받아 들이고 같은 신앙에 서게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이들의 노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전통적인 교리들, 특히 3위일체교리의 이해는 교리이해 그 자체와 전통적 교리 수호의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거기서 나아가 오늘 이 시대 교회에 실천적인 비젼을 제시하며, 목회의 모델과 실제를 제시할 뿐 아니라 목회자들에게 교역(ministry)의 신학적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II. 고대교회 신조와 3위일체 교리의 이해

1. 삼위일체교리의 성경적 근거

하나님께서 본질상 세 위를 가지신다는 삼위일체 교리는 우선 성경에 계시된 내용을 설명하는 필요성에서 출발하였다. 이 교리를 진술하는데 하나님의 통일성이 절대 필요한 출발점이다. 히브리-기독교 신앙에서는 오직 한 분 하나님만 존재하신다. 하나님은 로셀린의 주장처럼(그는 1092년에 Soissons에서 삼신론(Tritheism)으로 인하여 정죄 받았다) 세 하나님이 아니라 오직 한 분 하나님이시다. 아타나시우스, 어거스틴, 일반교회 교부들, 여러 학파들,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에서 오직 한 분 하나님만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천명하였다. 요 17:13, 고전 8:6, 엡4:6등은 여러 성경의 구절들 중에서도, 오직 한 분 하나님만 존재한다고 하는 대표적 구절로 인용되었다(예, Socinian Racovian Cathechism).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을 세가지 인격적인 방법으로 구별하여 표현한다. 물론 가장 보편적인 명칭은 아버지, 아들, 성령인데 예수님의 세례시에 이 명칭들이 언급된다(요1:27-33). 또한 마태복음 28장 19절에 따르면 우리 신자들의 세례도 이 세가지 명칭으로 행해져야 한다. 고린도후서 13장 13절에 보면 바울의 축도에서도 이 세가지 명칭이 나타난다 요한복음 14장에서 16장, 에베소 2:18, 벧전 1:21-22등에서도 이 세가지 명칭이 드러나며, 요 1:1, 20:28, 딤전 3:16, 히 1:8에서는 "아들"을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히 9:14, 벧전 3:18, 벧후1:21등은 성령이 하나님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신약성경에서 하나님의 본질이 3위로 계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후에 기독교 신자들은 구약성경도 하나님이 3중 인격으로 계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사야 6장 8절의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라는 진술이든지, 창세기 1:26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는 하나님 자신의 복수형 표현, 창세기 11장 7절의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자"는 구절들은 단일신론적 사고로서는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이와같은 구약의 암시적인 여러 구절들은 신약의 계시에 비추어서 3위일체적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2. 사도신경과 3위일체 교리이해

전설에 의하면 사도신경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승천하신지 열흘 후에 성령이 충만한 12사도들이 각기 한 구절씩 작성하였다고 하나 이것은 역사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사도신경은 그 내용으로 보아 사도적 증언이요, 사도적 선포로서 신약성경의 중심을 선포하고 있다.

아마도 사도신경은 AD 170 년경부터 AD 250년에 이르기 까지 유대교적 단일신론, 영지주의, 말시온주의, 몬타니즘, 군주신론(Monarchianism)등의 이단으로 도전받던 초대교회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리를 가지고 그 이단들에 대처하는 가운데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비교, 이형기, 1991, 17면). 이형기는 사도신경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교회는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거부하는 유대교적 유일신관에 반대하여 삼위일체 하나님 신앙과 예수 그리스도의 영원한 신성에 대한 신앙으로 대처하였고, 아들 예수의 육체성과 역사성을 무시하며 부활과 창조신앙을 거부하는 영지주의에 반대하여 올바른 기독론과 창조신앙으로 맞섰으며 신약성경 이외에 다른 성령의 계시를 주장하며, 예수님의 재림을 잘못 말했던 몬타니즘에 반대하여 삼위일체적 성령론과 올바른 교회론과 종말론으로 대항하였고, 예수님의 영원한 아들 되심을 부인하는 군주신론 및 아들과 성령의 개성을 무시하는 양태론(Sabellianism)에 항거하여 성서적인 삼위일체 하나님을 대응시켰다. 그리하여 고대와 중세를 통하여 기독교의 하나님은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고백되어 왔으며, 이 삼위일체 하나님이 곧 모든 기독교의 예배의 대상이었다(이형기, 1991, 17면)

우리는 사도신경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지를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도신경은 물활론(animism), 다신론(polytheism), 범신론(pantheism), 이신론(deism), 유신론(theism), 심지어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단일신론과 구별되는 성경의 삼위일체 하나님을 우리에게 가르치며, 칼빈의 주장과 같이 모든 우상과 구별되는 참 하나님을 가르치며(Inst, 13, 2), 그 분만 예배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사도신경에 나타난 삼위일체 하나님을 논하고 이해하는 데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오직 참 신앙과 교리의 수호라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삼위일체 하나님이 어떻게 그리스도인의 삶의 실천을지도하는 교리가 될 수 있으며, 이 교리가 목회실천과 교회의 존재방식에 대해서 어떤 비젼과 방향과 실천을 제시하고 있는지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3. 니케아 - 콘스탄티노플 신조와 3위일체 교리이해.

이 신조는 원래 예수님을 피조물의 하나로 보는 아리우스와 그것을 반대하는 알렉산드리아 감독과의 논쟁이 전 지중해 세계의 기독교신앙을 양분하고 있다고 느낀 로마의 콘스탄틴황제가 소집한 니케아 에큐메니칼대회의의 결정이었으나(325년), 381년에 콘스탄티노플에서 다시 에큐메니칼 회의가 모여 325년 결정된 니케아신조에 성령론을 첨가함으로 완성된 신조이다.

이 신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타나시우스이다. 그는 니케아 회의에 알렉산드리아 감독의 수행원으로 참석했으나 그의 강력한 삼위일체신론이 참석자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니케아 신조의 초안자가 되었다. 그는 구원론에 촛점을 맞추면서 예수님의 완전한 신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아리우스가 구원론을 깊이 생각지 않고 예수님을 보았기 때문에 큰 잘못을 빠졌다고 생각했다. 아타나시우스에 따르면, 하나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하여 참 하나님이 되셔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는 결코 지음을 받은 자가 될 수 없으며, 태초부터 분리될 수도 없고 나누일 수도 없는 하나님과 동일본질이어야 한다. 동시에 그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은 우리 인간이 하나님처럼 되게 하시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니케아신조의 내용은 주로 삼위일체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 촛점은 나사렛 예수께서 영원한 하나님의 아들이시요 이 예수님은 인간이실 뿐 아니라 성부의 신성과 동일한 신성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니케아 - 콘스탄티노플 신조의 성자와 성령에 관한 고백은 그 이후에 나온 거의 모든 신조들과 삼위일체론 이해의 가장 밑바탕이 되어왔으므로 여기에 소개 하고자 한다:

그는 하나님의 독생자이시며, 온 우주보다 먼저 나셨고, 만들어지신 분아 아니라 나셨으며, 참신이시며, 참빛이시며, 참신 가운데 신이시며, 하나님께서 나셨고, 창조함을 받지 않으셨고, 성부하나님과 같은 본질이시며, 그로 말미암아 모든 만물이 창조되었고, 모든 인간들과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셨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인간으로 나셨으며 .....

우리는 성령의 믿습니다. 우리는 이 성령이 생명의 주시요, 생명의 창시자로서 성부에게서 나왔음을 믿사오며 이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와 함께 우리의 예배를 받으시며, 영광을 받으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성령이 예언자들에 의해서 선포된 분임을 믿습니다.

이 니케아 - 콘스탄티노플 신조는 AD 586년 톨레도 회의에서 filioque, 즉 "성자에게서도"라는 한 단어를 "성부에게서와" 다음에 첨가시킴으로 서방교회 삼위일체 교리의 근간이 되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고대교회 신조들은 3위일체 교리가 그 중심이었으며 이 교리의 수호는 기독교신앙을 수호하는 것과 같이 생각되었다. 그만큼 3위일체교리는 고대 기독교회의 지대한 관심사였으며, 3위일체 교리는 이단으로부터 사도적 신앙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고, 기독교인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주는 진리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이 교리는 그 당시 기독교 선교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천지를 지으신 참 하나님이 성육신하여 어두움의 세상 가운데 들어 오셔서 고통과 죄악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고 계시며, 우리 가운데 역사하시는 참 하나님이신 성령이 우리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고 있다는 그 확신은 처음 형성된 기독교 교회에 힘과 비젼과 희망을 주었기 때문이다.

3위일체 교리는 초대교회에서와 같이 후기기독교 시대라고 냉소하는 현대인들과 교회들에게도 생생한 희망을 전달하는 교리로서 오늘도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유니온 신학교(뉴욕)의 시릴 리차드슨(Cyril C. Richardson)교수의 주장처럼 "만약 당신이 사려깊은 기독교인이라면, 당신은 결코 삼위일체 교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Richardson, 1958, p.14)라고 이 교리를 일축해 버릴 것인가?

III. 섬김의 공동체 : 삼위일체교리가 주는 목회의 비젼

우리는 전통적인 삼위일체교리 이해가 그 교리의 수호자체에 촛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현대교회에서 그 생동성을 잃고 있을뿐만 아니라 사변적인 교리 정도로 무시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 교리가 고대교회에서도 이단으로부터의 기독교 신앙의 수호라는 촛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교리의 생동성을 잃지 않았던 것은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삼위일체교리의 형성을 요구했으며, 이 교리의 형성 그 자차만으로서도 교회를 향해 도전해 오는 대적자들에 대처하는 중대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었으며, 그들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의 사역에 대한 실존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기독교회는 고대교회와 다른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는 이방종교로부터의 도전, 그리스도의 절대성을 부인하는 종교다원주의로부터의 도전, 후기기독교 시대를 주장하는 급진적인 자유주의 신학의 도전,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세력의 도전, 세속문화의 도전, 그리고 실용주의적 원칙에 빠져가는 교회지도자들의 잘못된 교역(ministry)이해로부터 오는 갈등등에 대하여서도 3위일체 교리는 분명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진리로 설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 질문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진정한 삼위일체 교리의 이해를 통하여 오늘 현대교회 당면한 도전에 대응하며, 목회자들에게 생동적인 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여기에서는 삼위일체 교리가 목회자들에게 섬기는 공동체의 비젼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것이 목회갱신에 어떠한 힘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촛점을 맞추고자 한다.

1. 삼위일체적 교제공동체

칼 바르트는 3위일체 하나님을 논하면서 "아버지와 아들과의 관계는 창조자와 피조자의 관계나 피조자들끼리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관계의 표본이다"(Barth, KD. p.606)라고 주장한다. 그는 어떻게 성부 성자 성령이 한 분 하나님으로 존재하는가에 관심을 집중한다, "하나님은 삼위일체다. 삼위일체는 세겹이 아니라 셋이 동시적으로 있다. 하나님 안에 있는 그분이 바로 하나님 자신이며, 한분으로 혼자계신다. 하나님안에 어떤 분별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신적 존재와 실재의 구별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Barth, KD. p.402). 바르트는 이렇게 하나님의 통일성, 단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였기 때문에 몰트만은 그의 삼위일체론을 군주신론(Monarchianism)이라고 공격한다(Moltmann, 1980, 139-134).

그러나 바르트의 3위일체 하나님이 어떻게 한 하나님인가를 설명할 때 그것은 어거스틴이나 칼빈의 전통을 잇는 것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목회의 비젼을 제공한다. 바르트는 삼위일체를 관계개념으로 설명하고자 하는데 관계개념을 사용하여 삼위일체를 설명한 최초의 시도는 어거스틴이 하였다. 어거스틴에게 있어서, 관계라는 것은 하나님이 인간이나 피조세계와 가지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말한다. 이 관계는 하나님 자신 안에서의 대자적 관계라고 이종성은 말한다(이종성, 1992,pp.477). 어거스틴에 따르면, 한 분의 하나님은 단지 한 분의 아버지와 아들이 아니라 한분의 하나님의 존재 안에 세가지 관계성이 있으며, 이 관계성이 곧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3위는 실체적으로 동일 본질의 하나님이나 위격(관계성)으로 말미암아 전적으로 구별된 3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르트는 어거스틴의 관계개념을 자기의 삼위일체론의 이해에 도입하면서 통재론(通在論)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바르트의 통재의 개념은 ① 삼위간의 구별을 분명히 하면서도, ② 삼위중 어느분도 개별적 존재로서 독존할 수 없으며, 세분은 다같이 상호관계 안에서만 존재하며, 영원하신 한 분 하나님 안에서만 공통으로 존재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성부, 성자, 성령이 그들 상호 관계속에서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한 위격의 존재가 다른 위격의 존재안에 관계적으로 동참하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르트의 통재론의 개념은 예수님의 기도를 반영한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

바르트는 하나님이 영원히 고독하게 자족적이요 자아의존적으로 존재하시는 분이 아니라 삼위일체론적 본성 안에 상호관계적인 공동체로 존재하신다고 믿는다. 바로 성부 성자 성령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공동체의 상호교류가 신 인간의 교류와 인간들간의 교류의 근거와 패턴을 제시한다. 하나님-인간-인간의 모든관계는 하나님 안에서 영원히 계속되는 관계적 공동체를 반영하는 것이며,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령안에서 인간들 속에 이러한 공동체를 창조하려고 한다(Barth, KD. II/1, pp.63ff).

바르트의 난해한 삼위의 통재개념은 브라질의 신학자 보프(Reonard Boff)에게서 더욱 분명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는 태초에 교제가 있었다고 전제한다(Boff, 1988, p.19) 보프에 따르면, 하나님은 처음부터 3위로 있으면서 상호간에 교제가 있었다. 즉 아버지는 언제든지 아들과 성령 안에 있다. 아들은 아버지와 성령 안에 內在한다. 영은 아버지와 아들을 결합하는 동시에 전적으로 그들과 통합한다. 하나님의 삶과 사랑의 힘이 그 세 위격을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에 이 세 위격은 완전한 통합을 이룬다. 이 통합은 相互通在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삼위가 동등하게 영원히 전능하신 사랑의 위격이 된다. 이 세 위격은 너무나 철저하게 서로 共在하기 때문에 분리될 수 없다. 이러한 삼위의 상호침투는 신적 위격의 존재의 기초가 되며 이것을 그는 영원한 교제라고 한다. 이러한 설명을 하면서 보프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던 관심은 이러한 성삼위 하나님의 영원한 관계가 모든 인간 공동체와 인간의 교제의 밑바닥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제가 교회와 목회실천에 끊임없는 영감을 줄 뿐 아니라 목회의 비젼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었다(Boff, pp.20ff)

우리는 챨스 로우리의 주장에 공감하면서 그의 주장으로 이 논의의 결론을 삼고자 한다. 챨스 로우리는 삼위일체 개념을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이요 즉시적인 최고의 영광"이라고 불렀다(Lowry, 1946, p.xi)로 우리에 따르면 하나님은 단순한 단일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교제 관계임을 의미하며, 하나님은 세상과 인간의 창조 이전에 영원부터 독자적 존재로 존재하신 것이 아니라 축복받은 교제관계 안에 존재하신다고 한다. 그러므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모든 성도들과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교제 관계를 반영하는 공동체를 지향하여야 하는 것이다.

2. 섬김의 삶

삼위일체 하나님은 섬김의 공동체의 비젼을 보여주며 섬김의 삶을 요구하실 뿐 아니라 그러한 삶을 살 수 있게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이것은 본래부터 삼위일체론의 中心이 되어야 했으나 고대교회의 시대적 상황은 그리스도인의 섬김의 삶 보다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에 촛점을 맞추게 만들었다. 이것은 어거스틴과 루터 칼빈등에서도 변하지 않았으며, 현대라는 특수상황에서 삼위일체론을 쓴 바르트까지도 고대교회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러나 섬김의 삶의 비젼과 주제는 3위일체론의 핵심이요 3위 일체론은 고대교회의 관심사인 구원론과 더부러 그리스도인들에게 섬김의 삶의 중대성을 보여준다.

3위일체론은 처음부터 성부하나님, 성자 하나님, 그리고 성령 하나님의 동일본질(essentia)이면서 3위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영원한 아들이시요, 인간이시요, 성부와 동일한 신성을 공유한다. 그리고 성령은 생명의 주요 창조자로서 성부와 성자와 함께 예배의 대상이 되는 진정한 하나님이라고 선언했다(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의 근본 뼈대는 그 이후에 나온 대부분의 기독교회 신조들에서 그대로 계승되고 받아들여진다. 칼빈의 3위일체론도 이러한 신조들의 가르침과 고백을 그대로 수용한다. 칼빈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렇다고 우리는 성경이 분명히 기록하고 있는 구별하는 것도 실례가 되겠다. 즉, 그 구별은 이런 것이다. 성부로부터 활동의 시작 및 만물의 원천과 기원에 말미암고, 성자로부터는 지혜와 계획및 활동의 경륜이 왔고, 성령으로부터는 활동의 힘과 효능이 왔다는 것이다(Inst.1.13.18)

하나님만이 자신에 대한 합당한 증인다. 그 분 자신의 증거를 통하지 않고는 그분에 대하여 합당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 ..... 그러므로 하나님은 자신을 한 분으로 선포하시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보기에는 구별된 세위로 자신을 드러내신다. ... 오히려 사실은 하나님은 한 분으로 존재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하나님의 성품은 그 육체 안에 계시되었다(Inst. I. 13, 21, 2, CR. 40, 56).

칼빈은 하나님의 성품이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 되었고, 예수님을 통하여 하나님d이 계시되었으며, 성령을 통하여 하나님의 계획과 예수님의 구속을 깨달아 알수 있다는 원칙론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빈은 종의 형체를 입고 육신을 입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섬김의 삶 자체가 하나님의 성품과 영광과 능력을 드러내는 진정한 하나님의 계시임을 밝히지는 못했다.

이것은 바라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가 삼위일체론의 유일한 기초라고 언명한다(Barth, KD, 51, 67, 356, 364등). 바르트에 따르면, 하나님은 자신을 계시하는 하나님이시며, 자신을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시며, 자신이 자신을 계시한다. 하나님은 아들을 통하여 자신을 계시하시며(성자는 객관적 계시요 믿음의 대상이다) 성령을 통하여 그 계시를 우리에게 확인시키신다(성령은 계시사건의 주관적 측면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떠나서 우리 중에 어느 누구도 하나님을 깨달아 알 수 없다. 우리는 말씀으로 자신을 계시하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하나님의 성품과 뜻과 영광을 인식한다. 바르트는 전통적인 삼위윌체론을 자기의 언어로 반복하여 설명하는 이외에 더 이상 진전하지 못했다.

이 점에서 몰트만은 전통적인 삼위일체론의 핵심을 인식하면서도 한 걸음 발전하고 있다. 그는 칼빈과 바르트와 함께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은 아들 예수와 생명을 주시는 성령 안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하나님은 십자가 위에서 고난당하시고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라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는 그의 아들 안에서 고난과 아픔과 절망과 죽음의 경험을 하신 하나님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전능은 사랑으로 자신을 고난과 죽음 가운데 내어주시는 자기 희생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몰트만은 하나님의 영광은 십자가의 고난과 섬기의 영광이요 그리스도를 따라 고난당하며 섬기는 공동체 위에 그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몰트만의 3위일체론은 기독론 중심적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성령에 더 큰 중점을 둔 3위일체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성령의 사역을 강조한다. 바르트가 절대타자에게서 오시는 말씀의 자기계시 성자 예수를 강조한 반면 몰트만은 생명의 성령 안에서 계시되는 희망에 촛점을 맞춘다. 몰트만에 따르면 부활의 생명 속에서 하나님의 성령의 능력이 체험되며, 성령은 죽음(고난)에서 생명(영광)으로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으로 체험된다.

우리는 몰트만의 3위일체론 이해에서 오늘 현대교회가 당면한 목회의 비젼과 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오늘 하나님께서는 이 세대 가운데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어떠한 사람으로 부르고 있는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시는 근본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델을 발견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영광의 삶을 이 땅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은 3위일체론적으로만 바르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 시대에는 3위일체 하나님의 3위 가운데 성부 하나님을 강조하는 군주론적(Monarchiasm)목회의 비젼을 갖는 자들이 있다. 하나님의 복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윤리적 삶을 강조하는 많은 한국교회들은 3위일체 하나님보다는 성부하나님만을 편중적으로 강조하는 군주론적 3위일체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주님만 바라보자고 주장하는 정치신학적 도입은 지나치게 성자중심적인 삼위일체 신관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에 성령 세례, 성령충만, 성령은사, 성령체험을 강조하는 일부교회들은 성령 하나님의 사역에 너무 집중하여 삼위하나님의 역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점에서 몰트만의 공헌은 오늘의 교회에 지대하다고 본다. 성부하나님은 아들 예수 안에서 자신을 계시하시며, 섬김과 고난의 삶의 모델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며, 섬김과 고난의 현장 가운데 임재하여 그분의 영광을 드러내신다. 그러나 성부하나님은 우리에게 따라가야 할 모델만 보이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성령하나님을 보내어 고난에서 영광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의 승리로 새삶을 창조하신다. 성자는 성부의 뜻을 죽기까지 순종하며, 성령은 성자의 삶을 성도들 가운데서 창조하시며, 성부는 성자와 성령의 사역 가운데서 그 영광을 드러내신다. 이것은 현대교회속에서 실현되어야 할 삼위일체 하나님의 비젼이다.

그러나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은 섬김과 고난의 삶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잘 보여 주었지만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교제관계가 어떻게 고난과 섬김의 삶에 반영되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는 앞서 삼위일체 하나님은 교제관계 가운데 하나의 본질을 드러낼 뿐 아니라 삼위의 구별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하나님의 완전한 자기 기여적인 (self- giving) 교제관계는 모든 관계의 표본을 제공하며, 인간의 공동체속에 투영될 뿐 아니라 삼위 하나님의 역사로 그리스도인 공동체 속에 하나님의 삼위일체적인 공동체를 형성시켜 나간다고 밝혔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3위 하나님의 내적 관계의 투영으로서의 그리스도 공동체 형성과 하나님의 자기 계시 가운데서 드러낸 섬김과 고난의 삶은 어떻게 서로 연관이 되는 것인가?

3. 섬김의 공동체

성자예수 그리스도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히사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빌2:6-8)분 이시다. 그 분은 이사야가 예언한 고난당하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세상에서 사셨다. 그분은 이 세상에서 섬기는 종의 삶을 사시고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신 섬김의 삶을 사시므로서 하나님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신 분이시다. 그분은 하나님 자신의 계시일 뿐 아니라 인간이 살아야 할 삶의 모델이 되셨다.

만일 우리가 빌립보서 2장에서 보여주는 고난받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예수님만 안다면 몰트만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그 이상 더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고난 받는 하나님의 종이요 하나님의 계시이신 성자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최우선의 과제로 섬기는 공동체를 명하시며 우리에게 오신 성령하나님은 섬기는 공동체의 구체적인 방안을 가르치시고 인도하신다.

예수님은 붙잡하시던 날 밤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나서 새 계명을 주셨다. 우리가 분명히 해 둘 것은 이 새 계명은 하나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에게 주신 십계명(이것은 예수님 당시에 벌써 옛계명이 되어있음)에 대응하여 주신 것이요, 그러기 때문에 예수님은 그 명칭을 『새계명』으로 지어주셨다. 우리는 이 계명이 구약의 십계명을 완전케하는(마5:17)계명이요, 성자예수님을 통하여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의 중심부 가운데 하나요, 성자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명령이라고 믿는다. 이 계명의 내용과 그 계명을 주신 상황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이 계명을 주신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 때에 예수님은 누가 크냐고 하는 제자들의 논쟁을 넘겨들은 것 같다(눅2;24). 이 때에 예수님은 아직도 예수님을 통하여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참 뜻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두가지 방법으로 응답하신다. 먼제 예수님은 제자들을 말씀으로 가르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방인의 임금들은 저희를 주관하며, 그 집권자들은 은인이라 칭함을 받으나 너희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두목은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 앉아서 먹는자가 크냐 섬기는 자가 크냐 앉아서 먹는자가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눅22:25-27).

예수님은 이 말씀을 하시고 나서 친히 섬기는 종으로 자신을 드러내신 것 같다(요13:1-14). 예수님은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이에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그 두르신 수건으로 씻었다(요13:4-5). 예수님은 저희의 발을 다 씻기신 후에 옷을 입으시고 다시 앉아 저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을 네가 아느냐? 너희가 나를 선생이라. 또는 주라 하니 너희 말이 옳도다. 내가 그러하다. 내가 주와 또는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의 발을 씻기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종이 상전보다 크지 못하고 보냄을 받은 자가 보낸 자보다 크지 못하니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요13;12-17).

예수님은 바로 종이 되는 자가 큰 자가 된다는 가르침과 친히 발을 씻기는 종의 삶을 보여준 후에 그 결론으로 새 계명을 주신다, "새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줄 알리라"(요13:34-35). 바로 이 새계명 가운데서 우리는 예수님을 따르는 섬김의 삶에서 서로를 섬기는 섬김의 공동체로 전환되는 중대한 교차점을 발견한다. 본래 우리는 죄와 마귀를 섬기는 종이었다. 그런데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구속함을 받아 자유를 얻게 되었다. 몰트만은 바로 이지점에서 그의 논의를 끝내 버린다.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고난을 통하여 구속받았고 성령을 통해 새 삶을 얻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속 받은 자유인이다. 이 자유를 누리자고 외치며 몰트만은 그의 삼위일체론을 끝맺는다. 그러나 예수님은 바로 이 지점이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가르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내가 너희의 발을 씻겼으니," 이와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서로의 발을 씻는 것이 옳으니라." 주님께 구속받아 자유를 얻은 자들은 그 자유를 축하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서로의 발을 씻기며 서로를 섬기며, 서로 사랑하는 종의 공동체를 이루라는 것이 예수님의 근본뜻이다. 이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최우선의 과제이므로 새계명이라는 명칭과 함께 우리에게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이 계명을 지켜 서로 섬기는 종의 공동체를 이루었을 때 우리는 진정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몰트만의 삼위일체론은 기독론중심의 삼위일체론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성자 예수의 고난의 삶에서 성부하나님의 본질을 보고, 성령하나님의 사역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성자예수의 고난의 삶을 강조하면서도 삼위하나님의 자기기여적(self-giving)인 교제관계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삼위 하나님의 공동체를 우리 가운데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즉 예수님의 자기 기여적인 고난의 삶은 종이되었던 우리를 구속하여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시며 그리스도인들의 자기 기여적인 삶의 모델을 보여주실 뿐 아니라 삼위 하나님의 자기여적인 공동체를 따라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만드신다.

바울도 갈라디아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형제들아 너희가 자유를 위하여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러나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지 말고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 노릇하라"(갈 5:13)고 권고한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와 사탄의 속박으로부터 자유함을 입은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가 회복 되었으며, 이제는 그 자유의지로 사랑의 종이 되어 서로 섬기는 결단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울은 이어서 같은 서신에서 서로의 종노릇을 하는 의미를 몇가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 잡고 자신을 돌아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갈6:1).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6:2). "우리가 선을 행하다가 낙심하지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리,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있는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형제들에게 할지니라"(갈6:9-10). 어쩌면 신약의 서신들에 기록된 사도들의 거의 모든 권면은 예수님을 따라 종이되어 서로를 섬기며 자기 기여적인 참된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섬기는 공동체 형성에 성령하나님의 사역은 결정적이다. 성령은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열어 그리스도를 받아 들이고 그분의 섬기는 종의 삶을 따라 갈 수 있게 힘 주시는 분이시요 또한 은사를 주어 공동체형성을 위하여 구체적인 기여를 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바울은 로마서 12장과 고린도전 12-14장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교회의 종으로서의 책임과 사명을 진술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성령 하나님께서 은사들을 각 그리스도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섬기는 공동체를 세우려 함이다. 고린도전서 12장 7절은 "각 사람에게 성령의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함이라"라고 말씀하며, 14:26은 "모든 것을 덕을 세우기 위하여 하라'라고 가르친다. 로마서 12:3-8까지도 성령의 은사가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모든 구절들의 핵심은 성령 하나님께서 나눠 주시는 모든 은사는 은사를 받은 자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교회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에베소 4장 12절은 하나님의 은사가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 그리스도으 몸을 세우려하는"목적으로 주셨다고 말씀하시며 15-16절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하신다.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 그에게서 온 몸의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입음으로 연락하고 상합하여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여기에서 하나님이 이 세상에 교회를 세우시되 서로 사랑을 통하여 서로 섬기는 섬김의 공동체, 즉 종의 공동체로 교회를 세우시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삼위일체 하나님은 오늘 이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섬김의 삶을 요구하실 뿐 아니라 그 섬김의 삶을 통하여 자기 기여적인 완전한 교제 공동체로 존재하시는 삼위 하나님의 공동체를 이 땅위에 이루어 나가기를 원하신다. 이것이 진정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하신 뜻이라면 오늘 이 시대의 목회자는 ① 성부하나님이 계획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최우선 과제로서 섬기는 공동체 형성에 목회의 촛점을 맞추어야 하며, ② 성자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섬김의 삶의 모델을 발견하고 그 모델을 비젼으로 바라보며 목회하여야 할 것이요, ③성령께서 주시는 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 받으며, 성령께서 각자에게 주시는 은사로 서로를 위해 봉사하는 공동체를 만들며, 성령의 열매인 사랑으로 이 공동체를 감싸 안는 목회를 해 나갈 것이다.

제 7장. 예수 그리스도와 목회

요한복음 1장 1-14절까지의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로고스이며 어두움의 세상을 비취는 빛이요, 육신을 입어 우리 가운데 오신 하나님이시라고 가르친다. 사도 요한은 아주 단순하고 평범한 비유를 사용하여 예수님의 성육신을 쉽게 깨달아 알 수 있게 만든다. 그리스도는 빛이요, 세상은 어두움으로 가득하다. 어두움으로 가득한 세상에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셨으니 이 세상을 덮고 있던 어두움은 물러갈 수밖에 없다. 깜깜한 어두움을 상상해 보자. 달 빛도 별 빛도 없는 밤,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밤, 가로등도 없고, 전기 시설도 없고 전지나 등불이나 횃불이나 어떠한 빛도 없는 시골길을 상상해 보자. 그 어두운 길을 수많은 사람들이 더듬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이 때에 저 멀리서 등을 든 사람이 다가오고 있다. 그 사람 주위에는 어두움이 물러가고 있다. 그 사람이 가는 곳마다, 그 사람을 만나는 사람들마다. 빛을 보며, 밝음을 본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예언한 이사야는 이렇게 예언한다:

흑암에 행하던 백성이

큰 빛을 보고

사망의 그늘 진 땅에 거하던 자에게

빛이 비취도다. (사9:2)

마태는 오신 그리스도를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스블론 땅과 해변길과

이방의 갈리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취었도다(마4:15-16).

예수님은 흑암속에 들어 오셔서 어두움으로 고통 당하는 자들을 밝게 비취는 큰 빛이요, 사망의 땅에 앉은 자들에게 생명을 전달하는 구세주이시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만난 자들은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음을 얻을 것이다. 아무리 칠흙같이 어두운 곳에서 신음하던 자들이라도 큰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자들은 찬란한 빛의 영광을 얻을 것이다.

참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 그가 세상에 계셨으며, 세상은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였고, 자기 땅에 오매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하였으나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1:9-12)

신약성경은 여러가지의 어두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질병의 어두움, 결핍의 어두움, 죄악의 어두움, 부정의 어두움, 불구의 어두움, 사탄과 귀신의 어두움 …… 등등 갖가지 어두움이 이 세상을 뒤덮어 이 세상을 어두움의 세상으로 만들고 있다. 문둥병자의 어두움을 생각해 보자. 그는 날마다 자기의 지체들 중에 하나씩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격리되어 외로움으로 몸부림치고 있다.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없는 저주의 병을 가졌다는 생각으로 좌절과 원망과 분노에 떨고 있다. 그는 어두움으로 뒤덮인 깜깜한 지옥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그 문둥병자를 만났을 때에 그는 깨끗이 고침을 받고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한 빛의 사람이 되어 예수님을 힘있게 증거하고 있다.

목회는 어두움 가운데 앉은 백성들에게 참 빛이신 예수님을 소개하고 그분의 빛으로 어두움을 물리치고 빛의 영광 가운데에 들어오도록 사람들을 돕는 일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사람들이 지금 어떠한 어두움으로 고통당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참 빛이신 예수님을 그들에게 소개하며, 예수님께서 그들의 어두움을 어떻게 물리치고 밝음으로 가득하게 할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목회자는 참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자기에게 지금 어떠한 일을 하라고 하시는지를 분별하고, 그리스도께서 명하시는 그 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여야 하는 것이다. 목회는 언제든지 빛이신 예수님, 목자이신 예수님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하며, 예수께서 하시고자 하는 그 일을 목회자는 신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성경, 특히 복음서를 중심으로 하여 빛이신 예수님이 어떻게 어두움을 물리치고 어두움의 세상을 밝음으로 채워 가고 있는지를 보면서 목회의 중심 주제와 모델을 발견하고자 한다.

1. 결핍이 있는 곳에 생수로 넘치게 하시는 그리스도

예수님은 목마른 자들을 부르시는 분이시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요7:37). 그 뿐 아니라 예수님은 죄인들을 찾으시며(마10:11-13), 무거운 짐을 지고 고통 하는 자들을 부르신다(마11:28-30).

예수님은 부족한 자들을 부르시는 분이시다. 예수님은 그들을 불러 풍성한 생수로 채우시는 분이시다,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리라"(요7:38).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는 인생을 상상해 보라. 예수님이 주시는 생수는 성령의 생수요(요7:39), 사랑과 기쁨과 평강의 생수요(갈5:22), 새 창조와 치유와 은혜의 생수이다(겔47장 참조).

시편기자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이 시절을 쫓아 과실을 맺으며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같이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시1:3)고 노래한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목마른 자들에게 생수의 강으로 흐르게 하려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 자들은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흐르는 복을 받는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오신 목적을 죄를 씻는 것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죄 씻음의 십자가요, 예수님은 지금 우리의 중보자로 하나님 우편에 계신 것은(요일2:1-2, 롬8:34) 사실이다. 그리고 죄 용서는 우리의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경은 죄를 씻으시는 예수님만 보여주지 않고 넘치게 채우시는 예수님을 더 많이 보여주신다. 그릇을 씻어 깨끗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딤후2:20-21). 그러나 그 그릇에는 보배로 채워져야 한다(고후4:7). 깨끗하게 씻겨졌으나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는 빈 그릇을 생각해 보라. 그것은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고전13:1)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그릇은 먼저 씻겨져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그릇은 하나님의 보배로 가득 채워져야 한다. 생수이신 그리스도 생명의 떡이 신 그리스도, 말씀과 지혜이신 그리스도, 은혜와 진리이신 그리스도는 진정한 하나님의 보배이다. 이 보배로 우리의 질 그릇을 채우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결정적이다. 성경은 풍성한 은혜로 우리를 채우시기 위해서 예수님이 오셨다고 거듭하여 가르친다. 이제 한국교회는 씻는 것만 강조하는 교회가 아니라 풍성하게 채우시는 그리스도까지 강조할 수 있어야 한다.

⑴ 목자이신 예수님

시편 23편은 여호와 하나님을 크신 목자로 비유하여 말씀하신다. 우리의 목자되신 하나님은 우리를 부족함이 없이 채워 주시는 분이시다. 그처럼 사랑을 받는 시편 23편은 넘치게 채우시는 하나님을 강조하신다. 우리 하나님은 징계나 채찍이나 용서나 씻음보다는 푸른 초장으로,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여 양들로 풍족하게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원수의 목전에서도 상을 베푸시며 기름으로 머리에 바르시고 우리의 잔을 넘치게 하시는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오신다.

그리스도는 "선한 목자"이사다(요10:14). 그분은 양들을 위하여 생명을 버리시는 선한 목자요,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 수고를 아끼지 아니하는 사랑의 목자이시다. 예수님은 자기가 오신 목적을 아주 분명하게 밝힌다.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다"(요10;10). 그러나 예수님께서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10:10).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오신 목적이 예수님을 믿는 자들에게 풍성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요한복음 3장 16절은 세 가지 중요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①어째서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의 몸으로 성육신 해야 했는가? ②예수님은 왜 십자가의 고난을 당해야 했는가? ③인간은 왜 예수님을 믿어야만 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영생"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엄청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쉽게 영생은 영원한 생명을 의미하며, 믿는 사람들이 죄의 심판을 받지 않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물론 영생이라는 단어는 이런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영생은 그보다 더 큰 뜻을 담고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한다면 영생(eternal life)은 이 세상의 어느 누구에게도, 어떠한 존재에게도 없는 것이요, 오직 하나님만이 가지고 있는 생명임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조세계의 모든 것은 이미 시작이 있는 존재요 따라서 그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 산들도, 바다도, 저 하늘의 별들도, 인간의 영혼까지도 시작이 있으며 끝이 있을 시간적인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영존 하시는 분이요 영생을 가지신 분이다.

요한복음 3장 16절에서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고 말씀하셨을 때 믿는 자들이 받을 것은 영생, 곧 하나님의 생명이다. 이것은 우리 인간들 속에 없었던 것인데 하나님께서 예수를 믿는자들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자, 곧 예수님을 영접한 자들은 하나님의 생명을 선물로 받는 자들이다. 믿는 자들의 속에는 하나님의 생명이 들어 있다. 이 생명은 죽음에서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이요, 미움을 사랑으로, 질병을 건강으로, 죄악을 성결로, 저주를 축복으로, 멸망을 구원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하나님의 능력이다. 이 놀라운 능력이 믿는 자들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그런데 이 능력은 곧 성령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 가운데 오셨다. 아골 골짜기, 뼈들이 널려 있는 죽음의 땅인 내 속에 하나님의 생명이 오셨다. 이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요, 주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 안에서 믿는 자들에게 들어오셨다. 당신은 지금 사망의 땅, 죽음의 그늘에 있다고 해도 당신이 믿는 그리스도께서 생명의 능력으로 당신에게 오셨기 때문에 빛의 영광으로 빛나게 될 것이다.

요한복음 1장 14절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가 진리가 충만하더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말씀(로고스)이 우리 가운데 거하신다. 그분은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와 진리로 충만하게 하시는 분이시다. 요한복음 4장 14절은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을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 오셨다고 말씀하신다.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게 하는 영생의 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는 말씀이다.요한복음 7:38-39절은 예수를 믿는 자들에게 성령의 생수가 우리의 배에서 강이 되어 흘러나리라고 말씀하신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들인가? 예수님은 부족함이 없이, 넘치게 양들을 채우시기 위하여 우리에게 오신 하나님이시다.

목회는 "나의 잔을 넘치게 하시는" 우리 주님을 소개하여 그 주님으로 성도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더 풍성하게 하도록 도웁는 교역자들의 삶이다.

⑵ 가나안 혼인 잔치에 오신 예수님

요한복은 2장 11절은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혼인 잔치를 축복한 기적을 "예수께서 이 처음 표적을 갈릴리 가나에서"행하였다고 말씀한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구원의 대 드라마를 연출하는 가운데 포도주가 모자라 고통하는 혼인잔치에 새로운 포도주를 만들어 공급함으로 이 드라마의 첫 번째 장을 열고 있다. 이 기적은 예수님의 대 사역의 첫 번째 시작이요, 앞으로 행하실 전 구원사역의 내용을 암시하는 것이요,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하실 일을 요약적으로 계시하는 기적이다. 그러므로 가나의 기적을 좀 더 깊이 검토하는 것은 예수님이 하시고자 하는 구원의 대 드라마의 깊이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내용으로 특별한 주석이 필요없는 것이다. 가나에 혼인이 있어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와 예수님과 제자들도 초청을 받았다.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모자라 고난에 빠진 것을 안 예수님의 어머니가 이 사실을 예수님께 말하고, 예수님은 하인들을 시켜 물로 된 포도주를 연회장에게 가져다 주게 한다. 이 포도주를 맛본 연회장은 처음보다 더 좋은 포도주가 나중에 나왔다고 기뻐한다. 제자들은 이 기적을 보면서 예수님을 확신하게 되었다. 특별한 설명도 없고, 해설도 없고 오직 이 기적이 예수님이 행하신 처음 표적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적을 통해 예수님은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었다고 말씀하신다. 이 표적은 영광스런 예수님이 모습을 드러내실 뿐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나타나는 하나님의 영광의 비밀을 계시한다. 이러한 기적이 일어나는 곳마다 예수님이 영광을 받으며,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이 계시된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면 바로 이런 기적이 계속하여 이 땅위에 일어나야 된다.

그러면 가나의 기적은 오늘에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주시는가? 이 기적은 혼인잔치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즐거움, 감격, 사랑, 기쁨, 축하,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춤추는 혼인잔치집을 상상해 보자. 혼인잔치집은 우리에게 긍정적이요, 적극적이요, 넘치는 이미지를 우리에게 주지 않는가?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가 아직 잔치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깨어져 버리고, 부정적이요, 비판적이요, 불안한 분위기로 바뀌어 버린다. 혼인잔치에 가장 필요한 포도주가 모자랐으니 주인도 손님도 다같이 불안과 불만과 원망등으로 얼굴이 어두워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 어두움의 그림자는 오히려 더 찬란한 빛의 전주곡이 되고 있다. 어두움이 있으므로 거기에 놀라운 하나님의 영광의 기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두움은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의 기회요, 구원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포도주가 모자라 근심과 원망과 불만 가운데 빠져 있던 가나의 혼인잔치는 예수님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더 넘치는 풍성한 잔치 자리로 바뀌고 있다.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고 제자들에게 믿음을 더하고 주인들과 손님들에게 더 큰 감격과 기쁨과 만족으로 가득해 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드라마를 보고 있지 않는가?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는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1:31)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위해 에덴동산을 창조하시고 모든 좋은 것으로 가득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즐거워하며 하나님의 복을 누리며 신명나는 삶을 살게 하셨다. 이곳은 잔치집과 같은 낙원이요, 긍정적이요, 적극적이요, 충만한 동산이었다. 하나님은 넘치는 인간, 기쁨과 감격과 사랑으로 가득하며, 모든 좋은 것으로 만족을 얻는 잔치집을 계획하셨다. 그런데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치 않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를 따먹음으로 그들은 잔치집에서 쫓겨나 땀 흘리며 수고하며, 해산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거치른 땅에 살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 우리 인간의 운명이 되고 말았다. 하나님은 잔치집을 만드셨으나 인간의 죄악은 비참한 광야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였다. 우리는 포도주가 모자란 가나의 혼인잔치집같이 불만과 불안과 원망과 절망속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어두움의 사람들이 되었다. 오늘 이 지구를 덮고 있는 어두움의 그림자를 보라. 포도주가 모자란 잔치집 같은 저기압을 보라. 그런데 예수님이 육신을 입어 어두움으로 둘러싸인 잔치집으로 들어 오셨다. 그 분은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잔치집에 영광의 빛을 비추시기 위해서 거기에 오셨다. 예수님은 욕망과 이기주의로 가득한 인간의 피를 영원한 하나님의 성결한 피로 바꾸어 모든 인류를 덮고 있는 죄의 그림자들을 씻어내며, 생명의 떡이 되고, 영생의 포도주 잔이 되어, 어두움의 인간들을 광명의 새 인간으로 거듭나게 하시며, 하늘 나라의 충만으로 넘치게 하시는 새역사를 창조하시고 있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인간의 구원사의 축도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드라마를 여는 문이다.

이것은 오늘 우리들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의 축도를 제시하며, 우리에게 어떠한 구체적인 구원이 오시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인간은 너 나 없이 아름답고 즐겁고 기대와 감격에 넘치는 잔치 집으로 세상을 시작한다. 새 생명을 시작하는 출산의 순간을 생각해 보라. 새 가정을 시작하는 결혼의 순간을 상상해 보라. 새로운 직업을 얻어 첫 출근을 하는 감격을 생각해 보라. 목사로 임직하는 순간의 축하와 박수를 생각하라. 어느 하나라도 출발의 순간에 감격과 아름다움과 축복으로 가득하지 않는게 있는가?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만 지나가 보라. 축복 속에 태어난 어린이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행복한 부부에게 어떤 어두움이 다가오고 있는지, 새로 취직한 직장에서, 새로 들어간 학교에서, 새로 위임받은 직책에서 어떤 신음 소리가 들리는지 자세히 드려다 보라. 거기에는 에덴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의 고통이 있을 것이요, 포도주가 모자란 가나의 혼인잔치의 어두움이 가득할 것이다.

예수님은 어두움의 땅, 모자람의 장, 고난의 자리에 오시는 분이시다. 그 분은 바로 거기에 빛으로, 충만으로, 평강의 왕으로 오신다. 거기에서 예수님은 그 영광을 나타내어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다. 충만하게 하신다. 예수님은 거기에서 미움을 사랑으로, 어두움을 빛으로, 불만을 충만으로, 저주를 축복으로, 재앙을 영광으로, 불안과 싸움을 평강과 화해로 바꾸신다. 이전보다 넘치는 기쁨으로 그곳을 충만케 하신다. 이것이 예수님이 오신 목적이다.

우리의 목회는 이 확신 속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덮인 가정이나 성도들일지라도 예수님은 그곳에 빛으로, 충만으로, 생명으로 오심을 확신하고 주 예수님이 그곳에서 행하실 기적을 기대하며, 확신과 희망을 가지고 목회현장에 임하여야 하는 것이다.

⑶ 약함을 자랑하게 만드시는 예수님

바울 사도는 세째 하늘에 이끌려 올라간 놀라운 체험을 간증하면서도 그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이 체험은 자랑할 것이 못된다고 못을 박는다(고후12:1-5). 바울 사도는 오히려 자기의 약함을 자랑하겠다고 선언한다(고후12:5-9). 그 이유는 약한 데에서 능력이 솟아나기 때문이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기 위해서는 우리의 약함이 필수적인 조건이 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고전 12:9). 그래서 그는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을 기뻐하고 있다.(고전 12:10). 그는 진정으로 약할 그 때에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나 자기를 강하게 하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바울의 하나님은 인간의 나약함 가운데 머무시면서 그 나약함을 은혜와 능력의 샘으로 사용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바울은 자기의 능력의 한계 속에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의 순간에 오히려 하나님의 능력을 기대하며 평안함을 얻는다. 바울은 핍박과 중상모략과 체험과 저주 속에 있을 때에 하나님의 부활의 능력으로 더 큰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거기에서 생겨날 것을 믿고 즐거워한다. 바울은 궁핍과 곤란 가운데 있을 때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의 공급을 기대하며 소망중에 즐거워한다. 바울의 하나님은 결핍이 있는 바로 그곳에 오셔서 우리를 넘치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바울은 누가 복음 6장 20-26절까지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4가지 복을 몸으로 체험하였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요,

이제 주린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배부름을 얻을 것임이요,

이제 우는 자는 복이 있나니 너희가 웃을 것임이요,

인자를 인하여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며, 멀리하고,

너희 이름은 악하다 하여 버릴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도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

(눅 6:20-23)

가난의 순간에 하나님의 나라를 기대하고, 주리는 순간 주님께서 배부르게 채우실 미래를 소망하며, 눈물로 가득할 때에 웃을 내일을 가지고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예수님 때문에 미움을 당하고, 소외 받고, 중상모략을 하며 버림 받을 때에 하늘의 상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뛰논 것이 바울의 목회의 중심이었다고 할 것이다. 하나님은 빈 그릇을 비었다고 책망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그릇에 하늘의 보배로 가득 채워 안겨 주시는 분이시다. 바울은 이 진리를 깊이 깨달았기 때문에 자기의 약함을 크게 기뻐하고 자랑하고 있다(고후12:9). 자기의 약함을 더 깊이 깨달을수록 그의 그릇은 더욱 깨끗이 비워지며, 더 큰 능욕과 핍박을 받을 수록 그 그릇은 더 커지며, 궁핍과 곤란에 처할수록 더 넘치게 하나님이 채우신다. 빈 그릇을 채우시는 하나님이 바로 거기에 계신데 그 누가 자기의 빈 그릇을 부끄러워하겠는가?

당신은 지금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교역을 담당하기 어렵다고 한 숨을 쉬고 있는가? 바로 지금 약한 곳에 임재하시는 주 예수님이 당신에게 말씀하신다, "세상 끝날까지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 그분을 바라보라. 당신의 빈 그릇을 가득 채우시는 주님을 바라보라. 당신은 지금 능욕과 조롱을 당하고 있는가? 예수님 때문에 소외당하며,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고 있는가? 사람들에게 중상모략을 당하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가? 그렇다면 기뻐하고 뛰놀아야 할 것이다. 주님은 놀라운 상을 가지고 지금 당신에게 오시고 있다. 당신을 비방하는 그들을 보지 않고 상을 가지고 오시는 주님을 보는 자는 진실로 복되도다. 이제 주님을 위해 고난으로 나아가자. 주님의 이름을 증거하기 위해 나의 약함을 자랑하자. 우리의 약함 가운데 임재하여 그 약함을 주님의 능력의 샘으로 삼으시는 우리 주님을 찬양하자.

하나님의 교역(Ministry of God) 은 약한 곳에 오시고, 부족한 것을 채우시고, 고난 가운데 영광의 샘을 만드시는 주 예수님의 능력으로만 가능한 것이다. 목회자는 바로 그 예수님만 의지하여 그 분의 능력으로만 목회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 질병의 치유자로 오신 예수님

복음서는 예수님의 교역(Ministry of Jesus)을 소개하면서 한결 같이 질병을 고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소개하신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기적들도 대부분이 병든자를 고치시는 사건들이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이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증거하기 위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병을 고친 기적이 예수님이 세우신 사도들에게까지만 나타나고, 성경이 기록된 다음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병을 고치는 기적은 단순히 증거의 기적일 뿐이라는 주장은 복음서를 읽을 때에 설득력을 잃어 버린다. 어떻게 그 수많은 기적과 사랑의 접촉이 단순히 예수님과 사도들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사도들임을 증거해 주기 위한 기적에 부과할 수 있을까? 예수님은 병든 자들의 병을 고치시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임을 증거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었을까? 아니면 질병의 어두움으로 고통 당하는 자에게 그 어두움의 구름을 걷어 버리고 밝은 빛을 선물하고자 하는 사랑과 구원에 초점을 맞추었을까? 필자는 예수님의 치유의 기적들은 예수님 자신을 증거하는 증거의 기적이라기 보다는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여 그들은 구원하시고자 하는 구원의 대드라마의 중심 주제라고 믿는다.

⑴ 예수님의 기본적인 목회주제로서의 치유교역(Healing Ministry).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의 중심 교역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서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색 병자와 고통에 걸린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 병자를 대려 오니 저희를 고치시더라. (마4:23-24)

마태는 9장 35절에서도 같은 말씀을 반복하여 기록하고 있다, "예수께서 모든 성과 촌에 두루 다니시며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 마태는 예수님의 중심 교역(Ministry)을 심방, 교육, 설교, 병고치심으로 요약하고 있다.

예수님은 옥에 갇힌 세례요한이 예수님에게 보낸 질문에 대답하면서 메시야 사역의 중심 가운데 하나가 병을 고치시는 일임을 천명한다. 세례요한이 예수님께 하는 질문은 "오실 그 이가 당신이오니까?"하는 것이다. 이 질문은 『진정으로 당신이 하나님으로부터 오신 그리스도입니까?』하는 질문이다. 예수님은 자기의 교역을 소개하므로 세례요한의 질문에 대답한다.

너희의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 (마11:4-5).

예수님은 메시야 시대를 예언한 구약선지자들의 말씀이(예, 사29:18, 35:3-6등) 자기에게 그대로 응하고 있다고 하는 사실을 보게 함으로 세례요한의 질문에 간접적으로 대답하고 있다. 예수님은 메시야 교역의 중심에 병을 고치며, 약한 자를 강하게 하며, 고난당하는 자들을 축복하는 일들이 있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초기 사역은 병고치는 일에 집중되고 있음을 공관복음서는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해질 적에 각색 병으로 앓는 자 있는 사람들이 다 병인을 데리고 나아 오매 예수께서 일일이 그 위에 손을 얹으사 고치시니(눅4:40).

저물어 해질 때에 모든 병자와 귀신들린 자를 예수께 데려오니 온 동리가 문 앞에 모였더라. 예수께서 각색 병든 많은 사람을 고치시며, 많은 귀신을 내어쫓으시되 귀신이 자기를 알므로 그 말하는 것을 허락지 아니하시니라(막1:32-34).

마태는 예수님의 기본적인 교역의 중심에 병을 고치는 사역이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증명하기 위하여 구약성경을 인용한다:

저물매 사람들이 귀신들린 자를 많이 데리고 예수께 오거늘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를 다 고치시니 이는 선지자 이사야로 하신 말씀에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8:16-17).

이사야 53장은 고난받는 하나님의 종의 노래이다. 이 말씀은 장차 오실 메시야가 어떠한 분이신가를 말씀하시며, 메시야 사역의 핵심을 노래한다. 마태는 이사야 53장 4절 말씀을 인용하면서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우리의 연약함과 병을 짊어지시기 위한 것임을 선포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이제까지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짊어지신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말씀이다.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시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연약함을 친히 담당하시고 우리의 병을 짊어지시는 것까지 포함한다. 예수님은 우리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셨을 뿐 아니라 우리의 질병을 대신 지시고 죽으심으로 우리의 병을 치유하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하나님의 교역(the ministry of God)을 위임받은 목회자의 기본적이요 중심적인 목회주제 가운데 하는 치유교역이요, 치유교역을 회피하거나 가볍게 보는 것은 하나님의 교역의 근본을 포기해 버리는 어리석은 짓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목회자들을 통하여 질병의 어두움으로 가득한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질병을 치료하심으로 그들을 덮고 있는 사망의 그늘과 어두움의 그림자를 벗겨 내고 하나님의 찬란한 영광으로 가득하게 하려고 하신다.

⑵ 전인치유와 인간구원

예수님의 치유는 병을 고치는 능력이나 병 고침 자체의 기적적 행위보다는 병으로 고통당하는 환자 자신과 그의 전인적인 구원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우리가 훌륭한 의사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에 능력있는 의사, 병을 잘 고치는 의사, 진단을 기가 막히게 하는 의사,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의사등으로 이야기 한다. 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병을 얼마나 잘 진단하고, 그 병을 잘 고치느냐에 있다. 의사가 환자를 사랑하며, 환자의 심정에 공감하며, 병고침을 받은 이후의 삶에까지 관심을 갖는다면 이에서 좋은 일은 없지만 사람들은 의사에게 이런 것까지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의사의 관심이 우선적으로 병을 고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 세계 안에서 병고침의 은사를 받고 병고치는 일에 충성하는 교역자들은 의사처럼 전적으로 병고침에 관심을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병을 고치는 능력이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은사의 측면을 강조하고, 하나님께서 그 병을 고쳤다는 하나님의 치유를 강조하고, 병고침을 받기 위하여 하나님을 믿고 순종해야 한다는 환자의 신앙을 강조하며, 환자 자신이 예수를 믿고 구원받게 하려고 힘쓴다는 점에서 의사들과 다른 관심을 가지고 병을 고치며 그러한 의미에서 그들은 좀 더 포괄적으로 환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병고치는 교역자들은 첫째로 병자들 자신에게 보다 환자 이외의 어떤 것들을 더 강조한다. 하나님의 은사에 관한 관심, 하나님이 고치셨다는 믿음, 병고침을 받은 자들의 확신, 병고침을 받은 자들로 예수를 믿게 하려는 선교적 관심등을 강조함으로 그들은 환자 자신에게 깊이 관심을 갖지 못한다. 두번째로 병고치는 교역자들은 병을 고치는 그 일, 즉 환자가 건강한 몸을 가지고 신앙생활하는 것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 이 모든 것은 교역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관심인 것은 틀림이 없으나 예수님은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을 부차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첫째로 예수님은 환자 자신에게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님은 병을 어떻게 고치느냐? 또는 그 환자에게 믿음이 있느냐? 또는 하나님만이 이 병을 고치는 것이니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것 등에 그렇게 큰 열정을 보이지 않으셨다. 가끔 환자에게 믿음이 있어야 고치는 것처럼 이야기 한 경우도 있으나(막5:34, 10:52 등), 그 때에도 예수님의 진정한 관심은 병으로 고통을 당하는 환자에게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예수님은 그들을 민망히 여기신다(막1:41).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과 같이 유리하는 백성들을 향하여 깊은 연민을 느끼신다(마9:36). 마태는 환자들을 포함하여 고난당하는 인간들을 "흑암에 앉은 백성",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마4:15-16)이라고 표현한다. 환자들을 어떻게 고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두움과 사망의 그늘에서 고통당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그 현실을 공감하며, 그들을 위해 그 병을 친히 짊어지고 자신이 그 고통을 당해야 한다는 사랑이 예수님을 사로 잡고 있는 것을 본다. 의사는 병을 고쳐주고 얼마나 받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병 고치는 교역자들도 적어도 병을 고친 후에 얼마나 신앙이 부흥하고, 교회가 성장하느냐에 관심을 갖는다. 즉 병고침으로 생겨나는 유익 또는 결과 또는 내가 받는 반대급부에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예수님은 환자들을 사랑하고, 환자들을 아끼며, 환자 자신을 위하기 때문에 병고침의 대가로 어떠한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예수님의 기대는 오직 그 환자들이 더 심한 것이 다시 생겨나지 않게 죄를 범치 않는 것이었다.(요5:14). 그것은 예수님이 받을 반대급부라기 보다는 환자 자신을 위한 권면이요, 부탁일 뿐이다. 오히려 예수님은 환자들의 연약함과 질병을 고쳐 주시고 자신은 그들이 담당했던 연약함을 친히 자기 몸에 담당하시고, 그들이 짊어졌던 병의 짐을 자신의 어깨 위에 짊어지시고 십자가에 죽으셨다. 예수님의 치유는 자기가 짊어지고 담당하는 치유이다. 나는 고통당하고 너는 즐거워하고, 나는 병을 짊어지고 너는 건강하고, 나는 죽고 너는 생명을 얻으라고 하는 것이 예수님의 관심이요, 치유교역의 중심이었다. 전적으로 환자를 사랑하여 그들의 심정을 공감하고 그들의 아픔을 예수님 자신이 담당하고, 그들의 건강의 대가로 자신은 그 병을 짊어지고 십자가에 죽으시는 예수님의 치유교역이 바로 오늘 우리가 담당해야 할 치유교역의 모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예수님의 치유의 특별한 점은 환자의 전인구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공감, 환자의 몸을 고쳐 건강하게 사는 것, 환자의 정신적인 평안, 환자의 사회관계의 회복, 환자의 영적인 삶의 회복등 예수님은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모든 장애들에서 해방되는 전인적인 건강과 영적인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가복음 1장 40-45에 나오는 문둥병자의 치유사건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이 문둥병자는 단순히 몸의 질병 때문에만 고통당하는 것이 아니다. ①그는 날마다 지체들 중 하나가 죽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육체의 질병을 갖고 있는 자다. ② 그는 질병의 공포속에서 불안과 절망과 수치와 원한과 저주를 안고 사는 정신적·정서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③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 격리 수용되어야 하는 고독의 사람이요, 관계가 단절되어버린 사람이다. ④ 그는 사회적으로 소외를 당하고 문둥병자 촌에 구금되어 벗어날 수 없는 속박을 받고 있다. ⑤ 그는 하나님의 저주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를 저주하며 고통가운데 버려두는 하나님이 되어 버렸고 따라서 그는 영적으로 하나님과 단절 상태에 있다. 문둥병자의 문제는 단순히 육체적인 질병만이 아니라 전인적이요, 영적이다. 그의 문제는 단순히 병을 고쳐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한 인간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고 한다면 전인적인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안된다. 그는 몸의 질병에서의 회복 뿐 아니라 전인이 회복되어야 하는 자이다.

예수님은 ① 먼저 관계가 단절되어 사람들과 교제가 금지된 이 문둥병자를 만나주셨다. 예수님은 전혀 자격이 없는 그 사람을 만나 주시고 있다. 예수님의 만남은 자격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필요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② 예수님은 그를 민망히 여기셨다. 즉 문둥병 환자와 같은 마음을 품으셨다. 예수님은 사랑으로 문둥병자를 보셨다. 문둥병자의 깊은 심정속에 들어가 그의 마음을 고치고 있다. ③예수님은 손을 내밀어 문둥병자의 몸에 대셨다. 육체적인 접촉을 통해서 예수님은 문둥병자를 감싸안고 있다. 예수님은 그를 자기품에 받아 들이고 있다. 문둥병자는 이제 예수님과의 육체적인 접촉 속에서 소외와 단절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어가고 있다. 과거에 하나님은 자기에게 저주의 병을 주신 분이었으나 이제 자기를 만나주신 메시야는 자기의 더러운 몸에 손을 대시고 받아 주시므로 하나님과의 새로운 관계의 문이 열리고 있다. ④ 예수님은 말씀으로 문둥병자의 육체적 질병을 고쳐 주시고 있다. 이제 하나님은 예수님 안에서 그의 병을 고쳐주시는 분이 되셨을 뿐 아니라 그 병을 짊어지신 분이 되셨다. 하나님은 사랑의 대가를 지불하시고 있다. ⑤ 예수님은 문둥병에서 나음을 입은 자를 제사장에게 보내어 모세가 명한 예물을 바치게 함으로 병에서 나음을 입었다는 공적인 증거를 받게 만든다. 제사장이 공적인 증거는 문둥병에 걸렸던 사람이 사회적인 관계 회복에 필수적인 것이다. 예수님은 이 문둥병자의 문제들을 모두 제거하여 한 인간으로서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하시고 있다. 얼마나 넘쳤으면, 예수님이 경계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처럼 많이 예수님을 전파했겠는가?

예수님의 치유는 교역자들의 목회의 모델이다. 치유의 근원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다. 치유의 능력이 그분에게서 오고 있다는 것도 교역자들은 알고 있다. 교역자는 하나님의 능력이 흐르는 통로에 불과하다. 교역자들은 이것을 강조하고 여기에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병으로 전인적인 장애를 경험하며 고통하는 환자를 사랑하며 그를 전인적으로 회복시키며, 영적으로 성숙하게 성장시킨 다는 예수님의 관점에 더 집중하여 교역을 하여야 한다.

3. 귀신을 쫓아내시는 예수님의 교역

⑴ 예수님의 오신 목적과 귀신을 쫓아내는 교역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교역중에서 귀신들린 사람들을 자유케 하는 일반적인 교역들이 많이 있다(마4:24, 8:16, 막1:32-34, 39, 3:11, 6:13, 눅4:41, 6:18, 7:21등). 이 구절들 가운데서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님이 병든 자들을 고치신 것처럼, 수많은 귀신들린 사람들을 고치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물매 사람들이 귀신들린 자를 많이 데리고 예수께 오거늘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를 다 고치시니(마8:16).

마태는 이 말씀 가운데서 귀신을 쫓아내시는 예수님의 교역은 아주 일반적인 교역들 중 하나이며 이것을 위해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이라고 암시하고 있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선택할 때에 그 목적은 귀신들린 자들에게서 귀신들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쳐 주어 귀신과 질병과 약함의 어두움 속에 살던 백성들을 어두움의 권세에서 해방시켜 주 예수님의 찬란한 영광의 빛 가운데 살게 하려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그 열두제자를 부르사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을 주시니라(마10:1)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보내사 전도도 하며, 귀신을 내어쫓는 권세도 있게 하려 하심이라(막3:14-15).

예수님은 70인을 선택하여 전도하러 보낼 때에도 그들에게 귀신을 쫓아내는 권세를 주시고 보내었던 것 같다. 누가복음에 따르면 70인이 돌아와서 전도보고를 하는 가운데 그들을 가장 흥분시켰던 경험은 귀신들을 쫓아낸 경험이었던 것 같다:

칠십인이 기뻐 돌아와 가로되 주여 주의 이름으로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단이 하늘로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 내가 너희에게 뱀과 전갈을 밟으며, 원수의 모든 능력을 제어할 권세를 주었으니 너희를 해할 자가 결단코 없으리라. 그러나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하시니라(눅 10:17-20).

사도 요한은 아주 직접적으로 예수님이 오신 목적을 마귀의 일, 곧 사탄의 시험과 귀신들의 역사를 멸하기 위해서라고 선포한다: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요일3:8).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목적 가운데 하나가 귀신을 쫓아내는 일이며 목회자들이 예수님의 교역을 오늘 하나님의 교회와 세상에서 행하여야 한다면 목회자들의 교역 가운데 중요한 항목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공관복음에는 귀신을 쫓아내는 예수님의 일반적인 교역외에 귀신들린자를 구원하신 7가지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① 회당에서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자를 구원하심(막1:21-28, 눅4:31-37).

② 귀신들려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당하는 자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심(마12:22-29, 막3:22-27, 눅11:14-23). ③군대 귀신들린 거라사인을 구원하심(마8:28-34, 막5:1-20, 눅8:26-39), ④ 흉악한 귀신들린 수로보니게 여인의 딸을 구원하심(마15:21-28, 막7:24-30), ⑤ 귀신들려 간질하는 소년을 구원하심(마17:14-21, 막9:14-29, 눅9:37-43), ⑥ 귀신들려 불구가 된 여인을 해방시킴(눅13:10-17), ⑦ 벙어리 귀신을 쫓아내고 그 사람을 구원하심(마9:32).

⑵ 예수님의 축사교역의 암시점들

우리는 이 사건들을 자세히 다루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본 장의 목적이 아니다. 본 장은 예수님의 교역의 초점이 어디에 있었으며, 예수님은 세상에 오신 목적을 어떻게 이루어 가시는가를 보임으로 우리의 교역의 주제와 모델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귀신을 쫓아내신 교역의 근본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은 그의 저서 『나는 사탄의 멸망을 믿는다』에서 예수님의 축사교역의 강조점을 12가지로 요약하고 있는데 그것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Michael Green, 오성춘역, 1994, pp.178-181).

① 예수님은 귀신들린 자를 찾아가지 않으셨다. 거의 모든 귀신 쫓아낸 기록들을 보면 사람들이 귀신들린 자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 구원을 받았다.

② 예수님은 말씀으로 귀신을 쫓아내셨다(마8;16). 예수님은 귀신들을 꾸짖으셨다(마9:25). 그리고 일반적으로 예수님은 논쟁하지 않으셨다. 참으로 예수님은 귀신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지 않으셨다(막1:34). 오직 유일한 예외는 군대 귀신들린 거라사인의 사건뿐이다.

③ 예수님은 하나님의 성령의 권능으로 행하셨다(마12:28). 누가복음에는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이 일을 하셨다고 했는데(눅11:20) 이것은 구약성경의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성령의 권능과는 동의어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믿음과 기도와 금식으로 귀신을 쫓아내셨다(막9:29, 마17:20).

④ 어떤 경우에는 예수님께서 귀신에게 나가라는 명령을 반복해야 했다. 귀신들은 언제나 예수님의 명령을 듣고 즉시 순종하지 않았다. 우리는 마가복음 5장 8절에서 "예수께서 이미 저에게 이르시기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기록된 말씀을 읽는다. 이 말씀은 진행을 의미하는 시제를 쓰고 있다. 그 뜻은 『예수님은 귀신을 쫓아내는 과정에 있었다』또는 『예수님은 계속하여 귀신을 쫓아내고 있었다』로 읽을 수 있다.

⑤ 어떤 경우에 예수님은 귀신에게 나오라고 명하기 전에 귀신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눅4:35). 아마도 이것은 예수님 자신의 비유로 하신 말씀대로 그의 집에 들어가지 전에 강한 자를 결박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⑥ 예수님은 가끔 악령에게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명하고 있다(막9:25). 다시 한번 예수님의 비유 가운데서 더러운 영이 다른 귀신들을 데리고 본래의 사람에게 돌아온다는 비유와(눅11:24-26) 연관하여 이 말씀의 뜻을 생각할 수 있다.

⑦ 예수님은 언제나 귀신에게 직접적으로 명령하고 있지 귀신들린 사람에게 명하지 않는다.

⑧ 예수님은 귀신에게 억압받는 자와 귀신들린 자를 구별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오늘날 인위적인 구별이다. 성경에 자주 나오는 헬라어 daimonizomai는 귀신들렸다는 말이고, 가끔 나오는 echein damonion은 귀신을 가졌다는 말이다. 귀신억압과 귀신들림을 구별하는 현대의 관행은 헬라어 성경에 아무런 기초가 없는 것이다.

⑨ 예수님은 귀신들린 사람을 치유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그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었고, 반면에 병든 사람들을 치유하셨다. 이 구별은 중요하다. 가끔 누가복음 9장 1,2절과 13장 32절과 같이 그 구별은 유지하면서도 양자의 연계를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현대의 귀신 쫓는 교역에서 보면, 귀신을 쫓아내는 것으로만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동시에 그의 질병을 치유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귀신을 쫓아내는 일과 병고치는 일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⑩ 한번은 예수께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귀신을 쫓아내었다고 기록되었다(마15:28). 그 상황을 보면, 큰 믿음과 끈질긴 노력과 외골수의 간구가 이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고 암시하고 있다.

⑪ 예수님의 권위가 이런 귀신 쫓는 교역에서 아주 중요하게 드러나고 있다. 귀신들은 아무런 질문 없이 그분께 순종해야만 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파송을 받은 제자들마저도 귀신들이 자기들에게 복종하는 것을 발견하였다(눅10:17,20)

⑫ 십자가는 사탄과 그 추종자들인 귀신들의 패주의 절정이었다. 이것은 복음서 여러곳에 언급되었으나 마태복음 8장 16-17절은 이것에 관하여 중요한 힌트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이사야 53장에서 인용한 이 구절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고 하신 17절 말씀은 16절에서 행하신 병든 자를 고치시고 귀신들린 자들에게서 귀신들을 쫓아내는 것에 적용되었다. 이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구약의 예언을 인용한 것이요, 구약에서 끌어내어 예수님의 교역에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완전히 우리의 질병과 죄를 담당하시고 우리의 원수를 패배시킨 곳은 바로 십자가 상이다. 마태는 예수님의 삶으로 돌아가 그것을 적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치유와 귀신쫓아 내는 모든 교역에서 보는 눈을 가진 사람들은 갈보리에서 보여준 본 영화의 예고편과 주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교역 과정에서 예수님께 상처를 입은 사탄과 그의 추종자 귀신들의 반발이 예수님을 십자가 위의 고난으로 이끌었으나 결국 그 장소가 그들에게 결정적인 패배의 장소가 되었다. 즉 십자가는 예수님과 사탄과의 갈등의 전 과정을 종결짓는 결정적인 사탄의 패배의 장이 되었다. 그러므로 십자가는 귀신들을 쫓아내는 교역에서 견고히 설 수 있는 근거지가 된다.

우리는 귀신들린 자들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교역에 관해서 장을 달리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것이다. 본장은 귀신을 쫓아내며 사탄의 시험에 대항하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위에 들어오게 하는 중대한 예수님의 교역이요 십자가는 이 교역의 정점임을 암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⑶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

성경은 귀신들을 사탄의 추종자들로서 사탄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며, 사탄의 왕국을 지속시키려고 하나님께 반항하는 자들이라고 가르친다. 귀신의 작전과 능력과 목적등을 알기 위하여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귀신들림과 사탄의 유혹을 받는다는 말은 구별된다. 후자는 사탄이 사람들속에 들어오지는 않으나 끊임없이 성도들을 자기의 지배 아래 끌어들이려는 사탄의 수단이다. 이것을 알기 위해서 성경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요한계시록 12장은 사탄과 그 추종자들의 활동과 계획과 원대한 포부에 관해서 희미하게나마 우리가 깨달을 수 있게 계시한다. 그 가운데 사탄의 존재의 근원과 귀신들의 시작을 이야기해 주는 구절들을 보기로 하자.

하늘에 전쟁이 있으니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이 용으로 더불어 싸울새 용과 그의 사자들도 싸우나 이기지 못하여 다시 하늘에서 저희의 있는 곳을 얻지 못한지라. 큰 용이 내어쫓기니 옛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는 온 천하는 꾀는 자라. 땅으로 내어쫓기니 그의 사자들도 저와 함께 내어 쫓기니라(요한계시록 12:7-9).

이 말씀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하여는 사람들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구절들 가운데서 시탄과 그 추종자들의 기원과 계획과 방법에 대해서 약간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① 사탄은 본래 하늘의 존재로 하나님을 섬기는 천사들 가운데 하나이었다. 에스겔 28:14은 사탄이 본래 어떠한 존재이었는가를 암시하는데 그가 "화광석 사이에서 왕래하였었도다"하고 기록한다. 여기에 언급한 화광석은 하나님의 보좌를 상징하는 말로 사탄은 본래 하나님의 높은 보좌 사이에서 왕래할 특권을 가진 천사였다, "너는 기름부음을 받은 덮는 그룹임이여 내가 너를 세우매 네가 하나님의 성산에 있어서 화광석 사이에서 왕래하였었도다"(겔28:14). 덮는 그룹이라는 말은 아주 높은 천사를 지칭한다. 사탄은 본래 높은 지위에 있는 하나님의 천사였다.

② 하나님의 천사로 하나님의 보좌사이를 왕래하던 사탄은 어떠한 이유로 하나님을 배반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천사장 미가엘은 사탄과 더불어 싸우게 되었다. 이 때 하늘 나라의 천사들은 양진영으로 나누어져 미가엘을 따르는 천사들과 사탄을 따르는 천사들이 하늘 전쟁에 참여하여 서로 싸웠다.

③ 이 싸움에서 사탄과 그의 사자들은 패배를 당하여 하늘에서 더 이상 있을 곳을 찾지 못하여 세상으로 쫓겨났다. 사탄은 이제 이 세상의 지배자가 되어 세상을 자기 손에 장악하게 되었다.

④ 사탄의 사자들도 사탄과 함께 하늘에서 쫓겨나 세상으로 들어 왔으며, 그들은 사탄의 추종자로서 사탄의 계획을 수행하는 대리인이 되어 사탄의 세상 통치를 돕는 자들이 되었다. 바로 이들이 귀신들이라고 불리는 자들이다.

⑤ 사탄과 귀신들은 본래 하나님의 천사들로서 영적인 존재이며, 놀라운 힘과 권능을 가진 자들로 오직 하나님의 천사장 미가엘과 그의 사자들에게 쫓겨난 자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이길 힘은 우리 인간에게는 없으며 오직 사탄과 그의 추종자들을 십자가로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께만 있다. 그 분은 마귀의세력을 멸하러 오신 분이시다. 우리는 그 분을 의지하여서 사탄과 귀신들을 이길 수 있다.

⑥ 사탄은 대표적인 이름이요 그에게 붙은 별명들이 많이 있다. "큰용", "마귀", "옛뱀", "온 천하를 꾀는 자"등으로 우리는 수많은 그의 별명 가운데서 그의 세상에서의 사역과 그의 특성을 읽을 수 있다.

⑦ 사탄은 "세상을 꾀는 자"이다. 요한계시록 20장 10절은 "저희를 미혹하는 자" 즉, 성도들을 시험하여 미혹에 빠지게 만드는 자라고 했다. 요한계시록 13장 14절은 여러가지 표적과 기사를 이용하여 세상 사람들을 미혹하여 자기의 지배하에 두려는 자라고 하며, 예수님은 사탄을 "거짓말 하는 자요 거짓의 아비"(요8:44)라고 선언한다. 사탄은 위장의 대가요, 거짓의 아비이기 때문에 언제나 성도들과 사람들을 미혹하여 자기의 지배를 받게 만들고자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 자이다.

사탄은 왜 하나님을 배반하게 되었을까? 첫째로 에스겔 28:11-19까지 말씀은 사탄이 교만하여 하나님을 배반하였다고 가르친다. 그는 지음을 받을 때부터 "완전한 인이었고, 지혜가 충족하며, 온전히 아름다웠다"(28:12). 사탄은 하나님의 동산에서 각종 보석으로 단장하였고 그를 위해 소고와 비파가 준비 되어었다(13절). 그는 기름 부음을 받는 덮는 그룹으로 하나님의 보좌사이를 왕래하는 특권을 받은 자였다(14절). 사탄은 하나님께 지음을 받은 것들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완전하고, 놀라운 특권과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였다. 그러나 그가 "아름다움으로 마음이 교만하였으며", "영화로움으로" 자기의 "지혜를 더럽혔으며"(17절) 하나님의 산에서 쫓겨났다.(16절) 사탄은 모든 것에 넘치는 복을 받았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그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말씀은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는 말씀이 아닐까?

그러나 화 있을진저 너희 부요한 자여, 너희는 너희의 위로를 이미 받았도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화 있을진저 너희 이제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 모든 사람이 너희를 칭찬하면 화가 있도다. 저희 조상들이 거짓 선지자들에게 이와 같이 하였느니라(눅6:24-26).

두번째로 사탄이 하나님을 배반한 이유는 하나님의 자리를 노리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이사야 14:12-20절까지에서 암시한다. 사탄은 마음에 이르기를 "내가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내가 북극 집회의 산 위에 좌정하리라. 가장 높은 구름에 올라 지극히 높은자와 비기리로다"(사14:13-14)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하늘에서 쫓겨나 세상의 지배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말씀 가운데서 사탄은 "내가"라는 말을 5회나 반복하면서(우리말 번역에는 두번만 사용) 자기 중심적인 그의 특성을 아주 적나나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사탄은 자기의 추종자들에게 자기 중심적인 삶을 지향하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자랑하게 하고 자기유익을 구하여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게 만든다. 사탄이 태초에 "옛뱀"으로 화하여 하와를 유혹할 때에도 그의 본성인 거짓말(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먹어도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고 하나님의 말씀을 반대하는 거짓말을 함, 창3:4, 창2:17 비교)을 사용하여 하와를 유혹하고 그녀의 이기적이요 자기 중심적인 본성을 자극하여 범죄하게 만든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창3:5)

우리는 여기에서 사탄의 시험의 특성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① 사탄은 우리 인간들에게 자기의 아름다움과 지혜와 특권들을 구하게 하여 거기에 빠져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기의 영광을 구하게 만들므로 사탄에게 종속되어 살기를 원한다.

② 사탄은 자기 중심적인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여 언제든지 자기의 유익과 자기의 명예를 구하게 만들므로 하나님을 나에게서 떠나게 만들고 모든 일을 자기 중심에서 하게 만든다.

③ 사탄은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게 만들고 자기를 보게 만든다. 그래서 인간이 자기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보면서 열등감과 수치심에 빠지게 만들어 끊임없이 사탄의 방법을 배우고 사탄에게 자기의 양심을 팔게 만든다.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시험에 빠져 하나님을 배반했을 때에 처음 느낀 감정은 부끄러움이었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자기를 비하시는 일이었다(창3:6-13).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를 완전히 비운 분이시다(빌2:5-6).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음으로 사탄의 방법을 완전히 부정한 최초의 사람이다. 그분은 철저히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고 고난당하는 사람들만 위하심으로 사탄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주신 분이다. 그리고 성령이 우리에게 오신 것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철저하게 자기를 비우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게 하시며, 고난당하는 자들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할 수 있게 도우시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령안에서 예수님을 따를 때에 사탄은 우리에게서 물러가고 성령 안에서 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② 이웃을 위해 헌신하며, ③ 자신을 존중하며 이웃을 존중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장애자들을 완전케 하시는 예수님

예수님께서 참 빛으로 이 세상의 어두움 속에 들어오셔서 어두움의 세상을 빛의 영광으로 가득하게 만드시고자 했다면 불구자들과 장애자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완전하게 만드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장애자들만큼 어두움의 그늘에 살고 있는 자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⑴ 장애자들의 상황

예수님께서 오실 때에 이스라엘의 장애자들은 마태가 이야기하는 그대로 흑암에 앉은 백성이었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이었다. 인간이면서도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인간답게 살지도 못하고 천대와 멸시와 고난 가운데 살아야 했다. 성경의 불구자들은 대부분이 거지생활을 했다. 그들은 평생동안 구걸하여야 하는 운명의 사람들이었다. 어제도 거지, 오늘도 거지, 내일도 거지, 죽을 때까지 거지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을 상상해 보라. 예수님 당시에 맹인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더욱 비참하였다. 맹인으로 태어난 자는 7세까지 부모에게 도움을 받으나 그 이후부터는 거리에 나가서 구걸해야 하며, 그 당시 사람들이 맹인의 눈을 보기 싫어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갈 때에는 보자기를 뒤집어 써야 하는 것이 맹인들의 삶이었다(노만 샤우척,『영성훈련 지침서』pp.62-63). 바디메오가 예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에 겉옷을 벗어버리고 예수님께 달려간 것은(막10:50) 겉옷 어깨에 연결되어 있는 눈을 가리는 보자기를 벗어 버리고 수치스러운 맹인의 눈을 그대로 가지고 예수님 앞에 나갔다는 뜻이다. 다른 인간에게는 수치스러운 눈이기 때문에 보자기로 가리워야 하지만 다윗의 자손 예수(구약에서 예언한 그리스도)는 더러운 수치를 영광의 빛으로 고치시고 어두운 눈을 뜨게 하시고 장애자를 완전하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겉옷을 벗어 버리고", 즉 수치의 눈을 가리우고 있던 보자기를 벗어 버리고 바디메오가 가지고 있는 것을 그대로, 즉 수치의 눈을 그대로 예수님 앞에 내어 놓은 것이다. 예수님은 어두움을 빛으로 바꾸기 위해 오신 분이요, 인간의 수치를 영광으로 고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바디메오는 예수님 앞에서 다시 보게 되어, 거지의 삶을 청산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명자의 길로 들어섰다.(막10:46-52).

⑵ 장애자를 위해 오신 그리스도

이사야는 오실 그리스도를 예언하면서 그날의 영광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여호와의 은혜의 해와 우리 하나님의 신원의 날을 전파하여 모든 슬픈자를 위로하되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게 하시고 그들로 의의 나무 곧 여호와의 심으신 바 그 영광을 나타낼 자라 일컬음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사61:2-3).

예수 그리스도가 오셨을 때에 슬픔으로 가득하였던 자가 화관을 쓰고, 희락의 기름으로 가득하며, 근심하던 자가 찬송의 옷으로 바꾸어지고 저주와 멸시와 절망에 쌓였던 자가 여호와의 심으신 바 그 영광을 나타내는 의의 나무로 바꾸어진 자들이 누구인가? 베드로도 그러하고, 마태도 그러하고, 막달라 마리아도 그러하지만, 그 가운데 맹인 바디메오를 빼어 놓을 수 있을까? 성전 미문에 앉아 구걸하던 앉은뱅이를 제외시킬 수 있을까? 신약성경은 장애자들이야 말로 진실로 오실 그리스도를 대망하던 자들이요, 그리스도가 오셨을 때 예언자들이 예언한 축복을 넘치게 받은 자들이라고 기록한다.

세례요한은 그리스도의 오심을 너무 정치적으로만 생각하고 장애자들을 위해 오신 예수님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예수님을 구약의 예언자들이 예언한 그리스도라고 증거하였다(요1:29-36, 3:22-30). 그러나 그가 헤롯에게 체포되어 헤롯 왕궁 지하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에 예수님에 대한 회의가 싹 텄다. 그리스도가 오시면 불의를 척결하고 정의 사회가 되며 대표적으로 불의의 왕 헤롯이 엄단을 받아야 하고 폭력의 빌라도가 쫓겨나야되고 이스라엘에 새 왕국이 들어서야 하는데 헤롯왕은 계속하여 연락을 즐기고, 빌라도는 더욱 권세를 부리고 있으니 진정 다윗의 후손이 왔다고 해야 할 것인가? 예수가 진정으로 기대하던 그리스도인가? 그렇다면 세상이 달라져야 할 것이 아닌가? 세례요한은 의혹중에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었다.

세례요한의 제자들은 예수께 와서 "오실 그이가 당신이오니까?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하고 질문하였다. 이 때에 예수님은 질병과 고통및 악귀들린 자를 많이 고치시며, 또 많은 소경을 보게 하고 있었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보는 것을 가지고 구약성경이 예언한 그리스도가 자기 자신임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보고 들은 것을 요한에게 고하되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 하라.(눅7:22).

예수님은 구약성경이 예언한 그리스도로 구약에서 예언한대로 불구자들을 고치며, 장애인들을 완전케 하러 오신이 이심을 분명하게 선언하신다.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 귀머거리가 들으며… "는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세상에 오셔서 하셔야 할 중대한 일들 가운데 하나이다.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라는 증거는 장애인들을 완전케하는데에서 입증되었다.

적어도 장애인들은 예수님이 구약이 예언한 그리스도이심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바디메오는 맹인으로 구걸하면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은 말을 통하여 예수님이 오실 그리스도이심을 확신했다. 그는 예수님이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힘을 다해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하고 부르짖는다. 이 부르짖음은 예수님을 향해 『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그리스도입니다』하고 외치는 것이다. 바디메오는 "네게 무엇하여 주기를 원하느냐?"고 예수님이 대답하였다. 바디메오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심을 확신했기 때문에 구약의 예언대로 자기의 어두운 눈을 보게 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장애자들을 위해 오신 분이다. 그 분은 자기의 종들에게 오늘도 장애자들을 찾아가라고 부르신다. 장애자 목회는 하나님의 목회이다. 장애자를 돌보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장애자를 위해 헌신하는 것은 어두움의 땅에 주님의 영광의 빛으로 채워나가는 놀라운 교역이 될 것이다.

5. 가정의 평화를 회복시키시는 예수님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에 제일 먼저 가족제도를 만드셨다. 하나님께서 국가나 교회, 노동이나 신앙의 제도보다도 먼저 가족제도를 만드신 이유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가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생존권을 이야기 할 때에 어떤 이들은 지나친 개인주의적인 극단에 서서 의식주등의 육체적 물질적인 욕구충족을 거론하며, 성욕과 애정과 친밀등의 정서·정신적인 욕구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반면에 사회학적인 접근을 하는 이들은 구조악의 정화와 민주적인 삶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인간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한 주장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 하나님은 위의 모든 인간의 욕구를 아시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셨다. 하나님은 인간의 모든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욕구와 필요들을 주신 분이시며, 동시에 그 욕구들과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신 분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욕구와 필요만 보시지 않고 그것들이 충족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아셨다. 그리고 바로 가정은 인간의 생존권을 충족시키는 첫 번째 장임을 아시고 이 제도를 제일 먼저 창조하시고 이 제도에 복을 주셨다. 그러므로 인간은 가정을 통해 도구지원(생존에 필요한 필수품의 지원)과 애정지원(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지원)뿐 아니라 정체성의 지원(삶의 의미와 목적등)을 받아야 한다. 가정이 무너진다는 것은 인간의 생존권 획득의 가장 중요한 장이 무너진다는 것이요, 그러므로 가정제도의 사활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뒤 흔드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부부및 가정에 관한여 신구약 성경은 부분적으로 여러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가족관계의 기초를 발견할 수 있으며,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에서 부부관계의 근본원리를 찾을 수 있다. 이 두 관계를 지배하는 근본원리는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언약(covenant)관계라고 할 수 있다(Myron, Chartier,1978). 하나님은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사랑의 아버지와 자녀 관계로 자신을 계시하시면서 사랑하며, 돌보고, 응답하고, 훈련하고, 주며, 존중하고, 알고 용서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 관계를 연구한 레이 앤더슨(Ray Anderson, 1982)은 '하나님과의 언약관계'가 가족관계의 중요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스튜아트 맥린(Stuart MacLin, 1984)은 "언약의 언어와 가족신학"이라는 논문에서, 언약관계에 나타난 7가지 관계적 특성을 기술하면서 이것을 효과적인 가족관계의 모델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맥린이 관찰한 언약관계의 요소는 다음과 같다

① 사람들은 관계적으로 창조되었고, 공동체 속에서만 참인간이 된다.

② 가장 기본적인 가족과 언약의 단위는 쌍방관계이다.

③ 공동체 속에 사는 인간은 화합과 일치 뿐 아니라 갈등도 경험한다.

④ 언약관계에 사는 자는 반드시 서로를 용서하며 용서 받으며 살아야 한다.

⑤ 언약관계 안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간에 결속관계를 받아들여야 한다.

⑥ 언약가운데 사는 사람들은 관계의 형태와 질서를 유지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⑦ 언약관계 속에 사는 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살며, 현재의 삶을 살아가며, 미래를 기대하는 시간적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러한 언약관계의 요소들은 가족관계에서 4중의 연속적인 단계들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언약, 은혜, 능력부여, 그리고 친밀의 과정으로 이것은 직선적인 단계라기 보다는 서로 중복되며, 하나 안에 다른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면서 성숙한 언약 관계로 발전한다. 이제 이 4가지 과정을 차례로 살펴보자.

⑴ 언약(Covenant)

성경은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 모델을 통하여 계시한다. 하나님은 요나와 언약을 맺으시고(창6:18, 22,9:9-10),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며(창15:18, 17:1-7), 이스라엘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신다(출34장, 신5장등). 신약성경의 탕자와 사랑의 아버지 비유(눅15:11-32), 요한일서 4:10-19등의 하나님의 사랑은 하나님이 언약의 하나님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나타난 언약관계의 특성은 다음의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모든 언약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하에서 무조건적이요, 일방적으로 시작된다.

② 하나님의 언약은 상대자(아브라함, 이스라엘등)에게 적극적인 응답을 요구하지만 그 상대자가 응답이 없을 때에라도 자기의 언약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지키시는 영속적인 언약이다.

③ 하나님이 약속하시는 언약의 복(언약의 결과)을 받아 누리기 위해서는 상대자가 그 언약을 지키는 쌍방적인 언약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언약 관계는 성숙해진다.

④ 하나님의 언약은 언약의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과 후손까지 포함시킨다(창12장, 15장, 17장등)

이러한 언약 관계는 모든 가족 관계의 기본모델을 제시한다.

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에서 자녀는 부모와 무조건적인 관계에서 출발한다. 자녀와 부모는 인간적인 타협이나 조건에 의하여 맺어지는 것이 아니다. 출산을 통하여 자녀는 무조건적으로 자기 부모와 관계를 시작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짝 지워 주시는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배우자의 선택은 조건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지만 둘이 한 몸이 되는 결혼의 선언은 "하나님이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하는 절대적인 부부관계의 성립을 선포하는 것이다. 즉 모든 가족 관계는 절대적인 관계에서 시작한다.

② 부모와 자녀의 가족관계나 부부간의 관계는 죽음이 그 관계를 갈라 놓을 때까지 영속되는 관계이다.

③ 부모와 자녀의 관계, 그리고 부부관계가 진실로 하나님이 약속하신 생수의 강이 흐르는 관계가 되려고 한다면 쌍방간에 언약(충실성의 언약)을 성실하게 지켜야 한다.

④ 가족관계의 복은 후대에 까지 이른다.

이처럼 언약은 가족관계의 출발이요, 그 언약을 쌍방이 성실하게 지키는 성숙한 언약관계의 달성은 행복한 부부와 가정의 필수적인 요건이다.

⑵ 은혜(Grace)

언약관계의 유지와 성숙을 위해서는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은혜 관계가 필수적이다. 이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언약을 배반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유지에 필수적인 것과 같다. 하나님께서 배반한 이스라엘을 심판하고 저주하셨다면 이스라엘은 결코 하나님의 백성으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신약 성경의 탕자와 사랑의 아버지 비유(눅15:12-32)는 은혜관계의 핵심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탕자는 언약을 배반한 아들이다. 그가 다시한번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아버지의 용서는 결정적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아버지의 행위를 용서의 은혜라고 믿는다.

① 아버지가 돌아온 아들을 영접하고 용서한 것은 부모와 자녀라는 기본적인 언약 관계에 기초한 것이다.

② 아버지는 배반한 아들을 용납하고 용서하여 자기의 아들로 다시 받아들인다.

③ 아버지는 아들의 과거를 씻어내고 새로운 옷, 신, 신발, 관계(반지)등을 부여한다. 즉 아버지의 용서가 아들과 아버지의 언약관계를 회복시킨다.

④ 아버지는 아들에게 새로운 책임을 부여하고(반지의 의미) 새로운 규범에 따라 살도록 한다.

이러한 탕자와 아버지의 관계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신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예수님의 성육신, 예수님의 십자가등은 은혜의 중심으로, 언약을 버리고 떠나간 인간을 용서하고 받아 주시고 회복시키시며, 새로운 책임과 사명을 가지고 살게 하시는 결정적인 행위이다. 바로 이것은 가족관계의 실천 모델로서 가정은 끊임없이 용서하고 용납하고 회복시키고 새 삶을 살게 하는 은혜관계라고 할 것이다.

⑶ 능력부여(Empowering)

능력부여라는 말은 관계 가운데서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능력부여는 힘 있는 자가 그 힘을 힘이 없는 자에게 부여하여, 힘이 없는 자가 새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는 상대방을 지배하고 상대방을 종속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기 쉽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하여, 자기의 독자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촉진시키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예수님과 교회의 관계는 능력부여의 구체적인 모델이다. 예수님은 "양으로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요10:10)하려고 오신 분이다. 예수님을 믿으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게"(요7:28)된다. 예수님은 죄인, 병자, 불구자, 귀신들린자, 주린자, 약한자등이 새 힘을 얻고 풍성한 삶을 살게 하려고 십자가를 지신 분이다. 그 분은 섬기는 분이요, 생명을 버리는 분이다. 그러한 행위는 분명한 목적을 갖는 행위이다. 곧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힘을 더하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약속하신 넘치는 삶을 살게 하고, 이 땅에서 하나님이 계획하신 삶을 완성하게 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능력부여를 받는 자들이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성숙한 삶을 포함한다.

바로 예수님의 능력부여는 자녀교육과 부부관계에 중요한 모델이 된다. 부모는 끊임없이 자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력은 자녀들의 가능성과 은사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하나님이 계획하신 자녀의 독자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완성을 위해 섬기고 희생하는 능력부여의 과정에서 성숙되어간다. 예수님의 능력부여 모델을 구체적으로 따른 가정에서 하나님의 풍성한 삶의 열매가 열린다.

⑷ 친밀(Intimacy)

하나님은 돌보시는(Caring for)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완전한 존재로 회복시키고자 원하신다. 우리가 성결하시를 원하며, 행복과 건강과 충만을 원하실 뿐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돌보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우리를 들으시며, 공감하며, 우리 가운데 내려오셔서 우리를 돌보신다(출3;1-11). 성육신하신 예수님은 우리를 찾아오셔서 자기를 노출시키시며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교제를 나누시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하나님의 본체를 포기하시고 사랑의 모양으로 나타나셔서 우리의 옆에 서시며, 우리의 짐을 함께 지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분이시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곧 우리를 돌보시며, 우리를 들으시며, 우리를 공감하시며, 우리와 교제를 나누시는 친말관계의 절정이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친밀한 가정의 모델을 제시하며, 어떻게 가정이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는가를 보이신다.

이상에서 언급한 언약, 은혜, 능력부여, 그리고 친밀은 ①기독교 가정의 삶의 모델을 제시하며, ② 기독교인의 삶의 근본윤리가 어떠함을 제시하며, ③하나님의 성령께서 기독교 가정에서 무엇을 하시고자 하는가를 가르친다. 하나님의 성령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보여주시며 가르쳐 주신 삶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능력을 주시며, 기독교인의 가정을 복된 가정으로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언약의 삶, 은혜의 실천, 능력부여의 봉사, 그리고 친밀한 교제등은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삶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삶이요, 하나님의 계시이다. 그러므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이러한 삶을 살 수 있게 힘 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진정한 기독교인의 가정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은 무너진 가정을 일으켜 세우며, 모든 가정에 하나님의 은혜의 생수로 채우시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성경의 모델을 따라서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능력을 따라 가정회복과 평화의 교역을 실천하여야 할 것이다.

6. 죄의 해방자로 오신 그리스도

⑴ 죄인의 친구 예수

예수님의 주위에는 세리와 죄인들이 많이 있었다. 바리새인들에게 세리와 죄인은 교제가 금지된 자들이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무가치한 자들이요, 전염병과 같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위험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세리장 삭개오의 집에 들어갈 때에 "저가 죄인의 집에 유하러 들어갔도다"(눅19:7)하고 수군거렸고, 세리 마태의 집에서 앉아 음식 잡수실 때에도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어찌하여 너희 선생은 죄인들과 함께 잡수시느냐?"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비판을 들으시고 아주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셨다

예수께서 들으시고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 데 없고 병든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너희는 가서 내가 긍휼을 원하고 제사를 원치 아니하노라 하신 뜻이 무엇인지 배우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9:12-13).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다. 예수님은 그 이유를 긍휼 때문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이요, 개인적으로 죄악의 삶에 젖어 있고, 영적으로 하나님과 단절되어 있으며, 율법적으로 죄인의 낙인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예수님에게는 그들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이요, 존중과 사랑을 받야야 하고, 존중과 사랑을 받을만한 귀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죄인들과 교제하며 함께 음식을 나누며, 죄인의 집에 유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 당시의 상식으로는 서로 교제하며 음식을 나누며, 집에 유한다는 것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의미하고, 친구나 사랑하는 관계나 또는 적어도 존중할 수 있는 대상과만 이런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세리 마태의 집에서 죄인들과 세리들과 함께 잡수시고(마9:10), 세리장 삭개오의 집에 들어가 유하시고(눅19:7), 바리새인 시몬의 집에서 죄인인 여자와 친밀한 교제를 나누시고(눅7:36-50), 일곱귀신들렸던 막달라 마리아의 섬김을 받으셨다(눅8:2-3).

예수님은 죄인들의 친구이다(눅7:34, 마11:19). 예수님은 죄인들의 회개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친구가 되신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목적은 회개하는 죄인들을 불러 구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눅5:32) 오신 분이다. 회개라는 조건이 죄인을 받아 들이고, 친구가 되어 교제하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사랑을 베풀게 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회개시켜 구원얻게 하려고 했다(마9:13). 예수님은 호세아 선지자가 외친 인애의 참 뜻(호6:6)을 아시는 분이시다. 죄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예수님의 인애가 죄인들을 만나게 하고, 죄인들을 멸망에서 구원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게 했다. 예수님은 회개할 줄 모르고, 죄 가운데서 멸망해 가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 인애 때문에 십자가의 고난을 서슴없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종된 교역자들은 죄인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용납하며, 사랑으로 친구가 되고 그들과 교제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인애를 전달하도록 부름을 받은 자들이다. 그들이 회개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이 예수를 믿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자요, 예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사랑을 베푼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을 섬기고 그들을 위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교역자의 몸과 마음과 영에 베어야 그는 진정한 하나님의 교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⑵ 무조건적으로 용서하시는 예수님.

예수님을 만난 자들은 예수님의 빛으로 말미암아 참 빛 가운데 행한다. 이것이 복음서 기자들이 한 가지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이다. 질병의 어두움에 있던 자들이 예수님앞에 나갈때에 성령의 빛을 받고 새 사람이 되었다. 불구자의 어두움으로 고통하던 자들이 예수님을 만날 때에 하나님의 형상의 빛으로 가득하였다. 죄인들도 예수님을 만날 때에 용서와 성결의 참빛을 받고 새로운 피조물로 화하였다.

요한복음 8장 2-11절에 소개된 여인의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 여인은 간음 중에 잡힌 여자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여자를 성전에서 가르치시는 예수님에게 끌고와 가운데 세우고 예수님의 정죄를 기다린다,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러한 여자를 돌로 치라 명하였거니와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사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은 이 여자를 어떻게 판결해야 하며, 이런 여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아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구약성경 레위기 20장 10절, 신명기 22장 22-24까지에 보면, 현장에서 붙잡힌 간음한 여자와 남자는 모두 돌로 쳐 죽여 이스라엘 가운데서 죄를 없이하라고 엄격하게 명하고 있다. 이 여자는 사형의 유죄 판결을 받아 돌로 쳐 죽이는 심판을 받아야 할 여자다.

그런데 예수님은 돌로 쳐 죽이는 자의 자격을 들고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 도전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예수님은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였고 아직까지 양심이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돌아가 버렸다. 예수님은 그 여자를 정죄하지 않고 용서를 선포한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 이 여인은 반드시 죽어야 할 죄를 지은 여자요 돌에 맞아 죽어야 할 죄인이다. 이것은 구약의 법으로나 그 당시 사회 관행으로나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죄인이 예수님 앞에 나왔을 때에 구약의 법과 다르게, 그리고 그 당시 사회 통념과 반대로 죄를 용서받고 생명을 보존하고 평안히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회개하였기 때문에 예수님께 용서를 받았는가? 그가 예수님께 어떤 간구를 했는가? 부르짖었는가? 새 삶을 약속했는가? 살기등등한 바리새인들, 돌을 들어 내려치려고 하는 서기관들에게 끌려 예수앞에까지 왔던 간음한 여인을 상상해 보라. 그녀의 얼굴이 어떠했겠는가? 그녀가 진정 예수께 나오고 싶어 나왔던가? 그녀는 끌려 왔을 뿐이다. 예수님 앞에서 더욱 두렵고 떨리고 불안했을 뿐이다. 수치와 부끄러움에 떨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아무런 회개도, 신앙도, 조건도 요구하지 않고 먼저 죄를 용서한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 다시는 죄를 범치 말라고 한 것은 죄를 용서한 이후에 따라 나온 말씀이지, 다시 죄를 범치 않는다는 약속에 근거해서 예수님이 그녀를 용서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용서의 본질이다. 예수님은 성결의 빛이시기 때문에 어떠한 죄의 어두움을 가지고 있는 자도 예수님 앞에서 용서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여인이 반드시 죽어야 할 죄를 범했고, 예수님 앞에 나와서 어떤 간구도 하지 않았으나 예수님 앞에 있었다는 것, 즉 참빛 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 빛을 받아 용서와 기쁨과 생명의 빛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교역은 용서와 용납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예수님의 교역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이 모습 그래도 받아 주고 용서하여 사랑을 베푸시고 도움을 주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것이 목회자의 교역의 기본모델이다.

⑶ 죄의 대가를 지불하시는 예수님

위에 언급한 간음중에 잡힌 여인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율법과 복음의 관계는 무엇인가? 복음의 미명하에 율법을 범해도 좋은가? 은혜로 용서하는 일과 율법대로 심판하는 일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이 여인의 사례를 자세히 검토하면 이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①구약성경(신22:22-24)은 분명히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라고 엄격히 명령한다. ②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자기들도 죄를 지었기 때문에 감히 간음한 여인에게 심판의 돌을 던지지 못하였다. ③ 그러나 예수님은 죄가 없으신 분이므로 구약의 명령대로 이 여인을 도로 쳐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한다"(요8:11)고 말씀하셨다. ④ 그렇다면 사랑을 빙자하여 구약성경이 명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죄인에게 아무런 정죄나 심판도 없이 돌려보내어도 괜찮은가?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든지, 아무도 그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격이 없다든지, 예수님은 사랑이시요, 용서의 복음을 전달하기 위하여 오신 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붙잡힌 죄인일지라도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질문은 계속 남는다.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구약의 명령을 어길 수 있는 것이냐?』 죄의 삯은 사망이다(롬6:23). 이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이 여인은 죽어야 할 죄를 범했는데도 대가나 형벌이나 심판을 받지 않고 무조건 용서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기본원칙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좀 더 나아가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함께 제기할 수 있다, 『율법이 요구하는 정죄와 심판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죄의 용서와 새 삶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가?』, 또는 『율법의 요구와 은혜의 선물은 양립할 수 있는가?』

우리는 위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몇 가지 단계를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첫째로 성경은 "빚진다"는 단어와 "죄를 용서한다"는 단어가 교차적으로 사용될 때가 많이 있다는 것에서 하나의 암시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 가르친 기도 가운데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것을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는 기도가 있는데, 이 기도 가운데 죄사함이라는 단어는 빚진 것을 탕감해 준다는 의미이다. 물론 빚지는 것이 죄를 짓는 것도 아니요,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이 죄를 용서하여 준다는 뜻도 아니다. 이 단어는 죄 용서의 참뜻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기 위한 것이다. ① 빚을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하듯이 죄를 지으면 반드시 그 대가를 갚아야만 한다. ② 빚을 졌을 때에 자기가 갚을 수 없는 경우에 다른 사람이 대신 갚아도 그 빚은 없어질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의미가 그대로 죄와 용서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①죄를 지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 죄의 삯은 사망이요, 호리라도 남김이 없이 갚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 수 없다(롬6:23, 마5:26). ② 죄를 지었을 때에 죄인이 스스로 갚을 수 없는 경우에 다른 사람이 대신 갚아 주어도 그 죄인의 죄는 사하여 진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두 번째 단계로 모세의 율법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죄 용서의 원리를 보자. 제사장이나 이스라엘 백성중에 죄를 범하여 허물이 있을 때에는 양이나 소나 염소등을 제물로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죄를 범한자는 제물을 회막 앞으로 끌어다가 그 제물의 머리에 안수하고 잡을 것이요, 제사장은 제물의 피를 취하여 성소에 일곱번 뿌리고 규례에 지정한 것을 제단에서 불살라야 한다. 그러면 죄를 범한 자의 죄가 속죄함을 받게 된다(레위기 1장 -7장 참조). 이 규례에서 죄를 범한 것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자기를 대신하여 제물을 하나님께 드리고 그 제물을 죽여 피를 뿌리고 제단에 불살을 때 죄인은 속죄함을 받고 그 죄인을 대신하여 제물은 죽임을 당한다. 즉 제물이 대신 죄인의 죄의 값을 갚아주므로 죄인의 죄가 용서함을 받는 것이다. 세례요한이 예수님을 보고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 이로다"(요1:29)하고 증거한 것은 예수님이 속죄 제물이 되어 사람들의 죄악의 대가로 하나님께 드려질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의 대가로 하나님께 드려진 제물이요, 우리는 그분의 죽으심으로 용서함을 받는 것이다.

이제 세 번째 단계로 간음한 여인의 용서에 관해서 생각해 보자. 그 여인은 죽어야 마땅한 죄를 지었고, 따라서 정죄받고 심판을 받아 돌에 맞아 죽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여인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 여인이 비록 죄를 지었지만 그 죄의 대가로 죽임당하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어린 자식이 잘못하여 물에 빠져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사랑의 어머니는 비록 수영을 못하더라도 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 자식을 구하려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예수님은 그 여인의 정죄 받고 심판 받으시는 것을 참을 수 없어 그 여인을 대신하여 정죄 받고 죽임을 당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내가 너를 대신하여 너의 죄의 대가를 지불하고 십자가에 죽을 것이니 너의 죄는 갚음이 되었다. 이제 너는 죄에서 용서받고 해방되었다』고 말씀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 여자 대신 제물이 되어 하나님께 드려졌기 때문에 율법이 완성된 것이요, 그 여자는 이제 죄의 용서를 받고 죄에서 해방이 되었으므로 하나님의 은혜가 그 여자에게 넘치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예수님에게는 하나님의 율법이 완성된 것이다.

네 번째 단계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해 보자. 공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금요일 오전 9시에 못 박혀 오후 3시에 운명하셨다. 예수님은 6시간 동안 십자가에 달려 처절한 아픔을 경험하셨고, 하나님이 마련한 제물이 되어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지옥의 고통을 당하셨다. 예수님은 십자가 상에서 일곱 마디 말씀을 하셨다고 기록되었다. 그 가운데 첫 번째 말씀은 "아버지여 저희의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이다. 예수님의 기도는 우리가 용서받는 것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신은 제물이 되어 죽지만 "자기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하고" 죄 가운데 있는 우리는 용서 받기를 원하는 것이 예수님의 기도이다.

예수님은 오후 3시 죽기 직전에 네마디 말씀을 하셨다. 그 가운데 한마디가 "다 이루었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의 원어는 "텔레스타이"라는 말인데 이 말은 본래 헬라지방에서 빚을 지고 갚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속되게 되었을 때에 큰 부자가 그를 대신하여 빚을 다 같아 주고 '이제 너의 빚은 다 청산이 되었다. 너는 해방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말이다. 예수님이 죽으시면서 '다 이루었다고'고 말씀하신 것은『이제 네 빚은 다 갚았다. 이제 너는 해방이 되었다』고 선언하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십자가 앞에 설 때에 예수님의 선언을 듣는다, 『너의 죄의 대가는 다 지불되었다. 너는 이제 자유다.』

예수님은 율법의 완성이다. 예수님은 모든 죄인의 죄를 다 갚으신 분이시다. 스스로 제물이 되어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가신 분이다. 그 분은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율법의 요구를 완성하셨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율법을 완성된다. 동시에 예수님은 은혜의 부여자가 되신다. 그분이 우리의 모든 죄를 갚으시고 율법의 완성이 되셨기 때문에 그 분 앞에서 우리의 모든 죄는 용서받고 새로운 피조물이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일꾼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예수님 안에 있는 자는 율법의 저주와 심판과 죽음을 받으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용서와 은혜의 생수를 마시는 자가 된다.

기독교 교역자는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율법과 은혜를 하나로 연합시키는 자가 되는 것이다.

7. 정의 사회를 구현하시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

성령의 역사는『나』만을 바라보며 살 수 없게 만든다. 성령은 우리를 부르셔서 하나님을 보게하고 이웃을 보게하며 나를 보게 만드신다. 성령의 역사는『나』를 하나님과 세상과 이웃사이에 세운다. 성령은『나』를 관계적 존재로 만들어 하나님과 세상과 이웃과의 관계속에서『나』의 의미를 다시 찾게 하며, 그 안에서 사명을 받게 하신다. 그러므로 성령의 사람은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만을 추구할 수도 없고, 세상과의 세속적 관계만 계속할 수도 없고 이웃과의 인간관계 속에서만 만족할 수도 없고, 자기와의 이기적 대화만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으로 품으시고 변화시키실 뿐 아니라 그 사랑으로 세상과 이웃을 사랑하라고 사명과 책임을 주신다.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하나님과 화해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자녀로 그리고 상속자로 인치신 성령은 또한 우리를 부르셔서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교역(ministry)을 담당하게 하시며, 그 일을 수행할 수 있게 은사를 주시며, 그 교역 가운데서 열매을 맺게 해 주시는 분이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신 분이시요. 지으신 이 세상을 보시면서 "보시기에 참으로 좋았더라"(창1:31) 고 말씀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사회악에 관심을 가지시며, 이 땅위에 사랑과 정의로 충만한 하나님의 나라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나님께서 사회적인 억압과 구조적인 모순과 폭력적인 통치에 관심을 가지시는 근본원인은 바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러한 것들로 해서 고통당하며, 부르짖었기 때문이다(출2:23-25). 바로 왕이 강팍하여 하나님을 대적하고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하며 학대할 때, 하나님은 바로 왕과 애굽을 대적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백성이 그들에게 고통을 당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애굽의 죄악에서 구원하고자 하신다. 즉 하나님의 목적은 자기 백성의 구원과 평강이요, 애굽이 범하는 죄악과 폭력을 깨뜨리는 것은 제2차 적인 것으로 하나의 수단이나 과정에 불과했다.

특별히 구약성경에서 계시하는 하나님은 불공평과 부정과 폭력으로 가득한 사회를 심판하며, 사람들을 사회악으로부터 구원하며, 그 사회를 인자와 공의로 가득하게 채우기를 원하신다. 아모스는 이러한 하나님의 관심을 대변하는 수 많은 하나님의 종들 가운데 하나이다:

너희가 가난한자를 밟고, 저에게서 밀의 부당한 세를 취하였은즉 …… 너희의 허물이 많고, 죄악이 중함을 내가 아노라. 너희는 의인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성문에서 궁핍한자를 억울하게 하는 자로다…… 너희는 살기 위하여 선을 구하고 악을 구하지 말지어다 ……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5:11-12, 14, 24).

하나님은 불의와 거짓과 폭력으로 가득한 사회를 심판하실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사회가 회개하여 하나님께로 돌아오기를 촉구하신다. 하나님은 구원을 원하시고, 멸망을 원치 않으신다. 그러나 이 사회의 통치자들과 구조와 문화가 악하여져서, 거기에 살고 있는 백성들이 고통을 받으며, 풍성한 평강으로 가득한 삶에 장애를 받을 때에 하나님은 백성들을 위하여 사회구조에 개입하셔서 심판하시고 새 일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악한 세상 나라를 심판도 하시고, 일으키시기도 하시고, 성장케도 하시고, 멸망시키기도 하신다. 왕들을 세우시고 폐하시며, 악한 통치자들을 징계하시며, 악에 물든 사회를 권능으로 깨뜨리신다. 성경을 기록한 저자들은 한결같이 이러한 일을 믿음의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예컨데 하박국 선지자는 강포와 간악과 패역한 일들과 율법이 해이해지는 것과, 공의가 굽어지는 것등, 사회에 가득한 악을 보면서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합1:2-4)하고 외치고 있다. 하나님은 "표범보다 빠르고 저녁 이리보다 사나운" 갈대아를 일으켜 이스라엘의 구조악을 깨뜨리시겠다고 약속하신다(합1:5-11). 하박국은 갈대아가 무참하게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어찌하여 불의한 이방인을 들어 하나님의 백성을 징계하시나이까 하고 항의한다(합2:12-2:1). 이 때에 하나님이 주신 응답이 바로 "의인은 그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합2:4)는 말씀이다. 하박국은 이방나라 갈대아를 일으켜 유대를 징계하는 것도 믿음의 사건이요, 징계받는 유대인에게 아직도 소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하나님을 기다리는 것도 믿음이라고 선언한다.

하나님은 사회의 악을 심판하시고, 이 땅의 통치자의 운명을 관장하시며, 이 땅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기를 원하시는 분이다. 하나님은 사회구조 속에 들어오셔서 이 사회를 고쳐, 그 속에서 고통하는 백성들에게 평강과 생명으로 넘치는 삶을 살게 도우신다. 즉 믿음의 사건은 사회구조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구조악으로 고통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사건들 속에서 언제나 일어난다.

메시야 도래를 선포하는 예수님의 나사렛 선언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로만 초대하시는 분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우리의 이웃속에 만연한 죄악들을 깨뜨리고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로 넘치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 오신 분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그 자라나신 곳 나사렛에 이르사 안식일에 자기의 규례대로 회당에 들어가사 성경을 읽으려고 서시매, 선지자 이사야의 글을 드리거늘 책을 펴서 이렇게 기록한 데를 찾으시니 곧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함이라.

하였더라. 책을 덮어 그 맡은 자에게 주시고 앉으시니 회당에 있는 자들이 다 주목하여 보더라.이에 예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되 이 글이 오늘날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 하시니(눅4:16-21).

예수님께서 오신 목적은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자에게 다시 보게함을 눌린 자에게 자유를, 그리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는 것이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고난당하는 자들, 무시당하고 소외된 자들, 억압과 폭력에 눌린 자들, 구조의 악 때문에 비인간화되어 있는 자들을 해방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본 받는 참 인간으로 변화받게 하려고 성육신하여 인간들 가운데 오신 그리스도이시다.

특히 예수님은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는 자이다. 주의 은혜의 해는 구약성경 레위기 25장에서 명하는 희년을 의미한다. 희년을 일곱 번째 안식년 다음의 해로 50면마다 돌아오며, 희년이 되면 종으로 팔렸던 자들이 해방되어 자유를 얻으며(레25:38-43), 팔렸던 땅들도 원주인이게로 되돌려 주며(레25: 23-28), 빚을 졌던 자도 모두 면제를 받으며(레25:47-55), 이제까지 경작하던 땅도 한 해동안 쉬게 한다(레25:11,12). 희년은 인간의 탐욕과 사회악으로 조성되었던 모든 억압과 가난과 눌림에서 해방이 되고 새 출발하는 해이다. 희년은 돌이키는 해요, 회개하는 해요, 해방과 자유를 선포하는 해요, 모든 탐욕과 사회악에서 자유를 얻는 해요, 하나님과 함께 새로이 시작하는 기쁨과 감격의 해이다. 그러나 구약시대에는 하나님이 명하신 희년을 지킬 수 없었다. 인간의 탐욕과 악한 사회구조 희년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으로부터 오시는 그리스도께서 임하는 날에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고 희년이 지켜지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는 인간의 탐욕과 사회악을 깨뜨리고 진실로 하나님의 희년을 이 땅에 성취하게 만드시기 위해 오신 분이다.

성령강림으로 새 시대의 문이 열린 사도행전의 초대교회는 드디어 주의 은혜의 해를 이 땅에 실현하기 시작했다. 성령께서 인간의 내면에 탐심을 없이하고 오직 주 예수만 바라보고 의지하게 하셨을 때 인간들은 희년의 해방과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믿는 사람들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고, 날마다 다음을 같이하여 성전에서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여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2:43-47).

믿는 무리가 한 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제 재물을 조금이라도 제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더라……

그 중에 핍절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저희가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줌이더라(행 4:32, 34,35).

자기의 재물을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하나도 없고,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핍절한 사람이 하나도 없고,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는 공동체를 상상해 보라. 이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시고 명하시는 희년의 참 실천이요, 주님의 은혜의 해의 실현이요, 그리스도의 통치가 이루어진 실예가 아닌가?

여기에서 암시하는 중요한 교역의 주제는 ① 성령의 역사로 인간속에 자리잡은 탐욕과 자기 중심을 깨뜨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듯이 이웃을 사랑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과 ② 탐욕과 이기주의와 교만에 기초하여 구조화되었던 사회구조가 성령으로 무너지고, 하나님의 사랑이 지배하는 새로운 구조를 이 땅위에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수단에 근거하여 만들어 질 수 없고 오직 그리스도 예수께 전적으로 헌신하여 그 분이 우리의 생명이요, 소망이요, 진정한 주님이 되었을 때에만 가능하며, 성령이 오늘 우리 가운데 오셔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며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게 만드시고 그들을 사랑하여 나를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게 하실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의 목회, 성령충만한 교역은 이 땅위에 정의와 사랑의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참 길을 만들어 줄 것이다.

8. 자연을 회복하시는 예수님

하나님은 자연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참으로 완벽한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시기를 원하신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기사를 읽을 때에, 우리는 두 가지의 절정을 본다. 하나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후에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남여를 지으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와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고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면서 그 절정으로 남자와 여자를 지으시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을 다스리는 사명을 주신 것이 천지 창조의 첫 번째 절정이다. 그리고 두 번째의 절정은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1:31)고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이것은 하나님이 지으신 창조가 완전하였다는 사실을 증거한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완전한 세상』은 창세이후 오늘까지도 인간이 도달해야 할 최고의 목표로 남아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다스리는 사명은 우리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요, 의미요, 책임이 되었다. 인간은 자연과 사이에 화해를 유지할 뿐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고 보존하고 다스리어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태초의 자연으로 회복시키는 사명을 잘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창세기의 인간의 역사는 자연을 존중하고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보존하여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자연을 가꾸는 역사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아담과 하와가 자기 욕망을 위하여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은 파괴되기 시작했다. 아담과 하와가 자기 욕망을 만족하게 하려고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을 훼손하였기 때문에 땅은 저주를 받고,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는 곳으로 변하고 말았다(창3:17-18). 그러나 이 때만 하여도 아담이 땀흘리는 수고만 하면, 그 땅은 수고 한대로 소산을 내는 땅이었다(창3:18-19). 그런데 이 땅은 범죄가 흉악하여져서 사람의 피가 땅에 흐르고 그 피로 땅이 적셨을 때에 메마른 광야로 변해 버렸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말씀하신다,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 네가 밭갈아도 땅이 다시는 그 효력을 네게 주지 아니할 것이요 …… "(창4:11-12). 폭력으로 인하여 피가 흐르는 땅은 저주를 받는다.그 땅은 효력을 잃어 버린다. 이제 더 이상 심은대로 거두지도 못하는 자연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수고하여도 그 대가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땅이 되었다.

이것은 인간이 더욱 심각한 죄에 빠져 갈수록 자연도 비례하여 파괴되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자연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우리는 놀라운 진리를 발견한다. 사람들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가고 하나님을 순종하는 믿음이 자라날수록 자연은 더욱 아름답고 완전해지나 사람들이 하나님에게서 떠나 이기적인 탐욕과 욕망을 따라 살며 범죄하게 되면 자연은 점점 황폐하여지고 파괴된다. 즉 우리가 어떠한 믿음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자연의 아름다움과 황폐화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에서 노아시대를 읽으면서 자연과 신앙과의 관계가 더욱 밀접한 것을 발견한다. 노아시대는 한마디로 죄악과 불신앙으로 가득한 시대이다. 이 때에 "온 땅이 하나님 앞에 패괴하여 강포가 땅에 충만하였다"(창6:11). "여호와께서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관영함과 그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 땅위에 사람지으셨음을 한탄하사 근심하셨다"(창6:5-6). 이 때는 진실로 불의와 폭력, 탐욕과 정욕, 불신앙으로 가득한 때였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심판하시기로 작정하시고 큰 홍수를 이 땅에 내려, 노아와 그 가족과 선택받은 짐승들 이외에는 다 멸망시켰다. 즉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웠던 자연이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심판하는 도구로 변하였다. 불신앙으로 가득한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드디어는 그 자연이 인간들을 이 땅에서 쓸어 버리는 심판자가 되었다.

신명기 28장의 하나님의 복과 저주도 이런 각도에서 다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고 원하는 때에 복으로 가득하게 하시고, 또는 재앙으로 황폐하게 만드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말씀은 이 복과 저주가 백성들의 신앙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나님께 순종하며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모든 복이 백성들에게 내려올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하나님을 거역하며 이기적인 욕망을 따라 자기 중심의 삶을 살고 신앙을 버리면, 모든 자연은 백성들의 대적이 되어 백성들에게 저주와 재앙을 안겨주고 결국 멸망에 이르게 만든다. 신앙과 자연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에 밀접하게 서로 연관되어서 하나가 실패하면 다른 것도 실패하며, 하나가 바로 되면 다른 것도 바로 된다.

그러나 환경과 자연보존에 결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예수님의 구원을 통하여 드러난다. 태초에 하나님은 자기의 형상을 좇아 사람을 지으셨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자기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신 목적은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것을 다스리게"(창1:26) 하려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의 창조 목적은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 즉 환경과 자연보존이었다. 아담과 하와와 하나님의 명령을 불순종하여 하나님의 자연을 파괴하기 이전에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하나님과 인간은 서로 친밀한 관계, 서로 사랑하며, 존중하며, 섬기는 관계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초의 사람들의 범죄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하나님과의 관계에 서로 소외되고 적대적인 관계, 폭력과 약탈과 저주와 심판의 관계로 타락해 버렸다.

예수님이 오심은 화해의 십자가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제까지 소외되고 적대자가 되어 서로 약탈하고 저주하고 심판하던 모든 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자연과 인간의 화해, 인간과 인간의 화해,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간의 화해를 성취한 화해의 십자가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십자가 앞에 서는 자만이 자연회복, 환경보존의 참뜻을 발견할 것이요, 진정한 화해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각도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예수님은 타락과 함께 잃어 버렸던(또는 손상을 랴었던)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시기 위하여 오셨다. 그 분 자신이 하나님의 형상이요, 그 분을 믿는 자들은 그분의 형상을 본받게 된다(롬8:29, 빌3:21등). 예수 안에서 용서를 받고 하나님과 화해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부여 받는 것이 우리의 구속이라고 한다면, 성도들이 구속받았을 때에 최초로 하나님께 부여 받을 사명이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을 지으실 때에 하나님께서 작정하신 그 계획이 아닐까? 그것은 곧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다스리는 일, 하나님이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그 자연을 아름답게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 아닐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을 받은자요, 이제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사랑하고 보존하고 구원하는 일에 헌신해야 하는 것이 구속받은 그리스도인의 가장 중요한 사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바울이 모든 피조물들의 탄식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그는 모든 피조물들이 이제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가르치면서(롬8:24),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롬8:19). 이 세상에사는 사람들이 죄악에 빠졌기 때문에 자연도 함께 탄식하며 고통한다. 피조물들이 처참한 파멸과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야 한다. 그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받은 사람들이 나타나야 자연이 회복되고 모든 피조물이 탄식과 고통에서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탄식하는 자연의 회복을 원하시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받은 사람들을 일으켜 이 일을 담당시키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하나님은 탄식하는 자연 가운데도 임재하시며, 자연을 회복시켜『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자연』이 되도록 교역하는 믿음의 사람들과 함께 하신다. 그러므로 기독교 교역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구속받은 사람들을 일으켜 하나님이 지으시고 이처럼 사랑하시는 자연을 회복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 참여 시킴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제 8장. 성령과 목회

오늘에 와서 정착되고 있는 실천신학의 방법론 가운데 하나는 교역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검토하고 성찰하면서 그 속에서 역사 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며, 하나님께서 어떠한 방식으로 인간들 가운데서 일하시는지를 발견하여 목회 실천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이제까지의 기독교 진리 이해에 새로운 조명을 더하려고 한다. 성령론에 대하여 글을 쓰는 대부분의 저자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려 하나 필자는 목회 현장에서 발견되는 성령의 사건에서 출발하여 성경과 신학의 진리로 들어가고자 한다.

필자는 성령 사건을 여러 가지의 인간의 신앙 체험을 종합적으로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증거하는 회심 체험(또는 중생 체험), 회개의 체험, 방언 체험, 은사 체험, 찬양과 감사, 봉사와 전도, 그리고 예배 가운데서 경험되어지는 헌신의 체험 등도 성령 사건에 포함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성령 사건은 목회 현장에서 나타나는 신앙 체험이요,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며,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며, 교회의 덕을 세우게 하며,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게 만드는 모든 경험과 사건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Ⅰ. 성령사건에 대한 현상학적인 기술

1. 하나님과의 친밀 관계 형성과 성령 사건

1) 임재하신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의 체험

성령 사건은 기본적으로 하나님 체험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켈시(Morton Kelsey)는 한 청년의 성령 체험의 간증을 인용하면서 이 체험에서 일어나는 그리스도인의 성장의 가능성을 하나님 체험과 연결시키고 있다:

어째서 이 순간이 그처럼 나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인가? 첫째로 이 밤에 비로소 나는 하나님이 실제로 살아 계심과 그 하나님께서 자녀들의 필요를 알기 때문에 자녀들의 모든 필요를 채우신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 체험과 함께 나는 나의 전존재를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했고 활력이 넘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주님의 불이 붙기 시작하여 나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시고 있다. 성령께서 나에게 부은 바 되었고, 성령을 깊이 체험하였기 때문에 내게는 소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스도와의 완전한 연합으로 나는 내 자신과 내 이웃과 그리고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여 살고 그분의 인도를 구하는 동안에 나는 안정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Kelsey,1964,167).

성령 사건의 체험자들은 자기들을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자기들 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divine reality)과 직접적이요, 즉각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런 체험은 이론적으로 합당하게 기록할 수 없을 만큼 신비적인 것이다. 로마 카톨릭의 성령 신학자인 헤르베르트 뮬렌(Herbert Mühlen)은 이런 신비적인 요소를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 체험은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참여를 의미한다. 이것은 특별한 실재와의 만남과 참여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초월해 버린다(Mühlen,1975,109).

이 만남에서 체험자는 예수님 또는 하나님이 감지할 수 있게 실제적으로 임재하여 거기에 오셨음을 체험한다. 다음의 간증은 그것을 실증한다:

순식간에 갑작스러운 차원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하나님이 거기에 오셨음을 실제로 느꼈다. 순수한 사랑의 영이 교회에 침투해 들어와 비와 같이 나를 흠뻑 적셨다. 하나님은 저기 하늘에 계신 분만이 아니었다. 그분은 내게 가까이 오셔서 나의 영이 나에게 가까운 것 같이 나에게 가까이 계심을 깨달았다. ⋯ 나는 '하나님 그 동안 어디에 가 계셨습니까?'하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Jostart,1974,46-47).

성령 사건이 하나님의 직접적인 임재를 그처럼 강렬하게 깨닫게 하는 효과를 증거하는 간증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체험자들은 그 경험을 기술하면서 "바로 지금 여기에서"라고 하는 인식의 범주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임재의 체험을 기술하고 있다. 그 체험을 통하여 체험되어지는 그분(하나님)을 분명하게 묘사하기 어렵다고 고백하면서도 동시에 하나님의 임재성에 대한 강조는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과의 만남(encounter with God)은 하나님이 가까이 와서 그분의 실재와 임재가 신자를 완전히 압도할 정도로 신자에게 충만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Christensen,1968,27).

임재하시는 하나님은 체험자들에게 인격자로 체험된다. 킬리안 맥도넬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이 실제는 저 너머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만물 속에서 모든 것을 품어 안는 추상적이요 상징적인 임재도 아니다. 오히려 이 실재는 산 사람이 가까이 올 때에만 이야기 할 수 있는 바로 여기에서 나를 만나신다. 그 실재는 비전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인격자이시다(McDonell,1975,82).

2) 성부 하나님의 사랑의 체험

그분의 임재하신 실재를 체험자가 그처럼 생생하게 경험하는 그 하나님은 누구신가? 첫째로, 성부 하나님과 그분의 사랑은 성령 사건의 간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주제이다.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부분은 삼위 하나님 가운데 어느 분께라도 돌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체로 간증자들은 그것을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으로 돌리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과 더불어 하나님의 자녀 되었다는 강력한 확신이 수반되고 있다. 에드워드 오코너(Edward O'Conner)는 다음과 같이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지식과 사랑은 자주 하나님의 성부 되심을 확신하는 신앙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 한 분의 사제는 이 운동을 통하여 그가 받은 가장 큰 은혜는 하나님이 우리의 아버지이심을 깨달은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 사실을 항상 알고 있었고 믿고 있었으나 드디어 이제 그 사실을 경험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을 향해서 아버지께 향한 아들의 자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느꼈다(1971,143-145).

3)성령의 임재의 체험

성령 사건은 성령 그분 자신을 경험하는 체험이다. 성령은 단순히 예수님 경험 아래 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체험자는 하나님의 성령으로 충만하게 되었음을 깨달아 알며, 자기 안에서 또는 자기를 통하여 성령께서 역사하고 있음을 의식한다. 성령의 인격과 역사가 실제로 느껴지며 가까이 체험된다. 신앙 체험을 한 모든 사람들은 어떠한 표현을 사용하든지 간에 그 체험을 성령의 역사로 돌리고 있다. 성령 충만의 결과로서 또는 성령의 나타나심의 결과로서 그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Williams,1972,21-22) 성령 그분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자세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라나간(Dorothy Ranaghan)은 이렇게 기술한다:

성령 세례는 교회의 삶속에서 분명하게 경험되는 성령의 인격과 역사의 체험으로서 신약성경에 상세하게 기술된 성령의 임재의 나타남의 결과이다(As the Holy Spirit Leads Us, 8)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령에 관계되는 능력은 성령 그분 자신 안에 있는 성령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개인들과 교회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성령의 결과 또는 성령의 나타나심이라고 암시되고 있다. 즉 성령은 우리의 의식 가운데서 능력으로 체험되기는 하나 그 능력 자체는 이 체험의 초점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그 능력은 성령께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지 않고 다른 분, 곧 예수 그리스도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수님이 실제로 구체적이요 인격적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는 것은 바로 성령의 능력 안에서이다(McDonell,1975,82). 성령의 체험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즉 예수님의 실재와 임재의 체험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성령 사건에서 성령을 근본적으로 중보의 성령이다.

크리스텐슨(Larry Christensen)에 따르면 성령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한가지 목적, 즉, 예수님의 이름을 높이는 것에 집중된다. 윌리암즈(Rodman Williams)도 성령의 사건을 성령론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몇 가지 상황을 고찰해 보자.

이제 이러한 성령의 사건으로 일어나고 있는 몇 가지 상황을 고찰해 보자. 첫째로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그분이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직접적인 역사 없이 성령 세례는 있을 수 없다. 성령을 부어 주시는 분은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시고 존귀하게 되신 그리스도 자신이다. 우리가 아무리 성령의 역사를 강조한다고 할지라도 이것은 성령론적 사건이 아니라 그리스도론적 사건이다. 다라서 이 성령 사건 이해는 역사적 예수의 사역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어떤 성령 운동과는 아주 다른 것이다(Williams,1972,14-15).

4)생생한 그리스도의 체험

성령 사건에서 성령과 관련된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로 예수는 그 체험의 창시자이다. 즉 예수 자신이 성령을 부어 주시고 있다.

"성령의 사건이 일어나는 것은 확실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이다(Williams, 1972, 23)." 둘째로, 예수는 성령사건에서 경험되는 바로 그분이시다. 데니스 베네트(Dennis Bennett)는 그의 최초의 방언 체험의 기술에서 이 양면을 강조한다.

이 언어(방언)는 나의 정서의 영역 저 건너편에 있는 내 중심, 곧 하나님이 거하시는 그곳으로부터 내게 주신 것이다. 방언을 하면 할수록 내 속에 계신 하나님을 점점 더 깊이 알게 되었다. ... 성령 하나님은 내게 아버지 하나님께 이야기할 언어를 주셨다. 그리고 이것은 전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내가 방언을 할 때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Bennett, 1971, 41 - 42).

5) 예수님을 인격적인 주님으로 인식하는 체험

성령 사건은 예수 그리스도를 일반적인 의미에서 살아계신 주님으로 인식하게 할 뿐 아니라 특별한 의미에서 자기의 인격적인 주님으로 깨닫게 한다. 주님이라는 말은 그리스도의 다른 특성들을 배제하는 좁은 의미에서 이해돼서는 안 되고 오히려 오늘도 살아서 우리를 지배하시는 분으로, 즉 그리스도를 강조하는 말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과거에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구속하신 주님일 뿐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와 함께 살아계신 주님으로 깨닫게 한다.

쉐릴(John L. Sherrill)은 모든 경우의 성령 사건에서 하나의 사실을 주장하고 있다.

궁극적인 결과는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이끄는 것이다. 예수는 더 이상 역사책의 페이지를 장식하는 인물이 아니다. ... 그분의 성령은 세례받은 신자들과 함께 바로 오늘 이 순간에 함께 있어 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성격과 인격을 순간순간마다 보여주시고 있다(1979, 115).

로드만 윌리암즈는 더 생생하게 성령체험과 그리스도 체험을 연관시키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나의 주님이시다! 우리가 그분께 헌신하고 그분을 따르며 그분께 봉사한다는 의미에서뿐 아니라, 성령께서는 바로 그분의 영이시오, 그분의 영이 바로 지금 우리 가운데 흘러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 주님은 아버지 하나님 우편에 계신 초월하신 분만이 아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중생의 새 삶을 가져다 주신 분만도 아니시다. 그분은 약속하신 그분의 성령과 함께 우리를 찾아오신 분이시다. 성령충만으로 그분의 임재와 은혜가 충만하여 넘친다(1971, 10 - 11).

6) 삼위일체 하나님의 체험

성령사건 속에서 그분의 임재와 실재를 이처럼 생생하게 경험되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이 질문에 대답하면서 좀 더 기교적인 학자들은 가끔 그 경험의 삼위일체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예를 들면, 뮬렌(Herbert Mühlen)은 다음과 같이 성령체험을 기술한다.

성령을 체험하는 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을 때에 근본적으로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을 동시에 체험했던 것처럼 아버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을 만나는 체험이다(McDonnell, 1975, 27).

삼위일체라는 용어로 분명하게 그 경험을 표현하며 기술한 기록들은 별로 찾아볼 수 없으나 성령 사건에서 경험되는 하나님은 어느 정도 삼위 하나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에 분별없이 삼위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삼위 하나님 한분한분의 독특한 특성들을 구별할 수 있게 경험한다. 즉, 성자 예수님은 주님으로 경험되며, 성령 하나님은 능력으로, 그리고 성부 하나님은 사랑의 아버지로 경험되고 있다. 맥도넬의 견해를 반영하면서 크리스텐슨은 다음과 같이 그 경험을 기술하고 있다.

이 경험은 그리스도의 삶을 더 효과적으로 그리고 더욱 충만하게 사는 능력을 받는 것이다. 이 경험은 그리스도의 주권을 순복하여 살며, 성령의 능력을 따라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삶을 살게 한다. 그러므로 그 초점은 바로 삼위일체 하나님께 있는 것이다(Christensen, 1967, 48, 54).

성령체험의 본질적 내용을 요약한다면, 이 체험은 오늘이라는 시간과 장소에서 인격적인 삼위일체 하나님을 생생하게 그리고 아버지 되심을 성령의 능력으로 깨닫는 것이다. 이 사건을 경험하는 자는 능력과 임재, 주권과 사랑을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오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생생하게 체험하며, 그분을 순종하여 살며, 그분의 삶과 교역을 통해 그분의 사랑과 구원을 가시화시켜 나간다.

2. 성령사건의 컨텍스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령사건은 하나님을 사랑의 아버지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구세주로, 그리고 성령을 하나님의 능력으로 체험하는 삼위 하나님의 체험이요, 신자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받고 하나님께 순종하여 사는 기독교신앙의 새로운 차원과 새로운 장을 열어주는 놀라운 경험이요, 삼위 하나님과 함께 자연과 인간과 나를 사랑하는 전인적인 삶의 회복이다. 이러한 성령사건은 어떠한 상황에서 일어나는가? 하나님은 진공 속에서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현장 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역사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아무데서나 자유로이 역사하실 수 있는 자유스런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일정한 컨텍스트에서 역사하신다. 앞서 언급한 성령의 사건들은 어떠한 상황적인 특성을 요구하는가? 즉, 성령은 어떠한 어떠한 통로를 거쳐 인간들에게 역사하시는가? 성령사건들에 어떤 일관성 있는 공통요소들이 있는가? 구체적으로 위에 언급한 성령사건들에 공통적인 어떤 요소들이 있는가? 그 요소들은 성경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것들인가?

1) 성령역사의 현장으로서 말씀과 성례전

칼빈은 어머니로서 교회를 설명하면서 제도의 활동 속에 임재하여 역사하시는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교회제도는 지극히 객관적인 실체이지만 하나님은 객관적인 실체인 교회의 활동 가운데 현존하여 신비적인 역사를 성취하신다. 즉, 칼빈은 제도로서 교회가 줄 수 없는 것들이 제도의 활동 속에서 일어난다고 암시한다. 칼빈에 따르면 우리가 제도적인 교회의 품 속에 있으면 진리는 항상 우리와 함께 거한다(Calvin, Inst. IV. 1, 3).

그러면 하나님은 어떠한 방법으로 교회 가운데 임재하시는가? 칼빈은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예수님이 제정하신대로 집행되는 곳에 성령이 임재하여 은혜를 베푼다고 가르친다(Inst. IV. 1, 9). 하나님의 말씀의 선포와 성례전의 집행은 열매를 생산하고 하나님의 복을 가져온다. 하나님은 이 두 가지 가시적 수단을 통하여 우리 위에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 안에서 역사하신다. 그러나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를 깨우치시고 은혜 받게 하시는 그리스도와의 교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일어나느냐 하는 점은 신비에 속한다. 다만 어떻게 우리가 그리스도와 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으로 성령과 교회를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칼빈은 성령의 역사로 승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수준으로 내려오실 수 있고, 동시에 말씀과 성례를 통하여 그리스도는 성령 안에서 우리 안에 들어오실 수 있다고 믿는다(Inst. IV, 14,8). 성령은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이시며 동시에 우리의 인격을 통일하시는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통합되어 버리거나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 인격 속에 용해되어지 않고 인격적으로 교제하며 관계를 갖게 만드시는 분이시다. 말씀과 성례는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관계를 맺게 하시는 성령 역사의 현장이다.

성령은 말씀과 성례를 통해서 우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의 문을 여신다.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은 타락으로 왜곡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예수님을 우리 안에 받아들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혼이나 육체적인 어떤 기능들도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다. 성령께서 우리의 심령을 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거기에 들어오실 수 있게 만드신다. 믿음이란 성령께서 그리스도를 받을 수 있게 우리 심령 가운데 창조해 주신 수용성이다.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 심령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이고 그분과 교제한다. 우리 믿음은 그 자체로서는 빈 그릇에 불과하다. 오직 성령께서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믿음을 창조하고 강화시키시며 예수 그리스도를 거기에 계시게 하고 우리와 교제하게 만드신다.

말씀과 성례전을 통하여 우리와 그리스도와의 인격적 교제를 갖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는 언제든지 제도적인 교회의 컨텍스트에서만 가능하다. 바울은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롬 10:13)"고 선언한 후에 구원의 과정을 부연하여 설명한다. "그런 즉, 믿지 아니하는 이를 어찌 부르리요, 듣지도 못한 이를 어찌 믿으리요,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들으리요(롬 10:14 - 15)". 이 말씀은 구원의 과정에서 제도적인 교회의 필수성을 암시하고 있다. 주의 이름을 부름으로 구원을 받은 자는 전도자의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는 중에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사로 마음을 열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받아들여 구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믿음의 말씀을 누가 전파하는가? 보내심을 받은 자가 말씀을 전파한다. 그러면 믿음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도자를 누가 보내는가? 물론, 하나님이 보내신다. 그러나 하나님은 제도적인 교회에 전도자의 파송을 위임하였다(행 13:1 - 4). 말씀을 선포하며 성례를 집행하는 교역자도 교회가 훈련하여 위임하고 파송한다. 교회는 이 일을 위하여 기구를 조직하고 과정과 절차를 만들고 법을 제정한다. 더구나 전도자가 전하는 말씀의 내용과 성례전의 절차도 그가 속한 교회의 위탁을 받으며 그 교회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그러므로 제도적인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의 과정에서 필수적인 제도요 하나님은 이 제도의 활동을 통해서 이 땅 위에 자기의 구원의 계획 성취해 나가신다.

2) 성령사건의 통로로서 교회, 성도의 교제, 그리고 교역자

위에서 언급한 성령사건의 콘텍스트는 3 중의 원으로 상징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유적인 표현은 언제든지 제한이 있지만, 그래도 이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그것을 여기에 제시하고자 한다.

① 삼위 하나님은 교회를 세우신 분이요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분이요 교회를 통하여 성도들에게 은혜를 베푸시며 교회의 손으로 세상의 구원과 섬김을 성취하시는 분이시다.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배를 담은 질그릇으로 성령 받은 자들이 합심하여 덕을 세워야 할 공동체로 이야기한다. 이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은 사도적 전승의 주체요, 하나님의 일꾼들을 세우고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며 성도들을 양육하고 성령으로 충만케할 사명을 받은 자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의 중심에는 교회가 있으며, 교회는 성령 사건의 중심 컨텍스트가 된다. 누구든지 교회 안에서 그리고 교회를 통해서 성령을 받으며 성령충만을 받으며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훈련을 받는다.

② 두 번째 원은 성도의 교제의 원이다. 성도의 교제는 교회 안에서만 그 의의가 있다. 성례전이 집행되고 말씀이 선포되는 교회의 컨텍스트 안에서의 성도의 교제는 성령의 통로이다. 예수님이 친히 말씀하신대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서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 성도들이 주의 이름으로 모이는 소그룹은 성령 임재의 현장이다. 성도들이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고, 기도를 나누고, 삶을 나누는 현장에서 성령은 역사하신다. 하나님은 나와 하나님 간의 단독자로서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게 나와 성도들 간의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도록 예비하셨다. 그러므로 합심하여 성도들이 모여 말씀을 나누며 기도하는 현장은 언제든지 성령강림 내지는 성령 충만 등의 성령사건의 컨텍스트를 제공한다. 사도행전 2:1 - 4의 오순절 다락방, 사도행전 4:23 - 31의 합심기도와 성령충만, 사도행전 8:14 - 16의 사마리아의 성령강림, 사도행전 10:44 - 48의 고넬료 가정의 성령강림, 사도행전 19:1 - 7의 에베소의 성령강림 등 사도행전의 주요 성령충만 또는 성령 강림의 장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말씀을 들으며 기도하는 현장이었음을 분명하게 읽을 수 있다.

③ 위의 도표의 세 번째 원은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고 따로 세움을 받은 목사(또는 교회의 위임을 받은 교역자)를 의미한다. 하나님께 선택받고 교회의 위임을 받은 교역자의 움직임은 초대교회의 성령사건과 그리스도 증인의 중심이었을 뿐 아니라 오늘도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초대교회는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아간 하나님의 종들의 행전이다. "오직 너희에게 성령이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 사도행전 2장은 하나님의 구원사에 중대한 분수령으로 구약과 예수님의 약속에 따라 예수께서 모든 믿는 이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시는 성령사건이요, 이때에 사도들은 모든 믿는 이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시는 성령사건이요, 이때에 사도들은 약속하신 성령을 충만히 받아 그리스도의 구원의 계획 성취의 주역들이 된다. 사도행전 전체의 성령사건들은 언제든지 그 중심에 하나님의 위임을 받은 (교회의 위임을 받은) 교역자들이 있다. 사도행전 2장 37 - 47절의 성령사건의 중심에는 베드로와 사도들이 있었고, 사도행전 4장의 성령충만 사건의 중심에도 베드로와 사도들이 있었다. 사마리아의 성령강림 사건의 중심에는 빌립, 베드로, 요한이 있었고, 바울의 성령사건(행 9:17)에는 다메섹의 아나니아가 있었고, 고넬료의 가정의 성령사건에는 베드로가, 안디옥 교회의 성령사건에는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 사울 등이 있었고(행 13:1 - 3), 그 이후의 거의 모든 성령의 사건 중심에는 바울과 바나바, 실라, 누가, 마가 디모데 등이 그 중심에 있었다.

초대교회의 성령사건은 성령을 받은(행 1:8)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일어났다. 그들이 어디에 가든지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교역자들이 되었다. 사도행전 8장 4절은 간단하게 이 사실은 요약한다.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 성령받은 사람들과 성령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성령 받은 사람들은 성령의 통로가 되고 있다. 성령받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에 성령은 그 말씀을 통하여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게 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해가고 있다. 성령받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곳마다 성령의 사건이 일어났고 성령받은 사람들이 말씀을 듣고 가지 않으면 거기에는 성령사건이 없다. 심지어 가사로 내려가는 광야에서도 성령의 사람 빌립이 가서 말씀을 증거할 때 에디오피아 여왕의 내시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방인 고넬료의 가정에도 하나님의 성령이 임했다.

그러나, 사도행전은 언제든지 교회를 통해 하나님의 위임을 받은 하나님의 종들의 움직임에 초점이 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성령사건이 일어난다. 그들이 머무는 곳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된다.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의 중심에는 언제든지 하나님의 종 목사들이 있다.

④ 위의 그림의 중요한 암시점은 성도들이 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목사의 삼중의 통로를 거쳐 역사하시는 삼위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을 때에만 성령충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요, 불신자들은 이 세 가지 통로를 통하여 성령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도들이 성령충만한 삶을 살고 있느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교회 안에서 교회와 함게 예배드리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섬기며 지도를 받으며 가르침을 받으며 양육을 받고 있느냐? 믿음의 형제 자매들과 함께 말씀을 나누며, 기도를 나누며, 삶을 나누고 있느냐? 교역자의 지도와 가르침과 돌봄을 받고 있느냐? 하는 세 가지 질문에 어떠한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교역자의 지도와 돌봄을 제대로 받고 있을 때 그는 성령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이요, 그렇지 못할 때 그는 죄와 세상과 사탄의 시험을 받아 고통당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불신자가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도 교회와 그리스도인들과 그리고 목사와의 접촉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 삼자는 교회 안에서 만나기 때문에 교회(그리스도인들)와 접촉이 없는 불신자들에게는 성령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전파되고, 성령충만의 역사들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때에도 우리나라에는 한 건의 성령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복음을 들고 이 민족을 찾아온 성령의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디어 세계 여러 교회가 그 종들을 이 나라에 파송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이땅에 들어와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할 때에 거기에 성령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이 이 땅 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⑤ 위의 도표는 우리에게 중대한 목회의 도전을 제시한다. 어떻게 온 교회를 성령의 통로가 되게 할 것이냐? 어떻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을 전할 것이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교회이다. 교회가 성령의 통로요,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교회를 성령의 공동체로 변화시켜야 한다. 즉, 교회 안에서 교회를 통하여 그리고 교회와 함께 역사하시는 성령께서 생생하게 역사하시는 공동체가 되게 하는 것이 목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다음 논의의 주제이다.

Ⅱ. 목회의 중심이동이 필요하다.

오늘 목사들이 목회하면서 어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을까? 오늘 등록한 교인수인가? 아니면 오늘 출석한 교인수인가? 목사들의 마음을 번민케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교회건축인가? 교회성장인가? 교회내의 갈등 조정인가? 오늘 진정으로 초대교회와 꼭 같은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면 번민하며 부르짖는 목사들은 얼마나 될까? "오직 성령이 저분에게 임하시면 저분도 권능을 받아 우리동네와 대한민국과 북한과 땅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이 될 터인데... 주여! 저분을 성령으로 충만케 하소서, 은사를 활용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여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하게 하소서!"

1. 능력 부여(Empowering)의 목회

1)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교역자이다.

초대교회는 몇가지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특별히 부름받아 하나님의 교회의 일꾼된 사도, 집사들(위임받은 교역자들)과 함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같이 하나님의 일꾼된다는 2중적인 교역 구조이다. 예수님은 수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특별히 12제자를 선택하여 특별교육을 시켜 지도와 감독 그리고 가르침의 주역이 되게 하셨다. 사도행전에서도 최초의 관심은 가롯 유다의 뒤를 이어 사도의 직을 확립하는 맛다아의 사도 선출이었다. 초대교회는 사도 이외에도 집사들을 선출하여 특별한 봉사를 하게 했으며(행6:1-6), 선교사를 위임하여 파송하고(행13:1-4), 장로들을 선택하여 교회를 돌보게 하며(행14:23,20:17-38), 감독들을 선출하여 위임하였다(딤전3:1-7). 그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 중에 특별히 선출하여 위임을 받은 하나님의 종으로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교역을 위임 받았다. 그들은 교회를 감독하며, 가르치며, 지도하며, 양육하며, 하나님의 구원을 성취하는 책임을 맡은 자들이었다.

그러나 오늘과 같이 특별한 직임을 받은 자들만이 교회의 일꾼이라는 개념은 초대교회에 없었다. 특별한 직임을 위임 받은 자들은 구별된 특별한 일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자들이지만 모든 그리스도인들도 누구나 하나님의 일꾼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위해 자기가 받은 은사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교회의 덕을 세우며, 봉사의 일을 담당했다. 초대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하나님의 교회의 지체들로서 각가 받은 바의 은사에 따라 자기의 기능을 수행하는 교회였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교역에 관하여 우리에게 세가지 중요한 주제를 제시한다. 첫째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이요, 두번째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각기 은사를 받았으며, 세 번째로 그리스도인 각자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로서 각기 수행해야할 기능을 부여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 주제는 전 교인 교역자(섬기는 자)화의 목회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첫째로 사도행전이 보여 주는 새 시대의 특성 가운데 하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다 성령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강림시에 120여명이 다같이 모여 있었는데 120명 전부가 성령충만을 받았으며, 사도행전 2장 37-47절은 성령이 강림할 때에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사함을 얻는 자마다 성령을 선물로 받는다고 암시한다. 사도행전 8장 14-17절은 베드로와 요한의 기도를 받는 자마다 성령을 받는다고 가르친다. 사도행전 10장 44절은 베드로의 말씀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이 내려 오셨다. 이 모든 말씀이 암시하는 바는 믿는 자는 모두 성령을 받는다. 또는 성령을 받아야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혜의 시대, 또는 새시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기름부음을 받은 자요(성령받은 자)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사명자로 부름을 받았으며 위임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새시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 교역자의 시대이다.

두 번째로 초대교회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은사를 받아 각기 받은 바 은사대로 하나님을 봉사하는 교회였다. 바울은 여러번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각기 성령의 은사를 받았다고 가르친다,"그러나 각각 하나님께 받은 자기의 은사가 있으니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니라"(고전7:7),"각 사람에게 성령의 나타남을 주심은 유익하게 하려 하심이라"(고전12:7). 그리고 베드로도"각각 은사를 받은대로 하나님의 각양 은사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4:10)고 가르친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은 다 자기들이 특별한 하나님의 은사를 부여받았다고 믿었으며, 그 은사대로 하나님께 봉사아여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꾼이요 교역자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의 지체로서 각기 기능을 부여받은 자들이다,"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는니라"(롬12:5),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7), "너희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인줄을 알지 못하느냐"(고전6:15). 몸은 하나이지만 각기 수많은 지체들이 있어서 각기 자기의 기능을 수행함으로 온몸을 유지하듯이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지체들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각기 수행하여야 할 기능을 부여 받았으며, 그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의 몸은 그만큼 장애를 가진 몸이 되고 만다.

이상에서 언급한 세가지 주제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일꾼이요, 교회의 교역자로서 책임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교역자들은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볼때에 그들이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름을 받았으며, 교회의 교역자가 되어야함을 중시하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2) 전교인 교역자화의 비전

이제까지 목사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교인들을 훈련시켜 교회와 목사의 목회에 참여시켜 교회성장의 일꾼으로 활용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러한 목회에 중심이동이 일어나야 한다. 하나님은 각자에게 독특한 목적과 뜻을 가지고 창조하셨으며, 그들에게 성령을 주시고, 은사를 부여하시고, 기능을 주셔서 그들이 각기 받은 목적과 뜻을 행하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교회의 지도자들과 목사들은 그리스도인들이 각기 받은바의 목적과 뜻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목회의 중심은 성도들을 훈련시켜 목사의 목회를 도웁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 각자의 은사와 기능을 수행하여 하나님께 받은 각자의 목적을 수행할 수 있게 성도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전 교인을 교역자화 하는 것이요 각기 자기의 은사를 사용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 증거하는 것이다.

목사는 이를 위하여 선택을 받고 구별된 하나님의 종들이다. 목사는 모든 성도들에게 능력을 부여하는 사명을 받은 교역자이다. 그리스도인들 모두는 목사의 지도 아래 은사를 발견하고 개발하여야 하며, 목사는 그들에게 합당한 교역의 자리를 배정하고 자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지도하고 감독하는 책임을 진다. 그러므로 모든 교인이 교역자화 될수록 목사의 책임은 더중하여 진다. 왜냐하면 목사가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교인들의 교역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2. 능력부여와 성령

목사와 교회지도자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의 특별한 목적을 받아 가지고 세상에 태어났으며, 특별한 은사와 기능을 부여받아 그 목적을 성취하도록 부름받은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목사들에게 있어서 능력부여의 목회를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첫째로 교회의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교회마다 그 자체로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Worley, 1983). 교회는 나름대로의 집단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질성을 가지며(Clinebell,1985, 24), 따라서 모든 교인들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목표와 가치를 공유한다. 교회가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교인들이 그대로 그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무엇을 가르치든지간에 그 교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정체성의 여과를 거쳐 교인들에게 전달된다. 교인들은 교회의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 교회의 가치와 비전과 목적을 배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자기 교회의 분위기를 점검하여야 한다. ① 이 교회는 성령충만을 사모하고 있는가? ② 이 교회는 그리스도 중심의 신앙관을 가지고 있는가? ③ 이 교회에서 일어나는 성령사건들을 존중히 여기고 있는가? 이러한 점검을 거치고 이 세가지가 교회의 분위기로 정착할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하고 교회와 함께 교회의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시켜야 한다.

두번째로 소그룹이 함께 모여 말씀을 나누며 서로에게 중보기도해 주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령사건은 언제든지 성령의 사람들을 통로로하여 나타난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은 마치 불붙는 숯덩어리와 같아서 그들이 다른 성도들과 함께 만나거나 심지어 불신자와 만날때에 그 불을 전달하는 힘을 갖는다. 성도들 자신은 불이 아니다. 단순한 숯덩이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령의 불이 그 숯덩이에 붙으면 그 숯덩이는 곧바로 불덩어리가 되어 다른 숯덩이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성령의 사람들, 믿음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며 그리스도를 높이며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하는 그 곳에 성령께서 임재하여 그 곳에 성령의 사건들을 일어나게 할 것이다.

세번째로 목사의 지도와 가르침은 성령사건의 틀을 제공할 뿐 아니라 성령충만을 경험하는 성도들에게 올바른 방향과 가치를 갖게 해 준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힘과 열성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 힘과 열성이 그리스도 중심의 삶과 교역을 위해 바쳐지도록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은 목사가 담당해야 하는 책임이다. 이것은 성령사건 이전에 틀로서 제공되어야 하며, 성령충만함을 경험하는 성도들을 지도하는 원리가 되어야 한다. 즉 목사는 성령사건의 기본틀이요 성령충만의 내용과 가치와 방향이다. 목사가 어떤 가르침과 지도를 하고 있느냐에 따라 성령충만한자가 그리스도를 예찬할 것이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Ⅲ. 성령이해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1. 방법론의 문제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20여년동안 한국교회의 성령론 논쟁이나 주장들의 대부분은 무시간적 무공간적으로 접근해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주장이 시간성과 공간성의 맥락을 첨가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개인적인 체험으로서의 성령사건을 이야기하는데 그쳤다. 최갑종교수는 월간목회(1996.1월호)에서 신약성경은 "적어도 12명이상의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신학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한 역사적, 문화적, 사회경제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쓰여진 역사적, 문화적, 신학적, 사회·경제적인 문헌이다"라고 잘 지적하면서도 정작 성령세례, 성령충만, 성령받음등을 논할 때에는 무시간적, 무공간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성령을 받은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 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구체적이요 다양한 성령-사건 하나하나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성령의 사역을 다룰 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주제는 불변하는 참 진리이신 하나님이 어떻게 구체적인 사람의 맥락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역사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진리의 불변성과 절대성과 통일성을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현장성과 다양성과 가변성을 거기에 연결시키지 않으면 성령이해는 생명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점에서 대부분의 성령신학자들 불변성, 절대성, 그리고 통일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필자는 구체적인 현장성과 다양성과 가변성에 초점을 모으고자 한다. 그래서 필자는 성령께서 구체적인 현장가운데 강림하시고 역사하시는 성령사건을 기록한 사도행전을 중심으로 이야기할 것이며 교회라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장에 중점을 둘 것이다.

⑴하나님-인간 쌍방관계에서 성령론 이해의 문제점

이제까지 거의 모든 성령이해는 하나님과 인간의 개인적 관계에 집중되어 왔다. 성령을 보내시는 하나님과 성령을 받는 인간들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중생케하시는 성령의 역사와 성령세례는 구별될 수 있는 것인가? 성령충만과 성령세례는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실체를 의미하는가? 어떻게 인간개체는 성령충만을 받을 수 있을까? 그리스도와의 관계와 성령충만과는 비례관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등등의 질문들은 모두 하나님-인간 쌍방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규명에 성령 이해의 중심이 있는 것 같이 믿어 왔다.

이렇게 하나님-인간 쌍방관계로 성령의 교역을 이해하고, 삶의 구체적인 현장과 그리스도인의 신앙의 장인 교회와 분리해서 성령세례, 성령충만등을 이해함으로서 한국교회는 현장성을 잃은 성령론의 무대가 되어왔다고 할 것이다. 교회와 분리된 성령이해는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

첫째로 성령을 하나님-인간쌍방관계로 이해할 때 성령이해의주관성, 또는 주관주의적 신앙의 위험성이 항상 뒤 따른다. 성령을 받기를 원하거나 성령으로 충만케 되기를 원하거나 또는 성령의 은사를 받고자 할 때에 사람들은 언제나 이것을 하나님께서 인간 [나]에게 주시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하나님앞에 부르짖으며 간구하고, 헌신하고, 순종할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가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영이시기 때문에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없으며 들을 수도 없다. 우리는 하나님을 만난 증거를 하나님에게서 찾을 수 없다. 그 증거는 인간에게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와 헌신과 충성의 결과로 나에게 성령으로 충만케 했는지의 여부는 [나]의 느낌 또는 체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방언과 같은 은사체험, 깨달아 아는 인식체험, 통회와 평화등의 감정적인 체험, 하나님께 헌신하여 살고자 하는 의지의 체험등 나의 내면에 어떻한 체험과 깨달음과 헌신과 느낌이 왔느냐하는 것에 따라서 내가 성령을 받았는지, 또는 성령충만했는지를 판단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될 때에 [당신은 성령을 받으셨습니까?] 라든지 [당신은 성령충만을 받았습니까?]라든지 [당신은 성령의 사람이 되어 있습니까?]라고 물을 때에 그 대답은 나의 느낌, 체험, 깨달음, 결심등 나의 주관세계의 경험을 반영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모든 신앙의 판단 기준은 [나]의 내면적인 경험이 되어 버리 것이다.

두번째로 성령을 하나님-인간의 쌍방관계로 이해할 때, 끝없는 체험주의의 순환에 빠질 것이다. 성령을 받았다고 확신하며, 성령께서 우리안에 내주하고 있다고 믿는 신자들도 냉냉함과 메마름에 빠질 수 있다. 성령안에서 살면서도 뜨거운 생명을 상실할 수도 있다. 이 때마다 성도들은 잃어버린 생명력을 되찾기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고 부르짖을 것이요, 내면에 어떤 뜨거움을 체험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체험이 올 때에 성령충만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 것이다. 이 사람은 끊임없이 체험의 줄에 메달린다. 냉냉해지거나 메마름을 느낄 때마다 하나님께 부르짖고 내면의 어떤 체험이 오면 만족하여 살다가 다시 메마르고 부르짖고 체험하는 내면적 체험의 순환에 빠져 버릴 것이다.

세번째로 이러한 이해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배양하고 공동체를 상실하게 만들 것이다. 성령으로 충만하지 아니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이런 신앙을 가진 성도들은 그 이유를 자신의 나태한 신앙이나 열심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앞에 자신을 회개하며, 하나님께 자신을 드리며, 하나님의 성령으로 채워지기를 간구할 것이다. 이런 신앙의 구도는 언제든지 나와 하나님으로만 연결되어 있고, 공동체나 이웃이 없는 신앙으로 남을 것이요, 성령충만은 언제든지 나와 하나님간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께 메어 달리는 개인주의적 신앙에 머물 것이다.

네번째로 하나님과 나 사이의 2자 관계에 중점을 둔 신앙이해는 탈사회적이요, 탈역사적이요, 현장감을 상실한 신앙을 조장할 것이다. 성령세례와 성령충만의 결과로서 사회 참여와 이웃섬김을 이야기할 뿐 섬김과 전도와 참여가 성령충만의 장이요 공동체가 성령세례와 성령교역의 통로임을 깨닫지 못할 때 우리의 신앙의 핵심, 성장의 초점, 성숙한 신앙의 장을 언제든지 하나님과 나 사이의 개인적 관계로 생각하여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와 그리스도께서 위하여 죽으신 인간들에 대한 관심을 제 2차적인 것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성령세례와 성령충만의 토론은 끊임없이 있어 왔으나 그 결과로 공동체중심의 신앙은 별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중시해야 할 것이다.

⑵ 하나님-교회-인간 3자관계에서의 성령교역이해

실제로 성경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성경도 성령의 교역에 관해서, 그리고 성령충만에 관해서 하나님과 나의 쌍방관계로만 이해하고 있을까? 오늘 우리 교회의 성령충만에 관해서 하나님과 나의 쌍방관계로만 이해하고 있을까? 오늘 우리 교회의 성령사건을 제공하는 신약성경, 특히 사도행전은 성령사건을 교회의 맥락에서 우리에게 소개해 주고 있다. 즉 사도행전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받아들인 그리스도인들인 교회와 그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전도와 봉사의 사명과 더불어 성령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령사건의 구도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건마다 차이가 있고,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사람들에게 역사할 때 구체적인 상황가운데서 인간 개개인의 특별한 점들을 다 고려하여 그에게 가

장 적합한 방법으로 역사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사건들을 하나의 구도에 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도 있으나 성령사건을 이해하고 성령세례와 성령충만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하여서

감히 모험을 걸 수 밖에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도행전에서 나오는 성령사건들을 보면 다음도표와 같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님은 교회(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을 보내셨다.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순종하는 교회(그리스도인들)가 되었다. 그러므로 교회는 성령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성령을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서 섬기과 전도의 교역(ministry)에 참여한다. 그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사람들을 섬기고 전도할 때에 하나님께서는 순종하여 섬기는 자들과 전도한 자들에게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며, 또한 전도받고 섬김을 받는 사람들에게 성령을 부어주신다.그래서 이제까지 성령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성령충만의 역사가, 불신자로 있으면서 교회(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의 전도와 섬김을 받는 자들에게는 성령을 부어 주시어 그리스도인들 즉 교회가 되게 만드신다. 그러므로 성령의 사건은 하나님-교회-인간의 3자관계에서 나타나며, 그것도 섬김(예배를 포함하여)과 전도의 사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을 교회라는 맥락안에서 이해하여야 하며, 교회의 맥락을 떠날 때에는 위에서 언급한 위험이 뒤 따른다고 믿는다.

성령을 공동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때에 첫째로 성령이해의 주관성을 극복하고 하나님이 친히 세우신 교회를 그리스도인들의 교제안에서, 그리고 구체적이 인격관계속에서 성령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시거나 성령으로 충만케할 때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하여 우리에게 주시기 때문에 누구나 성령충만이나 성령의 교역을 기대하는 자는 교회 즉 그리스도인들(집단적으로나 또는 개인적으로)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드리며, 그들의 지원을 받으며, 교회가 선포하는 말씀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공허하게 무릎꿇고 하나님을 구하기 보다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인격을 가진 그리스도인들과 만나며 그들과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며 봉사하고 섬기는 가운데서 성령의 교역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받음이나 성령충만의 증거를 구하기 위하여 나의 내면에 어떤 깨달음이나 체험 또는 느낌등을 찾을 것이 아니라 믿음의 사람들로 구성된 교회 안에 있는가, 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는가, 교회와 함께 예배드리며 말씀을 나누며, 기도하며 섬기고 있는가 하는 구체적이요 인격적인 신앙의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 성령의 교역을 위해 주관적인 세계에로의 회귀가 아니라 객관적이요 인격적인 관계의 신앙으로 회귀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성령사건을 삼각구도로 이해하게 될 때 개인주의적인 신앙의 틀을 벗어 버리고 교회공동체 안에서의 참 신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령으로 충만하는 것이 교회공동체라는 통로를 거쳐서 우리 인간 개인들에게 오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신앙이 메마르고 냉냉해질 때마다 자기의 부족과 나태와 죄악됨을 인식할 뿐 아니라 교회공동체의 지원을 받으며, 교회공동체 안에서, 교회 공동체와 함께 신앙회복과 생명이 넘치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즉 자기 혼자서 단독자로 하나님 앞에 서기보다는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 속에서 신앙성숙을 위해 힘쓸 것이다. 뒤에 언급하겠지만 이것은 공동체 가운데서 받는 것만 의미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성령의 교역은 공동체의 말씀을 들으며 기도로 후원을 받으며 함께 예배드릴 때에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하여 섬기며 전도의 사명을 수행할 때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위에서 언급한 3자 관계에서 성령을 이해하는 것은 신앙의 현장성 회복과 사회참여, 역사성 회복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성령의 교역은 전도-양육-파송의 3단계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전도하여 새신자를 얻고 그를 훈련시키고 양육시킨 후에 파송하여 섬김과 전도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닥에는 새신자를 결신케 하시는 성령의 역사와 양육시키는 성령의 역사와 섬김과 전도의 교역에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역사를 구별하여 생각하는 전제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령이 교회를 통하여 사람들에게 오신다는 3자구도는 하나의 점에 세가지가 다 모이는 것을 말한다. 즉 하나님은 봉사하고 전도하는 바로 그 곳에 임재하여 섬기는 자와 섬김을 받는다, 전도자와 전도를 받는자 속에서 동시에 역사하신다. 그러므로 전도의 순간은 전도자와 전도받는자에게 성령이 임재하는 순간이 된다. 이 말은 능력을 받아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도하면서 능력을 받으며, 전도하면서 양육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사건은 섬김의 교역과 전도교역속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성령사건이 자기에게 일어나기를 구하며 성령충만을 원하며 구체적인 현장에서 주님의 이름으로 섬기며 전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과 나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속에서 보다는 구체적인 역사현장에서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섬기며 그들에게 주님을 전하는 바로 그곳이 성령사건의 장이 된다면 우리는 성령을 구하여 산으로 올라가기 보다는 고통당하는 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교회공동체적인 각도에서 성령을 이해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그리고 신학적으로 합당한 것인가? 먼저 사도행전의 성령사건들을 중심으로 하여 성령의 교역의 특징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3. 성경은 성령사건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령구절들을 보면 대략 세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① 성령을 받아 충만한 사람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는 구절들:"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행6:5), "바나바는 ……성령이 충만한 사람이라"(행11:24); ② 성령이 강림하거나 성령이 충만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며 말씀과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사명을 수행하게하시는 것에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는 구절들(행1:5, 8, 2:1-4, 33, 38, 4:8, 31, 6:10, 7:55, 8:14-17, 9:17, 10:44-48, 13:9, 19:1-6등); ③ 삼위하니님이신 성령께서 직접 주도권을 잡고 그 분의 계획대로 교역을 하시는 것에 중점을 두는 구절들(행5:32, 8:26, 29, 39, 10:19, 11:12, 13:1-4, 16;6등). 이 가운데서 우리의 논점과 직접적으로 관계되는 것은 주로 ②번, 즉 성령께서 교회(그리스도인들)에 임재하여(첫번째 강림이든지 또는 그 이후의 계속적인 충만이든지)하나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사명을 수행하게 하는 성령사건들이다. 그러나 이런 성령의 사건들도 더 자세히 읽으면 다시 두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하나님의 교회에게 사명을 감당할 수 있게 교회에게 집단적으로 임하시는 성령이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교회가 사명을 감당할 때 임재하여 사명자들과 그들의 봉사와 전도를 받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역사하시는 성령이시다. 사도행전 2장 1-4절의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은 전자를 대변하는 구절이다. 사도행전 4장 8절 "이에 베드로가성령이 충만하여 가로되 백성의 관원과 장로들아 ……"하는 말씀은 후자를 대표하는 구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구절들은 하나님과 개인들 사이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이 어떻게 전파되며 이 땅위에 그리스도의 나라가 임할 수 있을까하는 교회의 사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성령사건은 성령을 받은 어느 개인의 복지(Wellbeing)보다는 하나님이 그처럼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구원하고 그들을 섬기는 바로 그 사명에 더 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⑴ 성령강림의 요소들

성령께서 사람들에게 강림하시는 성령사건들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들은 무엇인가? 오순절 성령강림(행2:1-4), 사마리아의 성령강림(행8:4-17), 바울의 성령받음(행9:1-19), 고넬료의 가정의 성령강림(행10:44-48), 그리고 에베소 제자들의 성령받음(행19:1-7)등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대표적인 성령강림의 사건들의 기록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구절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성령세례가 중생과 같은 사건이냐 별개의 사건이냐? 또는 성령세례의 조건이 무엇이냐? 또는 방언이 성령세례의 표지냐 아니냐? 또는 성령과 체험, 성령과 구속사역의 연관성등 교리적 다분히 이론중심적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위의 성령사건들을 드려다 보면 이 모든 성령사건은 ①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거나 선포하거나 가르치거나 할 때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과 ② 예수 그리스도를 따른 사람들, 즉 교회(집단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가 거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과 ③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증거라는 대사명이 언제든지 거기에 전제되어 있거나 또는 그 사명을 수행하는 현장이다. 요약하면 성령 강림의 사건은 하나님의 말씀-그리스도인들(교회)-사명수행이 세 맥락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성령사건이 철저히 교회중심이며, 사명과 관련되어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매개로 하여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도행전의 성령사건은 인간 개인이 하나님 앞에서 부르짖고 회개하여 그 결과로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도행전의 성령사건에는 어떤 개인주의적이요 주관주의적인 성령사건의 개입의 여지가 없다. 성령이 강림하여 개인들에게 만족과 감격과 기쁨을 준다고 하여도 이것은 언제나 부수적인 것이요 성령사건의 중심은 아니다. 그러면 이제 사건들을 하나 하나 분석해 보자.

1) 오순절 성령강림사건 (사도행전 2장 1-4절) :

① 전도자와 말씀

행1:4-5절 "약속을 기다리라"

행1:8 "성령이 임하시면 …… 내 증인이 되리라"

→ 예수님께서 친히 이 말씀을 선포하신다.

② 그리스도인들 : 120명이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마음을 같이 하여 전혀 기도에 힘쓰는 동안에 성령께서 강림하신다(여기에 모인 120명이 성령을 받기 전에도 교회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자들로서 말씀에 의지하여 거기에 있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③ 그리스도인들의 사명 : 그들은 "성령이 임하시면 …… 내 증인이 되리라"는 사명 위임을 받고 그 사명수행을 전제하여 거기에 모여 성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2) 사마리아의 성령강림 : 사도행전 8:4-17

① 전도자와 말씀 : 전도자 빌립이 하나님의 나라와 및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에 관하여 전도했다(8:5,12)

② 예루살렘교회를 대표하여 파송된 베드로와 요한

③ 빌립은 주님의 사명 "사마리아에 …… 내 증인이 되리라"에 의지하여 사마이라로 내려가 거기에서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3) 사울이 성령받음 : 사도행전 9:1-20

* 여기에는 사울이 성령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나니아의 말 "형제 사울아 주 네가 오는 길에서 나타나시던 예수께서 나를 보내어 너로 다시 보게하시고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신다"와 그 결과로 사울이 "즉시로 각 회당에서 예수의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파하니"(9:20)에서 이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① 전도자와 말씀 : 아나니아가 예수님의 말씀을 받고 사울에게 와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9:17), 예수님이 친히 사울에게 말씀을 주신다(9:3-7)

② 교회 : 아나니아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대표한 주님의 교역자다. 그가 주님의 말씀을 순종하 여 사울에게 와서 주님의 말씀의 전하고 손을 얹어 안수하고 있다.

* 예수님이 사울을 만났으나 직접적으로 사울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고 아나니아를 보내어 아나니아의 말씀선포와 안수를 통하여 사울에게 성령을 주시고 있다.

③ 그리스도인의 사명 : 아나니아는 주님의 교역자이다. 그는 주님의 말씀을 순종하여 예수를 핍박하는 사울에게 찾아가서 주 예수님이 위임하신 사명을 수행하고있다.

4) 고넬료 가정의 성령강림 : 사도행전 10:1-48

① 하나님의 말씀과 전도자 : 베드로는 성령이 명하심을 받아 고넬료 가정에 가서 거기에 모여 있는 자들에게 말씀을 전한다(10:26-44).

② 교회 : 베드로는 교회를 대표한 교역자이다.

③ 그리스도인의 사명 : 사도행전 10장은 하나님께서 고넬료를 구원하시고자하는 분명한 뜻을 보여 주며 베드로에게 환상을 보이시고, 고넬료에게 천사를 보내시면서 고넬료의 가정을 구원하는 일을 추진하신다. 베드로는 하나님의 위임을 받아 고넬료에게 가서 사명을 수행하는 동안에 말씀을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성령이 임했다.

5) 에베소제자들의 성령받음 : 사도행전 19:1-7

① 하나님의 말씀과 전도자 : 바울은 "요한이 세례를 베풀며 백성에게 말하되 내 뒤에 오시는 이를 믿으라 하였으니 이는 곧 예수라"(4절) 하고 말씀을 전하였다.

② 교회 : 바울은 이방의 사도로 교회를 대표하는 전도자요 사명자이다.

③ 그리스도인의 사명 : 바울은 제 3차 전도여행중에 에베소에 도착하였으며,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주님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위에 소개한 5개의 성령사건중에서 오순절 성령강림(행2:1-4)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가지 성령사건은 모두 사명수행과정에서 성령이 강림하였다고 가르친다. 즉 그리스도의 교회(그리스도인들)가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말씀(구원의 복음, 예수 그리스도)을 전할 때에 그 말씀을 듣는 사람(들)에게 성령이 강림하고 있다. 어떤이들은 말씀을 받은 후에 사명자의 안수를 받을 때에 성령을 받았고, 어떤 이들은 말씀을 듣는중에 성령을 받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어느 개인이 것이 아니라 말씀의 교역자들(교회)이 주님께 순종하여 사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즉 구체적인 복음전도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성령이 강림하고 있다.

이 사실은 특히 고넬료 가정의 성령사건에서 분명한 목회적 암시점을 찾을 수 있다. 고넬료는 경건하여 온 집으로 더불어 하나님을 경외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고 하나님께 항상 기도하는 사림이었다. 하나님의 천사는 그에게 "네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 앞에 상달하여 기억한 바 되었다"(행10:4)고 칭송하였다. 그러나 고넬료는 아직도 예수님을 알지 못하였고 성령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구원받지 못한 백성중에 속하였다. 그는 성령을 받아야 할 사람이요, 중생이 필요한 사람이다. 그러면 고넬료는 중생과 성령받기 위하여 무슨 일을 하였는가? 그는 이미 시간을 정하여 기도하는 자였고(10장3절), 그의 기도와 구제가 하나님께 상달되어 기억되신바 된 경건과 기도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중생과 성령사건을 위해서 베드로(그리스도의 교회)를 초청하여, 그의 말씀을 들어야 했다. 어떻게 성령을 받을 것이냐? 사도행전은 성령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고 물을 때에 오늘 한국교회가 가르치는 바와 다른 대답을 주고있다. 사도행전의 대답은 교회와의 만남이요, 그리스도의 사람을 초청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것이다. 이것은 사울의 사건, 사마리아의 사건, 에베소의 사건에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교회가 끊임없이 성령강림사건을 경험하려고 한다면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주님의 일꾼들이 끊임없이 고역현장, 전도현장에 나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며 사람들을 섬겨야 할 것이다.

⑵성령세례의 증거들

오순절운동과 성령운동(Charismatic Movement)에 속한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은 중생한 후에 방언을 표지(Sign)로 하여 성령 세례를 받는다고 믿는다. 이 주장은 19세기 성결운동 (Holiness Movement)과 그 신학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성결운동의 요체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여 죄사함을 받고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것으로 만족해서 안되며, 윤리적으로 성결함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R. A 토레이(Torrey)박사의 『성령론』은 성결운동의 성령론을 대표하는 책이다. R.A.토레이의 성령론은 3단계 성령론이다. ① 성령의 제 1차적인 역사는 중생사역으로 성령은 불신자에게 감화하여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고 영접하여 죄 씻음을 받게 하신다. 이것은 성령의 외적인 역사로 제1의 축복이다. ② 성령의 제 2차적인 역사는 성령세례이다. 성령세례는 놀라운 체험과 함께 오며, 성결의 축복을 받는다. 성령세례를 받은 신자들속에는 성령이 내주한다. 제 2의 축복으로 신자들은 성령의 사람이 된다. ③ 성령의 제 3차적인 역사는 은사의 체험이다. 성도들은 제 3차 축복을 받을 때에 성령의 은사들을 받아 하나님께서 위임하시는 사명을 이 땅에서 수행할 수 있다.

R.A. 토레이의 성령론에 따르면 성도들은 다같은 축복의 사람들이 아니다. 성도들은 ① 단순히 중생하여 죄 용서만 받은 성도들, ② 성령세례를 받아 성결의 축복까지 받은 성도들, 그리고 ③ 성령의 은사까지 받아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성도들로 구분되고 차별된다. 성도들은 언제나 더 큰 하나님의 복을 사모하여야 하며, 제 3의 복을 받아야 진정한 하나님의 일꾼이 된다.

현대 오순절 운동의 효시가 된 미국 캔사스 주 토페카시에 소재한 성경학교에서 일어난 방언 운동은 바로 19세기의 성결운동의 맥락에서 일어났다. 파함(Charles Parham)목사는 감리교 목사였으나 성결운동에 깊이 참여하였다. 그는 신앙체험을 부흥시키려는 목적으로 토페카시에 성경학교를 개설하였다. 파함 목사의 영향을 받은 학생들은 사도행전에 기록된 성령세례를 받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하였다. 그들은 사도행전을 읽고 토론하던 중에 성령 세례를 받을 때마다 방언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사마리아의 성령 받는 사건에서만 방언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때에 사람들이 성령 받는 것을 보았다고 암시하는데 이것은 틀림없이 방언을 하였기 때문이라고 학생들은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합심하여 방언과 함께 성령세례를 받기 위해 열심으로 기도하던 중에 1901년 1월 1일 새벽에 오즈만(Agnes N. Ozman)이라는 여학생이 방언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여 현대 오순절 운동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체험과 함께 방언을 받은 후에 이것을 성령세례라고 믿었다. 그들은 성결운동의 맥락에서 자기들의 경험을 해석하였다. ① 방언을 받은 모든 성도들은 중생한 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었으며, 예수님의 피로 죄 씻음을 받았다고 믿었다. ② 중생한 그리스도인들은 방언체험과 함께 새로운 신앙의 단계를 체험했으며, 이것은 중생과 구별되는 성령세례로 방언을 그 표지로 하여 받는 것이다. ③ 모든 중생한 그리스도인들은 방언을 표지로 하는 성령세례를 받아야 하며, 방언은 성령세례의 증거이다.

이러한 주장은 성경에 기초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험을 기초로 하여 성경을 재해석한 것이다. 그들은 경험에 대한 인간의 갈망과 방언체험이라는 놀라운 경험이 먼저 있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성경을 다시 읽으면서 이러한 교리를 만들어 내었다. 이것은 성경해석 방법의 하나로 받아 들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다시 한번 성경을 순수하게 연구하면서, 즉 우리의 경험적 사실을 비우고,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읽고 성경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우리의 경험을 그 말씀에 의해서 재해석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말씀의 종이요, 말씀에 의하여 새로 태어나고, 말씀에 의하여 거룩하여 지는 말씀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순절 교단의 2단계 성령이해는 성경의 가르침과 다른데가 많이 있다. 사도 요한은 성령을 "믿는자가 받을 성령"이라고(요7:39)말씀한다. 예수님은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으니 그가 또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주사 영원토록 너희와 함께 있게 하시리니"하고 말씀하신다(요14:16). 이 말씀은 포괄적인 말씀이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성령세례를 받고 다른 이들은 성령세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한다. 이 약속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성령을 받아 성령이 자기 속에 내주하는 그리스도인과 그렇지 못한 그리스도인을 나눌 수 없게 만든다.

바울은 더욱 분명하게 우리에게 가르친다,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고정 3:16).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하나님의 성전 같이 거룩하게 살아야 한다고 권면하면서 믿는 자들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따라 거룩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를 고린도 교인들에게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바울은 고린도교회 교인들이 육신에 속하여 시기와 분쟁을 일 삼고 있다고 책망한다(고전 3:1-3). 그러나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 중에 어느 한 사람도 성령의 전이라는 말씀에서 제외시키지 않는다. 그들이 비록 육신에 속하여 시기와 분쟁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은 성령이 거하는 성전이다. 고린도전서 6장 19절은 더욱 분명하다, "너희 몸은 너희가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바 너희 가운데 계신 성령의 전인줄을 알지 못하느냐?" 바울은 그리스도인의 몸에 그리스도의 성령이 흐르고 있으며 그러므로 성도의 몸은 성령이 거하는 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비유가운데서 그리스도가 성령이 거하시는 성전(요2:21)이라고 한다면, 그리스도의 지체인 성도들에게도 그 몸에 거하는 성령이 계시지 않겠는가? 몸의 지체에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라. 몸에만 피가 흐르고 몸의 지체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피가 흐르지 않는 지체는 죽은 지체이다.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있는 성도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계신 성령이 거하는 전이요 이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해당되며, 믿는 자는 모두 성령을 받은 자들이다. 바울은 이것 때문에 논쟁을 일으키고 있는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단호하게 선언한다, "우리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자나 다 한 성령으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고 또 다 한 성령을 마시게 하였느니라"(고전 12:13). 그리스도의 지체가 된 모든 자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자이다. 한 몸의 지체가 되어 있는 모든 성도는 한 성령을 마셨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제 모두 한 성령을 받아 한 몸이 되었다.

그러면 성령을 받았다고 하는 어떤 증거들이 우리에게 있을까? 성령이 오시면 성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성령이 성도들에게 오신 증거들이 있을까? 바람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지만 바람이 불 때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서 바람의 방향과 강도를 알 수 있듯이 성령이 오시면 그 분이 우리에게 행하시는 일의 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성령 받았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 첫째로 성령께서 오시면 우리의 죄를 책망하신다(요16:8). 성령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이시기 때문에 성령이 누구에게든지 임하면 그는 자기가 죄인임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간혹 정욕을 따라 죄를 지을 수도 있고 사탄의 시험에 빠질 수 있으나 성령께서는 우리의 양심을 자극하여 통회하게 하고 죄를 뉘우치게 하신다. 만일 당신이 지금 죄를 짓고도 아무런 가책이 없다면 당신의 양심은 죽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죄를 짓고서 얼굴이 붉어지며, 남 보기가 부끄럽고, 양심에 찔리고, 하나님 앞에서 죄인임을 깨닫는다면 즐거워하라. 성령께서 이미 당신 안에 오셔서 당신의 죄를 책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죄를 책망받을 때에 그것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신 증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성령께서 오신 두 번째 증거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임을 깨달아 알게 된다는 것이다(요16:9). 간혹 인간이 짓는 다른 모든 죄는 성령이 오시지 않아도 깨우침 받을 수 있다. 공자는 성령의 사람이 아니지만 하루에 세번 반성하며 죄를 뉘우쳤다고 한다. 세조대왕은 성령을 받지 않았으나 말년에 조카 단종을 죽인 죄 때문에 괴로워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오직 성령께서 그에게 오셔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세상의 어떤 지식인도, 종교인도, 성령을 받기 전에는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임을 깨달을 수 없다. 지금 당신이 예수님을 바로 믿지 못한 것 때문에 안타까워하며, 예수님께 더 헌신하고 더 충성하여 살기를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그 마음이 성령께서 당신에게 주시는 마음이요, 당신은 성령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3) 우리가 성령을 받지 못하면 예수님의 십자가가 구원의 십자가요, 나를 위해 흘리시는 예수님의 보혈이요, 하나님의 영광이요, 구원의 능력임을 깨달을 수 없다.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 거리끼는 것이다. 헬라인들에게는 미련한 것이다. 로마인들에게는 저주의 십자가이다. 그러나 이 십자가는 하나님의 구원이요 하나님의 능력이다. 어떻게 십자가의 참 의미를 알 수 있을까? 바울은 고린도전서 1장과 2장에서 오직 성령의 사람만이 모든 것을 분별할 수 있으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깨달아 알 수 있다고 거듭하여 가르친다:

이 지혜는 이 세대의 관원이 하나도 알지 못하였나니 만일 알았더면 영광의 주를 십자가에 못 박지 아니하였으리라…… 오직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을 우리에게 보이셨으니 성령은 모든 것 하나님의 깊은 것이라도 통달하느니라…… 우리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사람의 지혜의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의 가르치신 것으로 하니 신령한 일은 신령한 것으로 분별하느니라(고전 2:8, 10,13).

예수님의 십자가의 비밀은 오직 성령으로만 깨달아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보혜사 성령이 제자들에게 오시기 전에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사람들은 성령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에 예수님을 책망하며(마16:22), 십자가를 지러 가시는 예수님을 반대하며(막14:46-48), 도망가며(막14:50), 슬퍼하여 울며(눅23:26-29), 비웃었다(눅23:35-37). 그러나 성령께서 강림하여 120명이 성령을 충만하게 받았을 때에 그들은 한 목소리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높이며,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선포하기 시작하였다(행2:1-39).

그러므로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신 결정적인 증거는 예수님의 십자가는 구원의 십자가이며,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임을 깨닫는 것이다.

4) 성령께서 오시지 않으면 누구든지 예수님을 주라고 고백할 수 없다(고전12:3). 고린도 교회는 방언의 은사 때문에 혼란한 교회였다. 방언의 은사를 받은 이들은 방언의 은사를 받지 못한 자들을 향하여 성령을 받지 못한 신자라고 꼬집고, 방언을 못하는 신자들은 자기들이 정말 성령을 받지 못한 것인지 방언하는 자들이 지나치게 열광주의자들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정을 들은 바울은 고린도전서 12-14장까지 3장을 성령과 성령의 은사에 관해서 설명하는데에 사용하였다. 바울은 이 부분을 시작하면서 누가 성령받은 사람인가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하나님의 영으로 말하는 자는 누구든지 예수를 저주할 자라 하지 않고, 또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전 12:3). 고린도교회의 전통은 "예수님은 나의 주님이심을 믿습니다"하는 고백을 하여야 세례를 베푼다. 그러므로 세례받아 그리스도의 몸이 지체가 된 자는 누구든지 "예수님은 나의 주님이심을 믿습니다"하고 고백하였다. 바울은 이것을 증거로하여 "누구든지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성령을 받았다는 또 하나의 증거는 당신이 당신의 입으로 "예수님은 나의 주님이심을 믿습니다"하고 고백할 수 있느냐에 있다. 당신이 그런 고백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곧 성령을 받은 성령의 사람이다.

5) 바울 사도는 하나님께서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신 성령께서 우리안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 아들의 영, 곧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어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신다고 말씀한다:

너희는 다시 무서워하는 영을 받지 아니하고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바 아버지라 부르짖느니라. 성령이 친히 우리 영으로 더불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인 것을 증거하시나니"(롬8:15-16).

너희가 아들인 고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이후로는 종이 아니요 아들이니 아들이면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유업을 이을 자니라(갈4:6-7).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아버지 하나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하고 부르짖을 수 있는 것은 성령께서 우리에게 오신 증거요 성령의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이다.

6) 성령의 또 하나의 증거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공적으로 증거하는 것이다. 바울 사도는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네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8:9)고 가르친다. 그리스도의 영, 곧 성령이 없는 자는 자기를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고백하지 못한다. 안디옥의 폴리캅 감독처럼 "80평생을 살아오는 동안에 우리 주님이 나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데 내가 어찌 주님을 배반할 수 있느냐?"고 죽음을 앞에 놓고도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것은 성령께서 그에게 오셨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확신있게 고백할 수 있는가? 그러면 당신은 이미 당신 안에 성령께서 오셨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

7) 성령께서 우리에게 임하면 우리는 권능을 받고 예수님의 이름을 증거하는 사람이 된다.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예수님의 이름을 증거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오는가? 예수님의 증인이 되지못함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어디서 오는가? 그리스도의 교역을 하고자 하는 열망과 소명이 어디서 오는가? 성령이 임하여 권능을 베풀 때에 그들은 어디에서든지 예수님의 증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가운동, 하나님의 선교, 진정한 증인 운동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방법을 연구하기 전에 성령으로 충만케 되어야 한다. 초대교회 제자들이 선교대학을 다녔는가? 전도학 강의를 들었는가? 그러나 그들이 강력한 그리스도인의 증인이 되지 않았는가? 그 비밀이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이 성령 충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도는 성령의 증거이다. 증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성령께서 일으키신다.

성령은 예수님을 영화롭게 하려고 오셨다(요16:14). 그러므로 성령이 오시면 예수님을 믿게 하고 고백하게 하며 그분을 증거하며 그분께 헌신하여 살게 한다. 어느 누구도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 분을 믿을 수 없으며, 그 분의 형상을 닮는 성화의 삶을 살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고 순종하는 것 자체가 결국 성령의 증거이다.

⑵ 성령충만의 요소들

성령세례와 성령충만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자는 성령께서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임하는 중생의 사건과 동일한 것으로 보지만 성령충만은 처음으로 성령을 받을 때에 충만하게 받든지 계속적으로 충만하든지간에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인이 완전히 지배를 받고 그리스도인 전체가 성령의 뜻과 사명과 생명으로 가득한 상태라고 보고 싶다. 성령충만은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인격자이신 성령과의 관계가운데서 전적으로 성령의 뜻과 생각에 동의하여 성령께 전적으로 순종하고 헌신하여 그리스도께만 영광을 돌릴 때에 성령이 그리스도인을 완전히 지배하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성령충만은 언제든지 인간개체의 순종과 헌신을 요구한다. 바울이 "술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의 충만을 받으라"(엡5:18)는 명령을 주시는 것도 성령충만에 우리의 순종과 헌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울은 "성령을 좇아행하라"(갈5:16),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롬8:6), "성령을 소멸하지 말라"(살전 5;19)고 명하신다. 이는 성령으로 충만하는 것이 그리스도인들이 힘써야 할 일이요, 순종과 헌신을 요하는 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성령을 받는 것은 오직 하나님이 그 뜻대로 우리에게 주시는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성령받음와 성령충만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비유적으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비유는 그 속에 위험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러나 인간의 제한된 사고로 이해하기 위하여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1) 성령충만과 성령세례

사도요한은 예수님을 빛에 비유하여 가르친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요1:9). 어두움의 세상에 비취는 참 빛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 가운데 모든 죄악과 불순종의 어두움을 물리치는 생명의 빛이시다. 필자는 성령강림과 성령충만, 그리고 성령의 내주하심등을 어두운 방안에 유리창을 통하여 흘러들어오는 태양빛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어두워서 캄캄하던 방에 동쪽에서 태양이 떠 오르면서 그 빛이 유리 창문을 통하여 비춰들어와 방안에 가득하던 어두움을 몰아내고 신선한 밝음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런데 좀 더 자고 싶은 방 주인이 시꺼먼 커튼을 닫아 그 빛을 방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 막고 있다. 방안은 다시 어두 컴컴하게 변하고 밝음은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커튼 틈새로 작그마한 빛은 아직도 방안에 비춰들어와 어두운 밤, 태양빛이 비취지 아니하던 때와 같은 어두움은 아니다. 그가 다시 일어나 커튼을 걷어버린다면 그 빛은 다시 방안에 가득할 것이다 그가 방안에 여러가지 장애물들을 놓아버린다면 빛이 방안에 들어온다고 해도 방을 완전히 비취지는 못할 것이다. 얼마나 방안에 있는 장애물들을 치워버리고 깨끗이 하느냐 하는 것은 방의 밝음과 빛의 비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빛의 비유를 통하여 성령의 교역에 관해서 몇가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① 빛이 방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시점을 우리는 성령받음, 성령세례, 성령강림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② 커튼을 가리우거나 방안에 빛을 가리우는 장애물들 때문이 빛이 방을 완전히 비취지 못하듯이 인간은 여러가지 죄악들과 이기주의적인 욕망, 자기중심적인 사고등으로 하여 성령의 역사를 가리우고 성령강림후에도 능력과 생명을 상실한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성령은 가리워지고 있을 뿐이지 떠나버린 것은 아니다. ③ 커튼을 활짝 걷어 버리고 빛을 차단하는 모든 장애물을 걷어버리는 것은 이기적인 욕망과 자기중심적인 삶을 회개하고 우리의 모든 삶의 영역을 성령께 드려 성령께서 우리를 완전하게 지배하는 성령충만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죄악의 유혹과 세상의 시험과 사탄의 공격으로 우리는 성령께 우리를 온전히 드리지 못하여 성령충만의 삶은 끊임없이 장애를 받게된다. ④방안에 들어온 빛은 항상 같은 햇빛임에 틀림없으나 그 빛은 끊임없이 태양에서 신선하게 비춰들어오는 빛이다. 태양빛이 아침에 방에 들어온 후 그 빛이 태양과 단절된 상태에서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태양에서 발출되는 그 빛이 이 방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교부들은 "성령의 발출"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니케아신조, 콘스탄티노플 신조). 성령은 우리에게 오셔서 내주하신다. 그러나 그 성령은 끊임없이 성부와 성자로부터(동방교회는 성부로부터)발출된다. 그러므로 우리 가운데 내재하시는 성령은 3위 하나님이신 인격자 성령이시지만 그분은 계속적으로 성부와 성자로부터 발출되시는 성령이시다. 우리가 이것을 나에게 인격적으로 내주하시는 하나님이 어떻게 너에게도 인격적인 성령으로 내주할 수 있느냐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성령으로 세례를 받는다"는 표현은 항상 선물로서의 성령을 최초로 받는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채운다"(또는 충만)이라는 용어는 i)최초의 성령을 부어 주시는 것(행2:4, 9:17, 눅1:15등), ii)이미 성령을 선물로 받은 사람들에게 새롭게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는 것(행4:8,31,13:9), iii)계속적으로 받는 과정을 지칭하는 것(행13:52,엡5:18), 그리고 iv)채움을 받은 상태(행 6:3,5,7:55,11:24,눅4:1)등 여러 가지로 사용되고 있다(Dunn, 1973, 55). 즉 성령으로 세례를 받는다는 말은 최초로 성령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는다는 말은 좀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어 중생 시에 최초로 성령을 충만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포함하여, 그 후에 일시적이거나 또는 계속적으로 다시 성령으로 충만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브루너는 이점에서 아주 분명한 지적을 해주고 있다. 즉 최초의 성령 받음 사건인 "성령 세례"의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계속적으로 또는 차후에 성령으로 채움을 받는 것을 표현하는데도 "충만함을 받는다"는 한가지 용어만 사용되고 있다(Bruner, 1970, 185-187)

우리는 성령충만에 대해서 다음의 몇가지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①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중생할 때에-최초로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일 때에-성령을 받았다. 누구도 성령의 선물을 받지 않고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 또한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을 받았지만 어떤 그리스도인들보다 더 많이 자기의 삶의 영역을 성령께 바치고 순종하여 살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이라고 특정 짓고 있다(행6:3,5,11:24등). 성령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서 어떤 사람들이 자기들의 삶의 영역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그리스도께 헌신하여 살며 성령의 지배를 받으며 살고 있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모순이 없다.

②성령 충만의 역사는 진공 속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성도들의 삶의 상황 가운데서 일어난다. 이것은 최갑종교수가 신약성경 이해의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하나님의 성령은 구체적인 삶의 정황 가운데서 말씀하신다고 주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월간목회, 1996, 2월호). 성령 세례를 통하여 성령을 받은 성도들도 죄와 세상과 사탄의 끊임없는 시험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끊임없이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마 6:13)하고 기도하여야 하며 "마귀의 귀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어야"하며(엡6:11),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와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기 때문에 성도들은 근신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벧전5:8).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에 순종하여 죄와 세상과 사탄의 시험을 물리치고 그리스도께 더 충성하여 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들의 삶의 영역을 더욱 성령께 바치고 살며 그들에게 성령께서 더욱 크게 역사 하신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물론 그러한 열망도 성령께서 주셔야 가능하다).

③그러므로 성령 세례와 성령 충만을 구별하는 것은 목회 실천과 성도들의 신앙 헌신에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 인간 개인들에게 죄와 세상과 사탄의 시험을 물리치고 그리스도께 헌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칼빈은 "인간의 나약함과 변덕스러움과 무지 때문에 하나님은 어머니인 교회를 세우셔서 인간을 믿음 안에 들어오게 하시고 양육하며 하나님의 나라에까지 인도한다"(Inst. IV,1)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성령은 교회의 맥락에서 역사 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인 교회, 성도들의 교제, 그리고 하나님의 종인 교역자들은 성령의 역사의 장이다. 하나님의 성령은 교회, 성도의 교제, 그리고 목사들을 통하여 성도 개인들을 지도하시고 세상과 죄와 사탄의 시험에서 이기게 하시고 그리스도께 헌신케 하시고 성령으로 충만케 하신다. 그러므로 성령은 성도들의 마음에 갈망을 일으키시는 분이요, 교회와 성도의 교제와 교역자들을 통하여 죄와 세상과 사탄과 싸우게 하는 분이요, 그리스도께 헌신케 하시는 분이시오,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는 분이시다. 즉,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성도들의 어머니로서, 성령의 역사의 통로로서 계속하여 성령 충만의 선물을 성도들 가운데 넘치게 한다.

④ 성령 충만은 성령 받은 모든 사람들이 계속하여 도달하여야 하는 이상이요(그러나 성령 충만의 갈망마저도 성령께서 교회를 통하여 성도에게 주신다), 교역자들의 목회를 통해서 성취하여야 할 목표요(이 목표도 성령께서 교역자들의 가슴에 심는다), 성령 충만한 곳에(그것이 최초의 성령 세례이든지 그 이후의 사건이든지)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과 구원이 넘칠 것이다.

2) 집단적인 성령충만사건(행2:1-4, 4:23-31)

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온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16:15)는 사명위임을 받은 제자들이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2:4)는 부탁의 말씀을 받고 그 말씀을 순종하여 마가의 다락방에서 기다리는 중에 성령충만을 받았다. ② 120명의 제자들은 마음을 같이 하여 전혀 기도에 힘쓰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어떤 다른 생각이나 죄악이나 이기적인 생각들을 물리치고 오직 예수님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③ 그들이 성령에 충만함을 받았을 때 그것은 120명 가운데 어떠한 차별이 없는 충만이었다. 개인적인 차이나 구별이 없는 집단적인 충만이었다.

오순절 성령충만사건은 ① 분명한 사명의식, ② 제자들의 합심기도 ③ 집단적인 충만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매우 유사한 성령충만 사건은 사도행전 4:31절의 성령충만이다. 사도행전 4장 전체를 읽어보면, ① 제자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다 예루살렘 당국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딛쳐 사명 수행의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이러한 핍박 가운데서도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였다. ② 그들은 일심으로 소리를 높여 하나님께 기도하였다. 그들의 모든 관심은 주님증거에 집중되고 어떠한 이기적인 것도 개입시키지 않았다. ③ 모인 무리가 집단적으로 다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이 사건도 ①분명한 사명의식 ②제자들의 합심기도 ③집단적인 충만이었다.

3)개인적인 성령충만

성령은 모인 무리들이 주님께서 위임하신 사명수행을 위하여 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에 집단적으로 모인 모든 사람에게 충만케 하실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교회를 대표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거나 섬김의 일을 할 때에 성령으로 충만케 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다. 베드로가 공회 앞에서 예수님을 증거하려고 할 때(행4:8), 스데반이 자유회당의 유대인들과 변론하여 예수님을 증거할 때(행6:9-10), 스데반이 섬김의 교역을 담당할 때(행6:8), 스데반이 공회앞에서 예수님을 증거할 때(행7:55), 바울이 첫번째 선교지인 구브로에서 박수 엘루마의 대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행13:4-12) 그들은 모두 성령의 충만하여 담대히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한다. 여기에 나오는 성령충만의 사건들은 모두 전도와 섬김의 사명과 연관되어 있다. 베드로나 스데반이나 바울이 성령이 충만한 것은 전도의 현장, 섬김의 현장에서이다.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며 그리스도께서 명하신 교역(ministry)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적들과 환난에 직면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이러한 사명자들에게 성령으로 충만케 하여 그 사명을 완수케하고 있다.

이 구절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결론 지을 수 있는 주장은 사도행전의 성령충만의 사건은 그리스도의 교역을 수행하려는 그리스도인들 또는 이미 그리스도의 교역을 수행하는 자들, 또는 그리스도의 교역수행과정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만났을 때에 일어난다. 이것은 집단적인 충만과 대조를 이룬다. 집단적인 충만은 위기를 극복하고 사명수행을 위해 합심하여 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 일어난 것에 비해 개인적인 충만은 몸과 마음을 다해 하나님의 사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가 어떻게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나님의 사명을 힘있게 담당할 수 있을까? 초대교회가 보여준 생명으로 가득한 그리스도의 삶과 행동으로 오늘 한국교회를 가득하게 하는 비밀이 무엇일까? 그 첫번째 대답은 철저한 사명의 재확인이다. 하나님께서 오늘 교회를 통하여 성취하시기를 원하는 전도와 섬김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전도와 섬김의 교역을 통하여 이 세상을 구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으로 한국교회를 가득 채워야 한다. 그래서 초대교회처럼 그 사명수행을 위해서 온 교회가 한 마음으로 개인적인 부르짖음이 아니라 하나님께 간구할 때에 한국교회는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고 이 세상을 구원하는 사명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한국교회는 전도의 현장과 섬김의 현장속에서 특히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에 부딛칠때에 성령충만의 역사가 나타난다는 현장중심의 성령이해를 가져야 한다. 한국교회는 성령충만을 위해 기도원으로 올라가고, 철야기도를 하고, 은사집회를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보다도 먼저 복음이 필요한 현장에 들어가 말씀을 증거하며, 사랑의 섬김이 필요한 섬김의 현장에 들어가 섬김의 교역에 참여할 때에 거기에서 성령이 충만하게 역사함을 확신하고 현장을 향하여 달려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