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들어가는 말

⊙ 문제제기와 연구방법

80년대 한국 사회는 낡은 옛 것을 전면적으로 부정·청산하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려는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러한 전환기적 상황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민중이 한국의 사회 변혁의 진정한 주체로 등장하여, 그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즉 80년대의 민중운동은 산업사회의 급변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 노동, 도시빈민, 농촌등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운동이다. 또한 문화,예술등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있었던 시기로서 특히, 종교 영역에서의 민중운동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민중교회"라는 새로운 교회 공동체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주로 공단 지역과 도시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하여 생겨나기 시작한 민중교회가 그 숫자나 영향력에서는 아직 두드러진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성교회의 제도화, 중산화에 대한 하나의 반작용으로 생겨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소위 민중운동을 교회안으로 끌어들여 종교화 한 후에 다시 사회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산업화, 도시화되는 한국의 오늘날의 구체적인 문제들의 극복을 위한 근원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갖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민중교회는 90년대에 들어오면서 몇가지의 문제점을 나타내면서 그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민중교회의 기반의 근거였던 민중신학과의 괴리현상을 들 수 있다. 이는 민중신학이 민중 상황에 주목한 나머지 민중선교의 신앙 고백적 기초를 확립하지 못했고, 기존의 교회 울타리를 깨는데 주력하느라 민중선교의 교회적 기반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즉 예수와 교회를 떠난 민중교회가 되었으며 신학적으로 예수와 민중을 동일시 함으로써 '민중의 죄성'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을 하지 않음으로써 민중교회의 선교적 역동성을 상실한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다음으로는 선교적 차원에서 볼 때 지금까지 민중교회가 '민중선교'라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민중교회를 하나의 변혁운동속에 기독교운동의 차원으로 존속시킴으로써, 90년대의 사회 변화속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결국 선교적 차원에서의 한국 민중교회는 노동선교의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노동운동에만 주력함으로써 성서의 노동관을 상실하고 교회 본연의 임무인 선교적 차원을 무시해 버리고 만 것이다.

따라서 본 소고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관점에 연구의 방향을 두고자 한다. Ⅱ장에서는 노동의 개념과 현대사회에서의 노동의 가치와 성서의 노동관을 살펴보고, Ⅲ장에서는 80년대의 민중교회의 발생배경과 전개와 현황, 그리고 기본적인 성격들을 살펴보고 Ⅳ장에서는 선교적 차원의 노동선교와 민중선교에 관한 정리를 하면서 결론을 맺고자 한다.

Ⅱ. 노동과 현대사회

1. 노동의 일반적 의미

노동은 인간들이 노동수단을 통하여 자연에 영향을 미치며 자신들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자연을 변화시키고 자연에 적응하는 행위이다. 이는 인간 자신의 존재를 위한 노동력의 산출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도구사용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의 도구사용은 동물의 도구사용과는 달리 정신적 의식속에서 하나의 창조적인 활동을 위한 노동수단의 도구사용을 말한다. 노동수단으로서의 의식적인 도구사용은 일회적인 행위가 아니라 노동 과정에 항상 재동원될 수 있고, 여기에 이미 사회성원들의 공통적인 경험이 내포되어 있다. 여기에서 노동의 활동을 구분하면 노동은 육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활동으로 파악되는 한, 자연 필연성에 지배되는 활동으로서 인간에게는 고역적인 활동이다. 또다른 면으로는 노동에 의해서 인간은 외적 자연을 변경하는 동시에 내적 자연인 자기의 육체적 정신적인 여러 힘을 발전시키며, 그리하여 자연을 통제하게 된다. 이런 면에서 노동은 창조의 활동이고 자기실현의 활동이다.

따라서 노동은 인간의 의식적인 창조 활동이며 사유의 기반을 근거로 하여 물질의 재창조를 가져오는 것이다. 즉 노동이라는 물질적 가치를 통해 인간의 정신적 가치기준을 함께 창조시키게 된다. 결국 '노동의 가치'가 바로 존재가 의식을 규정짓는 대표적인 검증이다.

맑스에게 있어서 노동은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기는 커녕 인간의 실존적 활동이고 그의 자유로운 의식적 활동인 것이며, 인간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인간의 보편적 본성을 발전시키는 수단임을 의미하고 있다. 노동은 사회적 물질적 기반속에서 의식(정신)적인 사고를 도출하는 역할을 하고 사회활동의 필연적 기조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2. 성서에서의 노동관

구약성서에서 창세기 1장 1절 이후의 창조의 모습에서 노동하시는 하느님이 나타난다. 특히 'J'기자의 창세기 2장은 구체적인 하느님의 노동과 함께 인간의 노동의 의무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를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노동이 2장에서 구체화되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직접 불어 넣으시니'라는 창조기사에서 말씀만이 아닌 직접적인 행위가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시면서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를 돌아다니는 모든 짐승을 다스려라!'고 명령하셨다(창1:28). 2장에서는 '에덴에 있는 이 동산을 돌보라'는 명령속에서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일감을 받았고 일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것이다. 즉 일하는 존재로 태어났다.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노동은 죄와는 전적으로 관계없이 인류에게 주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는 사실을 강조해야만 한다. 그리고 하느님은 창조의 질서속에서 모든 물질들을 유지시키고 있는 것 또한 하느님의 끊임없는 노동을 뜻한다.

우리가 흙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은 우리가 처음부터 사회적 존재임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서로를 위해 만들어 졌으며 서로를 향해 창조된 것이다. 이는 공동체적 사회생활을 통한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간에게 부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히브리사람들은 노동을 하느님의 신성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성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출20:9)라는 명령속에 노동에 대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해야 된다는 히브리인의 노동관이 나타난다. 그리고 출20:10에서 "제 칠일은 너의 하느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중략)…네 남종이나 여종이나 …(중략)…아무일도 하지말라"는 명령속에서 노동의 정당성에 대한 휴식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이 일해야만 하는 사실은 '해는 떠야만 하고 사자는 먹을 것을 찾아야만 하는 것'과 같이 세상의 정상적인 질서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서는 "사람은 나와서 노동하며 저녁까지 수고하는도다"(시편104:23)라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히브리의 초대왕 사울은 농사꾼이었다(삼상11:5). 만약 히브리인들이 노동을 천하게 생각했다면 자기들의 왕이 본래 소를 몰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부끄럽게 생각했을 것이고, 따라서 그들의 결전에서 삭제했을 것이다. 그리고 다윗왕은 양치는 목동이었다. 히브리인의 예언자들은 오히려 사치하고 게으름을 부리는 자들을 여지없이 책망한다. 중간시대와 신약시대의 서기관이나 랍비들은 그시대 민증에게 극히 존경을 받는 자들이고 지방의 어른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백성을 가르치는 일을 무보수로 하고 각자는 손수 일해서 생계를 꾸려갔다. 이러한 랍비들의 생활을 위한 노동은 창조설화에서 나타난 노동의 명령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성서기자들과 히브리 민족은 노동의 문제를 절대로 천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신약에서는 예수 자신이 노동의 현장에 있음을 발견한다. 마가복음 6:3에서 "이 사람은 마리아의 아들 목수가 아니냐?"라는 말 속에서 이미 고양에서 목수라는 직업으로 살았음을 암시한다. 예수도 히브리인의 한사람으로 노동을 하셨고 목수로서 손수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셨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노동하는 현장에서 땀흘리며 수고하는 일군들을 제자로 뽑으셨다.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 등이 어부였고 그들이 바다에서 일하고 있는 순간에 소명을 받았던 것이다. 에수의 선택은 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제자로 뽑아 민중의 지도자로 훈련시키고 계심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 바울은 일에 대한 기독교인의 의무를 말하고 있는데 데살로니가후서 3:7에서 "누구에게서든지 양식을 값없이 먹지않고 오직 수고하고 애써 주야로 일함은 너희 아무에게도 누를 끼치지 아니하려 함이니"라는 구절과 10절에서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하라"라는 말속에서 노동에 대한 행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약성서는 노동계급에 대한 거부와 반대의 말이없다 바로 예수 자신이 노동계급의 대표자였기 때문이다. 노동의 천시는 현대 기독교 사회의 당파성 문제에서 상류계급에 대한 지지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되었다. 특히 창세기 3장에서 인간의 노동은 저주아래 놓여 있다고 말한다(창3:17-19). 이는 노동 자체의 잘못이 아닌 노동에 따른 노고가 하나님의 벌로 나타난 것임을 바로 깨달아야 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법을 어기고 죄를 짓는다는 것은 결국 노동하시는 하느님의 형상을 받아 노동하는 인간으로 태어난 자들이 자기의 본분을 잃고 반역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첫째로, 조물주이신 대(大)노동자 하느님의 명령대로 일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기의 영광과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반역일 것이고, 둘째로는, 일하는 자로 만드신 그 자체를 싫어하고 항의하는 태도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죄때문에 노동의 가치를 잃어 버렸다. 인간 본연의 모습인 노동의 아름다운이 괴로움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때문에 노동자체가 노동의 목적이 되고 따라서 노동이 인간의 우상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전2:4-11,20-23, 눅12:16-22). 때로는 이웃을 착취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되었다(출1:11-14. 2:23, 막5:4).

이러한 노동의 괴로움이 결코 노동의 가치를 성서에서 떨어뜨릴 수는 없다. 노동은 사회를 형성하는 원동력이고 일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우리에게 그대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웃을 섬길 때 서로 종노릇 하라"(갈5:13)는 성서의 표현대로 노동의 신성함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3. 현대사회에서 노동의 가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 개념)

현대사회의 특징적인 표상은 현대사회가 과학적이며, 기술적이며, 산업적이며, 행정적인 사회라는 점이다. 이러한 제현상들에 의해 고도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되면서 노동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상품화시켜 버렸다. 노동량에 비해 저렴한 임금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적 사회속에서 현대적 노동의 가치는 이미 물질적 가치로 전락되었다. 한편에서는 노동의 본질이 인간의 자기 실현에서 추구되어 노동의 이상이 묘사되면서 타면으로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이에대한 대량의 노동자계급의 출현을 배경으로 노도의 양식과 노동조직에 의해서 인간이 소외된다고 하는 노동의 현실적인 모습이 의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맑스는 근대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노동자는 그가 생산하는 부가 더욱 증가할 수록, 그의 생산이 힘과 범위를 더욱 증가할 수록, 더욱 빈곤해진다. 노동자는 그가 생산하는 상품이 더욱 확대될 수록 더욱 값싼 상품으로 된다. 애상(물질)세계의 착취(verwertung)가 진행됨에 따라 인간세계의 가치하락이 이루어 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하락은 "노동의 소외현상"을 도출시키는데 맑스는 「경제·철학소고」에서 이를 설명해준다. ① 노동의 생산물에 대한 노동자의 소외이다. 노동의 생산물이 소원적 존재, 생산에서 독립된 힘으로 노동에 대항한다. ② 노동자로부터의 노동의 소외이다. 노동은 노동자에 대해서 외적이다. 즉 노동은 자발적이 아니고 강제된 것이며 강제 노동이다. 따라서 노동은 욕구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고 노동 이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자는 노동의 외부에서 비로소 자기안에 있다고 느끼고 , 노동의 내부에서는 자기밖에 있다고 느낀다. ③ 인간적인 유적존재 자체안에서의 소외이다. 노동의 생산물에서의 소외에 의해서 노동자에게서 '자연'이 탈취된다. 자연이란 그것에 의해서 노동이 실현되고, 거기에 있어서 활동하고 그것에 의해서 생산하는 소재이므로 노동의 생산물의 상실은 자연의 상실이다. '소외된 노동'은 인간에게서 자연을 소외하고, 인간자신을 곧 그에게 고유한 활동적 기능, 그의 생활활동을 소외시킴으로써 인간은 유적생활에서 소외된다. ④ 인간의 인간으로부터의 소외이다. 생산행위 그 자체에 있어서의 소외는 노동자에게서 '인간적 기능'을 소외시키게 된다. 왜냐하면 생산활동이외의 인간적 기능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외는 인간의 유적존재, 자연 및 인간의 정신적 그 유적능력을 인간에게 소원한 존재, 인간의 개인생활 수단으로 만들어 버리게 되고 인간의 인간에게서의 소외가 도출된다. 결국 소외의 과정은 모든 사회계층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자연적'기능 마저도 왜곡시키게 된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이행되는 현대사회에서 노동은 자본에 유입된 하나의 상품으로 나타난다. 산업혁명 이전의 노동의가치는 분명 교환가치와 사용가치가 하나로 나타나지만 산업혁명 이후의 노동의 가치는 교환가치를 위한 사용가치를 배제함으로써 '소외'라는 제문제를 유발시켰다.

진정한 형태의 노동이란 인간의 진정한 자기 실현을 위한 매개이자 인간의 가능성의 충분한 발전을 위한 매개이다. 노동은 적대적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 아니다. 노동은 삶이다. 인간됨, 다시말해서 피조적 존재의 의미 표현이다. 노동자는 창조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나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노동양식은 인간의 능력을 왜곡시키고, 부의 축적은 빈곤을 증대시키며, 기술적 진보는 죽은 사물에 의한 인간세계의 지배로 이끈다. 현대사회의 노동의 가치는 상품화 과정속에서 착취당하며 '임금'이라는 가치에 대한 표현을 통해 노동의 사회적 관계-인간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재화-를 은폐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의미는 독점자본의 일부분으로 표현되고 인간성의 상실을 가져오게 된다.

Ⅲ. 민중교회(노동선교의 시작)

1. 민중교회의 발생배경

첫째, 60-70년대의 산업 선교의 민중지향적 전통속에서 그 배경을 찾아볼 수 있다. 57년 산업전도위원회로 시작된 산업선교는 70년대 민주노조운동을 주도했고, 71년 수도권 도시선교위원회로 출발한 수도권 특수지역 선교위원회는 70년대 도시빈민운동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민중교회는 이러한 기독교운동의 민중지향적 전통속에서 발아하거나 영향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둘째, 70년대 교회밖에서 시작된 기독교운동에 대한 반성과 극복을 위한 시도이다.

70년대 기독교운동은 소수의 엘리트적이고, 교조주의적인 사고와 기구중심의 운동이었다. 그결과 대중성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기독교운동은 교회밖에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상황과 역사발전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인식 능력의 빈곤 때문에 체계적인 운동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8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부터 교회에 기반을 둔 민중운동의 형태로서 민중교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셋째, 신학적인 학문으로서의 민중신학은 기독교운동속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고, 그실천의 결과물로 민중교회가 생기게 되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민중신학은 교회를 세우는 신학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비난하고 교회를 무너뜨리는 신학라고 하면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하나, 민중신학은 새로운 신학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80년대 기독교운동의 사고의 폭을 넓혀 주었고 민중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중교회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네째, 60년대 이후 WCC의 선교정책의 전환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신학을 탄생시켰고, 이 선교의 변화는 민중교회의 설립을 가능케 하는 신학적 기반이 되었다. 즉 에큐메니칼 운동은 전통적인 선교를 지양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을 전도하는' 새로운 하나님의 선교(MISSION) 소식은 당시의 한국의 상황에 부합되는 선교정책으로 받아졌고 결국 민중교회를 탄생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2. 민중교회의 전개과정과 현황

민중교회의 역사는 70년대 초반으로 거스러 올라가 약 15년의 역사를 지닌 교회도 있지만 대부분은 80년의 광주민중항쟁 이후 수도권지역의 공장지역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대중노선에 입각한 기층민중을 조직하려는 목적에서 기독교운동을 함께 수반하고자 생겨났다. 여기서 민중주체형의 노동자선교를 위한 민중교회의 발생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의 변혁을 위한 자주적 교회조직임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산업선교회라는 기구 형태의 노동자 선교가 존재해 왔으나 노동자(민중)가 주체로서 교회를 받들어 나가고 노동자 선교를 시도한다는 것은 한국 교회사는 물론 세계 교회사에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 막대한 외국의 원조와 국내의 지원을 받는 산업선교회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자선교를 민중주체형의 개척교회를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는 비판과 또한 해낸다 하더라도 교회가 운동을 해봐야 얼마나 해내겠느냐라는 식의 냉소주의적인 반응과 다른한편으로는 노동자와 지역주민주체형의 교회 개척의 역사적 의미와 운동적 중요성 (관제언론과 정치적 조작에 갈기갈기 찢겨진 노동세계와 생활문화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자신들의 노동자 의식과 문화로 결집되고 결속하는 노동자 공동체운동으로서의 성격과 지역운동에 기여하는 측면)을 높이 평가받으면서 민중교회는 형성되었다.

그러나 90년 이후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한국의 노동자의 인권과 임금이 향상되고, 한국 상황이 선진화가 되면서 민중교회는 처음의 당위성을 상실한채 이탈되는 수가 늘어가고 노동운동의 교회가 아닌 기존의 신앙공동체로 전환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민중교회의 주체가 교인이고 신앙공동체로서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결국 민중교회는 교회운동으로 전개되어 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현재 민중교회 수는 88년의 63개 교회에서 94년 2월 현재 1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교단별 분포상황은 기장 46개(46%), 기감 17개(17%), 예장통합 21개(21%), 복음교단5개(5%), 예장합동 2개(2%), 기성 1개(1%) 교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교파룰 초월하고 있으며, 한국민중교회연합체(이하 민교)로 형성되어 각 지역별로 민교연합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중교회 교인들은 기존교회 교인들보다 학력이 높고 민중교회에 대한 자부심(93.6%의 만족)을 갖고 있으며 외형적인 규모나 재정적인 면에서는 영세규모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 민중교회의 기본 성격

민중교회의 기본성격으로는 첫째, 민중성(계급성)을 꼽을 수 있다.

민중교회는 성서의 민중해방전통과 교회사의 민중전통 및 한국사의 민중전통을 합류시키고 이 시대의 모순을 해결함과 동시에 하느님나라의 건설을 지상목표로 하는 민중을 위한, 민중과 함께하는 민중의 신앙공동체이다. 이것이 민중교회의 민중성이고 당파성이다.

둘째, 지역을 교회의 기반으로 한다.

민중교회의 구체적인 현장은 그 교회가 속한 지역이다. 교회는 일정한 지역공간 내에 존재하게 되며, 교회가 존재하는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릴 때 민중교회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중교회는 민중이 속한 어느 지역이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서 지역주민들을 교회의 중심으로 삼고, 지역의 특수성(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전체포함)을 감안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세째, 민중교회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성격을 갖는다.

민중교회는 민중 스스로가 자기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 주체로 서도록 도와주고 동시에 주체적인 민중 스스로의 공동체를 건설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중교회는 선교지향적 성격과 운동체적 성격을 통일시켜 나간다.

이는 교회중심적인 활동을 말한다. 민중교회의 주된 방향은 한국 상황에서 민중이 주인되는 하느님나라의 건설이다. 지금까지 민중교회는 이부분을 무시함으로써 교회론이 유명무실한 상태로 됨으로써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교회는 예수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신앙공동체이다. 그럼으로 민중교회는 다른 민중운동단체와는 달리 철저한 신앙 중심의 민중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Ⅳ. 선교적 차원에서의 민중선교

1. 전망

이글에서는 오늘의 변화된 상황에서 민중선교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전망하면서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오늘의 변화된 상황에서 민중선교를 논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사실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은 오늘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사회의 공동체적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회주의 사회의 실패는 체제가 경직되고 당과 관료의 독재로 인해 민중의 제도적 참여가 봉쇄되고 민주의 자발적 헌신성과 활력이 억압된 데서 비롯되었다. 자본주의사회의 타락과 공동체 파괴는 민중에 대한 억압과 수탈을 제도화함으로써 민중을 제도적으로 소외시키고 공동체적 관계를 파괴한 데서 기인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이념이나 제도의 문제로부터 민중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한다. 민중의 자주적 참여와 자발적 헌신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음으로는 70년대의 민중과 오늘의 민중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70년대의 민중은 생존권이 짓밟히는 무력한 민중이었다. 병들고 죽어가는 민중, 절규할 수밖에 없는 민중이었다. 그것은 전태일이 대변했던 민중이었다. 그러나 전태일은 90년대 민중의 전형이 아니다. 70년대와 90년대 민중상황의 차이는 제조업 종사 노동자 수가 감소하고, 제조업 내 여성의 비중 감소, 경공업의 감소와 중화학공업부문의 증대, 연소노동자 감소와 노동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80년도와 92년도 제조업 노동자 월 평균 총 노동시간은 230.6시간이고 임금총액은 146,684원이었고, 92년도의 노동시간은 211,6시간이고 임금총액은 798,548원이다. 노동시간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임금은 5배이상 늘어났다. 만일 전태일이 살았던 70년대 초기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화의 변화에서 민중교회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민중교회운동이 기독교적 사고의 틀속에서 새로운 영성의 전개와 함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교회는 교회내의 신자들의 개인적인 죄의 고백과 신앙고백을 통해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해 갈때 교회의 정체성이 회복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민중교회의 한계성인 얼마만큼 투쟁적인가를 지양하고 교회가 세상에 대항하여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고 사람이 사람다운 세상-하느님나라운동-을 건설하는데 주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즉, 민중교회냐 아니냐는 민중적 또는 반민중적 문화와 구조, 이에 대항하는 문화와 가치관의 공동체를 효과적으로 형성하느냐에 판가름 날 것이고 새로운 기독교적(민중교회적) 덕성과 품성을 갖춘 성원들을 민중교회가 생산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민중교회의 성패와 존폐가 가름될 것이다.

민중운동은 특히 기독교권에서는 적을 제거하고 말살하는 계급투쟁의 방식보다는 십자가 사랑을 통해 화해와 해방에 이르는 방식, 동양적인 相生의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투쟁방식을 추구해야 한다. 변화된 상화에서 민중운동은 변혁적 전망을 견지하면서도 유연하고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민중선교로서의 민중운동은 민중의 변화된 상황에 기초해서 그리고 기독교의 십자가 사랑과 한국적인 相生의 정신에 입각해서 전개되어야 한다.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민중교회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땅 한반도에는 서로 다른 체제의 두 민중이 존재하는 양극화된 현실이다. 지금까지 분단 된 상황에서 우리는 분단 이데올로기의 망상에 사로잡혀 통일에 대한 염원이 한낮 운동권의 논리로 전락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중교회는 한반도라고 하는 역사의 장이 곧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진리가 실현되는 현장이라는 상황인식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화해의 정신으로 통일의 논리를 전개시켜가야 할 것이다. 통일을 향한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의 신학이며 출애굽의 역사신학이며, 민족해방과 민족구원의 신학이라는 인식을 민중교회가 숙지하여 교회론과 선교론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2. 민중교회의 신앙훈련을 위한 프로그램

1) 예배의 갱신이다.

민중교회공동체의 중심은 하느님을 섬기는 예배이다. 예수그리스도를 향한 신앙고백이 교회는 전제되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예배가 그다지 중요시 되지 못했다. 처음 민중교회가 생겼을 때에는 주일 예배외는 집회가 없었고, 그것도 다른 노동자 집회가 겁칠 때에는 예배를 생략하기도 했었다. 그 결과 민중교회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교회자체에 대한 중요성이 교인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감을 발견하는데 결국 어떠한 교회이건 예배는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요소가 된다. 즉, 신앙고백이 없으면 교회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올바른 신앙고백이 있어야 올바른 공동체를 형성하게 되고 나아가 올바른 실천을 할 수 있다. 결국 예배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개발을 통한 '민중예배학'을 정립해야 한다. 기존교회는 목회자의 일방적인 강요나 말씀선포가 예배의 주를 이루지만 민중교회는 모든 회중의 자발적인 참여와 결단을 통해 참된 생명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회중의 자발적인 예배의 순서는 공동기도문, 공동의 성서읽기, 교독문작성, 참회의 기도문작성과 고백의 시간, 설교의 다양화(대화식, 연극, 공동설교등), 말씀에 대한 묵상과 나눔, 찬송의 다양화등의 순서와 예배속의 코이노니아를 강조하여 서로에 대한 벽허물기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2) 성례전의 갱신이다.

대부분의 기존교회는 철저한 신앙고백이 없이 세례를 베풀 때가 많다. 이는 오늘날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중의 하나인데 민중교회는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결단을 하는 엄격한 세례교육을 거친 세례예식을 실시해야 한다. 이는 예수의 제자가 되는 예식이 세례식임을 올바로 이해시켜 제자화되는 과정을 철저히 하고 교회공동체로서의 자리매김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성찬예식과 친교를 위한 애찬식을 다양하게 전개해야 할 것이다. 성찬식의 방법을 다양화시켜 예배학을 발전시키고, 서로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애찬식을 개발하여 이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3) 영성훈련의 개발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 새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영성운동인데 기존의 성령운동은 개인의 참회와 변화만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의 제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면 '영성운동'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포괄적인 성령운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영성훈련에는 개인의 신비적인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임재하심을 느낌으로서 어떠한 고난을 헤쳐나가는 힘을 얻고 민중교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돤다. 또한 기도훈련, 말씀훈련, 성령훈련, 은사훈련, 섬김훈련, 침묵훈련, 나눔훈련, 공동체훈련등을 통해 민중교회가 추구하는 사회변화의 선교를 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영성의 삶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자이기에 생명의 활동이 그리스도의 영으로 충만하도록 민중교회는 이를 지도해야 할 것이다.

4) 성서연구가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많은 교회에서 실시하는 개인전도식의 성경공부와는 달리 성서가 기록될 당시의 역사와 생활풍습과 성서가 말하는 구체적인 삶을 연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수를 바로 알고 따르기 위해서는 성서의 말씀이 우리가운데 살아서 움직이는 사건이 되도록 올바른 성서공동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많은 수의 목회자들이 한국교회 신자들의 성경지식이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만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서 배운 성서의 지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보면서 민중교회는 평신도중심의 교회공동체를 위한 성서공동연구가 교회의 정규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5) 기도운동의 활성화다.

민중교회가 기존의 교회에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기도운동이다. 물론 이 기도운동이 개인의 치부로만 끝나는 것이 문제이지만 오늘의 한국교회를 이루게 한 사실임을 직시하면서 기도운동의 공동체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한다. 새벽기도회를 통한 프로그램의 다양한 개발과 금요철야기도회를 통해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등을 진행시켜야 할 것이다.

6) 소모임공동체의 활성화다.

기존의 구역제도를 넘어서서 가정공동체와 이웃공동체를 하나의 단위로 묶어 동지애적인 삶의 공동체로 교회를 섬기는데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교회중 숫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한 교회는 반드시 구역제도가 탄탄히 엮어져 있음을 볼 때 민중교회의 자랑인 조직화를 신앙적인 공동체로 만드는데 주력한다면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7)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활성화다.

이는 대부분의 민중교회에서 전개하는 것으로 취미활동, 탁아반, 건강교실, 교양활동, 풍물교실, 학습활동, 상담학교, 청소년지도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주민들과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교회의 사회에 대한 봉사를 하는 것이다.

Ⅴ. 나가는 말

지금까지 노동의 일반적, 성서적 의미를 통해 본 현대사회의 소외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신앙공동체인 민중교회에 관해 짧게나마 살펴보았다.

80년대의 민중교회의 운동은 기존교회에 사회를 향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기존의 교회들이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사회선교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사회복지관등의 건물을 지어 봉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민중교회는 교회의 존폐마저 흔들리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고 새로운 문제제기가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된 것이다. 왜 그럴까? 이러한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정리해 보았다.

이글을 나가면서 내일의 민중교회는 개인의 품성적이고 인격적인 면이 강조되고 기존교회와의 하나된 연대운동이 전개될 수 있을 것을 확신한다. 진정 그러할 때 "종교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