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의 기독교 미술

박 정근 (화가. 총회신학교 교수)

1.종교와 예술

일반적으로 현대 문화 속에서 예술과 종교는 서로 독립된 영역을 차지하며, 반목하고 각자의 총체적인 삶을 요구하여 종교와 예술을 동시에 추구하는 듯이 불가능한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예술과 종교는 종속적인 관계도 대립적인 관계도 아니다. 종교가 聖의 세계라면 예술은 美의 세계이다. 종교는 신앙을 전제로 하고 예술은 感性을 전제로 한다. 美를 통해 聖을 표현하는 것은 聖과 美가 같은 영혼 안에서 순수하게 자랐을때 가능하다. 예술과 종교는 하나님 앞에서 새로이 태어나고 신앙 안에서 창조적으로 융합할 수 있다. 예술은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세계를 지니며 하나님의 세계와 질서에 포용되는 것이다.

2.기독교미술

"너는 자기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 밑 물 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신명기 5:8) 라고 하는 십계명 제 2계명은 오늘도 보수적 신앙인들 사이에 미술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난처하게 한다. 그러나 창조의 신은 그가 지은 것들을 보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으며, 하나님은 심미의 하나님이자 예술가임을 기억해야 한다.

예술가나 장인의 슬기와 영감은 하나님의 은사이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짓도록 명하신 성소와 성의를 볼때에도 하나님이 얼마나 예술적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분이신지 알수 있다. 단지 미술품이 우상숭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경외되어야 한다.

주제가 성서로 부터 유래한다고 기독교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 미술에 있어서 기독교 신앙의 진정한 표출이란 테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현실 이해와 세계관에 있으며 진정한 창조성을 통하여 자신의 신앙고백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기독교 미술은 말씀을 선포하는 케리그마의 사명을 밝혀야 하며, 종교적 정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회화란 작가의 내면세계를 평면 위에 선과 색채와 구도로 형상화하는 것이며, 종교는 이러한 내면 세계의 주요한 부분으로서, 기독교 미술의 주요과제는 종교적 감성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것이다. 기독교 감성의 회화적 표현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여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의 신앙고백이다. 하나님에 대한 찬양의 한 형태이다.

기독교 작가는 구원의 기쁨과 영생의 소망 속에서 세롭게 빛나는 세상의 사물을 그려 신에게 영광을 돌리고, 역사적 사건으로서 성경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독교 미술은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구원의 대상이 되는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3.아세아의 기독교 미술

작가의 표현은 진실해야 한다. 모방이나 거짓된 자기 투사가 되어서는 안되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 문화전통에 뿌리박고 있을때 더욱 진실한 표현이 이루어 진다.

아세아의 기독교 미술은 아세아적 임으로 해서 가치가 있다. 그리스도는 각 국가의 미술적 감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基督敎 美術이라 해서 서구의 방식을 모방해서는 안된다.

(1)아세아기독교 미술의 유형

아세아의 기독교 미술에는 다음과 같은 네가지 유형이 발견된다. 첫번째로는 기독교이 내용과 동양적 형식의 인위적 혼합 (syncretism)으로서, 예를 들자면 예수님이 한복을 입은 선비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 위험은 예수님의 역사성과 성경의 사건들의 역사성이 왜곡되어 단순한 상징적 설화처럼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주의, 종교다원주의등 그릇된 신학과 교리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번째로는 서구의 맹목적 모방으로서, 미켈란젤로나 반고호를 흉내낸다는 식인데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진실하지 못한 모습이다. 세번째로는 보다 긍정적인 형태로서, 상황화 미술 (contextualization)이라 부를 수 있겠다. 기독교의 본질, 복음의 진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기독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통문화의기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아세아의 기독교 미술은 우선 옳바른 성경의 이해, 창조주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여, 작가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창조적 예술성이 전통문화의 연결선 상에서 꽃피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선교사의 영향

주목할만한 점은 아세아의 기독교 미술은 선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서, 선교사의 미술에 대한 이해가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선교사가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선교지에서 기독교 예술의 발전을 격려하고 도모하는 반면에 선교사가 예술에 무관심 하거나 무지하면 그반대의 영향을 가져 왔다. 일본의 선교사들은 일반적으로 예술에 무관심 하였기 때문에 일본의 기독교 미술을 크게 장려하지 못하였다.

한편 자신들의 문화전통을 우상숭배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여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서구적인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경향도 나타났으며 특히 일본과 한국의 경우에 이러한 경향이 강하다.

한 개인 이라고 하는 것은 그나라의 전통과 문화의 결과로서 기독교 미술에 있어서도 결코 서구의 어떠한 양식이나 문화를 최상의 것으로 모방이나 답습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감수성을 통해서 영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주체적인 독창적인 자세가 더욱더 진실하고 바람직한 것이다. 따라서 아세아의 각국의 교회는 하나님이 부른 각기 다른 바로 그 장소에서 자신들의 방식을 통해서 예배하고 자신들의 신앙을 표현해야 할것이다. 그렇지만 아세아에 있어서 전통문화의 많은 부분이 기독교와 배치되는 타종교적인 관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 유의를 해야 한다. 문제는 우상숭배의 오류를 범함없이 자신의 감수성을 진실하게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일이다.

(3)동양의 자연에 대한 미학과 기독교

자연과 일체가 되는것은 동양에서 중요한 철학의 하나이다. 유교, 도교, 불교는 모두 어떠한 사물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사물과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아세아의 예술에 나타나는 세계관은 실질적인 것은 인간내부에 있는 것이고, 인간 밖에 있는 것은 모두 환상이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미학은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개체에 관심을 둔다. 중요한 것은 실체이다. 따라서 서구의 미적 경험은 지적인 방향인데 비해 동양에서는 신비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아세아의 표현 방법은 주관적이고 표현에 있어서 암시적이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을 영적인 신비한 일치로 상승 시키는 것을 강조하는 예술의 형태를 가져 왔다.

아세아에 있어서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암시하는 것이다. 또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 상징주의는 보다 직감적이고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와 장식을 강조하고 아주 풍부하게 강조하거나 일본의 예술에서 쁹아 볼 수 있듯이 조심스럽게 극적으로 정돈하고 제한 하는 성격을 갖는다.

마지막으로 아세아에서는 실체는 헛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간주 되며 역시 마찬가지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어서, 역사성이 무시되는 수도 많다. 그러나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이세상과 역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으로서 하나님의 계획을 반영하며, 하나님의 궁극적인 구원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실체가 된다. 따라서 기독교 예술인의 중요한 과제는 자신과 교회의 경험, 실질적이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세상을 하나님의 창조물로써 그리고 그의 구원의 대상으로서 돌보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기독교 예술은 타락한 세상에 있어 조화와 일치는 불가능한 이상이라고 하는 점을 인식하고 또 반영하고 있다. 인간의 반역은 불협화음과 부조화를 가져왔으며 결과로 시련과 고통이 있게 되었다. 물론 기독교 예술은 이세상의 어두운 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기독교 예술은 하나님의 종국의 승리를 믿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세상의 어둠에 대해서 정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아세아의 작가가 하나님에 의하여 구원 받고 그의 영이 기쁨에 충만 할때, 그것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적 재능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또한 아세아의 자신의 발견, 자기 표현 에너지의 분출로서 나타난다. 문화적 정체성,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배타적 민족주의 와는 다른 것이다. 맹목적인 모방이 아닌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쁹고자하는 투쟁이 아세아 미술의 특징이 될 것이다.

(4)인도미술의 사례

먼저 인도의 경우를 보면, 인도에서 기독교 예술은 전통 사회에 장구한 세월을 거쳐 영향을 미쳐온 힌두 예술의 양식과 기법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볼 수 있다.

기독교 예술이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인도의 예술은 종교적 이었으며 수천년의 역사를 통하여 상징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인도에 있어서는 기원전 232년 모리아 황제의 아소카 시대부터 불교 문화의 융성과 함께 예술사가 시작 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러한 초기의 불교 예술은 특징적인 형태를 띄고 있었는데 불교와 힌두교에 있어서 인생의 목표라고 하는 것은 이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고 이세상을 도피하는 것이다. 불교와 힌두교의 불상의 특징은 손의 모습과 손에 쥐고 있는 상징적인 물질에 의해서 많은 의미가 전달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여러개의 팔을 가진 보디 세트바는 구제와 행동에 있어서의 무한한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 유명한 시바의 춤에 있어서 네개의 팔은 우주의 근본적인 에너지를 나타낸다.

인도 종교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초월하여 절대자와 신비한 일치를 이루는 것이며, 예술은 이러한 충동과 갈망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의 예술은 에로틱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인도의 예술가는 속세를 떠나 예술에 심취하여 자기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고 아주 오랜 기간동안 명상을 한 후에, 또 깊은 영혼의 갈구에서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실에 있어 힌두교도들은 매일의 일상 생활이 종교적이다.

이에 비해 기독교인은 역사적 현세적 삶에 개입하고 그것을 충실히 살아냄으로써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기독교인의 구원은 지금 이세상에서 계시되고 시작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이세상에 속하여서 이세상을 발견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 대하여 경탄하는 태도에 입각해 있다. 기독교에서는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구체적인 발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힌두교는 개인을 경시하고 또 자연에 대한 경탄감을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처음 인도에 도착한 것은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에 로마 카톨릭에 의한 것이었다. 16세기 그려진 몽굴의 회화에서는 두명의 예수교의 신부들이 몽굴의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함께 불속에 들어가자고 제안하는 광경이 나온다. 그러나 본격적인 기독교 예술이 시작된 것은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고유한 문화 전통적 각성과 함께 일종의 문예부흥이 생기기 시작한 때이다. 그것은 20세기 벵갈 르네상스라고 불리우는데, 1960년대 까지 인도의 저명한 작가들은 예수의 초상화를 그렸다. 영국의 식민지하에서 예수님은 인도 문화의 생생한 중심적인 역활을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타교를 배척하기 보다는 다양한 종교적인 견해가 동시에 조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말하자면 종교다원주의적 사고방식에서도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아세아의 기독교 예술이 범하기 쉬운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하였다. 즉 힌두교적이고 불교적인 본질로써 기독교적인 형식을 표현하는 오류를 가져온 것이다.

인도의 예술과 기독교와의 관계에 관해서는 몇가지 견해가 있는데, 첫번째로 인도의 문화라고 하는 것은 원래 종교적이고 영적이고 정신적이기 때문에 기독교적인 메시를 전달하는데 있어 훌륭한 도구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일례로 죠굜 페레라(Joseph Pereira) 는 인도의 예술이 신에 대한 형상화에 있어서 아주 기독교적이며 기독교 메시지를 전하는데 전통적인 예술의 기법이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고 믿었다. 특히 인도에 있어서 드라비디아전통은 예수님에 대한 계시로서 특징을 지니는 라틴 문화와 함께 혼합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 되었다.

안젤라 트리드다드 역시 이에 동조하면서 "나는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를 인도 고유 형식으로 그리고자 하였는데 그것은 인도 사람들이 예수님이 희생과 사랑의 최상의 구현된 실체라는것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인도의 예술양식이 유용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그녀는 인도 사람들이 선교사들의 전도 보다는 인도의 친근한 예술 양식을 통한 기독교적 메시지의 전달에 더 친근하게 반응할 것으로 생각하였고, 회화를 전도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녀의 작품중 [축복 받은 처녀 마리아의 좌상] 이라는 수채화를 보자 <도 1>. 삼위일체와 성자의 모습을 볼수 있고, 가득찬 군중이 있다. 연꽃과 손의 모습은 명확히 인도적인것이지만, 비둘기 모습으로 날아오는 성령은 서구적인 것이다. 작품의 구성은 인도적인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을 바라볼 적에 우리가 의문을 갖게되는 것은 성경적인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서 이러한 그림이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 이다.

인도의 기독교 예술가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는 것은 알프레드 토마스(Alfred Thomas)이다. 어떤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이 인도 예술과 기독교의 최상의 혼합이라고 극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혹자는 인도의 문화가 불교와 힌두교의 영성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를 인도의 전통문화에 따라 표현하는데 있어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인도의 전통문화는 기독교의 메시지에 배치되는 이방적인 요소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 2>의 마돈나는 힌두교의 여신인 마리아 말로로 오인될 정도로 표현되었으며 <도 3>의 예수님의 형상은 파도를 가라 앉히고 있는 라마의 형상으로 착각될 수 있다.

핵심적인 문제는 인도인의 감수성이 기독교 미술에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분델루(S.S. Bundellu) 역시 기독교 화가 였는데, 토마스의 양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혹독하게 비평하고 있다. "토마스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참된 이야기를 하는데 실패하였다. 또 그를 참된 신으로써 제시하는데 실패하였다. 왜냐하면 그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 형상은 부처와 다름없는 것으로 표현 되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이 이러한 그림을 보았을적에 기독교라고 하는 것은 힌두교와 불교와 별로 다를게 없는 또하나의 종교라고 생각되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 4>는 분델루가 그린 열명의 처녀 그림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열명의 처녀의 손의 모습에서 전체적인 구도와 조화와 손의 형상에서 인도적인 표현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인도적인 표현이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서 기름을 준비했던 현명한 다섯처녀의 환희와, 미처 기름을 준비하지 못했던 다섯처녀의 혼동과 절망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훌륭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도 5>은 인도적인 전통을 훌륭하게 기독교 예술에 도입한 안젤로 다폰세카(Angelo da Fonseca)의 [최후의 만찬]인데 인도 예술의 직선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성서의 최후의 만찬 이라는 사건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의 리듬은 직선적으로서 컵을 들고 있는 예수님께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프랭크 웨슬리 (Frank Wesley)는 북인디아의 기독교 가정 출신으로 존경받는 저명한 기독교 예술가이다. <도 6>은 그의 막달라 마리아인데 그 흐르는 선은 극히 인도적이며, 메시지는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는 여인의 사랑으로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감수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자미니 로이 (Jamini Roy)의 그림 <도 7>에서는 인도서민의 정서를 담은 민중예술에 등장하는 "물고기눈"을 한 예수님이 나타난다. 이 물고기 눈은 늘 보살펴 주시는 예수님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러나 60년대 이후에는 이와같이 인도적인 표현을 통해 기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찾아보기는 힘든데,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5)일본의 기독교미술

일본은 중국의 예술로 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예술이 불교와 함께 시작하였다. 반면 전통종교인 神道는 단순하여 형상화나 예술적 작업 없이 예배가 이루어 졌다. 중국의 예술이 인간과 자연의 신비한 일체감을 중시하는데 비해 일본은 사물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보이며 표현의 질감을 중시하는 장식적인 경향이 강하다.

784년에서 1195년간의 헤이안기에 있어서 이러한 감수성은 문학의 이상이 되었으며, 귀족 생활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다.또 일본의 조각들은 자태의 아름다움 보다는 얼굴의 표정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례를 들자면 무서운 푸도신의 유명한 찌푸린상과 같은 것이다.

1185년에서 1332년간의 헤이안과 가마구라기에는 족자 그림이 발전하였는데 중국에서는 병풍이 환상적인 여행 속과 같은 풍경화를 주로 한데 비해서 일본의 풍경화는 주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또한 심오하고 원대하고 신기한 미학을 추구하였다.

12세기에서 13세기경 중국에서 수입되어 일본적 형식을 가추게 된 선불교는 일본인의 이러한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반영했다. 개인과 자연의 교감을 중요시 하며, 개인은 자연처럼 순리에 따라서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선불교 시대 이후로 발전된 부조에서는 개인이 강조 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이 자비를 베풀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인식 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카톨릭 선교사 하비에 신부를 통해서 1549년 처음으로 일본에 전파 되었다. 당시 그들의 전도는 지나치게 성공적이어서 정부 당국에 의해 핍박 받기 시작 했으며, 1603년경 부터 기독교에 대한 처형이 시작 되었고 1614년에는 모든 선교사들이 일본을 떠나거나 기독교인임을 부인하도록 명령되었다. 1637년에는 대규모의 기독교인 학살이 있었다. 당시 기독교의 집에는 포미에 라는 신성한 그림이 나무 받침대 위의 청동에 그려진 십자가가 있는데 그것을 바닥에 놓고 밟고 지나 가기만 하면 자기 생명을 구할수 있었다.

<도 8>는 구세이 기미꼬가 그린 그림으로서 일본인 가족이 그들의 신앙을 부인 하도록 요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의 결단, 어머니의 기도와 두소녀의 절망등이 일본화의 기법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텅빈 배경은 그들의 고립을 강조 하고 있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적에 "너의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 그로 하여금 너를 구하게 하라"고 외치던 그들의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도구가와 막부의 철저한 쇄국 시대를 지나서 일본은 1854년 미국의 페리호의 입항과 함께 개국을 하게 된다. 일본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일본인 으로 묘사하거나 하는 것은 금하였고 또 기독교와 쉽게 동일시 되는 서구의 예술 형식을 더욱 더 편안히 느끼는 편이 었다.

혹자는 자신의 일본적인 가치나 전통을 부인하는 것을 기독교 예술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느끼고 일본적인 방식을 도입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으나 예수님의 좌상이 불상처럼 느껴지게하는 문제점도 발견 할 수 있다. 하세가와 누가(1897-1967)의 [예수님]<도 9>이라고 하는 작품에서 예수님은 부처와 같은 옷을 입고 불교의 영성으로서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서 예수님은 불교적인 원칙이 완성된 존재로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실제로 존재했던 예수님의 사역의 독특함은 나타나지 않는다.

<도 10>는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인데 일본화의 특징인 단순함과 정결함이 두드러 지지만, 성경에서 나오는 피땀을 흘리는 예수님의 기도를 전달 하지는 않는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기독교 미술은 현대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된다. 현대의 산업 일본에 있어서 우리는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전통적인 문화와 현대화 사이의 갈등에 대해서 기독교는 어떤 역할을 할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근대화 이전의 일본의 전통이 너무나 강력한 것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아직도 일본의 정원과 실내 장식은 일본의 정서를 잘 나타내고 있다. 일본의 정원에서 자연은 조용하게 끈기 있게 조절되고 다루어져서 명상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되어 있으며,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 실내장식은 제한되고 통제된 자연에 대한 취향을 나타낸다. 장식은 단순하고 꽃과 분재,식물 화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엄청난 근대화를 이루었지만 그 근대화는 영혼이 없는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비판이 특히 젊은 세대로 부터 대두되고 있다. 근대파들은 근대적인 과학 기술적인 발전만이 구원을 가져 올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는데 반하여, 전통파들은 전통으로 돌아 가야함을 강조한다. 명백히 기독교의 창조와 구원의 기독교적인 관점만이 이러한 전통과 근대의 간격을 중제할 수 있을 것이며 기독교 예술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의 기독교 미술을 볼 적에 일본 목사인 요기사와 노무라<도 11>와 오사무 미시자가<도 12>의 작품이 있다. 이들은 예수님의 수난을 표현하고 있으며 일본적인 단정함과 감수성이 나타남을 볼 수 있다. 또한 [오순절, 성령의 임하심]이라고 하는 다다오 다나카의 작품<도 13>은 일본적 감수성이 서양화적 기법에 완전히 동화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목사의 아들이었던 다나까는 교또 산업 미술대학에서 공부 하였고 2차 대전 이후에는 가도 예술 협회를 도왔으며, 일본 예술가들 사이에서 널리 추앙되고 존경 받고 있다. 1950년대 이래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성경적인 주제를 그리는데 보냈다. 이 그림에서 초기의 사도들이 손을 벌리고 서 있는 제스추어는 일본의 전통을 지속하고 있으면서도 그 손들이 성령을 받기 위하여 간구 한다는 기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와따나베의 [최후의 만찬]<도14> 을 볼 적에 그는 판화의 기법으로 작품을 많이 남겼으며 서구의 예술가들이 사용하였던 변형의 기법인 편화하여 인상을 표현하고 있다. 윗쪽 가운데 큰 인물이 예수님이고 그의 양편에 열 한 제자가 식사를 하고 있으며 맨 아래쪽 등뒤로 은 삼십량을 감추고 있는자가 유다이다. 의복은 일본의 전통의상을 하고 있다.

가운데 음식도 일본의 전통 음식인 모찌를 다섯개 담고 고기 두마리를 놓아 예수님이 축사 하셨던 오병이어의 기적을 의미하며 지금 잡혀갈 인간 예수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하늘에 시선을 둔 것은 보다 높은 심오한 길로의 정향을 표시하며 단순화 된 선들은 판화가 가지는 특성으로서 사실적인 묘사를 탈피하여 풍부하고 깊은 상상력으로 인도 하고 있다.

(6) 한국의 기독교 미술

한국 기독교 미술을 볼때 초기에는 천주교인들의 손에 의하여 도입되고 제작 되었다. 18세기에 들어 서면서 서양 문화와 천주교 교리에 관심을 가졌던 실학파 학자들이 북경 갈 기회에 이미 들고 가서 성당을 쁹았다는 기록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박지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중의 천주당기(天主堂記)며 양화 항목 같은 것이다. 그후 1886년 한불 수호조약이 체결되고 프랑스인 선교사들이 전교의 자유를 보장 받게 되자 그간의 지하 잠복과 전멸 상태에서 회생의 빛을 얻게 되었다. 한국 기독교 미술의 정상적 성장은 위 연대에서 시작 되었다고 할수 있다. 이어 장발은 한국에서 맨먼저 유화로 본격적인 성화 제작을 개척한 화가 이다. 특히 개신교에서는 십계명 제 2계명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신앙의 계율 때문에 두려워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회화나 조각이나 교회 건축에서 환영 받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신앙을 가진 작가들에 의하여 기독교적인 신앙 체험을 통한 그들의 작품이 남아 있다.

1924년 이당 김은호가 그린 [부활 후]라는 작품이 서울 YMCA회관에 있으며 장운상의 [동심],[예수의 입상],[성신강림], 김기창의 [예수 일대기], 김학수의 [한국 기독교 역사화],김영길의 [열두제자],[천지창조]. 홍종명의 [바보 같은 예수],[하늘 나는 새를 보라],[오병이어]. 이명의의 [유혹],[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홍길동 같은 예수]. 신영헌의 [대속이 길],[바벨론의 포로].김세중의 혜화동 성당 릴리프 [네생명의 경배],김정숙의 [출애굽] 윤영자의 [성모자], 최병상의 [선지자의 눈물],[순교자]등이 있다.

평론가 이경성은 한국의 초기 회화가 마치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걸쳐 입은 우스광 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평한다. 최근에 들어서는 1965년 1월 18일 한국 기독교 미술 협회가 이루어진 후 정기적으로 매년 [ 한국기독교 미술인협회전]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1993년 29회째 이르고 있다.

이땅에 기독교 문화를 이루고자 많은 이들에 의해 기획전이 있었다. 1969년 렘브란트300주년 [렘브란트 모사전]을 공보관에서 가졌다. 1971년에는 뒤러탄생 500주년 기념전이 한독 문화관에서 있었으며 샤갈전,밀레전,이콘전,미켈란젤로전, 달리전등을 통해서 종교적인 작품들이 친숙하게 전시 되었다.

1982년 2월부터 두달간 덕수궁에서 한국 최초의 [유럽 성화] ICON전이 열렸고, 특히 1983년 개신교 선교100주년 기념으로 여의도 순복음 교회에서 순수한 기독교적인 내용의 작품들로서 [기독교 미술전]이 전시 되었다. 기독교 문화의 불모지 한국땅에 많은 문화 창조에 이바지한 노력이 크다. 또한 1984년 성화대전이 열려 유능한 신진들이 기독교 미술에의 관심을 갖게 된다. 장기화의 [부르심] 안석준의 [회개만남]등은 신앙인으로서 고심하며 신앙을 형상화한 작품들 이다.

1984년 3,4월에걸쳐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아 기독교 예술인 심포지움의 참여를 통해

필자는 불모지 아세아 각국에서 기독교 미술이 각민족 특유의 성격을 띄고 나타남을 느낄수 있었다.

아세아에서 기독교 예술인이 사명을 가지고 이끌어야 할 메시지적 문화의 선구자 역할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향토적인 문화를 수용해서 종교 문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독교 미술은 편리상 다음과 같은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첫번째로,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으로 기독교적 감성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으며 그 중에서 성서의 이야기를 한국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김흥종의 [성탄]<도 15>을 들수 있다. 이 장면은 담백한 한지에 먹을 이용한 작품으로서 담채에서 얻어지는 농담의 효과가 극대화된 채색화이다. 채색 수법에서 밝고 투명함을 볼 수 있으며 하얀 여백은 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등장인물의 복장, 몸짓, 한옥 초가집의 외양간, 툇마루등은 이 그림이 한국화임을 누구나 알수 있게 하면서도, 또한 중심인물의 후광과 말을 타고 오는 세명이 현인의 모습에서 이것이 성탄절 이야기 임을 알수 있다.

그러나 한복을 입은 마리아, 예수등의 표현은 성서의 역사성을 왜곡하는 역효과를 가져 올수 있고, 설화성으로 바꾸어 버린다든지,무속적 요소가 첨가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같은 성경의 인물을 한복을 입은 한국의 인물로 그린 작품은 김기창의 [애굽으로 도피]와 [예수의 일대기], 김학수의 한국 [기독교 역사화]등이 있다.

두번째로 동양적인 기법에 서구적인 양식을 가미하여, 독특한 개성으로 성경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도 있다. 작가 김영길은 동양화 기법으로 먹을 사용하고 목각을 한듯한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보여 주면서 <도16>[천지창조],[요한계시록]등의 성서의 메시지를 형상화 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는 미켈란제로 처럼 하나님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하고 있으며, 강력한 짜임새의 구도로 하나님의 전지 전능함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나타난 하나님은 힘차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성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형상화 하여 보여주고 있다.

세번째로 서양화의 기법을 빌려 한국적 정서를 담은 기독교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홍종명의 [삼인의 추수감사]<도 17>,[나는 참포도나무요],등은 고구려의 벽화 같은 질감을 느끼게하는 향토색 짙은 색감과 정서로 기독교적 소재를 전달해 왔다. 전체적으로 황갈색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꽃, 과일, 나무, 인물,태양등이 어우러져 있다. 따뜻하고 이정 많은 하국 서민의 늘 사는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열릴것 같은 소박함과 친근감이 인상적이다. 그의 작품은 양식면에서 구상성을 추구하고 있으나 다분히 추상적 형태 왜곡으로 작품 세계를 전개 시키며, 기독교적 영성을 지극히 설화적이고 토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한국인의 감수성으로 표현한다.

네번째로 사실적인 묘사로 성서의 상징적인 인물과 사물을 표현하여 보편적 시각 언어화 한 작품들로 볼 수 있겠다. 신영헌의 [고난의 그리스도], 박정근의 [땅끝까지 전하라]<도18>등과 같은 많은 작가들이 다루어온 부분들이다.

[땅끝까지 내 증인이 되라]는 본인이 기도하며 시도한 작품이다. 아무 가진 것 없이 오직 믿음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땅끝까지 가려하는 선교사의 배로서, 가장 가난하고 비워져 있는 갈색 주조의 색감을 선택했다. 그곳에 하나님의 은혜만이 충만하도록 암시적으로 푸른색이 가해졌다. 구도는 동승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으며, 바다에는 고난과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가시를 띄웠다. 그러나 하나님의 동행하심으로 그 가시는 압도적은 아니다. 성령의 비둘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시대성을 표출하기 위하여 작가의 작업실에 있는 전화기, 구두, 의복과 호롱불이 연출 됐다.

참고문헌

한스 로크마커 지음, 김헌수옮김.{기독교와 현대예술}.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1987.

C.R.모오리 원저, 한중호역편. {종교미술사}. 신도출판사,1981.

로즈메리 람버트, 이석우역. {20세기미술사}. 열화당,1987.

르네위그, 김화영역. {예술과 영혼}. 열화당,1986.

게라두스 반 데르레후,윤이흠역. {종교와 예술}. 열화당,1986.

칸딘스키, 권영필 역.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것에 대하여}. 열화당,1989.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한국기독교와예술}. 숭실대학교,1987.

Coomraraswamy,Arandaa K. The Christian and Oriental Philosophy of Art.

New York: Dover,1956.

Dyrness,W.A. Christian Art in Asia. The Netherlands: Rodopi, 1979.

Fleming,Daniel Johnson. Each with His Own Brush: Contemporary Art in Asia and

Africa. New York: Friendship, 1983.

Lehmann, Arno. Christian Art in Asia and Africa. St.Louis:Concordia, 1969.

Takenaka, Masao. Christian Art in Asia. Kyoto:Kyo bun Kwan, 1975.

Thomas, A.D. The Life of Christ by Chinese Artist. London:S.P.G.,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