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에 나타난 위기와 극복
1. 서론
2. 국가적인 위기의 정황과 극복
3. 개인적인 위기의 정황과 극복
4. 탄원의 형식과 내용
5. 위기시의 생명의 길
1. 서론
현재 우리나라에는 닥친 메뚜기 재앙과도 같은 경제 위기가 갑작스럽게 닥쳐 국가 전체가 사회 심리적 불안으로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다. 또 그러한 전반적 사회 위기는 그 유기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도산과 좌절로 나타나 쓰라린 아픔으로 우리의 피부에 와 닿고 있다. 이런 싯점에서 먼저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어떻게 이러한 위기를 맞이했고 또 신앙적으로 극복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다음에 개인 구성원들 역시 어떻게 그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구함을 받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구약시대의 위기상황에 대해서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은 구약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편서 이다. 시편서 중에서도 위기 때에 하나님께 드리는 호소로써 탄식시편에 가장 잘 나타나있는데 이러한 탄식시편은 공동체 탄식시편과 개인 탄식시편으로 나누어진다.
2. 국가적인 위기의 정황과 극복
공동체 탄식시는 국가나 지파 공동체 전체에 전쟁이나 유행병 천재지변과 같은 재앙이 닥쳤을 경우에 행해졌던 일련의 탄식과 탄원행위를 말하는 시편들이다. 국가적인 위기 때 노래되었고 사용되었던 공동체 탄식시의 삶의 정황의 예는 단적으로 대하 20:1-30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본문은 모압과 압몬을 위시한 외세가 갑작스럽게 예루살렘의 바로 옆 사해 서쪽해안 엔게디에까지 밀어닥쳐 나라가 풍전등화격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취했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달러의 부도현상으로 말미암아 국가 경제가 풍지박산의 급박한 지경에 이른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4절은 이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 나라의 행정적 수반인 유다 왕 여호사밧이 단식을 선포함을 기록하고 있다. 단식이란 레 16:29, 31 등에 보면 지금까지 육적인 소욕과 관련된 상황으로부터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innah nepesh )이었고 또 삼상 14:24 등에 보면 불레셋인들과 전쟁 중에 사울과 그 부하들로 하여금 일편 단심으로 난국을 승리로 이끌도록 하기 위해서 선포된 것이었다. 한 마디로 단식은 헌신과 절제를 나타내는 것으로서(출 34:28; 마 4:2; 눅 4:2)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서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현실적이며 객관적으로 꿰뚫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하겠다. 유다 백성이 자기들이 섬기는 야웨께 도움을 청하려고 유다의 모든 성읍으로부터 몰려와서 야웨께 한 마음으로 간구한다. 여기서 백성들이 모두 모였다라고 하지 않고 모든 지파로부터 모였다라는 말은 지파의 대표격이 되는 사람들이 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자기들이 믿는 신을 중심으로 한 마음이 되고 단합된 마음으로 그 자신들을 구해주실 것을 기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때에 발생했던 상황을 예언자 요엘은 그의 예언서에서 다음과 같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사제들아, 베옷을 걸치고 슬피 울어라.
제단에서 시중드는 자들아 통곡하여라.
내 하나님께 시중드는 자들아,와서 베옷을 걸치고 밤을 세워라.
너희 하나님의 전에 드릴 곡식도 포도주도 모두 떨어졌다.
단식을 선포하여라.
성회를 소집하여라.
장로들아, 전국민을 불러
너희 하나님 전에 모으고 야웨께 부르짖어라.(13-14절, 공동번역)
다시 대하 5-9절로 돌아가 보면 이들은 특별히 국가의 중앙성소가 되는 성전에 모였고 여호사밧이 왕으로서 대표기도를 한다. 이 대표기도의 내용은 9절에 잘 나타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전쟁이 나거나 곡식이 여물지 않거나 염병이 퍼지거나 흉년이 들거나 어떤 재앙을 당하든지 이 집은 하나님의 이름이 붙은 집이니 우리가 이 집 앞에서 하나님 앞에 나서리라. 곤경에 빠질 때마다 하나님께 부르짖으면 하나님께서는 들으시고 우리를 건져 주시리라". 그는 여기서 하나님이 그 백성을 구해주시리라고 하는 강한 희망과 확신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그 다음에 10-12절에는 그 위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하나님께 아뢰고 그 문제에 대한 과거의 역사를 분석, 검토한다. 그리고 하나님이 어떻게 하실지를 묻는다. 다시 말하면 전체 상황에 비추어 해결방안이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갈망하는 단계이다.
13-17에서 이 때 하나님의 영을 받은 선지자 레위인 야하지엘이 "온 유다 백성, 예루살렘 시민, 여호사밧왕은 들으시오. 야웨께서 이르시는 말씀이오. '두려워 말아라. 적군이 아무리 많더라도 겁내지 말아라. 이 전쟁은 너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다...유다야 예루살렘아 두려워하지 말고 겁내지 말아라. 내일 너희는 마주 쳐 나가거라. 야웨가 너희 곁을 떠나지 아니하리라'"라고 확신과 용기를 북돋우어준다. 즉 위기에 쳐했을 때 크게 당황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담대할 것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선지자란 나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종교계 지도자나 선구자로부터의 인물일 것이다. 이러한 선구자적인 격려는 백성들로 하여금 난국을 극복하리라고 하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단순히 낙관론만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난국을 대처하기 위해 당장 내일 출전하라는 하나님의 요구가 뒤따른다. 특별히 17절에서 난국의 주체가 야웨임을 강조함으로써 백성들이 함부로 동요하지 않고 사태의 진전을 냉철하게 직시하도록 한다.
18-19절에서 이러한 신뢰의 예언을 듣고 여호사밧이 먼저 엎드리고 온 백성도 따라서 엎드려 예배드린다. 이는 왕 자신이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솔선수범해서 자신을 겸손하게 함으로써 백성들에게 본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엎드려서 예배한다고 할 때 엎드리다라는 말은 배를 땅바닥에 깔고 완전히 한 분 하나님께 맡긴다라고 하는 자세이다. 한 분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백성들의 마음이 하나로 단결됨을 의미한다.
20-23절은 이제 백성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실전을 위해서 나아가는 실행의 단계를 보여준다. 이 때에 그들은 진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찬양대를 조직한다. 이는 진격하는 일꾼들과 전사들을 위해서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 역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단합된 모습으로 대처해 나아갈 때에 그 문제는 스스로 해체되기 시작하며 자연 해결되기 시작한다.
24-25절에서는 그러한 재앙의 위기 복으로 변화된 장면을 보여준다. 그들의 목숨을 노리고 도산으로 다가왔던 문제는 수많은 전리품으로 변화되어 그들에게로 되돌아 온다. 그들은 그 위기가 남긴 적군의 전리품을 수거하는 축복을 받게 된다.
26-30절은 그러한 큰 힘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장면이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단결된 힘을 발휘했을 때 멸망의 위기는 전화위복이 될뿐더러 수치스러울뻔 했던 국가의 위상은 오히려 그러한 위기를 극복한 민족에 대한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으로 뒤바뀌고 국가경제는 더 튼튼하게 된다.
3. 개인의 위기와 극복
개인 탄식시는 개인적으로 도산을 했거나 병에 걸렸거나 억울하게 모함을 받았거나 혹은 감옥이나 사막 폭풍우 속에서의 암담한 위기 상황에서(시 107) 벗어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탄식과 탄원행위들을 말한다. 이 개인 탄식시는 시편의 여러 형식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공동체 시편과 합해서 시편서 전체의 약 1/3 이상을 차지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감사시나 찬양시도 궁극적으로는 궁지에 몰려있던 상황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을 볼 때에 아마도 시편서의 약 2/3는 탄식시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한 개인이 궁지에 몰려있을 때의 정황은 사 38:1-8절에 잘 나타나 있는데 갑작스럽게 죽을 병에 걸린 히스기야가 드리는 탄원으로 시작한다.
1-3절에 보면 독립운동을 위해서 그렇게 애를 쓰던 히스기야가 산헤립의 공격을 받아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는 중에 설상가상으로 이번에는 죽을 병에 걸리게 된다. 아마도 생사를 걸고 일으킨 반 앗시리아 전쟁으로 말미암아 심적인 탈진과 재정의 고갈이 결국 그를 죽음의 문턱 직전까지 나아가게 한 것 같고 그렇기에 그의 죽음은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고 선지자인 이사야에 의해서 판정되고 있다.. 38:1의 "그 즈음에"라는 말은 산헤립이 퇴각할 때 쯤이라는 시기를 가리키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패가망신의 도산으로 말미암아 재기불능의 상태로 되어 결정적인 심적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 때 그는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오, 야웨여, 제가 항상 당신의 앞에서 참되게 살았으며 충성스럽게 당신을 섬겼고 당신 보시기에 선한 일을 행하였음을 기억하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며 슬프게 울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간단한 탄식시 형태의 탄원의 기도가 나타난다. 먼저 "야웨여!" 하며 야웨의 이름을 부른다. 그 다음에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탄식하고 기억해 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그러한 삶은 진실된('emeth) 삶이며 전심으로(beleb shalem) 선(tov)만을 행한 것이었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우리말로 말하자면 일편단심으로 하나님과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것만을 위해서 일생을 바쳐 왔다고 하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나에게 이러한 시련을 주느냐는 것을 묻고나서 인생의 맨 마지막 단계에서 그러한 자기에게 최후의 기회를 줄 것을 호소한다.
이러한 눈물어린 호소뒤에 이사야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하나님의 음성이 그의 마음에 들린다. "너의 선조 다윗의 하나님 야웨가 하는 말이다. 네 기도를 내가 들었고, 네 눈물을 내가 보았다. 내가 너의 병을 낫게 해 주리라. 삼일만에 너는 야웨의 전에 올라 가게 되리라. 내가 너의 수명을 십 오년 더 연장시켜 주리라. 너와 이 성을 아시리아 왕의 손아귀에서 구해내고 이 성을 보호하리라." 이는 진실된 기도 후에 새로운 길을 예비하고 있는 하나님으로부터 응답받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7-8절에 보면 이사야는 정말 일편단심의 기도를 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비장한 기도와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은 후에 그는 마음속에 그 응답이 이루어지리라고 하는 확신의 징표를 가지게 된다. 그가 다시 재기함으로써 15년의 인생을 다시 설계할 수 있게 되었고 9-22절에서는 그가 야웨를 떠나지 않고 그의 능력을 찬양하겠다라고 하는 찬양의 서약을 하게 된다.
인간은 재앙이나 병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좌절을 경험한다. 이러한 외적인 좌절은 결국 정신적인 그리고 심적인 죽음의 수렁으로 우리를 굴러 떨어뜨린다. 구약성서에서는 심적 혹은 육체적인 병으로 말미암아 시작되는 이웃과의 관계 단절은 죽음의 시작이라고 본다. 이런 와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철저하게 우리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감에 헌신해 왔는가? 또 앞으로 그렇게 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의 자기 성찰이 이러한 영의 탄식인 기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4. 탄원의 형식과 내용
탄식은 원래 "기도"라는 뜻의 히브리어 테필라 tepillah에서 온다. 어려운 시기의 호소인 탄식시 즉, "기도"는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1.야웨여,언제까지 나를 잊으시렵니까?
영영 잊으시렵니까?
2. 밤낮없이 쓰라린 이 마음, 이 아픔을,언제까지 견뎌야 합니까?
언제까지 원수들의 우쭐대는 꼴을 봐야 합니까?
3. 야웨, 나의 하나님,굽어 살피시고 대답해주소서,죽음의 잠 자지 않도록
이 눈에 빛을 주소서,4. 원수들이 "이겼노라" 뽐낼 것입니다.
적들은 기뻐하며 날뛸 것입니다.
5. 이 몸은 주의 사랑만을 믿사옵니다.
이 몸 건져 주실 줄 믿고 기뻐합니다.
6. 온갖 은혜 베푸셨으니
야웨께 찬미드립니다.(공동번역, 시 13)
위의 탄식시의 구조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1. 하나님을 부름: 1절
2. 현실적 고난의 토로: 2절
3. 하나님에게의 호소: 3-4절
4. 신뢰의 고백: 5절
5. 찬양하리라고 하는 서약: 6절
먼저 야웨의 이름을 부른다. 왜냐하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야웨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제 2계명때문에 형상을 보면서가 아니라 야웨의 이름을 부름으로서 하나님과 교통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 하나님께 그들의 속사정을 말씀드린다. 이것은 현재 그들이 처한 행동이 얼마나 딱한지를 알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하나님이 자신들과 함께하지 않으시고 도와주지 않으시는지에 대한 불평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세번째는 이제 기도의 형태로 호소하는 탄원이라는 항목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탄원의 과정에서 기도의 응답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구약 본문들을 근거로 이러한 호소와 신뢰의 고백 사이에 하나님을 대신한 역사적인 안목을 가진 예언자 즉, 현대교회에서의 목회자의 역할이 작용된 것으로 본다. 이 역할이란 상담이나 말씀선포로 용기를 심어주어 생명의 길을 택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 응답에서 그들은 과거에도 구해주신 하나님이 그들을 다시 구해 주시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사회 혹은 신앙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관계 형성에로의 용기와 희망을 가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힘과 용기를 허락하신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그를 찬양하겠다는 것과 세상의 보이는 것을 따라서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만을 따를 때에 승리하리라는 확신을 서약의 형태로 고백하게 된다.
5. 위기시의 생명의 길
수많은 위기가 있었던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가장 큰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경우가 두번 있었다. 첫번째는 북이스라엘과 시리아의 연합군이 쳐들어 왔던(735) 아하스 왕(735-715)) 때발생했다. 이 때의 이야기는 사 7; 왕하 16장 대하 28장 등에 나와 있는데 이 시기는 임마누엘의 신앙이 예언자 이사야를 통하여 선포된 때였다. 북이스라엘과 시리아의 동맹군이 예루살렘을 포위하고 있는 동안에 유다백성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나가서 항복을 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버티느냐라는 양자택일의 위기였다. 이 때 선지자 이사야는 끝까지 예루살렘에 남아 있을 것을 선포한다. 이것이 바로 남은자 사상이다. 끝까지 버티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라는 신앙이었다. 남은자 사상은 신학적인 배경이 없이 그냥 갑자기 나온 말은 아니며 다윗이 왕조 창건시에 받았다고 믿어지고 있던 다윗계약신학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었다(삼하 7장). 그 신학은 두가지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첫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윗왕조는 끊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고(삼하 7:15-16), 둘째는 하나님이 선택한 왕이 자리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거주하고 계신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 도성은 결코 함락되지 않으리라는 신학이었다. 백성들도 그 남은자 사상을 믿고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두번째 위기는 이스라엘의 맨 마지막 왕이었던 시드기야왕 때(597-587) 나타나게 된다. 이 때는 제국건설의 일환으로 바벨론의 느브갓네살왕이 쳐들어온다. 이 때 세계의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니느웨에서 격파되고 남은 시리아의 잔존세력은 에집트의 느고 II세의 군대와 연합하여 갈게미쉬에서 최후의 한판을 벌였으나 격파당해서 더 이상 에집트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처지였다. 북이스라엘 출신이었던 예레미야 선지자는 이러한 역사적인 대세를 읽고 있었고 그 징표로써 끓고 있던 거대한 가마솥이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기울어지는 환상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궁중예언자나 제사장 그리고 대신들은 왕조신학과 국수주의에 빠져 있었다. 이는 세계화의 물결이라는 대세가 온 지구를 뒤덮어 가고 있는 오늘날 조그마한 한반도가 국지적인 이론만을 가지고 이를 거역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대세에 비추어서 예레미야는 성안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이 갇혀있는 남유다 백성들에게 나가서 항복하는 것이 사는 길이며 생명의 길이라고 외친다. 이는 전통적인 시온니즘 즉 다윗계약사상에 비추어보면 반역무도한 망발이었다. 많은 각료들과 종교인 그리고 성안의 백성들이 그를 잡아죽이려고 했고 매도 때리고 구덩이에 던지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결정권자인 왕 자신도 어느 길이 생명의 길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래서 시드기야 왕은 야당의 위치에 있던 그를 비밀리에 불러서 의견을 묻기도 한다. 이는 니고데모가 유대교의 선생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의 교리를 확신할 수 없었고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에 매료되어 비밀리에 예수를 찾아와 생명의 길을 물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결국 왕과 왕손들 그리고 예루살렘의 모든 우파 식자층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에게 전해내려오고 있던 국수주의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자신들을 맡기지만 현실적이지 못했던 그들의 계산은 결국 패망의 길로 치닫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패망이 영원한 종말은 아니었다. 그 패망후 그들은 각성하게 되었으며 신앙의 새로운 진수를 깨닫게 된다. 그로 말미암아 이제 세상 끝까지 떠돌아 다니면서 그들의 신앙은 새롭게 회복되었으며 결국 기독교의 모체가 되는 사명을 감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두 예언자 중의 하나는 거짓 예언자라는 말인가? 이 두 예언자는 당시로서는 모두 참예언자였다. 이사야와 예레미야는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해서 임마누엘의 신앙과 새계약을 선포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의 초석이 된 예언자들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들 예언자들의 예언의 기준이 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생명의 길이었다. 기존의 모든 갈등과 이론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떻게 하면 그 백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선포한 예언자들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국가적인 위신실추의 문제도 걸려 있을 수 있고 정치와 경제 사회적으로 내부적인 갈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종교적 정치적 지도자들이 선포해야 할 내용의 기준은 어떻게 하면 우리 백성이 살아남고 번성하고 오래 살고(신 30:15-20)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삶의 영원한 의미를 깨닫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느냐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요 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