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훈련의 요소와 그 기본구조

우리는 우리 주님을 만나고 교제하는 영성 훈련을 네 바퀴를 가진 자동차에 비유하여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바퀴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네 바퀴의 균형에 있다. 네 바퀴가 균형을 잃고 어느 한 바퀴에 펑크가 나거나 또는 어느 한 바퀴가 다른 바퀴에 비하여 너무 클 때에 자동차는 균형을 잃고 멈추어 버리거나 전복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는 네 바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힘쓰며, 균형을 잃었을 때는 발란스를 잡아 주어야 한다.

우리는 영성훈련의 유형을 네 가지 요소로 구분하고, 이 네 가지의 요소들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네 요소들은 ①골방훈련, ②성도의 교제, ③공동훈련, ④참여와 봉사이다. 이 네 가지 훈련은 영성 훈련의 유형을 일컫는 것이요, 영성훈련의 기본구조를 말하는 것이지 훈련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우리는 영성훈련의 기본적인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네 가지 요소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1. 골방훈련

예수님은 산상보훈을 말씀하시는 가운데 바리새인들의 외식하는 기도를 경계하시면서,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우리가 은밀한 골방을 찾아, 은밀한 중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과 골방의 시간을 가지라고 격려하고 계신다. 골방훈련은 세상의 문을 닫고 오직 하나님께만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을 기다리는 훈련이다.

한국교회는 골방훈련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기도훈련을 강조해 왔다. 새벽기도, 철야기도, 금식기도, 작정기도, 서원기도등은 한국교회의 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한국교회의 영성운동의 주류를 이루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도원 운동은 기도를 강조하는 한국교회의 영성훈련의 장을 마련해 주기 위해 생겨나고 발전해 왔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강단에서나 교육을 통해서 또는 개인 상담과 목회현장에서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강조해 왔고 기도와 영성을 거의 동일시 할만큼 기도는 한국교회 교인들의 영성개발에 중대한 방법이 되어 왔다. 한국교회가 강조해 온 또 하나의 골방훈련은 성경말씀의 훈련이다.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말씀의 기초위에 세워졌으며, 말씀훈련을 강조해 온 교회이다. 과거에 사경회, 성경공부, 세미나, 부흥회등은 언제든지 말씀중심이었고, 말씀에서 떠난 집회에는 불평과 비판이 뒤따랐다. 오늘에 와서 일부 부흥회와 세미나들이 지나치게 감정을 중시하는 언어를 사용하거나 논리적인 진술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있으나 한국교회는 아직도 말씀 중심이 되기 위해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교회는 성경공부 운동을 확산하고, 귀납법적인 성경공부를 통해서 말씀에서 출발하여 말씀을 실제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신·구약 통독훈련, 크로스웨이 성경공부, 벧엘성서연구, 성경읽기회 등의 방법으로 한국교회가 훈련해 온 말씀훈련은 한국교회의 성장의 기적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어 왔다고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영성훈련 하면 말씀과 기도를 강조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몇가지의 약점 때문에 말씀과 기도훈련이 한국교회의 신자들의 삶 속에 침투하지 못하고 있다.

1) 한국교회는 말씀과 기도훈련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훈련의 방법을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에 기도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으나 능력있는 기도의 비결을 따라 기도하지 못하고 있으며, 성경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말씀을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은 듣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씀과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워야 한다.

2) 말씀과 기도를 강조하는 좋은 전통을 한국교회는 가지고 있으나 말씀과 기도가 서로 연관이 없이 별개의 것으로 훈련되고 있다. 기도는 우리의 소원을 드리고, 헌신을 드리고 하나님의 은혜와 복을 얻기 위해 훈련하고 있으며, 말씀은 진리와 지식을 깨닫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훈련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기도가 말씀훈련이 되고, 말씀이 기도훈련이 되는 상호연관성을 발견하고, 기도훈련과 말씀훈련이 결국에 가서 하나의 훈련이 되는 방법으로 이 훈련을 재개발해 나가야 한다.

3) 기도훈련과 말씀훈련이 약간 인간중심적인 훈련에 흐르는 경향이 있다. 기도하면서 그 중심에 나를 드리며, 하나님의 뜻에 나를 맞추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나의 욕구와 소원과 축복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에 기도의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것은 인간의 뜻을 따라 하나님께 구하는 소위 기복기도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말씀훈련도 하나님께서 그 말씀을 통해서 나를 찾아오셔서 능력과 은혜를 주신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지적인 깨달음, 지혜 얻음, 새로운 진리발견등 인간중심적인 공부의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의 복지를 위한 기도와 인간의 깨달음을 위한 말씀훈련을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훈련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4) 한국 교회는 근간에 와서 QT나 그외의 골방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그 방법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골방훈련의 방법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하나님과의 만남과 교제의 기회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

2. 성도의 교제

성도의 교제는 신앙생활의 감격과 기쁨을 체험하게 하는 영성훈련의 한가지 유형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서 두 세사람이 주(主)의 이름으로 모이는 훈련을 우리는 성도의 교제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은 친밀한 교제와 사귐을 나눌 수 있는 소집단의 훈련으로 한국교회는 구역집회에서 성도의 교제의 훈련을 하고 있다. 구역집회는 한국교회 영성훈련의 중요한 장으로 한국교회의 성장에 중대한 역할을 해 왔다.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기타 교회에 속한 기관들은 중대한 성도의 교제의 장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조직과 기구의 활동만 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영적 손실로 한국교회는 이러한 자치기관을 영성훈련의 중심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성도의 교제는 그 자체로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의 장이 되지만 동시에 성도의 교제를 하는 동안에 성도들은 자극을 받고 격려를 받아서 골방훈련과 공동훈련과 참여와 봉사의 훈련을 하게 하는 힘을 얻는다. 우리가 강단에서 소리치고 강조해서 불가능한 것들을 성도의 교제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배우며 익히며 습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성도의 교제의 방법들을 잘 개발하여 이 훈련을 활성화시킬 때 한국교회의 영성훈련은 재 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3. 공동훈련

이것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하며, 예배드리며,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경험하는 훈련이다. 여기에는 예배, 성례전, 찬양집회, 부흥회, 사경회, 세미나, 기도회등 성도들이 함께 모여 하나님께 찬양하며, 예배드리며, 함께 은혜를 나누며,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고자 하는 모든 집회들이 포함된다. 초대교회가 모이기를 힘쓴 것처럼,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모이기를 힘쓰는 교회가 되어왔다. 예배에도 새벽기도회, 주일예배, 찬양예배, 수요기도회, 금요철야기도회, 부흥회, 사경회, 성경공부, 여러가지 이름의 특별집회등 한국교회는 공동훈련에 강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몇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열심으로 모이기를 힘쓰면서도, 노력하는 만큼 영성개발에 기여하지는 못하고 있다.

1) 한국교회는 성례전에 지극히 소홀하다. 성례전은 예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처럼 귀중한 성례전을 축하예배나 안수식이나 결혼식보다도 소홀하게 수행하고 있다. 우선은 준비에 있어서도 다른 경축 예배보다 못하고, 두번째는 성례전에 참여해도 좋고 참여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할 만큼 성례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 나아가서 성례전, 특히 성찬식을 일년에 1-2회 정도로 국한 시킴으로서 어떤 사람들은 1년이 지나도 성찬식이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수가 있다. 하나님은 성찬을 통해서 우리 속에 새 사람을 창조하며, 우리에게 큰 은혜를 체험케 하는데 우리가 귀중한 성찬예배에 참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얼마나 하나님의 은혜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며 한국교회는 성례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2) 한국교회는 공동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신학을 충분히 성도들에게 전달해 주지 못하고 있다. 예컨데, 예배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며, 우리는 예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며, 예배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주시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성도의 모임속에 하나님이 역사하고 있으며, 성도들은 그 모임을 하나님의 현존하는 모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응답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배워야 한다.

3)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예배중심의 공동훈련을 고집하고 있다. 모든 모임은 예배의 형식적 절차를 거쳐 시작된다. 이것은 예배와 삶을 불리시키고, 신앙과 실천을 불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배를 간단히 드리고 나서 다른 행사를 할때, 예배와 행사, 즉 그리스도인의 모임을 분리시킬 수 있다. 실제로 그리스도인의 모임은 그 형식이 예배의 형식이든 아니든 간에 두가지 점에서 이미 예배 행위이다.

첫째로 주의 이름으로 모이는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임위에는 우리 주님께서 그 모임 위에 임하여 있다. 두번째로 그리스도인들은 무슨 모임이든지 주의 이름으로 모인다. 주의 이름으로 모인다는 것은 주님께 우리를 드리는 헌신이요, 예배이다.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모일 때 바로 그것은 예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임에 앞서 예배드리는 형식 절차를 수행하기 보다는 그 모임 전체가 하나의 예배행위가 되도록 연구하고 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모일 때마다 하나님과 교제하며, 은혜를 받으며, 하나님께 감사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4. 참여와 봉사

신앙훈련의 네번째 요소는 참여와 봉사이다. 이 요소는 다른 세 요소의 훈련을 통하여 받은 하나님의 은총과 능력을 세상과 형제 자매들 봉사하는 가운데서 그들 속에 임재하신 주님을 만나는 훈련으로, 모든 영성 훈련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이 훈련은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까지 아끼지 않고" 보내신 세상, 곧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위하여 죽은 그 세상 속으로 하나님의 은총과 능력을 가지고 나가는 훈련이다. 한국교회는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방법 때문에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선교 2세기에는 세상 속의 그리스도를 분명하게 드러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세상 속으로 나가는 방법의 다양성을 받아 들이고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여 예수님께서 위하여 죽으신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체적으로 세상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훈련을 바로 개발하고 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참여와 봉사의 또 한가지 차원은 예수님의 몸인 교회를 봉사하는 것이다. 교회 봉사의 모든 활동도 우리는 영성훈련의 한 차원으로 간주하고 이를 개발하며 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