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목회 권 오 윤 (부산 항서교회 담임목사)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서 몇 개월을 머무는 동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일은 대륙 횡단 일주 여행이었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여 대륙의 중심도로인 70번 고속도로를 타고 뉴욕에서 LA로, LA에서 다시 남부지역 뉴 멕시코, 텍사스, 뉴올리언스, 마이애미 등을 거쳐 다시 동해안을 따라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코스였다.

기간은 한달, 운행한 거리는 약 9,000마일(15,000Km). 지도 한 장만 들고 하나님의 선하신 손의 도우심으로 한바퀴 돌았다. 여행을 하면서 각 주마다 들려서 많은 교회들을 방문하여 보고 배운 바가 많다. 그 중에서도 인상에 남는 두 교회를 통해 배우고 느낀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그 하나는 남부 플로리다주 잭슨빌(Jacksonville)에 있는 제일침례교회요, 또 다른 하나는 올란도 중심가 Church Street에 있는 제일장로교회다. 두 교회 모두 도심의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었다.

특히 제일침례교회는 미국의 남침례회에서 급성장 하는 교회들중 하나로서 교회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잭슨빌 다운타운의 기적'이라는 간판과 함께 세워진 교회의 웅장한 모습은 그야말로 대단하였다. 이 교회는 1838년 시작되어 약 16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인데 특이한 것은 사역하는 목회자가 두 명 있다는 것이다. 호머 린드세이 2세 박사와 제리 바인 박사인데 이들은 각자가 가진 은사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면서 함께 동역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목회에 대한 여러 가지를 들으며 살펴보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린드세이 목사의 목회철학이었다. 그의 목회철학은 이상적 교회(Ideal church)! 그가 목회철학으로 내린 Ideal church는 데살로니가전서 1:1-10에서 나온 것이었다. 다섯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는 "구원받은 교회"(a saved church)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모든 다양한 부분에서 그리스도와 생동적인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 둘째, "자기를 부인하는 교회"(a surrendered church)이다. 교회의 가장 큰 욕망은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연합해야 한다. 셋째는 "고난 당하는 교회"(a suffering church)다. 교회는 세상과 사탄과 대항해야 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 넷째는 "영혼을 낚는 교회"(a soul-winning church)다. 교회는 주님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 낚는 어부로 드높여야 한다. 다섯째는 "재림을 소망하는 교회"(a second coming church)다. 교회는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시 오심에 대한 순수한 소망을 가져야 한다.

어찌 보면 참 싱거운 이야기 같다. 왜냐하면 성경에 다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내세울 만한 이상적 교회상인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생각 자체가 큰 문제요 교회 성장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목회자들이 성경을 제쳐두고 엉뚱한 곳에서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나 그 무엇을 찾아 헤맨다. 목회의 최상의 Idea는 성경말씀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다. 말씀을 열어놓고 그 앞에 앉아서 거기서 이상을, 지혜를, 방법을, 아이디어를 얻어야 할텐데 말이다.

성경은 원리뿐만 아니라 그 구체적 실천방법까지도 가르쳐 주고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할 때 잭슨빌의 중심부에서 일어난 기적과 같은 기적은 어디에서나 똑같이 일어날 줄 믿는다.

린드세이와 바인은 말한다. "나는 교회 장래에 대해 지극히 희망적입니다. 교회를 성장시키고 사람들을 전도하는데 있어 우리의 능력은 무한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찾는 일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또 다른 한 교회는 올란도(Orlando) 중심가의 Church Street에 있는 제일장로교회다. 이 교회에는 '도시의 심장'이라고 쓰인 커다란 간판이 눈에 띈다. 물론 교회 자체가 도심 중심부에 있어서 이러한 슬로건을 내걸었겠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의미는 대단히 깊었다. 이 교회 에딩틴(Floward Edingtin) 목사의 목회방침 중에 눈에 띄는 것은 "24-7-365"라는 숫자이다. 무엇인가 했더니 "All things to all people : 24-7-365"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all the time 즉, 하루 24시간, 일주일 7일, 일년 365일 동안 교회의 문을 열고 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중심부에 있어서 도시의 심장이 아니라 그야말로 우리 인체의 심장처럼 24시간, 365일을 쉬지 않고 호흡하며 목회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심장목회'를 생각하며 사도 바울의 고백으로 눈길을 돌렸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빌 1:8);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밤낮 눈물로 간구한 사도,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성도들을 사모하는 바울, 유난히도 예수님의 마음(심장)을 강조했던 위대한 목회자! 바울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었음을 나는 깊이 깨닫게 되었다. 목회를 하다가 보면 심장이 상해서 못하겠다고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심장은 상해도 심장이 할 일은 멈출 수 없다. 심장이 멈춰지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이다.

교회를 지역 사회의 심장이 되게 하고, 목회도 심장 목회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사랑하고, 가슴이 불타는 그런 목회 말이다. 우리의 눈이 말씀에 멈춰져서 거기서 원리와 방법을 캐내고, 우리의 심장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뛰고 불타오를 때, 어찌 교회가 성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당장 내 목회의 Idea의 출처를 살펴보자. 그리고 심장을 만져보자. 말씀을 제쳐두고 더 좋은 것을 얻으려고 뛰어다녔던 지난 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심장이 상해서 일을 포기해 버렸던 지난날이 너무너무 후회스럽다. 그러나 늦지 않아 이 귀한 사실을 깨닫게 하신 것이 한없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울 뿐이다. 눈을 말씀에 고정하고 심장이 뛰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신간소개

『성령과 교회』 김지철 엮음. 장로회 신학대학교 출판부, 1998년 2월 발행. 신국판 356쪽, 가격 10,000원

이 책은 1996년 봄학기에 장로회 신학대학교 신대원에서 행해진 '연합강좌'의 강의를 엮어 만든 것이다. '성령과 교회'라는 주제하에 구약학, 신약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기독교 윤리학, 기독교 교육학, 선교신학, 설교학, 목회학 교수가 참여하였다. 강의 방식도 특히하게 진행되었는데, 각 교수는 강의 전에 원고를 완료하고, 그 원고를 토대로 1시간 강연을 한다. 그 후에 다른 교수가 논평을 한다. 논평이 끝나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제출된 서면 질의서에 대해 강연한 교수가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강연 교수와 강연 제목은 다음과 같다(이 책의 차례임) :

·구약학 - 야훼 하나님의 영과 그의 백성(박동현)

·신약학 - 성령의 은사와 교회의 덕: 고린도전서

12~14장을 중심으로(김지철)

·역사신학(세계 교회사) - 역대 WCC 총회 문서에

나타난 교회 일치 추구에 있어서 성령의

자리와 그 역할(이형기)

·역사신학(한국교회사) - 한국 교회사에 나타난 성

령운동(김인수)

·조직신학 - 성령과 종말(현요한)

·기독교 윤리학 - 삼위일체론적 윤리로서의 책임 윤

리 모색: koinonia에서 diakonia로의 성령

하나님의 사역을 중심으로(임성빈)

·기독교 교육학 - 말씀의 사역에 있어서의 변화의

역동성 이해(박원호)

·선교학 - 성령과 선교(김영동)

·설교학 - 말씀의 사역과 성령의 역할에 관한 칼빈

의 신학(정장복)

·목회학 - 성령과 목회(오성춘)

각 강연 끝에는 관련 교수의 논찬이 실려 있다(다만 박동현 교수와 오성춘 교수 글에 대해서는 논찬이 실려있지 않다).

이 책의 매력은 먼저 하나의 주제하에 여러 전공 분야의 교수들이 '연합하여' '다양한' 강의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최근 학문간 협력(interdisciplinary cooperation)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이러한 시도는 그 자체로서 대단한 의미가 있다. 또 단지 여러 교수들의 신학적 견해를 모자이크식으로 짜 맞추지 않고 각 교수의 강연에 대해 논평을 함으로써 건설적인 대화와 비판을 해낸 것 역시 박수를 받을 만하다.

두 번째 들 수 있는 이 책의 매력은 '주제'에 있다. '성령과 교회'라는 주제는 최근들어 목회적으로, 또 신학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때로는 논쟁이 되고 있다. 이런 때에 여러 전공 분야의 신학 교수들이 신학적인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교회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방향 정립에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각 강의에 대해 학생들이 어떤 질문을 했고, 이 질문에 대한 강연 교수의 입장은 무엇이었는지, 이 책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 지면관계상의 문제라고 추측되지만, 다음에 이런 연합 강좌를 책으로 낼 경우 '듣는 이'의 입장까지도 함께 제시해 준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