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푸보에서 까왁 까지

-이동구 선교사 -

92.10

화산폭발로 피나투보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되었다. 그러나 주님은 더좋은

땅 까왁을 예비하시고 외딴 산간, 황량한 들판에서 비를 맞으며 천막을 치던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동구 선교사

화산 폭발로 피난민이 재정착촌 까왁에 들어온지 벌써 1년이 가까와 온다.

잡초만 무성하던 황량한 야산에 이제는 300여 가구의 집들이 들어서고 마당에는

고구마, 콩, 토란, 바나나 등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마을 중심가에는 관공서,

학교, 진료소, 적십자사 같은 우뚝한 건물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는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시장도 갖추어 졌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기본양식과 건축재료를 공급해 주었고 지금은 각 가구당

3000평의 야산을 농토로 분배해 주고있다.

따라서 화산 폭발로 인한 피난 생활에 그늘져 있던 모습들이 기대와 소망으로

생기를 되찾고 있다.

그동안 천막에서 예배를 드리던 까왁교회도 이젠 동네에서 가장 아름답고 튼튼한

예배당을 가지게 되었다.

성도 숫자도 계속 늘어나 주일날에는 장년 120여명 어린이 70여명 정도가 꾸준히

모이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성도들이 이제는 장성해서 열심히 봉사하며 충성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이고 찬송 시간만 되면 죽을 쑤던 이들이 제법 손뼉을 치며 기쁘게 찬양을

하게 되었다.

지난번 준공을 기념하여 가졌던 "한영혼 구하기 부흥집회"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회당이 비좁고 음향시설이 빈약해서 진땀을

빼었다.

그리고 최근 처음으로 가졌던 "어린이 성경학교" 때도 200여명의 아이들이

몰려들어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주의 군병"이란 찬송을 부르며 함께 기뻐

하였다.

필리핀에 온지 벌써 6년, 피나투보 화산에 들어온 지 4년, 그리고 화산이 폭발한

지 1년만에 세워진 까왁교회,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이는 아름다운

교회를 볼때마다 지나간 일들이 새롭게 회상되어진다.

- 초창기 선교사 시절의 희노애락 -

거듭난후에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게된 나는 영혼 구원 사역에 헌신하는 전도자의

삶이 무척 아름답다고 동경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복음이 증거되지 않은곳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의 삶이 가장 보람된다고 깨닫게 되었다. 특히 중국의

잃어버린 10억 영혼들을 생각하며 간절히 기도하게되었다. 그때부터 날마다

중국선교를 꿈꾸며 준비하였지만 중국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결국 필리핀에서 1985년, 5개월간의 선교 훈련을 받으면서 필리핀에 대한 비젼을

갖게되었다.

1986년 12월 6일 성도들의 기도와 격려속에 필리핀을 향하는 우리의 가슴은 꿈과

열정, 소망과 기대로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필리핀에 도착한 첫날부터 우리는

선교사로서의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현지어인

따갈록아는 고사하고 라도 영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여 겪어야하는 불편함과

열등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부적응에서 오는 스트레스들, 황량한 영적 분위기

에서 끊임없이 또전해오는 악한 영들의 역사와 자신과의 싸움은 자주 우리를

뒤흔들었고 준비가 없는 자들이 겪어야 할 대가를 치루게 하였다.

처음 몇개월간의 영어훈련후 우리는 부부가 같은반이 되어 필리핀의 국어인

따갈록을 배우면서 필리핀 선교사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언어훈련을 하던 당시 우리가정은 처음에는 필리핀 교회를 경학하기 위해 여러교회

를 방문하였다. 그때에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C.C.A.C(수도연합교회)를

가까운 선교사로부터 소개받았다. 특히 그 교회 담임목사인 아푸젠 목사가 N.P.A.

(공

산 개릴라)로부터 설교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고 불응할경우는 암살하겠

다는 위협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교회 수요일 기도회에 참여하여 그 문제를 하나님께 내어놓고 함

께

기도하였다. 그후 자연스레 이 교회에 매주 출석하며 아푸젠 목사 부부와 교인들을

사귀게 되었다.

N.P.A.는 그후에 2차례 최후 통첩을 보내왔으나 교회는 끝까지 기도로 승리하였다.

당시 한국선교사들은 필리핀에 새벽기도 운동을 일으키자는데 뜻을 모으며 모일때

마다 함께 일이 성취되도록 기도 드렸다.

그래서 우리는 C.C.A.C.교회의 특별허락을 얻어 새벽기도를 시작하였는데 아푸젠

목사

아들인 발준형제(당시 신학생)와 그의 친구들 탄죠형제, 레이형제 등과 함께 매일

새벽에 외로운 기도모임을 시작하였다.

그후에 탄죠와 레이는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자신을 주님께 드리기로 결단한후 신

학교

에 입학하였다.

이렇개 C.C.A.C.에 다니면서 이 교회가 속한 CANACOP(기독선교연합회)을 알게 되었

고

총회에 참석하면서 이들의 복음에 대한 순수함과 선교에 대한 열정을 보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필리핀 선교를 위해 이교단과 연합하여 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한국선교부에 연락하였다.

한국선교부(개혁총회)도 이일을 기쁘게 여겨 한국 예장개혁 총회와 이 CANACOP 교

단이

선교를 위해 함께 일하자는 협약을 맺게 되었다.

이 CAMACOP 교회는 복음적인 신앙노선을 견지하는데 특히 중생. 성결. 신유. 재림

을

강조하는 성결교와 비슷한 신학 입장을 가지면서도 선교에는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

고

있었다.

우리는 그때 이래 계속 현지 교단과 연합하여 사역을 하고있고 필리핀에서는 이교

단

소속 목사가 되었고 노회, 총회에도 참석하여 계속 교제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

- 필리핀의 땅끝" 피나투보" -

마닐라에서 1년간의 언어훈련 후 사역지를 잠발레스 지역으로 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잠발레스의 관문인 수빅읍으로 이사하여 또 다른 1년간의 수습사역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현지 교단 소속 목사인 헤수스 목사와 함께 개척전도를 하여

무교회 지역인 마타인 동네에 교회와 유치원을 설립하였다.

그러던 중에 피나투보산 부근에서 목회를 하고있던 카발레 목사의 초청을 받았다.

1988년 4월 안사람 심인숙 선교사, 두자녀와 함께 우리는 처음으로 아이타 부족마

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후 우리는 그들의 요구에 따라 매월 의료봉사 활동을 하게되어 간호사인 심 선교

사

는 약품을 들고, 나는 성경책을 들고 피나투보 산간에 있는 아이티 부족민들의 마

을

을 매월 방문하게 되었다.

1989년 1월, 그들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마을인 룸보이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당시 그곳에는 외부와는 격리된채 거의 원시시대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200여 가구

가

흩어져 살고 있었다.

오랫동안 격리된 가운데 살아가던 그들에게 갈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화산 지열을

이용해 화력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필리핀 석유공사에서 피나투보산 꼭대기 까지

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도로에서 2시간 이상을 걸어가야 그들의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는

생일도, 나이도, 현대문명도 모른체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쉬고, 사춘기도 되기 전에 결혼하여 40세가 되기전에 손자를 보는 이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신은 피나투보 산신이었고 때로는 바위와 나무도 그들의 신이기도 했다.

필리핀의 국법도 이곳에는 통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소견에 따라 자신들이 만든

법에의해 살아가고 있었다.

어떤이들은 초가집 단칸방(우리의 원두막 정도의 수준)에 2가정, 3가정, 심지어는

4가정이 어우러져 함께 살고 있는데 그들은 서로 다릉 친구 사이거나 친척간 이기

도

하다.

그들중에는 그때까지도 완전히 나체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고 대부분은 겨우

아랫도리만 가리는 헝겊을 두르고 있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우리는 이곳이 바로 우리의 일터라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

몇달간 계속 심 선교사의 의료봉사를 통해 마을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은 점

차

우리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증한 땅에 '전도자 캠프'를 설치하고 몇달이 걸려 '예수 제자의집' 건물

완공을 눈앞에 보게되었다.

그런데 그해 10월 11일 몰아치던 태풍 '살림'이 이 지역을 강타하면서 이 건물을

일시에 무너뜨렸다. 피나투보산에 들어와 경험한 첫번째의 시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