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이란 공부(公府)의 안독(案牘)이란 뜻이다. 안독은 정부가
정한 법도이기 때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준수해야 하며 만일 이것을
어기면 처벌하는 것이 공부의 안독이다. 이런 의미에서 선종의
조사들이 정한 법문을 공안이라 했다. 즉 모든 사람이 다 통하는
불변의 법문으로서 때와 근기(根機)에 따라 자유자재로 제시하는
공법(公法)이다. 그래서 일명 칙(則)이라 한다. 참선자들을 위한
공정(公定)한 법칙 즉 선지식들이 인정한 이법이란 의미에서
공(公)이고, 그 이법에 따라 정진하면 반드시 선의 대요를 체득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안(案)이라 했다.
<규봉광록산방야화(圭峰廣錄山房夜話)>에서는 '공이란
고덕(古德)이 도를 행한 흔적으로서 천하의 도를 보이는 지극한
이법이고, 안이란 고덕이 보인 진리를 기록한 올바른
글월이다.'라고 했다. 공안이 부처님 때부터 사용된 것은 아니다.
후대에 부처님이 '염화'란 공안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사실은 달마대사 때부터 사용되었다. 즉 달마가 양무제와 나눈
대화가 공안으로 구성되어 있고, 2조 혜가선사와의 문답도
공안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황벽선사때부터 공인되었다. 공안은
문답이 특징이다. 문답을 통해서 지적인 것.논리적인
것.설명.해석.교훈 등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선종의 종지는
실제로 수행하는 것이다. 부질없는 이론이나 어떤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수행을 통해 자기의 자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안은 깨달음에 이르는 수단과 방법에
불과하다. '깨침'을 열려면 공안을 이용하여 직접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안에는 1,700의 공안이 있다. 이 숫자는
<경덕전등록>에 1,701명의 수행 이력을 수록했기 때문에 유래된
것 같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일상생활 자체가 공안이라고 볼
수 있다. 공안은 '깨침'을 위한 의문인데 우리의 일상생활이
의문이기 때문이다. 공안은 일명 화두(話頭)라 한다. 화두란
말은 '말머리'란 의미다. 우리나라에선 공안보다 화두란 말로
통한다.
제목 : 관정(灌頂)
범어 abhisecana 또는 abhiseka의 번역이다. 불교에 입문할 때
물이나 향수를 정수리에 뿌린다는 의미이나, 원래는 인도 제왕의
즉위식 및 태자 책봉 시에 정수리에 바닷물을 뿌리던 의식이었다.
불교에서는 보살이 십지 중의 제9지에서 제10법운지로 들어갈 때
제불(諸佛)이 지혜의 물을 입지자(入地者)의 정수리에 뿌림으로써
법왕(法王)의 직책을 받았음을 증명한다. 이것을 수직관정이라
한다. 또한 십주의 제 10위를 관정주라고 한다. 혹은
<대사(大事)>의 보살 십지 중 제10지를 관정지라고 한다.
관정위는 이외에도 등각위를 지칭할 때도 있다. 밀교에서 행하는
관정을 총칭하여 관정.밀관(密灌)이라 한다. 밀교에선 관정을
중요시해서 여래의 상징인 오병(五甁)의 물을 제자의 정수리에
뿌리는데 이런 작법에 의해 부처님의 법위(法位)를 계승시킨다고
한다. 관정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① 결연관정 :
사람들에게 불연(佛緣)을 맺어주기 위해 행하는 관정 ②
학법(學法)관정: 밀교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때.장소.사람을 가려 법을 밝혀 주려는 관정 ③ 전법(傳法)관정
: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아사리의 지위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대일여래의 밀의를 전하는 관정을 말한다. 그리고 전법관정은
다시 3가지로 분류된다. 즉 1) 인법(印法)관정 2) 사업(事業)관정
3) 이심(以心)관정을 말한다. 관정을 행하는 방을 관실이라 하고,
관정을 받는 것을 수관이라 한다. 관정할 때 주는 인계(印契)와
다라니를 관정인명(灌頂印明)이라 한다. 진언종에서 수계할 때는
모두 관정을 행함으로써 진언의 삼매야계를 받는데 이를
수계관정이라 한다. 관정할 때 관정을 받는 사람의 재액을 없애고
실지(悉地)를 이루기 위해 향.꽃 등 각종 공양물을 태우는데
이를 관정호마(灌頂護摩)라 한다. 수법(修法)의 횟수나 공물의
숫자는 다양하지만 동밀(東密)에서는 금강계의 수법이 끝난
초후야(初後夜)의 중간에 호마를 행하는데 이를 중간호마라 한다.
제목 : 교판(敎判)
교상판석(敎相判釋)의 줄임말이다. 교판이란 말 이외에도
교상(敎相).판교(判敎).교섭(敎攝)이란 말로도 사용된다. 경전의
설법 순서.방법.형식이나 설법의 의미.내용 등에 따라 교설을
분류하여 체계화함으로써 부처님의 참된 의도를 명확하게 정리한
것을 말한다. 즉 불경은 그 수가 매우 많고 설법의 방법이나
교설의 내용도 다양해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40여 년 간 설한
가르침은 각 경전마다 내용이 다양하고 설교의 방법이나 순서도
다르다. 때문에 모든 경전의 개별적인 체계를 정리하고 가치를
정하여 부처님의 진실한 의도를 분명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에 교상판석이 방법론으로 등장했다. 경전 중에서
대승경전과 소승경전의 구분,<능가경>의 돈교와 점교의 구별,
<화엄경>의 삼조(三照), <열반경>의 오미(五味), <해심밀경>의
삼시(三時) 등의 구별이 교상판석의 단서가 되었다. 인도에서는
<대지도론>의 삼장(三藏)과 마하연, 현로(顯露)와 비밀의 구분,
<십주비바사론>의 난행도와 이행도의 구분을 비롯하여
계현(戒賢).지광(智光)의 삼시교(三時敎)설 등의 교상판석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개 설법내용의 심천(深淺)에 따른 분류였으며
설법형식에 따른 분류는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일체의 경론이
성립 순서와 상관없이 동시에 번역되고 연구되었으므로 다양한
교설 중에서 자신이 신봉하는 가르침의 교의적인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교설의 체계화가 요청 됐다. 이것이
중국불교에서 교상판석이 발달한 이유다. 교판은 남북조시대에
특히 성행했고, 수.당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판론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는 지의의 오시팔교론.길장의 이장삼륜론.규기의
삼교팔종론.법장의 오교십종판이 있고, 도작의 성도문(聖道門)과
정토문의 2문판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의 원효는
삼승별교(사제.연기). 삼승통교(반야경. 해심밀경).
일승분교(영락경.범망경). 일승만교(화엄경.보현경)의 4교판을
세웠으며 <대품경> <법화경> <열반경> <화엄경>을 모두 최상의
가르침으로 간주했다.
제목 : 권실(權實)
권(權)은 권모(權謀).권의(權宜)란 의미로서 일시적인 임시변통의
수단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실(實)은 진실불변(眞實不變)이란
의미로서 영원히 변함없는 궁극적인 진실을 말한다. 권은
선권(善權).권방편(權方便).선권방편(善權方便).가(假).
권가(權假)라고도 하고, 실은 진(眞).진실(眞實)이라고도 한다.
합하여 권실.진가(眞假)등이라 하고, 대칭적으로는 권교(權敎)
실교(實敎).권지(權智).실지(實智).권인(權人).실인(實人)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한다. 실교는 스스로의 깨침 그대로를 터놓은
궁극적인 근본 가르침을 말한다. 권교는 남을 실교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지만 일단 실교에 이르면 진실지.
(眞實智).여실지(如實智)라고도 부르며, 참답게 사물을 분명히
아는 지혜를 말한다. 권지는 방편지(方便智)라고도 하는데 남을
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으키는 지혜를 말한다. 실인은
실재하는 사람이란 의미로서 불변의 주체적 인격 즉 불성.법성.
자성.여래성.법신등을 일컫는 말이다. 권인은 권화(權化:
교화의 방편으로 각종의 모습으로 시현되는 것)하는 사람 즉
부처님이나 보살 등이 남을 인도하기 위해 임시로 사람이나 범천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천태종에선 <법화경>에서
설하는 원교를 실교라 하고, 여타 경전의 교설 즉
장(藏).통(通).별(別) 세 가지를 권교라 하는데 이것을
삼권일실(三權一實)이라 한다. 그 관계를 연꽃의 3가지 비유로
표현하여 위실시권(爲實施權).개권현실(開權顯實).
폐권입실(廢權立實)이라 하며, <법화경>에선 비로소 권(權)이
되는 이유가 밝혀지고 진실이 나타난다고 한다. 부처님의 깨달음
자체에서 말하자면 권교와 실교란 평등하므로 권실동체
(權實同體)라 하고,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수행이나 깨닫는 바가 다르므로 권실이체(權實異體)라 한다.
중국에서 발달한 천태교학.화엄교학.선종의 이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후대의 체(體).용(用)의 개념과도
유관하다.
제목 : 다라니(陀羅尼)
범어 dharani의 음역이며 다린니(陀隣尼)라고도 쓴다. 의역해서
총지(總持).능지(能持).능차(能遮)라 한다. 무량.무변한
이치를 섭수하여 지니고 상실하지 않는 염혜력(念慧力)을
일컫는다. 일종의 기억술로서 하나의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까지 연상하고 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각종의 선법(善法)을 능히 지니므로 능지라 하고, 여러 가지의
악법을 능히 막아주므로 능차라고 한다. 보살은 남을 교화하기
위해선 반드시 다라니를 얻어야만 한다. 이것을 얻으면 한량없는
불법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으므로 대중 가운데 있어도 두려움이
없으며, 또한 자유자재로 정교한 설법을 할 수 있다. 많은 경론에
보살이 얻는 다라니에 관해 설하고 있다. 후세에는 이
기억술로서의 다라니의 형식이 송주(誦呪)와 유사하게 되었기
때문에 주(呪)와 혼동하여 주문을 모두 다라니라 부르게 되었다.
다만 일반적으로 장구(長句)로 된 것을 다라니, 몇 구절로 된 짧은
것을 진언, 한두 자로 된 것을 주(呪)라고 하는 것이 통례이다.
<대지도론> 권5에는 문지다라니.분별지다라니.입음성다라니의
3종류의 다라니로 구분하고 있다. <유가사지론> 권45에는
법다라니.의다라니.주다라니.능득보살인다라니의 4종류를 들고
있고, <대승의장> 권11에는 상술한 4종의 다라니를 얻는 방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천태종에선 <법화경> 권 8
<보현보살권발품>의 주장에 따라 선다라니. 백천만억선다라니.
법음방편다라니의 삼다라니를 세우고, 공.가.중의
삼관(三觀)에 배대(配對)시켰다. 특히 밀교에선 조사를
공양하거나 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한 존승다라니(尊勝陀羅尼)를
독송하는 법회를 다라니회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밀교.정토교.선종.교종을 함께 회통하는 통불교이기
때문에 각종 법회의식에는 반드시 천수다라니(千手陀羅尼)를
비롯해서 많은 다라니를 독송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