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전승과 묵시문학의 이해

I. 서 론

구약성서의 성문서 부분에는 지혜문학과 묵시록으로 이름하는 문서들이 4권있다. 이 문서들은 이스라엘이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가져야 했던 의문과 그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에 대한 아픔으로 얼룩져있는 포로기를 전후한 시기에 기록된 것들이다. 신명기적 사관에 입각한 역사이해 - 인과응보적 교리 - 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시절을 겪으며 이스라엘 민족은 그들의 생활을 이겨나가려는 노력의 흔적으로 지혜의 문학과 묵시적인 기록들을 다수 남겼고 그 중 일부가 정경 안에 포함되게 되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계약 공동체를 강조하였던 이스라엘 민족이 포로기 이후에 어쩔 수 없는 개인화를 경험하게 되었음은 그들의 이 시기 문학 작품에서 읽어볼 수 있는 하나의 표시이다.

지혜문학과 묵시록의 고찰은 이러한 점에서 현실에 의문을 던지고 신앙인으로서의 대답을 구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자들에게는 그 자세에 대한 하나의 제안을 제공한다 할 수 있다.

II. 본론

A. 지혜문학에 대하여

0. 지혜에 대한 개괄적 고찰

고대 희랍 세계에는 지혜의 탐구가 대단히 성숙되고 세련되었으나, 그리스인들은 지혜의 사랑이 문화, 민족, 또는 국가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믿었다. 지혜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고찰한다. 그러므로 지혜의 추구는 생활의 의미 추구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구는 모든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관심사이다.

지혜에 대한 저술은 에집트의 피라밋 시대(기원전 2600 - 2175년경)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리아 시대까지 소급되지만 지혜는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현자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그대로 사회의 문제점들을 반영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되는 문제점들이었다. 지혜의 또 다른 특징은 인간에게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자는 이른바 인간 실존의 문제를 깊이 파헤치기 위하여 역사를 막다른 곳까지 몰고간다. 그는 한 백성의 유일한 역사에 있는 극적인 움직임과 반복될 수 없는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고 모든 개인이 참여하고 있는 고정된 윤리질서와 반복되는 체험에 흥미를 가진다.

지혜 문학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젊은이들에 대한 실제적인 교훈으로 에집트의 아멘엠오펫의 가르침, 바빌론의 지헤권고 그리고 구약성서의 잠언에 있는 격언 등이다. 둘째는 가끔 회의적인 느낌을 가지고 생의 의미에 대한 인간의 고뇌를 깊이 파헤치고 증거하는 사상이다. 이러한 "반성문학"은 에집트의 자살에 대한 논쟁, 바빌론의 "나는 지혜의 주님을 찬미하리라"는 제목을 가지는 작품, 그리고 전도서와 욥기를 들 수 있다. 이 두가지 형태의 지혜문학은 모두 인간문제를 역사의 특수성에서 따로 떼어 놓는다. 이런 관점에서 대부분의 구약성서의 문학들과는 대립된다.

1. 이스라엘의 지혜문학

구약의 지혜 문학은 나머지 다른 책들과는 구별되어 있다. 지혜 문학을 제외한 다른 성서는 단일한 역사를 지닌 이스라엘의 의식을 특징으로 삼는다. 이 역사의식은 이스라엘 신앙의 핵심을 이루고 야웨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고 이스라엘이 야웨의 백성이라는 고백 속에 요약되어 있다. 그런데 지혜문학에는 이러한 역사의식이라는 두드러진 이스라엘의 신앙적 특징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스라엘의 지혜 문학은 독자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혜 문학은 완전히 이스라엘의 역사신앙에 젖어들어 율법과 지혜가 동일시되었음을 잠언등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스라엘 사회에는 중요한 세 계층의 종교지도자들이, 즉 예언자, 사제, 현자가 있었음을 예레미야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렘 18:18, 8: 8 - 9). 현자는 날카로운 생활의 관찰에서 나온 직관으로, 다년간의 경험과 고대 지혜의 자원으로 얻은 폭 넓은 지식에서 정책을 제공하였다. 이렇게 현자들의 지혜는 '이성적' 또는 '경험적' 관찰에 바탕을 드고 있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이러한 '신앙'과 '이성'의 구별을 하지 않았다. 지혜도 인간의 능력만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로 간주하였다. 즉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심리적인 통찰이 아닌 단순히 인간의 성숙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인간행위에 대한 면밀한 관찰의 결과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야웨께서 예언자의 입에 당신의 '말씀'을 넣어주시듯이 현자에게도 지혜를 주었다고 믿었다. 사실 이스라엘에서 지혜의 전승은 예언 운동보다 먼저 시작했고 더 오래 지속되었지만 예언이 약화되고 나서야 그 발전의 정상에 이르게 되었다.

2. 잠언의 지혜

이스라엘의 지혜운동의 역사는 잠언 안에 집약되어 있다. 최종 형태의 이 책은 유다이즘의 시대, 아마도 지혜학파가 풍미하고 있던 에즈라 시대 이후에 나왔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에는 몇 가지의 지혜 수집서들이 포함되어 있다.

衁.1 - 9 장 "솔로몬의 잠언"

遁.10: 1 - 22: 16 "솔로몬의 잠언"

鑁.22: 17 - 24: 22 "현자의 말"

24:23 - 34 "이것도 현자의 말이다"

鱁.25 - 29장 "히스기야 왕의 신하가 수집한 솔로몬의 잠언"

ꁁ.30장 "야케의 아들 아굴의 말"

ꑁ.31 : 1 - 9 "마싸의 왕 르무엘의 말"

걁.31:10 - 31 "현숙한 아내에 대한 알파벳 시"

이렇게 다양한 내용을 가진 잠언은 분명히 구약성서의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진 복잡한 전승들을 담고 있다.

가장 오래된 잠언은 세속적인 일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건전한 관점을 가진다. 인간 행위의 여러 과정을 생각하면서 현자는 선한 생활이 근면과 절제, 현명함을 통하여 획득될 수 있으며 이 선한 생활의 표시는 성공과 번영, 그리고 오래고도 결실이 풍부한 생활이라고 한다. 이런 면에서 잠언은 바빌론, 에집트 및 그외의 어느 곳에서나 현자들의 지혜로운 충고와 대단히 비슷하다. 그렇지만 '세속적'으로 보이는 이 충고는 종교적인 정신이 주입되어 있다. 이스라엘 현자들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지만 비슷한 관점을 드러낸다. 그들은 인간의 탐구와 사색을 통해서 발견될 수 있는 하나님의 질서가 사물의 본성 그 자제에 기록되어 있다고 믿었다. 하나님의 주도권과 인간의 주도권이 서로 의존하고 있는 이 두가지 관점의 만남은 결국 이스라엘 전승의 역사에서 율법과 지혜를 동일시하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이스라엘 현자들의 정신은 다음의 잠언에서 볼 수 있다.

야웨를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깊이 아는 것이 슬기다 (잠언 9: 10)

이스라엘의 현자들은 야웨에 대한 신앙을 이해를 추구하는 사람의 기초이고 출발점임을 말한다. 즉 신앙이 이해의 전제가 된다. 이스라엘 지혜전승의 독특한 이 주제는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에 의하여 강조되었다.호세아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결핍이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근본적인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역사 안에서 야웨의 위대한 행위는 어리석음을 바로잡고 신앙을 일깨워 주려고 애쓴 것이라고 예언자들은 말한다. 또한 지혜문학의 중심을 이루는 '주님을 두려워함'이라는 주제는 일찌기 이스라엘의 종교전승 안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창 22,12 참고). 지혜의 전망과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계약신앙 사이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혜의 스승들이 그들 자신의 방법으로 이스라엘 신앙의 중심이 되는 주제를 발전시켰음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지혜전승은 계속 발전해왔던 것 같다. 건전한 세속의 지혜에서 신학적인 궤변과 원숙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현자들이 지혜는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지혜의 신적인 기원을 깊이 생각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인간능력이 경험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도록 주어졌다고 말함으로서 충분했기 때문이다(잠 14 :6). 그러나 잠언 후기에 속하는 부분(1 - 8장)은 지혜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지혜는 도덕적 행위의 적절한 길잡이 이상의 것이 된다. 지혜는 모든 창조 뒤에 숨어있는 하나님 계획의 비밀이다(잠 3:19 - 20). 지혜는 단순한 인간 능력이 아니다. 지혜는 자기 힘으로 말하는 예언자로 의인화된다. 이리하여 신학적인 깊은 사색의 바탕 위에서 주님을 두려워함이 지혜의 시작이라는 말은 그 이전의 어느때보다도 더 폭넓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나중에 현자들은 하나님의 창조 신비에 압도당하게 되고 그들의 생각은 인간적인 사상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어 창조주의 찬미에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지혜의 개념이 세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언은 지나치게 상벌의 교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이 분류는 자유로이 이루어진 판단의 결과이다. 주어진 어떤 조건과는 관계가 없다. 사실 두 길에 대한 신명기계의 묘사는 국가적인 위기에 닥쳤을 때 계약 갱신을 위한 강력하고도 절박한 호소였다. 그러나 이 가르침이 사회인의 경험에 적용될 때에는 쉽사리 곡해될 수 있었다. 이 교리의 불완전성은 인생의 의미에 대한 수수께끼와 씨름을 하는 다른 현자들에게는 분명한 것이다.

3. 전도서와 지혜에의 회의

이스라엘 현자들은 야웨께 대한 두려움에 바탕을 둔 지헤는 올바른 행동과정을 보여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창조아래 놓여있는 하나님의 계획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현자들의 말씀'은 야웨만 믿고 살도록 주어진 교훈이다(잠 22:19). 이러한 믿음은 잔도서의 저자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는다. 전도서는 포로이후의 후기, 기원전 250 - 200년 사이에 쓰여진 작품이다. 유다이즘에 대한 그의 대담한 도전은 상벌에 대해 단순한 신명기계 교리를 넘어서서 정통적인 종교의 감수성에 위배된다(이 때문에 상당한 부분에서 편집자의 작업을 감지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지혜가 그 실제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삶의 신비에 파고 들어가지 못하고 궁극적인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실존 문제가 걸려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궁극적인 문제들의 해답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창조아래 놓여있는 하나님의 지혜에 도달할 수 없는 현자는 삶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지만 공허한 삶에 대해 절망하고 생 자체에 대한 혐오감으로 발전한다.

전도서가 어느 정도 그리스 문화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도서의 저자는 "삶에 대한 비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인간 만사를 주재한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각도에서 볼 때 삶의 운치도 이치도 없다고 여겨질 만큼 하나님의 지혜가 파악될 수 없다는데 인간의 비극이 있는 것이다.그래서 전도자는 연약한 인간의 모든 인생행로가 맴돌고 맴돌아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전 1:4 - 11 ). 하나님은 여전히 만물의 왕이지만 인간은 하나님의 계획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리고 여기에 비례하여 전도자는 생의 허무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생의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제한된 지혜 안에서 인생의 체험을 통하여 그침없이 달려오는 모든 목적을 밝힐 수 없는데 있다. 그 결과 시간은 하나씩 차례로 다가오며 모든 것은 쓸데없는 테두리 속에서 맴도는 것 같다는 것이다. 죽어야 하는 인간은 모든 시간을 의미있게 엮어놓은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면 모든 인간의 사상과 활동에 허무한 판결이 내려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러한 비극은 존재의 문제가 탄생가 죽음 사이의 짧은 순간에 해답을 얻어야 하는 절박한 인식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죽음의 문제는 이스라엘 초기에 그 민족을 엮어주던 계약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었던 헬레니즘 시대의 개인주의에 지배받았던 유대인들에게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전도자는 죽음을 심각하게 보기 때문에 생도 심각하게 본다.

전도서의 지혜에 대한 회의주의는 근본적으로 종교적이다. 기본적인 그의 신학사상은 하나님이 숨어있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하나님은 초월하신 분이고 완전히 다른 분이며 무한한 감격을 두고 인간과 떨어져 계신 분이다. 그 분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스리시지만 현자는 하나님의 신비를 조사할 수도 없고 하나님게 질문할 여지도 없다. 전도자는 전통적인 지혜가 하나님의 뜻을 분간할 수 있다고 하는 주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전도자는 인간의 마음이 하나님의 지혜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지혜가 사람에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할 수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을 구분할 수도 없다는 강한 주장을 펴고 있다(전 8:16 - 17).

4. 욥기와 지혜

욥기는 우화체의 산문부분(1: 1 - 2:13 ; 42: 7 - 17)과 지혜문학의 운문 부분(3:1 - 42: 6)으로 되어 있다. 욥기 저자의 신학을 핵심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시문으로 다른 지혜서들과는 달리 이 시는 욥과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교대로 발전 되는 단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는 보편적인 수준을 지니는 역사적 문제점을 제기이며 이것은 종교적인 문제로 화하게 된다. 욥기의 저자는 무죄한 사람의 고통이라는 인간생명의 피할 수 없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고통의 문제는 훨씬 더 깊은 문제를 제기했으며 인간과 하나님 관계의 성격을 규명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전통적인 지혜사상으로 중무장한 욥의 세 친구는 결국 욥에게 진정한 동정심을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 욥은 인간으로서 하나님께 이르는길을 찾지 못하지만, 언젠가 어떻게든지 화해가 이루어지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이 생명의 수수께끼라는 질문과 명제가 가장 고통스러운 문제였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욥의 탐구는 바로 인간 사고의 한계에까지 이르렀는데 여기서 그의 전망은 순간적으로 확대되지만 그의 입장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야웨는 욥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제기하였다. 욥은 이제 침묵 가운데 자기가 하나님과 논쟁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음을 받아들인다. 그의 마지막 말처럼 그는 자기의 무모한 발언을 취소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되이 뉘우치고 자신을 맡기게 된다.욥의 자만심에 대한 죄의 고백과 더불어 하나님과의 관게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생겼다. 이 하나님은 전통 조교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있는 하나님'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보상의 의미를 지니지만 욥이 요청한 것과 같은 종류는 아니다. 욥의 저자는 욥의 회개를 통하여 자만심을 기초로 둔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인격적인 신뢰와 헌신의 관계로 바뀌는 지를 그리고 있다. 욥은 회개의 순간에 인격적인 신앙 행위 안에서 하나님 자신과 관계를 맺는다.

고통의 신비는 결국 성서 전체로서도 해답이 주어지기 않는 것처럼 합리적으로로도 미해결인 채 남아있다. 그러나 신앙 관계 안에서 고통은 인간의 때가 하나님의 손 안에 있으며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하여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신뢰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

5. 지혜의 의인화

지혜전승에서 이룬 가장 중요한 발전 중의 하나가 있다. 현자들은 지혜가 단순한 인간의 통찰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생활을 이끌어 나갈 충실성 안에서 창조질서아래 깔린 열쇠라고 믿었다. 이러한 확신에서 지혜를 하나님의 창조에 거의 독립된 특수상태를 지니는 것으로 보기도 쉬운 일이다.

잠언 8장과 9장에 있는 지혜의 찬가는 창조 때에 야웨와 함께 있던 뚜렷한 인물로 지혜를 묘사한다. 이러한 경우 지혜는 우주적인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차원적인 지혜의 개념은 이스라엘의 고유한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 전승 안에서 독특한 발전을 하게 된다. 욥기 28장에 있는 웅장한 지혜의 찬가는 우주의 계획인 지혜가 인간 존재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하나님 만이 창조 때에 지혜를 만들었기 때문에 그 지혜에 이르는 길을 안다.

히브리 성서의 범위를 벗어나면 지혜의 우주적인 의미는 한층 더 큰 주의를 끌게 된다. 그래서 지혜는 거의 독립된 힘을 지닌 존재 - 하나님 창조의 일군이며 하나님과 세상의 중재자 - 로 간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간격은 인간경험의 세계에 거처하는 하나님 지혜의 일군을 통하여 하나님이 다리를 놓게 되었다고 이해하였다.

구약성서의 지혜문학은 이스라엘 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계시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그러나 후기 유다이즘의 성서시기에는 지혜가 이스라엘의 구원과 하나님의 관계로 이해되었다. 벤 시라의 지혜는 지혜와 뮬법을 동일화함으로 지혜문학을 모세 전승의 중심사상으로 끌고 갔다. 지혜가 역사안에서 하나님의 구원활동에 적극 관련된 것이다.

B. 묵시문학 - 다니엘서

마카베오 전쟁이 터진 후 얼마 안되서 다니엘 서가 씌여졌다. 헬레니즘의 생활 양식과 그것이 유다인들에게 강요된 폭정에 대하여 심한 반발을 느낀 하시딤 가운데 한 사람에 의해 쓰여진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의 목적은 셀류코스의 공격적인, 그리고 위압적인 정책으로 소멸될 위기에 처해있는 이스라엘 신앙에 다시 불을 붙이고 박해에 직면해서라도 양보를 모르는 충실성으로 유다인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하시딤의 성명서'라고 불러도 좋은 책이다. 다니엘서 저자는 현재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것처럼 쓰는 방식을 택한다. 즉 현재를 바빌론 시대에 예언하는 형식으로 말한다.

다니엘서는 묵시록이라고 알려진 특별한 문학유형에 속한다. 묵시문학의 중심주제는 마지막 때, 하나님의 왕국의 도래에 관한 하나님의 계시이다. 이스라엘은 자기 생활이 하나님의 인도 아래서 마지막 성취를 향햐여 움직이고 있는 거대한 드라마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이해했다. 포로 이전에는 이러한 '야웨의 날'에 대한 대중 교리 안에서 이 희망이 표현되었다. 대중들은 하나님께서 자기 민족을 택하여 함께 하실 것이라는 기대는 여러 위대한 예언자들에게 도전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예언자들 역시 야웨가 이스라엘을 선택하였으며 그들을 역사적 순례에서 인도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것이 이스라엘의 자만자족을 정당화시키지 못하며 오히려 역사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약에 불성실한 것을 일깨워 주고 그들을 회개시켜 '되돌아오게'하려는 충격을 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예언자들은 하나님이 역사를 성취시키는 종말의 때에 대하여도 관심을 가진다. 그들은 왕이 당신 백성을 판단하고 새롭게 하기 위하여 오고 있기 때문에 왕국도 가까이 이르렀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대예언자들은 새 시대의 그림을 그리려하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의 관심이 현재에 파고든 미래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인간만사의 진행관정이 끝나리라고 믿지 않았고 단지 이스라엘의 반역의 역사가 끝날 것을 기대하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포로시대와 더불어 예언적인 강조가 점차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 그 바톤을 이어받은 묵시문학은 이스라엘의 계약 실패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을 악의 세력에 전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묵시록의 저자는 이스라엘의 고통이 죄를 근거로 해서, 즉 인간이 책임을 다하는데 실패했다는 이유로 설명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히로시마와 아우시비츠의 희생자들을 통해서 아는 것처럼 반드시 벌이 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묵시문학의 저자는 악의 신비와 맞붙어 싸우면서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을 심히 비관한다. 묵시문학의 전망에서는 역사가 가차없는 운동으로 마지막 대결과 하나님 왕국의 최종 승리를 향하여 예정된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묵시문학은 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야웨는 왕이고 그분의 왕국이 다가왔으며 각 사람은 모든 상황 아래서 충실하도록 불리었다는 예언적 확신을 표명한다. 그래서 율법의 권위, 성전의 제사의식, 하나님의 나라가 거룩한 땅에 중심을 둔다는 것 등에 모두 찬성했다.

다니엘서의 역사 이야기는 하나님 '진리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 반드시 이루어질 사건들을 현시의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가운데 극소 부분만이 고유한 의미에서 예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오히려 과거의 사건들을 요약한 것이다. 저자는 박해당하는 유다인들이 역사 안에 있는 하나님의 계획이란 전망 안에서 그들의 고통을 바라 볼 수 있도록 과거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묵시문학의 가장 큰 공헌중 미래 생활에 관한 교리는 늦게 등장한다. 미래에 대한 이스라엘의 사고 방식에 의하면 개인은 구원된 공동체, 즉 하나님의 왕국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충만한 삶을 체험할 수 없다. 마지막 하나님의 왕국, 그때에 악의 세력에 대한 하나님의 승리가 완성된다. 어떤 의미에서 묵시문학은 역사의 드라마가 비극적인 투쟁을 넘어서서 하나님의 궁극적인 왕국으로 나아가는 것을 지적하기 때문에 다른 세계의 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중요한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이 세상의 고통이 역사의 대단원에서 완성되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대단히 현세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현세를 도피하라고 장려하지 않고 오히려 모든 역사의 드라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통치 계획 안에 들어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현재의 고통과 충실히 맞서 나갈 것을 호소한다.

III. 결론

마카베오 전쟁의 시작과 그리스도교 시대의 여명 사이에는 종교적인 갈등이 계속되었고 여러 문학 형태 - 지혜문학, 역사, 단편 이야기, 시편, 토라의 해설등 -가 등장하였다. 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은 묵시문학이었다. 신앙이 가장 어려운 시험을 당하던 고통의 시기에 열심이 있는 유대인들은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간절히 바랐다.이러한 하나님 왕국에 대한 묵시록적인 희망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리스도 교회에 있어서 지혜 운동 역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에 이른다. 바울은 구원이 온 인류에 미치게 된 그리스도와 지혜를 동일시한다. 요한복음의 서문은 동방의 지혜 특히 이스라엘 현자의 지혜에 비추어 이해되어야 한다. 이렇게 그리스도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이루어진 하나님 계시의 의미가 이해될 수 있는 용어로서, 우주적이고 선재하는 지혜의 개념을 이스라엘로부터 이어받게 되었다.

구약성서는 그 내용이 무엇을 담고 있든지 이스라엘 공동체가 경험한 역사의 체험을 기억하고 해설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하나님이 당신 백성을 은총 가운데 부르시어 특별한 책임을 수행하도록 모든 민족 가운데 따로 불러내셨고 당신의 계획을 성취시키는데 있어서 종의 일을 수행할 사명을 주셨다는 확신에서 벗어나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역사이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거룩한 과거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계약, 새로운 창조, 그리고 영원한 지혜와 하나님의 왕국이라는 미래를 내다보아 주어진 현실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지혜전승이나 묵시나 그것은 그 자체가 아닌 그러한 문학 형태를 표면에 부상시킨 공동체의 경험이 먼저 고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