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12장을 중심으로-
이종록(장로회대전신학교,구약학)
인간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대망한다.살아가기가 어려운 시대일 수록 그러한 바램은 더욱 강렬하다.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러했다.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평화로운 세계를 열망했다.이러한 그들의 희망이 어느 때는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지기도 했다.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들이 처한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서,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며,결국에는 국가가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하지만 나라없는 생활을 하면서도,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염원을 포기하지 않았다.그들의 역사는 이렇듯 미래를 대망하는 신앙으로 엮어져 왔다.그들을 지탱시켜 준 것은 이 신앙이었다.그 신앙은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에 기인한다.이렇듯 줄기차게 이어져온 이스라엘의 염원이 구약성경 속에 짙게 배어 있다.우리는 이것을 신명기12장을 중심으로 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이 염원하는 사회를 현실적으로 이루기 위해 제시한 프로그램이다.그래서 신명기에는 그들의 염원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울였던 노력들이 담겨져 있다.우리는 신명기를 통해서,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사회가 어떤 것이며,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그들이 어떠한 노력을 했으며,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신명기 12장
신명기는 전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1:1-5 서론
2.1:6-4:43 첫번째 연설
3.4:44-26:19 두번째 연설
4.27:1-30:20 세번째 연설
5.31:1-34:12 결말
여기서 세번째 부분(4:44-26:19)에 들어 있는 신명기 12-26장을 '신명기 법전'이라고 한다.이것은 신명기 가운데서 가장 먼저 기록되었다고 추정한다.이 신명기 법전은 히스기야의 개혁의 모체가 되었다.물론 어떤 학자들은 히스기야의 개혁이 실패로 끝난 이후에 그것을 정리한 것이 신명기 법전이라고 하지만,히스기야가 개혁을 일으키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사실과 히스기야 시대에 북왕국으로부터 수많은 종교지도자들이 피난해온 것을 고려하면,히스기야의 개혁 당시에 기록되었다는 견해가 더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이 신명기 법전은 므낫세 치하에서는 박해를 피해 지하에 감추어졌다가,다시 요시야 시대에 들어가서 햇빛을 보게 된다.요시야 시대에 성전보수작업을 하다가 발견된 율법책이 바로 이 신명기 법전이다(왕하22:8-13).이 신명기 법전이 요시야의 개혁을 촉발시켰다(23:4).
신명기 법전은 사회개혁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며,출애굽기 21-23장의 계약법전의 내용을 확대계승하고 있다.이 신명기 법전은 12장의 중앙성소에 대한 규정으로 시작된다.
신명기 12:1-32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I.12:1 서언
II.12:2-3 이방종교파기
III.12:4-27 중앙성소
1.12:4-7 중앙성소1
4 서언
5,6 중앙성소,제물
7 가족과 함께
2.12:8-12 중앙성소2
8-9 서언
10-11 중앙성소,제물
12 가족과 종들과 레위인들과 함께
3.13-28 중앙성소3
13-14 서언
15-17 중앙성소,제물
18-19 가족과 종들과 레위인들과 함께
20-27 중앙성소,제물
4.12:28 결어
VI.29-31 이방종교제도수용금지
V.32 결어
본문을 읽어가면서 드러나는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신명기는 외형적으로 설정된 모세시대의 상황과,그것이 기록되던 시대의 상황,그리고 그것을 읽는 오늘의 상황을 동시에 보도록 만든다.신명기는 연설체로 되어 있다.그래서 다른 어떤 책보다도 생생한 느낌을 갖도록 만든다.신명기는 문학적으로는 우리를 모세의 연설장으로 초대한다.그러면서 강력한 결단을 요구한다.그러면서 동시에 신명기는 히스기야와 요시야 시대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히스기야 시대의 그 치열한 개혁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가며,앗수르와 일대접전을 불사하는 각오로 국가쇄신운동을 벌였던 그 당시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우리를 초대한다.그리고 국제적인 정세의 급변기에 이스라엘의 실지회복을 목표로 삼고,대대적인 개혁을 일으켰던 요시야의 시대로 우리를 이끈다.그러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습을 냉철히 보도록 촉구한다.
신명기는 단순하면서도 힘있고,전투적인 메시지로 우리를 사로잡는다.어떤 학자는 신명기 혁명이 실패하게 된 이유를 신학의 단순성에 두기도 한다.신명기가 설정하는 것처럼 세상만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하나님 말씀을 지키면 복을 받고,그렇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식은 현실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런 신학으로는 복잡다난한 현실세계를 대처해 나갈 수 없으며,그래서 결국은 신명기의 신학운동이 실패로 끝났다고 말한다.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메시지가 청중들을 설득하고 그들을 감동케 만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신명기의 단호한 어조는 그 당시의 사람들을 사로잡았을 것이다.그리고 즉각적인 결단을 촉구했을 것이다.
본문을 보면,동일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우선 중앙성소에 대한 규정이 반복되고 있으며,이것을 중심으로 해서 다른 주제들이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신명기는 대체로 이런 구조로 되어 있다.신명기14:22-29에도 동일한 구조가 나타난다.이것은 십일조에 대한 규례인데,여기서도 신명기의 중요한 사상들이 나타나 있음을 볼 수가 있다.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22 명령
23-26 중앙성소
27 레위인에 대한 배려
28-29a 삼년마다의 십일조-레위인과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
29b 결어
여기에 보면,중앙성소에 대한 규정과 레위인에 대한 배려,그리고 레위인과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삼년 마다의 십일조에 대한 규정이 나온다.십일조에 대한 규례가 중앙성소에 대한 규례를 중심으로 해서,가난한 자들에 대한 규례로 이어진다.우리는 신명기 곳곳에서 이러한 양식을 발견하게 된다.
12장은 '네 열조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셔서 얻게 하신 땅에서 너희가 평생에 지켜 행할 규례와 법도는 이러하니라'로 시작한다.신명기는 요단을 건너기 직전의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현재 모세와 이스라엘 사람들은 요단강 건너편 모압땅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그래서 이스라엘땅은 미래의 땅이며,그들이 들어가야 할 땅으로 묘사된다.그곳은 현재 그들이 있는 곳과는 질적으로 다른 곳이며,하나님께서 주신 곳이고,새로운 역사를 이루어나가야 할 곳이다.희망에 가득찬 곳이다.신명기기자는 지역적으로 요단 이편과 저편을 구분하고 있으며,또 시간적으로도 '지금'과 '그때'를 구분한다.8절에는 '우리가 오늘날 여기서는 각기 소견대로 하였거니와 너희가 거기서는 하지 말지니라'고 기록되어 있다.10절에는 '너희가 요단을 건너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기업으로 주시는 땅에 거하게 될 때'라고 기록되어 있고,29절에도 '너로 그 땅을 얻어 거기 거하게 하실 때에'라고 기록하고 있어서,신명기기자가 공간과 시간을 양분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게 된다.이것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포하는 것이며,과거와의 분명한 단절을 의미한다.과거에는 통용되었던 행위가 이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과거의 시대에는 통용되던 것이 새로운 시대에는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신명기의 개혁적인 정신이 여기에도 반영되어 있다.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새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개혁의 본질은 바로 이러한 정신성의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이러한 정신성의 변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개혁을 통해서 몇가지 외형적인 변화를 일으킨다고 해서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이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2절과 3절,29-31절에는 이방종교철폐에 대한 강력한 명령이 나온다.극단적이기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 이 명령은 야웨 종교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비상한 자구책이었다.이스라엘은 가나안에 진입하면서부터 가나안의 종교와 문화에 의해서 일대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호세아와 예레미야는 가나안의 종교와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심각한 혼합종교화현상과 그로 말미암은 사회적인 불의의 자행과 타락을 지적하고 있다).그래서 가나안의 종교와 문화에 대해서 어떠한 자세를 취할 것인가가 이스라엘의 관건이었다.왕정시대에도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가나안의 종교와 문화에 영향을 받았으며,또한 정치적으로도 영향을 받았다.심지어 야웨종교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위해서 건축한 예루살렘 성전은 순전히 가나안(특히 두로)의 기술로 지어졌다.이 성전건축으로 인해서 가나안의 문물과 종교가 이스라엘에 대대적으로 유입되게 되었으며,날로 심화되어갔다.그래서 야웨종교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점진적이고 융화적인 방법이 아닌,극단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었으며,신명기 7장에 기록된 것처럼,가나안 칠족속을 진멸하고,그들의 종교와 문화적인 기반을 일시에 모두 파괴해버리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 것이다.이스라엘 백성들의 정신을 파괴하고 사회기강을 무너뜨리는 외래종교와 문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이 개혁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4절부터는 중앙성소에 대한 규정이 나오고 있다.12장 본문의 핵심은 중앙성소이다.12장에는 중앙성소에 대한 규례가 네번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다.그러면서도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지명을 밝히지 않음으로써,신비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만든다.그러나 우리는 중앙성소가 예루살렘성전이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채게 된다.
6절에는 제물을 중앙성소로 가져가도록 규정하고 있으며,각종 제물목록(번제,희생,십일조,거제,서원제,낙헌제,우양의 처음 낳은 것)이 명시되어 있다(제물목록은 12:11,17,26에도 기록되어 있다).이러한 제물은 반드시 중앙성소에만 바쳐야 한다.지방성소에 바쳐서는 안되는 것이다.이렇듯 품목을 자세하게 언급하고 또 네번이나 반복하는 것은 그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정부에 이것을 관리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 때에 히스기야가 명하여 여호와의 전 안에 방을 예비하라 한고로 드디어 예비하고 성심으로 그 예물과 십일조와 구별한 물건을 갖다 두고 레위 사람 그나냐는 그 일을 주관하고 그 아우 시므이는 버금이 되며,여히엘과 아사시야와 나핫과 아사헬과 여리못과 요사밧과 엘리엘과 이스마가와 마핫과 브나야는 고나냐와 그 아우 시므이의 수하에서 보살피는 자가 되니 이는 히스기야왕과 하나님의 전을 관리하는 아사랴의 명한 바며(대하31:11-13).
이 성물로 중앙성소에서 수종드는 성직자들에게 봉급을 지불했다(대하31:14-19).이 예물들이 중요한 국고수입원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7절은 가족과 함께 즐거워하라고 말한다.이것이 두번째 세번째 부분에서는 점차로 확대된다.여기에 보면,첫번째 부분에서는 가족들과 즐기라고만 이야기되고 있고,두번째 세번째 부분에서는 가족과 종들과 레위인들이 언급되고 있다.특별히 레위인을 보살피도록 한 것은,이들이 중앙성소제도의 실행으로 말미암아 실직 상태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5절과 20절에는 식용가축의 자유로운 도살을 허용하고 있다.이것은 예전에는 가축도살이 종교적인 행위로 인식되어서,가축을 도살하려고 할 때는 반드시 (지방성소의) 제사장의 허락을 받아야 했음을 의미하며,(지방성소의) 강력한 통제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이제는 그것을 종교행위로 보지 않고,신성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러나 피는 먹지 말도록 강력히 규정하고 있으며,거룩한 제물이나 서원제물 등은 중앙성소에만 바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이러한 조치는 지방성소와 그 지역민과의 관계에 있어 엄청난 변화를 초래케 하는 것이며,지방성소와 산당의 통제로부터 백성들을 차단시키려는 의도로 보여진다.본문을 보면,중앙성소에만 제물을 바치라는 구절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이것은 당시 개혁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제물을 어디에 바치느냐에 따라서,누가 경제력을 장악하고,백성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그래서 당시의 개혁추진자들은,백성들로 하여금 중앙성소에만 제물을 바치게 함으로써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백성들을 통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백성들이 드리는 예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는 능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역대하 31:5-6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왕의 명령이 내리자 곧 이스라엘 자손이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과 꿀과 밭의 모든 소산의 처음 것을 풍성히 드렸고,또 모든 것의 십일조를 많이 가져왔으며,유다 여러 성읍에 거한 이스라엘과 유다 자손도 소와 양의 십일조를 가져왔고,또 그 하나님 여호와께 구별하여 드릴 성물의 십일조를 가져왔으며,그것을 쌓아 더미를 이루었는데.
신명기는 이러한 막대한 경제력이 산당과 지방성소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방지하는 조치를 취한다.그래서 하나님께 예물로 드리는 가축이 아니고,그냥 식용으로 삼는 가축은 지방의 종교지도자들의 허락없이도 자유롭게 도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히스기야와 요시야는 이러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지방성소가 존립할 수 있는 경제적인 기반을 제거해버렸을 뿐만 아니라,직접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지방성소들을 훼파하고 산당의 제사장들을 처형했다(왕하23:8-14,19-20; 대하31:1,대하34:1-7).
12:21에서는 중앙성소가 먼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규례를 밝힌다.이것은 유대 지역이 아닌 과거 북왕국 지역,특히 먼 변방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여기서 우리는 히스기야와 요시야에게서 나타나는 북왕국에 대한 사상을 엿볼 수 있다.그들은 과거 이스라엘이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차지했던 영토를 회복하고,남북이 다시 통일된 국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대하30장,34장).
본문은 운동의 구조로 볼 때,수직적인 이동구조와 수평적인 이동구조를 갖는다.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수직적인 이동구조이며,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수평적인 이동구조이다.이 두가지 이동구조가 결합되어서 신명기 정신을 형성한다.그럼으로써 이스라엘의 이상적인 사회건설을 향해서 나아간다.
이상의 것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1)야웨 유일신 사상
신명기는 야웨유일신사상을 강조한다.그래서 타종교에 대해서는 극단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을 보인다.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종교적인 차원에만 그치는 것은 아님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당시 사회가 종교적인 사회였기 때문에,이것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총체적인 개혁의 시발점이다.야웨유일신사상은 다른 모든 신들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야웨종교절대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이방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특히 가나안 칠족속에 대한 진멸의 명령등에서 알 수 있듯이,이방세력의 축출과 이스라엘 민족의 강력한 결속을 강조하게 된다.이를 위해서 야웨종교 이외의 타종교에 대해서 강력한 규제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12:29-32,13장).
이방종교의 수용은 단지 종교사상의 유입만이 아니고,상대국의 정치적인 개입을 초래케 하며,그럼으로써 정치권의 변혁을 일으킨다.그래서 새로운 종교가 득세하게 되면,그 종교신봉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되는 것이다.그 한 예로,이세벨이 이스라엘에 오면서 가나안의 종교가 유입되고,야웨종교는 엄청난 박해를 받게 된다.그리고 야웨종교신봉자들은 축출된다.왕실주변에는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자들로 가득차게 된다.성경에는 아합과 이세벨 시대에 바알과 아세라를 섬기는 선지자들 가운데 궁전에 있던 선지자의 수가 모두 850여명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어 있다(왕상18:19).이방종교의 유입은 이렇듯 그 종교추종자들의 실제적인 정치권 진출을 초래하고,그들은 정치에 관여함으로써 국가정책의 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이스라엘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나안의 세력은 이스라엘(특히 북왕국)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쳐왔으며,후에는 유다에까지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다.그 한 예로,아하스왕 시대에 시리아-에브라임 동맹이 체결되어서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동맹군이 유다를 위협하는데,그때에 아하스를 제거하고,'다브엘'의 아들 가운데 하나를 왕으로 세우려고 한다(이사야7:5-6).이 '다브엘'이 누구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데,'엣바알'과 자음이 동일하다는 점으로 볼 때,가나안 세력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야웨 유일신 사상의 사회적인 실현은 타종교에 기반을 둔 당시의 정치세력들을 제거하려는 실제적이고 정치적인 움직임이다.우리는 그러한 예를 애굽의 텔 엘 아마르나 시대의 종교전쟁에서 볼 수 있고,또한 예후의 혁명으로 인해서 기존의 종교지도자들이 모두 숙청되어 버리는 것에서 보게 된다(왕하10:18-29).
2)중앙성소
배타적인 야웨신앙은 중앙성소제도의 확립으로 나아간다.예루살렘을 중앙성소로 정하고,지방에서는 제사를 드리지 못하게 하며,급기야는 산당과 성소를 훼파해버림으로써,지방종교지도자들의 기틀을 와해시켜버렸다.본문에는 여러가지 제사예물이 언급되고 있는데,중앙성소에 대한 규정이 제정되기 전에는 그 예물들이 모두 지방산당과 성소에 바쳐졌던 것들이다.
우리는 지방성소가 얼마나 막강한 경제력을 소유하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최근에는,이스라엘의 종교가 지방성소와 산당에서 형성되었다고 말하기도 하고,당시의 민간신앙을 주도하고 있었던 것으로 이야기된다.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아,그들은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을 것이다.중앙성소 제도는 그러한 지방세력들을 일소하고,중앙집권화함으로써 경제력을 확보하고,정치적으로도 안정되고 힘있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제시되었다.그래서 중앙성소가 아닌 곳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또한 과거에는 가축을 도살할 경우,모두 지방성소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함으로써,가축도살을 아주 세속스러운 일로 만들어놓았다.이렇게 함으로써 지방성소를 중심한 지방세력들을 철저히 뿌리뽑으려고 했던 것이다.
생활터전을 잃은 지방성소의 종교지도자들을 가능한 한 중앙성소에 흡수하려고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지방종교지도자들은 실직상태에 빠지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의 생계보장을 위한 조치로서 레위인들을 그 지방에서 책임지도록 하게 했다.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그 지방의 종교지도자들이 이제는 힘을 잃고 그 지방 사람들에 의해서 도움을 받아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앙성소화는 이렇듯 강력한 중앙집권정부를 만들려는 정치적인 구상이 담겨져 있다.그리고 나라를 다윗가문을 중심으로 해서 결속시키려는 의지도 담겨 있다.지방성소에서의 신학형성의 근거를 배제해버림으로써 신학적으로도 통합된 신학을 제시하려고 했다.
3)사회개혁
신명기는 법질서준수를 강력히 명령한다.제정된 법을 하나님의 뜻으로 확정하고,그 누구도 초법적인 권한를 갖지 못하게 한다.왕까지도 율법의 권위를 따라야 한다(신17:18-20).그리고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그럼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으며,사회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신16:18-20).재판은 엄격하게 하고,법집행도 엄격하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17:2-7, 19:13, 19:15-21, 21:18-21, 22:13-29, 24:7, 25:11f.)그리고 재판의 결과에 대해서 그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도록 한다(17:4-13).법집행을 거역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최고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사람이 만일 천자히 하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서서 섬기는 제사장이나 재판장을 듣지 아니하거든 그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 중에서 악을 제하여 버리라'-7:12).신명기에는 최고형에 처하는 범죄들이 많이 나온다.법질서의 엄격한 준수를 그만큼 강조하는 것이다.
법집행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보편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방법이다.법은 사회를 유지시켜 나가는 가장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이다.하나님께서는 모든 사회에 법을 주시고,그것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집행되기를 원하신다.그래야만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명기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도록 명령하고 있으며,여기에 주안점을 두어서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도록 요구한다.이를 통해서 부의 공정한 분배를 실현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그래서 가난한 자들,고아,과부,나그네로 대변되는 이 사람들에 대한 사회보장적인 차원에서의 배려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가난한 자들이 배려를 받는 사회,가난하고 약한 자들이 돌봄을 받는 사회를 이스라엘사람들은 염원하고 있었으며,그것은 신명기 기자의 신학이기도 하고,히스기야와 요시야의 개혁의 중심되는 강령이기도 하다.
2.이스라엘이 염원하는 사회
이스라엘이 염원하는 사회는 무엇보다도 법질서가 엄격히 지켜지는 사회였다.그것이 국가유지의 관건이었다.그래서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네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서 나온다.하나님께서 수여하신 법을 바로 지키기만 하면,복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 신명기의 사상이다.그래서 이스라엘은 무엇보다도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사이에 지키도록 된 법들과 인간 사이에서 지켜야 할 법들을 준행함으로써,복받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그야말로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고,사람 뿐만 아니고 짐승과 세간까지 복을 받기를 원했다(28:2-6).그리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네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28:1;26:19).
네가 많은 민족에게 꾸어줄 지라도 너는 꾸지 아니할 것이요,여호와께서 너로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게 하시며 위에만 있고 아래에 있지 않게 하시리니 (28:12-13;cf.15:6).
너를 여호와의 이름으로 일컬음을 세계만민이 보고 너를 두려워하리라(28:10).
뿐만 아니라 적들이 하나님의 위엄에 놀라서 혼비백산하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네 대적들이 일어나 너를 치려하면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패하게 하시리니 그들이 한길로 너를 치러 들어왔으나 네 앞에서 일곱 길로 도망하리라(28:7).
그들이 원하는 땅은 소출이 풍성하고 갖가지 자원이 많은 곳이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로 아름다운 땅에 이르게 하시나니 그곳은 골짜기에든지 산지에든지 시내와 분천과 샘이 흐르고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들의 나무와 꿀의 소산지라.너의 먹는 식물의 결핍함이 없고 네게 아무 부족함이 없는 땅이며,그 땅의 돌은 철이요,산에서는 동을 캘 것이라.네가 먹어서 배불리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옥토로 네게 주셨음을 인하여 그를 찬송하리라(8:7-10;cf.7:13f.)
그리고 그들은 질병이 없는 사회를 염원했다:
여호와께서 또 모든 질병을 네게서 멀리하사 너희가 아는 바 그 애굽의 악질이 네게 임하지 않게 하시고 너를 미워하는 모든 자에게 임하게 하실 것이라(7:15).
또한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그 누구도 인간 이하의 삶을 살지 않도록 하고자 했으며,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염원을 한 마디로 하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는 사회'였다.
3.신명기 사상의 실천
그러면 지금부터는 이러한 염원을 구체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이스라엘사람들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외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주변 강대국들의 부침에 의해서 이스라엘의 운명도 결정되었다.그래서 안정된 국가건설이 그들의 염원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지상에 낙원을 건설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라이스'라는 평화로운 도시국가가 단지파에 의해서 무참히 파괴당하듯이(삿18:7-10,27-28),현실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그래서 그들은 현실적인 차원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다.그것은 강력한 국가를 만들어,외세의 압력을 받지 않고,하나님의 뜻이 실현되어지는 사회를 이루고자 했다.물론 강력한 국가를 이룬다고 해서 건전한 사회가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예:솔로몬 시대와 오므리-아합왕시대),건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추진하고 지탱해나가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그렇지 못할 때,국제적으로 자주적인 입장을 견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국내개혁도 추진할 수가 없는 것이다.므낫세 시대와 요시야 사후의 유다의 상황이 이를 여실히 입증해준다.강력하고 부강한 국가건설은 이스라엘의 꿈이었다.다윗이 성군으로 추앙되는 것은 이러한 강력한 국가건설에 대한 염원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며,이스라엘은 다윗과 같은 강력한 왕,메시야가 나타나서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어줄 것을 고대했다.그러나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으로는 그러한 사회건설은 요원해 보였다.우선 국제정세가 그것을 허용치 않았으며,국내적으로도 그러한 생각이 시행되기가 쉽지 않았다.여러가지 요인에서 국내개혁을 저지하는 반대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의 염원이 강력하게 표출되고 시행된 적이 두번 있었다.그것은 히스기야와 요시야 때이다.지금부터는,히스기야와 요시야 시대의 국가쇄신운동을 통해서 이스라엘이 이루고자 했던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과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누구였으며,반대하는 세력들이 누구였는지를 살펴보고,개혁세력이 국제정세를 어떻게 이용했으며,외교적으로는 어떠한 정책을 펼쳐나갔는지도 살펴보고자 한다.또한 그들이 내세운 개혁이 실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1)히스기야의 개혁
히스기야는 주전 705년경에 앗수르의 왕권교체기를 틈타서 독립을 선포한 것으로 보이며,그 당시에 팔레스타인의 소국가들에게 독립의 기운을 조성하는 주동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히스기야는 주전 715년의 반란 때에는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그가 이번에 반앗수르 운동에 그렇게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을 보면,그 시기를 절대호기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히스기야는 그 시기를 이용해서 국가를 재건하고자 했으며,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히스기야의 개혁을 지원한 세력들은 누구인가?히스기야에게서 나타나는 북왕국적인 성향으로 보아서(히스기야는 그의 아들의 이름을 므낫세라고 지음으로써,북왕국에 대한 자신의 집착을 드러내보인다),북왕국의 전통적인 종교사상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히스기야를 지원해서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외교정책적으로는 '반앗수르 친애굽노선'을 취했으며,애굽은 북왕국 호세아에게 했듯이,히스기야에게도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랍사게가 저희에게 이르되 너희는 히스기야에게 고하라.대왕 앗수르 왕의 말씀이 너의 의뢰하는 이 의뢰가 무엇이냐 네가 싸울 만한 계교와 용력이 있다고 한다마는 이는 입에 붙은 말뿐이라 네가 이제 누구를 의뢰하고 나를 반역하였느냐 이제 네가 저 상한 갈대 지팡이 애굽을 의뢰하도다.사람이 그것을 의지하면 그 손에 찔려 들어갈지라.애굽왕 바로는 무릇 의뢰하는 자에게 이와 같으니라(왕하18:19-21).
애굽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대륙에 강대국들이 등장할 때마다 팔레스타인의 나라들을 조종해서 친애굽정책을 취하게 함으로써 팔레스타인에 대한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했다.북왕국도 이러한 애굽의 책략에 넘어갔으며,결국 외교정책의 실패로 인해서 멸망을 앞당기게 되었다:
앗수르 왕 살만에셀이 올랑와서 호세아를 친고로 호세아가 신복하여 조공을 드리더니 저가 애굽왕 소에게 사자들을 보내고 해마다 하던 대로 앗수르 왕에게 조공을 드리지 아니하매 앗수르 왕이 호세아의 배반함을 보고 저를 옥에 금고하여 두고 올라와서 그 온 땅에 두루 다니고 사마리아로 올라와서 삼년을 에워쌌더라(왕하17:3-5).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이스라엘과 유다와 같은 약소국가들은 현명한 외교정책을 취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왕권교체기나 기존 강대국의 쇠퇴와 신흥 강대국의 등장과 같은 국제정세의 격변기를 틈타서 독립을 선언하고 국가를 새롭게 만들어나가려고 했다.성경의 기록이 히스기야의 종교개혁에만 치중되어 있지만,실제로 그것은 정치적인 독립의 선언이었으며,신명기에 나타나는 전투적인 용어들로 보아,히스기야는 앗수르와 일대 격전을 벌일 것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히스기야는 앗수르의 왕권교체기를 호기로 삼아서,그리고 애굽의 지원약속을 받아놓은 상태에서,이스라엘 백성들이 염원하던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실천하고자 했다.그러면서 그가 내세운 이념은 야웨 유일신 사상,중앙성소제도,그리고 사회정의실현이었다.국가쇄신운동을 일으키면서 이러한 강령을 선포했을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상당히 획기적인 선언이었으며,국내에서 뿐만 아니고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우선 중앙성소제도를 통해서 예루살렘을 중앙성소로 규정함으로써 지방성소의 제사장들과 그 주변 인물들은 일시에 일자리를 잃게 되었으며,그들은 강력한 중앙집권적인 통제를 받게 되었다.이러한 과정에서 히스기야의 개혁에 의해서 제거된 세력들의 상당한 반발이 있었을 것이다.앗수르의 군대장관인 랍사게는 이렇게 말한다:
너희가 혹시 내게 이르기를 우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의뢰하노라 하리라마는 히스기야가 여호와의 산당과 제단을 제하고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명하기를 예루살렘 이 단 앞에서만 숭배하라 하지 아니하였느냐 하셨나니,이제 너는 내 주 앗수르 왕과 내기하라.네가 만일 그 말 탈 사람을 낼 수 있다면 나는 네게 말 이천필을 주리라.네가 어찌 내 주의 신복 중 지극히 작은 장관 하나인들 물리치며 애굽을 의뢰하고 그 병거와 기병을 얻을 듯하냐 내가 어찌 여호와의 뜻이 아니고야 이제 이곳을 멸하러 올라왔겠느냐 여호와께서 전에 내게 이르시기를 이 땅으로 올라와서 쳐서 멸하라 하셨느니라(왕하18:22-25).
랍사게의 이 말을 통해서,우리는 산헤립이 유다를 침공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히스기야가 여호와의 산당과 제단을 제한 것이었음을 보게 된다.그리고 유다침공이 바로 여호와의 뜻이라고 말함으로써,히스기야의 그러한 행동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었음을 말한다.그리고 이 구절을 통해서 우리는 히스기야의 개혁에 반발하는 세력들이 앗수르의 세력을 끌여들여서 기득권을 회복하려고 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진행된 히스기야의 개혁은 5년정도 지나서 실패로 끝나게 된다.앗수르의 산헤립은 예상외로 신속히 대응해서 유다를 장악해버린다.그 이후로 유다는 앗수르의 강력한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물론 철석같이 믿었던 애굽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그럼으로써 유다는 그 이전보다 참담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오히려 앗수르에 더 종속됨으로써,므낫세 치하에서는 히스기야의 개혁을 지원한 세력들이 므낫세 정권에 반발세력으로 인식되어서 결국에는 앗수르의 재개입을 우려한 므낫세에 의해서 피의 숙청이 단행되었고,그들은 지하에서 암약할 수 밖에 없었다(왕하21:16).그리고 유다 사회는 개혁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고 말았다(왕하21:1-15).
그러면 히스기야의 개혁이 이처럼 실패로 끝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그것은 무엇보다도 외교노선의 실수에서 찾아볼 수 있다.히스기야는 지나치게 애굽의존적인 외교노선을 취했으며,이사야가 제시하는 중립적인 외교정책을 취하지 않았다.그리고 두번째 요인은 내부 수구세력들의 강력한 반발이었다.특히 지방의 종교세력들이 중앙정부에 대해서 강력한 불만을 갖고 있었으며,이들은 히스기야정권을 궤멸시키기 위해서 앗수르에 원조를 요청한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2)요시야의 개혁
이스라엘은 요시야 시대에 들어서 다시 한번 호기를 맞는다.앗수르의 쇠멸을 틈타서 요시야는 과감한 개혁을 단행한다.그것은 히스기야 시대의 개혁과 여러가지 면에서 일치한다.이것은 요시야의 종교개혁이 히스기야의 개혁과 동일선상에 있기 때문이다.또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개혁의 양상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즉 이스라엘 사람들이 염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거의 같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요시야는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개혁을 거행했다(왕하22-23장).열왕기에서는 요시야만 유월절을 지킨 것으로 되어 있고,역대기에서는 히스기야와 요시야가 유월절을 지킨 것으로 되어 있는데,역대기 기자는 요시야의 유월절거행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선지자 사무엘 이후로 이스라엘 가운데서 유월절을 이같이 지키지 못하였고 이스라엘 열왕도 요시야가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모인 온 유다와 이스라엘 무리와 예루살렘 거민과 함께 지킨 것처럼은 유월절을 지키지 못하였더라(대하35:18).
요시야의 종교개혁은 두번에 걸쳐서 이루어지는데,본격적인 개혁은 성전수리 중에 발견된 신명기법전으로 인해서 촉발되었다.신명기의 정신에 따라서,야웨종교 이외의 종교들은 철폐되었고(왕하23:4-20),중앙성소화가 강력하게 시행되었으며,성전이 수리되고 지방성소들은 훼파되었다(23:8,13, 19-20).특히 여로보암이 세운 벧엘의 성소는 완전 철거되었다(23:15).요시야의 이러한 개혁은 유다와 예루살렘 뿐만 아니고 '또 므낫세와 에브라임과 시므온과 납달리까지 사면 황폐한 성읍들에도'(대하34:6) 미쳤으며,요시야는 그곳의 '단들을 훼파하며 아세라 목상들과 아로새긴 우상들을 빻아 가루를 만들며 온 이스라엘 땅에 있는 모든 태양신을 찍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대하34:7).유월절행사를 대대적으로 거행했다.요시야는 유월절을 거행하면서 '자기의 소유 양떼 중에서 어린양과 어린염소 삼만과 수소 삼천을 내어 유월절 제물'로 주었다(대하35:7).그러자 방백들도 즐거이 희생을 드렸다(8절).그것을 성전종사자들에게 주고,(8,9절),유월절 양을 굽고 삶아서 '모든 백성에게 속히 분배'했다(13절).국가영토회복 운동도 추진했다.히스기야에 의해서 추진된 북왕국회복운동이 요시야 시대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며,과거 이스라엘의 영토를 상당히 수복했음이 분명하다.
요시야의 개혁은 온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요시야의 개혁은 예레미야와 같은 종교지도자들의 염원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렘7장).그것은 당시 요시야의 개혁이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이었지만,그것은 외형적인 측면에만 그쳤고,백성들도 외면적인 개혁에 도취되었을 뿐,진정으로 원하는 내면적인 변혁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본질은 변하지 않고,외적인 모습들만 몇가지 변화되었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원하는 사회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시야의 개혁은 609년 므깃도에서 요시야가 비극적으로 전사함으로써 종국을 고하게 되고,그 이후로 유다는 애굽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가,결국 586년에 바벨론의 느브갓네살에 의해서 멸망당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신명기(그중에서 12장)를 중심으로 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염원하던 사회의 모습이 무엇이었으며,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살펴보았다.신명기는 이스라엘백성이 자신들의 이상을 구체적으로 이루려고 했던 프로그램이었다.비록 두번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이스라엘 백성들이 염원했던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교훈을 얻게 된다.건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국제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하며,이에 따른 외교정책 수립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러한 것을 무시하고는 국내개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또 폭넓은 개혁지지세력을 확보하고,또한 개혁반대세력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그리고 무엇보다도 백성들의 질적인 변화를 유도해야만 한다.요시야 시대의 그 화려한 개혁도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는데,물론 이것은 국제정세의 변화가 크게 영향을 미쳤지만,백성들의 본질이 변화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무시못할 요인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신명기가 요구하는 것은 외적인 변화보다는,이스라엘 백성들의 내적인 변화였던 것이다.
완악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모세의 외침으로 본고를 마치고자 한다:
이스라엘아 들으라.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하나인 여호와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에 행할때에든지 누웠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네 미간에 붙여 표를 삼고,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신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