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과 윤리"를 읽고

1.들어가면서

기독교에서 '영적' 또는 '영성'이란 단어처럼 많이 사용되는 단어는 드물다. 보다 영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고 또 영적으로 성숙하고 싶은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통된 소망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영성, 영적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리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도대체 영성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기본적이면서도 단순한 질문이 중요한 것은 이 질문에 따라서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기독교에 대한 지적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이 이루는 삶 전체의 모습을 결정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노영상교수의 "영성과 윤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과 그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노영상교수의 "영성과 윤리"는 기독교인이 신앙 안에서 어떻게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가, 기독교 영성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참여란 과연 무엇인가를 논하고 있다. 또한 해방신학에서 이야기하는 영성과 해방을 다루고 있다. 노영상교수의 "영성과 윤리"는 보수와 진보 양편의 영성과 사회 참여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이 문제를 오늘의 신학 경향을 살펴서 양편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제 "영성과 윤리"에 나타난 내용을 살펴보고, 이것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인의 균형 잡힌 영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2.본론.

노영상교수의 "영성과 윤리"는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일곱은 노영상교수의 글이며, 나머지 다섯은 외국 학자의 글을 번역한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제1장 '영성과 신학'은 1986년 2월 총회신학교육부가 주관하는 전국신학교수세미나에서 발표된 글로서, 기독교 영성의 본질과 신학함의 관계를 규명하는 글이다. 여기에서는 기독교 영성의 본질을 주기도문을 통해 살피고 있다. 그 내용은 주기도문의 구조에 비추어 본 영성의 의미 파악과, 그에 따른 신학함에 대한 고찰이다. 이것은 신학의 커다란 주제인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지식을 갖기 위하여는 영성적 요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나와 하나님, 나와 우리 사이의 주관ㅗ객관이 어우러짐으로써의 영성이 신학함의 전제인 것은 분명하다. 참된 영성은 개인적인 내면성으로서만 국한되어서는 아니 되며, 공동체에 대한 봉사로서의 공공적 외면성을 겸비하여야 한다.

제2장 '기독교 영성에 있어서의 세 가지 유의점'에서는 인간의 영의 본질을 자기 초월의 능력으로 정의하였으며, 이에 따른 영성의 주관주의, 육을 무시하는 영성주의 및 진정 초월적이 아닌 것을 초월한 것으로 단정하는 위험성들을 제기하면서 여기에 대한 성경적 답변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과 나, 나와 이웃 사이의 교제가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우리의 영성은 더욱 강해지고, 나의 영이라는 것은 하나님과 남과의 관계성 속에서만 발견된다. 하나님의 뜻을 찾는 비어진 마음속에만 우리의 뜻이 담겨질 수 있다. 이렇게 기독교의 영성은 남의 입장에 관심을 기울인다. 나만의 아집에서 벗어나 우리로 눈을 돌리는 것이 기독교 영성의 특징이다.

제3장 'JPIC와 탈모더니즘과 영성의 형성'에서는 오늘의 시대를 포스트모던한 시대로 보아, 이 같은 시야를 통해 JPIC를 평가하고, 이 JPIC의 앞으로의 전망이 영성의 강조에 있고, 이런 경향에서 WCC신학이 영성의 형성의 개념을 제기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영성과 사회변혁 이 두 기둥을 조화시키는 것이 탈모더니즘적 사회의 관건이다. JPIC(정의, 평화, 창조, 질서의 보전)의 주장은 영성과 사회변혁 이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이다.

제4장 'J. 에드워즈의 신학과 생태학의 문제' 는 칼빈주의에 입각한 그의 신학을 통하여, 인간과 인간의 관계 및 인간과 자연의 올바른 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인간과 하나님의 바른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개선이 없이 인간과 인간 및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개선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교적인 회심 없이 바른 도덕적인 관계를 확립할 수 없으며, 또한 사회정의 구현도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과의 바른 관계를 위해 하나님과의 하나됨이 요청된다.

제5장 '종말의 시야에서 본 역사 이해'에서 기독교 신앙의 주요한 부분의 하나인 종말론이 기독교인의 사회참여적 역사의식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고 있음을 희망의 신학적 견지에서 강조하고 있으며, 역사 연구의 목적이 되는 인간의 자유 및 미래의 개방성, 자기 인식을 위해 기독교 종말 교리와 하나님의 섭리론이 필수적임을 설명하고 있다. 종말이란 역사의 축을 돌려 진전케 하고, 또한 그 진보의 방향을 정해 주는 구실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종말이 있기 때문에 현실의 삶이 무의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방향이 정해지고 목표가 생기는 것이다.

제6장 '칼 바르트 신학에 있어서의 영성과 사회참여'에서는 바르트 신학을 그 당시의 종교사회주의운동과 비교 검토하면서, 그가 그의 신학에서 이 사회주의운동을 포섭 극복하였으며, 하나님의 혁명으로서의 새로운 영성적 사회참여의 신학을 전개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바르트는 하나님 나라로서의 기독교 종말론을 사회참여를 위해 자원화 하였다. 또한 하나님의 혁명이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의 사회변혁의 동인으로서의 한계에 대해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화해라는 교리로 그 하나님의 혁명에의 인간의 능동적 참여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제7장 '마틴 루터 킹의 사회윤리에 대한 개신교 영성으로서의 이해'에 있어서는 킹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깊은 기독교 영성에 근거한 것임을 몰트만의 신학과 비교하여 입증하고 있다. 마틴 루터 킹의 사회윤리의 여러 영성적 측면은 하나님이 주체가 된 사회참여, 영성훈련을 필요로 하는 비폭력 저항, 종말적 비전과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연합이 사회윤리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이것은 기독교의 기본 신앙과 영성훈련이 사회개혁의 무궁한 자원이며,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제8장부터 제12장에서는 외국 학자들의 영성과 윤리에 대한 글들이 번역되어 있다. 즉 우리 신학계에 널리 알려진 독일 신학자 몰트만과 판넨베르크의 영성과 사회참여의 문제를 다룬 글들이 있으며, 한국 신학계에 관심이 많은 WCC신학과 해방신학에 있어서의 영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요즈음 문학계를 위시한 각 분야에서 논의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입장에서의 신학을 다루고 있는데 이 글도 영성과 사회참여의 시야에서 다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제8장 '신비적 경험의 신학'은 몰트만의 글 "하나님의 경험" 중 제3장 '하나님의 경험'을 번역한 것으로, 기독교 인식론을 영성적 입장에서 전개하고 있다. 신비적 경험의 신학은 항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나님에 대한 경험에 이르는 길, 여정, 항해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신비적 신학은 교의적인 지혜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지혜를 목표로 삼는다. 신비적 신학이라 함은 신학 그 자체가 신비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신비적 경험을 말로 표현하려는 신학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제9장 '성화와 정치'는 판넨베르크의 "기독교 영성" 중 제3장 '성화와 정치'의 번역이다. 여기에서 판넨베르크는 영성적 사회참여의 신학적 기반으로 루터의 두 왕국 이론보다 칼빈의 일원론적 하나님 주권의 신학을 선호하고 있다. 여기서 성화란 영성훈련과 통하는 말로서 이해된다. 신정론적 요소는 다원주의적인 '에큐메니칼'영성에 기초하여 부활하여야 한다. 신정론 사상에 대한 새로운 표현 없이 성화는 사회의 종교적 하부구조에까지 확장될 수 없다. 성화로부터 정치에 이르는 단계는 사회정의에 대한 기독교 이론 없이는 성공될 수 없다. 그러한 이론은 사회체계에 대해 비판적 서술을 시행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이론의 제정은 기독교 전통 속에 있는 종교적인 전제조건들과 관련해서 항상 역사 속에 뿌리내려진다.

제10장 '신학교육에 있어서의 영성의 형성-참여를 위한 초대'는 WCC의 신학교육에 관한 프로그램 분과 주최로 스코틀랜드의 아이오나에서 있었던 회의 보고서를 번역한 것이다. 이것은 오늘의 행동신학의 영성적 바탕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 영성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께 나아가는 순례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옷입게 되는 과정이다. 또한 기독교 영성은 사람들 자신의 삶과 교회의 삶 및 이 세상의 역사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현존을 더 깊게 체험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항상 하나님 중심적인 영성이지만 또한 땅에 기초된 영성이다. 기독교 영성의 특징은 1)화해적이고 통합적이다. 2)화육적이다. 3)값비싼 영성이고, 자신을 내주는 영성이다. 4)영성은 성경에 뿌리를 내리고 기도에 의해 자란다. 5)생명을 내주는 영성이며, 해방하는 영성이다. 6)기독교 영성은 봉사와 증거로 표출된다. 7)성찬식 중심의 영성이다.

제11장 '해방의 영성'은 D.L.미글리오레의 "자유에의 부름"중 제4장 '해방의 영성'을 번역한 것이다. 미글리오레는 여기에서 해방의 영성이 대두하게 된 오늘의 정황과 성서적 근거를 말하고 있으며, 신학이 해방의 사회참여를 함축하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그 내용은 해방의 영성이 성경 읽기, 기도, 명상, 말씀과 성례전을 둘러싼 친교, 성령의 은사들에 대한 훈련, 이웃에 대한 봉사 등, 초기 기독교 영성들의 많은 부분을 포함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영성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새로운 의미와 용도를 갖게 되는데, 이는 그것들이 모두 가난한 사람들과 연대하는 기독교 자유의 실천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해방의 영성은 단순한 이론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능동적으로 실천함으로써만 성장할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의 자유의 선물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에 근거하고 있는 해방의 영성은 오직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를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실천함으로써만 싹을 틔우게 하고 자라게 할 수 있다.

제12장 '영성과 사회에 대한 포스트모던 비전'은 J.홀랜드의 논문을 번역한 것으로 사회변혁을 위해 영성적 에너지가 요청됨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트모던 영성의 토대가 되는 네 가지 원리는 '1)영적 에너지의 우선성 2)형체화된 영성 3)영적 형체화로서의 자연 4)자연의 영성에 대한 인간적 확장으로서의 사회'이다. 포스트모던 사회의 비전 : 영적 형체화가 영성적인 측면의 핵심 용어라면, 창조적 공동체 혹은 상호 창조성은 사회적 측면의 핵심 용어이다. 이 두 가지는 포스트모던 통전성에 대한 표현이다. 창조적 공동체에 관한 이러한 사회적 주제를 둘러싸고 경제적(적합 기술과 공동체적 협동조합), 정치적(공동체와 망상조직화), 문화적(새로운 뿌리 은유) 삶의 세 가지 구조적인 영역에 특별한 원리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역들에 적용되는 원리들은 오래된 현대 사회의 태반 속으로 포스트모던 사회의 건설을 안내할 것이다.

3.나오면서

기독교 영성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요즈음, 각 분야에서 말하는 영성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노영상교수의 "영성과 윤리"는 기독교 영성의 실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영성과 윤리"의 가장 큰 탐구 업적은 기독교 영성이 어떻게 사회변혁의 행동에까지 이르게 되는가를 살핀 것이다. 그 방법 면에 있어서도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 양편에서 이야기하는 영성과 사회참여의 문제를 오늘날의 신학 경향을 살펴서 균형 잡히게 설명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 영성에 대한 Francis Schaeffer의 정의인 "균형 잡힌 전체성"(Balanced Wholeness)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전체성"이란 관점에서의 영성에 대한 고찰은 그리스도인들이 주어진 시대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왜냐하면 언제나 역사는 좌나 우, 혹은 위나 아래로 기울면서 균형을 상실하고 기울어진 한쪽 면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시대는 좌로 기울어 인간의 사회적 측면만 강조하고, 어떤 시대는 우로 기울어 인간의 개인주의적 측면만이 부각된다. 어떤 역사는 너무 하늘만을 향하고 어떤 역사는 너무 땅만 향한다. 삶은 좌와 우, 위와 아래가 다함께 있어야 되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지배적이게 되면 반드시 다른 면들은 희생되고 만다. 만약에 삶의 한 쪽면이 유일한 면이라고 강조되기 시작하면 - 이런 한 면에 대한 강조는 대개 그 시대의 강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 부분이 전체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한 쪽으로 기울어져서 강자의 불의가 생기고 약자의 고통과 슬픔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서 기독교는 영적으로 걸어가야 한다. 이는 오늘날과 같은 한보비리나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의 이권개입등 총체적 부정부패와 도덕불감증을 느끼면서 기독교인이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이에 대한 대답은 기독교인이 올바른 영성을 확립하여 이 영성을 통하여 사회변혁의 행동에 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