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론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는 199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고 남북이 통일되는 평화통일의 해로 설정하였다.1995년은 우리가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1995년을 기점으로 오십 년이 되는 희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해방 오십년이 되는 해에는 보다 더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는 마음에서 희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의미의 시대적 상황에서 희망을 찾아보는 의미에서 구약에 나타난 희년법의 의미와 내용을 검토해 보자.
2.명칭
우리말 성경에 희년으로 번역되는 희년에 해당하는 히브리 명칭에는 네게의 다른 표현이 있다. 첫째 명칭은 희년이 있고, 둘째 명칭은 오십 년이 되는 해이고, 셋째 명칭은 자유의 해이고, 마지막 명칭은 은혜의 해이다. 각기 다른 호칭은 시대나 공간에 따라 불리워진 명칭이라기 보다는 희년법의 기능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이해된다.
① 희년
첫번째 희년으로 쓰이는 어휘는 영어 Jubilee에 대한 번역이다.이 단어는 히브리어 수양(Jobel)의 음역과 유사한데서 유래되고 있다. 요벨이란 뜻은 수양 혹은 수양의 뿔로 만든 나팔을 말한다.출19장13절에 하나님이 시내 산에 강림하실 때에 불었던 나팔이 곧 요벨이다.이스라엘 풍습에서 산양의 뿔로 만든 양각 나팔은 50년에 한번씩 맞이하는 희년에만 사용되었다. 아마도 요벨을 희년으로 부르게 된 것은 이런 양각 나팔이 특별한 하나님의 은혜가 선포되는 해에 불리워졌기 때문에 이 악기 이름을 따서 '요벨'혹은 '요벨의 해'로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② 오십년 되는 해(The Fifty Years)
레25장10절에서 오십년이 되는 해를 성별하여 온 땅에 자유를 선포하고 이스라엘 거민은 각기 자기 유산과 가족에게로 돌아가라고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와 약속의 땅을 각 지파에 따라 안배 받았을 때를 기점으로 하여 일곱 번째의 안식년을 지난 다음 해인 즉 오십 년이 되는 해에는 이미 일곱 번째의 노예해방과 부채면제가 실시된 후이므로 이 때를 기준하여 오십년 전 본래 상태로 원상 회복을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갖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개기가 되는 때이다.
50년 단위의 시간 구분은 7년 단위를 기초로 한 농경 사회의 시간 구분으로 안식년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안식년에는 하나님과의 계약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이스라엘 백성이 타인의 노예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부채를 면제하여 경제적 평등 사회를 꾀하려는 안식년 법을 더욱 더 강화하여 오십년 되는 해에는 인간의 기본권을 되찾고 하나님이 주신 기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한 것이다. 50년에 한번씩 원상 회복을 한다는 의미에서 "50년되는 해"란 용어가 유래되었다.
③ 희년-자유의 해(The Years of Freedom)
희년에 선포되는 자유를 의미한다. 겔46:17에 "드로르"란 자유나 해방을 뜻하는 말이다. 드로르가 선포될 때에는 노예가 해방되고 해방된 노예는 그의 본래 기업으로 돌아가게 된다. 유다의 마지막왕인 시드기야 왕이 드로르를 선포했을 때 노예가 잠정적으로 해방은 됐지만 예루살렘 지배층의 반발로 무산되고 말았다(렘34:1,17). 드로르의 해방의 의미는 가나 때문에 노예가 되었던 자가 신체적 자유만을 얻었다 할 지라도 이는 완전한 의미에서의 해방이 아니다. 가난 때문에 다시 노예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가 허락되었다 할지라도 자기의 생활 터전이 자기 재산도 있어야 만 된다는 것이 드로르의 기본 취지이다.
49년간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계약 공동체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으로 부와 힘의 편중이 극대화되지만,50년째에는 드로르가 선포되므로 이런 불균형이 시정되어 본래의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그 의의와 목적을 두고 있다.
④ 은혜의 해
이사야61:2절에 은혜의 해가 나오는데,은혜의 해에는 가난한자 마음이 상한 자, 포로된 자, 옥에 갇힌 자와 슬픔에 있는 자들이 기쁨을 누리고 복된 삶을 누리게 된다. 이런 은혜의 해가 인간들에 의해서는 잘 실천되지 않았지만 예수님에 의해 다시 성취된 것이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자에게 다시 보게함을 전파하며, 눌린자에게 자유케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절).
3. 희년법의 내용
희년법의 내용들은 성결 법전(레17-26)의 일부로서 레25:8-55절에 수록되어 있다. 희년법의 내용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토지문제(23-28절), 주택문제(29-31), 노예해방 문제(39-55). 이 토지,주택,노예 문제가 주 관심사로 되는 것은 49년간에 인간들의 과욕에 의해 재산의 편중과 인권이 유린되기 때문이다.
⑴ 토지문제
가나안에 도착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그의 약속의 땅을 여호수아를 통해 각 지파에 따라 균등하게 안배하였다.그런데 분배받아 살던 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진 자는 점점 더 많이 가지게 되고 ,없는 자는 점점더 가난해지는 불균형의 현상이 일어났다.이런 불균형을 50년에 한번씩 지정할 필요가 생겼다.본래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고 인간은 점유하고 사용할 권리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하여 자기 유산을 팔았을 경우라도 되돌려 사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여유 있는 가까운 친척이 그 팔린 땅을 되돌려 살수 있다.
두 번째는 판자가 재산의 여유가 생겼을 때 팔았던 땅을 되돌려 사는 것이다.
세 번째는 땅을 판지 50년이 되어도 되돌려 살 능력이 없을 경 우에는 희년법의 선포에 따라 무상으로 팔렸던 땅이 자기 것으로 원상 회복이 된다는 것이다.
⑵ 주택문제
가옥은 성밖과 성안의 경우를 구분한다.성안이 경우에는 집을 팔았을 경우 1년 안에 되돌려 살 수 있으나 1년이 지나면 되살 수 있는 시효가 끝나 집을 산 사람의 완전한 소유가 된다. 그러나 성밖의 가옥은 토지와 같이 취급하여 언제든지 되돌려 살 수 있고 희년이 되면 자동적으로 벗음 판 자의 소유로 된다. 레위인의 경우는 성안이든 밖이든 관계없이 희년이 되면 원상 회복이 된다. 특히 레위인은 분깃이 없는 지파임으로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된 것 같다.
⑶ 노예문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아 하나님만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들이다(레25:42,55). 따라서 이스라엘의 자녀들은 인간의 종이 될 수 없다. 가난한 동포 이스라엘 자녀들을 종으로 삼을 수도 없고 다만 품꾼이나 식객으로만 고용할 수 있다 인권을 무시한 채 고문이나 폭행이나 사형을 할 수 없다.불가피하게 가난한 자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동족의 종이 되었다 할지라도 계약 법전에 의하면 6년이 지나면 해방이 되었다.
그러므로 희년의 내용은 50년에 한 번씩 이스라엘 사람들이 경제-사회적 자유 선포에 의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분배받은 본래 기업으로 돌아가서 경제-사회적 평등의 혜택을 누리라는 것이다.
이런 원상 회복은 이스라엘 자녀는 다 하나님의 종이요 또한 자녀이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경제적을 예속되고,신체적으로 구속되고 죄에 구속될 수가 없는 자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그러므로 희년법은 이스라엘 백성이 타인에 의해 예속되었다 할지라도 50년에 한번씩은 은총의 대 사면으로 기쁨의 해를 맞는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런 희년법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설정하여 준 처음의 경제 구조를 유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원상 회복을 한다는 말은 하나님이 설정해 준 최초의 공동체의 평등한 질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이다.인간의 욕심 때문에 평등과 균형의 원칙이 파기되었다 할지라도 적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경제적 그리고 인권의 평등 원칙이 최소한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간이 인간 대우를 받는 사회를 하나님은 원하시기 때문이다.과거 애굽에 종되었던 이스라엘 자손들을 하나님이 구원해 주신 하나님의 종으로서 인간의 대접을 받을 뿐이다.이와같이 이스라엘 백성이 평등한 공동체를 구성함에 희년법의 목적이 있다.
4. 희년법의 기원
희년법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첫째는 희년법은 포로기를 전후하여 형성된 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M.노트나 R.드봐 등 많은 학자들은 희년법이 후기 문서에 주로 나타나므로 포로 전후기에 형성된 것으로 본다.
둘째 견해로는 희년법이 이미 고대부터 생활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들 학자들은 이스라엘의 생활 관습과 관련해서 가나안 정착기로부터 희년법은 실제적인 문제로 등장했음을 지적한다. 토라에 규정으로 편입되기 전 단계를 인정하고 있다. S.에프라임은 희년법이 이미 이스라엘 습관 속에서 초기부터 행해졌음을 시인해야 한다고 한다. 민수기 36장에 길르앗 자손들이 모세에게 질문하는 내용 중에 슬로브핫이 아들이 없어 그 기업을 딸에게 상속하였을 때, 딸이 결혼하면 그 딸이 소유한 땅이 희년이 될 때에는 누구의 소유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실제적인 문제는 가나안 정착후 얼마 안 있어서 생겼던 문제이다. 땅이나 주택을 팔고 살 때는 희년을 기준해서 환산해야 되므로 토지 매매의 실제적인 법으로서 희년법의 존재를 인정치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희년법은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관습법(慣習法)이지 이상주의적 법(a Utopian law)은 아니다"라고 에프라임은 지적한다. 희년법이 일조일석에 완성된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계속 발전하여 오다가 오경 안에서의 그 마지막 형성 단계는 포로기 전후로 보아야 한다. 희년법이 계속 발전되었다는 증거는 노예법을 보아도 안식년에 노예해방이 실제로 실시되었으나 당사자만이 해방되는 미비한 상태를 거듭하다가 50년이 되는 해에는 완전 해방되는 것으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5. 희년법의 신학적 의미
희년법의 신학적 의미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이스라엘의 기업은 하나님에 의하여 주어졌고 하나님의 명령에 의하여 균등하게 분배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균등하게 분배된 사외의 질서가 파괴되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와의 평화적 상호 순환이 50년을 주기로 해서 순환적 회복을 시도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이런 주기적인 환원을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해한 것이다.
셋째로는 이런 모순 구조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주어진 대책이 곧 재분배이다.재분배 방법은 곧 처음 받았던 분량만큼 갖고 나머지는 처음 주인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다.다른 한편으로는 처음 분배받았던 것을 잃었던 자들이 처음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그 기업을 되찾는 일이다.분배받은 것보다 더 가진 자는 나누어주고 분배받은 것보다 못 가진 자는 되찾아 분배받은 양만큼 갖는 것이다.
넷째로는 종말론적 소망과 기쁨이다.희년은 새로운 삶의 기쁨과 출발의 계기이다.희년의 기쁨은 죽음에서 살아난 부활의 소망과도 같은 하나님의 은총의 복음이다
새 삶의 출발을 위해서 희년에는 사람도 쉬고 땅도 쉰다.그래서 희년 전전해;즉 7번째 맞는 안식년 전해에는 4년 먹을 양식을 소출해야 한다.즉 농사짓는 해,안식년이 되는 해,희년이 되는 해,희년 다음에 추수전까지 먹을 양식을 소출해야 되기 때문이다.이와 같이 쉼은 재창조를 위한 준비이니만큼 쉼과 재창조가 순환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인간과 자연도 파괴됨이 없이 잘 보존되어 인간은 물론 생태계까지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
새 삶의 출발은 곧 하나님의 구속의 재현이다.종된 자들을 다시 구속하여 주신 것이다.그래서 희년은 구속과 은혜의 해이다 이사야61:1-2절에 새로운 삶의 소망과 기쁨이 잘 나타났고 예수님에 의하여 성취되었다.(눅:18-19)
...가난한 자들에게 기쁨이 되고 마음 상한 자들을 낫게 하고 포로된 자들에게 해방이 되니 갇힌 자들에게는 자유가 주어지고 이는 여호와의 은혜의 해요,우리 하나님의 구속의 날이며 슬픈 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때이다(사61:1-2)
다섯째로 이스라엘의 공동체의 구원에 있다는 것이다.출애굽을 통해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이스라엘의 공동체가 스스로 의 잘못 때문에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경제적 불균형은 원상 회복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어 공동체를 구원하는 것이다.공동체 회복이 하나님의 원하시는 바램이기 때문이다.예수님의 오심의 목적이 바로 이런 은혜의 해를 선포함으로써 구속의 새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데 잇다.
6.결론
희년법의 근본 취지는 하나님이 구원한 이스라엘 공동체가 경제적인 요인이나 인간의 과욕에 의하여 파괴될 수 없다는데 있다.평화로운 구속의 공동체는 인간이 인간 대접을 받고,인간은 오로지 하나님만을 섬겨야 하는데,있다 .이스라엘 자녀들은 하나님의 품꾼들이기 때문에 동족의 노예가 될 수 없고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존재로서 구별된 평등한 사회가 곧 하나님이 원하는 구원의 공동체이다.
땅의 주인은 하나님이기 때문에 인간은 땅을 점유하고 사용할 뿐이지 우리가 땅을 영원히 소유하거나 재산 증식을 위한 투기의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재산의 증식은 한계 내에서 할뿐이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회에 환원하여 모두가 즐거움을 누리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못 가진 자도 좌절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가진 자도 불안하지 않는 사회를 형성하는데 희년법의 의의가 있다.희년법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종말론적 희망으로 주어지고,구원의 은총으로 주어져야 할 메시지이다.또한 있는 자들에겐 나누어주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촉구하는 메시지이다.우리는 부자 청년에게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주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명심할 때이다(눅18:22)있는 자와 없는 자가 함께 어울리는 샬롬의 공동체가 희년법이 요구하는 구원의 공동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