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속 축제와 감사절

1. 축제의 필요성

현대인의 풍요는 인간의 내적 발전에서 온 결과가 아니라 외적 변화의 결과에서 온 것이다. 인간이 가난할 때는 성공과 부귀를 찾아 헤메였으나 현대인은 오히려 자유와 구원을 갈망한다. 산업사회에서의 인간의 삶은 점점 메말라 간다. 현대인의 거대한 조직과 체계는 만물의 영장이던 인간을 세포화 내지는 왜소화 시킨다. (기능인)으로서의 현대인은 항상 (유용성)이라는 효용 가치에서 평가된다.

실존주의자들은 인간을 죽음이나 불안, 죄책이나 투쟁과 같은 절대상황 속에 몰아넣고 위협애 왔으며, 이상주의자들은 인간의 어깨에 많은짐을 지우고 빨리 달리라고 재촉했다.

게다가 신학마저도 (미적 범주)를 별로 주목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인간에게는 기쁨이나 환희가 없어지게 되었다. 인간을 좀더 웃고 즐기는 지평 위에서 바라보아야 하겠으며, 태양이 비치는 초원 위로 구출해 내어야 하겠다. 근래에 와서 자기 통제와 반성의 면에서 고도로 훈련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나 남미의 원주민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면서, 자기들의 문화적 장식을 한 몸짓이 얼마나 초라한가를 느끼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무수한 문화적 형식주의의 껍질을 뒤집어 쓰고 부자유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 특히 종교개혁 이후 내면적 개체화나 서구 민주주의의 개인주의적 영향은 산업사회에서 노동으로 인한 축제의 상실자들에게서 미적 자유를 앗아가 버렸다. 여기에서 다시 몰트만의 '놀이의 신학'이나, 호이징가의 '유희인(Homo ludens)'이나 콕스의 '바보제(The Feast of Fools)'나, 샘 킨의 '디오니소스적 신학선언' 같은 것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몰트만은 바르트를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중에서는 하나님을 감히 아름답다고 한 유일한 신학자라고 한다. 하나님의 주권을 윤리화하고 하나님을 엄숙성과 성실성에서만 이해해 왔으므로 그러한 하나님 앞에서는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으며

춤출 수 없다. 몰트만에 있어서는 (유희의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는 (신의 영광의 극장)이며 (자유로운 유희의 실험장)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하나님의 유희에 그 근거를 두며, 부조리의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긍정)이었으며 위대한 웃음이었다. 해방되고 자유인이 된 신앙인은 환희와 놀이를 미래적 구원의 선취와 前戱로 보아야 하며, 미래에 올 삶의 예광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역사의 종말은 싸움과 승리, 노동과 성공 등과 같은 율법적인 것이 아니라, 율법에 예속된 모든 것에서 자유로운 날개를 달고 (하나님의 기쁨)을 향해 나르는 해방일 것이다.

기능성과 효용성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자신의 무익성, 무력성을 발견하게 되면 그는 절망하게 된다. 이러한 신학적 관점에서는 하나님마저도 일하는 하나님(Deus faber)이 되어 버린다. 그 결과는 하나님을 (문제의 해결자), (구멍을 메꾸어 주는 분)으로 전락시킨다. 이렇게 되면 장차 공업시대 후기사회에서는 인간의 궁핍과 문제가 줄어들 것이므로 하나님의 좌석은 축소되고 말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의 직업관과 노동관은 사람을 근면하게 만들고 생산성을 높여 주기는 했으나 인간을 여유 있게 웃을 수 있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너는 즐기기 위해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청교도 윤리는 사람들을 근엄한 금욕주의적인 자기 제어로 끌고 갔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공작인(homo sapiens)이기 이전에 축제(homo festivus)인이며 환상인(homo fantasia)이다. 하아비 콕스는 초대교회 예배에서 춤을, 중세 교회의 바보제 행사에서 축제와 환상의 요소를 다시 살려 메마른 현대 문화에 활력소를 다시 불어 넣어야 한다고 했다. 호이징가나 까이요와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양태를 유희하는 존재(homo ludens)라고 하였다.

샘 킨은 말하기를 아폴로적 신학의 하나님은 빛의 신, 젊음의 신, 순결과 책임성의 신, 질서와 훈련과 균형의 신을 대표한다고 했다. 이러한 신은 분석적이요 분리적이다. 거기에 비해 디오니소스적 신학의 하나님은 다듬지 않은 야생의 신, 무세련, 무기교의 신, 추수와 술의 신, 계절 순환의 신, 정열과 황홀의 신이라고 했다. 그러한 신은 종합적이요, 포용적이다.

아폴로적 정신이 서구 문명을 지배할 때 과학 기술을 낳았고, 분석하고 분류하고 분리했으며, 지식과 환경을 통제하고, 법칙과 규제를 창안해 냈다. 거기에는 도덕과 부도덕, 가능과 불가능, 가시와 불가시, 신과 인간, 나와 너가 갈기갈기 분리되었다. 그러나 디오니소스적 정신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에고보다는 이드를, 한계를 긋기 보다는 한계를 제거하는, 형식을 주기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격식보다는 활력을 더 치중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의지나 지식이 중시되기 보다는 느낌이나 감각이 중심이 된다.

산업화, 다원주의, 문화적 자의식은 인간에게 책임의식, 생산성, 주도면밀을 강요했고 따라서 축제성의 하강을 초래했다. 그 결과 후한 인심의 박탈, 타산적 인간 관계, 신화의 소실, 하나님의 죽음 및 퇴위를 초래시켰다.

2. 축제의 토착화

우리는 축제로 하나님을 즐거워하며 우리의 환무로 하나님께 예배드려야 하겠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 정립시키고 있는 축제의 형식은 대부분 외래적인 것이다. 카니발이나 가장행렬이 축제의 원형일 수 없다. 축제가 민족적 연원을 가지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방 축제에서는 지역 공동체에서 자생한 축제적 공감과 영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없다. 토착화된 기독교의 축제가 요청된다.

토착화의 문제는 60년대에 너무나 많이 논의되었으므로 지금은 오히려 진부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를 다시 확인하고 갈 수 밖에 없다.

첫째로, 토착화를 논할 때는 엘리트를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엘리트란 항상 외래적인 것을 알고 즐기는 계층이며 코스모폴리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토착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신도 대중 속이다. 축제도 상업화된것 보다는 민속적인 것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로, 토착화 논의는 과거 지향적인 퇴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또 토착화 현상을 놓고 정통이니 이단이니 하는 단견으로 비판을 서둘러서도 안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어느 종교도 다른 문화권에 들어갈때 토착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기독교 선교사상 두 가지 실패의 경우가 있다. 하나는 중국에 들어갔던 경교 (Nestorian)이요, 또 하나는 북아프리카에 들어 갔던 기독교다. 실패한 이 두 경우의 주요 원인은 남의 문화권에 들어가면서 토착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세째로, 우리는 토착화의 성격 자체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토착화의 과정은 종자와 토양의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외래 종교는 종자요 재래문화는 토양이다. 씨와 토양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일방적인 적응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같은 씨라도 토양에 따라 결실이 다르다. 같은 불교의 씨가 떨어졌지만 토양이 다르므로 중국의 불교와 한국의 불교가 다르다.

불교의 경우 : 불교는 한국에 들어온 최초의 외래종교였으며 토착화한 최초의 종교이다. 한국 사찰의 어디를 가든 칠성각 아니면 산신각이 대웅전 뒷 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延命과 생산과 수호를 주관하는 재래 무교의 산신과 도교적인 칠성을 함께 모신 신각이다. 따라서 한국 재래의 신앙은 불교 신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고려시대의 팔관회와 연등회의 경우를 보자. 팔관회는 그 명칭이 뜻하는대로 불교적 수법의 하나이다. 즉 부처의 가르침을 따라 하루낮 하루밤 팔계를 엄수하는 평신도들의 수양법회였다. 그러나 고려 시대의 팔관회는 실상은 금욕적 법회와는 관계없이 옛날부터 지켜오던 가을의 제천의례를 되풀이 하는 것이었다. 이름은 불교식인데 내용은 술마시며 노래와 춤으로써 "천령과 명산대천 및 용신에게 제사드리는" 재래의 민족제전에 불과했다. 따라서 도를 닦는 불교법회라기 보다는 복을 비는 무교적 굿이었다.

봄의 연등회 역시 본래는 부처에게 드리는 등공양이요 법회였다. 그러나 그 내용은 노래와 춤으로써 삼계의 신령들에게 제사드리고 복비는 재래적인 제례의 연장이었다.

기독교의 경우 : 기독교의 토착화란 초월적인 진리가 일정한 역사적 정황 속에 자신을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을 변화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말은 타협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마치 누룩이 반죽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 형태를 흐트려 없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누룩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누룩은 반죽을 변질시키고 새로운 질의 것을 (창조)한다.

물은 둥근 용기에 들어갈 때는 둥글게, 모난 용기에 들어갈 때는 모나게 변형한다. 그러나 물의 본질은 변한것이 아니며 어디든지 들어가 그 용기에 충만감을 주는 것이다. 복음이 헬레니즘의 문화권에 가서는 희랍의 로고스 개념을 채택하여 그것이지닌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전 시켰을 뿐 아니라 이를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개념으로까지 승화시켰다. 예수는 일정한 문화적 역사적 정황 속에 태어 나셨다. 복음의 토착화의 모델은 수육이다.

복음의 토착화에는 기존문화와의 (접합)의 문제와 동시에 그 문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재창조)의 문제가 있다.

접합문제 : 먼저 접합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추석과 감사절과의 관계가 떠오른다. 추석은 우리 민족의 이대 명절이다. 추석은 햇곡식을 얻은것을 감사하며 조상들의 묘소를 찾는 날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민족적 축일과는 상관 없이 따로 그들의 축일을 정하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11월 세째 주일을 전후하여 추수감사절을 지키고 있으며, 카톨릭에서는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지키고 있다. 한국교회는 서구적 전통이나 미국 문화와의 유대는 보전하면서 자기의 선교 대상인 한국 문화와의 접합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현실이다.

재창조 문제 : 문화는 복음과의 접합관계를 맺을 때 그 문화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마련이다. 이교적 축제일에 복음이 들어가서 크리스마스라고 하는 새로운 명절이 재창조된 것이다. 동지를 지나 3일째가 되는 12월 25일부터 해는 길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옛 서방에서는 이날을 태양탄생제로 지내왔다. 그러던 이교 축제일을 4세기에 이르러 그리스도교인들은 의의 태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탕일로 이 날을 택하여 축하하게 되었다. 즉 12월 25일이 새로운 의미로 재창조된 것이다.

3. 히브리 사람들로부터 배울 점

히브리인들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백성으로 알려졌으나, 그들이 축일을 제정한 정신과 과정을 보면 상당히 습합종합적(syncretic)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

유월절 : 1월 14일에 시작되는 유월절 역사를 보자. 초기 이스라엘 족장들은 짐승으로 희생제를 드렸는데 이것은 봄이 되면 초원에서 정착지로 이주하는 유목민에서 온 풍속이다. 이 계절은 양이 새끼를 치는 계절이다. 그래서 좋은 양을 잡아 희생제를 드리고 더 많은 양새끼들을 얻으려고 빌었다. 이러한 이교적 풍습이 이스라엘의 야훼 신앙과 접합될 때 출애굽 사건과 연결되었다.

무교절은 가나안 농경지의 절기로서 햇곡을 신께 드리는 제사였다. 본래 가나안 농경민의 축제이던 것을 이스라엘 사람들이 야훼와 관련시켰으며 출애굽 사건과 결합시켰다. 본래 보리의 추수가 시작되는 1월에 7일간이나 거행되었는데, 야훼 종교는 출애굽 순간에 가지고 나온 누룩없는 떡과 관련시켰다.

오순절 : 오순절은 유월절이 지나 50일째 되는 날에 거행되는 축제이다. 유월절 때 농사를 시작하여 50일이 되면 빠른 조생종은 첫 열매를 내기 때문에 초실절(Feast of first Fruits)이라고도 한다. 또 오순절을 칠칠절이라고도 하는데 밀을 추수하는 가나안 원주민들의 계절 축제였다. 이 절기가 처음에는 야훼 신앙과 별 관계가 없다가 P기자가 시내산 사건을 칠칠절에 일어난 것으로 관련시켰다(출 19:1 참조).

장막절 : 장막절은 본래 수장절(Feast of Ingathering)로서 가나안 농경민의 세번째 축제였는데, 역시 이스라엘이 채용하여 야훼와 관련시켰다.이 때는 농사가 다 끝나는 7월 중순으로서 마지막 곡식을 다 거둬들이고 타작의 수고와 포도즙을 짜는 일을 끝마친 다음에 거행되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일년 중 가장 즐거운 절기였다. 또 장막절을 초막절(Feast of Booths)이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가나안 농부들이 포도를 추수할 때 들에 막사를 짓고 일하던 것을 출애굽 사건과 관련시켜 탈출후 광야에서 처음으로 천막을 친 것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3대 축제에는 속하지 않으나 소축제로서 부림절(Feast of Purim)이 있다. 이것은 페르샤의 봄놀이에서 온 것이다. 제2이사야는 페르샤의 배화교(조로아스터교)에서도 종교적 사상을 배워 야훼 종교에 도입시켰다. 과거에는 범좌와 심판의 관련 속에서만 유대교가 선포되었으나 제2이사야는 배화교의 빛과 어두움, 밤과 낮의 사상에서 새로운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이방 종교의 사상이나 제서의식을이스라엘 백성이 야훼종교에 도입, 재창조하는 길을 통하여 세계와 인류를 위한 종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4. 감사절과 추석

감사절은 각 민족마다 그들의 역사적 경험과 계절 제의에 맞게 설정하고 있다. 영국은 8월 1일 Lammas Day를 추수감사절로 지켜왔었다. 그날은 햇곡으로 빵을 만들었다(카톨릭에서 이날은 베드로의 투옥과 기적적 놓여남을 기념하는 날이다). 스위스의 개혁파교회에서는 Herbst-Communion을 9월에 지키고 있다. 독일 복음주의 교회는 성 미가엘의 날(9월 29일) 다음의 첫 주일을 감사절로 지키고 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 피나는 고생 끝에 추수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 감사절의 기원으로 되어있다. 그것이 미국의 국경일로 정해진 것은 그들이 독립하던 1789년의 일이다. 와싱턴 대통령은 11월 26일을 감사절로 제정했지만, 그후 링컨때는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바꾸었고, 루스벨트는 1939년에 또다시 11월 세째 목요일로 고쳤다. 그러나 많은 주에서 이 날을 따르지 않았던 실례가 있다. 한국 교회가 11월 세째 주일을 전후하여 감사절을 지키는 것은 미국의 전통에서 온 것이며 그것은 미국 선교사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미국인과는 다른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미국적 전통에 따라 감사절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민족의 추수제가 있다. 전국민은 추석을 감격스럽게 지키고 있는데 유독 교인들만 문화적 유대를 외면하고 미국 전통을 따르고 있으므로, 거기에 민족적 유대감이 있을 수 없다. 감격과 흥분이 있을수 없다. 오히려 감사절 헌금을 강요당하는 교인들은 마음껏 바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마저 있어서 반축제적일 때도 있다. 한국교회가 미국 전통보다는 오히려 구약성서의 전통을 이어 받는 편이 바람직하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일러라. 너희는 칠월 보름부터 칠일간 초막절을 지내며 야훼께 예배드려야 한다"(레 23:33-34). 여기서 7월 보름은 추분에 가까운 만월이므로 현재의 음력으로는 팔월 보름 즉 추석이리라 추정된다(유동식, 민속종교와 한국문화, p.134).

이미 서울의 경동교회를 위시하여 몇몇 교회가 추석을 감사절로 지키고 있다. 즉 추석 다음에 오는 주일을 감사절로 지키고 있다.

시기적 고려 : 역사적으로 보면 신라의 嘉俳 길쌈졸이나, 고려의 석전놀이나, 조선조의 여러 놀이, 예컨대 줄다리기, 불놀이, 차전놀이 등은 다 계절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행해졌다. 그 이유는 그 시가가 놀이를 가지기에는 적절한 때이기 때문이다. 추석이 지나면 벼를 베고 탈곡하고 저장하는 과정이 겨울까지 계속되지만, 추석 때는 여름의 고된 논매기가 끝나고 누렇게 파도치는 들판을 바라보는 기쁨과 여유가 있는 계절이기도 하여 축제를 가지기에는 적절하다. 현행 감사절은 대림절과 붙어 있고 성탄절과 너무 가까운, 부활절과 성탄절 사이의 배치 간격상 불편한 점이 있다.

축제성의 고양 : 현행 감사절에 대해서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전축단계가 없다는 것이다. 부활절 앞에는 사순절 고난주간이 있고, 성탄절 앞에는 대림절이 있어서 축제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워밍업이 있는데 반하여, 감사절에는 그러한 시기가 없다. 또 부활절에는 연합 새벽예배와 같은 초교파적 행사가 있다. 성탄절에도 메시아 합동詷연과 같은 행사가 많이 있는데, 감사절에는 크게 눈에 띄는 연합 행사가 없다. 개교회도 헌금목표액 달성에만 전신경을 집중시킬 것이 아니라 좀더 신나고 기뻐서 신도대중의 파토스가 폭발할 수 있게 창안되어야 하겠다. 축제 분위기를 고양하기 위하여 한복도 입고, 공동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고, 기념행사도 하여, 무언가 떠들썩하게 지나는 것이 요청된다.

5. 우리 전통에서 배울 점

야훼 종교가 가나안의 축제를 영입하여 새로운 의미의 축제로 재창조 했듯이 우리도 우리의 전통에서 장점들을 영입하여 기독교화 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교회는 한국교회와 비길 때 토착화 작업이 훨씬 뒤떨어진 교회이지만, 그래도 1월 1일을 크게 기념하고 예배드리는 풍속은 불교로부터 영입한 제도라 하겠다. 일본 사람들은 양력 설날, 절에 가서 장사가 잘 되고 재액이 없도록 돈을 던지며 기원한다. 절에 가서 절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신도의 신궁이나 기독교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한다.

종교적 행사와 놀이의 융합 : 앞에서 지적했듯이, 팔관회나 연등회가 종교적 행사이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놀이요 축제였다. 환언하면 종교적 제의와 놀이의 성격이 공존병행하고 있는 점이다. 성과 속을 일원적으로 파악하던 민족적 심성이 반영되어 있다. 영신 과정이 조용하고 경건하게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신을 맞이 해 들이고 그 신을 (즐겁게 놀게 하는)娛神과정에서 제의와는 또다른 연희적 성격이 융합되어 있었다.

무교에 있어서 굿은 종교적 행사이면서도 마을 전체의 축제요 구경거리였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구경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굿이 끝날때는 술과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음으로 친교하는 일종의 거룩한 교제를 가지는 것이다. 기독교는 무교가 가지고 있던 (종교의 오락성)에서 배울 바가 있다. 옛날 시골의 크리스마스는 불시자에게까지 오락이요, 구경거리였다. 지금도 교회에 나오는 날은 예배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오락이 되어야 한다. 친구도 만나고 즐겁게 담소하고 먹고 마실 필요가 있다. 그래서 도시 교회에서는 교회 울타리 안에서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실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마이 카 시대가 오면 올수록 교회에 나가는 것이 오락적 의미까지 주지 않는다면, 주일날 젊은이들이 야외로 나가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축제의 카오스 性 : 축제는 본질적으로 카오스 성을 가지고 있다. 질서 정연한 축제는 소수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지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부여에서는 국중대회가 열리면 "大會連日飮食歌舞.....行人無晝夜好歌吟音不絶"이라 탖고 고구려 역시 "其民喜歌舞.....暮夜男女群緊相就歌戱"라 하였다. 세이 무천도 10월에 하늘에 제사드리고 "晝夜飮酒歌舞"하는 것이었다. 마한에서는 5월과 10월에 제신할 때면 "무리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시는 데 밤낮 쉼이 없었다"고 한다.

고대 제의의 종교적 경건성이 노래와 춤, 고기와 술로 고조될 때 난장판의 오르기(orgia, orgy)상태가 되고 그 카오스적 상태에의 몰입과 융합이 있은 후 다시 소생하는 것은, 혼돈에서 질서가 부여되는 창세기적 우주창생(cosmogony)의 과정을 모방한 것이다. 이와 같은 엘리아데(M. Eliade)적 해석은 삼국유사 가락국기의 수로왕 강신 전설이나 허비와의 신혼담에도 나타난다.

축제를 경건성에 위배된다고 하여 너무나 조용히 지낸다거나, 경제적 시간적 낭비라고 하여 효용면에서만 진단할 때, 축제의 방향은 정립할 수 없다. 근래에 와서 (조용히 크리스마스)캠페인이 고조되지만 필자는 반대다.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관제 축제는 크게 떠벌이면서 기독교의 축제만 조용히 지내라는 것은 무리다. 상업주의의 오염을 두려워하는 의도는 납득이 가나,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의 축제를 불신자까지 동축해 준다는 것이 나쁠게 없다.

여기서 (예배의 축제성)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찬송가의 예배찬송에는 노래와 춤으로 하나님을 경배하자는 가사가 많이 있다. 개편찬송가 6장, 7장, 8장, 10장, 11장, 19장, 28장.....을 위시해서 "기뻐 뛰며" 주를 본다는 548장에 이르기 까지 예배의 축제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시편은 많은 부분이 찬양과 송축과 춤이다. 그들은 비파, 거문고, 열줄 거문고, 소고, 북, 통소, 소의 뿔, 나팔(트럼펫), 제금, 피리, 즉 현대어로 표현하면 현악기 관악기를 총 동원하여 예배를 드렸다. 히브리인은 온통 (춤의 백성)이다. 문화인의 예배는 극도로 세련되어 질서정연하지만 춤과 축제의 분위기를 제거해 버림으로써 시적 환희와 심층심리학적 (acting out)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구원감은 (순간적이요 축제적인 분위기에서) 경험된다.(Rosemary Ruether). 우리는 세례요한을 떠나 "내 기쁨이 너희안에 충만하게"하시려는(요 15:11) 예수께 돌아와 예수 안에 우리는 기쁨의 삼매경을 경험해야 한다.

공동식사 : 근래의 축제는 가족단위 행사로 되어버리거나, 상업주의에 이용되어 버려서 (보는 축제)이지 (몸으로 참가하는 축제)가 아니어서 공동체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다. 히브리인은 희생제를 드릴 때 가장 좋은 부분은 제단에 불살라 드렸고 그것이 끝나면 공동식사가 시작되었다. 제사장 몫으로 가슴 부분과 오른 쪽 정강이를 떼어낸 다음, 참배자들은 온 가족이 초청한 나그네와 함께 거족적으로 교제하였다. 우리 조상들도 축제 때는 함께 먹고 마시며 함께 즐겼다. 또 이것은 사도행전에 나타나는 초대교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교회 건물에는 주방도 있어야 하고 식당이나 친교실이 꼭 있어야 한다.

축제성과 관련하여 음료수를 생각할 때 초대교회가 마시던 포도주의 부활이 요청된다. 미국에서는 감사절에 칠면조 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마신다. 한국교회의 금주 전통은 미덕이다. 그러나 감사절과 같은 축제에는 성서적인 음료수, 바울이 디모데에게 권하던 음료수(딤전 5:23)를 마시는 것이 좋겠다. 아니면 무언가 흥을 돋울 만한 음료수의 개발이 요청된다. 토착화 작업은 쉬운것 같으나 신앙의 입장에서 보면 깊이 사고가 필요한 작업이다. 우선 쉬운 문제부터 접하여 본 것이다. 복음적인 교단에서라도 이 작업을 이시대에서 묵과할수 없는 문제이다.

땅과 거기에 가득찬 것들은 주의 것이기에 더러운 것이 없다.(고전 10:25-27).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직은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필자는 자신이 엄격한 금주가임을 밝히면서 조심스럽게 제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