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방과 같은 왕 이 하 준 (한국성서학연구소 전임연구원/구약학)

1. 들어가는 말

오늘의 사회를 두고 "참된 지도자상 부재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데에는 아마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에서 진정한 지도자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믿고 따를만한 지도자가 적고, 본받고 닮아갈만한 지도자가 적다.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하며 사심(私心)을 버린 그런 지도자가 적은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구약에 나오는 왕정 초기 시대(분열 왕국 이전) 세 명의 왕인 사울, 다윗, 솔로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의 왕위를 수행하는 자세를 통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관찰이 오늘의 그리스도인 지도자상 제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한 가지 공통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 세 사람의 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것은 이들이 과연 하나님이 주신 독특한 왕의 의무와 권리를 다했는가, 아니면 "다른 주변 국가들과 같은 절대왕권"을 지향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이스라엘의 목자로서의 왕노릇을 잘 했으며 그렇지 못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주변국의 왕과 같이 되려고 노력했는지 살펴보면서 오늘의 참다운 그리스도인 지도자상이 무엇인지 제시해보려 한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의 목적이 전문적인 신학적 해석에 있기보다는 설교자들을 위한 자료제공에 있으므로 전문적인 어휘 해석이나 개념 정리는 생략하였다는 점을 밝혀둔다.

2. 도움말：이스라엘과 고대근동 주변국가들의 왕권 사상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스라엘의 독특한 왕 권 사상에 대해 알아보아야 하겠다. 고대 근동의 일반적인 왕권 사상은 절대왕권이다. 왕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며 백성들을 지배한다. 그래서 영토 안의 모든 토지는 왕의 것이고 모든 백성들은 왕의 종이다(삼상 8:17, "너희가 그 종이 될 것이라"). 그래서 왕은 신으로부터 이러한 절대왕권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애굽의 경우과 같이 왕 자신이 아예 신격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러한 일반적인 왕권 사상과는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만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이 되실 수 있으며 하나님 외에는 그 누구도 왕으로서 섬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출 15:18, 민 23:21, 신 33:5, 삿 8:23 등). 이스라엘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계약을 맺을 때부터 하나님을 자신들의 왕이요 통치자로 섬겨왔다(출 19:6).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신정국가로 하나님의 직접적인 통치를 받아야 한다.

사사시대가 바로 이러한 신정(神政)의 시대였다. 사사시대에는 카리스마적 지도자인 사사들이 야훼의 영을 받아 야훼의 대리자로서 신정을 실시하였다. 이런 신정전통에서 볼 때 이스라엘 사람들이 인간­왕을 세워달라고 하는 요구는 야훼를 왕으로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야훼의 구원의지와 능력을 의심하고 야훼 대신 왕을 요구한 것이 그 어떤 죄보다도 더 큰 것임을 지적하였다(삼상 12:19).

이러한 사상은 사사인 기드온과 그의 아들 아비멜렉의 대조에서 잘 드러난다. 기드온은 이러한 하나님만이 왕이 되실 수 있다는 사상을 가진 사람이므로 왕이 될 것을 거절하였던 반면(삿 8:22-23) 그 아들 아비멜렉은 군주가 되기를 원했던 사람이다. 특히 요담의 우화에 의하면 왕이란 유능한 사람은 원치 않는 자리요 항상 폭군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드러난다(삿 9:7-15).

그런데 하나님은 인간 중에서 한 사람을 택하고 기름 부어 왕의 역할을 수행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왕은 하나님의 대리자요 종에 불과하다. 그 왕은 백성들을 다스릴 때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열왕기상 12장 7절에 보면 나이 든 고문들은 르호보암에게 "왕은 백성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왕권 사상을 표현해 주는 말이다.

또 한 가지, 신명기 17장 14-20절에 보면 '왕의 법'이 나온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왕이 지킬 것들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이 본문을 역으로 추적해 보면 이스라엘 왕들이 따라가서는 안 될 이방 군주들의 행동양식(특징)을 알 수 있다.

먼저 15절 전반절에서 야훼가 택한 사람을 왕으로 삼으라는 말은 왕이란 하나님의 택함 받은 종이라는 사고를 말해주는 것이다.

16절에는 말을 많이 갖지 말라는 명령이 나온다. 이것은 군사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왕이 군사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을 필요로 한다.

17절에는 후궁을 많이 거느리지 말라는 명령과 은금을 많이 쌓아두지 말라는 명령이 나온다. 이는 일반 군주들과 같이 후궁을 많이 거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고 또 왕이 사유재산을 불리기 위해 백성들로부터 세금 혹은 공물 등의 방법으로 착취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위의 본문들을 근거로 볼 때 열방의 왕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왕은 지배자요 군림하는 자이다. 그러므로 모든 영토는 그의 재산이요 모든 백성은 왕의 종이다. 아울러 왕은 이러한 고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왕권을 세습한다.

­많은 사유재산과 사병(군사력), 그리고 후궁제도를 유지한다.

­이러한 것들을 유지하기 위한 징세와 공물, 징병, 부역을 실시한다.

이러한 특징들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스라엘 초기의 세 왕, 사울과 다윗, 사무엘은 어느 쪽에 가까운 왕이었는가? 사울, 다윗, 솔로몬 세 임금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3. 발단："우리에게도 열방과 같은 왕을 달라"

그런데 구약에서는 왕정제도가 처음 생겨날 때부터 문제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사무엘상 8장에 의하면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사무엘에게 찾아와 자신들에게도 왕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8장 5절에 의하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사무엘 자신이 늙었다 ②그 두 아들 요엘과 아비야는 부패하여서 사무엘의 뒤를 이을 자격이 없다 ③우리에게도 열방과 같이 왕이 필요하다.

이 요구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로는 사무엘이 노쇠하였고 그 두 아들도 부패하여 사사의 자격이 없으므로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는 우리를 제대로 다스릴만한 인물이 없는 셈이다라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이 김에 아예 통치제도 자체를 바꾸어버리자는 요구인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특히 주변국가들과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고정된 군사 지도자도 없고 평상시 훈련된 병사들을 갖지 못한 자신들과는 달리 왕을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주변국 군사들의 모습을 보며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도 열방과 같이 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게 된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자신들도 "열방처럼" 되고 싶은 욕망에 휩싸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에 대해 하나님이 반응하시는 부분이 흥미롭다.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백성들에게 가서 그들이 요구하는 왕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려주라고 명하신다(9절).

그 내용이 바로 10절부터 18절에 나온다. 이 본문에 의하면 백성들이 원하는 군주는 백성들을 대상으로 부역과 징병을 실시할 것이고(10-13절, 16절 일부) 세금과 공물을 거둘 것이다(14-17절). 당시 근동의 전제군주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부역과 징병, 징세와 공물 등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왕은 이러한 일들을 통해 자신과 궁중, 그 신하들을 먹여 살리고 엄청난 군사력을 유지하고 방대한 건축사업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19-20절에 의하면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여전히 왕을 요구한다. 그들은 거듭 자신들이 열방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20절) 오히려 지금 우리에겐 바로 그런 전제군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는 바로 여기서 뒤에 이어질 이스라엘 왕정시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이스라엘의 왕들은 이러한 백성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주변국의 전제군주와 같이 행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듯하다.

4. 첫 번째 왕 사울

그렇다면 사울은 어떤 왕이었는가? 이미 잘 알려진대로 그는 앞에서 말한 전제군주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뛰어난 외모와 지혜로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모은 사람이었지만 나중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이유로 해서 하나님과 사무엘의 버림을 받게 되는 불행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삶을 볼 때 우리는 그가 다분히 아직은 사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왕이었음을 발견견하게 된다.

그는 무엇보다도 사사들과 같이 카리스마적인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울은 사사들의 특징이었던 "하나님의 영의 부음을 받아"서 왕이 되었고(삼상 10:9-13) 전쟁도 "하나님의 신에 감동되어" 수행하였다(삼상 11:6). 또한 그의 임무도 통치행위나 행정 등 일반적인 왕의 임무보다는 주로 군사적인 지도자 노릇(사사들처럼!)이었던 것이다.

또 그는 남북을 다 다스린 본격적인 의미의 왕이 아니었다. 그의 영향력은 북쪽 지파들에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사울에게도 부분적으로 이방 왕의 방식을 따르려 했던 흔적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울은 초기에는 지파들이 보낸 지원군들을 통해 전쟁을 수행하였지만(그 대표적인 예가 길르앗 야베스에서 수행했던 암몬과의 전투이다­삼상 11장) 나중에는 주로 블레셋 사람들과의 효과적인 전투를 위해 주변에서 사병들을 불러모았다(삼상 14:52). 이 직업군인들로 구성된 친위대는 자신의 출신지인 지파에 충성하기보다는 사울 자신을 총사령관으로 받들었다. 그리고 비록 구약성경 본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지만 사울은 이 사병들을 운영하기 위해 재원이 필요했을 것이고 아마도 백성들에게 일종의 세금을 거둬들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이 사병들은 훗날 다윗이 운영했던 부대와 같이 잘 조직된 본격적인 친위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혹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었다 할지라도 본격적인 의미의 조세나 공물이 실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맏아들 요나단에게 왕위를 물려줌으로서 왕위를 세습할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사무엘상 14장 44-45절에 의하면 사울은 자신의 맹세를 깨고 꿀을 찍어 먹은 요나단이 하나님의 저주로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 말하고 오히려 백성들이 이를 막은 사건을 보게 된다. 또한 사무엘상 곳곳에서 요나단 자신도 다윗을 친형제처럼 사랑하고 보호해준 사실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볼 때 간접적으로나마 사울이 요나단을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로 확정하지 않았고 요나단 자신도 다윗을 자신이 물려받을 왕권의 경쟁자로 보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사사시대의 사고방식에 의해 여전히 왕위는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비록 사울은 그의 말년의 심리적 방황과 교만으로 인해 우리에게 불행한 왕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적어도 주변국의 전제왕권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거나 지향하지는 않은(일부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순수한 의미에서의 왕이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5. 두 번째 왕 다윗

다윗왕에 이르러 우리는 아직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이스라엘의 왕권이 전제군주로 흐를만한 몇몇 중요한 징조들을 발견하게 된다.

1) 예루살렘의 사유지화­우선 다윗왕은 남쪽 지파와 북쪽 지파를 함께 다스리는 명실상부한 왕이 되자 당시 남과 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던 여부스족의 땅 예루살렘을 점령하여 다윗성으로 삼게 된다. 물론 이것은 남과 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예루살렘성을 도성으로 삼음으로써 양쪽의 중립적인 위치에 서려 한 행동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왕의 사유지가 생긴 셈이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스라엘 땅을 사유지로 삼을 수 없었다. 땅은 모두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땅을 소유할 수 없고 다만 그 경작권을 가질 뿐이다(레 25:23 등). 그런데 "열국"들의 경우는 생각이 달랐다. 애굽에서는 인간인 왕이 신적인 권위를 가지고 땅을 수여하였다고 보았고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리피트­이쉬타르 법전(Lipit-Ishtar Law)이나 함무라비 법전, 힛타이트 법전 47조 등은 왕이 토지의 주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열방의 생각과 달리 지금까지 잘 지켜져 온 이스라엘의 토지에 대한 전통이 다윗에 이르러 처음 깨어지게 된 것이다.

2) 사병들과 군사제도­사사시대까지 이스라엘에는 훈련된 정규군 제도가 없었다. 더욱이 통치자가 개인적으로 사병을 두는 경우는 주변 국가들에만 있었지 이스라엘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다윗은 사울에게 붸겨 도망할 때부터 이미 사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삼상 18:27, 22:1-2 등). 이는 본격적인 사병제도의 시초였던 것이다. 후에 다윗이 남북 지파 전체의 왕으로 등극하고서는 본격적으로 열두 명의 군대장관과 수십만에 달하는 그 수하 병사들로 군대조직을 완성하였다(대상 27:1-15). 뿐만 아니라 헷 사람 우리야와 같이 이스라엘 족속이 아닌 이방인들 중에서도 용병으로 다윗의 군대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이것은 다윗의 군대가 철저한 용병조직이었음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3)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 사건­밧세바 사건은 다윗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겨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과정을 볼 때 다윗은 자신의 사병을 지휘했던 이방인 장군 우리야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그 아내를 취하였던 것이다. 전제왕권 하에서는 누구나 왕의 종이다. 이런 사고방식에 의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된다.

4) 인구조사­사무엘상 24장과 역대기상 21장에는 다윗의 인구조사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도 이 두 본문은 동일한 사건을 다루는 것 같다. 그런데 성경에서는 이 인구조사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여기고 이에 대해 하나님의 처벌이 내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별히 역대기의 기록에 의하면 다윗의 인구조사는 사탄이 시켜서 한 일이며 다윗 자신의 욕심이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1절). 즉 이 인구조사는 징병을 위해 이루어진 인구조사요(삼하 24:9, 대상 21:5) 하나님을 위해 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인구조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왕이 징세나 징병 등을 위해 백성들의 인구조사를 하는 일은 이방 군주들에게는 흔히 있었던 일이고 하나님은 다윗이 이러한 이방 군주들과 같이 징병을 위한 인구조사를 한 일에 대해 매우 분노하셨던 것이다.

5) 왕위세습­다윗의 사후 아도니야와 압살롬의 왕권 다툼이 일어나 결국 솔로몬이 왕위를 차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다윗의 아들이 아버지의 왕위를 세습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 처음 일어난 사건이다. 이후로 왕권을 자연스럽게 왕의 자손에게 물려주는 세습제도가 정착되었다.

6) 후궁제도­또 다윗에게는 많은 후궁들이 있었다. 후궁제도야말로 고대근동 전제군주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였다. 그런데 나중에 이 후궁들의 소생들 사이에 불행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게 된다. 즉 암논이 이복누이 다말을 범한 사건과 그 복수로 압살롬이 암논을 살해한 사건, 또 솔로몬과 아도니야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죽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특히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켰을 때 그 후궁들은 압살롬에게 능욕 당했으며(삼하 16:20 -23) 이 가운데 이방 여인 중에 취한 수넴 여인 아비삭은 후에 솔로몬이 등극하였을 때 정적이었던 이복형 아도니야가 죽음을 당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왕상 2:13-25). 후궁제도가 다윗 가문의 온갖 불행의 시초가 되었던 것이다.

7) 대규모 건축 사업­이 밖에도 다윗은 화려한 성전과 궁전 등을 건축하기 위해 외국의 자재를 수입하고 외국 기술자들을 고용하는 등 많은 대규모 건축 사업을 벌였다.

6. 세 번째 왕 솔로몬

솔로몬 왕은 지혜와 부로 상징되는 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의 긍정적인 면모들만 생각하지만 실제 그의 모습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이방 왕과 같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 왕권을 위한 숙청­우선 그는 왕위에 오르는 과정과 왕권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숙청을 감행하였다. 우선 왕위를 놓고 서로 다투었던 이복형 아도니야를 숙청하였고 아도니야를 지지했던 제사장 아비아달, 그리고 사울과 압살롬의 군사 지휘관인 아브넬과 아마사, 선왕의 군사 지휘관 요압, 마지막으로 선왕 다윗을 저주했던 시므이에 이르기까지 그의 초기 집권 상황은 숙청의 연속이었는데 이러한 왕권을 위한 숙청은 이방 군주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2) 정략결혼과 후궁­또한 그는 정략결혼을 통해 많은 이방여인들을 아내로 맞이하였고 그 여인들을 통해 이방신들이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왕상 11:1-13).

3) 중앙집권화­솔로몬은 무엇보다도 과거의 지파별 통치방식 대신에 중앙집권화된 통치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는 북쪽 이스라엘에 열두 개의 행정구역을 두고 각 구역에 관장을 한 명씩 두어 중앙집권화를 도모하였다. 그리고 그 각 지방에 매년 한 달 동안씩 왕궁과 군대를 위해 양식을 조달하도록 명하였다(→ 공물).

4) 대규모 건축 사업­솔로몬은 부친의 뜻을 이어 예루살렘에 화려한 성전을 짓는 등 많은 대형 건축 사업을 벌였고 이에 따른 큰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되었다.

5) 징세와 공물, 징병과 부역­또 솔로몬은 자신이 벌여 놓은 많은 사업(대규모 건축사업 등)과 방대한 관료제도, 사병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징병과 부역도 실시하였다.

6) 사병­그는 또 방대한 사병들을 유지하고 훈련하기 위해 브나야 같은 군대장관을 두고 백성들에게 많은 납세과 징병을 요구하였다.

이렇게 볼 때 그는 철저하게 이방 왕처럼, 전제군주처럼 살기를 원했던 인물이고 솔로몬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스라엘에 전제군주 정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화려한 삶 뒤에는 많은 백성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이러한 도를 넘은 부역과 징병, 조세와 공물은 여로보암의 반란을 초래하게 되었고 나중에 남북 왕국 분열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 지도자의 역할이 국가 전체가 분열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7. 나가는 말：오늘 우리에게 주는 교훈

그렇다면 우리는 이 세 인물에게서 어떤 교훈을 발견할 수 있을까?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교훈을 찾아보았다.

1) 군림하는 왕인가? 섬기는 왕인가?

우선 그리스도를 믿는 지도자는 군림하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백성 위에 군림하고 백성들 위에서 다스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대신" 백성들을 다스리는 직분을 맡은 것 뿐이며 따라서 하나님과 백성을 섬기는 직분을 감당해야 한다. 그는 하나님의 종인 동시에 백성들의 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오늘의 정치 지도자(→ 국민)나 교회 지도자(→ 성도)도 마찬가지다.

2) "다른 왕처럼" 되려고 하지 않는 지도자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은 "다른 지도자처럼"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 내 주변의 일반적인 흐름에 편승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는 다분히 명예롭고도 권력을 쥔 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지도자는 백성들 위에 서서 무한권력을 휘두르는 자리로 생각되고 있다. 그리스도를 믿는 지도자는 이러한 일반적인, 그러나 그릇된 인식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강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는 누가 뭐래도 하나님의 종이오 하나님의 뜻을 대신 펼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3) 하나님과 백성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지도자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그리스도인 지도자는 하나님을 두려워 하고 백성들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하나님의 뜻을 잘 구별하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늘 가까이 하고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그 지도자는 백성을 깊이 사랑하여 그들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다음의 말씀이 오늘의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에게 귀한 진리를 제시해 준다.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 보관한 이 율법서를 등사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서 그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명령에서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 중에서 그와 그의 자손의 왕위에 있는 날이 장구하리라."(신 17: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