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의 생태신학적 이해

시작하는 말

14년 전 필자가 이 학교에 처음 왔을 때 신학춘추 기자가 교수 칼럼에 느낀 바 소감을 쓰라는 요청에 십여 년간 해외에 있었던 필자로서 느낀 첫 반응은 열악한 우리 자연환경에 관한 것이었다(1983/11/25).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과 같이 십여 년이 지나서 고국에 와 보니 서울의 거리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하였다. 한강 건너 강남의 거리는 구미의 대도시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변하고 발전한 모습들이 눈에 뜨인다.

출퇴근 시간에는 자동차가 홍수처럼 밀리니 시카고나 뉴욕, 파리나 카이로와 같은 세계 대도시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듣던 대로 잘 사는 나라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런데 서울에 도착 첫날부터 느끼는 것은 서울 하늘의 맑은 공기를 맛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늘은 늘 안개 낀 날씨처럼 부옇게 흐리고 탁한 공기에 시내 중심가에서는 눈의 아픔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십여년 전에 비해 서울공기가 탁해진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수돗물도 끓이지 않고는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푸른 한강 물은 어디로 갔고 흐린 물만이 눈에 뜨인다. 잘살게 된 만큼, 다시 말해 과학기술과 문명의 혜택으로 편하게 살게 된 만큼 우리 자연환경이 파괴되었고 오염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데 대한 자연의 반발로 각종 오염이 상승되고 미지의 병균이 급증되고 있으며 핵의 위협이라는 긴장감속에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자들은 생존의 윤리를 최고의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는 20 세기 후반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살 곳은 아니다.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뒤의 후손들도 살아야만 될 장소이고 보면 우리들만이 자연을 독점하고 우리들만을 위해 사용할 권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미국인들이 세계 에너지의 반에 가까운 량을 소비하고 있는 것과 같이 20 세기 후반기의 인류가 지구 에너지의 상당량을 자신들만을 위해서 사용할 권리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제한된 에너지의 해결책으로 대체 에너지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나 활용성에 비해 비용과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미래의 목회자가 될 신학생들은 이런 오늘의 현실을 종말론적으로만 강조할 뿐만이 아니라 문제성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대책이 요청된다고 본다. 종말론적 이해와 함께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이해 즉 비자연화를 극복하는 일이 요구된다.

자연이 인간의 파괴와 이용의 대상이란 견해는 지난시대의 이해이다. 자연이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이 우위라는 사고는 지난시대의 사고이다. 창세기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말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보다는 모든 인간이 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피조되었다는 만민평등뿐만이 아니라 다른 피조물과의 균형과 조화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다. 고대 근동세계에서는 임금과같은 특수한 사람만이 신의 형상대로 피조되었으나 구약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생태계 전체가 창조의 목적에 따라 균형과 조화를 이루라는 것이 창조의 의미인 것이다. 기독교가 현대 과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면 과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에도 적극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겠느냐가 오늘 이 선지동산에 모인 신학도들의 주 관심사가 아닐까 한다."

위의 14년 전 글에서 필자는 우리의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의 문제성을 다시 읽으면서 당시의 상황과 오늘의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오늘의 상황은 14년 전에 비해 14배가 악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후 대기-수질-토양오염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1985년 경남 온산 주민의 집단괴질사건, 1991년의 낙동강 페놀유출사건등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속출되었다. 2년 전 조선일보 사설(1995/3/14) "산하(山河)가 죽고 있다"에 의하면 공해가 없는 충북 청원군 강내면 일대에 내린 이슬을 조사한 결과 평균 ph 4.1의 강한 산성을 나타냈다고 한다. 같은 날 KBS TV에서도 서울 남산의 낙엽이 썩지 않고 쌓여있는 것은 강한 산성비로 낙엽을 썩게하는 균들이 다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4년 강원대 조사에 의하면 안개속에도 빗물에 44배 달하는 산성이 검출되었다고 하며 보건환경연구원은 92-93년 사이 서울에 내린 비의 77%가 기준치를 초과한 산성비였다고 한다.

이처럼 도시나 농촌할 것 없이 비와 눈과 안개 심지어는 이슬까지도 심각한 공해에 오염되고 있다. 1997/6/15-17까지 연 3일째 계속해서 서울 19개 지역에 오존주의보(0.12ppm)가 내려지므로 해서 호흡기 환자, 노약자, 유아들의 외출이 통제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또 6/29-30일 조선일보 연속기획 '팔당호가 죽어간다'에서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다루고 있다. 오염물질의 42%가 가축폐수로 인해 팔당호의 물이 식수로 사용될 수 없는 3급수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85년 1.4ppm에서 1997/5월에는 21.1ppm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팔당이 죽으면 서울도 죽는다고 사설에서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위험수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무관심과 이해부족은 더욱 심각한 위험수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같은 신문 병든 생태계의 원인 진단 13회(1995/9/13)에서 러시아에는 구 소련의 자연파괴로 인한 인류 최대의 재앙이 임하고 있다고 한다. 국토의 절반 가량이 경작 불가능한 땅으로 변했고 핵 폐기물의 절반 가량이 30년간 강가 땅속에 매장되어 있어 여기서 방출되는 총 방사능량 14억 큐리는 체르로빌의 방사선 유출의 60배로 이것이 북극해로 유입될 경우 심각한 위험성이 나타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또 대기와 토양오염 때문에 신생아의 10%가 기형아-선천성 불치병자로 태어나고 있다고 한다. 1973년 이후 모스크바 근처 공단지역에서 동일 유형의 신체장애자 90명이 탄생했는데 그들은 왼쪽 팔꿈치 또는 손목 아래 부위가 없는 기형아들이다. 그런데 이같은 장애자가 두 이웃 가정에서 무려 8명이나 태어난 경우도 있어 구 소련의 업보가 인류 사상 최악의 재앙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므로 각종 공해와 오염문제는 한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아황산가스의 16%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실정이니(조선일보 1997/4/21) 국지적 대응보다는 국제간 대응이나 종합적 사회경제적 접근 방식이 불가피하다. 환경투자와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공동보조를 위한 환경외교 특히 중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문제의 종합적 해결과 국제적 공조체제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자동차가 천만대 이상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대기오염이 오죽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논리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나 대기오염 산업체를 억제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미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란 표제를 통해 각국에 대한 경고선언을 한 것이나, 같은 해 스웨덴의 스톡홀름(1972/6/5-16)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선언문'등은 무작정한 자연개발은 결국 생태계의 파괴와 인간생명에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후1992년 6/3-14일에 브리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열었던 유엔 환경문제총회(UNCED)에서도 당면한 인류의 생태학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하나뿐인 지구'란 주제하에 인류의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파트너쉽을 앞세운 경쟁만이 인류의 미래를 약속한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또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 차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하여 1995년 4월 베를린 유엔 기후회의가 개최 되어 세계 170개국 대표들이 모여 11일간 열띤 협상을 벌였지만 선진국들과 개도국들이 각각 자국의 이익만을 위한 환경국가주의 때문에 이해의 벽을 넘지 못했다.

36개의 섬으로 된 몰티브 국가 대표는 '자기 나라의 평균 지표가 1m 정도이기 때문에 온실가스의 영향이 이대로 가면 21세기에는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 나라 전체가 물 속에 잠겨 나라가 살아질 운명'이라고 호소했지만 선진국들의 반응이 없었고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분담론에 대해 인도 대표의 입장은 미국과 일본은 2명당 자동차가 한 대꼴이지만 중국은 1840명당 겨우 버스 한 대꼴이니 선진국은 사치성 CO2(이산화탄소)인데 비해 개도국들은 생존의 CO2라고 하며 먼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분담을 떠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25회 환경의 날(1997/6/5)을 맞이하여 환경부와 유엔환경계획(UNEP)으로 이루어진 서울회의도 온 누리에 생명을 위하여(for life on earth)라는 주제하에 환경윤리 서울선언문을 채택하여 인류는 유기적 공동체에 바탕한 생태학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에 대한 온 생명체계(whole life system)를 구축하자는 새로운 환경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공생을 위한 책임분담과 협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곧 이어 뉴욕에서 열린 유엔 특별환경대회(1997/6/23-27)에서도 선진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선점령하려는 의도 때문에 나라들 사이의 이해관계와 갈등경쟁이 종전처럼 반복되어 결국 인류의 미래 전망은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온실가스 배기량을 지난 1990년 수준보다 15% 감축시키자는 유럽측 요구를 미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으로 거부했던 것이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초까지 두 주간 동안에 나타난 자연의 비상 상태를 본다면 엘니뇨 현상으로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고 다른 지역에서는 한재로 아사 상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도 남해안에는 적조 현상으로 물고기가 떼 죽음을 당하고 한강과 낙동강에는 녹조 현상이 나타나 생물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동해안에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 생태계 파괴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인류가 당면한 세계적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할 길이 암담하지만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는 성서적인 안목으로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성경에서 찾아 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란에서는 창세기 1:26-28절에 나타난 창조신학 즉 생태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에 대한 최근의 신학적 관심

지금 우리 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인류가 당면한 과제는 생태계의 파괴와 각종 오염과 핵의 위험으로 야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창조질서를 회복하며 지속 보존하느냐에 있다. 생태계의 파괴는 모든 생물의 생명망을 끊는 것이다. 그러므로 끊긴 생명망(web of life)을 회복하는 일은 지역, 종교, 민족을 초월해서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교회 주변에서도 생태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행히도 '창조신앙-하나님의 생태학(K. Marti-1983)', '생태학과 신학(이정배-1989)', '세계와 환경(O.H. Steck-1990)', '생태학의 위기와 신학(김 균진-1991)', '생존을 위한 윤리(맹용길-1991)', '창조신앙과 생태계의 위기(기독교 사상-1991/9)', '자연신학(조지 S. 헨드리-1994)'등 생태학적 신학에 관한 저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각종 모임과 활동이 교회 내에서까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989년 서울에서 있었던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의 세계대회나, 1990년 봄에 있었던 세계교회협의회(WCC)의 JPIC대회에서 창조질서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을 주제로 삼은 것도 창조질서의 회복과 보전이 기독교의 세계적 관심사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 나라와 같이 산업화가 한창인 개발도상국들에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은 한층 더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앞에서 열거한 여러 생태학적 신학자들의 논조는 오늘날 생태계의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는 과학기술문명을 생산한 유대-기독교 세계관, 즉 성경의 창조론을 오해한 데서 기인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화이트(Lynn White, Jr.)가 1967년에 '생태학적 위기의 역사적 뿌리'(The Historical Roots of Our Ecologic Crisis)란 논문을 발표한 이래 생태계의 위기는 특히 기독교 세계관과 유관되어 있다는 인식이 짙어왔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의 제한 없는 발달에서 오는 생태계의 위기는 서양 기독교 문명권에서 출발되었고 그 영향이 파급되었지, 자연을 신성시하는 동양종교 문화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독교 전승은 성경의 창조론을 너무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만 해석했던 것이 사실이다. 교회는 "땅을 정복하라"(Dominium Terrae)는 성경 말씀을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땅이 얼마나 파괴되고 마멸되느냐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가르쳤다. 어거스틴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으나 땅과 자연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주어진 복은 땅을 정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지만, 땅과 자연은 하나님의 흔적에 불과하므로 땅과 자연은 인간에 의해서 이용되고 다스려질 수 있다고 가르쳤다. 베이컨도 인간은 자연에서 모든 것을 빼어 쓰는 것이 하나님의 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독교 창조론이 생태계 파괴를 몰고 온 원인이 되므로, 오늘날과 같은 환경의 파괴와 오염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어느 종교보다도 기독교에게 있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의 신학도인 우리는 성경의 창조신학을 재음미해 보고,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생명의 존속을 위한 공존의 사명을 성경에서 재발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문제는 하나님이 아담에게 말한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고 땅을 정복하라"(창 1:26-28)는 창조신학에 대한 이해 즉 생태신학(Ecotheology)적 의미들을 새롭게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창세기 2장 15절에 하나님이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명령한 "동산을 다스리고 지키라"는 의미를 연계시켜 보아야 할 것이다.

2)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의 위상

하나님이 창조한 자연환경을 파괴하여 생태계의 위기를 만든 주범은 사람이다. 사람이 창조질서 속에 어떤 위치에 있기에 자연 만물이 탄식할 수 밖에 없는(롬 8:22) 상황으로 만들었을까?

사람은 창조의 과정에서 마지막 날인 제 육일에 창조되었다(창 1:26-31). 인간이 맨 마지막 날에 창조되었다고 해서 다른 생물보다 우수한 것은 아니다. 첫째 날이나 여섯째 날은 똑같이 창조 일정표에 속한 날에 해당될 뿐이다. 창조의 우선 순위가 피조물의 우열을 구별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매일 창조가 끝날 때마다 창조된 것을 보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tov)고 했으며 하늘(창 1:18)을 제외하고는 매일 긍정적인 평가를 하셨다. 창조된 인간만을 보시고 좋았다라고 긍정 평가를 하신 것이 아니라 다른 피조물도 모두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였다. 이런 평가는 곧 창조된 모든 것은 나름대로 피조물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음을 말한다.

지렁이 한 마리라도 그 있는 곳에서 창조질서의 기능과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연하게 생겨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볼 때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같이 보이지만 하나님께서는 창조질서 속에 꼭 필요하셔서 창조해 놓은 것이다. 지렁이의 활동 없이 토양의 미생물들이 살 수 없다.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나, 들에 자라는 한 포기의 풀도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이기(마 6:26-30) 때문에 그 존재 자체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사람만이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피조물은 각기 그들의 생명을 위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으므로, 그들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의의를 갖는다. 그래서 모든 피조물들은 피차 관계와 보존의 공존의 구조를 가진다. 동물이라고 해서 인간의 먹거리로만 존재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동물도 인간과 같은 재료인 흙으로 창조된 피조물(창 2:19-20)로서 창조질서 속에서 나름대로 존재 가치와 기능을 갖는다. 한 송이의 꽃이 없어질 때 수십 마리의 나비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시편 104편 35절에서 세상의 여러 피조물들은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반해 오히려 죄지은 인간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있게 때문에 시편기자는 그들이 세상에서 소멸되기를 간구하고 있다. "죄인을 땅에서 소멸하시며 악인을 다시 있지 못하게 하실지로다" 인간이 창조질서를 보전하는데 조력자가 아니라 방해자로 등장케 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다른 피조물에 대해 가해자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 성경 시편 8편에서 인간은 천사보다 조금 못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데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인간은 하나님(Elohim)보다 조금 못난 존재로 나타난다. 그것은 시편 기자의 본래 의도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만물에 대한 통치 기능을 하나님의 통치 기능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여 하나님과 인간을 동일 선상에 놓고 묘사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창조자요 인간은 피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보다 조금 못한 (mi meat)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왕처럼 하나님의 형상을 입었다는 전제하에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왕이 하나님의 위임 통치자란 의미에서 하나님보다 조금 못한 것으로 표현된 것이지 인간 자체가 다른 피조물보다 존재 가치가 우월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창 1장 26절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zelem)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갖지 못한 다른 피조물과 차별된다기 보다는 구별된다는 뜻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졌다는 말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인(Stellvetreter)이라는 뜻이라고 성서학자들은 말한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하나님의 형상은 사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왕에게만 주어지는 특수 은사이다. 창세기에서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애굽이나 바벨론보다 그만큼 특수 은사가 보편화되었다는 뜻이다. 애굽이나 바벨론 왕이 신의 형상을 가졌다는 것은, 왕의 기능과 책임이 그의 신을 대리해서 백성을 다스리고 적으로부터 백성을 안전하게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고대 근동 세계에서 왕이란 신을 대신해서 신의 뜻을 실천하는 자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백성은 왕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게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왕명이란 왕을 통해서 주어진 신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 사도도 로마인들에게 고대 왕 개념을 환기시킨다.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에게 굴복하라. 권세는 하나님께로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다 하나님의 정하신 바라"(롬 13:1).

그러므로 인간에게 하나님의 형상이 주어졌다는 말은, 인간이 자연을 잘 관리하고, 왕같이 창조질서를 보존할 책임이 인간에게 있다는 뜻이지,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할 권리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연을 관리-보호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생태계를 위기에까지 몰고 왔다. 하나님의 명령에 불복하고 책임을 망각한 인간은 오히려 하나님의 형상을 받지 못한 다른 피조물보다 창조질서 보존에 역행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시 104:35).

3)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창 1:26, 28)

하나님께서 창세기 1장 26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창조된 인간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라". 사람들은 '다스리다'(radah)이고, 둘째는 왕이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의 mashal(시 8:6; 창 1:16-18; 3:16)이고, 셋째는 봉사하다. 혹은 일하다란 뜻의 abad이다(창 2:15; 출 21:6; 삼하 16:19). 우선 마지막 것부터 검토해 보자. 그런데 abad는 제 4항에서 다시 언급하겠으므로 여기서는 mashal부터 살펴본다.

'다스리다'라는 mashal의 의미는 왕이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쓰는 동사이다. 왕의 통치 임무는 백성을 괴롭히고 지배하는 자가 아니고 양을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는 선한 목자같이 백성을 안전하게 살피고 보호하는 데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한 40여 명의 왕 중 하나님의 뜻대로 백성을 다스린 임금은 히스기야 왕(왕하18:3-5)과 요시야 왕(왕하 22:2) 두 사람뿐이다. 시편 8편 6절에서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라는 뜻은 선한 목자같이 왕이 하나님의 뜻대로 만물을 보살피고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뜻이다.

창세기 1장 16-18절에서도 '다스리다'란 mashal은 해와 달이 낮과 밤을 주관한다는 뜻이다. 해와 달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는 '다스리다'가 수직 관계에서 지배한다는 뜻보다는 수평 관계에서 질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창세기 3장 16절에서 '남편이 아내를 다스리다'(mashal)란 뜻도 수직적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동반자의 관계를 의미하는 뜻에서 '다스리다'란 말이다.

본문의 '다스리다'의 radah란 동사는 구약에서 25회 사용되는데 15회가 ࠊ(전치사)와 함께 쓰인다. 이 경우 주로 사람, 지역, 민족, 힘 또는 생물을 다스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radah는 '주관하다'(시 68:28), '관리하다'(왕상 5:30)라고 번역되기도 하나, '적을 다스리다'(느 9:28), '엄하게 부리다'(레 25:43, 46, 53), '감독하다'(대하 8:10), '용사를 치다'(삿 5:13) 등 강압적으로 다스린다는 측면도 있다. 본래 radah는 바벨론 궁중 언어로 왕이 제국을 점령했을 때 제국의 백성들을 행복하게 돌본다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그러나 생물을 다스린다란 말은 여기 본문 창세기 1장 26절, 28절 두 번 밖에 없다. 이 본문에서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은 생물을 생포하고 학대하고 살해하라는 말이 아니고 오히려 잘 관리하고 보살피라는 말이다. 하나님이 창조한 생물들이 아담에 의해 지속적으로 보전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노아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모든 생물들을 잘 다스린 사람이다. 노아는 홍수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 방주를 만들어 생물들의 생명을 구하고(창 6:19-20) 생명을 보존케 한 하나님의 선한 관리자이다. 동물의 다스림은 인간 마음대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규정에 따라 다스리는 것이다. 안식일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쉼을 얻도록 하는 것이 동물들을 잘 다스리는 행위이다.

노아의 홍수전까지는 인간의 음식물로 채소만이 허용되었고, 동물이 음식물로 허용된 흔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간의 음식물로 동물이 허용된 것은 창세기 9장 3절에 비로소 시작된다. 홍수 이후 생존한 사람들에게 주어진 규정이다. 그래서 동물의 살해는 식용에만 국한된다. 그러므로 실험용 생물 살해는 성경이 허락지 않는다. 식용으로 동물을 도살할 때도 가급적 동물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종교적 도살(세히타)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들이 잔인하게 동물들을 살해하기 때문에 육류에는 동물이 죽음을 당하는 순간 발생하는 독소가 있다고 한다.

위에서 본 대로 움직이는 생물들을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창조 세계에 살아가는 생물들이 인간에 의해 영원히 보호되고, 잘 보존되도록 보살핌(섬김)을 받도록 함에 목적이 있다. 불가피한 살해라도 생물의 살해는 인간의 식용 외에는 금지된다. 생물의 살해는 하나님의 창조질서의 보존에 역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를 흘리게 한 자는 피흘림의 당하게 된다(창 9:5). 따라서 살인 행위는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창조질서의 지속적 보존자인 사람의 생명을 끊는 행위이므로 살인자에게는 피흘림의 보복이 지당한 것이다. 이런 조건하에서만 사형집행이 당위성을 갖는다.

4) 땅을 정복하라(창 1:28)

오랫동안 기독교 전승은 "땅을 정복하라"(kabash)는 말을 인간만을 위해 자연을 마음대로 파괴하고 핵 실험 등으로 생태계를 멋대로 훼손해도 되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생태계의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그러므로 "땅을 정복하라"는 말에 대한 철저한 재고가 요청된다.

우선 창세기 1장 28절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복을 진술한 내용이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male), 그리고 땅을 정복하라(kabash). 정복하라는 말도 하나님의 복의 한 조목이므로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라는 동사와 병행된다. 특히 땅에 충만하라는 말과 정복하라는 말이 병행하므로 정복하라는 말은 같은 복의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말레'라는 동사의 뜻은 '넘치게 채우다'란 말이다. 하나님의 복은 아담의 많은 자녀로 땅을 채우는 것이다. 많은 자녀가 5복 중에 하나인 것처럼 많은 자녀가 땅에 충만한 것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복이다. 구약에서 '말레'라는 단어가 250회 사용되는데 '충만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문맥상 "땅에 충만하라"는 말에는 목적어로 땅(aretz)이 있는 데 비해 "땅을 정복하라"는 말에는 땅이란 실명사가 없고 땅에 충만하라는 말의 땅을 받는 지시대명사 ࠄ가 땅을 대신할 뿐이다. 그래서 "정복하라"는 말은 "땅에 충만하라" 또는 "땅을 경작하여 풍성한 복을 받아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복하다'란 kabash가 군사적 목적하에 남의 영토나 어떤 지역을 정복한다는 의미로는 성경에서 단 한 번 사용되었다(삼하 8:11). kabash는 성경에 전부 14회 나타나는데 주로 종이나 노예를 삼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16회). "우리 자녀를 종으로 판다"(느 5:5), "종으로 삼아라"(렘 43:11,16)는 뜻으로도 쓰이고 "겁탈하다"(민 32:22, 29; 수 18:1; 대상 22:18). 땅의 정복이란 하나님에 의해 점유 획득이란 의미의 정복을 말한다. 땅의 이용 규칙을 준수하며 땅을 개간하고 경작하여 땅에서 식물을 재배하여 더욱더 땅에 충만함을 누리는 것이 땅을 정복하라는 뜻이다. 땅의 정복은 인간의 음식물에만 국한되고 그 밖의 동물과 새와 기는 짐승들과 저절로 자라는 식물로 충당케 되는 것이다(창 1:30).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하나님의 복은 짐승에게도 주어졌고(창 1:22), 홍수 후 노아의 자손에게(창 9:1),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창 17:2, 6; 47:27; 출 1:7)에게도 주어진 하나님의 일관된 복에 관한 약속이다. 이런 약속의 완성은 곧 땅의 경작을 통한 식물의 풍성함으로 더욱 충만케 되는 데 있다. 땅의 경작도 하나님의 경작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6년이 지난 제 7년째는 휴경을 해야 하고 희년에는 2년 연속 휴경을 해야 창조질서대로 보존되고 토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막화나 산성 토양을 만드는 행위는 땅을 정복하라는 계명을 지키지 않는 데서 파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땅의 정복은 땅을 파괴하거나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땅과 더불어 주어지는 더욱 충만하고 풍족한 삶을 말한다. 인간은 땅에서 왔으므로 땅과 함께, 땅과 더불어 살다가 땅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창세기 1장 26절에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과 28절의 땅을 정복하라는 말은 서로 별개의 내용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는 내용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이 하나님의 대리인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움직이는 생물들을 살피고 보호하며 섬김으로 창조질서를 보존할 뿐 아니라 땅을 경작하고 작물을 재배하여 필요한 식물을 얻어 풍족한 삶을 영위하며 다른 피조물과 함께 땅에 번성하여 충만케 되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의 계명을 완성하는 데 하나님의 동역자(cooperatio Dei)로서의 인간의 사명과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이나 땅을 정복하라는 말에는 생물을 잔인하게 학대하고 이용하고 살해하라는 의미는 추호도 없고 땅을 파괴하거나 착취하라는 뜻은 조금도 없음이 명백하다. 다스림과 정복은 오히려 계속 창조의 일익을 감당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할 인간의 책임이요 사명이다. 고로 인간은 자연의 파괴자나 지배자가 아니라 돌봄과 관리를 맡은 섬기는 자이다. 이런 섬김과 보살핌의 책임이 에덴동산에 거하는 아담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5) 에덴동산에서 아담의 책임(창 2:15)

앞에서 검토한 창세기 1장 26-28절에 "다스리고" "정복하라"는 뜻은 다시 창세기 2장 15절에서 반복되고 있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창조하신 후에 그들을 에덴동산에 두시고 그들에게 명령하시기를 이 동산을 "다스리고 지키라"고 하였다. 그래서 에덴동산에 거하게 된 아담과 하와의 책임은 동산을 다스리고 지키는 일이었다.

위의 두 본문은 다같이 타락 이전의 하나님의 복을 받은 비결을 설명하는 문장이다. 창세기 1장 26-28절도 창조된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문맥에서 생물을 다스리고 땅을 정복하라고 되어 있다. 또한 창세기 2장 15절에도 하나님이 에덴동산을 만드시고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과 하와를 그곳에 두시며 분부하신 내용도 "다스리고 지키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두 본문은 다같이 복 받은 자의 비결을 뜻하는 컨텍스트이다.

창세기 2장 15절에서 '다스리다'는 말은 '밭을 갈고 경작하다'(창 2:5; 3:23; 4:12; 삼하 9:10), '섬기며 봉사하다'(창 29:15; 31:6; 출 21:2), 또는 '예배하다'(출 13:5; 신 7:16; 12:2, 30; 말 3:18) 등의 의미를 가지 abad란 동사이다. 구약에서 '아바드'는 섬기며 일한다는 동사로서 289회 나타나며, 주인을 섬기는 종이나 봉사하는 자란 명사로서 799회 사용되고 있다. 이 단어의 사용 범주는 주로 종과 같이 주인을 섬기고 또는 예배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유대 랍비들의 전승에 의하면 본문(창 2:15)의 le obhdhāh(abad의 부정형)는 희생제사를 의미한다고 한다(Bereshit Rabba, 16:5). 소출된 예물을 하나님께 봉헌하고 예배드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본 문장에서 섬김의 대상은 남성 명사인 에덴동산이다. 그런데 본문의 형태는 부정형 여성 형태이므로 여성 명사인 땅(adamah)과 연결시키는 학자들도 있다. 그래서 카수토는 이런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본 동사의 형태는 마파크(자음을 표시하기 위해 후음 찍은 점은)가 없는 부정형으로 취급한다. 그러므로 다스린다는 말은 섬긴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영어의 minister란 단어는 장관이나 대신이란 뜻으로, 다스리는 자란 뜻이지만 목사처럼 섬기고 봉사한다는 뜻도 있는 양면성이 있는 어휘이다. 프리드릭은 다스림은 섬김의 다른 형태라고 한다. 진정한 다스림의 뜻은 섬김으로써 봉사함에 있다. 바벨론 창조 이야기에서도 인간의 창조 목적은 신들을 섬기는 데 있다.

다음으로 다스린다는 말과 연계된 말은 '지키다'라는 말이다. 지키다 또는 보호하다는 뜻의samar란 동사는 안으로는 잘 살피고 밖으로는 적이나 위험으로부터 잘 지키고 보호한다는 뜻이다. 살핌과 보호의 뜻으로 구약에 411회 사용되고 있다.

바벨론 창조 이야기에서 창조가 끝난 후 신들을 두 그룹(group)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하늘을 지키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지옥(sheol)을 지키게 하고 있다. 이런 신적 존재들이 구약에서는 천사와 같은 그룹(cherubim)으로 소개되어 있다. 창세기 3장 24절에 그룹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아담과 하와가 생명 나무의 길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 에스겔 28장 14, 16절에도 그룹들은 하나님의 성산에서 두로 왕을 덮어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그룹의 역할과 같이 아담의 기능은 동산을 지키고 위험이나 훼손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이 틀림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킨다는 의미는 안팎으로 보호하고 지킴으로 복받은 삶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땅을 정복하라는 말이 땅을 일구어 풍족하게 되는 복 받은 삶이므로 정복이란 말과 지킨다는 말은 피차 병행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담과 하와의 에덴동산에서의 책임은 동산을 잘 가꾸고 꾸미며 섬기는 정원사(Gardner)일 뿐 아니라 위험과 적으로부터 동산을 잘 지켜 보호하는 관리인(Guardian)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다. 고로 우리의 책임도 자연을 잘 가꾸고 꾸미는 정원사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연을 핵 실험이나 사막화로부터 잘 보호하고 지키는 관리인의 역할을 감당하는 일이 에덴동산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다. 반대로 자연을 파괴한 결과로 온 생태계의 위기는 인간의 편익을 위해 자연을 다스리고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결과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의 계속은 인간과 자연의 생존을 위한 공동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생존의 공동 미래를 위한 선택과 결단이 요청된다.

맺는 말

오늘 우리가 직면한 생태계의 위기는 절대로 우연한 것이 아니고 자연을 잘 다스리며 창조질서를 지키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데서 온 것이다. 인간은 인간 중심적 사고의 결과로 인간의편익만을 위해 기술과 과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자연질서를 파괴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생태계의 파괴와 환경오염에 직면해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곧 날이 가면 갈수록 생태계의 위기가 가증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제라도 성경의 창조론을 재음미하며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움직이는 생물을 다스리라는 말은 인간만을 위해 생물을 이용하고 살해하라는 말이 아님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오히려 다스린다는 말은 섬기는 자세로 자연을 돌보며 보호해야 함을 말한다. 이 뜻은 에덴동산에 있는 아담과 하와의 임무가 하나님을 섬기듯이 에덴동산을 돌보며 섬긴다는 뜻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섬김의 자세에서 진정한 지배가 이루어진다. 카타콤의 많은 섬김의 종들이 로마를 정복하고 지배했다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성경의 진리를 역사가 실증해 준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땅을 정복하라는 말 역시 하나님의 규정에 따라 땅을 이용하고 일구어 복 받은 삶을 이루어 놓을 뿐 아니라 땅을 파괴나 훼손으로부터 땅을 보호하고 지켜서 오히려 비옥한 땅에서 많은 생산으로 더욱 복된 삶을 누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서적 창조론을 이해하고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활 구조를 축소하고 공해 제품을 안 먹고 안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문제 해결의 길이다. 독일에서 접시닦이 기계를 쓰면 라인강의 수질오염을 현재 16배나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부들이 집에 설치된 기계를 안 쓴다는 것은 그 좋은 예이다.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이 편하게 된 것만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인간이 편케 된만큼 자연이 파괴되고 훼손되고 위험과 오염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공해 전문가인 권숙표는 우리가 GNP 5천불에서 만 불시대로 가려면 우리의 자연 생태계가 3-5배 가량 더 파손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의 풍요로운 생활은 생태계의 파괴와 비례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많은 대안을 내 놓았다. 화이트는 바람직한 생태계의 윤리 모델로서 성 프란시스코의 청빈 생활이나 두보의 성 베네딕트의 수도생활이나 슈바이쳐의 생명경외 사상을 제기함으로서 오늘날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또 엘더는 중세 금욕주의를 재해석함으로서 새로운 금욕주의(New Asceticism)를 제창하고 있다. 즉 새로운 환경신학과 윤리가 요청된다고 한다. 맹용길은 신중심적 신앙구조 위에 자연과 인간이 어울리는 공존의 형식으로 청지기직을 넘어선 종말론적 삶을 위한 생존의 윤리를 제창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의 고유성을 드러내면서도 교만하지 않고 배타적이지 않으면서 윤리적 행위에서 협동하고 공동 참여하는 것이다. 지금은 함께 사는 세상이며 필요하면 한편이 먼저 희생하고 관제의 정신을 발휘할 때라고 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들은 자연적으로 자연분해-순환되어 오염과 공해가 없으나 인간이 만든 인공제품들은 분해-순환이 되지 않으므로 오염과 공해가 양산되고 있다. 단순한 일회용 기저귀 하나가 자연분해되는데도 수백 년이 걸리므로 그 동안에 생태계의 생명망이 끊기고 공해를 유발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무조건 기술개발과 발전에만 골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만을 위한 자연 정복보다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국가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때이다. 모두가 욕심을 통제하고 제한된 개발 속에서라도 기쁘게 사는 금욕적 생활만이 인간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모든 생물을 살리는 길이다. 이것이 우리들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이다. 우리의 십계명 속에 환경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성경에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하여 김영락이 제안한 환경 10계명을 실천에 떬기도록 노력하자.

*환경 10계명*

1. 하나님만을 섬기며 청빈하게 산다(마6:24). 물욕을 버리고 선한 청지기가 되자. 이웃과 자연을 위해 기도하자.

2. 경건한 신앙생활을 한다(딤전 4:7-8). 주일을 거룩히 지키자. 가정예배를 드리자.

3. 절제하는 생활을 한다(벧후 1:5-7). 물자와 에너지를 아껴 쓰자.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지말자.

4.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마 25:40; 잠 19:17).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자.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자.

5. 남녀가 서로 돕고 존중한다(갈 3:28). 살림을 온 가족이 함께 한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자.

6. 자연과 친숙해진다(시 11:6-9). 자연친화적인 생활을 하자. 자연과 농촌을 사랑하는 교회가 되자.

7. 작고 단순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마 18:3-4). 상업주의에 현혹되지 말자. 의식주를 검소하게 하자.

8. 불편함을 즐기며 부지런한 생활을 하자(잠 10:4).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자.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자.

9. 더러움과 친해진다(막 7:15-16). 지나친 청결을 지양한다. 가정내에 화학약품 사용을 줄이자.

10. 생명길 좁은문 운동의 전도자가 되자(행 1:8). 내가 먼저 실천하자. 환경문제를 배우고 가르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