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뢰아의 마귀론

-귀신의 정체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한 상 식

1955년생

1979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6년 침례신학대학 신학대학원

1988년 침례신학대학 대학원(MRE)

- 차 례 -

Ⅰ. 들어가는 말

Ⅱ. 베뢰아에 대한 개괄적 이해

Ⅲ. 귀신의 정체에 대한 연구 - 불신자 사후 존재설

Ⅳ. 맺음말

　Ⅰ. 들어가는 말

1. [베뢰아]는 사도행전 17장 11절 곧 {베뢰아사람은 데살로니가에 있는 사람보다 더 신사적이어서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므로}에 나오는 지명이다. 이번에 [목회와 신학]으로부터 필자는 [베뢰아의 마귀론]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이는 한국교회에서 이미 [베뢰아]가 단순히 지명을 뜻하고 있지 않음을 말해 준다.

2.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 [베뢰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 것 같다. 그러면 [베뢰아]가 무엇인가? 성락침례교회를 담임하는 김기동목사는 1973년 초부터 자신의 신앙과 신학을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가르치다가 1976년 5월부터 그 모임을 [베뢰아]라 불렀다. 1978년 10월에는 [베뢰아아카데미]를 설립하였다. 그러니까 초기에 [베뢰아]라는 이름은 김기동목사가 성경을 가르치는 모임을 뜻한 셈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의 권위를 존중한 베뢰아 사람들을 본받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붙여진 것이다. 곧 성경을 대할 때에 신학적인 선입관이나 교리에 집착하지 않고 성경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데서 명명된 것이다. 그러니까 김기동 목사가 평신도 시절에 성경을 75독 한 후 성경의 사건들을 하나로 터득한 것이 오늘날 [베뢰아]가 있게 된 하나의 계기이다.

3. 1970년대 말부터 베뢰아아카데미를 통해서 김기동목사의 신앙과 신학은 공개적으로 개진되었고, 1980년대 들어서서는 그 신앙과 신학이 도서출판 베뢰아를 통하여 다수의 책들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직て간접으로 김기동목사로부터 배운 이들의 활동이, 신학적 입장에 따라 긍정적으로 보든지 부정적으로 보든지 한국교계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김기동목사와는 교단이 다르기도 하고 신학이나 목회에 있어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베뢰아]가 아닌 이름을 쓰기도 한다.

4. 그러므로 필자는 내용적인 면에서 [베뢰아]를 김기동목사 개인의 신학과 신앙으로 정의한다. 베뢰아는 공동집단의 연구도 아니고 기존의 전통적 신학에서 파생되어 발전된 것도 아니며, 김기동목사가 성경을 많이 읽고 주 예수를 사랑하여 주를 위하여 일할 때 성경 전체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된 것이다. 또 현상적인 면에서 필자는 [베뢰아]를 신앙체험의 자유, 성서해석의 자유, 신학의 자유를 지키려는 [성경닮기운동]이라 본다.

필자는 1978년 말 어느 교회 부흥회에서 김기동목사의 귀신 쫓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1981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성락교회에 출석해 오며, 1983년에는 베뢰아아카데미를 수료하였고, 그 후 각종 베뢰아 교재 출판 및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먼저 베뢰아가 무엇인지를 개괄적으로 밝히고, 귀신의 정체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베뢰아의 마귀론을 다루기로 한다.

Ⅱ. 베뢰아에 대한 개괄적 이해

1. 베뢰아아카데미는 베뢰아운동의 핵심으로서 김기동목사가 2년간에 걸쳐서 성경을 가르치는 성경연구기관이다. 그 교육과정은 세가지로 대별된다.

첫째, 성경을 보는 안경이다. 이는 하나님의 의도를 알기 위한 입문 과정이다. 성경 전체를 하나님 중심, 예수 중심, 복음 중심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한다.

둘째, 하나님의 의도이다.

세째, 복음중재론이다. 성경을 보는 안경으로 하나님의 의도를 파악한 후 이것을 신앙생활에 적용시키는 부분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베뢰아의 핵심은 바로 [하나님의 의도]이다. 그러면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가? 그 개요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2. 하나님은 영원 전부터 계시며 홀로 영광을 받으시는 자존자이시며, 그분의 이름은 존귀하며, 천하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모든 천사들보다 먼저 계시며, 영원 전부터 삼위로 함께 계시다.

하나님의 이름은 피조물이 영원히 기념하며 부를 이름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이름을 기념하며 그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 하나님의 이름은 하늘의 천사들이나 땅 위에 있는 영들이 영원토록 거룩히 부르며 기념해야 할 이름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최초로 창조하신 것들이 천사들이다. 천사는 사람보다 훨씬 이전에 창조된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자기 이름을 위하여 천사들의 하늘을 지으셨고, 이 하늘을 우리는 [하나님의 하늘] 또는 [신들의 하늘]이라고 다른 하늘들과 구별하여 부를 수 있다. 천사들은 하나님을 섬길 피조된 영들인지라 그들의 처소가 필요하기에 하나님이 그들이 거할 하늘을 지으셨다.

모든 천사들은 하나님의 심부름을 하는, 하나님이 부리시는 영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영원히 사시는 것같이 하나님께서 천사들에게도 영원히 사는 은택을 베풀어 주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스스로 영존하시지만(출 3:14), 천사들은 스스로 사는 자들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여하신 것으로 영생할 수 있는 자들이다.

그런데 어느 때 하나님을 순종하던 한 천사에게 갑자기 하나님을 거부하는 의지가 나타나서 마음 속에 하나님께 반역할 마음이 생겨 났다. 이 천사 곧 사단이 하나님께 반역하고 자기 지위를 떠났다. 그래서 하나님께 반역하고 도전한 자를 진멸하는 일이 하나님의 아들께 맡겨진 것이다.

이처럼 사단이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를 가두기 위하여 우주를 지으시고 하나님이 그를 원래의 하늘에서 내어쫓아 가두셨다.

그리고 사단이 반역했을 때, 하나님이 그를 멸하실 계획 속에 인간 창조가 이미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인간이 에덴 동산에서 타락함으로써 하나님이 독생자를 보내신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천사들이 반역했을 때 하나님은 천지와 인간을 만드셔서 반역한 사단과 그 사자들을 멸하실 계획을 세우셨던 것이다.

하나님은 천지와 인간을 지으셨고,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는 육신을 입고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시고 하늘에 오르셨으며, 하나님 아버지께 구하여 성령을 보내셨으며, 장차 다시 오셔서 성도들을 부르시고, 천년왕국 이후 마귀와 그 사자들을 지옥에 보내시고 영원한 나라로 성도들을 인도하실 것이다.

3. 다시 말해, 성경은 모든 만물이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창조되었음을 말씀한다(골 1:16). 예수 그리스도는 마귀를 멸하기 위하여 보이는 육신이 되셔 이 땅에 오셨다(요일 3:8, 히2:14). 창세 전 인간을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시고(엡 1:4), 어두운 구덩이에 범죄한 그 천사를 가둔 다음 인간을 위한 가시적 환경을 만드시고 마귀 진멸을 위한 전초계획으로 인간을 만드셨다. 즉 피조물인 천사가 권세자이신 하나님께 대적함을 용납지 않으시고(약 1:13) 흑암에 가둔 후 하나님의 형상의 모양대로 창조된 인간을 통해 마귀를 대적하게 만드셨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는 마귀를 멸하기 위해 육신을 입고 오셨다.

그러므로 전통적 신학은 인간 창조 이후 인간 범죄로부터 전개되는, 인류구속사적 하나님의 경륜을 말하지만 베뢰아는 천사 타락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오실 필요가 생겼고 그가 오실 필요에 의해 천지 만물과 인간이 창조되었음을 설명함으로써 [예수 위한 인간] 곧 신본주의로의 사고 전환이 가능하게 되었다.

4. 이러한 베뢰아의 신학적 특성을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필자 나름대로 세가지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본주의적 특성이다. 거의 모든 기존 신학은 에덴 동산에서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관점에서 전개된다. 기존 신학들은 에덴에서의 인간 타락을 시발로 그 구조가 형성되지만 베뢰아는 창세 이전에 마귀의 타락과 하나님의 인간 구원 계획이 있었음을 말한다.

기존 신학의 성경 해석은 전체적으로 하나님의 경륜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비해, 베뢰아의 성경 해석은 철저히 하나님의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인본주의적 성경 해석과 편협한 성경 이해로 인하여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가 현대교회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서나 교회는 신약성경을 닮아야 하고, 성도는 신약교회를 닮아야 한다. 즉 베뢰아는 신약성서적인 베뢰아 운동이다. 베뢰아는 그 이름 자체가 말하듯이 성경을 사랑하고 하나님 말씀의 권위를 존중하는 운동이다.

둘째, 통전적(統全的) 특성이다. 베뢰아는 그 주장이나 이론들이 성서적으로나 신학적으로나 현상적으로 일체를 이룬다는 점이다. 목회 현장이나 강단이 결코 유리되어 있지 않는 생명 있는 주장이요 능력이 따르는 이론이라는 점이다. 베뢰아는 권능의 신학이다.

세째, 영적 특성이다. 이는 성경이 세 영적 존재들 - 하나님, 천사, 인간 - 을 다루고 있음에 주목하여 이에 대하여 자세히 다루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하늘들의 위치를 공간적으로 이해시켜 성서적 우주관을 갖게 하며 이 하늘들에서 이루어지는 영적 존재들의 유기적 활동을 규명한다. 하나님, 성령, 천사, 귀신에 대하여 정확히 알게 하고 영적 싸움에서 이기게 한다.

그리고 원리 면에서 베뢰아신학을 조명하면 세가지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절대실존주의. 베뢰아는 세가지 영적 존재들인 하나님과 천사와 인간의 실존을 믿으며, 세 존재의 유기적인 관계를 다룬다. 성경에는 세 하늘이 나오는데, 베뢰아는 이 하늘들에서 세 존재들이 협력하고 반목하는 것들을 다룬다.

둘째, 절대보편주의. 베뢰아는 소수의 특정인들만이 권능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 않고 누구든지 믿는 자는 권능을 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째, 절대경험주의. 베뢰아는 성령으로 말미암는 체험을 강조하며, 그리스도의 역사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Ⅲ. 귀신의 정체에 대한 연구 -불신자의 사후 존재설

베뢰아는 귀신은 [불신자의 영적인 사후 존재]라고 주장한다. 베뢰아의 이 주장이야말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비판의 표적이 되어 왔다. 이는 김기동목사가 지난 60년대부터 주장해 온 것으로 예수를 믿지 않고 죽은 자가 귀신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베뢰아 마귀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이 주장에 대한 이제까지의 연구를 요약 제시하고자 한다.

1. 어떤 사람들은 마귀론이 베뢰아신학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마귀론 또는 귀신론은 베뢰아 신학체계의 일부일 뿐이다. 마귀론은 하나의 지식의 영역이지 신앙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의 신앙은 유일하신 참하나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에게만 순종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수많은 교회들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능력이 제한되고 있음을 안타까이 여기고 예수께 순종하고 쓰임을 받으며 예수 이름의 권세를 생생히 체험하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2. 김기동목사가 최초로 귀신을 쫓아낸 경험을 김기동목사의 책에서 직접 인용하기로 한다.

무더운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랐을 무렵, 오랫동안 심장병을 앓던 여인이 마침내는 죽고 말았다. 교인들과 함께 그 집에 가서 상가를 지키며 찬송과 기도로 밤을 새웠다. …한밤중에 나는 주님의 말씀이 떠올라 묵상하고 있었다. {주여, 야이로의 딸이 죽었나이다.} {아니다, 그가 잔다.} {주여, 나사로가 죽었나이다.} {아니다, 그는 죽은 것이 아니다. 잔다.} …주님의 말씀대로라면 죽었다고 확인된 자라도 곧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당장에 죽은 여자를 덮은 홑이불을 걷어치우고, 죽은 여자의 뺨을 치며 소리 질렀다. {일어나라!} 그 순간 죽은 여인은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았다. …나는 엉겹결에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간다}라고 하지 않는가? {너 누구냐?} 하고 호통을 쳤더니 {나는 귀신이다. 3년 전 이 앞에서 농약을 뿌리다 죽은 최 아무개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귀신에 대해 성경에서 읽어보긴 했지만, 귀신이 인격적인 실존이라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난생 처음 당한 일이라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죽은 여인은 살아났지만, 그에게 붙은 귀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하여 교회 청년들이 번갈아 가면서 빨리 나가라고 꾸짖고 때렸다. …이, 삼 일을 이렇게 하는 동안에, 기도하는 교인들은 많아졌으나, 그 여자는 몹시 지쳐 갔다. 나는 다시 하나님의 말씀에서 지혜를 구하려고 눈을 감고 묵상하였다. 그러자 하나님의 말씀의 지혜가 떠올랐다.… 주님은 말씀으로 귀신을 쫓으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물매 사람들이 귀신들린 자를 많이 데리고 예수께 오거늘 예수께서 말씀으로 귀신들을 쫓아내시고 병든 자를 다 고치시니}(마 8:16) … 나는 즉시 그녀에게로 갔다. {귀신아 예수께서 너를 저주하셨느니라!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이 여자에게서 즉시 나가라!} 예수 이름으로 꾸짖자 마자 귀신은 즉시 나가고 여인은 완쾌되었다. ([내가 체험한 그리스도의 신유와 거룩한 이적}, 서울:도서출판 베뢰아, 1989, pp. 47-50.)

김기동 목사의 이 최초의 축사(逐邪) 사례는 베뢰아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사례를 통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교훈을 받는 점이 있다.

우리들은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특별한 영역에서는 후진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귀신을 쫓는 일에 관해서는 김기동목사가 누구보다도 더 많고 실제적인 경험을 하였기에 그의 귀신론이 어떠한지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자기의 종래 입장과는 다르다 하여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귀기울여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가 배운 잊지 못할 교훈은 귀신을 예수 이름의 권위로 객관적으로 꾸짖는 것이다. {귀신아, 예수께서 너를 저주하셨다. 나가라!}

3. 사단과 함께 타락한 천사들이 귀신이라는 학설은 복음적인 보수신학자들의 전통적인 견해이다. 이러한 견해를 지지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마귀와 귀신의 이름이 유사성이 있다. 마귀는 {바알세불}(마12:26) 곧 [귀신의 왕]이라고 불리운다. 이밖에도 마태복음 25장 41절의 {마귀와 그 사자들}등의 표현은 귀신을 타락한 천사로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마귀의 나라에서 실제로 마귀가 지배자이며 귀신은 그 수하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것 자체로는 귀신이 타락한 천사라는 분명한 증거가 되지는 못함을 알 것이다.

둘째, 타락한 천사들과 귀신의 활동이 유사성이 있다. 악한 천사들이 하나님과 사람을 대적하여 싸우듯이(계 9:13-15), 귀신들도 사람 속에 들어가 지배하려 한다(마 17:14-18).

귀신은 마귀의 특성을 갖는다. 즉, 이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1) 병을 주며 (마 9:32; 12:22; 눅 4:40), 2) 죽이려 하고(막 9:22), 3) 자신들은 무저갱에 가며(눅 8:31 cf.계 20:1-3), 4) 하나님의 능력 앞에 두려워 떤다(약 2:19).

이것도 귀신이 악한 천사들과 마찬가지로 마귀의 수하에 있으므로(마 12:26), 그들의 활동은 유사할 수밖에 없고 이는 귀신이 타락한 천사라는 증거라 할 수 없다.

이처럼 귀신은 사단과 함께 타락한 천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타락한 천사와 귀신에 대하여 대비적으로 설명을 할 뿐이며, 성경에서 타락한 천사들과 귀신들을 구별할만한 충분한 증거들이 없고 또 그 둘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귀신의 기원이나 정체를 알 수 있는 구절들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

4. 귀신이 타락한 천사가 아니라는 반대적인 증거들이 성경에 있다.

첫째, 천사는 귀신과는 달리 사람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이다. 천사는 그냥 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어떤 형상, 또는 신비로운 육체를 입고 있다. 그러나 성경 어디를 보아도, 본래 천사였던 사단이 가룟 유다 속에 들어 갔다는 요한복음 13:27을 제외하면 천사가 사람 속에 들어간 적은 없다. 그들은 항상 사람 밖에서 활동한다. 그리고 요한복음 13:27 자체도 13:2에 보면 [마귀가 벌써 시몬의 아들 가룟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더니]로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사단의 생각이 그 속에 들어간 것을 의인화하여 줄여 썼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귀신은 병이 있다는 점이다.

[예수께서 무리의 달려 모이는 것을 보시고 그 더러운 귀신을 꾸짖어 가라사대 벙어리 되고 귀먹은 귀신아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 아이에게서 나오고 다시 들어가지 말라 하시매](막 9:25)예수께서는 그 아이가 무슨 병인가를 그대로 무시해 버린 채로 직접적으로 귀신의 병에 대해 폭로해 버리셨다. 그 더러운 귀신은 병 들어 귀먹고 벙어리 되어, 다른 귀신들처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절한 상태로 최악의 저주 가운데서 발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째, 귀신은 육체를 떠나기 싫어한다.

이는 귀신이 과거에 육체가 있었던 존재란 점을 가정하거나, 또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해가 되는 속성이다. 귀신들은 과거에 병 들었던 육체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막 9:17-29, 마 9:32), 육체를 떠나기 싫어하며(막 1:24; 5:7,8), 또 떠났다 하더라도 기회를 보아 다시 들어온다(마 12:43-45).

5. 어떤 이들은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 영혼이라는 주장은 성경의 진리가 아니라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여러 나라의 민속적 신앙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의미에서 베뢰아는 한국의 샤머니즘과 기독교의 혼합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불신자의 사후 영혼설은 고대 희랍을 포함하여 동서고금에 있어 광범위한 영향을 끼쳐 왔다. 초대교회 당시 요세푸스나 필로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초기 기독교 저자들이 이 설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중세의 교리시대를 거치면서 어느새 이는 타락한 천사설로 대치되어 버렸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이나 한국 전래의 귀신관이 대부분 미신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상 문화사적으로 세계각국에 [불신자의 사후 영혼설]이 퍼져 있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번역자들 역시 성서적 귀신관이 샤머니즘의 귀신관과 오해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번역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귀신]이라는 기존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귀신의 정체에 관하여 개역성경이 사용하고 있는 [귀신]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 뿐 성경의 가르침대로 가장 강력한 축사활동을 하고 있는 베뢰아를 가리켜 샤머니즘 운운 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6. 어떤 이들은 불신자의 사후 영혼이 귀신이 될 수 없다는 분명한 이유는 불신자의 사후 영혼이 귀신이 된다는 내용이 성경 말씀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성경에서는 불신자가 죽으면 음부에 가서 고통 중에 있게 된다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고(눅 16:23), 음부에 간 영혼이 이 세상의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내용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눅 16:28). 또 귀신이 어떤 질병에 영향을 끼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질병을 한 가지 공식으로 모두 해결하려는 것은 무리이며, 그 결과 문제가 발생하며, 김기동목사의 목회에 있어 훌륭한 점이 많이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지만 건전한 복음적 신앙생활의 일면에 혼란을 초래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여러가지로 볼 때 베뢰아를 이단이라 규정하기는 무리지만 사이비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비판자들이 이제까지 제기한 모든 의문이나 오해에 대하여 다 대응하려고 시도할 수는 없다. 단지 열린 마음을 지닌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몇 가지만 간추려 보기로 한다.

첫째, 베뢰아는 넓은 의미로 음부 개념을 사용한다. 좁은 의미로는 [음부]가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을 의미할지라도 성경은 [음부]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이 있다. 천사장이 자기의 사자들과 함께 타락하였을 때, 그들을 가두기 위하여 흑암을 만드시고 흑암 속에 그들을 가두셨다(유 6). 베드로후서 2:4은 {하나님이 범죄한 천사들을 용서치 아니하시고 지옥에 던져 어두운 구덩이에 두어 심판 때까지 지키게 하셨으며}라고 말씀한다. 이사야 14장 15절은 {그러나 이제 네가 음부 곧 구덩이의 맨끝에 빠치우리로다}고 말씀한다. 여기서 유다서 6절의 {흑암}, 베드로후서 2:4의 {지옥}, 이사야서 14:15의 {음부} 등이 광의로 {음부}를 말한다.

둘째, 베뢰아는 귀신만이 아니라 마귀와 함께 타락한 천사들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들은 흑암에 갇힌 후부터 마귀를 정점으로 이단의 영, 거짓 선지자의 영, 적 그리스도의 영으로 멸망의 날이 이르기까지 활동하고 있다.

세째, 베뢰아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귀신들림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마귀론에 대하여 한국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메릴 F. 엉거 박사는 [성서적 마귀론(Biblical Demonology, 1952)]에서 불신자만이 귀신 들릴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1971년에 출판한 [성서로 본 신비신앙(Demons in the World Today)]에서는 그리스도인들도 귀신들릴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1977년에는 [성도들을 향한 귀신들의 도전(What Demons Can Do to Saints)]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중대한 죄를 지속적으로 범하게 되어 마귀, 귀신들에게 마음을 개방하게 되면 영적 구원을 받은 신분은 영원히 변하지 않지만,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귀신 들릴 수 있다도 주장하였다.

네째, 베뢰아는 귀신이 결코 예수 이름의 권세 앞에서는 속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귀신은 항상 거짓말을 하며, 베뢰아사람은 귀신의 거짓말을 듣고 속는 자라고 비방한다. 그러면 마가복음 1:24에서 귀신이 예수께 {나는 당신이 누구인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라고 할 때, 그것도 거짓말인가? 물론 귀신은 할 수만 있으면 속이려 한다. 그러나 예수 이름 앞에서 귀신은 자기가 쫓겨갈 따름이지 결코 속일 수는 없다. 베뢰아 사람은 마귀를 대적하고 귀신들을 쫓아내는 사람들이며, 성령께 의지해서 귀신을 내어 쫓는 현장에서 귀신들은 예수 이름의 권세 앞에서 정체를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고 있다. 어느 날엔가 진정 어느 쪽이 귀신에게 속았는지 밝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귀신을 나름대로 쫓아낸 경험을 가졌으나 [불신자의 사후존재설]에는 동의치 못하는 사정을 지닌 이들 중에는, 마귀가 죽은 사람의 이름을 빙자하여 귀신 들린 사람 속에서 활동한다고 말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마귀가 그토록 많은 귀신들린 사람들 속에서 그토록 많은 죽은 사람들의 옛 지식과 생활과 인격을 다 재현할 수 있을 만큼 전지전능한 존재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

7. 이제 귀신이 불신자의 영적인 사후 존재라는 성서적 증거들을 살펴 보자.

첫째, 점과 귀신에 관한 증거이다.

{우리가 기도하는 곳에 가다가 점하는 귀신 들린 여종 하나를 만나니 점으로 주인을크게 이하게 하는 자라}(행 16:16). 여기에서 점하는 귀신 들린 여종이란 곧 신접한 여인을 말한다.

그러면 여기 신접한 여인에게 들려 점하는 귀신의 정체가 무엇인가? {혹이 너희에게 고하기를 지절거리며 속살거리는 신접한 자와 마술사(박수)에게 물으라 하거든 백성이자기 하나님께 구할 것이 아니냐 산 자를 위하여 죽은 자에게 구하겠느냐 하라}(사 8:19) 여기서 {죽은 자}는 누구를 가리키는가? 신접한 자나 마술사(박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귀신들을 말한다. 곧 점하는 귀신들은 죽은 자들이다.

둘째, 제사와 귀신에 관한 증거이다.

{대저 이방인의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 되기를 원치 아니하노라}(고전 10:20)고 함과 같이 이방인의 제사는 곧 귀신에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저희가 또 바알브올과 연합하여 죽은 자에게 제사한 음식을 먹어서 그 행위로 주를 격노케 함을 인하여 재앙이 그 중에 유행하였도다}(시 106:28-29)라고 기록됨같이 사람들의 제사는 죽은 자에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성경은 이방인의 제사를 받는 자를 귀신 곧 {죽은 자}라고 말한다.

세째, 복음서에 나타난 증거가 있다.

{이에 예수의 이름이 드러난지라 헤롯 왕이 듣고 가로되 이는 침례 요한이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도다 그러므로 이런 능력이 그 속에서 운동하느니라 하고 어떤 이는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이가 선지자니 옛 선지자 중의 하나와 같다 하되 헤롯은 듣고 가로되 내가 목 베인 요한 그가 살아났다 하더라}(막 6:14-16). 예수님 당시에도 죽은 자가 산 사람에게 임하여 그 성격을 나타냄으로 능력이 그 속에서 운동하고 있다는 사상이 퍼져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시에 그런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초대교회 당시의 사람들이 귀신은 불신자의 사후 영혼 또는 악한 자들의 영이라고 생각했음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나 실상 이는 오늘날 그 어떤 학설이나 주장보다 더 강력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네째, 성서에 나타난 귀신의 헬라어 표현은 [다이모니온](㄄㄁ㄊㄍㄐㄎㄊㄐㄎ)으로 이것의 정체가 영적인 상태로서 [더러운 영](프뉴마 아카다르톤,ㄑㄎㄅㄕㄍ㄁ ㄁ㄋ㄁ㄉ㄁ㄒㄔㄐㄎ)인 것을 말해 준다. 디도서 1:15에서 {더럽고 믿지 아니하는 자}를 헬라어 특수 문법으로 재해석해 볼 때 {더러워진 자들 곧 믿지 아니하는 자들}임을 알 수 있고, 이런 더러운 자는 아무 것도 깨끗한 것이 없다고 했는데, 이것이 [카다로스(ㄋ㄁ㄉ㄁ㄒㄐㄓ)]의 부정어인 [아카다르토스(㄁ㄋ㄁ㄉ㄁ㄒㄔㄐㄓ)]인 [더러운] 상태라는 것을 설명한다.

인간이 몸을 벗어난 것이 죽은 것인데(첫째 사망) 그 남은 영혼은 프뉴마(ㄑㄎㄅㄕㄍ㄁)로서 여기에 [더러운]이라는 형용사 [아카다르톤(㄁ㄋ㄁ㄉ㄁ㄒㄔㄐㄎ)]으로 수식하면 [아카다르톤 프뉴마(㄁ㄋ㄁ㄉ㄁ㄒㄔㄐㄎ ㄑㄎㄅㄕㄍ㄁)]가 된다. 이것이 성경의 귀신에 대한 원어적 설명인 {더러운 귀신} 곧 [아카다르톤 프뉴마]와 일치된다. 그러므로 불신자의 사후 영이 귀신임을 귀납할 수 있다. 모든 천사는 몸을 갖지 않는 영적 존재이며 장가도 아니가고 시집도 아니가는 존재로 {아카다르토스(㄁ㄋ㄁ㄉ㄁ㄒㄔㄐㄓ)}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이상에서 주목할 것은 이 이론은 직접적으로 귀신의 정체를 성경 구절들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8. 귀신이 불신자의 사후 존재임을 실제적 증거들을 통해 확증할 수 있다.

김기동목사는 전국에 걸쳐 전도집회 및 부흥회를 인도하며 1966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는데 특히 1968년부터 약 3년 간 카드작성을 통해 8,000명에 대해 통계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귀신은 반드시 죽은 불신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생전의 주소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또 귀신 들린 자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는 주소도 알고 있다.

둘째,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사후 구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예수를 믿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보았다고 하는 주장은 단 한 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불신자의 사후 영혼은 서로가 보았다고 말했다.

세째, 모두가 불신자의 사후 존재라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단 한 건도 예수 믿고 죽었다고 고백하는 귀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사한 경우는 그가 예수를 믿었으나 자살했다는 것과 예수를 믿었으나 자기 어머니의 신앙을 저주하고 방해한 후 죽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있었다.

네째, 귀신은 생전에 신앙생활하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통곡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귀신은 심히 통곡하고 떠났다.

이상은 더 이상 김기동목사만의 경험이 아니며 베뢰아사람들이 오늘날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바이다.

Ⅳ. 맺는 말

주 예수께서는 공생애 시작부터 마지막 때까지 귀신 쫓고 병고치시다가(막 1:23-28, 눅 13:32) 십자가에 달리시더니,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 직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권능을 약속하시고 믿는 사람은 귀신 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놀라운 예언을 해 주셨다(행 1:8, 막 16:17).

오늘날 귀신들린 자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은 사단의 왕국에 대한 도전이며(막 3:23-27), 이 귀신을 쫓아내는 권위는 전도하라는 주 예수의 분부와 동등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막 3:14이하).

예수 그리스도의 케리그마는 하나님의 나라였으며(막 1:14,15),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는 일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증거가 된다(마 12:28).

귀신 추방 곧 축사는 하나님의 뜻이요, 예수의 주된 사역 중 하나이며, 믿는 자에게 남겨진 주님의 명령이요 부탁이다. 이것은 어디서든 복음 선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사역이다.

기도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능력을 주시며 어느곳 어느때라도 기도하는 목회자는 귀신 들린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귀신을 쫓아야 할 현장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일은 힘이 들고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영혼을 맡은 목회자로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든지 믿는 자는 귀신을 쫓는 권세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목회자는 귀신을 쫓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귀신을 많이 쫓는 중에 베뢰아의 마귀론을 보다 더 생생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교인들 중 귀신 들린 자를 위하여 기도를 시작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귀신을 쫓는 것은 단순한 개인적인 기복행위가 아니라 사단의 나라를 쳐부수고 승리하신 예수의 복음의 영광을 드러내는 전도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