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 : 1996년 5월 30일 목요일
신대원 1학년 B반 박 재 홍
많은 경우에 정복한 나라들이 그들이 정복한 나라들의 수준 높은 문화에 의해 지배당한 경우가 많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찬란한 수메르인의 문화가 사르곤의 영도하의 셈족 계통의 아카드인에 정복되었는데, 아카드인은 역사상 최초로 제국을 세웠다.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을 정복했을 때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팔레스타인의 고고학적 발굴 결과 이스라엘인들의 생활이, 세련되고 귀족적인 가나안의 문화와 비교해 볼 때 상당히 조잡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생활 배경이 사막인 이스라엘인은 가나안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지녔으나, 영향을 받은 것도 많았다. 여호수아서의 주장과는 달리 가나안인들이 이스라엘의 승리에 의해서 완전히 멸망당했거나 쇠잔해 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나안의 생활 방식에 대한 유혹이 컸다. 그러므로 신명기에 나오는 모세의 설교가 경고한 것은, 비록 여러해 뒤에 기록된 것이라 할 지라도, 가나안 문화의 유혹과 그 위험성이었다.
신명기계 역사기에 의하면, 시대의 역사는 정연한 질서를 따른다고 보았다. 이스라엘의 성쇠는 이러한 신명기계 역사가의 기본적인 신학적인 확신을 예시한다. 일반적으로 신명기계 요약은 주요 사사 이야기의 처음과 나중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옷니엘, 에훗, 드보라, 그리고 바락, 기드온, 입다, 삼손의 경우이다.
문화 전체가 토양의 소산에 달려 있었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는 자연의 신비가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석되었다. 땅은 신들의 영역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 어느 한 지역의 바알은 그곳의 [주인] 또는 [소유주]였고, 그 땅의 결실은 바알과 그의 배우자와의 성적인 결합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남자는 바알과, 여자는 아스다롯과 동일시되어 신전에서 매음행위를 하였으며, 남녀가 바알과 그의 배우자의 성행위를 모방함으로써 이 두신을 결합시켜 풍작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행위는 성행위를 통해서 쾌락을 추구하려는 표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나안의 종교는 농부들에게는 실용적인 종교였다. 또한 바알 종교는 이집트의 주도권 하에서 가나안의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고자 했던 가나안의 전 도시-국가 체제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가나안에서 이러한 농경 조건이 주어지자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가나안의 신들에게 의지하려 했던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백성들은 출애굽과 시내 계약의 하나님인 야훼에게 등을 돌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종교와 과학을 서로 다른 분야로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그들은 야훼와 바알을 나란히 섬겼다. 이러한 혼합주의는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문화를 끊임없이 뒤섞어 나갔다.
가나안 종교에서는 성은 신의 영역까지 부상되었다. 신들은 본성상 성을 가졌고, 성적인 의식을 통해서 경배되었다. 이와는 반대로 이스라엘 신앙의 관점에서는 신의 세력은 하나님이 자기의 백성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계약 공동체에서 하나님의 뜻을 나타내고자 했던 비회귀적인 역사적인 사건들에서 나타난다. 계약의 윤리적인 요구는 야훼를 섬기는 데에서 음란한 성적인 제사 또는 땅과 종족 번식의 풍요를 보장하려는 종교적인 제의를 모두 배제한다. 종교에서는 신들을 지배하라고 가르치지만, 이스라엘의 신앙은 은혜에 감사하여 하나님을 섬기고, 계약의 요구 사항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사사기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 당시 이스라엘의 지파들의 조직이 대단히 허술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특정한 지파의 경계를 초월하는 공동체 의식이 있었다. (공동체 신앙과 사회적인 책임) 이스라엘의 '사사'의 권위는 특정 지파에만 적용된 것이 나니라 지파 동맹 전체에 미쳤다. 지파들이 언약 갱신 축제를 드리기 위해서 중앙 성소에 모였을 때에는 사사는 '언약의 중재자'역할을 감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인 위기가 생길 때, 백성들은 사사를 중심으로 언약의 하나님이신 야훼께로 되돌아가서 이스라엘의 특징적인 역사 신앙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계기를 가졌다. 종교적인 쇄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사람은 예언자이며 사사인 사무엘이었는데, 분명히 그는 모세 이후 이스라엘의 최고의 정신적인 지도자였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왕정 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해마다 벧엘, 길갈, 미스바 신전을 순회하면서 법적인 분쟁을 조정하였다, 사무엘은 카리스마적인 성격의 사사직을 정치적인 상황에 맞게 세습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