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심의 말씀 : 인도자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입었으나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셨느니라.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21,24)
* 찬송 : 갈보리산 위에(135장)
* 고백의 기도 : 다같이
세상의 모든 죄와 죽음을 홀로 지시고 험한 길을 걸으셨던 주님!
오늘도 우리의 죄와 허물 때문에 십자가에서 내려오시지 못하시는 주님!
조롱과 저주를, 날카로운 창에 찔림을 받으시면서도 용서를 외치신 주님!
오늘도 나는 가롯 유다의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직도 비겁한 베드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는 시시 때때로 빌리도의 모습과 행동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살을 찢기시고 피를 흘리시는 주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바리새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님을 저주한 제사자의 대열에 서 있습니다.
나의 하는 일을 나도 모른 채 숫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 나약하고 사특한 이 죄인에게도 용서의 손길을 주옵소서.
주님의 흘리신 피로 저의 영혼을 소생케 하옵소서.
용서받기를 원하는 불쌍한 이 몸에 그 못 박힌 손을 얹어 주시옵소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 사함의 말씀 : 인도자
너희는 스스로 씻으며 스스로 깨끗케하여 내 목전에서 너희 악업을 버리며 악행을 그치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 죄가 주홍 같을 찌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 같이 붉을 찌라도 양털 같이 되리라.(사 1:16, 18)
* 찬송 : 만왕의 왕 내 주께서 (138장)
- 구약의 말씀 : 사 53:3-7
- 신약의 말씀 : 막 15:1-39
- 성가대
- 명상을 위한 말씀
<십자가를 향한 발길> 월요일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의 하늘과 땅은 여전하건만
성벽 밑 깊은 골짜기에서
피 냄새와 죽음이 얼굴을 내민 것은 웬 말이냐!
어제는 군중들 틈에서 가식된 '호산나'찬송을 부르고
오늘은 독버섯처럼 사람들 심장마다 칼날을 세웠구나.
어느새 피 냄새는 무화과 나무 뒤에서 얼굴을 숨겼다.
베다니에서 오시는 길에
시장하시던 예수께서는 잎이 무성한 무화과 나무를 보시고
가까이 가 보셨으나
열매 없는 것을 보시고 향하여 말씀하시기를
"이제부터 너는 영원히 열매를 맺지 못하여
그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얻지 못할 것이니라."
이 저주의 소리
너, 사망의 가슴이 뜨끔했으리라.
예수께서는 곧 이어 성전 뜰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러나 이미 성전 뜰 안에도 죽음은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었다.
"만인이 기도하는 집"
강도의 소굴로 만들어 버린 무질서의 타락들!
어린양께서 채찍을 드셨다.
휘둘러라! 엎어라! 붸아내어라!
죽음의 얼굴마다 시퍼런 멍이 들게 하여라!
그런데, 저 어둠진 구석에서
어린양을 없애 버리고자 모의를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소위 종교 지도자들!
대중의 지도자들!
곧, 대제사장과 율법 학자들과 장로들이 아닌가!
-- 영문 밖의 길 --
서쪽하늘 붉은 노을 영문밖에 비치누나 연약하신 두 어깨에 십자가를 생각하니
머리에 쓴 가시관과 몸에 걸친 붉은 옷에 피흘리며 걸어가신 영문밖에 길이라네.
<살기에 찬 종교 지도자들앞에서>-- 화요일
팔레스틴 4월 아침, 사람들은 집집마다 유월절 어린양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파라오의 강포한 압제와 폭정에서 해방된 민족의 명절, 유월절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네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느냐?"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살기 등등한 눈으로 예수께 묻는다.
전통과 율법 아래 곤고해져 있는 유대교를 허물어뜨리는 이 나사렛의 선동가를 신성 모독죄로든,
정치범으로든, 죽이고야 말겠다는 결의였다.
자기 땅 자기 백성에게 오셨건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척박한 돌밭, 굶주린 짐승의 먹이로
내던져지는 배반과 오욕뿐임은 무슨 까닭인가?
포도원 주인의 사랑하는 외아들을 배척하는 음모는 계속되고, 무고한 포도원지기들의 악의에
찬 물음은 쓰라린 배반의 검이요 거역의 창이었으니....
"우리가 가이사에게 세금을 내야 하오 내지 말아야 하오?"
"일곱 형제의 아내 되었던 자가 부활 시에는 누구의 아내가 되겠소?"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오?"
야훼 앞에서, 한 줌 흙으로 쓸어져가는 인생의 물음이 과연 이런 것들이란 말인가?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신앙도, 성경 해석도 아니다.
어린양이 그들에게 물었다. 조용히 그러나 가장 뜨거운 목소리로.
"너희는 그리스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 영문 밖의 길 --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걸어가는 자국마다 뜨거운 눈물, 붉은 피가 가득하게 고였구나.
간악하다 유대인들 포악하다 로마 병정 걸음마다 자국마다 가진 곤욕 보셨도다.
<그날 밤>-- 목요일
그날 밤이 되었습니다.
유월절 밤,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예비된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주님은 그의 때가 가까웠음을 아셨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주님의 마음은 슬픔과 괴로움으로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주님이, 자리에서 일어서십니다.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십니다.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기 시작합니다.
말없이 제자들의 발을 씻으시는 주님,
제자들의 그 발은 씻을 수 없는 인간의 죄악, 그것이었습니다.
건조한 사막을 오가느라 지워지지 않는 때로 가득한 그 발들을, 주님은 씻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식사가 이어집니다.
물밀 듯이 다가오는 고통스러움.
"보라 나를 파는 자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었던 그 제자입니다.
아픔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 빵을 떼어 주시며 하신 말씀.
"받아 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
또 잔을 주시며 하신 말씀.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니라."
이와같이 말씀하신 주님이셨지만, 근심과 괴로움은 파도처럼 밀려오고,
인간적인 고뇌는 주님을 겟세마네로 몰고 갑니다.
거기서.... 무릎을 꿇으신 주님.
고민과 슬픔이 하염없이 주님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 아버지를 향하여 고뇌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주님의 온 몸에 맺힌 땀이 핏방울같이 되어 땅에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신 후, 아버지의 뜻대로 일어나신 주님은,
자고 있는 제자들에게 오셔서 말씀하십니다.
"일어나라 함께 가자. 보라 나를 파는 자가 가까이 왔느니라."
-- 영문 밖의 길 --
눈물 없이 못가는 길 피 없이는 못가는 길, 영문 밖의 좁은 길이 골고다의 길이라네.
영생 복락 얻으려면 이 길만을 걸어야 해. 배고파도 올라가고 죽더라도 올라가세.
<어린양의 부서지는 심장>-- 금요일
죽음은 기어코 피날레를 시작했다.
날이 밝자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예수를 결박하여 빌라도에게 끌고가 넘기었다.
대제사장들이 여러 가지로 빌라도에게 고박하였지만 어린양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구나!
아, 날름거리는 군중의 혓바다마다 외치는 소리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죽음은 땅에서 우는 아벨의 핏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였다. 어리석은 빌라도는 바라바를 놓아주고
예수를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형에 처하라고 내주는구나!
병사들은 예수께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 갈대로 머리를 치며, 침을 뱉으며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 만세!" 희롱하는 구나!
그리고 마침내 십자가에 못박으려 끌고 나갔다.
아! 가시는 걸음마다 넘어지는 자국마다 핏방울이 맺히건만 저 하늘은 끝내 침묵이십니까!
골고다 언덕마다 사랑에 스치는 가시잎 소리
몸부림치는 어린양의 부서지는 심장 울음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는 이 소리를 듣는가!
죽음의 냄새는
끝없는 망치 소리에 머물고
유혹은 당위성 인양
십자가 그 위에 잿더미로 부서진다.
아! 고독은 십자가 위로 바벨탑을 쌓고
어둠은 승리한 것처럼
온 땅을 덮어 오기 시작했다.
오 가련한 어린양은
먼
에덴의 그리움에
목놓아 우는구나
목놓아 우는구나
-- 영문 밖의 길 --
아픈 다리 싸매 주고 저는 다리 고쳐 주고 보지 못한 눈을 열어 영생 길을 보여주니
칠전팔기 할지라도 제 십자가 바로 지고 골고다의 높은 고개 나도 가게 하옵소서.
<십자가 위에서 주님이 하신 말씀>
1)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2)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3)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보라 네 어머니라.
4)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5) 내가 목마르다.
6) 다 이루었다.
7)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노래>
갈보리의 노래 박두진 시
견딜 수 없는 치욕을,
불붙는 분노를,
에워싸는 비애를,
물새 같은 고독을,
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 있었습니까?
꽝꽝쳐 못을 박고,
창끝으로 찌르고,
채찍질해 때리고,
입맞추어 배반하고,
매어 달아 죽이려는,
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까?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강할 수 있었습니까?
엘리, 엘리, 엘리, 엘리,
스스로의 목숨을 스스로가 자취하여,
어떻게 당신은 죽을 수가 있었습니까?
아으 방울방울 떨구어지는 핏방울은 짖는데,
바람도 죽고 없고,
연약한 여인들만 울고 있는데,
인자여! 인자여!
마지막 쏟아지는 폭포 같은 핏줄기를,
어떻게 당신은 주체할 수 있었습니까?
솟쳐 나는 고운 피여!
먼 먼 은하에도 한 줄기의 피의 강은 서는데,
떨어지는 방울마다 타는 목마름, 타는 목마름.
아으, 죽음 소리, 어둠 소리...
한 낮에 갈보리는 캄캄해져 오는데,
땅들은 갈라지고 무덤들은 트는데,
엘리, 엘리, 엘리, 아으,
사랑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이제야 다시 한 번 사랑하게 하라.
죽음을, 원수를, 어둠을, 밤을,
이제야 다시 한 번 껴안게 하라.
* 참회의 찬송 : 거기 너 있었는가? (13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