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를 위한 성서읽기 왕 대 일 (감신대 교수 / 구약학)

1. 신앙공동체의 위기 : 교회와 신학교

의 별거(?)

신앙공동체에는 두 부류가 있다.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이다. 교회공동체는 그리스도 예수의 신앙에로 부름 받은 자들이 모여 이룬 증인공동체이다. 신학공동체는 그 증인공동체들이 믿고 고백하는 신앙을 학문적으로 가르치고 익히기 위해서 모여 이룬 소명공동체이다. 전자가 증언하는 일에 그 존재의 이유를 두고 있다면, 후자의 과제는 배움과 익힘에 있다. 교회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믿음을 전제로 하여 교리와 전통에 순응하는 학습을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소중한 장치로 삼는다. 반면 신학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성, 객관성, 학문성이다. 이성의 수단을 동원하여 성서라는 책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가 고백하는 증언을 논리적, 체계적으로 탐구해 가는 학습을 "신학하기"의 기본 척도로 삼는다.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 이 둘은 서로 떨어져 존재하는 두개의 집단이 아니라 한 집단이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또는 달리는 마차의 두 바퀴처럼, 둘이 하나를 이루어 함께 걸어가야 되는 하나의 집합인 것이다.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를 한 떼로 만드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구조적으로는 신구약 성서이며, 문학적으로는 하나님 이야기요, 교회사적으로는 정경이다. 바로 이 하나님의 말씀이, 신구약 성서가, 하나님 이야기가, 정경이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를 모두 한 덩어리의 신앙공동체로 묶는 으뜸가는 표준이다. 신구약성서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시 말해 우리의 삶과 신앙의 표준이 되는 가르침으로 여기는 데에 이 두 공동체가 함께 걸어가는 토양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교회공동체가 신앙의 습득을 위해서 신구약 성서를 읽어 갈 때, 학문공동체는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이성과 지식의 수단으로 동원하여 읽어간다는 차이 뿐이다.

성서에는 두개의 지평이 있다. 두개의 차원이 있다. 계시적인 차원과 역사적인 차원이다. 우선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자. 성서는 시간과 공간의 간격을 뛰어 넘어 그것을 읽는 자들에게 늘 하나님의 계시로 다가온다. 성서가 초월적이고도 역동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성서는 사람의 글로 기록되어 있지만, 사람의 글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항상 우리에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음성이 된다. 우리가 성서를 대할 때마다, 성서의 말씀이 늘 우리의 마음에 부딪침은 그것이 하나님의 소리인 까닭이다. 성서는 바로 하나님의 가르침(계시)인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성서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하늘나라의 방언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성서는 특정시대를 살았던, 특정 공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말로, 언어로 구분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성서가 지니는 역사적인 성격이다. 구약성서의 거의 대부분은 "고전 히브리어"라고 불리우는 언어가, 신약성서에는 "코이네 헬라어"라고 불리우는 글들이 성서의 매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마다, 이 말씀이 본래 무엇을 의미했을까를 소담하게 물으려는 태도는, 우리가 성서의 최초 독자나 최초 청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서의 계시적인 속성과 역사적인 특성은 서로 떼어놓고 다루어서는 안된다. 어느 쪽에 관심을 쏟든, 성서의 두 지평은 서로 균형있게 조율되고 파악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우리네 신앙공동체의 정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데 있다. 교회공동체는 계시로서의 말씀에만 초점을 둔다. 반면 신학공동체는 성서를 역사적으로만 대하려고 한다. 여기에 갈등이 도사린다. 성서는 분명 우리에게 두개의 차원을 제시하고 있건만, 정작 이 땅의 신앙공동체는 자기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서, 그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절대시하려는 유혹에 빠지곤 한다.

신학공동체는 교육을 통해서 하나님과 사람, 창조세계와 역사, 그리고 교회와 사회를 섬기고 봉사한다. 신학공동체의 성서연구가 단순히 옛 이스라엘의 종교문헌 연구로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신학교육의 훈련과정에서 습득되고 익혀진 이론들이 교회 현장에서 "실험되고 실천되는 분만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동시에 신학공동체의 교육은 목회자 양성과 훈련뿐만 아니라 교회라는 현장을 계도하고, 비판하며, 개혁시키는 예언자적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교회공동체는 일종의 컨텍스트이다. 텍스트(성서)에 비추어서 늘, 끊임없이 스스로를 조율하고 개혁시켜 가야 하는 가변적 공동체이다. 텍스트에 대한 진솔한 가르침과 배움을 본연의 사명으로 하는 신학공동체의 음성에 교회공동체가 귀 기울여야 하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는 함께 걷는 신앙공동체이다. 그렇지만 지금 신학공동체에서 가르치는 성서학, 성서신학이 교회공동체의 강단에서 "유배"당하고 있는 현실은, 그리고 동시에 교회공동체의 아픔과 바램이 신학공동체의 학습과정에서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현실은,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가 서로 "이혼"하고 말았다는 비극을 단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두 공동체가 서로가 서로에게 대해서 낯을 붉히는 긴장이 자리잡게 된다.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의 결별, 그것은 우리 모두가 팔 걷고 나서서 해결해야 될 이 시대의 시급한 과제다.

2. 성서는 본래 교회공동체의 책이었다.

성서는 본래 교회공동체의 책이었다. 학문공동체의 책이 아니었다. 아니, 학자들의 책이기 이전에 교회의 책이었다. 교회가 이 책을 정경으로 대했기에 성서는 살아 남았다. 주전 3000년대 이래 고대 중동지방은 많은 책들을 우리에게 남겼다. 고고학의 발달은 그곳에 있던 수많은 텍스트들을 출토, 해독하여 우리에게 고대 중동지방의 문화와 풍속, 신앙과 종교가 어떠했는지를 소상하게 알려 주었다. 쐐기문자로 된 글들, 상형문자로 된 글들, 우가릿어로 된 글들 등 많은 분량, 다양한 형태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는 법전이 있고, 지혜문학도 있으며, 신화도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많은 문헌 중에 상당수가 종교적인 가르침을 전해주는 텍스트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텍스트들을 지금 박물관의 유물로만 읽고 대한다. 고고학자들, 서지학자들의 서재에서만 읽히우고 해독될 뿐이다. 왜 그런가?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신앙공동체가 역사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정경으로 읽고 대했던, 그래서 거기에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는 신의 음성을 들으려 했던 신앙공동체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신앙공동체가 정경을 보존하고 형성하는 것인데(Community Shapes Canon), 그 신앙공동체가 그만 사라지고 만 것이다. 고대 중동지방의 많은 종교적 문헌들이 박물관에만 보관되어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주전 2세기에서 주후 1세기에 이르는 시대는 유대인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암흑기였다. 이 신구약 중간기의 삼백 여년은 유대사회가 최초로 경험하는 "홀로코스트"(Holo- caust)였다. 유대인들은 이 시기에 헬라어, 헬라철학, 헬라신앙, 헬라관습을 맹종하는 국가 권력에 극도로 심한 박해와 핍박을 감수하여야만 하였다. 예를 들어 안티오쿠스 에피파네스 4세가 벌인 유대인 박해가 바로 그런 류의 사건들이다. 이에 유대인들은 반란과 폭동으로 맞섰다. 잠시 유대인들은 혁명에 성공하게 된다. 하스몬 왕조의 성립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하스몬 왕조도 로마의 절대권력 앞에서는 맥을 못추게 된다. 주후 70년 로마 군대의 예루살렘 침공은 예루살렘을 초토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후 예루살렘에 유대인의 발자취를 금하게 만드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치닫게 되었다. 땅 이름마저도 "이두메"란 이름으로 개칭되게 되었다. 또 다시 성전이 무너지고, 유대인들은 자기 땅에서 쫓겨나 망명생활을 해야되는 비극이 반복되었다. 유대인의 멸망, 유대국가의 멸망, 유대성전의 함락이 이제 곧 유대종교의 멸망으로 치닫고야 말리라는 위기감이 극도로 팽배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까지 헬라어로 번역된 구약성서의 사용은 팔레스틴 유대 공동체에게는 하나의 강한 도전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구나 그것이 유대종파와 경쟁 내지는 대적 관계로 자리매김 해가던 기독교 공동체의 경전으로 굳어져 가면서, 팔레스틴 정통 유대주의자들에겐 걷잡을 수 없는 좌절과 분노가 엄습해 왔다. 유대인들은 그때 살아 남아야 되는 절대 절명의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이때 등장한 랍비들, 서기관들은 성전이 무너지고 없을 시기에, 성전대신 하나님의 말씀을, 건물(성전)이 아닌 조상들의 신앙일기를 삶의 규범으로 삼아야 된다는 운동을 벌인다. 성전이 무너지고, 땅을 빼앗기고, 주권이 상실된 유대인들은 이제 학교를 중심으로 조상들의 신앙과 삶, 유대인의 얼과 길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주후 90년경에 가서 "타낙"의 이름으로 편집, 정리된 히브리어 정경의 탄생이다. 그들은 "타낙"에서 듣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유대교의 살아가기를 확실히 다짐했던 것이다(Canon Shapes Community).

성서는 교회공동체의 기초이며, 신학공동체의 기반이다. 종교개혁자들의 신념 속에 "오직 성서로만"이라는 구호가 들어 있었음을 상기할 일이다. 성서는 교회공동체와 신학공동체의 규범이요 목표이다. 여기에서 신학공동체가 할 일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듯", 성서가 교회공동체가 감당하는 모든 사역의 한 중앙에 위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학공동체는 인간의 경험, 이성, 지식 등의 잣대를 가지고 성서를 읽어간다. 신학공동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문학, 역사, 고고학, 철학, 사회학 등에서 배우고 익힌 시각을 가지고 성서를 읽어 가며, 때로는 과격(?)해 보이는 해석을 제시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회공동체가 신학공동체의 이런 노력을 신앙사수라는 이름으로 막을 때, 교회공동체는 자칫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것이 아니라, 성서라는 글자를 숭배하는 우상(Biblicism)에 빠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신학공동체의 성서해석이 파괴에 목적이 있지 않고, 다시 세움에 목적이 있는 까닭이다. 이때 신학공동체가 학문을 한다는 핑계로, 성서가 여전히 오늘 우리에게 "아멘"으로 읽혀지는 책임을 간과하고, 그것을 마치 박물관의 유물 마냥 대하고 만다면, 성서는 더 이상 하나님의 소리로 들려지지 않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성서해석에서 하나님이 무엇을 말씀하고 있느냐를 듣지 못하고, 성서를 과거의 유물로 돌려놓고 마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이 경우 성서를 해부하는 즐거움(?)은 있을지 모르나, 하나님의 말씀으로써의 성서는 그만 닫혀지고 만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교회공동체가 성서읽기에서 성서의 역사적 성격을 제쳐 놓고 무조건 계시적인 속성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신학공동체가 성서의 계시적인 성격은 무시하고 그것을 항상 역사적으로만 읽으려는 무모함에 머물러서도 안된다.

3. 교회공동체를 위한 구약성서 이해

성서의 형성사를 추적해 보면 구약성서는 그것이 타낙(Tanakh)의 형태로 편집되기 이전에 먼저 번역된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낙"이란 "토라", "예언서", "성문서"의 히브리어 머리글자를 합성해서 부르는 명칭이다. 구약성서는 "타낙"으로 정리되기 이전에 벌써 번역되어 읽히기 시작했다. 성서 번역의 역사는 주전 587년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위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정리되는 주전 587년의 사건은 유다 백성에겐 포로기의 시작을 알리는 해이기도 하였다. 유다 백성의 포로기는 동시에 "디아스포라"의 시대로 이어진다. 이 디아스포라 중에서 북 아프리카, 이집트 변방에 모여 살던 유대 공동체는 유독 종교적으로 강한 응집력을 이루고 있었다. 이들은 주전 3세기 말엽 소위 알렉산드리아 유대 공동체라는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알렉산드리아 유대 공동체에게는 조상들의 신앙을 제대로 읽고 깨닫지 못하는 언어상의 장벽이 있었다. 그때까지 기록되고 물려받은 거룩한 말씀들이 모두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었기에, 당대 세계 언어였던 고대 헬라어를 사용하던 이들에게 있어서 성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하나의 장애물이었다. 히브리어로 된 거룩한 말씀이 헬라어로 번역되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헬라어 구약성서는 칠십인역 성서라고도 불리운다. 칠십인역 성서는 헬라어 사용권의 확산과 함께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게 된다. "코이네"라는 헬라어로 기록된 신약성서가 짝으로 삼은 구약성서가 바로 헬라어로 번역된 칠십인역 성서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초대 기독교 공동체는 헬라어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신앙공동체의 정경으로 읽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반면 히브리어 성서는 주후 1세기 이래 1000년간에 걸쳐 가장 완전한 히브리어 성서를 만들고 보존하고자 애쓴 서기관들에 의해서 편집, 정리되게 된다. 그때까지 보존되어 오던 사본과 텍스트들 중 가장 표준되는 하나의 것을 표준판 텍스트로 삼게 된다. 그리고 그때까지 자음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던 사본에 표준 발음(모음부호), 구두점, 액센트를 붙여서 보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히브리어 성서 본문에 대한 각종 데이타가 비평적 각주의 형식으로 본문 여백과 하단에 첨부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맛소라 본문"의 탄생이다. "맛소라 본문"이란 "맛소라"학자들이 편집한 책이라는 뜻이다. "맛소라"란 "전달"이란 의미이다. 이것은 히브리어 성서의 전달과 보존에 혼신의 힘을 다한 서기관들의 노력으로 주후 16세기에 책으로 출판되게 된다. 종교개혁자 루터를 자극한 히브리어 성서가 바로 이 성서이다.

교회공동체를 위한 성서이해에서 소중한 것은 성서가 정경으로 고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정경적으로 읽히었다는 깨달음이다. 우리는 흔히 '정경'하면 그것을 늘 명사적으로만 대한다. 정경을 우리의 삶과 신앙에 표준되는 가르침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정경에 대한 이해는 그것이 동사적으로 읽혀지고 실천되는 데까지 발전되어야 한다. 정경을 명사적으로만 대한다는 습관은 성서를 "불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려는 태도"(stability)를 시사한다. 그러나 정경은 항상 어느 시대, 어느 누구에게나 읽혀지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은혜라는 말로 이해한다. 학문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적용성"(adaptability)이다. 거기에 성서가 동사적으로 읽혀질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성서를 동사적으로 이해하려면, 정경이 신앙공동체에서 "거룩한 말씀"으로 읽혀진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도대체 정경이 신앙공동체에게 부여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성서는 그것을 정경으로 읽는 자들에게 "삶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가름해 주는 기능을 감당하였다. 느헤미야 8장에는 예루살렘 수문 앞 광장에 모인 유대인들에게 에스라가 "모세의 율법책"을 낭독하는 사건이 소개된다. 이 본문의 사건이 우리를 감격하게 하는 것은 에스라가 모세의 율법책을 읽을 때에 유대 백성들이 보인 반응 때문이다. 그들은 "아멘"하였고, 엎드려 경배하였으며, 울며 회개하였던 것이다. 그들이 왜 울었는가? 그들이 왜 아멘하였는가? 그들이 왜 경배하였는가? 그것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에서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주전 5세기 포로후기 시대의 혼탁한 사회 속에서 유대인이 누구이고, 유대인이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도리인지를 깨닫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성서가 그것을 읽고 듣는 신앙공동체에게 "거룩한 말씀"의 기능을 감당하고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정경이 동사적으로 이해되고 실천되었던 것이다. 교회공동체를 위한 구약성서이해란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