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계시에 있어서 꿈의 위치와 가치"

김정우

1. 구약 계시에 있어서 꿈의 위치

구약 계시에 있어서 꿈은 그렇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물론 어떤 꿈은 구약 안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고 (창세기 안에서 요셉의 꿈), 현대에 와서 종말론의 핵을 차지하는 경우 (느부갓네살의 꿈)도 있지만, 구약 계시를 전체로 놓고 볼 때, 계시의 방편으로서 꿈은 높은 가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 이 점은 구속사에 있어서 모세와 그가 받은 계시의 위치를 논쟁적으로 말해주는 민수기 12:6-8이 가장 명백하게 말해준다. 물론, 이상과 꿈도 하나님의 계시의 방편이었지만, "얼굴을 대면하여 명백히 말하는" 계시와 비교해 볼 때, 그 명료성과 직접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사실은 구약에 나타나고 있는 꿈의 계시들이 주로 어디에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구약에는 꿈에 대한 보고가 약 12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창세기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비멜렉의 꿈(창 2 0:3-8), 벧엘에서 야곱의 꿈 (창28:10-22), 라반의 집에서 야곱의 꿈 (창 31: 10-13), 라반의 꿈 (창31:24), 요셉의 꿈 (창37:5-11), 바로의 두 관원의 꿈 (창40:5-23), 바로의 꿈 (창41:1-7; 17-24)에서 보는 바와 같이 7개의 중요한 꿈의 본문이 주로 창세기에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 다섯개의 꿈의 본문을 살펴보면, 미디안 병사의 꿈 (삿7:13-15), 어린 사무엘의 꿈 (삼상 3), 기브온에서의 솔로몬의 꿈 (왕상 3:5-15), 그리고 느부갓네살의 두 꿈 (단2:36-45; 4:5-19)이다. 즉, 하나님의 계시로서 꿈은 주로 이방 왕 (아비멜렉, 바로, 느부갓네살), 이방인 (미디안 병사)에게, 이방 땅 (라반의 집, 라반, 애굽에서의 요셉)에서 주어지며, 어린 사무엘에게 임하고 있다. 따라서, 꿈의 계시는 모세의 사역과 시내산 계시 이후에는 잘 나타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자신의 계시를 정상적으로 주기 어려운 정황에서 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니엘서에 있는 느부갓네살의 꿈은 이스라엘이 포로로 잡혀간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을 때, 묵시문학의 틀 속에서 주어지고 있음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경 선지자들이 꿈꾸는 자들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적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신 13:1, 3, 5 ; 사 56:10; 렘 23:25, 27, 28, 32; 27:9; 29:8; 슥10:2).

구약 계시에 있어서, 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높지 않은 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단2:2; 5:7)와 가나안과 애굽(창41:8)에서의 상황과 비교해 볼 때, 아주 대조적이다. 이곳들의 왕실에는 수많은 지혜자와 해몽가들이 있어서 꿈을 해석했었고, 이 전문가들을 위한 수많은 지침들이 있었다.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꿈의 계시는 "인큐베이션"이라고 한다. 이것은 한 개인이 사당이나 성소로 가서, 신으로부터 계시를 얻기 위해, 어떤 의식적인 활동 (제사나 정결의식을 포함할 수 있음)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제사를 드리고, 거처를 정결케 하고, 성소에서 잠들며, 간구하고, 꿈에 신들의 계시가 임하기를 구하였다. 성경저자들, 특히 선지자들은 이런 행동을 주술처럼 여기고 반대하였다. 이는 이 방법이 근본적으로, 하나님으로 하여금 인간의 조작에 따라 말씀하게 하도록 (강요)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구약에도 "인큐베이션"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울이 인생 최대의 위기 때에 "꿈으로 여호와께 묻는 것"(삼상 28:6)은 인큐베이션을 암시하고 있다. 솔로몬이 기브온 산당에서 "하나님을 구했다" (대하 1:6)는 것은 이 관습을 암시해 주나, 히브리어 본문은 솔로몬의 활동을 의도적인 인큐베이션으로 보이지 않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다.

2. 구약에 나타난 꿈들의 기본 요소

구약 기자가 꿈을 소개할 때에는 (1) 누가, 언제, 어디에서 (주로, 성소), 어떤 정황에 꿈을 받았는지를 배경으로 말하며, 이어서 (2) 꿈의 내용이 제시 된다. 꿈꾼 자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은 시각적인 꿈을 꾸거나, 혹은 꿈 속에 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다. 그리고 (3) 주로 꿈꾼 자가 깨어났으며, 자신의 체험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는 것으로 꿈이 끝나는 형식이 나타난다. 끝으로, (4) 꿈이 이루어짐을 알린리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이 꿈의 기본 요소는 환상의 요소와 다르다. 물론 구약에서는 "환상" 과 "꿈"이 여러번 자주 나타나며 (민12:6; 욥7:14; 20:8; 33:15; 사 29:8; 단1 :17; 2:28; 4:5; 7:1; 욜 2:28), 꿈에 "환상"이 나타나며, 때로는 "환상"도 " 꿈" 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명백하게 구별하기 힘들지만, 두 형식 사이에는 명백한 구별이 있다. 선지자들이 환상을 보고할 때에는, 세가지 기본 요소들 가진다( Long 1976:353-65를 보라). (1) 선언: "이것은 주께서 나에게 보여준 것이다, " (2) "볼찌어다," (3) 이어서 환상의 내용이 나타난다 (렘38:21하-22; 암 7: 1-6; 8:1-2; 왕상 22:19-22; 슥 1:8-17; 2:1-2등을 보라). 그러나 꿈을 보고할 때에는, 기본적으로 (1) 신현, (2) 꿈꾸는 자, (3) 꿈에 대한 언급, (4) 꿈꾸는 시간, (4) 메시지, (5) 성취의 형식을 띠고 있다(Gnuse 1990:101). 따라서 "구약에 나타난 환상"은 별도의 주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3. 구약에 나타난 꿈들의 기본 형태

고대 근동아시아의 문헌에는 왕들과 제사장들이 꾼 꿈에 대한 보고가 많이 나온다. 오펜하임(A. L. Oppenheim 1956:179-373)은 신현적인 꿈이 두가지 형태, 즉 "청각적인 메시지를 담은 꿈"(auditory message dreams)과 "시각적인 메시지를 담은 상징적 꿈"(visual symbolic dreams)로 분류하였다. 성경의 꿈들도 이 두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1) 청각적인 메시지 꿈은 꿈에 거룩한 음성을 듣는 것이다. 이 때, 시각적인 영상은 없거나 아주 우연히 나온다. 아비멜렉 왕(창20:3, 6), 라반 (창31:24), 솔로몬 (왕상 3:5, 15; 9:2이하), 사무엘의 꿈을 들 수 있다.

(2) 시각적인 상징적 꿈은 꿈꾸는 자가 영상을 보는 것이다. 이 꿈에 있는 여러 상징들이 선지자나 해몽가(oneirocritic)에 의해 해석되며, 미래의 징조가 된다. 구약 성경에서는 요셉 (두개의 기사), 술관원과 떡관원, 느부갓네살, 미디안 군인(삿7:13)의 꿈들을 들 수 있다.

4. 구약 꿈들의 기능

성경에 있는 꿈들은 계시적인 기능을 가질 뿐 아니라, 구속사적인 맥락 속에서 주어지고 있다. 위에 있는 12개의 꿈들을 살펴 볼 때, 아래의 기능들로 분류될 수 있다.

1). 택한자를 보호하는 경고로서의 꿈

(1). 아비멜렉의 꿈(창 20:3-8). 아브라함이 그랄 땅으로 이주를 갔을 때, 그는 사라를 동생으로 부르다가, 아내를 그랄 왕의 하렘에 빼았기게 된다. 이 때, 하나님은 아비멜렉의 꿈에 나타나셔서,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을 주신다. 아비멜렉은 하나님의 경고의 말씀을 받고, 사라를 아브라함에게 돌려 보낸다. 하나님께서 주권적으로 이방왕에게 나타나셔서, 그의 선지자를 보호해 주신다 (7절). 이것은 창세기의 주제와 일치한다.

(2) 라반의 꿈 (창31:24). 라반이 몰래 도망친 야곱을 치기 위해 뒤따라 왔을 때, 밤에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신다. 하나님께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꿈이다. 이로써 약속의 계보를 이어가는 야곱과 그의 후손을 지키신다.

2). 하나님의 언약의 축복을 보여주는 꿈

(1)벧엘에서 야곱의 꿈 (창28:10-22). 야곱은 형님을 피해 하란으로 가다가 벧엘에서 우연히 꿈을 꾼다. 이꿈은 기본적으로 시각적이며, 상징적인 꿈이다.

그는 사다리 위에 서신 하나님께서, "나는 여호와니 너희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는 말씀을 듣고, "땅"과 "후손"에 대한 약속을 받는다(13- 15절). 이것은 청각적인 꿈이다. 이 꿈에서 야곱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어떻게 인도하실 것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며, 서원을 드린다 (19-22절). 하나님은 자신을 언약의 하나님으로 밝히신다.

(2) 미디안 병사의 꿈 (삿7:13-15). 이것은 이방인이 꾼 시각적-상징적 꿈이다.

여기에서는 앞의 꿈들과 성격이 다르며, 하나님도 천사도 나타나지 않는다. 꿈의 내용도 일상적인 것이 아니다. 보리떡이 미디안의 장막을 친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곧 승리를 거둘 것에 대한 상징이라고 해석한다. 이 무명의 미디안 병사가 해몽을 한다. 기드온은 엿듣고, 미래의 승리를 확신한다. 하나님은 이방인의 꿈을 통해, 자기 사사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주신다.

3).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주는 꿈

(1) 요셉의 꿈 (창37:5-11)은 이중적으로 주어지며, 가장 명백한 시각적- 상징적 꿈이다. 이 꿈은 요셉이 미래에 높아질 것을 말해주는 계시적 꿈이었다.

이 두 꿈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며, 하나의 단순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셉은 자신의 운명을 알게되고, 미래에 대한 방향을 얻게 된다. 요셉을 통해 미래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구원이 있을 것을 암시해 주는 꿈이다.

(2) 바로의 꿈 (창41:1-7; 17-24)도 이중적으로 주어지며, 요셉은 두 꿈이 같은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꿈이 미래를 예언해 준다. 바로의 꿈은 장차 있을 기근 뿐 아니라, 하나님의 크신 뜻을 이루어 가는 중요한 과정을 계시한 것이다.

4). 구속사적인 목적을 보여주는 꿈

(1) 어린 사무엘의 꿈 (삼상 3)에는 "꿈"이라던가 "환상"이라던가 하는 말이 나타나지 않지만, 사무엘은 꿈을 꾼 것 같다(Gnuse 1982:388; Jeffers 1990:1 82). 그는 하나님께서 그를 부를 때, 그는 하나님의 법궤가 있는 곳에서 자고 있었다(삼상3:3). 그 때는 "하나님의 등불이 꺼지기 전이었다." 그때, 신현이 나타나, 그를 깨운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 ("나는 ...이다" ). 하나님께서 시각적인 환영으로 찾아오신다 (삼상 3:10, "주께서 임하셔셔 섰더라,"). 그리고 엘리의 집에 대한 심판의 말씀이 주어진다 (삼상 3:11-14).

이 꿈을 통해, 엘리의 집이 버림을 받고,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 새로운 제사장을 세우실 것을 계시하신다.

(2) 느부갓네살의 꿈 (단2:36-45; 4:5-19)은 묵시문학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바벨론에 대한 예언을 담고 있다. 다니엘은 왕의 꿈을 해석해주며, 신상의 각 부분을 장차 일어나 세상 왕국으로 설명하며, 최종적으로 임할 하나님의 나라가 신상을 부수고 온 세상에 가득찰 것으로 설명한다.

5. 하나님은 아직도 꿈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가? 위에서 제시된 여러 꿈들을 살펴 볼 때, 계시로서의 꿈은 별로 개인의 생사화복이나, 인도하심과 연관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사적인 뜻을 펼치는 것과 섭리와 연관된 것을 보게 된다. 우리 주위에 유행했던 모든 불건전한 종말론들을 보면, 교주들이 꿈이나 환상을 보고 새로운 계시를 받은 것으로 주장하며, 성도들을 혼미케 한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 자기 백성들을 전혀 인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꿈을 통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데는 늘 해석의 위험이 뒤따른다. 우리는 신앙생활의 중심을 기록된 계시에 두고, 주님의 말씀에 인격적으로 순종하는 데 더 애쓰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M. L. Gevirtz, "A Reconsideration of the Form-Critical Structure in 1 Sa muel 3: An Ancient Near Eastern Dream Theophany." ZAW 94 (1982):379-90.

_______, "Abrahm's Dream in the Genesis Apocryphon: Its Motifs and Their Function," Maarav 8 (1992):229-43.

R. Gnuse, "The Temple Experience of Jaddus in the Antiquities of Josephu s: A Report of Jewish Dream Incubation." JQR 83 (1993): 349-68.

A. Jeffers, "Divination by Dreams in Ugaritic Literature and in the Old Testament," Irish Biblical Studies 12 (1990):167-83.

E. C. Kingsury, "The Prophets and the Council of Yahweh,"JBL 83 (1964):2 79-87.

B. O. Long, "Reports of Visions among the Prophets,"JBL 95 (1976):353-65.

D. Marcus, "Lifting Up the Head": On the Trail of a Word Play in Genesis 40," Prooftexts 10 (1990):17-27.

J. Sasson, "Mari Dreams," JAOS 103 (1983): 28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