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절 미국 교회의 음악목회 현실

음악목회의 외국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 미국의 것을 이야기 하는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어서이다. 첫째, 복음은 구라파에서 미국으로 건너 갔다. 그러나 구라파의 기독교는 이제 대단히 냉냉하고 교회는 쇠퇴기에 들어 간 반면 미국은 조금 다르다. 19세기 말 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대륙의 복음화 운동은 대단했었다. 20세기에 들어 와서 몇몇 교단의 교회는 해마다 그 교세가 줄어드는 상황에 있지만 아직도 복음주의 교회의 교세는 증가 일로에 있다.

둘째 이유는 미국의 기독교가 부흥 절정기에 있던 19세기 말엽 우리나라에 기독교 복음을 전해 준 나라가 미국이다. 그리하여 그후 한국 기독교는 구라파보다도 미국으로 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아 왔다.

셋째 이유는 개인적인 것으로써 필자가 미국에 오랜기간(14년간) 살았기 때문에 미국교회의 현황은 이야기 할 수 있으나 구라파의 교회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구라파 사람들이나 또는 구라파를 방문한 사람들로 부터 전해 들은 바로는 구라파의 교회는 찬양대가 매우 미약하여 찬양대 없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도 많고, 특별한 주일(부활절, 크리스마스)이 되어야 찬양대가 서는 교회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필자가 아는 미국 교회의 음악목회를 살펴 봄으로써 우리의 방향과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얻고저 한다.

미국은 대단히 넓은 나라인데다가 세계의 모든 민족이 모여 살고 많은 종류의 교파가 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미국의 음악목회가 이렇다고 제시하기는 불가능하다. 땅의 넓이를 보면 한 겨울에 북부 Chicago에서는 눈보라가 치는가 하면 남쪽의 Florida 해변에서는 해수욕을 즐기고, 동부의 Boston과 New York에서 Alaska와 Hawaii 까지는 5시간의 시차를 가지고 있는 광대한 땅 덩어리이다. 인종면에서는 신교의 백인 앵글로 쌕슨족(WASP)이 주도권을 갖고, Chicago와 St. Louise 등의 중서부에는 불란서 계통이 많이 살고, Pennsylvania주에는 독일 계통 사람들이 모여 살고, Texas와 California에는 남미나 Mexico에서 올라온 스페인계 사람들이 많고, 그 외에 포르투갈, 이태리, 러시아, 아이랜드, 헝가리 등의 구라파 계통과, 특별히 유태 계통의 사람들이 재계, 학계, 예술게, 의학계, 과학계 등의 중요한 곳을 다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중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양계 사람도 이곳 저곳에 흩어져 많이 살고 있다. 교회도 현대문명을 거부하는 메노파 교도(Mennonite)가 동부 Pennsylvania에 있는가 하면 서부 Utah에는 몰몬교(Mormon)가 있고, 북부의 Unitarian 과 Universalist 등과 같은 자유주의 교회와 남부의 보수적인 침례교회가 공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장로교회에서도 개량주의적인 교회가 있는가 하면 아직도 Calvin의 신학을 그대로 고수하여 시편가 이외는 부르지 않고 오르간도 없는 교회가 있다. 따라서 미국 교회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대단히 어려우나 나름대로 대략 세 부류로 분류하여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천주교, 성공회, 루터교회 등의 의식교회(Liturgical Churches)와 장로교, 감리교, 회중교회와 같이 교회의 일치를 부르짖는 에큐메니칼 교회(Ecumenical Churches), 그리고 침례교회, 독립교회와 같은 복음주의 교회 (Evangelical Churches)등 세 부류 이다.

의식교회에서는 대개 캔토(Cantor) 또는 성가대장(Choir Master or Choristmaster)을 시간제 또는 전임으로 두는 경우가 많이 있고, 성가대장은 대개 지휘와 오르간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에큐메니칼 교회는 주로 음악감독(Music Director)을 두는데 여기에는 전임이 별로 없고, 지휘와 오르간을 겸하는 경우(Music Director-organist)와 따로 따로 있는 경우도 있다.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많은 교회가 음악목사(Music Minister)를 전임으로 고용하고 있고 거의가 지휘를 담당하고 반주자는 따로 있다.

어느 경우든 간에 음악목회에 관한 한 최고 결정자와 최고 행정 책임자는 음악목회를 담당한 사람들이지 우리나라에서 처럼 음악목회자는 지휘만 하고 평신도인 대장, 부대장 총무 등이 음악목회를 담당하는 제도는 아무데도 없다. 평신도가 당회장이 되거나 목사가 평신도 당회장 밑에서 지도를 받으면서 목회하지 않는 것 처럼, 대장과 총무와 부대장은 음악목회자로 하여금 음악목회를 잘 할 수 있도록 보좌해 주는 역할이어야지 음악목회자를 통솔하거나 지도 할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제도가 다 좋은것은 아니며 또한 한국의 제도가 다 나쁜것도 아니다. 미국교회에서는 음악목회자가 최고의 결정자임과 동시에 모든 일도 음악목회자가 다 해야 하고 임원들은 뒷전에서 일을 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찬양대 임원들이 적극적으로 찬양대를 책임지고 운영해 주는 것은 음악목회자의 짐을 크게 덜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유지 되어야 한다. 일을 많이하고 찬양대의 살림을 책임지다 보면 찬양대의 음악적인 모든 것 까지 책임 질려고 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이러한 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할수 있다면 한국 교회의 제도는 대단히 좋은 것이라고 본다.

여기 두 교회의 예를 구체적으로 들어 본다.

하나는 필자가 독창자로 나가던 Bosten 근교에 있는 성공회 교회이다. 이 교회는 음악목회자로 성가대장 겸 오르가니스트를 전임으로 두었고 성가대장이 지휘를 할 때와 연습을 할 때 그를 보좌 할 수 있는 시간제 오르가니스트가 따로 있다. 전임 음악목회자는 9시 예배에서 고등학교 학생 찬양대를 지휘하고, 전통적인 교회찬양대를 가지고는 11시 본 예배를 인도 한다. 전통적인 찬양대란 여성 소프라노와 여성 앨토 대신 어린 소년들로 구성된 소프라노와 앨토를 사용하고 베이스와 테너는 성인들이 담당하는 순 남성들만의 찬양대를 의미 한다. 이 경우 음악목회자는 주중에 고등부 찬양대를 지도해야 하고, 전통적인 찬양대의 어린이 대원을 매일 훈련시키고, 어린이 찬양대원과 성인 찬양대원이 금요일 저녁에 함께 모여 연습을 하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자신의 오르간 연습을 하고, 주일에 두번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일주일의 시간이 짜여져 있다. 찬양대는 보통 일년에 두번 정도의 음악회를 갖는데 봄에는 Bach의 수난곡을 연주하고 가을에는 대개 오라토리오나 미사곡 전곡을 연주 한다. 이 교회는 어느 재벌이 죽으면서 교회음악 행사에 쓰도록 막대한 재산을 물려주고 갔기 때문에 재정이 풍부하여 매 연주 때 마다 독창자는 New york이나 구라파에서 초청하여 세계적인 연주가를 모시고 연주를 한다.

다른 한 교회는 필자가 가끔 예배 드렸던 독립교회이다. 여기서 독립교회란 말은 교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 교회가 독자적으로 어느 교단에도 속하지 않은 교회를 말 한다. 이러한 교회가 많이 있어 이들 교회끼리 서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상호 협력하는 유기체를 이루고 있다. 이 교회는 주일에 3부 예배를 드린다. 미국의 천주교회는 대개 4-5번의 미사를 드리는 것이 흔하지만 개신교회에서는 좀처럼 볼수 없는 현상이다. 세번의 예배를 갖는데 있어 1부예배에서는 찬양대 없이 독창자가 담당하고, 2부와 3부예배는 하나의 찬양대가 두 예배를 위해 봉사한다. 찬양대원들은 거듭난 확신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고, 찬양대원이 되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다고 한다. 보수적이고 복음적인 이 교회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일 저녁에도 찬양예배를 드리는데 미국에서는 흔히 볼수 없는 현상으로써 저녁 찬양 예배에는 찬양대는 물론 있고 오케스트라 까지 있다. 미국 교회에서 저녁에 찬양대가 동원되는 예는 거의 없다고 말해도 틀림이 없는데 이 교회는 예외였다. 따라서 음악목회자는 1부예배의 독창자를 선정하는 일과 2부 3부 예배를 위한 찬양대를 연습시키는 일, 주일 저녁 찬양예배를 위한 찬양대(고등학생들) 와 오케스트라의 연습, 그리고 매 예배의 찬송가 선곡을 담당하고 있다. 이 교회에서도 고난주간이나 부활절을 기해서 , 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두번에 걸친 뮤지칼을 연주하는것이 특색이다.

이 교회의 음악목회자의 직함은 "음악 및 예배목사" (Minister of Music & Worship)로 되어 있어 한국교회의 예배부와 음악부의 일을 맡아서 목회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만난 당시의 음악목회자는 음악목사의 안수를 받은 분인데 그 절차는 매우 간단했다. 그 교회에서 음악목회를 전임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전국에 광고하여 지원자를 받아 한 사람을 선정한 다음, 그 사람을 교회에서 추천하면 주위의 교회 목사님과 장로들로 구성된 모임에서 그의 신앙과 성경 지식에 관해서 필기시험을 본다. 면접시험까지 합격하게 되면 시험과 면접에 관여한 목사들이 안수를 주어 음악목사로 임명하게 된다. Bach도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목회자가 될 때 Leipzig 시의원들에 의하여 시험을 보고 합격한 바 있다. 이렇게 해서 선택된 음악목사는 아파트에다 부목사와 같은 전임 봉급을 받게 되고 일주일의 모든 시간을 교회의 음악목회를 위하여 바치도록 되어 있다.

시간제(part time)인 에큐메니칼 교회의 음악감독이 연출하는 음악과 전임제도의 복음주의 교회의 음악목사가 연출하는 음악의 질이 어느것이 더 우수하냐 하고 물을 때, 우리의 상식으로는 전임 쪽의 음악이 더 우수할 것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시간제의 에큐메니칼 교회 쪽의 음악이 더 예술적인 음악이었고, 전임 쪽의 음악은 보다 대중적이었다. 교회음악은 예술적인 음악인가 아니면 대중적인 음악인가에 대한 논의는 차후에 하기로한다.

11절 한국에서의 음악목회 제도의 전망

필자는 우리 나라에서의 음악목회 제도에 대한 전망을 한마디로 대단히 밝다고 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회는 대부분의 교회가 복음주의 교회이고 또 교세는 확장 일로에 있어 교회 재정적인 면에서도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에큐메니칼 교회와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신학을 추구하는 교회는 냉냉해지고, 젊은 사람이 없고, 교세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어 교회 재정상 어려움이 많고, 따라서 전임 음악목회자를 고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단에서 경영하는 신학교나 음악대학의 교회음악과는 대단히 약화되어 가고 있음을 볼수 있었다. 필자가 1970년 Boston 대학 신학교에서 종교음악 석사학위를 마칠 때, 졸업생이 필자 한사람이었고, 같은 학교의 음악대학에 있었던 교회음악과는 폐쇄되어 오르간科로 그 이름을 바꾸고 말았다. 진보적이고 자유적인 신학으로 유명한 New York의 유니온 신학교(Union Theological Seminary)에 있는 종교음악대학(School of Sacred Music)은 한동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음악 학교였었다. 그러나 입학생이 없고 학교 운영비가 많이 들어 폐쇄해 버리고 말았다. 미국이란 나라는 실용주의가 팽배해 있는 나라인데 이런 실용주의 국가에서 누가 전임제도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음악목회에 관심을 갖겠는가? 졸업 후 생활보장이 없는 학과에는 자연히 사람이 모여들지 않게되고, 학생이 없으니 학교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는 일반적으로 크게 부흥하고 있다. 복음주의 교회는 대부분 전임 음악목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음악목사가 되기 위하여 복음주의 신학교에는 아직도 많은 교회음악 지망학생들이 몰려든다. 예를 들어 남 침례교회에 속해 있는 "남서 침례교 신학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 있는 교회음악대학 (School of Church Music) 에는 학생이 400여명이나 된다. 북부의 Boston 대학과 New york의 Union 신학교와는 좋은 대조가 된다. 그 이유는 대단히 간단하다. 침례교회에서는 음악목사를 요구하고 있어서 전임 음악목사로 진출 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물론 이와는 다르다. 우리의 현실은 자기가 지망하는 학교와 학과에 대한 자신의 적성보다도 어디든지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기 위하여 학교와 학과를 택하는 경우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미국의 현실과 비교 한다는 것은 불합리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학교에 교회음악과가 있어 음악 목회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한국 교회에서 진정한 음악목회자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그 방면의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란다면 하루 속히 전임 음악목회자 제도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는 한국 교회 중에서 지도급에 있는 교회 또는 한국 교회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있는 교회에서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 교회음악 협회와 한국 교회음악 학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한국에서 교회음악 목회 제도를 확립하는 일이라고 본다.

이와 같은 전임 음악목회 제도가 현실화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음악목사를 배출 할 수 있는 대학원 과정이 있어야 겠고, 음악목사는 교파를 초월해서 음악목회를 할 수 있도록 한 기관에서만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교단 대표와 한국 교회음악계를 대표하는 교회음악 단체장들이 함께 음악목사 안수를 줄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 총회 또는 년회를 갖도록하고 음악목회자들의 년회 (또는 총회)는 각 교파와 동등한 유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음악목회자는 한 교파에만 속해서 일 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발전되기 까지는 어려움이 많겠으므로 여기서는 약하기로하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계획이 서면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한국 교회음악의 질적인 발전을 위하여 음악목회 제도는 시급히 이루어져야 겠고, 그러기 위해서 현재의 음악목사들은 자기가 속해 있는 교파의 총회와 소속되어 있는 교회에서 로비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음악목회 제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음악목회자가 될 우리들 자신의 자질 향상이다. 음악목회자로서 자질이 있는 사람이 없는데 제도가 먼저 될 때 혼란만 조장 될 뿐이다. 음악목회자의 자질 문제를 앞에 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먼저 생각 해 볼 때 음악목회 제도는 아직도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