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복신앙 시비 유감 >

오늘날 한국 기독교계의 심각한 문제점의 하나로 기독교의 "기복신

앙화"에 대한 비판을 자주 접할 수 있다. 기복신앙을 비판하는 분들은

대체로 기독교가 그저 복받자고 예수믿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예수믿

는다면서 병이나 고쳐달라거나 물질적으로 잘되게 해달라는 것은 마치 무

속신앙에서 "신령님께 비나이다" 하는 따위의 저속한 주술적, 기복적 행

위라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성경에 나오는 "복"의 개념이 우리민족이

전통적으로 기원하였던 바와 같이 "잘먹고 잘사는" 그런 저급한 개념이

아니라 영적이고 고차원적인 개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비

판을 주장하시는 분들은 교회에서 "복받으라" 하는 축원에 대해 알레르기

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자가 소속된 여의도순복음교회

와 조다윗 목사님에 대한 대표적인 비방의 하나가 바로 이와 같이 삐뚤어

진 기복신앙을 가르친다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께 복을 비는 것은 샤머니즘이나 무속신앙이 기독교를 오염시킨 결과로서

하루속히 제거되어야 하는 독소인가?

먼저 분명히 집고넘어가야 할 것은 성경 곳곳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에 대한 축복의 약속이 분명하게 선언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나님

께서는 믿음의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에게 분명히 "내가 너를 복주고 복주

며 번성케하고 번성케 하리라"고 약속하셨다. 또 예수님을 믿는 자들에

게 아브라함의 복을 약속하셨다. 한편 예수님께서도 산상수훈에서 8복을

말씀하셨다. 사실 성경에는 복에 관한 말씀이 무수히 많이 기록되어있

다. 따라서 기독교에서 복을 부인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며, 다만 그 복

이 도대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이 기복신앙시비의 핵심이다.

대개 기복신앙을 비판하시는 분들은 성경이 말하는 복이란 세속적인

축복이 아닌 영적인 축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우리가 복의 개념을

영적인 축복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기복신앙이란 기독교의 왜

곡된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의 핵심진리를 나타내는 단어가 된다.

죽을 운명의 죄인이 용서받고 구원받아 천국에서 영생복락을 누리는 것이

지극한 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독교란 곧 "기복

교"인 것이다. 기복신앙을 비판하는 분들과 같이 성경이 말하는 복은 물

질적, 세속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축복이라고 주장한다면 사실 기복신

앙이란 단어 자체는 절대 옳은 말이다.

한편 기복신앙 비판론자들이 경계하는 기복신앙의 "복"이란 세상적,

물질적인 복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에서 보면 병고치고 돈많이 버는 복

만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은 기독교의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 태도라는 것이

다. 사실 이 말 자체는 전혀 틀린 주장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 그리

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보다도 영혼의 구원이기 때문

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구원

과 영생을 얻기 위함이다. 따라서 복의 개념을 물질적, 세상적 풍요라는

식으로 정의하는 경우 기복위주의 신앙은 분명 기독신앙의 핵심에서 벗어

난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기복신앙을 비판하시는 분들의 주장은 과연 온전히 타당한

가? 그들의 주장의 표면만 보면 하등 잘못된 부분이 없는 것처럼 보인

다. 또 오로지 병고침이나 돈벌이만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기복신앙은 분

명히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기복신앙 비판론자

들은 그들이 경계하는 극단적 기복신앙주의자들과 반대의 의미에서 또 다

른 극단론적 오류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생각된다. 특히 여의도순복음교

회의 조다윗 목사님같이 지극히 성경적인 입장에서 축복을 기원하는 메시

지에 대해서 마저도 기복신앙이라고 비난한다면 하나님의 복된 자녀들을

너무 위축시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기복신앙을 우려하시는 분들의 지극히 정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하

나님께서는 영적인 축복만을 약속하셨지 육신적, 물질적 축복에는 별 관

심이 없으시다고 보는 것은 너무 편협된 생각이라고 본다. 아무 선입견

없이 성경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는 사실상 영적인 축복 뿐만 아니라 육

체적 혹은 물질적 축복도 넘치게 부어주시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인간이 영 혼 육이 합쳐서 이루어진 존재이듯이 하나님의

구원과 축복도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인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사실

구원이라는 단어도 우리는 흔히 영혼구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

나 히브리 원어로는 영적, 육신적, 생활적으로 고통과 속박에서 해방됨을

의미한다고 한다. (설교에서 들은 이야기임) 18년간을 혈루병으로 앓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서 순간적으로 나음을 입었을 때 예수님께

서 무어라 말씀하셨던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즉, 육신

의 병이 나은 것을 예수님께서는 "구원"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또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복이 무엇인가? 물론 믿음으로 의롭다하심

을 얻었던 아브라함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재물을 가진 갑부였으며 100세

에 이삭을 얻을 정도로 강건한 육신의 소유자였다.

조다윗 목사님이 말하는 소위 "3중축복"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

인적인 구원과 축복을 의미한다. 요한3서 2절에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영접한 당신의 자녀들에게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잘되며 육신이 강건한 축복을 주시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문제이다. 즉, 가장 우선적으로 구해야 할 것은 우

리의 영혼이 잘되는 것이며, 세상적인 축복을 구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기복신앙 비판론자들은 이

부분을 오해한 것 같다. 조다윗 목사님은 물론 육신의 건강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하나님의 축복을 구하고 기대하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먼저 하나님과의 영적인 관계를 올바로 정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대부분의 성도들은 잘 알고 있다. 쉽게 말해서 먼저 하나님과의 수

직적 관계를 잘 유지한다면 세상과의 수평적 관계는 하나님께서 잘 돌봐

주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편견인지는 몰라도 기복신앙을 비판하는 분들은 대개

지식계층이나 혹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그들이 하나님께 육신의 건강이나 재물을 간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보고

기복신앙이라고 혹심하게 비판하는 것은 그들 자신은 이미 그러한 세속적

인 복을 충분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은 이미 건강하고, 사

회적 지위와 명성도 있고, 금전적으로도 별 어려움이 없으므로 그런 "저

급 축복"에는 답답할게 없기 때문에 영적인 "고급 축복"만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그들의 건강과 재물과 명성과 지식이 하나님이 주신 복

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노력으로 쌓은 것이라고 행여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그들은 병들고 가난하고 못배운 불우한 형제자매들이 자신들

이 누리는 것과 같은 세상적 복을 하나님께 구하는 것을 보고 잘못된 짓

이라고 꾸짖는걸까? 왜 그들은 예수님을 부르기위해 절규하던 소경 바디

메오더러 조용하라고 꾸짖던 사람들같이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님

께 간구하는 것을 보고 트집을 잡는걸까? 만약 그들이 누리고 있던 건

강, 재물, 사회적 명성 등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기도를 할까?

만약 인간들에게 그저 영적인 축복만 주시고 육신적, 물질적 축복은

허락지 않는 것이 하나님의 참뜻이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물질을 구하는

것이 하나님의 의도가 아니라면 기복신앙을 비판하는 상류층분들은 이미

하나님의 뜻을 거역한 죄 가운데 빠져서 살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우리가

질병에서 고침받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면 우리가 병들었을 때 약

국에서 약을 사먹거나 병원에서 수술받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불순종의 악독한 죄악이 된다. 이 얼마나 우수꽝스러운 말인

가?

예수님의 사역을 살펴보면 예수님께서는 영혼의 구원을 가장 중시하

셨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신적, 세상적 문제를 절대로 외면하시지는 않았

음을 알게된다. 5병2어의 기적을 보라. 먼저 말씀을 전하신 후에 배고

픈 무리들에게 "너희들 영적인 양식을 배불리 먹었으니 이제 굶어죽어도

천당간다. 배고파도 참아라."하고 말씀하셨는가? 아니다. 예수님께서

는 배고픈 무리들을 측은히 여기시고 배불리 먹고도 남을 정도로 풍족한

음식을 제공해주셨다. 베드로의 배를 빌려 무리들에게 가르치시고 난 후

에 고기를 못잡고 지친 베드로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다시 그물을

던지게 하셔서 많은 고기를 잡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가시는 곳마다

복음을 증거하시고 병자를 고치셨으며 장애인들을 치유하셨다. 단 한가

지 예외가 있었던 곳은 고향땅 나사렛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곳 사람들이

믿지 못하고 의심하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돈이나 건강 그 자체로서는 선하다 악하다 말할 수가 없다.

요는 하나님께서 주신 재물과 건강을 어떤 목적에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

이 문제인 것이다. 기독교계에서 요즘 흔히 들리는 자성의 목소리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가 기업화된다는 비판이다. 그런가하면 교회가 사회구

제에 인색하다고는 비난도 흔히 듣는다. 교회가 구제사업을 하고 전도활

동을 하고 선교지원을 하려면 우선 당장 재물이 필요하다. 그 재물은 결

국 각 성도들이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아야 풍성해질 수 있다. 생각해

보라. 전 교인이 모두 거지들만 모인 교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전 교인이 병들어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교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

가? 물론 가난하고 병들은 사람 중에도 하나님께서 그 모습 그대로 귀하

게 쓰시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라고 생각한다. 분

명히 하나님께서 전인적인 축복을 약속하신 이상 우리는 건강한 몸, 풍족

한 물질, 사회적인 지위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려야만 하지 않겠는가? 그

리하여 그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예수님을 세상에 널리 전파하도록 힘

써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결론을 맺고자 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혼이 잘되는 것

을 가장 중요시하시지만 우리의 육신과 생활이 병들고 찌드는 것을 결코

원하시지 않는다. 물론 그리스도인들이라고 고난과 시련에서 면죄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고통의 밤을 통과하면서 정금같은 믿음으로 단련되기

도 한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감사하는 믿음의 태도가 훌륭한 것이지 고난 그 자체가 고귀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구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영적인 상태가 제대로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영적인 축복을 제쳐놓고 그저 세상적 축복만 바라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이다. 그렇다고 해서 육신전, 물질적 축복을 간구

해서는 안된다고 구박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치 여성잡지

신년호를 사면 부록으로 가계부를 받듯이 우리가 예수님을 믿어 영혼구원

을 받으면 세상적인 축복도 따라온다고 약속된 것이다. 영혼이 잘되는

것이 본책이라면 육신이 강건하고 범사에 잘되는 축복은 본책에 따라오는

부록이다. 그 부록을 필요없다고 하면 물론 받지 못한다. 그러나 "네

믿은 대로 될지어다"하신 바와 같이 그 약속을 믿고 기도로 간구하면 반

드시 받을 수 있는 축복인 것이다.

필자가 몇년 전 대학원 석사때의 일화를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기로

한다. 당시 필자의 지도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되도록이면 학교컴퓨터를

많이 쓰도록 권장하셨다. 당시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거의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학교전산실의 대형컴퓨터를 학과에 배당된 실험실습비로 쓰곤

하였다. 그런데 당시 그 교수님의 조교를 하던 분이 영관급 장교로서 위

탁교육생이었다. 군인이라서 그런지 교수님에 대한 충성이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컴퓨터를 많이 쓰면 돈이 많이 들게되므로 학생들의

사용을 되도록 억제하려고 하였다. 그 분 지론은 교수님께서 말씀은 그

렇게 해도 우리가 그렇게 하면 안되며, 마땅히 학과 실험실습비를 아껴야

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교수님에 대한 그의 사심없는 충성심의 발로

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교수님의 진심은 설령 실험실습비가 바

닥이 나면 돈을 더 배당받아서라도 학생들에게 최대한의 컴퓨터실습기회

를 제공하기를 원하셨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매우 충직한 조교가 교수님

과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베풀고자 하는 혜택을 상

당부분 차단하였던 것이었다. 혹시 기복신앙 비판론자들이 하나님과 그

자녀들 사이에 가로막고 서서 이 충직한 군인 조교와도 같은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 정수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며 근심하게 하심이 본심이 아니시로다."

--- 예레미야애가 3장 3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