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교회

J.C.호켄다이크 저

이 계 준 역-

본서의 저자 호켄다이크는 우리들로 하여금 사라져 버린 솔로몬 성전의 환상

에서 깨어나 에스골 골짜기의 해골떼처럼 무기력해진 교회의 미래를 보게 한다.

그러나 절망적인 부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인자야, 이 뼈들이 능히 살겠느

냐?'는 하나님의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그리고 그의 희망 가운데서 우리로

하여금 새로이 힘줄이 붙고 살이 붙고 생기를 받아 일어나 다시 선교의 일선으로

나아가는 교회의 부활을 보게한다.

우리는 본서를 통하여 오늘의 교회가 입고 있는 옷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괴이한 구경거리가 되는 낡은 시대의 도포임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교회가 만나

고자 하는 세계와의 대화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저자

는 "설교자가 설교단에서 설교하지만, 우리는 그를 이해하지 못한다. 유리 덮개

가 설교단 위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53)라는 어떤 귀환 포로의 말은 교회에 대

한 이 시대 사람들-이 시대를 '교회 이후'라고 특징 지울 때-의 인상일 것이라

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여전히 겸손한 봉사와 친교의 개방성(22-29)은 외

면한 채 부르조아적인 언어(58)로 선전(propaganda)에 열광하며 급변하는 시대의

파도에 침식(83)되어져 가는 세력기반을 방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호켄다

이크는 이런 어리석음의 이유는 전도의 대상이 "제3의 인간"에서 "제4의 인간"으

로 변화되고 있음(48)을 깨닫지 못함과 교회의 존재방식-그것은 하나님의 존재방

식과 관련이 있는데 하나님은 성전의 거주인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 전진하는 분

이며(76) 성만찬을 통해서 당신의 생명을 세상에 나누어 주는 것과 같은 개방적

존재방식(121)이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호켄다이크는 그것을 교회에게 부여된 바 사도적 기능의 상실이라고 본다. 그

는 "교회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없을 뿐더러 또한 영원한 집이 될 수 없

는 일시적인 장막으로 남게 될 것"이라(41)고 하면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도직

에 참여하는 것- "오직 '에큐메니칼' 즉 온 세상을 지향하는 이 외에 다른 존재

방식이 있을 수 없다."(39) "교회는 세계를 위해 있는 것이며 자신을 위해서 요

구할 수 있는 것이나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42)고 말한다.

저자는, 교회는 이제 낡은 시대의 프로메테우스적인 리상을 흔들며 '세상에서

교회로 이주해야 된다'(64)고 사람들을 부르는 호객행위를 버리고 시지프스적인

권태 속에서 종교적 희망을 상실하고 교회를 등진 '제4의 인간'들을 찾아(50,51)

세상 가운데로 흩어져 들어가는 디아스포라 교회(diaspora-congregation)의 형태

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87).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교회는 자기 자신을 완

전히 잃을 태세" 즉 과거의 존재방식을 버릴 용기가 갖추어져 있을 때에는 '구원

받을'수 있으나 여전히 전통적인 존재방식을 고집하면서 교회가 "자신을 구원하

려고 애쓸 때에는 자신의 생명을 잃어버릴 것임"을 경고한다(78,108).

저자는 5장 "기독교 공동체의 생활" 에서 교회의 사도직을 회복하기 위한 새

로운 존재방식으로써 가정교회와 다양한 사회 집단의 특성에 따라 형성될 수 있

는 계층교회가 기존교회와 병행해서 공인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전통적인 교구교회가 더 이상 존재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정교회나 계층교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미래 교회의 형

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111). 가정교회나 계층교회의 보편화 여부에 걸

림돌이 되는 직제와 성만찬에 대해서 저자는 기존의 교리적 제한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사회에서의 선교를 위해서 개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그리

스도를 위한 바보"가 되는 길이다(123).

호켄다이크는 새로운 사회의 개방된 선교를 위한 교회의 형태는 대성당이 아

니라 공중전화박스와 같이 흩어져 가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에 깊이 침투해들어가

는 예배실의 형태로 전환되어야 하며 여기서 평신도의 선교적 위치과 그 활동의

지평이 더 넓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92). 그러나 저자는, 그 직분이

주는 폐쇄적 이해 때문에 성직자는 새로운 사회에서 선교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성직자의 조력자나 성직자처럼 된 평신도는 무용지물이다.

평신도는 사회 깊이 속에 참여하여 선교적 개방을 촉진시키는 진보적 일군이 되

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99).

저자는 2부 "교회와 세계와의 만남"에서, 교회가 변화된 세계에서 게토화

(ghetto)되지 않고 선교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기존의 교회는 '도시선교(6장)',

'교회와 인종(7장)', '봉사(8장)', '성만찬(9장)'등에 대한 구태의연한 인식을

탈피하거나 재조명해야 할 것임을 논의한다.

저자는 기존의 교회가 형태의 변신없이 '도시선교'를 행한다는 것은 사고 후

에 왕진가방을 들고 달려가는 앰불런스와 같은 것이며 결국은 도시인들에게 의미

를 상실해버릴 것이라고 말한다(132). 무디의 전도집회와 같은 제2복음주의 부흥

운동은 극장이나 연극장등을 집회장소로 사용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전도집회를

시도하여 괄목할 만한 면모를 보였으나 유럽에 있는 도시들 깊이에 침투하지 못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139). 교회가 도시인(mobilites)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보

다 활발한 "유동성(mobility)"과 "다양성(diversity)"을 갖추어야 할 것이며

(141) 평신도가 선교가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며 "소집단들"의 활용과 상호 "협

동"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142).

선교의 또 다른 장애 요인인 인종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야만

인"시 하는 희랍적 이원론에서 파생하여 흑인문제 뿐아니라 배타적 "민족교회"와

20세기 산업사회의 계층적 차별에 까지 파급되어 왔음을 지적하고, 교회는 사회

적 신화에 불과한 "인종"적 신화들을 모든 사회적 신화와 함께 비신화화하는 것

을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65).

저자는, 교회가 이와 같은 모든 선교적 과제를 행동 프로그램으로 계획하는

것은 인간을 도덕적 명령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만들거나 막연한 이상주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며(168),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성육화하여 '예루살렘 거리

에서 종이 된 예수의 교회'로서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들"에게 까지 낮아지는

개방된 봉사의 자세로서 임해야 할 것이며 바로 그와 같은 봉사의 가능성 속에서

비로소 교회는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자유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173).

저자는 9장에서, 교회의 개방을 위해서 치루어야 할 최후의 논의는, 절대적

안전 보루에 폐쇄되어 있는 성만찬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공동성만찬의 가능성을

위하여 논의한다. 저자는 많은 종파들이 "복식부기"를 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관

계에서는 폐쇄적이다가도 비정상적인 관계에서는 자유스럽고 개방적이라는 사실

을 파악하고 이것은 공동성만찬의 장애이기도 하지만 조심스러운 가능성이라고

본다(180). 이의 실현을 위해서 교회들은 모든 옛 것의 단호한 종말을 선언하는

'종말'의 시간에 서서 새로운 변화에로의 도전을 받고 있는 자신의 위치와 사명

을 재파악하고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만군의 여호와께서 베풀어 주실 연회"

(사25:6)로써 "성만찬" 개방의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93).

마지막장인 "내일의 세계로 가는 도상에서" 저자는, "21세기의 초대 그리스도

인들"이라는 책에서 "창조적인 쥐들"로 묘사된 내일의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추

구해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하고 있다(197). 저자는 다수주의와

민족주의 그리고 어제의 "종교"등 그 동안 우리가 길들어 왔던 모든 사회구조와

고별해야 할 것이며 이로 인하여 발생되는 '여가와 권태'등의 새로운 상황에 대

처하기 위해서는 젊은 새 세대를 에큐메니칼 디아스포라의 선봉자로 내세우고 그

들에게 관대한 행동의 자유가 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207).

필자는, 저자의 예견을 통해서 잔인하리만치 비참한 현실 교회의 파국을 보았

다고 느낀다. 그러나 세익스피어의 비극들이 주는 효과가 그러하듯이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오늘의 교회"를 소외시켜 버릴 수 있는 냉엄한 미래의 도전 속에서

교회가 그 존재의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파악해야 할 미래사회의 변화의 추

이와 선교를 위한 자기갱신의 과제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그 모든

논의의 시작에 불과할 뿐 해답은 아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오늘의 교회와 연관시켜 먼저 자기자신의 교회관과 선교

관에 대해 깊이 재검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며 교회와 더불어 진지하게 토

의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많은 논의들이 오늘 우리의 교회 현

실과 너무 동떨어졌다거나 교리적인 타부를 가지고 외면하면 다가오는 사회가 그

와 그의 교회를 외면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