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즉위 배경에 대한 연구를 읽고

날 짜 : 1996년 3월 26일 화요일

9632097 1학년 B반 박 재 홍

다윗시대부터 계속된 보수주의와 진보주의간의 사상적 대비에서 진보주의가 승리한 결과였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살펴 볼수가 있는 것 같다. 사독과 아비아달의 갈등 구조 속에서 사독의 기원을 여러 면에서 로울리의 가설은 매우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든다. 로울리의 의견은 사독은 본래 다윗 이전부터 존재하던 예루살렘의 여부스족 신전에서 종사하던 제사장이었으며, 사독 또는 체덱이라는 이름도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예루살렘의 제사장에 대한 애칭으로서, 그 구체적인 실례를 고대 (예루)살렘의 왕이요 제사장이었던 '멜기체덱'이나 '아도니체덱' 등의 이름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과 멜기세덱의 성전에 법궤를 안치했고, 그 곳에서 봉사하던 여부스족(또는 멜기세덱의 후예)제사장들을 그대로 성소의 제사장으로 기용하였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여러 가지로 타당성이 있는 듯 하다. 많은 면에서 이해하기 힘들고 서로가 맞지않는 듯한 성경귀절들을 접하면서 난해한 부분을 배경의 이해를 통해 깨닫게 해줌에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또 한가지로 다윗은 어느 정도 종교의 혼합주의를 용인한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이와같은 경향은 다윗이 한동안 블레셋의 아기스 왕을 섬긴 것이나, 다윗의 장수 가운데 블레셋을 비롯한 이방 출신의 장수들이 많이 끼여 있었다는 사실을 보아서도 가히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야훼종교의 상징인 법궤를 수호하고 봉사하던 엘리의 후손 아비아달과 여부스 종교의 제사장 후예인 사독사이의 사상적 대립이 불가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신전을 짓고 신전을 신에게 봉헌하는 것은 순전히 가나안 원주민 또는 이방인들의 풍습이었고, 그 신전의 구조 자체가 가나안의 신화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을 볼 때 다윗이 성전을 지으려 했고, 그 기자재를 준비하여 솔로몬이 마침내 성전을 완공한 점을 보아서도 다윗의 종교 혼합주의를 엿볼수 있다.

또 하나의 인물인 나단(솔로몬의 즉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에 대해서 블렌킨솝(J.Blenkinsopp)이 제시한 가설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블렌킨솝에 의하면, 나단은 본래 히위족이 살던 기브온 출신 예언자로서 야훼종교에 개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솔로몬의 즉위 직후의 대예배를 예루살렘이 아닌 기브온 산당에서 드리도록 배후에서 안내한 사람도 나단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면, 나단은 이방 종교인 기브온의 종교의 장점을 이스라엘의 야훼 종교에 소개한 구체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단과 더불어 솔로몬의 친어머니인 이방 여인이었던 밧세바는 순수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방인에 대한 냉대를 체험하면서, 함께 이방 출신이었던 사독, 나단과 함께 궁중에서 한 그룹을 형성하였을 것이다. 이들을 통하여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이방인 출신이 많았던 예루살렘의 지원을 얻어 헤브론 출신의 아도니야 세력을 압도하고 예루살렘 태생의 솔로몬을 즉위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본다.

다윗 시대야말로 홍수같이 밀려든 다양한 인구와 사상이 공존하던 갈등과 격동의 시대였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다윗이야말로 야훼주의 전통에 충성하려 했던 왕이었으며 동시에 이스라엘의 문화와 종교를 새롭게 개혁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다윗의 시대가 보수적 사상의 바탕에 새로운 사상이 혼합된 토양이라면 솔로몬은 이 토양위에서 자라고 꽃피워 맺어진 아름다운 열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솔로몬의 등극은 이와같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보수와 진보의 두 사상의 갈등 속에서 결국 진보적인 사상의 승리로 성취되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솔로몬의 즉위 배경은 오늘 날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이해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하나님의 크신 뜻이 있음을 알고 잠잠히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을 가진 후 주위 환경과 상황들을 세세히 예견하고 살펴본다면 훨씬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하나의 가설을 그저 지나가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고민하고 연구해 본다면 지금과 같은 고정된 시야에서 벗어나 확 트인 세계를 새로이 바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