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역사는 이렇게(구약성경역사해석)

성경:롬15:4

오래전 필자가 전도사 시절에 어떤 신자로 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전도사님예, 창세기를 읽다 보니까 이상한 기록이 있데예. 소돔

과 고모라가 망하고 난 뒤 롯이 두 딸과 함께 굴에 살았다 아닙니꺼. 그

런데예, 두 딸이 아부지한테 술을 먹이고 같이 잤다고 되어있지예. 전도

사님, 성경에 어떻게 이런게 나옵니꺼?"

경상도 충신 여집사님의 이 질문에 어쩌면 대부분의 신자들이 평소에

품고 있는 질문이 아닐까. 이 질문은 구약 역사에 근친상간의 외설사건

(?)이 기록된 것을 의아하게 여긴 경우이지만, 구약 역사를 읽으면서 이

와 비슷한 의아심을 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래서 모처럼 결심하고

성경을 열심히 읽다가 민수기나 역대기의 지루한 여정이나 족보에 부딪

치면 수면제 몇알 먹은 사람처럼 꾸벅꾸벅 졸거나, 따분해서 아예 덮어

두게 되지 않는가. 이것은 구약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읽어야 할 것인

가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구약 역사를 읽을 때 우선 기억해야 할 말씀이 있다. 그것은 로마서 15

장 4절에 있는 말씀이다. "무엇이든지 전에 기록한 바는 우리의 교훈을

위하여 기록된 것이지 우리로 하여금 인내로 또는 성경의 안위로 소망을

가지게 함이니라." 이 말씀은 비단 구약 역사에만 국한되는 말씀은 아니

지만, 구약 역사에도 관계되는 말씀이다. 구약을 읽을 때 "교훈을 받기

위하여 읽으라!" 는 명제를 여기서 뽑아낼 수 있다.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언급할 필요도 없는 명제처럼 보인다. 그런

데 사실은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구약 주석들을 보면,

구약 역사의 허구성만 들추어 내놓고 난도질하는 주석들이 많다. 아브라

함, 이삭, 야곱등 족장들의 역사는 아예 전설 정도로 보고 모세 시대부

터 역사성이 있다고 보는 주석가들이 많다. 이렇게 보면서도 모세 이후

의 열왕들의 기록들에 오류와 모순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약 저자

들이 주변 국가들의 신화들과 전설들을 빌어와서 각색하거나, 이스라엘

역사를 미화시키거나 왜곡하였다는 것이다.

구약 역사를 "교훈을 위해서" 읽는다고 할 때 우선 이상고 같이 구약

역사를 불신하는 태도를 청산해야 한다. 구약에 기록된 역사는 기록된

그대로 사실이다. 세계사와 비교할 때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나

구약 역사를 세계사에 비추어 시정할 것이 아니라 세계사를 구약 역사

에 비추어 사정해야 한다. 이런 입장이 지나친 편견과 옹고집으로 보일

지 모르나 구약 역사의 사실성을 문제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

의 사실성을 문제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에서 교훈을 얻겠다는

것은 "거짓역사"에서 "참된교훈"을 얻겠다는 어리석은 태도이다.

그러므로 구약 역사를 "교훈을 위하여" 읽는다고 할 때 구약에 역사로

기록된 부분은 역사적으로 사실이라는 신앙으로 읽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에 뿌리 깊은 유실수에서 아름다운 진리의 교훈들을 열매로 딸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결혼 후 약 7년간 자식이 없는 고통을 겪어 보았다. 무자식이

상팔잔데 고통은 무슨 고통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녀를 달

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또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고 기다리는데도 자

식이 없는 황량한 세월 속에서 날아오는 수욕 (수욕)의 따가운 모래들을

맞아보지 않은 자는 그 고통을 모를 것이다. 그런 고통 속에서 성경을

읽다가 우연히 이삭과 리브가 부부가 자녀를 얻게 된 구약 역사에 부딪

치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 부분을 많이 읽었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었다.

아브라함만 오랜 고통과 갈등 후에 자식을 두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삭이 그러리라고는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무자식의 갈등 속에

서 보니까 이삭이 40세에 리브가와 결혼해서 (창25:20) 쌍둥이를 60세에

낳았다(창25:26)는 기록 앞에 눈이 번쩍 띄였다. "그러면 이삭도 20년간

자녀가 없었구나!" 이것이 과부가 과부를 보면 위로가 되듯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말씀이 있었다. "이삭이 그 아내

가 잉태하지 못하므로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간구하매 여호와께서 그 간

구를 들으셨으므로 그 아내 리브가가 잉태하였더니" (창25:21). 이 말씀

은 수욕의 따가운 모래바람을 맞고 살아온 우리 부부에게 오아시스의 생

수 바로 그것이었다. 그때 그야말로 "성경의 안위"가 무엇이며 또 그 "

안위"로 인한 "인내"와 "소망"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맛보았다. 이것이

"교훈을 위하여" 구약역사를 읽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삭의 사실적인 역

사에 깊은 뿌리를 둔 성경의 유실수에서 안위와 인내와 소망이라는 "교

훈을 열매들"을 따게된 것이다.

이상에서 구약 역사를 "교훈을 위하여" 읽으라고 하였거니와 구약 역사

를 "오늘 여기에서나"의 교훈을 위하여 읽어야 하지만, 구약 역사와 "오

늘 나"의 교훈적 관계는 구약 역사와 우리의 구주 "예수님"과의 예표적

관계에 근거해야 한다. 구약 역사는 하나님의 구원의 전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역사로서 하나님의 기름부어 세우신 메시아 예수님을 보이기 위

한 그림자 역사이다. 구세주의 실체가 나타나기 전에 드리워진 그림자의

역사란 말이다.

예수님 자신도 구약역사를 예표적으로 (Typologically) 해석하셨다. 간

단한 예를 들자면 마태복음 12장에 바리새인들과의 논쟁에서 예수님께서

자신을 "성전보다 더 큰 이" (6절), "요나보다 더 큰 이"(41절), "솔로

몬보다 더 큰이" (42절)로 말씀하셨다. 이것은 성전이 예수님의 예표이

고 요나가 예수님의 예표이고 솔로몬이 예수님의 예표이나, 실체이신 예

수님과 비교할 때 "그림자" 정도라는 말씀이다.

구약역사를 예표적으로 해석한다고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어느 점에

서 예표가 되는가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요나가 예수님

의 예표라고 할 때 요나가 니느웨로 가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다시스로 간 불순종이 예수님의 예표라고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다. "

요나가 밤낮 사흘을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 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

을 땅 속에 있으리라"(마12:40). 요나가 3일간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

이 예수님이 3일간 땅 속에 있는 것의 예표로 제시되어 있다. 이와같이

예리한 "예표정" (Typological point)을 잡지 못하면 역사해석이 역사오

석(오석)이 된다.

구약역사를 "오늘 나"의 교훈을 위하여 해석하고 이와 아울러 구세주

예수님과 관련하여 예표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였지만, 숲을 놓치고 나무

들만 보는 경우 여기서도 "막 갖다 붙이는" 풍유적 (allegorical)해석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해석자가 항상 자신이 이런 함정에 빠져 있을 수

있다는 겸손한 자세로 꾸준히 연구하면서 성령의 지혜를 구해야 할 이유

가 여기에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