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영성

이 글은 U.T. 홈즈의 "목회와 영성"중에서 제 Ⅱ부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홈즈는 그의 생각을 서술해 나가기 위해서 많은 개념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말하는 개념을 잘 정리하기 위해서 그가 설정한 제목과 소제목들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정리 하고자 한다.

제 Ⅱ 부 성격

4. 내적 지향에 순종하는 일

훈련과 순종은 영적 여정과 그리스도인의 삶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 순종은 복음적인 지도 지침 중 하나, 즉 수도원 운동과 다른 종교 생활에서 중요하게 인정되었던 3대 복음서 원리 중 하나이다. 성서적 기독교인의 삶은 청빈, 순결, 그리고 순종의 삶이다. 이 장은 순종 또는 훈련에 관한 것이다. 훈련은 "가르침"을 뜻하는 라틴어 disciplina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신약성서에서 자주 나오는 "제자"의 뜻을 가진 희랍어 마데테스의 라틴어 번역인 discipulus와 이어져 있다. 제자란 자기 스승의 훈련을 따르는 사람이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말이다.

1. 내면적 지향 (internal intention)

영성훈련은 내면적 지향에 주의깊게 경청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서 시작된다. "순종"에 해당하는 희랍어의 이미지는 스승의 가르침을 기다리는 제자들의 끈기있고, 주의 깊으며, 존경해 마지않는 태도이다. 주의 깊은 경청의 적은 쓸데없는 소음이다. 소음은 내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는 의미없는 잡음이다. 우리는 조용한 중심지가 필요한데, 그런 적막한 지점에서 만이 우리들은 주의 깊게 경청할 수 있게 된다.

경청이란 집중을 모으지는 않으나, 그 사람의 내면을 지향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일종의 직관적인 들음, 혹은 뚜렷한 느낌의 사고이다. 이것은 관상과 동일시 될 수 있는 것으로 "사물을 지각하는 데 있어서는 어디나 도달하는 영혼의 자유롭고도 예민한 응시이다. 이것은 명시적인 앎의 행위와는 비교되는 것으로서 암묵적인 앎으로 불려져 왔다. (제 3의 귀로 경청하기) 순종은 '주의깊은 경청법'이나 '지향'과같은 뜻으로서 내적 통찰력에 충실하는데 있다.

가장 진실되고 깊은 내면적인 데서 우리가 누구인가를 발견하려면, 우리의 내적 의미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이미지들과 그들 상호간의 관계성을 규명해 내어야 한다. 그러한 지향적 구조 안에 미래의 약속이 있다. 우리는 목표 지향적인 존재들이다. 우리 각자는 역사, 즉 과거, 현재를 가지고 있으며, 미래를 향해 추구해 나갈 자유를 가지고 있다. 기독자로서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것은 바로 그러한 역사 안에서 믿는 것이다.

2. 이미지들의 근원

이미지의 중요성은 그 근원이 어떻든 간에 우리의 세상 경험과 관련하여 우리 자신을 인식하는 데 있다. 내적 지향을 형성하고 조명해 주고 있는 이미지들로 인해 우리 안에서 역사 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지식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근본적인 자아의 본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는 존재에 "총체성"을 부여해 주는 이미지들을 지니게 됨에 따라 이해 가능하게 된다. 이미지들의 특별 영역은 다른 사람의 간증과 기록된 말씀, 그리고 우리 자신의 자발적인 심상을 들 수 있다.

영성훈련은 우리의 의식 속에 솟아나오는 이미지들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상당 기간의 주의 깊은 경청을 요하고 고통을 기꺼이 견디고자 하는 마음을 요한다.

3. 공동의 순종

이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순종이다. 교회는 우리들이 보편적으로 진리라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이 되고 있다. 복음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과제이며, 복음에 대한 우리의 충성은 가치에 대한 우리들의 공동적인 추구와 나눔에 있다.

4. 맺는 말

제자의 삶 혹은 순종은 우리 시대에 있어서 진부한 것이 아니라, 외적인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이상의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내면적으로 전환한다. 이 전환은 우리의 기억, 이해, 의지를 향한 것이다. 기억이라 함은 우리 안에 있는 의미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것으로 세상을 본다는 뜻에서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해는 교회와의 대화에서 우리의 경험을 조명함으로 목적과 방향을 가지게 되는 능력이다. 의지란 하나님 나라의 바전을 가지고 반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이다.

5. 풍요 속의 가난

성서에서 보면 예수는 가난한 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셨고, 초대교회는 그가 자신을 가난한 자들과 동일시 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가난한 자들과의 동일화는 기독교 영적 성장에 있어서 항상 도구적인 가치로 생각되어 왔다. 가난은 복음적인 권고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 성자들은 흔히 가난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많은 경우에 있어서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일한 자들이었다.

여기에 반해서 개신교 윤리는 재정적인 성공을 하나님의 촉복의 표시로 보고 있는데, 이것이 종교개혁 이후 비 로마 가톨릭적 사고에 침투하였다. 이러한 결과 지금 이순간의 실제적인 가난한자에 대해서는 둔감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풍요로운 목사는 가난한 교인들의 하나님꼐 대한 정성의 상징과 저들 자신의 투사가 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 남미 해방신학이 다른 교단에 확산 되면서 가난한자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 되었다.

기독교적인 덕은 가난의 의미에 대해 보편적인 의식을 요구한다. 마더 테레사와 같은 그리스도인들의 영웅적인 증거는 우리의 양심에 이르는 길이 되며, 도시 빈민들과 압제받는 자들의 곤경을 항상 최선을 다해 감싸왔던 공동체의 상징이 된다.

1. 상징으로서의 가난

상징으로서의 가난은 세상을 보고 사는 한 방법으로서의 가난이다. 만일 우리가 상징으로서 성직자의 일상생활에 나타난 가난을 이해한다면, 이런 고민은 좀더 지향적인, 즉 더욱 목적과 방향이 설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난은 빈궁을 뜻하지 않는다. 가난은 포용되어져야 할 상징이라면 빈궁은 극복되어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상징으로서 가난은 받아들이고 주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 영성생활이란 하나님으로부터 그의 현존을 선물로 받아서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계속적인 운동이다. 가난함으로써(빈 마음, 빈 공간) 성직자의 삶은 자유를 누리며, 이를 통해 하나님의 현존이 유출하게 된다.

기독교는 "자기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신"(빌 2:7) 하나님을 믿고 있다. 가난은 우리의 비움을 가능하게 해주는 상징이다.

2. 필요와 자원

요즈음 성직자들은 성공적인 문화에 젖어 있다. 그 성공은 물질적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성직자들은 다른 직업인들과 똑같은 수준에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초월적인 소명감의 상실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 척도로서 더 이상 소유욕에 빠질 필요가 없는 자유가 있을 때, 비록 물질세계에 살고 있지만, 보다 더 큰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가난은 세상을 최대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다. 왜냐하면 나는 세상의 것을 좀더 잃을까봐 혹은 얻으려고 염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자신 안에... 삶을 창조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거대한 자원이 충분히 있으며, 이것이 나로 하여금 나의 자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곧 가난이다."(H.A. 윌리엄스)

3. 고행

"고행"은 죽음을 사랑하는 것을 뜻한다. 장미를 가꾸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성장을 경축"할 수는 없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장도 세심한 가지치기를 필요로 한다.

고행이란 기독자적인 가난의 정신을 가지고 합법적인 즐거움도 의도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대한 희생을 요하지 않는 삶에는 용기 있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 영성생활의 근본 원리는 고행과 경축 사이를 어떻게 오가느냐 하는 진폭에 있다. 교회력이 이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이것은 오로지 삶을 반영해 주고 있다.

4. 평화를 위하여 일하기

"평화"란 단어는 건강과 온전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의 특성이며, 우리의 영성생활에 있어 열쇠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은 우리가 하나님의 평화를 위한 도구로써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있다. 우리의 전략은 하나님의 통치를 방해하는 악마를 대항하는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 대한 목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것은 평화, 즉 사회의 건강과 온전함이다. 여기에는 어떻게 그 방법을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와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기도로 말미암아 맑은 정신을 갖게 되었느냐에 대한 시금석은 선악에 대한 우리의 분별 여부에 있다.

5. 맺는 말

우리의 자비행위는 임기웅변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세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인 다운 자세로서의 가난, 미음의 청결, 그리고 화평케 하는 일에 대한 일관된 이해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복음의 증언에 성실하며, 욕심과 탐욕의 악마를 예리하게 무찌를 수 있도록 해주는 분석적인 명확성이 필수적이다.

6. 성(性)과 거룩성

수세기에 걸친 기독교의 교훈과 실천에서 생긴 상식적인 가설은 영성과 성(性)은 대립적이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 3 복음적 권고인 순결에 이르게 된다.

성은 한 사람의 몸만 아니라, 그의 정신, 영, 그리고 감정을 총 망라하고 있다. 성이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자 하는 각 사람 속에 있는 욕구이며, 그것은 그러한 관계의 양식을 규정 짓는다. 현대에 오면서 남녀 모두에게는 다음과 같은 의식의 양태, 즉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고 불리는 의식이 있다는 사실은 점점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더이상 어떤 영적인 무성 형태를 추구하는 척 꾸밀 수가 없다. 단성이란 없고, 우리 모두는 성적인 인간들이다. 우리의 육체에 뿌리를 둔 성은 관계성에서, 우리의 언어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신비를 묵상하는 데서 "밖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순결의 의미는 "나의 경험을 면밀히 체질화 하되 이를 감퇴시키거나 파괴시키는 대신 확장하고 풍성하게 될 수 있도록 하는 역량"이다.

1. 역사의 남용

성에 대한 과거 기독교적인 이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인간이 된다는 것은, 이 성적으로 순수하게 된다는 것이라는 대전제이고,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어도 지난 2천년 동안 지니고 왔던 생각이다. 이러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전제들을 오늘날 비판 없이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 하겠다.

영성이란 全人의 능력이라 한다면, 기도의 삶은 그 표현에 있어서 성적인 심상을 내포하고 있는 동시에, 모든 차원에서 우리들의 성의 풍요로움을 내포하고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2. 현대 신학적 전제

인간 이해의 이면에는 하나님의 창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가정이 놓여있다. 그것은 삶이란 역동적이며 변증법적이며, 목적론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성은 실재의 상징이다. 즉 상징은 지향하는 것과의 유비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성은 인간의 모든 삶과 유비되는 역동적, 변증법적, 목적론적 관계 속에 있는 전 인간, 존재, 즉 미음, 영, 감정, 몸을 포함한다.

3. 몸과 영

인간의 하나님 체험에는 육체적인 면이 있다. 신비경험을 성적인 표현을 빌어서 묘사한 일은 허다하며, 성적인 체험을 영적인 단어로 표현하는 일도 허다하다.

4. 맺는 말

성을 우리의 영성과 통합시키기에 어려운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우리 문화와 종교적 상징이 남성들 속에 있는 명백한 여성다움의 의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그런데 만일 하나님 안에서 인간적인 성의 궁극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남자들은 여자들과 함께 성관계의 아름다움의 차원에 참여해야 될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우리 육체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육체를 제외해 버린 영성은 전인의 구원에 필수적인 현세성을 결핍하고 있다. 그것은 비실제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세째로 완전하고 성스러운 결혼이 있다는 착각은 두 배우자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서로를 통해 전적으로 충족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하게 하는데 이것은 보편적인 경험과는 모순된다. 이러한 종류의 관계는 꿈의 배후에 잘 나타나 있다.

정리

홈즈는 이 부분에서 영성생활에 있어서 필요한 인격적 개념인 순종과 가난, 고행, 순결의 현대적 의미들을 다룬다. 말씀에 대한 절대적인 순종은 비단 성직자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하나님의 마씀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 자신을 비우는 가난과 청빈은 물질만능주의에 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만날 수 있게 하는 삶의 주제라고 하겠다. 특히 성(性)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인적인 포괄성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념들을 시정하고자 했다. 영성신학에서 다루는 위와 같은 개념들은 현대의 기독교인에게도 절실히 요구되는 삶의 스타일일 것이라고 보여진다. 물질적인 축복과 현실전인 안일을 추구하는 오늘의 기독교인들에게 철저히 그리스도와 자신의 삶을 일치시켜 나가려고 하는 영성신학의 주제들은 많은 시사를 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