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정토(淨土)와 예토(穢土)

중생의 세계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의 삼독에 의해 이루어진

예토이다. 부처님이 사는 세계는 오직 깨달음에 의한 거룩한

청정광명각(淸淨光明覺)의 세계이므로 정토라 한다. 또 정찰(淨刹)

정계(淨界).정국(淨國)이라고도 한다. 대승불교에선 열반을 성취한

무수한 부처님이 무량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각각 교도(敎導)

활동을 전개하는데 그 부처님이 머무는 세계를 불국정토라 한다.

<유마경> 권상 <불국품>에는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도 청정하다'고

했다. 또한 '깨달음을 성취하면 사바세계가 그대로 정토가

된다.'라 했다. <법화경>의 영산정토, <화엄경>의 연화장세계,

<대승밀엄경>의 밀엄(密嚴)정토 등이 그러한 정토설이다.

<무량수경> 등에서는 사바세계 이외의 다른 곳에 존재하는

불국정토를 주장하며, 기타의 경전에서는 미래에 건설된 정토가

있다고도 했고, 이러한 정토는 보살의 본원(本願)에 의해

구상되고, 무량한 수행을 통해 성불할 때에 완성되는 국토로서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는 중생들이 왕생한다고 한다. 다른

세계에 있는 정토로는 아미타불의 서방극락세계, 아촉불의

동방묘희세계, 석가불의 서방무승세계, 약사불의 동방정유리세계

등이 있으며, 이들 부처님들의 정토는 사바세계와 다른 방향에

있으므로 시방(十方)정토라 한다. 정토교에선 특히 아미타불의

서방정토를 소중하게 여기고 그곳에 왕생할 것을 강조한다.

서방정토는 흔히 극락세계라 하는데, 극락세계는 수마제(須摩提,

sukhavati)의 번역으로 묘락(妙樂).안락(安樂).안양(安養).낙방

(樂邦) 등의 뜻이 있다. 정토는 보살이 수행하는 인행(因行)의

과보로 이루어진 보토(報土), 그것도 아미타불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방편으로 나타낸 응화토(應化土)인데 서방으로 10만억 국토를

지나 실재하는가, 혹은 중생의 마음속에 있는 것인가 하는 등에

대한 이론이 다양하다. 정토교에선 보토로서 서방에 실재한다고

하며, 거기에서 받는 즐거움에 대해선 <왕생요집> 권상에 열

가지로 세세하게 설명한다.

제목 : 제6의식(意識)

범어 mono-vijana의 번역이다. 의(意)는 의지하는 식(識)이란

뜻이다. 제6식이라고도 한다. 즉 의근(意根)을 의지처로 삼아

일어나며, 법경(法境)을 소연(所緣)으로 삼아 올바르게 법경의

일체 모습을 요별(了別)하는 식이다. 6식은 의근에 함께 의지해서

일어나며, 본체는 동일하나 뜻이 다른 동일한 심왕(心王)에

불과하다. 그러나 5식에는 별도로 안이비설신의 오근(五根)의

의지처가 있으나 의식에는 별도의 의지처가 없기 때문에 오근

전체에 통하는 의근을 의지처로 삼게 된다. 18계에선 별도로

이것을 세워 의식계라 하지만 오온.십이처에선 전5식과 합해

식온과 의처에 섭수한다. 또한 의식은 자성.계탁(計度).

수념(隨念)의 세가지 분별 중에서 계탁분별은 오직 제6식에만 있는

것이다. 이 식을 분별하는 데는 네 가지가 있다. 1) 명료의식 :

전5식을 수반하여 일어나며 대상을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 2)

정중의식 : 모든 차별과 혼란에서 벗어난 정심(定心)과 상응하는

것 3) 독산의식 : 선정 중의 의식은 아니며, 특히 전5식을

동반하지 않고 일어나는 것 4) 몽중의식 : 이것도 독산의식이긴

하지만 깨어 있을 때와 구분하여 세운다. 이상의 네 가지 중에서

1)의 명료의식은 전5식을 동반하지 않고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독두(獨頭)의 의식이라 한다. 따라서 2)

3) 4)는 정중독두의식.산위독두위식.몽중독두의식이라고도 한다.

독두의식은 분명하게 분별되지 않는 비량심(比量心)이며 두루

18계를 반연으로 삼는다. 특히 정중독두의식은 현량(現量)에

통하고 산위독두의식은 비량(比量)과 비량(非量)에 통한다.

제6의식은 현상계의 각종 사물을 인식하는 작용이기 때문에

분별사식(分別事識)이라고 한다.

제목 : 중도(中道)

범어 madhyama-pratipad의 번역으로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中正)의 도라는 뜻이다. 중도는 불교의 근본 입장을 말하며

대승과 소승에 걸쳐 중요시되고 있다. 종파마다 뜻하는 바에도

심천(深淺)이 있지만 중도를 교리의 핵심으로 나타내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중도의 의의를 중도의(中道義), 중도의 진리를 중도리

(中道理), 중도의 교설을 중도교(中道敎), 중도를 종지로 삼는

종단을 중도종(中道宗 ; 법상종이 유식중도를 설하므로 중도종이라

자칭한다), 중도에 대한 관법을 중도관(中道觀 ; 中道第一義蹄見)

이라 한다. 또한 중도는 우주만유의 진실상을 나타내므로

중도실상이라 한다. 중아함 권56에선 팔정도의 실천이 쾌락주의와

고행주의에 치우친 생활 태도를 버리고 중도에 의해 지혜를

완성하고 열반을 증득하는 길이므로 중도라 한다. 잡아함 권12에선

십이연기의 진리를 옳게 이해하기 위해선 상견(常見 ; 중생의

생명의 주체인 我는 영원히 존속한다는 생각)과 단견(斷見 ;

사후엔 완전히 減無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생각) 혹은 유견(有見 ;

자연적인 입장, 세간의 상식)과 무견(無見 ; 허무주의) 등과 같이

치우친 견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십이연기를 옳게

관하는 것이 중도의 정견에 머무르는 것이라 한다. 초전법륜에서

설해진 것으로 팔정도의 실천은 실천상의 중도며, 십이연기의

체득은 사상상의 중도다. <대비바사론> 권49, <성실론> 권11

등에선 중도는 단견과 상견을 떠나는 것이라 주장한다. 중관파에선

모든 집착이나 분별을 초월한 무소득의 상태를 중도라 한다.

이것의 이론적 근거가 팔부중도설이다. 유식파에선 유.공.중의

삼시교판을 수립하여 유식중도를 주장한다. 천태종에선 모든

존재를 일면으로만 생각하는 공.가를 초월한 절대적 본체를 중도라

한다. 고구려의 승랑대사는 <중론>의 팔부중도설을 응용.발전시켜

'이제합명중도'를 주장했고 신라의 원효대사는 일체법에

무애자재한 이론으로 '일관(一貫)중도'를 설했다.

제목 : 지관(止觀)

지관은 지(止)와 관(觀)의 상반된 개념의 합성어다. 따라서

지와관을 각각 설명하기로 한다. 지(止)는 범어 Samatha의

번역이다. 사마타(舍摩他).사마타(奢摩他)라 음역한다. 모든

상념을 멈추고 생각을 끊어 마음이 적정(寂靜)해진 상태를 말한다.

천태종에선 지를 공.가.중의 삼관에 대해 삼지로 분류한다.

1) 체진지(體眞止) : 모든 사물을 공이라고 체득한 지 2)

방편수연지(方便隨緣止) : 보살이 방편으로 여러 경우에 순응시켜

세속적인 가유(假有)의 세계에 마음을 안정시키는 지 3)

식이변분별지(息二邊分別止) : 1)항과 2)항을 겸수(兼修)하여

공(空).유(有)의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에 머무는 지

등이다. 관(觀)은 범어 vipasyana의 번역이다. 관찰(觀察)이라고도

한다. 또한 지혜로 객관의 대경(對境)을 비춰 본다는 뜻인데 관념

(觀念)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구상관(九相觀)이나

일상관(日想觀)처럼 각종의 생각을 마음에 떠올려 관하는 초보적인

관을 관상(觀相)이라 한다. 천태종에서 말하는 관은 일념삼천

(一念三千).일심삼관(一心三觀)처럼 자기 마음의 본성을 관하는

것이므로 관심(觀心)이라 한다. 관은 깨달음의 경계에 통하는

길이므로 법상종과 화엄종에선 관도(觀道)라 한다. 관의 대경

(對境)을 관경(觀境), 관하는 지혜를 관지(觀智), 관하는 방법을

관문(觀門) 또는 관법(觀法)이라 한다. 관은 지에 상대적인

말이지만 중도관(中道觀)의 관은 지와 관이 잘 조화된 상태를

나타내는 사(捨, upeksa)의 의미와 부합된다. 또 관에는

선정(禪定, yhyana)이란 의미도 있으므로 선정이란 의미의 관을

출관(出觀) 또는 출정(出定)이라 한다. 관의 내용은 동일하지

않지만 제법을 분석하여 공한 것으로 관하는 소승과 성실종의

관법을 석공관(析空觀)이라 하며, 인연 따라 일어난 제법의 당체에

즉일(卽一)해서 현상계 그대로가 공이라고 체득하는 대승의 관법을

체공관(體空觀)이라 한다. 요컨대 관은 마음을 하나에 기울여

지혜로써 부처님과 가르침의 일정한 대상을 관찰하고 염상(念想)

하여 깨닫는 방법이다.

제목 : 진여(眞如)

범어 tathata의 번역으로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사물의

본체로서 진실로 영원 불변한 것이란 의미에서 진여라고 지칭한다.

여여(如如).여실(如實).여(如)라 하며 대승에선 만유의 본체를

말한다. 근본불교에선 연기의 이법이 영원 불변의 진리임을 진여라

한 듯하다. <이부종륜론>에 의하면 화지부에선 구무위(九無爲)를

설하는 중에 진여를 설하고 있는데, 선.악.무기의 삼성이나

팔정도, 연기의 이법이 진실로 영원 불변하다는 뜻에서 진여라

한다. 대승에선 모든 존재의 본성이 인무아.법무아이며, 일체의

차별상을 초월해서 절대의 하나(一)인 것을 진여라 했다. 또한

이것을 여래법신의 자성으로 삼는다. <불지경론> 권7에선 진여란

모든 현상의 실성(實性)이며, 그 본체는 일미(一味)이지만 상에

따라 다양한 구별이 있다. 일체법과 불일불이(不一不異)로서

본체의 입장에선 사고나 언어를 초월한 경지이지만 모든 거짓이나

그릇된 견해를 여의고 있다는 점에서 구태여 진여라 한다. 또한

일체의 선이 의지하므로 법계(法界), 손감의 비방을 여의었으므로

실유(實有), 증익의 비방을 벗어났으므로 공무(空無), 다만

이것만이 진실이므로 실제(實際), 무분별지의 깨달음이므로 짐짓

승의(勝義)라고 한다. <성유식론> 권9에선 진여란 허망한 분별법을

여읜 인무아.법무아의 본성으로서 삼성(三性) 중에서 원성실성에

해당된다. 또한 모든 현상은 아뢰야식에서 생겨난 것이므로 진여는

현상을 초월한 절대의 정적(靜寂)함을 말한다고 한다. 지론종의

제8아뢰야식과 섭론종의 제9아마라식은 그 자체가

자성청정심이지만 무명의 훈습을 받아 여러 현상을 드러낸다고

한다. <대승기신론>에선 진여를 중생심의 본체로 파악하고, 언어나

사유를 초월해서 존재하므로 이언(離言)진여라 하고 구태여 언어로

표현한 의언(依言)진여라 한다. 화엄종에선 본체가 바로

현상이라는 성기설(性起設)에 입각해서 진여 그대로가 만법, 만법

그대로가 진여라고 한다. 천태종에선 성구설(性具設)에 입각해

진여도 본래부터 물듦.맑음.착함.악함을 구비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