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와 기독교

I. 서 론

동양과 서양의 만남은 흥미있는 사건이다. 20세기에 들어와 교통과

통신 수단의 혁명으로 지구촌을 형성한 오늘날에 있어서도, 동양과 서양의

만남은 흥미로운 것이지만 과거에 있어서의 만남은 흥미를 넘어선 경이의

차원이었다.

첫번째 동서의 만남은 불교와 유교의 만남이었다. 이사건은 4세기

경의 사건이었고 18,19세기에 한국에서는 다시 한번 기독교와 유교의 두번

째 동서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본고에서는 두번째 만남이었던 유교와 기독교의 만남을 다룰 것이

다. 만남이란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관계이지만, 한국 역사에 있어 유교의

역사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기독교는 훨씬 뒤늦은 시대에 전래되었

기에, 유교가 기독교에 준 영향을 살피기로 한다. 이것이 또한 크리스챤이

유교에 관심을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II에서는 유교의 특성을 간단하게 살펴보고, III장에서는 이런 특성을 갖

는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사상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에서는

요약 정리하며, 유교와 기독교와의 대화를 간략히 다루어보고자 한다.

II. 유 교

1. 유교는 종교이다.

유교를 종교가 아니라 학문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의

한국 종교학회 세미나에서 유교가 종교냐 학문이냐는 논지로 교수들이 서로

인신공격까지 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유교가 종교냐 학문이냐의 논쟁

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의 시각 교정에서만

종식 될 것이다.

유교란 말에는 두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윤리 도덕의 학문으로서의 유학

이오, 다른 하나는 공자와 조상을 받들어 섬기는 종교로써의 유교 라는 양

면적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기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윤리 도덕의 학문으로써의 기독교 윤리학과 신학이 있으며, 하나

님과 이웃을 섬기는 종교로서의 기독교가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유동식교수는 "유교가 종교냐 하는 문제에 대하여

는 그입장을 따라 가부의 답변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조시대의 유교가

한국인에게 종교였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조시대의 유교가 한국

인의 삶의 의미와 방향을 주는 궁극적인 것(An ultimate concern)을 제시

해 주었기 때문이다." 고 말한다.

2. 선진 유교의 천 사상

선진 유교의 천사상은 <시경>과 <서경>에 잘 나타나는데, 천의 특

징의 다음과 같다. 첫째, 천은 사람을 낳았다. 둘째, 천은 사람을사랑한

다. 세째, 천이 사람에게 감응한다. 네째, 천이 사람의 제사를 흠향한다.

다섯째, 천은 사람과 사회가 그 도를 따라 행하는 것을 마자좋아한다. 여섯

째, 천은 사람과 사회에 상벌을 주신다.

선진유교의 천의 성격은 위와 같이 인격적 주재적인 것으로 이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하나님관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오늘날 유교의 궁극

적 실재로서의 천과 기독교의 하나님 성격은 현저히 다르다. 또한 구약의

하나님과 신약의 하나님 그리고 우늘알 기독교인이 이해하는 하나님은 큰

변화없이 지속적인 데 비하여, 유교의 천은 공자 이전과 이후기 그리고 오

늘날 중국인이 이해하는 천이 아주 달라진다.

게다가 공자 이전의 천 개념과 당대의 구약의 하나님 개념은 거의 일치하

였는데 오늘날 양자의 천 개념을 대조하여 볼 것 같으면 현저한 차이가 있

다. 이것을 공자의 [경귀신이원지](귀신을 공경하되 가까이 말라)에서 찾

아 볼 수 있겠으나, 아무튼 선진유교의 천은 기독교의 신관과 묘한 일치를

보인다.

3. 공자의 인

공자는 인과 의의 덕을 강조하였다. 특히 인을 더 중시 했다. 인

이란 것은 유교의 다섯가지 덕목 곧 인, 의, 례, 지, 신 중에서 대표적인

덕목이다. 인이란 한마디로 자애와 박애의 정신이다. 인이란 글자 자체가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덕이며 사랑의 관계를 지시한다.

공자의 제자 번지가 [인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고 대답한다.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사랑이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요한21장)]는 예수의 음성을 연상하게

한다.

4. 수기치인지도(자신을 수양하여 남을 돌보는도)

유교는 한마디로 수기치인지도 할수 있겠다. <대학>의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몸을 수양하고 집을 다스리며 나라를 돌보고 온 세상사회를

평화롭게 한다.) 사상을 축약한 것이다. 수기치인은 수기안민이라고도 하며

혹은 수기안백성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대승불교의 '상구보리 하화중생'(위로는 보리 즉 진리를 추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 논리와 일치하며 기독교의 '하나님을 사

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정신과 일치한다. 언뜻 '자신을 시랑하고(수양

하고) 이웃을 도우라'는 유교와 상치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동용>의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를 관련하여 수기를 풀어보면 지

신을 수양한다 함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기심이 아니라, 천이 사람 개개인에

게 준 성을 잘 수양하는 것임이 드러난다. 그러한 때 수기는 인격적 천과의

바른 관계정립이 된다. 그러므로 수기치인을 기독교 식으로 해석하면 '먼저

자신과 천의관계를 바르게 하고 이웃을 돌보라'가 되고, 이것은 '하나님 사

랑 이웃 사랑'의 정신과 일치 한다.

5. 맹자의 벽이단론

맹자는 공자의 직제자는 아니지만 그를 이은 아성이다. 맹자 스스

로 "나는 공자의 문도가 되지는 못하고, 남을 통하여 그를 사숙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맹자이므로, 사상면에서 유학의 위치를 굳건히 하려

고 하였다.

맹자 당시의 사상적인 여러 학파는 서로 복잡하게 보이지만, 그들

여러 학파들을 차츰 더듬어 올라가 보면 가장 중요한 학파를 4파로 나눌 수

가 있다. 말하자면 법가, 양주, 묵자, 그리고 맹자 자신이 소속하고 있는

유가 등 4파이다. 맹자는 유가의 위도자(위도자)라 스스로 자처 하였기 때

문에 [인심을 바르게 하고 사설을 종식 시키자](정인심 식사설)라고 큰소리

로 외쳐 사상계를 통일하고자 애썼다.

맹자의 '무군무부' 의 논리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종

교사에 있어 이말은 [임금도 모르고 아비도 모르는] 윤리없는 금수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원 의미는 양두의 논리를 무군으로 묵자의 논

리를 무부라며 비판 배척 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 무, 주공, 공, 맹 등으

로 이어지는 유교의 정통성의 근거가 되기도 하면서, 동시에 이단 즉 다른

가르침에 강한 배타성을 발휘하였다.

III.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

1. 긍정적 측면

1) 천 사상의 일치

공자이후 특히 순자에 의해 인격적, 주재적 천관이 물리적 하늘로

비신화화 하지만, 신진 유교의 천관은 앞에서 살펴 보았듯이 기독교의 신관

과 일치한다. 이 점이 18, 19세기에 걸쳐 기독교의 수용을 쉽게 하였으리라

판단된다. 유동식 교수는 샤마니즘의 주재신 개념으로서의 가님이 기독교

의 수용을 쉽게 하였다. 고 하지만 필자는 그에 못지않는 유교의 천관이 기

독교의 수용을 쉽게 하였다고 본다.

2) 인 사상의 일치

'인,애인야'(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의 표현은 예수님의 아

가페를 연상케 한다.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가 쉽게 수용이 된점은, 불교

의 자비와 도불어 유교의 인 사상을 체질화한 한국인의 심성도 큰 작용을

했따을 것이다.

3) 수기치인의 일치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 '수

신 제가 치국 평천하의 논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낯선 것이 아니었다.

모든 문명은 새로운 것이 들어올때, 새로운 것을 자기 고유의 것에 견주어

일차적으로 해석하는 격의의 과정을 밟는데, 한국인에 있어 기독교의 수용

역시 이과정을 밟았고 유교등을 통하여 무리함 없이 수용할 수 있었던 것이

라 판단된다.

2. 부정적인 측면

1) 벽이단론

맹자의 무군무부의 벽이단론은, 같은 유학 안에 서도 순자의 성악

설을 이단시 하였고, 조선조 사회에서는 주희의 성리학을 정통으로 여겨 양

명학을 배타시하는 독특항 경향을 낳았다.

하물며 '예수믿으면 천당간다'는 기독인의 논리는 현세적 진리를

추구하는 유교에 있어서는 이단 중의 이단인 것이었다. 배척받을 수 밖에

없었다. 기독교의 한국 전래시 순교의 피가 이 땅을 유난히도 많이 적신 이

유를 벽이단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2)제사 문제

종교학자 Joachim Wach는 무엇을 종교라 할 때, 그 무엇은 반드시

사상체계로써의 신학과 실천체계로써의 예배 행위 그리고 공동체라는 특징

을 갖는다고 했다. 유교를 종교라 보는 이유는 이 세가지 특징을 갖고 있

기 때문이다.

보고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사상면에서 접근 하였기 때문

에 실천체계로서의 제사 문제를 다루는 것은 주제에 어긋난다. 르러므로 상

술할 수는 없지만 제사 문제는 기독교의 수용을 더디게하고 순교의 피를 흘

리게 했다. 한국 기독교사의 첫 박해인 신해사화(1791)도 그 원인이 제사문

제 였던 것이다.

IV. 결 론

우리는 이제까지 유교의 특징과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다루

었다. 유교는 종교임을 살펴 보았고 선진 유교의 천 사상과 공자의 인, 수

기치인지도 그리고 맹자의 벽이단론을 통해 유교의 특징을 살펴 보았다.

또한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서 다루

었다. 천 사상이나 인 사상 및 수기치인은 긍정적 측면을 이루고, 벽이단론

과 제사문제는 부정적 측면을 형성함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한국 기독교인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종교 다원주의 상황이

다. 한 마디로 모든 종교가 절대화되는 상황이 아니라 타종교를 통해 상대

화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본 회퍼는 기독교의 비종교화를 말

했다고 생각한다. '유교가 기독교에 끼친 영향'을 다루면서, 우리 기독교는

유교를 대화의 상대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선교를 위

한 차원이건, 공생을 위한 차원이건 간에, 일치하는 부분에서는 솔직하게

인장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왜 다른가를 신학적으로 깊이 있게 물으면서 계

속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하겠다.

)대개의 사람들은 불교는 동양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유럽언어족에 속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말자체가 서

양어이다. 게다가 한국인이면 누구나 알고있는 반야심경의 '색즉시공,공즉

시색'의 귀절도 플라톤의 이데아(공)와 현상계(색)라는 똑같은 이분법적 사

고를 지닌다. 이 두 점만 지적해도 불교는 동양적인 것이아니라 서양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종교교재 편찬 위원회, 성서외 기독교(서울:연대 출판부,1985),p.358.

)유동식, 한국종교와 기독교(서울:대한 기독교서회,1965),p.68.

)서대인, "공자의 천 연구",(신학현장 제2호, 서울신대원 원우

회,1990),p.136.

)Ibid.,p.137.

)풍우란, 중국철학사(정인재역, 서울:형설출판사,1985),p.71.

)종교교재 편찬 위원회,op.cit.,pp.358-359.

)천이 명한 것을 일컬어 성이라 하고 성을 잘 수양하는 것이 도이다.

)이단을 배척한다는 뜻

)가노 나오키, 중국철학사(오이황역, 서울:을유문화사,1986),p.158.

)장기균외, 중국철학사(송하경외역, 서울:일지사,1985),p.124.

)양씨위아, 시무군야, 묵씨겸애, 시무부야(맹자:승문공하)

)유동식, op. cit.,p.134.

)서대인,op.cit.,p.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