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절 음악목회자와 지휘자

목사는 목회하는 사람이지만 목회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 목사일 수는 없다. 목사가 아니면서 목회하는 사람도 있고 목사이면서 목회를 하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목사의 안수를 받고 음악목회를 하는 사람은 물론 음악목사이지만 목사의 안수를 받지 않고 음악목회를 하는 사람은 음악목회자이다. 그런데 음악목회자와 지휘자와는 그 개념이 크게 다르다. 음악목회자는 지휘자가 될 수 있어도 지휘자는 음악목회자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목사는 교육자가 될 수 있어도 교육자라고 다 목사가 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휘자는 일반적으로 교회음악의 기술적인 면만 책임질 뿐 영적인 찬양이 되는 것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신학 교수가 성경을 학문적으로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다하는 반면 목사는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설교를 하며 성경을 가르치고 해석 할 때, 그것을 학문적으로만 가르치거나 해석하지 않고 영의 양식으로 가르치는데 책임을 다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신학교수와 목사가 다른것 처럼, 지휘자와 음악목회자는 매우 다르다. 교육자가 종교교육에 대한 가르침은 줄 수 있어도 영혼의 구원에 관한 하나님의 복음선포는 책임지지 않는 것과도 같다고 말 할수 있겠다.

"지휘자"는 그 언어 자체가 세속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목회자"나 "장로"란 어휘가 갖는 신앙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일상생활의 행동에서도 목회자와 같은 책임있는 신앙생활과 구속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실제로 지휘자가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에서 모범적이고 존경을 받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 많지 못하다. 음악목회자는 지휘자의 기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기능도 발휘해야 한다. 대원들의 신앙생활을 선도 해 나가야 하고, 대원들을 향하여 성경도 가르칠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기도생활과 신앙생활이 돈독히 될 수 있도록 자신이 모범적인 신양생활과 기도생활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성령으로 거듭나서 그리스도의 인격대로 살수 있도록 노력 하고, 무엇보다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 전심전력하여 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지휘자는 음악 테크닉만을 수업하면 누구나 가능하지만 음악목회자는 테크닉의 수업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목사, 장로, 지휘자, 찬양대원 등 모두가 알아야 한다. 이것을 안다면 교회에서 음악으로 봉사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교회(중교)음악과에서 음악목회자의 훈련과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것도 분명해 진다.

지휘자의 이상은 교회의 요구에 따라 음악을 공급하는 역할이면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목회자는 교회의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음악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하나님의 요구에 맞추어 찬양을 준비하는 사람이기 때분에 교회의 차원에서 보면 음악목회자가 하는 일은 교회의 요구 이상으로 목회를 해야하는 능동적인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는 교인(사람)들을 위하여 음악을 준비 한다. 그들은 교인들이 자기가 지휘하는 찬양대를 얼마나 좋아하나에 관심이 크다. 그러나 음악목회자는 사람들에게 보다 하나님에게 향한 관심이 더 크다. 그래서 음악목회자는 음악적으로 잘 부를려고 하는 것 보다는 영적으로 은혜스러운 음악을 준비 할려고 노력한다. 즉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나, 자기 자신이 교인들로 부터 박수 갈채를 받기 위해서 보다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나님 앞에 드리는 노래를 준비하기 때문에 최선의 음악, 정성스럽게 준비된 음악을 가지고 하나님께 드릴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지휘자와 음악목회자의 차이는 모든 영광을 자신이 차지할려는 사람과 모든 영광을 하나님에게 드리는 사람과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지휘자는 교회에서 주는 보수를 바라보고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목회자는 보수만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 교회에서 음악 목회자가 받는 보수란 우리가 봉사한 일에 대한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많고 적은것에 개의 할 수 없다. 또 지휘자는 목회를 해야 할 책임이 없기 때문에 찬양대 대장과 총무 그리고 음악부장 등이 목회를 담당하고 자신은 음악의 기술적인 면만 제공해 주고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음악목회자는 스스로 음악분야의 최고 책임자요 결정자이기 때문에 대장, 총무, 부장은 음악목회를 보조해 주는 기관이지 음악목회자를 감독 통솔하고 명령하는 기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차이는 교회의 사람들이 택하여 음악적인 기술을 발휘 할 수 있도록 고용한 직책이 지휘자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특별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 하나님과 그의 종으로서의 관계를 통하여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 음악목회자이다. 하나는 사람에 의해 고용 되었으나 다른 하나는 하나님에 의해 고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지휘자는 찬양음악을 연주 할 수 있는 음악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 찬양의 진짜 알맹이가 되는 영적인 능력과 열매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찬양은 인간의 머리나 기교, 기술로 되는 것이 아니다. 찬양은 여호와의 은혜를 모르는 목소리와 손길로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여호와의 지시를 따라서 은혜 받은 손과 목소리들이 그 은혜를 간증하는 증표로서 부를 때 올바른 찬양이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음악목회자의 삶 자체가 간증이 되어야 하고, 음악목회자의 삶 자체가 찬송이 되어야 한다.

교회(종교)음악과는 이러한 음악목회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철학이나 신학을 공부했다고, 또는 신학을 많이 알고 성경을 많이 공부 했다고 해서 모두 목사가 되는것은 아닌 것처럼 음악을 공부 했다고 모두 음악목회자가 될수는 없는 것이다. 오페라 가수가 되기위하여 성악과에 진학한 학생은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고, 컨써트 피아니스트가 목표였던 학생은 졸업하고 컨써트 피아니스트가 되어야 제격이다. 그들이 음악적인 기술이 있고 지휘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음악목회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간에 공부하다가 실패하여 오페라 가수가 되지 못했다고 음악목회자가 될 수 없고, 컨써트 피아니스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음악목회자로 성공할 수 없다. 성공적인 음악목회자는 처음부터 음악목회자가 될것을 목표로 음악목회의 문을 두드리고 그 길에 합당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써 음악목회자로서의 사명의식이 뚜렷한 사람이어야 한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안수를 받은 자만이 목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음악목회를 전공한 사람들 만이 음악목회를 담당 할 수 있는 제도가 한국 교단에서 실현되어야 한다.

간혹 "음악목회"란 말이 필자 개인이 처음 소개한 말이고 아직 일반적으로 사용되어지지 않고 있다고 해서 "음악목회"란 단어 사용을 의식적으로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 음악목회자라는 단어 대신에 "지휘자"라는 말을 쓰더라도 그 지휘자가 목회의 차원에서 찬양대를 맡아 지휘를 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음악목회요, 음악목회를 한다고 하드라도 테크닉만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음악목회가 아니고 지휘자에 불과한 것이다. 내가 음악목회자인가 아니면 지휘자인가는 내가 받은 교육이 우선적으로 척도의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적인 면에서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음악목회란 말은 필자가 창안한 말은 아니다. 소개 했을 뿐이다. 목회란 말은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낱말이다. 평신도로서 목회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평신도 목회" 라고 한다. "음악목회" 란 말은 교회에서 음악을 가지고 목회하는 우리에게 아주 적절한 낱말이라고 생각 된다.

제 8 절 전임 음악목회 제도의 필요성

1960년대 후반 만 하더라도 한 교회에서 주일 낮 대예배를 한번 이상 드리는 교회는 한 두 교회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교회에서 3부 이상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애당초 교회의 찬양대는 하나였지만 예배가 하나 더 증가함으로 해서 찬양대도 하나 더 만들어 졌고, 따라서 지휘자도 한사람 더 두어 예배 회수의 증가에 따라 찬양대 지휘자의 수도 그만치 증가 된 것이다. 또 한국 기독교인의 수가 1천만명에 도달하여 전국민의 25%가 기독교인이 되었다. 교회를 맡고있는 목사의 수만도 20만명이 넘고 여기에 전도사 까지 합치면 교회의 전임자 수는 월등히 많아 진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 전임 음악목회자가 한사람도 없다는 것은 심히 잘못된 일이다.

예배가 세번 있다고 해서 설교자가 세 사람이 되거나 또는 1부 예배의 담임목사, 2부 예배의 담임목사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당회장 목사 밑에는 여러명의 부목사가 있어서 당회장 목사의 일손을 덜어주긴 하지만 부목사 자신이 당회장 목사와 꼭같은 역할을 1부 예배나 2부 예배에서 맡아 행하고 당회장 목사는 3부 예배만 맡아 행하는 교회는 한 교회도 없다. 만약 교회가 이와 같이 운영 된다면 교회는 통일성을 잃게 될 것이고, 당회장 목사의 통솔력이 도전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에는 교회가 분열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 있는 많은 교포 교회들이 계속 싸우고 분열하는 것은 바로 통솔력과 지도력이 한 군데로 집중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한국교회에서는 4부 또는 5부 이상의 예배를 드리더라도 당회장 목사의 탁월한 지도력에 의한 교회의 통일성 때문에 교회는 건전히 발전되 가고 있다고 본다. 교회내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예배에서 봉사하는 안내위원, 헌금위원, 혹은 기도순서 등에 참여하는 집사, 권사, 장로들도 한 예배에만 속하지 아니하고 여러 예배에 순번에 의하여 참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찬양대만은 위에서 지적한 대로 각부 예배에 소속되어 있고 또 각각 그 지휘자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가지 폐단을 가져오고 있다.

그 폐단중 하나가 찬양대와 찬양대, 지휘자와 지휘자 사이에 경쟁의식을 조장 한다는 점이다. 경쟁의식 때문에 찬양대의 본래적 사명의식, 다시말해 최선의 찬양을 준비하여 하나님께 드린다는 의식을 저버리고 다른 찬양대 보다 더 노래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듣기 위하여 노력하고, 그 노력의 최종 목표가 최선의 찬양 준비가 아니라 본의 아니게 경쟁의식으로 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찬양대원과 찬양대원간의 사이가 은혜롭지 못하게 되고, 여러 찬양대의 연합 행사때 비협조적인 결과도 낳게 된다. 이러한 일이 사실이라면 이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찬양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통하여 사람들 앞에서 자기 자신의 영광을 위한 연주 또는 음악회를 가지는 것에 불과하다. 음악목회에서 가장 큰 이적 행위가 바로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음악적 실력을 과시 할려고 하는 음악회적 의식속의 연주행위라고 할 수 있다.

찬양대와 찬양대가, 그리고 지휘자와 지휘자가 경쟁의식을 갖게 되는 것은 그들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니다. 넷 또는 다섯개의 찬양대와 지휘자가 그 교회안에서는 꼭 같은 찬양대요 지휘자이다. 따라서 그중 어느 지휘자도 다른 지휘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제각기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 나가다 보면 결국 서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교회가 찬양대와 지휘자들을 경쟁하게 만들어 준 격이 되는 것이다. 비록 그 문제의 책임이 교회에 있다 하더라도, 교회에서는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이와 같은 과오는 음악목회라는 의식과 개념이 없는 지휘자들이 교회에서 찬양대를 담당하기 때문에 왕왕히 일어나는 과오라고 필자는 생각 한다. 음악목회자는 결코 교회를 연주회장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회에서 박수를 받기 위해서 찬양을 하지 않는다. 교회를 연주무대로 착각하는 일은 우리 한국교회에서 대단히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과오를 방지하기 위하여 전임 음악목회 제도는 실시 되어야 한다. 즉 전임 음악목회자가 있어 교회의 음악목회를 총 책임지고 그 밑에 필요한 다른 보조 음악목회자를 두어 협조를 얻어 통일성 있는 음악목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에 책임있는 전임 음악목회자가 없기 때문에 음악에 관해서 조예가 없는 문외한들이 저마다 일관성 없는 이야기와 제언과 비판을 해 오고, 그래서 교회의 음악목회는 방향을 잡을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교회음악은 발전하지 못한다. 교회의 음악은 전권을 음악목회자에게 주어 소신껏 일 할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쉽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음악목회자는 교회내의 모든 음악을 책임지기 위하여 전임으로 일 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인재양성의 차원에서도 전임 음악목회 제도는 실현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회에서 찬양대 지휘자를 시간제(part time)로 고용하기 때문에 교회(종교)음악과 졸업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로 이름이 있는 일반 음악전공자들, 즉 음악목회를 알지도 못하고 할 수도 없는 대학교 강사 또는 교수와 같은 사람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교회음악 영역을 자연히 일반 음악가들이 침해 하여 음악목회자의 활동 영역을 침식 당하게 된다. 교회에서 일반 음악가들을 선호하고 교회(종교)음악과를 나왔다는 것이 음악목회자가 되는데 하나도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일반 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이 더 환영 받는다면, 젊은 사람들은 교회음악을 공부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될 때, 교회음악과는 타과에 비해 열등과가 될것이 확실 하다. 오늘의 교회음악가 당면한 현실과 문제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교회에 음악목회자의 전임 제도가 생기고, 음악목회자는 반드시 교회음악과를 졸업해야 된다고 한다면, 교회음악에 뜻이 있거나 사명의식이 있는 사람은 일반음악 보다 교회음악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수한 학생들이 교회음악과에 진학하여 우수한 인재를 기를 수 있어 교회음악의 발전은 획기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본다. 교회음악과가 오늘날 열등과가 되었다면 바로 이와 같은 전임 음악목회자 제도를 교회에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해 보는 쪽은 두말 할것도없이 교회측이다. 한국 교단은 이점을 반성해야 한다. 필자는 1988년 한국 교회음악학회 회장의 자격으로 음악목회의 전문직 인정과 교단 총회에 음악부 설치를 위하여 호소 한적이 있다. 그 일부를 여기 싣는다.

"... 제6회 한국 교회음악학회의 세미나를 통하여 우리는 이제 한국 각 교단의 총회 및 총리원을 향하여 음악목회의 전문직을 인정해 달라고 호소를 합니다. 그리고 총회와 총리원은 교단의 음악목회를 관장하고 교육하고 지도 할 수 있도록 음악부를 신설 해 줄 것도 아울러 호소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늘날을 가리켜 전문화 시대라고 합니다. 국민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대학을 나와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반 대학을 나온 사람이 국민학교에서 가르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일반 대학생과 교육 대학생이 다른것은 교육 대학생은 처음부터 교육자가 될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고 일반 대학생들은 애당초 초등교육에는 뜻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 입니다. 교육자로서의 사명의식과 포부를 가지고 교단에 서는 사람과 그런것 없이 지식과 재능만 가지고 교단에 서는 사람과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니다. 오늘날과 같이 입시교육을 지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후자가 지식의 내용을 학생들의 머리속에 축적 시켜주는 일에 더 큰 성과를 거둘수는 있을 지 모르나, 하나의 인격체를 만들려고 하는 일에, 즉 참다운 인간교육을 할려고 하는데에 우리의 관심이 있다고 한다면 분명히 우리의 어린이들은 교육자에게 맡겨져야만 한다고 생각 할 것입니다. 목회도 마찬가지 아니겠읍니까? 여러분 중에 교회가 지식이나 윤리나 도덕을 전달하고 교육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분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교회를 음악적인 기능이나 테크닉을 과시하는 예술행위를 위한 무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으로 압니다. 사명받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백성된 자들에게 목회를 하는 곳이 교회라고 한다면, 신학자나 철학교수를 모시고 목회를 할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회의 목회는 반드시 목회자 즉 목사님을 모시고 해야만 합니다. 만약 어느 교단에 가입된 교회에서 목사 아닌 신학자나 또는 철학교수를 모시고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면 교단 총회는 이 교회를 징계 할 것입니다. 음악목회 분야도 이와 같읍니다. 성악만을 공부한 사람 또는 피아노만을 공부한 사람은 교회에서 지휘와 오르간을 담당할 수 있는 음악목회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분들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문직제는 여러면에서 찾아 볼 수 있읍니다. 유치원 보모는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야만 자격이 인정됩니다. 중등학교 교사는 반드시 사범대학을 졸업하거나 일반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 해야만 합니다. 교직을 이수하기만 하면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교직을 하지 않은 사람중에는 교직을 한 사람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든지 있읍니다. 그래도 교직을 이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르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상실해서 교사가 될 기회를 갖지 못합니다. 공과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우수한 기능공보다 반드시 우수한 설계를 할 수도 없으며 또한 우수한 기능공이라고 해서 공대 교수처럼 연구 할 수 있는 것은 더구나 절대 아닙니다. 이처럼 이 시대는 전문직 시대 입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대학을 나온 사람이라 할지라도 교회음악과(종교음악과)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에게 교회에서 음악목회를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입니다.

신학생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 신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해서 목사가 되는 것과 같이 처음부터 음악목회자가 되기 위하여 교회음악의 길을 택한 사람과 하나님으로 부터의 소명없이 일반 대학에 가서 음악의 테크닉만을 연수한 사람과는 근본적으로 같을 수가 없읍니다. 전문직이 인정되지 않을 때 뜻이 있고 사명의식이 있는 사람 마져도 교회음악과에 입학 하는것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교회음악과의 질적인 향상은 영원히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교회음악의 장래가 이렇게 될 때 이는 곧 교회의 성장과 부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됨은 어쩔 수 없는 결과 입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음악목회의 전문직은 하루 속히 인정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단에서 음악목회의 전문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교단 교육의 이념과 목표에 근거해 볼 때에도 모순을 발견 할 수 있읍니다. 교단에서 교단 신학대학을 설립한 것은 교단의 목회자 양성을 위한 데에 학교 설립의 목표가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이 학교 졸업생을 교단에서 목회자 또는 목사로 인정해 주지 않고 보다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철학과 출신 또는 종교학과 출신을 목회자로 받아 들인다면 신학대학의 취지와 설립 목표에 대단히 어긋나는 처사라고 보겠읍니다. 신학과 학생들에게는 다행히 그들의 전문직이 각 교단에서 헌법으로 인정되고 있읍니다. 이와 꼭같이 각 교단 신학대학에 교회음악과를 설립했을 때에도 교단의 음악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표로 설립 되었을 것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단에서 교회음악과 졸업생을 전문 음악목회자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은 신학과와 교회음악과 간의 형평을 따지기 전에 확실히 학교설립의 취지에 모순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여러분 모두 이 문제에 대하여 심사숙고 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우리의 호소가 언듯 보기에는 교회음악과 졸업생들의 진로문제 해결을 위한 호소 같읍니다만 우리의 뜻은 이보다 더 큰데 있읍니다. 아시아 기독교 4천만중 1천만이 한국에 있읍니다. 이제 한국은 전국에 6만교회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기적적인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훌륭한 목회자와 부흥목사님들이 배출된데에도 그 원인이 있으나 복음찬송가의 영향 또한 대단히 크다고 평가 됩니다. 부흥회나 교회 집회에서 찬송가나 복음찬송을 부르지 않았다고 생각 해 보십시요. 그것이 어느정도 가능 했겠읍니까? 예로부터 교회의 성장과 부흥운동에 음악이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얼마든지 볼수 있읍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음악과 무관하게 교회성장이 되고 부흥이 된적은 한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루터의 종교개혁과 루터교회의 성장이 회중의 찬송가창으로 부터 얻은 성과가 컸다고 평가되고, 또 찰스 웨슬리의 위대한 찬송가를 부르면서 요한 웨슬리가 부흥집회를 가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였듯이, 그리고 미국의 대 부흥운동이 복음찬송으로 가능 했다고 평가 하듯, 한국의 교회부흥에 있어서도 음악목회가 담당한 역할은 대단히 컸다고 평가 합니다. 우리 민족은 특별히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음악목회의 중요성은 인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목회는 교단 총회기관에 음악부를 설치하여 교단의 교회음악 교육을 담당하게 하고, 음악목회자를 양성하고, 음악목회의 정책을 수립하게 함으로써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크게 공헌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 교회의 성장발전과 부흥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 교회음악학회는 이번 제6회 세미나를 통하여 교단에 아래 두 항목을 인정해 줄것을 강력히 호소하는 바 입니다.

첫째, 각 교단에 속한 모든 교회에서는 지휘자, 반주자등 음악으로 봉사하는 모든 사람(음악목회자)을 반드시 교회(종교)음악과 출신만을 합법적인 자격자로 인정하고 그들만을 받아 줄 것을 호소 합니다.

둘째, 각 교단 총회(총리원)에 음악부를 설립하여 교단의 교회음악 교육과 찬양대의 수련, 음악목회자 양성, 그리고 교단의 음악목회에 관한 모든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음악부에서 일하는 책임자와 직원은 반드시 교회(종교)음악을 전공한 사람으로 임명 해 줄것을 호소합니다."

교회음악 발전의 또 다른 차원에서 음악목회 제도는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지금까지 교회음악 발전을 위한 교회음악 강습회는 늘 찬양대 지휘자와 반주자, 대원 그리고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었다. 실제로 이들은 교회음악에 영향을 끼칠수 있을 만한 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힘이 없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교회음악은 이렇게 발전해야 하고, 어떤 음악이 예배에 적합하고, 어느 음악이 좋지 않다"하고 가르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들은 아무 결정권이 없는 힘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찬송가를 택하는 사람은 목사님이요, 음악목회 정책의 최종 결정자는 장로나 집사들 이다. 우리가 아무리 교회음악 강습회를 해도, 목사, 장로, 집사들이 와서 배우는 일은 드물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고 음악목회가 향상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지휘자들이 직접 음악목회에 참여하는 일 뿐이다. 음악목회자의 위치를 높여서 적어도 부목사와 같은 위치에서 목회에 참여 하여, 교회내의 음악목회에 관한 한 최고 결정권을 가져야 하고, 발언권이 있어야 하고, 그러한 영향럭 있는 위치가 제도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전임 음악목회의 제도적 현실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제 9 절 음악목회 제도는 교회의 전통

음악목회가 처음 시작 된것은 다윗이 찬양대를 임명 함으로써 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의 찬양대원들은 사제들이었고, 찬양대원들이 노래로 찬양을 드릴 때 사제들은 나팔을 불러 찬양대를 반주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찬양대원들은 온 가족과 자손들이 대대로 이어가면서 성전음악을 담당하여 봉사 해 왔다. 이와 같이 교육제도가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의 사회에서는 모든것이 세습제도 였다. 가정교육이 교육의 전부였기 때문에 사제출신의 자녀는 태어나면서 부터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사제들이 하는 행동과 말이어서 그것이 곧 교육이 되고, 그러한 교육속에서 자라난 사람은 또한 훌륭한 사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세습제도가 대단히 좋은 제도 였다고 볼 수 있다. 왕위가 세습으로 이어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다. 왕의 아들 중 가장 훌륭한 아들 (또는 큰 아들)을 황태자로 삼아 어려서 부터 나라 다스리는 것을 특별히 공부하고, 아버지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밤낮으로 보고 듣고 나면 이 세상의 어느 누구 보다도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제도가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의 상황에서는 세습제도는 비민주적인 것으로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는 민주주의를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에 들어와서 사제의 세습 제도는 깨어 졌다.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레위 지파 사람들은 아니었다. 사도바울도 벤야민지파 사람이었지 레위지파 사람은 아니었다. 예수는 목수의 아들 이었고, 베드로를 비롯해서 예수의 제자들도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던 어부들이었다

구약시대의 전문직이 세습제도에 의해서 전수되든 것을 신약시대에 와서는 교육제도에 의해서 전수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사제의 직책을 담당 할 인재를 교육 할 수 있는 전문목회자 양성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되어 기독교가 시작 된 이후 수 세기동안 교육기관 설립에 전력을 다 했다. 유대 교회의 전통에 따라 기독교회에서도 음악의 중요성이 대단히 강조 되었기 때문에 이들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 (Cathedral School or Monastic School)에서 음악교육은 대단히 중요시 되었다. 이와 같이 음악교육이 이들 교육기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 졌기 때문에 (이 시대의 교육에서 음악은 중세대학의 4科中(Quadrivium)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써 학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였던 탓도 있었지만) 중세와 Renaissance, 그리고 초기 Baroque에 이르기 까지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들이 사제 또는 수도승 중에서 많이 나왔다. Gregory 법왕은 로마에 전문 음악목회자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학교 Schola Cantorum을 창설하여 이곳에서 교육시킨 다음 구라파 전역에 파송하여 예배의식과 교회음악을 통일시킨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이렇게 해서 사제직과 성전음악 담당직은 이제 세습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 졌다. 오늘날 목사가 되려고 하면 신학을 공부했다고 또는 신학을 많이 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목사의 아들이기 때문에 목사가 되는것은 더욱 아니다. 지정된 신학교를 나와야 되고, 신학교를 나와서도 자격시험을 거쳐 합격된 다음 목사 안수를 받은 자라야만 된다. 세습제도가 안수제도로 바뀐 것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모두 이와같은 제도 즉 Guild 라고 하는 조합 제도로 바뀌었다. 미국 오르간 연주가들의 조합체인 American Guild of Organist 라든가, 각종 노동조합이 그런 것이며, 의사가 되기위한 국가시험, 변호사, 판사, 검사가 되기 위한 고등고시 등은 목사 자격시험과 같이 Guild 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며, 합격하면 면허를 얻고 그 분야의 전문인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인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의술이 있다 하더라도 의사의 조합에 가입하지 못하고 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환자를 볼 수 없고, 법과대학에서 법률을 강의하는 법학자라 할지라도 고등고시에 합격하지 못하면 판검사가 못되고, 신학교수라 할지라도 목사의 자격을 얻지 못한 사람은 목회 할 수 없다. 이와는 반대로 고등고시를 합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은 대학의 교수가 되지 못하고, 목사로 안수를 받은자라 할지라도 역시 신학으로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신학교수가 되지 못한다.

교회의 전통인 음악목회의 전문직 또한 이와같이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성악을 공부 했다고, 음악대학을 나왔다고, 심지어는 음악에 취미가 많고 소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교회에서 음악목회를 담당시키는 일은 예배음악 발전에 대단히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음악목회 제도가 현실화 되어야 하겠다는 주장은 교회음악을 공부한 전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교회와 예배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며, 더 직접적으로는 교회음악의 전통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