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正祐 <총신대 신대원 구약신학 교수>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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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 극단 2. 성경적이냐? 라는 문제 3. 구속사적 관점 4. 구속사적 관점에서 본 구약의 희년과 신약의 희년, 그리고 우리의 희년 1. 구약성경에 나타난 희년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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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약성경에 나타난 희년사상 5. 결 론 1.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는 운동의 긍정적 측면 2.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는 운동의 부정적 측면 |
1988년 2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KNCC)는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발표하면서 "1995년을 희년으로 맞이하자"고 결의하였다고 한다(민영진 1995:102). 민영진은 KNCC의 88선언의 내용과 의미를 최근 회고하면서, 그 당시 "희년을 향한 대행진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세가지 단계"를 아래와 같이 입장을 다듬었다고 한다.
첫단계로 교회갱신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갈 것을 천명하였다. 구체적으로,
(1) 교회와 교단이 교단을 초월하여 개교회주의와 교권주의를 극복하고 교회일치를 위한 선교적 협력을 강화함.
(2) 평신도 참여를 제약해 온 지금까지의 교회의 내적 구조를 갱신하여 여성과 청년을 포함하는 평신도의 선교 사역 참여를 개방하고 촉진함.
(3) 우리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정의 실현을 위한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을 계속해나감.
둘째 단계로, 평화와 통일을 위한 희년 선포이므로, 교회의 교육선교 분야에서 평화교육과 통일교육을 실시하기로 하다.
셋째 단계로, 예배공동체로서 교회는 평화와 통일을 선포하는 희년 축제와 예전을 통해 신앙을 새롭게 하고 참다운 화해와 일치를 실천해 나갈 것을 결의하다.
특히 KNCC는 남한과 북한의 교회가 평화와 통일의 희년을 기념하는 "평화와 통일 기도주일"을 설정하고, 이 예배의식에서 통일을 위한 기도, 분단의 희생자들과 분단민족을 위한 중보기도, 민족화합을 위한 신앙고백, 말씀선포(희년선포), 찬송과 시, 평화와 화해를 위한 성례전 등을 넣자고 하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속에서 KNCC는 1995년을 맞이하면서, "통일 희년을 공동으로 선포했던 북한 조선 기독교계의 만남을 상징하는 <글리온 4>를 오는 2월 중에 갖는다는 계획 아래 다각적인 노력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동아일보 1995년 1월 15일 17면).
본 예수교 장로회 합동 교단 총회에서도 1995년을 "민족해방 50주년 희년의 해'로 정하고 1월 1일 첫 주일을 맞아 전국교회가 희년 선포주일로 지켜 줄 것을 당부하였다. 총회는 특별기도 제목으로 아래의 세가지 기도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1. 이 민족에게 참된 자유와 통일을 주옵소서
2. 죄의 사슬에서 해방되어 구원의 은총을 입게 하소서
3. 이산가족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옵소서
또한 총회는 희년의 노래(1994년 11월 5일자 1면)와 메시지를 채택하고 희년의 뜻이 담긴 예배를 드려줄 것을 요청하였다(기독신보 1994,12,17일자 9면). 신세훈 목사가 발견한 희년 노래(1934년 선교50주년 희년 대회시 불려졌던 노래라고 함)는 다음과 같다.
1. 희년의 라발을 온 땅에 불너라 구원의 주 예수
죄에서 속했네 구령 속죄의 희년에
구령 속죄의 희년에 천부께 도라 갑세다
2. 악마의 결박과 죄악의 사망을 예수의 십자와 부활로 푸럿네
3. 본고향 떠나서 유업다 바린자 화목의 복음을 밋고 환고하라
4. 희년의 라발을 온땅에 불너라 구원의 복음을 온세상 전하세
본교단의 총무(서성수 목사)도 신년계획에서 올해를 "한국 장로교단들이 80번째 총회를 여는 해이며, 또 해방 50년이 되는 희년이기 때문에" 교단적으로 의미있는 해로 보고 아래의 세가지 방향을 설정하였다(기독신보 1995년 1월 7일 22면).
1. 민족해방의 희년을 맞아 교단 간의 희년을 선포하고 닫혔던 문을 열고 교류와 연합의 물꼬를 트는 해로 삼을 것이다.
2. 1월 첫주일 부터 민족해방 50주년 희년을 선포하고 전국교회가 남북통일과 참 된 자유 그리고 해방을 기원하며 용서 사랑 평화가 넘치는 나락 되도록 합심 노력할 것이다.
3. 지금까지 문을 닫고 살아오다시피 했던 교단의 지난날의 자세를 지양하고 이제 희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잠궈두었던 교단의 문빗장도 열고 교류 협력하는 시 발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런 본 교단의 흐름과 한국교회의 흐름 속에서 "199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라는 주제를 구약 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1. 두 극단
"1995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라는 질문은 근본적으로 성경해석학적인 문제로서, 구약성경의 본문(text)이 우리의 현실(context)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좀더 좁혀 말하자면, 이것은 "구약의 율법과 의식이 신약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또 어떻게 폐기 되었느냐"는 문제로 제기될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먼저 우리는 세대주의자(dispensationalism) 처럼,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윤리를 완전히 분리시키는(total discontinuity) 극단을 피해야 할 것이다. 세대주의에 따르면, 왈키가 잘 요약한 것처럼, '모세의 율법은 독특한 백성인 이스라엘을 위한 것이며, 독특한 장소 즉, 하나님께서 맹세한 땅에서(신6:1) 독특한 시대를 위한 것으로서,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교회에서는 더 이상 구속력이 없다고 본다(골2:14)" (Waltke 60). 즉, 도덕법을 제외한 소위 구약의 시민법과 의식법은 신약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완전히 폐기되었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희년 자체는 완전히 폐기된 옛 법이므로, 오늘날에 다시 희년 나팔을 부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둘째로, 우리는 신율주의자(theonomy) 처럼, 구약의 율법과 신약의 윤리를 완전히 일치시켜(total continuity) 이 문제를 다루는 극단을 피해야 할 것이다. 신율주의자들에 따르면, 구약의 율법이 신약에서 명백히 폐기 되지 않은 한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규범(norm)으로 계속 지켜져야 하며, 특히 구약의 시민법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의 규범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율주의자인 반슨에 따르면, "엣언약과 새언약의 계시에 제시된 하나님의 율법의 일점일획은 기독교 윤리에 있어서 개인적인 차원이든 사회적인 차원이든 간에 그 이론과 실천에 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모든 율법을 성화의 패턴으로 지켜야 하며 인간 사회의 영역에서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공적인 범죄를 행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법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Bahnsen 1984 : �촫). 신율주의에서는 "구약의 도덕법이 신약의 우리에게 구속력을 가진다면, 시민법도 정부와 기관과 개인에게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한다(Harris 1972 : 2). 그렇다면, 희년법은 하나님의 영원한 법으로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영적으로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시행되어야 한다(대천덕 64-65).
우리는 구약의 율법은 다 폐기되었다는 세대주의의 극단과 모두 살아 있다는 신율주의자의 극단을 피하며,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 두 극단은 구약과 신약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킬 뿐 아니라, 전자는 축소화의 위험을, 후자는 극대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2. "성경적이냐?"라는 문제
"1995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는 질문에서 "성경적"이란 말이 쉬운 용어가 아니다. 어떤 주제가 "성경적"이란 말은 그 주제가 성경에 있느냐, 없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성경 전체를 관통하며 지지되는 큰 원리 혹은 규범에 일치하느냐?"는 문제이다. 신약의 교회는 구약 성경에 있는 모든 제도나 계명을 그리스도인의 규범으로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에 있는 "행하라"는 명령조차, 신구약 성경의 큰 원리 속에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성경은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계시의 유기적이고 점진적인 발전 속에서 무엇이 우리 행위와 믿음의 규범이 되느냐는 문제는 신구약 성경의 관계 문제가 다 결부되어 있다. 따라서, 이것은 "정경적 규범"(canonical norm)의 문제이다.
또한 "성경적"이란 말은 기독교의 정경(canon)인 구약과 신약을 다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어려움을 준다.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갈 때, 엄청난 구속사적 전환이 있었다. 이 전환에서, 구약의 중심 제도는 다 사라지고,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구약의 제도적인 왕과, 선지자와, 제사장은 신약으로 넘어 오면서 사라진다. 구약의 다윗 왕조 신학과 예루살렘 중심의 성전 신학도 문자적인 측면에서는 사라진다. 신정국가로서 이스라엘이 사라지고,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백성으로서의 유대인과 이방인이 다 포함된 교회가 들어선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자신의 백성을 삼으시고, 그들에게 자신의 법과 윤리와 의식을 주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신약으로 넘어올 때,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1995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는 질문은 구약과 신약의 통일성과 다양성,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관점에서 다루어질 수 밖에 없다.
3. 구속사적 관점
따라서 "1995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는 문제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구속사적 관점이란,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계시는 일차적으로 역사성(historicity)을 띠고 있으며, 그 역사는 구원사(salvation history)를 중심으로 기록되었으며, 그 구원사는 오늘날 우리를 위해 주어졌다고 보는 관점이다. 또한 구속사적 관점에서 핵을 이루고 있는 하나님의 계시는 역사 속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으며(progressiveness), 이전의 계시와 이후의 게시가 유기적 통일성(organic unity)을 갖고 있으며, 구약은 신약에 대해 예표성(typological)과 규범성(paradigmatic)을 갖고 있고, 종말론적 완성(eschatological)을 향해 나아간다고 보는 관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갈 때, 어떤 구속사적 전환과 발전이 생겼는지 먼저 살펴 보아야 할 것이다.
(1) 구약 신학 전체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내산 언약은 신약으로 넘어오면서 새언약으로 대치되며 완성된다(렘31:31-35; 겔36:22-38). 이 두 언약 사이에, 본질적인 유사성과 통일성이 있지만, 새언약은 옛언약을 완성시키고, 구원의 내면성과 포괄성과 보편성과 영속성을 약속하고 있다. 구약 안에서도, 하나님께서 새로운 언약을 주실 때 마다, 하나님의 통치 양식은 새롭게 전환하고 있다. 즉, 아브라함, 모세, 다윗과 맺은 언약이 본질적으로 은혜언약이지만,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다스리시는 양식은 달라지며, 발전하고 있다.
(2) 구약 언약 공동체를 지탱하던 모든 제도가 변화된다. 구약시대 언약의 일꾼들이었던 선지자와 제사장과 왕은 사라지고, 신약으로 넘어오면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자들이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이요 주의 소유된 백성"(벧전2:9)이 된다.
(3) 구약시대에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민이었다. 그러나 신약시대로 넘어오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이스라엘의 위치를 대신하고 이어받는다.
(4) 구약의 언약표식이었던 할례를 보면, 의식 자체는 폐기되나 그 정신은 세례로 이어진다. 이와 같이, 안식일에 대한 규례도 그 의식법과 연관된 많은 규례들과 날짜는 폐기되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인 주일로 변한다. 구약의 중심 의식들이 신약으로 넘어오면서, 엄청난 변화를 거친다. 그러나 그 중심 정신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고, 더욱 심화되고 확대되었다.
즉, 구약에서 신약으로 넘어오는 구속사적 전환에서 구약의 많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의식적 규례들이 폐기되었지만, 원래 그 법과 의식들 속에 담겨 있었던 원리와 정신은 이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의식의 폐기와 정신의 계승 작업은 구약 성경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들이 나타난다.
4. 구속사적 관점에서 본 구약의 희년과 신약의 희년, 그리고 우리의 희년
1. 구약성경에 나타난 희년 사상
(1) 레위기 25:8-55에는 구약성경에서 희년 규례가 가장 종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본문에 따르면, 희년의 출발점은 출애굽 후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 때로 부터 계산되고 있고(2절), 희년의 순환은 안식년의 틀 속에서 주어지고 있다(6-7절). 희년은 제50년째 7월 10일 대속죄일 부터 시작된다(8절).
구약의 희년제도에서 가장 중심적인 관심은 토지에 있다.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23절). 따라서 이 법은 농경 사회의 구조 속에서, 언약의 백성들이 토지를 잃고 자자손손 남의 종이 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학적인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종되었을 때 주님의 은총으로 자유를 얻은 역사적 경험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41절). 출애굽이 없었다면, 이스라엘 백성이 존재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 자손은 나의 품꾼이 됨이라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나의 품꾼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55절).
이런 역사적-신학적 배경 속에서 희년 규례가 주어지고 있다. '제오십년을 거룩하게 하여 전국 국민에게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그 기업으로 돌아가며 각각 그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니라"(10절). 즉, 희년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경제 정의를 실현한다는 현실적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출애굽 사건에 근거한 신학적 기초 위에서 주어졌다. 이리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은 희년을 통해 약속의 땅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었다.
비평학자들에 따르면, 희년법과 제도는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이스라엘의 종교적인 꿈을 드러내기 위하여 만들어진 "이상적인 법"으로 세워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희년법이 이스라엘 사회생활에 깊이 뿌리내린 제도였음을 뒷받침 해주는 구절들이 구약성경에 여러 번 나타나고 있다.
민수기36장에 따르면, 슬로보핫의 딸들이 같은 지파에 속한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됨으로써 므낫네 지파의 기업을 다른 지파에 빼앗기지 않게 되는 판례가 주어지고 있다. 만약 슬로보핫의 딸들이 다른 지파에 시집을 간다면, 그들의 기업이 희년에 다른 지파로 넘어가게 될 것을 우려하여, 길르앗 자손의 두령들이 모세에게 새로운 판례를 요청하고 있다(3-4절). 여기에서도 "우리 조상 지파의 기업을 보존하는 것"(4절)이 중심 사상을 이루고 있다.
나붓과 아합 왕의 갈등도 조사의 기업과 연관되어 나타난다. 나붓은 조상의 기업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의사 없이는 빼앗길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걸고 왕의 회유에 저항하다 결국 죽임을 당했다(주전 855년, 왕상 21:3이하).
이사야 선지자와 미가 선지자는 "가옥에 가옥을 잇고, 전토에 전토를 이어가는" 부자들과 탐욕을 책망하고 있다(사5:8; 미2:2). 이 책망 역시 이스라엘의 토지신학과 희년법에 근거하고 있다. 에스겔 선지자는 바벨론 포로 이후, 이상적인 왕국이 세워질 것을 바라보며, 구체적으로 희년제도의 실제적인 시행을 바라본다(46:17). 그러나 느헤미야에 따르면, 안식일의 엄격한 시행과 안식년의 회복은 다루어지지만, 희년에 대한 언급은 나타나지 않는다(10:31; 마카비 1서6:49,53참조).
구약성경에서 희년법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본문은 이사야 61:1-3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본문에 따르면, 장차 올 메시야 시대의 축복이 기름부음 받은 여호와의 종의 사역을 통해 희년이 회복되는 것으로 예언되고 있다.
1절은 본문의 예언이 단지 안식년의 회복이 아니라, 희년이 회복임을 뒷받침해 준다. "주 여호와의 신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anawim)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lebasser). 나를 보내사 마음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전파하게 하려 함이라." 이 약속의 말씀은 이사야 11:2, 42:1. 49:8, 50:4,5에 있는 메시야 예언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 예언에 담긴 메시야는 기본적으로 왕직을 수여 받은 분이다.
"주의 영"이 메시야에게 임하였다는 것은 그가 왕직을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성령의 은사를 충만히 받았음을 뜻한다. 그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이다. 기름붓는 의식은 하나님의 선택을 가시화 시켜주며, 왕으로서의 신분을 분명히 해준다. 장차 희년을 회복해 줄 메시야는 새로운 다윗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삼상16:13; 삼하19:22; 시89:20). 왕으로서 새로운 메시야는 성령의 은사를 충만히 받아, 삼중적인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는 (1) 가난한 자('anawim)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며(lebasser), (2) 마음 상한 자를 고치며, (3)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전파할 것이다. 선지자는 여기에서 희년에 사용되는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다(레25;10,13; 27:24; 렘34:8-10; 겔46:17).
2절은 메시야의 등장과 그의 사역의 성격을 명료하게 말해준다. 즉, 메시야가 가져올 희년은 주님의 "은혜의 해"(shenat ratson layhwh)일 뿐 아니라, "신원의 날"(yom naqam)이다. "해"와 "날"의 평행법은 이사야서의 다른 본문에도 나타나며(사34:8; 63:4; 49:8), 문자 그대로 보아서는 안된다. 즉, 은혜는 1년 동안이며, 신원은 하루라는 뜻이 아니다. 해와 날은 둘다, 어떤 긴 시간과 때를 가리킨다. 바로 그 때는 "주님의 때"이다. 그리고 그 날의 성격은 이중적이다. 그것은 먼저 "은혜의 해"이다. 이 속격은 "시간적 속격"(temporal genetive)으로서(Waltke 144), 뒤에 있는 속격(genetive)의 동작이 아에 있는 연계형(construct)의 시간과 연관된 경우이다. 여기에서 주어는 뒤따르는 "주님(layhwh)"이 된다. 즉 주님께서 은혜를 베푸시는 때이다. 이와 같은 용법은 이사야 22:5(yom mehuma wemebuda umebuka la' adonay yhwh tseba'ot, "a day of tumult and trampling and terror to the LORD")과 예레미야 12:3(leyom harega, "a day of saughter")에 나타난다. 달리 말하자면, 이 날은 우리의 은혜와 보복이 주님께 바쳐지는 날이 아니라, 주님께서 친히 은혜를 베푸시고 보응하시는 날이다. 즉, 가난한 자에게는 은총이, 주님의 원수에게는 심판이 임하는 날이다. 바울 역시 같은 뜻으로 이해하였다. '내가 은혜 베풀 때에 너를 듣고 구원의 날에 너를 도왔다"(사49:8; 고후6:2).
여기에서 특히 "은총"(ratson)이란 단어는 기본적으로 "기쁨, 즐거움, 은총"의 뜻을 갖고 있으며(잠14:35; 16:13,15; 10:32; 11:27), 주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자발적으로 베풀어 주시는 사랑과 그 사랑을 받는 당사자 사이에 있는 감정적인 밀착성을 강조해 준다(시89:15-17에서 이 단어가 형성하고 있는 의미론적 범위에 대해 나의 논문「시편89편 : 그 본문과 주석」을 보라).
이사야 선지자는 장차 올 여호와의 종이 '하나님의 은혜의 해"를 전파할 자로 소개하면서, 3절에서 아주 강렬한 영상으로 희년의 성격을 묘사하고 있다.
"무릇 시온에서 슬퍼하는 자에게 화관을 주어 그 재를 대신하며
희락의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시고
그들로 의의 나무 곧 여호와의 심으신바 그 영광을 나타낼자라
일컬음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화관"(pe'er)이 "재"('epher)를 대신하며, 희락이 기름으로 그 슬픔을 대신하며, 찬송의 옷으로 그 근심을 대신하게 하는 영상은 장례식과 결혼식의 대조 가운데 희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희락의 기름"은 시편45:7에서만 나타나며, 왕의 결혼식의 배경 속에서 기쁨을 강조해 준다. 기쁘고 즐거운 때에, 사람들은 기름을 부었다(전9:8; 아가4:10; 삼하12:20; 14:2; 시23:5). 앞으로는 모든 날이 즐겁고 기쁜 날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찬송의 옷"이란, 그들의 옷이 찬송이 된다는 뜻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심령으로 가득찬다는 뜻이다. 더이상 그들은 낙담하고 애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의의 나무" 즉, "의의 상수리 나무"(the oaks of righteousness)가 될 것이다. 구속받은 자들은 강하고 견고할 것이다. 이들은 하나님의 의를 드러낼 것이다.
2. 신약성경에 나타난 희년사상(눅4:16-22)
누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님은 마귀의 시험을 이기시고(4:13),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첫 메시지를 이사야 61:1-3에 근거하여 전하고 있다. "이에 예수께서 저희에게 말씀하시되 이 글이 오늘날 너희 귀에 응하였느니라 하시니라"(눅4:21). 주님은 이사야의 예언이 자신의 인격과 사역을 통해 이루어졌음을 천명하셨다. "저희가 다 그를 증거하고 그 입으로 나오는 바 은혜로운 말을 기이히 여겼다"고 누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불신앙으로 나타났다. " 이 사람이 요셉의 아들이 아니냐?"(22절)
사실 예수 그리스도와 동정녀 탄생과 나사렛에서의 삶과 그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과 승천은 모두 우리에게 전인적인 자유와 해방의 기쁜 소식을 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죄로부터의 영적인 해방과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통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화해와 해방을 다 포함하며, 나아가 "탄식하고 함께 고통하는" 모든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 한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은총을 고대하고 있다(롬8;21).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주님의 사역은 희년을 선포하고 시행하는 사역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주님의 교회는 이 일을 계속 이어가고 있고, 이어가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희년은 신약성경에서 더 이상 하나의 의식이나, 사회적 관습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의 은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전하신 복음이 바로 희년의 메시지였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구약의 희년 의식은 신약시대에 더 이상 의미가 없으나, 희년 정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약의 희년은 하나의 법과 의식으로서, 그리스도의 오심(새로운 희년)으로 폐기되었고, 그리스도를 통해 주실 새로운 하나님의 은총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5. 결론
"1995년을 희년으로 호칭하는 것이 성경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희년법의 폐기"와 "희년정신의 계승"이란 양면선을 가지고 보면서, 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는 운동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1.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는 운동의 긍정적 측면
성경에 계시된 구속사적 사건과 의식들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위한 것이며, 우리는 옛적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사를 오늘날에도 잊지 않고 새롭게 읊어야 한다(신26:1-11의 추수 신앙고백 처럼; 시편103편을 보라). 하나님의 구원사는 우리 조상을 위해 준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를 위해 주신 것이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호렙산에서 우리와 언약을 세우셨나니 이 언약은 여호와께서 우리 열조와 세우신 것이 아니요. 오늘날 여기 살아있는 우리 곧 우리와 세우신 것이라"(시5;2-3)
우리 민족의 근대사를 뒤돌아 보면, 일제 식민지 때 만큼 강한 억눌림과 철저한 수탈과 깊은 고통 속에서 비참하게 산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해방을 맞이 하였다. 8 15는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의 해요 우리 신원의 날이며, 우리 민족사에서 희년선포의 날이었다. 8 15 해방을 통해, 우리는 종교와 정치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참된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해방과 분단은 같이 왔고, 우리는 해방 50년과 분단 50년의 길고 암울한 역사 속에 살아 왔다. 지금도 우리 민족 최대의 문제는 남북 통일과 상호간의 용서와 화해에 있다. 희년정신은 우리 민족의 분단 문제에 가장 좋은 답을 준다. 이사야 61장은 바벨론 포로 후 회복을 내다보며 새로운 나라의 건설을 희년이 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희년정신은 단지 남북의 통일과 화해라는 좁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남북뿐 아니라, 가진자와 못가진자, 동과 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분열과 대립이 깊다. 또한 교단과 교단 사이에 있는 분열과 대립도 깊다. 이런 현상들을 극복하며, 교회의 거룩성과 순결성을 지키면서도 보편성과 통일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은 언제나 바람직하다. 따라서 잊혀진 희년 정신을 우리 시대에 적용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높이 사야 할 것이다.
2.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는 운동의 부정적 측면
(1) 희년 설정의 시점에 관하여
민영진에 따르면, "회복의 성격을 지닌 희년의 기점을 정함에 있어서, 민족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민족 공동체 전체가 희년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찾다 보니, 1945년을 찾게 되었고, 그것을 기점으로 50년을 내다보니 1995년이 나온 것일 뿐이다. 분단은 '언제든지' 종식도어야 한다"(1995:108). 그러나 해방을 우리의 희년으로 보는 것과 그 이후 50년째를 새로운 희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문자적으로 50년째를 강조하는 것은 신약시대에 의미가 없고, 이것은 구약의 성일 싸이클로 돌아가는 것이며, 구속사를 역행하는 것이다.
(2) 희년이란 단어의 의미에 관하여
문제는 "희년"이란 핵심단어 속에 무슨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있다. 이 속에 단지 민족사적 의미나 사회-경제-정치적 의미만을 부여한다면, 그것은 성경적인 포괄적 희년개념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희년의 구속사적 의미를 단지 사회학적인 의미로 축소시켜 버릴 위험이 있다. 신구약 성경에서 희년의 기본개념은 영육간에, 하나님과의 수직적 관계 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수평적 관계에 있어서, 포로되었던 자에게 화해와 자유와 해방을 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주권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주신 희년 선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졌다. 주님의 복음을 통한 죄의 회개와 주님의 속죄 은총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없이, 참된 희년은 있을 수 없다.
(3) 희년 공동체의 범위 문제에 관하여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희년선포와 실천을 통해 새로운 메시야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언약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희년 공동체는 언약 공동체로서, 민족공동체와 동일시 될 수 없다. 물론, 우리가 희년 공동체를 이룰 때, 민족 공동체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이 둘은 같은 차원이 아니다. 그 어떤 나라나 민족이 거의 완전히 복음화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약 공동체와 동일시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정리하자면, 희년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 나라와 도래와 함께 이미 왔고,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을 통하여 이루어진 구속사역을 통해 희년의 은총은 이미 주어졌다. 또한 희년의 은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금 안식의 축복을 누리듯이 희년의 축복을 누리고 있다. 희년의 은총은 우리가 믿음으로 받아들이면 언제나 우리의 것이다. 따라서 한 해나 한 날을 정하여, 새롭게 희년을 알릴 필요가 없다. 우리는 더 이상 50년을 싸이클로 하는 구약시대에 살고 있지 않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성령으로 주시는 은혜시대를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년정신을 우리 시대에 살리자는 노력은 높이 사야할 것이다.
인 용 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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