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멜의 산길

발제자 : 강윤호, 김성기, 신형섭, 이선현, 이영옥, 이주원.

Ⅰ. 서론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나의 영혼이 재빠르게 하느님과 결합되려면 어떻게 다듬어져야 하는가를 다루고 있으며 영성 생활을 비롯한 사람이나 나아간 사람에게 매우 유익한 일깨움과 가르침을 베풀어서, 그들로 하여금 덧없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기와 정신적인 것에도 구애되지 않기를 배우게 하고, 그리하여 하느님과의 결합에 없어서는 아니될 완전한 이탈 및 정신의 자유를 터득하게 하려 함이다. 하느님과의 결합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승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하느님의 빛에 도달하려는 영혼이 거쳐가야 하는 어둔 밤을 비유와 성서에 있는 말씀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영혼이 완전의 상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영성가들이 영혼의 씻음, 혹은 정화라고 부르는 밤의 두 가지 양상을 먼저 거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다. 이를 여기서 밤이라고 이름하는 이유는 이 밤 저 밤 할 것 없이 영혼은 마치 밤과 같은 어둠 속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밤, 즉 첫 씻음은 영혼의 감각적인 부분이고 둘째 밤은 정신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Ⅱ. 감각의 능동적 어둔 밤

영혼이 하느님과 결합되는 과정을 밤이라 부르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첫째는 영혼이 나서는 출발점으로 욕정의 부정과 끊음이 인간의 감성에게는 밤과 같기 때문에 감성의 밤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영혼이 하느님과의 합일로 가는 길, 즉 방법으로 보아 그런 것이니, 이는 곧 이성에 어두운 것인 만큼 믿음의 밤이라 할 수 있다. 셋째는 종착점인 하느님으로 보아 그런 것이니, 하느님께서는 더도 덜도 말고, 이승에 있는 영혼에게는 어둔 밤일 따름인 것이다. 이 세 가지 밤은 결국 밤 하나이지만, 실제의 밤처럼 첫째는 사물이 잘 안보이는 초저녁에 비기고, 둘째는 칠흙같이 어두운 한밤중에 비기고, 셋째는 하느님이신 새벽에 가까운 밤으로 어느덧 햇빛을 맞게 되는 그것이다.

1. 감성의 어둔 밤

영혼이 하느님과의 합일에 도달하려면, 이 감성의 어둔 밤 즉 욕 끊기를 정말 거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성서의 권위와 상징으로 보여질 수 있다. (요 1:5, 고전3:19, 롬 1:22, 눅 14:33) 즉 상반된 것이 함께 있을 수 없는 것으로 영혼이 다른 무엇을 사랑할 때 하느님과의 순수한 합일과 결합이 불가능하게 되니 인간이 제 지식과 재능을 다하여 하느님의 예지와 합치려 한다면, 그는 하느님 앞에 지극히 어리석고, 예지에서는 너무나 멀게 된다. 성서의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왔던 밀가루가 끊어지기까지 하느님께서 하늘 음식, 만나를 내리시지 않은 것처럼 우선 모든 것을 끊어야 하는 것이다.

욕망으로 영혼에 미치는 두 가지 주된 해는 첫째 하느님의 얼을 앗아버림이다. 이는 욕이 하느님을 위한 수용력의 자리를 앗아버림을 말한다. 둘째 결과는 욕이 깃들이고 있는 영혼에게 피로와 고통과 어두움과 더러움 그리고 야윔과 상처를 끼침이다. 이러한 피해를 입지 않고 하느님과의 합일에 도달하려면 아무리 작은 욕이라도 모두 다 없애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욕이란 의지적 욕(부러 마음으로 일으키는 욕)이다. 자연적인 욕(절로 일어나는 욕)과 제일 충동(자각적 의지가 전이건 후이건 개입하지 않는 충동)은 이승에선 완전히 끊어버리기가 불가능하며 하느님과의 합일에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는다. 영혼은 이성의 힘으로써 그것들을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과의 합일 상태란 영혼이 의지로써 하느님의 의지에 전적으로 변화되는 데 있고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하나도 없이 매사에 당신의 뜻대로만 움직일 따름일 까닭이다.

앞에서 말한 앗음의 해는 대죄거리가 되는 의지욕 뿐으로서 이것은 영혼에게서 하느님을 몽땅 앗아갈 수 있고 또 앗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어느 것 하나라도 한꺼번에 영혼 안에서 빚어내기에 넉넉한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어느 욕은 주동이 되어 직접으로 해악을 빚는가 하면 다른 것은 이에 따라서 그런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영성지도자의 최대 관심사는 그 제자들이 비참에서 벗어나도록 모든 욕을 우선 끊게 하고, 스스로를 욕에서 비우게 하는 것이다.

2. 감성의 방에 들기 위하여 마땅히 써야 할 방법과 양식

일반적으로 영혼이 감성의 밤에 들어가는 방법은 능동적인 것과 수동적인 것이 있는데 여기에서 수동적이란, 영혼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다만 하느님께서 그 안에서 일하시고 영혼은 수동적인 상태에 있는 것이다. 능동적인 것은 뒤에서 다룬다.

욕끊기에 대한 충고들은 유익하고 실효성이 있는 데 첫째, 매사에 그리스도를 본받고, 자신의 생활을 당신의 생활에 맞추어 나가려는 마음을 항상 지녀야 한다. 둘째, 이 일이 잘되기 위해서는 감성에 오는 어떠한 맛이든 순수 하느님의 존영과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이를 끊고 빈 몸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감성의 맛을 끊고 비워서, 마치 어둠 속에다 감각을 두는 것처럼 힘써야 한다. 더욱 풍성한 효과를 위한 수련방법으로 육의 욕정과 눈의 욕정과 재산의 자랑을 끊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첫째, 스스로 자기 자신을 없이 보도록, 남이 모두 자기를 업신여기도록 힘 쓸 것(이것은 육의 욕에 맞섬), 둘째, 스스로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하도록, 남이 모두 낮추어 말해주기를 바랄 것(눈의 욕에 맞섬), 셋째, 본디 없는 몸 - 자기 자신을 낮추어 생각하고, 남이 모두 낮추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이것은 생활의 오만에 맞섬) 영성적인 사람은 이 벗음 속에서 고요와 쉼을 얻나니 어느 것에도 욕심이 없고, 겸손의 중심에 있으므로 위로 괴롭힐 아무것도 없고 아래로 누를 아무것도 없다.

*노래의 구절로 재설명

"사랑에 타 할딱이며"....이것은 의지가 무엇을 누리려 할 때 사랑과 정이 불타기 마련인데, 일체의 욕을 끊고 일체의 맛을 아니 여기기 위해서는 미의 사랑인 보다 큰 사랑의 보다 뜨거운 불꽃이 있어야 한다. "알 이 없이" 즉 그런 것들에 붙들리거나 잡히지 않고 이 장벽과 속박을 벗어나면, 이것이 곧 "좋을시고 행운이여"라는 것이다. "내 집은 이미 고요해지고"라는 것은 온갖 욕의 집인 감성면이 싸움에 지고 잠들어서 이미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Ⅲ. 영성의 능동적 밤(이성)

*노래구절

"좋을시고 행운이여"라는 것은, 영성 면의 이 집을 고요하게 만들기와, 감성적 및 영성적인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오직 순수한 믿음에 기대어 믿음으로써 하느님께 오르는 이 그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비밀의 층대"는 믿음이 지니고 있는 그 층과 조목이 모든 감성과 이성 앞에 그윽하고 숨은 것이기 때문이다. "변장한 몸"이라 함은 영혼이 믿음으로 올라가면서 자연적인 옷과 입성과 태도를 하느님의 것으로 바꾸어 입는다는 말이다. 또 제아무리 악마가 간계를 다 부릴지라도 깊이 숨어서 감쪽같이 모르게 가므로 "캄캄한 속을 꼭꼭 숨어"라고 하는 것이다. "캄캄한 속을 든든하이"라함은, 믿음을 소경의 길잡이 삼아서 어둠 속을 갈 수 있으므로, 이미 말한대로 아주 든든하게 가기 대문이다. 또 "내 짐은 이미 고요해지고"영성의 밤을 거쳐나왔다함은 하느님과의 합일에 도달하면 자연기능과 아울러 감성의 충동 및 초조가 갈앉기 때문이다.

1. 믿음의 밤에 대한 그 원인

믿음이야말로 목적이신 하나님께 나아가는데 놀라운 매개체, 하느님이야말로 영혼에 있어 이 밤의 셋째 원인 혹은 부분 믿음인 이 둘째 밤은 인간의 높은 면인 이성에 딸린 것으로서 훨씬 내면적이고 훨씬 어둡다.

2. 믿음의 밤에 따르는 장애와 능동적 태세

믿음을 가리켜 어두운 습성이라 함은 믿음이 하느님께서 몸소 계시하신 진리를 믿게 하기 때문인데, 계시된 진리들은 일체 자연적인 빛 위에 있어서 인간의 모든 이치를 비교도 할 수 없이 초월하는 것이다. 믿음의 빛은 너무나 세기 때문에 이성의 빛을 눌러서 이기는 것이다. 이 이성의 빛은 원래 그 힘이 자연적 지식에만 미치지만, 하나님께서 초자연적 작용을 하게 하시면 초자연적인 것을 위한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즉 영혼에 있어 믿음도 그 자체는 물론 그와 비슷한 것도 우리가 보거나 알거나 하지 못한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믿음은 영혼에 있어 어둡고 캄캄한 구름-밤이기도 한 것.... 믿음 앞에 자연적 빛이 없어져 소경이 되나 믿음은 비록 캄캄할지라도 영혼을 밝혀주고 영혼의 어두움에 빛을 주기 때문이다.

영혼이 믿음의 인도를 받아 높은 상태까지 잘 오르려면 감성적인 면 뿐만 아니라 하느님 및 영성에 관련되는 이성적 그리고 고차원적인 영역에도 깜깜한 소경이 되어야 한다. 다만 의지할 곳은 어두운 믿음 뿐 이를 빛으로 길잡이로 삼으면서 자기자신이 알고 맛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그런 것들에 의지해서도 안되고 사로잡힘도 없어야 한다. 즉 제 격식을 떠남으로 격식이 없으신 하느님께 들어감이다. 이렇게 해서 영혼은 캄캄한 속에서 믿음을 힘입어 하느님과의 합일에 더욱더 가까워지는데 믿음은 어려우면서도 영혼에게 묘한 빛을 주는 것이다.

3. 영혼의 하나님과의 합일이란 무엇인가?

여기에서 합일이란 전적 및 영속적 합일이지만 잠재적 습성으로서의 합일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어떠한 영혼 안에라도 실체적으로 계시고 그 힘이 되어주신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한다. 이 합일은 본체적 실체적 합일(자연적 합일)이 아니라 상사의 합일(초자연적 합일)로 인간의 의지와 하느님의 의지가지 하나로 합쳐 의식적인 행위 뿐아니라 잠재적 습성 즉 마음 바탕까지 상반됨이 없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느님 안에서 비추어지고 변화되는 영혼이 수용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하느님과 하나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영혼이 독같이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니, 주께서 영혼 하나하나에게 내리시는 은혜가 다르기 때문이다.

4. 영혼의 세 가지 능력을 완성하는 향주덕 신망애

신덕은 이성에 있어 나는 것을 비우고 어둡게하고 망덕은 기억에 있어 그 가진 모든 것을 비우게 하고 애덕은 의지에 있어 하느님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정과 낙을 비우고 벗어던지게 한다.(눅 11장 밤중에 간청하는 기도) 그러므로 덕 하나에 능력 하나를 맞추어 나가면서 세 가지 덕이 아닌 모든 것을 능력에서 비우고, 일체 앞에 능력을 깜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능동적이라고 부른 영성의 밤이다.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길은 마태복음 7:14처럼 문이 좁다. 이 길은 오직 한 가지 필요한 일이 있으니 겉으로나 속으로나 정말 자기를 부정할 줄 아는 것, 그리스도를 위하여 괴로움을 떠안고 무엇에나 자기를 없앰에 있는 것이다. 대체로 어떠한 피조물이든, 이성으로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지식이든 하느님과의 합일에 있어 장애가 될 뿐 수단이 되지 못한다. 하느님과의 합일의 길을 거룩한 길, 즉 믿음의 깨끗함이다. 이성안에 들어올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지각을 구별하면 크게 이성으로 알 수 있는 자연적인 것과 자연 이성의 능력과 재간을 훨씬 넘어서 지각되는 초자연적인 길로 나눌 수 있다. 초자연적인 지각은 다시 육체적인 것과 영적인 것이다.

5. 이성 안에 들어올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지각

육체적인 것은 육체의 외관을 통한 것과 육체의 내관을 통한 것으로 이것은 상상력이 파악하고 조작하는 일체를 포함한다. 영적인 지각도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분명하고 개별적인 것이나 다른 하나는 불분명하고 어둡고 일반적인 것이다. 분명하고 개별적인 지각중에는 특수한 지각으로 시현과 계시와 영의 말과 영의 느낌이 있다. 어둡고 일반적인 지각은 믿음 안에 주어지는 관상 뿐인데 이 관상 안에다 우리 영혼을 두어야 하고 이를 위해 육체적인 것을 비롯하여 온갖 지각을 벗어 던지고 오로지 관상에로 가야만 한다.

육체의 외관,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및 촉각을 통하여 초자연적으로 이성에 딸리게 되는 그 지식과 그 지각은 하느님께로부터 육체 감각에 내려진다 할지라도 그로서 안심한다거나 그걸 받아들이기 보다 우선 전적으로 피해야하고, 좋은지 나쁜지를 알아 볼 생각도 말아야 한다. 그 중에 혹시 어느 것이 하느님께 온다치더라도, 그것을 영혼이 피하거나 마다한대서 하느님께 욕될 것이 없고 그런 것을 통하여 당신이 영혼에게 주시려던 결과나 효과를 못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먹었다가는 믿음이 차차 줄어들거나 영혼의 장애, 참다운 인종과 영의 해탈로 가지 못하게 하는 등과 같은 여러 가지 탈이 생길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영혼이 저 현상을 마다하고 이에 맞설 경우 악마의 계교는 그치고 하느님께서는 겸손하고 애착이 없는 이 영혼에게 더욱 많고 뛰어난 은혜를 내리시어, 작은 일에 충실한 종에게 하시듯 큰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것이다. 이런 은혜들에 영혼이 충실하고 조심이 깊으면 하느님과의 합일과 변화에 이르기까지 주께서는 서서히 그를 끌어올리신다.

감각이란 육체에 딸린 상상이나 심상의 자연적 지각은 하느님과의 합일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영성인들은 초심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상상과 영상과 묵상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려고 애를 쓰다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보다 더 깊고 보이지 않는 영혼의 복에 마음을 두시고자 추리적 묵상의 맛과 재미를 거두시면, 그들은 참을성이 없어서 여태 버릇이 되어온 감성의 방법을 버릴 줄도 모르고 버릴 용기도 없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 말해 둘 것은 삼가 저 고요 속에서 하느님을 사랑으로 모시는 법을 배우고 상상과 그 작용을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묵상과 추리를 버리고 관상의 상태로 옮아가기에 적당한 대는 다음의 세 가지 표가 모두 자기 안에 있을 때 가능하다. 첫째, 상상력을 가지고 묵상이나 추리를 도저히 할 수 없고 그 전처럼 통 맛이 없음을 발견한다. 둘째, 마음의 안팎을 가릴 것 없이 개별적인 어느 일에 상상력이나 감정을 두기가 딱 싫어짐을 본다. 셋째, 가장 확신한 표로 혼은 하느님을 사랑으로 우러러보면서 혼자 있기가 좋아진다. 그러나 세 번째 상태는 처음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원만지견이란 바로 관상으로서 이 지견 안에 영혼의 정신 능력인 기억과 이성과 의지의 작용이 한데 어울리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여태까지의 영혼은 이성과 감성의 작용으로 습성이 없어짐에 따라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 망각의 원인은 바로 지견의 단순성과 순수성이다. 이것이 시간을 초월하여 망각 속에 있게 한다. 지견이 한 번 깨어나면 그때까지 느끼지 못하던 결과를 영혼 안에 깨치는데 그 결과란 천상 지식을 향하는 마음의 비약과 모든 것 및 이에 따른 기억 형상 꼭두를 깨끗이 벗어남이다. 그러나 이런 지견이 반드시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이 정도의 지견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지성이 시간적이든 영원적이든 어떠한 부분적 인식도 떠나야 하고 의지는 이것저것 할 것 없이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야 한다.

관상의 원만지견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진보한 사람에게도 때로는 자연적 추리와 자연기능을 작용시킴이 필요하다. 마음 먹는 대로 지견행위가 일궈지지 않는 법이고 처음인만큼 묵상에서 그다지 동떨어지지도 않아서 때로는 그전의 영상과 방법을 가지고 그 전대로 추리와 묵상을 하는데서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는 것이다. 영혼이 거리낌과 너울을 말끔히 치워서 마음이 자주 흩어지고 가난하게 되면 그 안에는 하느님 것이 자연, 초자연스럽게 내려지는데, 우리 마음에 허전함이 없기를 바라시는 까닭이다. 묵상을 할 수 없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로 보일지라도 영성인은 고요 잔잔한 이성을 가지고 하느님께 향한 마음 가지기를 마땅히 배워야 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 본질적인 합일에 이르려면 영혼은 조심하여 상상의 시현이나 형과 상 그리고 부분지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이런 것들은 합일을 위한 적절한 방법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헤살을 놓을 따름이므로 마땅히 물리쳐야 하고 갖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장해와 함정이 있는 많은 시현과 형상과 감각을 통한 인식 그리고 영지를 하느님께서 영혼에게 주시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영혼을 움직이시어 그의 낮은 끝과 극에서 합일의 높은 끝과 극으로 끌어올리심에는 질서있게 묘하게 그 영혼 나름대로 하셔야 하기 때문이다.

시현에 대한 지도방법이 그른 탓으로 영성 지도자들의 판별력이 모자라 영혼들에게 기칠 수 있는 폐해가 많다. 영혼은 시현을 보고 "속이 그토록 편했으니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그러나 속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은 본성의 경향 일 수도 있다.)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 같으면 자기가 생각하고 아는 그대로 일이 되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는 우리의 인식방법에 결합이 있기 때문이요 둘째는 저 시현과 말씀의 원인이 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히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바가 있어, 그리고 원하시는 대로 무엇을 초자연스럽게 보여주시고 말씀해 주시는 만큼, 우리에게도 보여주셨으면 하는 마음과 그리됩소서하는 기도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과 말씀하시는 일들이 항상 진실되면서도 그 원인에 있어서는 확실성이 항상 있지 않음을 성서의 권위로 증명한다(예언자들의 예언-요나..)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청원하는 바를 더러 들어주시어도 그런 일을 즐기시지 않으신다. 그 이유는 다름아니라 어떠한 피조물이라도 하느님께서 다스리시는 자연의 한계를 넘어섬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대로 원하시는 사람에게 그리고 원하시기 때문에 사람의 뜻에 구애됨이 없이 주실 수 있으시다)

지금은 은총의 시대라 이미 그리스도 안에 믿음의 바탕이 굳어지고 복음의 율법이 나타났으니, 구약의 율법시대처럼 초자연의 길로 하느님께 문의함이 옳지 않다. 하느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당신 아드님- 즉 둘이 아닌 오직 하나인 당신 말씀-을 주심으로써 일체를 우리에게 한꺼번에 그리고 단 한 번에 말씀하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매사에 있어 인간 그리스도와 그 교회 및 성직자들의 법을 통하여 인간적으로 유형적으로 다스림을 받아야하고, 이길로써 우리의 무지와 영적 나약성을 극복해야하니 아쉬울 것 없는 영약을 얻는 길이 이 길인 것이다. 결론삼아 말을 한다면 영혼이 무엇을 초자연스럽게 받는 경우 받는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지 지체없이 영성지도자에게 알려야 하되 분명 솔직하고 완전단순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하느님께서 일러주시는 것이 많으나 그 결과의 힘, 빛과 확증은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영성 지도자에게 알리기까지는 충분한 보장이 없다. 둘째, 영혼이 저 어둔 밤, 즉 영성의 가난과 벗음의 밤길을 가기 위해서는 그가 당하는 일에 가르침이 으레 필요하다. 셋째. 영혼이 제아무리 초자연 현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더라도 겸손과 복종과 극기를 위해서는 그 전부를 보고해야 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영의 길로 이루어지는 이성의 지각(시현, 계시, 영어, 영의 느낌)을 다루는 것은 이성으로 하여금 지각을 통하여 믿음의 영스러운 밤 속에서 하느님과의 신묘하고 본체적인 합일에 도달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1) 영적 및 이성적 시현의 두가지 형

하나는 몸이 있는 실체의 시현이고 다른 하나는 형체를 떠난 몸이 없는 실체의 시현이다. 이런 시현들이 영혼 안에 끼치는 결과는 고요와 빛남과 영광 비슷한 기쁨, 맑음과 사랑과 겸손과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의 쏠림과 높아짐으로서 더한 대가 있는가 하면 덜할 때가 있고 하느님의 듯을 따라 또는 받아들이는 영을 따라 많고 적게 나타난다.

2) 계시 - 계시란 어느 숨은 진리를 찾아냄이요, 어느 신비 내지 현의를 밝혀내는 것이다.

계시는 두 가지라 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진리가 이성에 밝혀짐으로서 이것이 바로 지적 인식 또는 지견이라 부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은밀한 것을 드러냄으로서 이것이야말로 본래의 계시오, 하느님의 신비와 현의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앞의 것은 엄밀한 의미에 있어서 계시라 부를 수 없으니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이나 여의 진리들을 있는 그대로 환히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지견은 영혼의 재간과는 관계없이 하느님께서 영혼 안에 이루어 주시는 것이다. 그러나 계시가 하느님과의 합일에 쓰일 수도 장애가 될 수도 있는 경우와 이점에서 악마가 많은 속임수를 쓸 수도 있으므로 차라리 신앙의 명제에 관한 계시들에 대해서 눈을 감는 편이 낫다. 왜냐하면 보다 더 든든하고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 계시된 예언의 말씀이다는 것이다.

3) 영어 (초자연스러운 말) - 이는 계속적, 형상적, 실체적 언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계속적인 영어가 이성 안에 생기는 원인은 이성을 움직이고 비춰주시는 하느님의 성령과 이성 자체의 자연의 빛과 그리고 암시로써 이성에게 말할 수 있는 악마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를 식별하려면 영성이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일로 속거나 장애받지 않기 위해서 조심해야 한다.

영어의 둘째 형은 형상적 영어로 자기 아닌 제 삼자한테서 영이 받아들이는 똑똑하고 틀이 잡힌 말인데, 영이 제 안에 들어앉을 때에 그럴 수 있고 그렇지 않은 때도 그럴 수 있다. 이것도 계속적 언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조금도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

영어의 셋째형은 실체적 언어라 하는데 이것은 영혼 안에 똑똑하게 찍히는 점으로 보아 형상적이라 할 수 있지만 저 형상적인 언어와 다른 점은 이 언어는 싱싱하고 실체적인 결과를 영혼에 끼치는 것이다. 즉 말씀하시는 바를 영혼 안에 실체적으로 이루신다. 다른 언어와 달리 실체적 언어를 하느님께서 말씀하실 때는 당신이 영혼 안에서 일하시고자 하심이지 영혼이 행동하라 하심이 아니며 영혼이 하느님과 합일하는 데에 매우 유익한 것으로 내심적일수록 더욱 실체적이고 더욱 이로운 것이다.

4) 지각

이것은 가금 영스러운 사람의 영혼 안에 초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영적 감동으로부터 이성 안에 생기는 것으로서 이 똑똑한 영적 감동은 의지의 정에 있는 감동과 영혼의 실체 안에 있는 감동이다. 이 두 가지도 여러 양상을 띠는데 의지의 감동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면 대단히 숭고하고 영혼의 실체에서 오는 감동이면 매우 드높고 뛰어나고 크게 이로운 것이다. 이 원인을 알지 못하고 어찌하여 하느님께서 이런 은혜를 내리시는지 그 까닭을 모른다. 의지의 감동이나 영혼 실체의 감동은 하느님의 맞댐으로 돌연히 일어날 수도 있고 계속적 영속적일 수도 있지만, 가금 지각과 인식과 지견이 이성 안으로 넘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이성으로 깨치는 숭고한 유열...거기에서 솟아나는 느낌과 함께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감동에 있어 영혼은 모름지기 다만 받아들일 뿐 겸손하고 인종해야 하니,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기 때문에 당신은 영혼이 겸손하고 욕 끊음을 보시고 원하시는 대에 지견을 주실 것이다. 이같이 하면 아무 거리낌없이 신묘한 합일의 실효를 거두게 될 것이니, 저 모든 것은 합일의 맞댐으로서 합일은 영혼 안에 수동적으로 이루어진다.

Ⅳ. 영의 능동엣 밤 (기억과 의지)

이제는 영혼의 다른 두 가지 기능, 즉 기억과 의지에 대해서 같은 식으로 설명할 것이 남았으니, 영혼이 두 가지 기능으로 오롯한 바람과 사랑 안에서 하느님과 합일하기 위해서는 역시 그 지각들을 정화해야 된다.

1. 기억의 자연엣 지각

자연엣 지각이라 일컫는 것은 기억에 있어 듣고 보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오관의 대상을 가지고 기억이 형성할 수 있는 모든 지각,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기억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일체의 지각이다. 이러한 모든 지각과 상을 기억에서 벗겨내고 비워버려야 하고, 힘써 상상의 지각을 아주 없애야 한다. 기억이 하느님과 합일 될수록 부분지가 차츰 승화되다가 마침내 합일이 절정에 다다르면 스러지고 만다. 이런 상태에 있는 기억이나 다른 기능의 작용은 모두가 하느님의 것이다. 기억으로 말미암은 지식과 추리에 스스로 밤이 되지 않은 영혼이 입는 손해는 세 가지가 있다. 둘은 좋은 것을 해치는 적극적인 것이고 하나는 좋은 것을 잃게 하는 거부적인 것이다. 첫째는 지식과 추리가 빚어내는 갖가지 손해로서, 이를테면 오류와 불완전 욕과 비판, 시간 낭비와 그밖에 영혼을 더럽히는 많은 것들이다. 하지만 일체의 지식과 추리에 있어 기억이 스스로 밤이 되어버리면 이러한 모든 해를 벗어나게 된다. 즉 매사에 기억을 부정해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이승의 것 저승의 것을 다 떠나서 기억이 다만 고요할 뿐이면 산심 참월 악습이 침입할 수 없다. 둘째는 적극적인 해는 악마 쪽에서 오는 것으로 악마는 이 길을 통하여 큰 조화를 부린다. 꾸며낸 이미지와 지식과 추리를 통해서 교만, 인색, 분노, 질투 같은 감정을 일으킬 수 있을 뿐아니라 터무니없는 미움과 거짓 사랑을 자아내게 하고 갖가지로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 악만은 사물을 환상 속에다 버려두고 고정시켜서 참이 거짓으로 거짓이 참으로 보이게 한다. 결국 악마가 영혼에 끼치는 모든 속임수와 사악은 기억으로부터 오는 이런저런 생각을 통하여 들어오게 마련이다. (이 폐해는 참으로 크다). 이 기억이 그러한 모든 생각에 어둡고 스스로를 잊음 속에 없애면 악마의 폐해 앞에 보통 빈틈없이 문을 달아서 일체에서 해방이 되는 것이다. 셋째 폐해는 거부적이라는 것이니 윤리선을 막고 영성선을 앗기 때문이다. 윤리선은 욕정의 고삐를 잡고 무질서한 욕구를 재갈을 먹이고 고요와 평화 그리고 윤리덕을 얻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선에 바탕을 두지 않은 뒤틀린 마음은 틀어진 그대로는 영성선을 받을 수 뒤얽힌 기억이 영성선마저 막는다는 것이다. 기억을 바탕삼아 가질 수 있는 생각과 지식 일체를 비우고 잊음에서 영혼이 얻는 이익은 첫째, 영혼이 안정되고 평화를 누림에 있고 둘째 이익은 악마의 암시와 유혹과 작용에서 해방을 시켜준다. 셋째는 일체를 잊고 고요 속에 듦으로써 영혼이 성령의 작용과 가르침을 받도록 마음 차림을 갖는 것이다.

초자연의 길로 스쳐간 현상들이 영혼 영혼 안에 남긴 형상과 지각을 붙들고 거듭거듭 생각하면 그러한 영성인은 다섯가지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 첫째의 경우 영성인이 이러한 형상이나 지각에 사로잡혀서 그 생각을 되풀이하고 있으면 스스로 제 판단에 속아 넘어가는 수가 많다. 이를 면하기 위해 영성인은 자기가 지니고 있는 것 느끼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이러이러한 시현과 지식 및 감동이 어떠한 것인가를 알려고 판단력을 발휘하지 않음에 있고, 알고 싶거나 관심을 두는 일이 없이 다만 영성 지도자에게 사실을 말하므로써 저러한 지각에서 기억을 비울 수 있도록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폐해는 기억의 초자연스런 지각들도 어떠한 자만과 허영심에 빠질 커다란 기회가 되는 수가 있는데 영성인이 이를 문제시하고 중대시할 때가 그렇다. 이 폐해를 막으려면 덕이 무엇인지를 알고 하늘스런 시현과 계시와 감동이든 자기가 생각하고 싶어하는 무엇이든 그 모두는 가장 작은 겸손 행위에 비겨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셋째 폐해는 초자연 현상의 지각을 통하여 악마가 속이려 손을 많이 쓴다는 것이다. 악마로부터 오는 이 큰 폐해를 막으려면 애당초 영혼이 초자연스런 현상에 맛을 들이지 말아야 한다. 넷째 폐해는 망덕으로 하느님과 합일하는 것을 막는다. 바람(망덕)으로 하느님과 합일하기 위해서 기억에 있는 일체를 버려야 한다. 다섯째 폐해는 초자연스럽게 내려지는 일들의 형과 상을 기억과 상상 안에 간직하려는 데서 오는 것으로서 더구나 이것을 하느님과의 합일 방법으로 쓰려할 때 인간의 지식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본질과 그 높으심을 낮게 함부로 판단한다. 상상으로 파악하는 것을 떨어버림에서 영혼에 생기는 이익은 그 상들이 좋은지 나쁜지 그것들을 하나하나 어떻게 처리해야 옳은지의 걱정을 덜게 되고, 영성지도자를 찾아가서 그 진위를 알아보거나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캐느라고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상상적 지각의 영이 수동적으로 영혼에게 주어지듯이, 영혼은 이 초자연 지각에 있어서도 수동적인 태도를 취해야 되는 것이다. 영혼이 제 아무리 있는 힘을 다해서 일을 한다치더라도 그 능동적인 일은 결국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수동적인 일, 즉 영을 막을 따름이다.

영적 지견은 다른 지각과는 달리 형체의 영상을 지니지 않으므로 상상처럼 육신의 감각에 딸린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을 기억하고 회상한다. 이러한 지견이 영혼이 생긴 다음에 이를 회상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되살아 나는 것이다.

이 감각(기억)에 대하여 영성인이 대처해야 할 일반적 방법은 생각이나 영상의 차별상이 기억에 떠오를 때마다 그에 머물지 않고 서슴없이 기억되는 일체를 비워서, 사랑겨운 정을 가지고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동시에 자기가 해야 할 의무를 깨우쳐 주고 실천하게 하는 필요 이상의 것들은 보지도 생각지도 않는 것이다.

2. 의지의 어둔밤

이성을 말끔 씻어 믿음(신덕)에 터닦게 하고 기억을 말끔 씻어 바람(망덕)에 뿌리를 박게 한 대도 셋째 덕인 사랑을 두고 의지를 또한 말끔 씻지 않는다면 우리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느님과의 합일에 도달하는 일이 오로지 의지를 그 집착과 욕구에서 씻어버림에 있음으로 이러므로 낮고 낮은 인간의 의지는 하느님의 의지와 하나가 되어서 하느님의 의지로 승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지의 집착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디든지 감정 하나가 있는 곳에 영혼의 모든 것이 따다가는 법)

(1) 의지의 첫째 감정 - 기쁨

기쁨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좋다고 생각되는 어느 무엇을 끔찍이 알면서 가지는 의지의 만족이다. 이 기쁨은 현세적인 보배, 자연적인 보배, 감상적 윤리적 초자연적 및 영적인 보배 등이다. 의지를 이성의 한계 안에 두면서 이것들을 다루어야 하는데 이는 행여 의지가 보배들에 헛갈려 기쁨을 하느님 안에 두지 않을까 두려워서이다. 이것의 기초는 하느님의 영광과 존영에 대한 것만을 의지가 기뻐하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대의 영광이 곧 복음적 완덕을 따라 당신을 섬김이라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은 인간에게 아무런 가치와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1) 현세의 보배

현세의 보배(재산, 지위, 현직, 입신, 출세, 자녀, 친척, 결혼과 같은 것)에 대한 기쁨 그 자체가 반드시 죄를 짓는 것은 아니나, 원래 사람의 마음이란 애착에서 약해지기 때문에 일단 이에 정을 붙이면 하느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고전 7:29-30에서 말씀하신대로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아닌 다른 일에 기뻐함이 헛되고 쓸데없다. 즉 하느님께 대한 기쁨이 아니면 조금도 이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세의 보배를 즐기는 데서 영혼에게 따라올 수 있는 해는 네 가지 계층이다. 첫째 해는 하느님께 대한 마음을 둔하게 만들고 하느님의 보배에 먹칠을 하는 것, 마치 햇살이 잘못 비추게 하늘을 어둡게 하는 안개와 같은 것이다. 둘째 층은 첫째 층에서 생기는 것으로 세상 것을 마음껏 섭취한 의지의 비만증이다. 이 둘째 층이 끝까지 다다르면 여태까지 지속되던 수행을 일체 멎게 하고, 정신과 욕구를 온통 세속적인 것에 쏠리게 한다. 셋째 폐해는 하느님을 온전히 버림으로서, 세상의 사물이나 재보에 흠이 날세라 하느님의 계명은 지키려 않고 욕심 때문에 대죄에 떨어져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넷째 폐해는 하느님을 잊기까지 이르고, 본래 하느님께 두어야 할 마음을 마치 하느님께서 따로 계시지 않는 양 온통 돈에다 두어버리는 것이다.

2) 자연엣 보배

자연엣 보배라는 것은 고움과 아리따움과 풍정과 맵시에 육체가 지닌 모든 자질을 가리키고, 아울러 영혼에 있어서는 총명과 분별과 이성에 딸린 모든 특질을 말한다. 이 자연엣 보배 때문에 하느님의 사랑을 흐리기가 쉽고 이것에 홀려 허영에 빠지며 속게 됨으로 영성인은 아름다움과 그 뛰어난 천풍이 모두 흙에서 왔다가 흙으로 돌아갈 것을 깨달아 그 헛된 즐김에서 의지를 깨끗이 하고 어둡게 해야한다. 이 자연적 보배를 즐길 때 직접으로 영혼에 미치는 몸과 마음의 해는 여섯가지 근원적인 해악으로 집약할 수 있는 데 그 첫째는 허영심, 자부심, 교만 그리고 이웃을 업신여김이다. 둘째 해는 감성을 쾌락과 관능적 만족 그리고 음탐에로 움직임에 있다. 셋째 해는 아첨과 공치사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넷째 해악은 일반적인 것으로서 세상의 보배를 즐기는 때와 마찬가지로 이성과 영의 감각을 무디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훨씬 더할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해가 나오는 것, 이는 바로 피조물 속에서 정신이 헷갈림이다. 그리고 또 여기서 영의 냉담과 해이가 나오는데 이것이 곧 여섯째 해악으로 하느님의 이리이 몹시 언짢고 싫어지며 지긋지긋해지기까지 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연엣 보배에 낙을 붙이지 않음에서 영혼이 거두는 이득은 하느님 사랑과 다른 덕들을 위한 마음 차비는 물론, 자신에 대한 겸손과 이웃에 대한 보편적 사랑에 바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그런 사랑은 자랄수록 하느님으로 자라는 것, 하느님의 사랑이 크면 클수록 이웃에 대한 사랑도 큰 법이다. 또 다른 큰 이익은 주님의 말씀을 지킴이니 "누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기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마 16:24)라고 이르셨다. 또 영혼은 더없이 고요해지고 일체의 잡념이 비워지고 감관들 그 중에서 특히 눈이 차분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정신과 감각의 영적 순결로서 영혼과 육체를 성령의 궁전답게 만들어 하느님께 대해서 천사스런 적응성을 갖추어 준다.

3) 감각적 보배

마음이 기쁜 정을 둘 수 있는 감각적 보배는 우리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및 상상력의 내적 기능 등 일체 안팎의 육체 감각에 딸린 것들을 통틀어 말한다. 영성인은 감성 면에서 느끼게 되는 어떠한 맛에 있어, 그것이 우연한 것이든 의식적인 것이든 즐기는 맛을 유익하고 완전하게 하려면 그 희열을 다만 하느님을 위하여 이용하고 하느님께 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제아무리 고상하게 보이는 희열이라도 다른 어느 맛을 끊고 없애는 것이 아니면 그것은 헛되고 쓸데없는 것이요, 마음이 하느님과 하나가 됨을 막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감각적인 보배에 마음을 두고 즐김에서 영혼이 받는 손해는 이성의 어두움, 영의 냉담과 권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과 육 그리고 감성의 손해가 이 희열로 말미암아 직접으로 생기는 일이 파다한다. 이 낙을 끊음으로써 영혼이 얻는 이익은 첫째, 감각적인 것에서 낙을 거두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감각을 썼던 나머지 빠져 들었던 산만에서 몸을 회복하여 하느님 안으로 스스로를 거두어 들이는 데 있다. 둘째, 영적 이익은 감성적인 것에서 영성적인 것이 나오고, 동물적인 것에서 이성적인 것이 되고, 다시 인간은 천사의 길을 걷게 되며 시간적 및 인간적인 것이 신적 및 천상적인 것이 된다는 것이다. 셋째 이익이란 의지의 낙과 기쁨이 시간적인 이 세상에서도 넘치도록 커간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감각적 기쁨에 있어 정화의 습성을 지니기까지, 이미 말한대로 그 마음의 첫 움직임에서부터 이익을 얻고, 그러한 것을 곧장 하느님께 향하기까지는 감성의 생활에서 영혼을 구출하기 위하여 그 재미와 낙을 끊지 않으며 안된다는 것이다.

4) 윤리적 보배

윤리적 보배란 윤리상으로 본 덕과 덕의 습성, 어떠한 덕의 실천과 자비의 행위, 그리고 하느님 법의 준수와 예의 및 착한 성질과 같은 경향으로 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영혼이 윤리선과 일들을 이승에서 하면서 기뻐해야 할 것은 하느님 사랑으로 일을 하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윤리선의 소유와 실천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착한 행실과 닦는 덕으로 하느님을 섬겨드리는 데에만 오직 이것에만 그 눈과 기쁨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의할 것은 좋은 일, 단식, 자선, 고행 등의 가치가 그 양이나 질에 있지 않고 그 안에 담겨진 하느님 사랑에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보배에 마음의 기쁨을 둠에서 생길 수 있는 일곱가지 해약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해는 허영과 교만과 자부와 참월이다. 둘째 해는 이것과 흔히 병행하는 것으로, 남을 자기와 비교하여 나쁘다 언짢아 판단하고, 남은 자기만큼 좋은 일을 하지 못한다 여겨 마음속으로 남을 얕보며, 때로는 말로까지 드러내는 그것이다. 셋째 해악은 일에 재미를 찾는 것으로서 보통으로 어느 재미나 칭찬이 따르지 않는 일이면 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다. 넷째 해악은 이에 따른 것으로, 하느님께 상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일에서 생기는 낙과 위로와 명예와 같은 다른 이들을 이 세상에서 찾으려 하는 탓이다. 다섯째 해는 완덕의 길에 나아가지 못함이니 자기가 하는 일의 취미와 보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그 일과 수행에서 맛과 위로를 못 느낄 때가 그렇다. 여섯째 해란 흔히 제 뜻에 맞지 않는 것보다 제 뜻에 맞는 것과 일들이 더 좋은 줄을 알아서 속는 그것이다. 일곱째 해는 다음과 같다. 윤리적 선행에서 느끼는 실없는 기쁨을 끄지 않으므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충고와 바른 가르침을 받을 만한 자격을 잃는 그것이다.

윤리적 보배에 대한 기쁨을 이탈함에서 영혼에 생기는 이익들은 매우 큰데 첫째 이익익은 악마의 숱한 유혹과 속임에 떨어짐을 면하는 것이다. 둘째 이익은 보다 더 정확하고 완전하게 일을 하는 것이다. 셋째 이익은 신묘한 것으로 이러한 일에 있어서의 헛된 기쁨을 꺼버리고 하느님 아들이 말씀하신 행복 중의 하나인 영의 가난을 주는 것이다. 넷째 이익은 이 기쁨을 끊는 사람은 온유하고 겸손하고 현명하리라는 것이다. 다섯째 이익은 하느님과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욕심과 탐식과 영적 권태 및 질투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다른 악덕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이다.

5)초자연엣 보배

초자연엣 보배란 인간 본성의 능력을 초월하고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선물과 은혜로서 공으로 받는 것인데 믿음과 병고치는 능력, 기적과 예언의 능력, 성령의 활동을 알고 가려냄,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서 전하여 여러 가지 언어를 말하는 능력이다. 이는 남의 이익을 위해 쓰임과 공동 이익을 위함이 아니고는 성령께서는 아무에게도 주시지 않는다. 초자연엣 선물과 은혜의 이익은 시간적인 이익과 영적인 것이다. 시간적인 이익이란 현세적인 것으로 병을 고쳐줌과 장님의 눈을 뜨게 함, 죽은 사람을 살리기와 악마를 쫓아내기, 미래를 예언하여 깨우쳐 주기 등등의 것이다. 영적 이익이란 영원한 것으로서, 이런 일들과 이런 일을 하는 사람 및 일을 받는 사람과 이 일을 보는 사람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알려지시고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다. 첫째 이익인 시간적인 것을 보면 되는 일과 기적이 초자연스러워도 영혼의 기쁨은 전혀 없거나 있대도 대단찮은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이것은 그 자체가 영혼을 하느님께 경합시키는 방법이 되지 못하기에 둘째 이익이 결여되었을 때 그것은 이니간에게 거의 도는 전혀 가치가 없다. 사람은 이런 은혜를 쓴대서 기뻐할 것이 아니라 이에서 거두는 영광스러움, 즉 둘째 결과를 기뻐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 결과란 이를 가지고 참다운 사랑으로 하느님을 섬김이니, 바로 여기에 영원한 생명의 열매가 있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초자연한 보배를 통하여 의지가 하느님께 결합되는 것이다.

초자연엣 보배를 기뻐하는 데서 영혼에 생길 수 있는 해악이 주로 세 가지인데 첫째는 남을 속이기와 스스로 속기가 쉽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 어느 것이 진짜고 가짜인지,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면 하느님의 빛과 깨우쳐주심이 대단히 필요한데, 이 두 가지를 방해하는 것이 일에 대한 기쁨과 높은 평가이다. 둘째 해악은 이 첫째에서 오는 것으로 신앙의 파괴이다. 그 첫째는 다른 사람에 관한 것으로서, 요긴하지도 않은 때에 기적이나 이상한 일을 하려 들므로 하느님을 시험하는 큰 죄에 떨어질 뿐 아니라, 하려던 일이 되지 않는 데서 사람들 마음에 불신과 믿음에 대한 멸시를 낳아줌이다. 그 둘째는 믿음의 공덕에 있어 자기 자신의 파멸이다. 이런 기적들을 과대평가하는 나머지 믿음의 실체를 떠나기 때문인데, 믿음이란 본시 어두운 습성인 것, 그러기에 기적과 증명이 많을수록 믿음의 공은 적은 법이다. 셋째 해악은 보통 이런 일을 좋아하다가 허영이나 어떤 실없음에 빠져드는 것이다.

초자연적 은혜에 대한 기쁨을 부정함에 따라 오는 이익은 첫째 하느님 아닌 일체에서 마음과 의지의 기쁨을 떼쳐 오로지 당신 안에 두는 것이고 이러한 것에서 마음을 뗌으로써 하느님을 찬미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이익은 영혼이 스스로 높아짐에 있다. 밖에 나타나는 일체 기적과 증거를 마음으로 끊으면 순수한 믿음으로 높아진다 함이니 이 믿음을 아주 깊게 하느님께서 넣어주시고 키워주신다. 이야말로 영혼이 하느님과 합일하는 데에 본질적으로 직선적으로 중요하다.

6) 영적 보배

우리가 여기에서 뜻하는 바가 영적 보배를 가지고 하느님과 합일하기까지 영혼을 이끄는 일이다. 영적 보배는 일체 하느님 일, 영혼과 하느님과의 교섭, 사귐, 그리고 하느님과 영혼과의 상통을 위하여 동기가 되고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이다. 영적 보배는 흐뭇한 것과 고달픈 것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고달픈 보배들은 수동적인 밤에 속하므로 다루지 않고 여기서는 흐뭇한 보배만 다루고 있다. 의지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보배는 움직여주는 것, 자극하는 것, 이끌어주는 것, 그리고 완전히 해 주는 것이다.

첫째 움직여 주는 것 즉 성인들의 초상 및 성화 에배소와 의식부터 살펴보면 성화와 성상을 두고 숱한 허영과 터무니없는 기쁨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것들은 하느님 예배를 위해서 중요하고 또 의지의 정성을 자아내는데 필요한 것이어서 자모이신 성교회가 이를 시인하고 사용하는 터이고, 그러기에 우리가 냉담에서 깨어나는 데에도 언제나 이를 이용해야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른 그 표현의 내용보다도 진기함 및 가치만을 보므로 신심의 동기로 쓰임을 잊어버리고, 보이지 않는 성인게 영적으로 지향해야 될 마음의 정성을 밖에 드러나는 묘한 구성에도 기울여서 감각을 기쁘고 즐겁게 할 뿐, 그 대신 마음 속의 사랑과 기쁨은 그 속에서 멎게 한다. 한편 진정으로 경건한 사람은 그 신심을 보이지 않는 것에 두므로 성상을 아쉬워하지 않고 별로 쓰지도 않으며 살아 계신 상을 자기 안에 모심이니 그 상이 바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라. 모든 것이 기쁠 다름인 것이다. 성화나 그러한 유인에 소유욕을 가지고 애착을 하면 할수록 그만큼 신심과 기도는 하느님께 덜 행함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다른 것보다 어느 화상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기적을 베푸신다든지 은혜를 내리신다면, 사람들이 그 화상을 다른 거소다 더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그 성화상이 잠자고 있던 신심을 새롭게 일깨워서 신자들의 정을 기도로 이끌어 주는 까닭이다. 그런 까닭으로 저 성화상을 매개로 신심이 불타고 기도가 계속될 때 저 성화상을 매개로 한 기도와 정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저 성화상을 매개로 은혜와 기적을 계속 내리시게 된다. 원래 성화란 보이지 않는 무엇에로 우리를 이끌어 주는 구실을 하는 만큼 성화에 있어 우리가 할 바는 의지의 유인과 애정과 기쁨을 오직 그 성화가 표출하는 살아 있는 것에 두도록 힘써야 한다. 생명과 영을 이바지 해야 할 것이 회화나 감각에 앗겨져서는 아니되기 대문이다. 혹시 어느 성화로 해서 신심이 초자연스럽게 주어지면 그 신심은 풍요로울 것이니, 그런 신심은 애정과 함께 곧장 하느님께 향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이러한 여러 가지 은혜를 주실 때는 마음의 기쁜 정을 보이지 않는 것에 쏠리게 하시는 것, 당신은 우리가 보이는 것, 감각되는 것 일체에 대하여 기능의 힘과 진기를 없앰으로써 그렇게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둘째 성당과 기도하는 장소에 대해 이야기 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기보다 제멋에 겨워서 성당을 꾸민다. 이는 하느님 것은 제쳐두고 속된 것만을 즐기는 것이다. "하느님께 마음을 향하면서 성당과 성전을 잘 쓰는 방법"은 하느님께 향하는 영과 감정이 덜 헛갈릴 자리를 고르는 것이다. 그런즉 험하더라도 외딴 곳이 좋은데 참다운 영성인은 이것저것을 다 잊고 오로지 마음거둠에 힘써 이를 위한 자리로 감각의 맛과 대상이 가장 적은 곳을 가리고, 피조물을 멀리 더나 하느님과 오붓이 즐기고자 일체를 아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영성인들이 참다운 영의 유열에 들어가지 못하는 원인은, 보이는 바깥 것에서 즐기려는 욕구를 데지 않는 데에 있다. 즉, 마음거둠 안에서 비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헛된 저 맛과 정에서 마음을 깨끗이 씻고 기도로 마음을 하느님께 향하려면, 양심이 맑은가, 하느님과 함께 있는 의지가 옹근가, 얼은 진정 당신 안에 있는가 이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거룩한 것, 거룩한 곳에 감각의 맛을 붙이는 사람들이 빠져드는 해악은 영이 마음거둠에 도달할 수 없게 하며 가지가지 변덕을 부리는 것이니, 이리저리 옮기다가 한평생을 마치는 것이다. 거룩한 자리의 세 가지 종류 및 그에 대한 마음가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풍수지리의 형국으로서, 그 아름다운 경치가 다채로워 산천초목이나 고요 적적함이 절로 사람의 마음을 경건하게 일깨워준다. 이를 이롭게 쓰려면 이러한 곳을 잊고 마음을 곧 하느님께 향해야 되는데, 목적을 지향하고 가는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방법이나 동기에 머물러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곳에 있을 때는, 그 자리를 잊어버리고 마치 그런 자리에 자기가 없는 듯, 마음속으로 하느님과 함께 잊기를 힘써야 한다. 둘째는 아주 특수한 것으로 하느님께서 어떤 사람들에게 매우 흐뭇한 영적 은혜를 잘 내리시는 곳이다. 그러한 곳에서 그런 은혜를 받은 사람이면 마음이 그곳으로 쏠리는 것이 상정이라. 셋째는 어느 특정한 장소로서, 하느님께서 기도와 섬김을 거기서 받으시고자 선택하신 곳이니, 이를테면 모세에게 율법을 주신 시나이 산이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둘 일은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함이고, 그러한 장소든 다른 어느 곳에서든 오롯한 믿음을 가지고 우리가 빌 때 당신은 들어주신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가지 예절을 다라 기도하는 다른 동기들이 있다. 부질없는 신심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 믿음과 영험이 어느 수단 방법에 있는 양, 이것이면 정성도 기도도 다 되는 줄 안다. 이는 진짜 기도보다 저 수단 방법을 더 신뢰하는 것, 하느님께 대한 심한 모독이요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나쁘고 못 견딜 일은, 형식 위주의 그런 기도에서도 무슨 감응이 있기를 바라고, 비는 바가 성취되고 목적이 달성되기를 바라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하느님을 시험하는 짓, 그 진노하심을 사는 일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기도와 신심 행위에 관한 여타의 예절에 있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신 전례와 기도 양식 말고는 다른 데에 마음을 두지 말아야 한다. 주의 기도의 일곱가지 청원을 가르쳐주셨는데, 그 안에는 우리 영육에 필요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다른 여러 가지 말이나 예절을 말씀하지 않으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의 예절이란 기도드리는 곳이 골방 으슥한 자리라야 되는 것이다.

의지가 헛되게 기뻐할 수 있는 도렷하고 맛갈진 보배의 둘째 종류는 하느님 섬김을 설득하거나 자극하는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자극적 보배라 일컫는다. 이는 설교자를 두고 하는 말인데 설교자 자신에 관한 것, 듣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첫째로 말하자면, 설교자는 청중을 향상시키고 자신이 헛된 기쁨이나 자만에 빠지지 않으려면 그 임무가 말보다 영에 있다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설교자의 생활이 훌륭하면 아무리 말솜씨가 없고 수사가 모자라고 그 내용이 평범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거둔다고 판단할 수 있다. ¤

* 영성훈련의 예 *

- 목표: 하느님과의 결합에 없어서는 아니될 완전한 이탈 및 정신의 자유를 터득하게 함.

하나님께서 그들을 더 앞으로 이끌어 주시려고 할 때 이끄시는 대로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것.

- 기도 이전에...

고요한 장소를 찾는다.

정좌나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무엇인가를 구하는 간구 이전에 나의 모습을 반성한다.

- 기도

어두운 방안에 있는 나의 제욕을 버리고자 기도한다. 오늘 하루 이제껏 내가 지었던 죄들을 고백하였다.(제 5장 1번 p.308) 미워했던 혹은 경시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떠올리려 노력했고, 우선 그러한 감정들을 지녔던 것을 용서해 주십사고,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욕심을 부렸던 일들을 생각했고 떨쳐 버리려 노력했다. 학교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아 보이려 했던 욕심. 무엇이든 더 좋은 것으로 더 많이 가지려 했던 소유욕.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던 육적인 삶에 대하여 기도하였다. 알지 못해 욕심을 내고 집착하였던 세상적인 것에서부터 벗어나려 하였다. < 1권 (감각의 밤)>

-> 내가 하고자 하는 기도는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이것저것 용서해주십사고 고백하는 기도는 마음을 차분히 해 주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는 하였지만 이것이 가르멜의 산길에서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다 아시고 계신 것을 내가 죄인임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는 하였다.

하나님과의 결합에 있어서 필요한 완전한 제욕으로부터의 이탈, 어두운 밤을 지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듯이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다시 시작해 보았다.

- 기도

하나님께 내가 죄인임을 고백했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십사고 기도한다.<이 부분에서 무엇인가 가로막고 있는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3권 제 17장 p.313) 내가 고백하지 않고 잠잠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데 괜한 잡념이 들어왔다. 어느새 침묵 속에서 잡념에 이끌리는 내 모습을 느끼고(3권 제 10장 p.321) 다시 하나님과의 관계성을 가져 보려고 노력한다.>

하나님과의 기도 중에 다른 것들에 붙잡히지 않게 보호해 주시라고 기도한다. 계속해서 하나님께 내가 죄인이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하나님의 주권이 필요함을 반복하여 기도드린다. <3권 제 13장)>

-> 처음의 회개의 기도(?)시간 보다 단순한 말로 더 오랜동안 반복하여 기도드렸다. 기도를 드렸다는 표현보다는 가르멜의 산길에서 말하듯이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시기를 기다렸다. 글로나 말로는 말하기 어려운 고요함이랄까... 평온한 것이 느껴졌다. 하나님의 따뜻함 같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