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Arnold Toynbee, The World and West, Oxford University Press,

1953, pp,50-84

극동과 서구선교

극동아시아는 오래전부터 서구문명의 영향을 인도를 통하여 받아왔으나 16세

기의 서구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예비단계로서는 의미를 가지지 못할 만큼 경미했

다. 17,18세기에 일본과 중국에 대한 개방의 노력은 실패했다. 한국,일본,중국

은 은둔왕국으로서의 자기를 지키는 일에 집착했다. 그러나 19세기에 와서는 개

방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

두단계의 차이는 무엇인가? 16,17세기에 서구의 무기와 배들이 보여준 기술수

준은 극동제국의 관심을 끌만큼 우위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결과 그들의 개항의

시도는 극동인들에게 이질적인 문화와의 달갑지 않은 혼합을 요청하는 것으로 여

겨졌고 폐쇄적 자기방어본능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서구의 개방시도가 성공을 거둔 것은 극동인들의 변덕스러움

때문은 아니다. 극동의 기술수준은 여전히 두세기전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지만

다시 내방한 서양의 배와 무기의 기술수준은 산업혁명을 통하여 현격한 진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첫단계의 접촉에서 서구문화는 극동인들에게 꺼림칙

한 종교로써 여겨졌으나 두번째는 경이로운 문물의 소개로써 받아들여졌던 것이

다. 즉 극동인들은 이것을 자신들의 정신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표면적인 접

촉으로서 간주했으며 그 결과 첫단계에서 가졌던 거부감을 해제했던 것이다. 극

동제국들은 자신들의 군사적 안전을 목적으로 서구문명의 도입에 대해 꺼림칙한

결정을 했다.

그러나 극동제국의 지도자들은 바로 이것이 저들의 정신생활의 깊이에 까지

서구문화의 침투를 허용하게 되는 트로이 목마인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표

면적인 접촉은 시간이 감에 따라 조금씩 그들 문화의 깊이에 까지 침투해들어가

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질적인 두 문화가 교류하는 과정이며 '법칙'(law)

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전체로서의 문화보다 전체의 일부분으로서의 문화가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 파급된다는 것이다 .

극동에서 19세기의 개방이 성립된 것도 바로 위와 같은데서 찾을 수 있다. 즉

당시 극동에 소개된 서구의 문화는 그 자체 안에서 종교적인 열광주의에 넌더리

를 내고 기독교와 결별한 공리성을 추구하는 기술문화였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

바로 이런 이유 즉 사상적 근거를 상실함으로 인하여 서구의 기술문명은 러시아

에서 들어가서 공산주의와 결합하게 되었으며 일본에서는 군국주의를 낳게 했고

중국에서는 정치적 부패와 그 결과로써의 국민당(Kuomintang)혁명을 일으키게 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다시 국민당의 개혁에 환멸을 느끼게 되자 그것

은 곧 열광적인 공산주의와 결합하게 되었다.

극동은 종교와 결합된 16세기의 서구문화를 소화시킬 수 없었으나 또한 종교

를 떠나버린 문화로써는 저들의 삶을 지탱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공산주의와

결합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도 아니었으며 다른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즉

기독교와의 결합을 시도할 수도 있었으나 그것은 이미 실패로 끝나버렸기 때문이

다.

그 시도란 로마 카톨릭과의 경쟁적 선교를 벌이고 있던 예수회에 의한 것이었

다. 일본에서 그들은 서구열강의 세력을 끌어들인다는 혐의를 받았고 중국과 인

도에서는 서구 기독교에서 부적절한 악세사리들을 벗겨내고 본질적인 것만을 주

면서 아시아인들의 심성에 어울리지 않는 지적이고 문학적인 옷을 입혀 윤색하려

고 했던 것이다.

만남의 심리학

서구의 기술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폐쇄적 삶을 살고 있던 문화권들의 문화적

거리가 갑자기 축소되기 시작했을 때 문화권들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서구인들

이 극동에 대해 당초 시도했던 바 종교를 포함한 모든 서구의 생활패턴을 도입하

려던 시도는 실패했으나 종교와 결별하여 세속화된 문화와 과학 기술들을 통하여

극동사회에 개방의 길을 트는데 성공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방사능 문명권(Radioactive civilization)의 문화광선이 외국

사회에 접촉할 때 발생하는 어떤 원칙들을 생각할 수 있다. 광선이 프리즘의 저

항으로 인하여 여러가지 색갈로 분광되는 것처럼 문화광선 역시 타문화권의 저항

에 부딪힐 때 문화의 구성요소들이 분산된다는 것이다. 또한 광학에서 파장이

긴 어떤 색광(색광)들이 다른 분광선(분광선)들보다 침투력이 강한 것처럼 문화

광선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문화광선의 분광선들의 침투력은 그것들의 문화적 가치와 반비례한다. 즉 기

술적 요소들이 종교적 요소들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크고 쉽게 전달된다는 것이

다. 이것들은 타문화권의 문화적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는 물리학과 의학에서 이 점을 설명하는 유비를 찾을 수 있다. 물리학의

연구에 의하면, 애초 아무런 위험이 없는 원자일지라도 그것이 쪼개질 때 그것은

무서운 위험을 초래하는 입자들이 될 뿐만아니라 그것들은 자기 스스로의 에너지

에 의해서 방사되어져 나간다.

모든 역사적 문화적 패턴들은 그것들을 구성하고 있는 독립적인 모든 문화적

부분들의 유기체이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그 가운데서 빠져나오게 되면 전체로

서의 문화 가운데서와는 다른 기능들을 나타내는 고립된 다수의 활동 양상이 생

겨나게 된다는 것은 진리다.

파장이 긴 전자들이나 만성적인 질병들이 더 해로운 것처럼 문화적인 충격이

완만한 문화적 요소들이 그것이 구성되어있던 제도로 부터 분리되어져 나와서 다

른 환경에 파급될 때 그것은 더 큰 해독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것들이 구성

되어 있던 원래의 상황에서는 공존하는 다른 구성요소들과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

해서 그 파괴력들이 상호 억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속담처럼 환경에 따라서 '어

떤 사람에게는 양약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극약이 되는 것'이다.

동종 언어권으로 자연스럽게 배분된 환경적 여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달되어

온 서구의 정치제도가 동구,아시아, 인도등 다양한 언어를 가진 족속으로 혼합되

어진 나라들에 파급되어 인위적인 개혁을 시도되었을 때 심각한 폐해를 유발하

게 된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원리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 폐해는 서부 유럽

에서의 발전과정에서 빚어진 과도기적 폐해와는 다른 더 심각한 것이다.

상이한 문화의 교류과정의 모델로서의 한 예는 1839년 이집트의 지도자 므하

메드 알리 파사의 결단으로 시작되었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이 후 그는 서

구식의 무기체계와 전함으로 무장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래서 그는 조선

소를 건설했으나 이집트의 기술로서는 서구식의 군함을 만들 수 없었다. 그는 이

일을 위해서 서구의 기술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그

들의 부인과 자녀들을 데려와야 하고 그들의 요청대로 서구식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사들까지 고용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으나 므하메드는 자

신의 군사적 야심을 위해서 이것을 결정했다. 조선기술자들과 함께 온 의사들은

한정된 임무에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할 일을 찾다가 해군병참기지 구

내에서 산부인과업을 개설했다. 회교에 전통에서서 부인이 외간남자와 접촉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 술탄들의 전제권은 회교의 법전의 권위보다

위에 있었다. 결국 회교권의 여자들은 이 병참기지 내에 있는 외국인 의사들에게

스스로 찾아와 대담하게 진료를 받는데 까지 이르게 되었다.

문화교류(cultural intercourse)의 게임의 과정은, 서구식의 무기와 훈련체계

와 군복이 필연적으로 회교도 여성의 해방을 가져온 것처럼 라틴어 알파벱이 아

랍어를 대치시키고 이슬람 교회가 폐지되어 마침내는 전체 삶의 모든 분야에서

서구식의 삶의 스타일이 지배하게 될 때까지 문화의 한요소는 다른 요소들을 끊

임없이 끌어오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문화교류의 이런 음흉한 과정을 잘 통찰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 랭커셔에서 생산되는 얇고 질좋은 면사제품이 마침내는 인도를 강한 강철

족쇄처럼 얽어맬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손수 물레를 돌리며 전통적인 디자

인의 옷들을 만들어 입는 일로 부터 시작하여 인도의 영혼과 사회를 서구로 부터

구원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도의 문화적 독립을 보존하기 위한 이런

경제적인 긴축의 가치를 그의 추종자들에게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인도와 세계사에 끼친 간디의 영향은 지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는 그가 경제적 서구화로부터 인도를 구원한 것이 아

니라 도리어 정치적 서구화를 가속시켰다고 정죄하고 있다. 간디의 자실이 사회

법의 냉엄한 기능들과 잘 연결되지 못했던 것이다. 문화적 만남에 있어서 문화적

교류를 위한 최소한의 돌파구가 사회적 방어에 부딪힐 때 그것은 기어이 다른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계속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화적 침투에 대한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반

응은 정치적 수완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성적 성향 즉 조개처럼 껍질 속

에 자기를 패쇄시키려는 부정적 보수성들을 극복한 승리이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자들은 침략적인 이방문화에 대해 자신의 무기들을 가지고 싸우는

법을 터득했다고 할지라도 깊은 불안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