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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든 목회자의 모습" 강 동 수 (동신교회 담임목사) |
첫째, 목사는 목회행정에 대한 신념이 분명해야 한다. 다음 세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 목회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합법적인 정도(正道)를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연민이나, 지연관계나, 또는 감정적인 판단으로 처리하고 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혼돈이 오고 문제가 생기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친구 목회자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는 이민목회하는 분으로, 사정이 딱한 어떤 분의 영주권 관계를 도와준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좋은 일을 한 것처럼 보였으나, 나중에는 그것이 문제가 되어 교회가 두 쪽으로 나누어졌을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망신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 목사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왜곡된 권위주의와는 구분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위이다. 목회자이며 교육자로서의 목사는 교회에서 권위를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목사는 세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실상 아무런 권리나, 권위도 없다. 물질적인 힘도, 세상의 정치적인 권력도, 그리고 세상의 법적인 구속력도 없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사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목사의 권위는 개인적으로는 우선 말씀과 사랑의 권위이다. 그리고 교회 공동체적으로는 당회와 노회와 총회가 위임한 목사로서의 권위를 갖고 목회를 해야 한다. 그런 권위가 사라지게 되면, 목사는 목회자로서의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을 것이다.
3) 목사는 덕이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합리적이고 합법적으로 목회의 정도를 걸으며, 또한 진정한 권위를 지닌 목회를 한다고 해도, 목회자에게 덕이 상실되면 허수아비와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사람들은 법이 진리요 정의라고 말하기도 하나 그 법이 덕의 옷을 입고 나타날 때 진리와 정의로 나타나는 것이지 덕이 사라진 법이란 전혀 무능력한 것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목회에 있어서 설교도 중요하고 조직력도 필요하고 실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보다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목회자의 덕이다. 목회에 있어서, 덕을 덧입은 합법적인 정도와 권위가 나타나야 살아있는 역동적인 목회가 가능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목회자 자신의 사고와 삶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1) 삶에 대한 개방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이 세계에는 새로운 사상과 새로운 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새로운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고 생각하면 서로의 만남이 깨어지고 오히려 반목과 질시와 긴장만이 있을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개신교단이 사분오열하는 것도 개방성이 상실된 편협한 생각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2) 개혁정신이 요청된다. 오늘의 세계는 지구촌적인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어서 사람들은 이 시대를 흔히 총체적 변화 또는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한다. 이와 같은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차이도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50대 이상세대(전쟁전 시대)와 30-40대의 전후세대와 1965년 이후에 출생한 소위 신세대(X세대)는 사고와 가치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음식기호와 생활과 취미와 신앙의 색깔도 각기 다르다. 이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곳이 교회이기에 그리스도의 제자됨의 올바른 책임이 목회자를 통해서 수행되어져야 한다. 세상의 기업과 사회가 급변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교회가 구태의연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그 구조와 조직과 시설, 그리고 교육내용과 방법의 철저한 변화가 요청된다.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 있는 정신이 곧 개혁정신이다.
3) 보수적인 신앙생활이 필요하다. 이 말은 앞의 "변화"와 대비되는 것 같으나, 실은 복음적이고 전통적인 신앙인의 생활을 지켜나가는 것을 말한다.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죄냐고 묻는 신자들(비신자들)도 목회자가 실제로 술/담배를 하는 것은 수용하지 못한다. 꼭 새벽에 교회에 나가서 기도해야 하나님이 들어주시느냐고 조롱하는 사람도 목회자만은 새벽에 나가서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을 보며 기뻐하고, 그를 존경한다. 자신이 술집을 경영하며 춤추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목회자가 거기에 드나드는 것을 보면 존경심이 없어진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목회현실이다. 그러므로 사상은 넓게 펴고 계속적인 개혁과 혁명적 변화를 수용하되 자기 자신의 생활은 전통적이며 보수적이고 극기적인 것을 지향해야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4) 학문과 기도생활은 병행되어야한다. 학문을 많이 연구한 분들에게는 학문의 충실한 내용과 그에 따른 무게와 깊이가 있다. 그러나 기도가 부족하면 그 학문이 교인들에게 와 닿지 못하고 능력을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목회자는 언제나 혼자서 외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학문은 없고 기도만 하면 자기 자신의 아집에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신앙은 미신화 되기 쉽다. 또한 같은 말만 되풀이하게 될 때 교인은 피곤하고 답답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높은 학문과 심도 깊은 명상과 기도 생활은 목회자의 필수과목이라 하겠다.
목회 연륜이라고까지 할 것이 없지만 해를 거듭하며 깨닫게 된 것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