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과 구원'으로서의 야훼의 루아흐 이해 ­욜 2:18-32과 행 2:14-41의 비평적 읽기를 중심으로­ 김 흥 현 (장신대 대학원/구약학)

이 글은 본 연구소가 올해 두 번째로 주최한 제2회 전국신학생 성서학 논문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흥현 전도사의 논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번 논문공모에는 우수작 2편과 가작 1편이 당선되었는데 나머지 두 개의 글은 계속해서 23호와 24호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Ⅰ.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 교회의 성령 이해는 개인의 은사 중심적이다. 이는 성령의 역사를 '방언'이나 신비한 능력 행함으로 이해하고, 방언의 정도와 능력 행함을 성령 역사의 척도로 삼는 것에서 분명해 진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의 성령은 예언이나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한 사람의 선정,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구원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구약 요엘서에 이르면 성령의 역사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이것은 오늘날의 은사 중심적 성령 이해가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비록 은사가 성령 사역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성경에서 증언해 주는 성령의 궁극적인 사역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온전하며 본질적인 성령 이해는 무엇인가?

Ⅱ. 일반적인 루아흐의 의미

개역성경의 '성령'에 상응하는 구약의 언어는 '루아흐(࣓ࢮ࠘)'이다. 이 '루아흐'라는 말은 구약 전체에 389번 사용되고 있다. 이 '루아흐'라는 말은 보통 바람이나 숨, 사람의 정서상태, 그리고 야훼의 루아흐로 불리는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힘에 이르기까지 그 의미가 다양하다. 그러나 이 중에서 성령(聖靈)에 해당하는 '거룩한 영'이라는 형태는 그리 많지 않은 대신 오히려 '야훼의 루아흐' 또는 '하나님의 루아흐'라는 표현은 더욱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성령'이라는 용어에 상응할 수 있는 구약의 용어는 '야훼의 루아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96회 정도가 나타난다. 이러한 '야훼의 루아흐'는 전적으로 야훼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 특정 사람들에게만 부어졌으며, 동시에 이것은 그의 사역이 끝났을 때 그 특정인에게서 떠날 수도 있었던 제한적이고, 일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Ⅲ. '회복과 구원의 루아흐' 이해：요엘 2:18-32

[2:18-3:5]

A. 단락 구분에 대하여

본문을 18절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맛소라 본문의 형식과 17절과 18절 사이의 내용의 변화에서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또한 32절이 맛소라 본문의 편집상의 뚜렷한 구분과 더불어 내용적으로도 3:1[4:1]의

ࠄࠍࠄ ࠎࠉࠍࠉࠁ ࠄࠏࠄ ࠉࠊ〈키 헨나 삐여밈 헴마〉 중,

ࠄࠍࠄ ࠎࠉࠍࠉࠁ〈삐여밈 헴마〉는 이 구절 앞에서 언급된 일과는 다른 성격의 일이나 결단이 시간상으로 이어서 일어나는 일을 나타낼 때 도입구로 사용하는 정형어구라는 점에서 마치는 구절로 보았다.

B. 본문 검토

1. 요엘 2:18-32의 짜임새

본문은 황폐한 이스라엘의 온전한 '회복'이라는 약속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① 약속 I〈2:18-27〉：삶의 물리적인 터전에 대한 회복

1. 출발점：야훼의 긍휼하심(18)

2. 회복을 위한 야훼의 행동 1(19-20)：풍요와 안전

3. 백성들이 취해야 할 태도 선언(21-23)：두려워 말

고 기뻐하라(제3자의 관점에서)

4. 회복을 위한 야훼의 행동 2(24-27)：풍요와 영성

의 회복

② 약속 Ⅱ〈2:28-32〉[3:1-5]­삶의 영적인 차원의 회

복­루아흐를 부어 주심

1. 대상과 나타나는 현상 1(28-29)­영을 부어 줌

2. 대상과 나타나는 현상 2(30-31)­그 날에 심판이

임함.

3. 영 부음의 약속에 의해 생겨난 구원(32)

이러한 구조를 통해 우리는 우선적으로 이 본문의 행동의 주체는 야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내용이 점차적으로 확대되면서 구체화되는 인상을 준다(19-20∕24-27절). 이와 함께 27절과 28절이 시간적으로 서로 맞물려 있음도 보여준다. 또한 28-32절의 본문은 29절을 사이에 두고 서로 교차대구(chiasmus)와 inclusio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이상의 내용들을 도표로 표시하여 정리하면 옆의 그림과 같이 그 짜임새를 정리해 볼 수 있다.

2. 풀이

a. 2:18-27：삶의 물리적 회복의 약속­루아흐를 부어 주기 위한 준비

1장의 메뚜기 재앙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심판은 백성들의 참회로 이어지고, 마침내 2:18에 이르러 대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탄원시의 분위기 급전과 비슷한 이 현상은 야훼의 심경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야훼는 그의 백성의 탄원을 들으시고 그의 백성에 대해 새로운 열정을 가지셨다. 마침내 야훼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신다. 이제 그 대답 속에서 '회복'의 구체적인 양상이 삶의 전 영역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회복의 양상은 비를 통해 가시화 된다. 이 비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의롭게 하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바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현 재

동기：야훼의 마음의 변화

〈2:18〉

⇹

회복 1：선언­경제적 풍요∕외압으로부터의 안전

〈2:19-20〉

보이는 시간­가까운 미래

⇹

회복의 결과 1：축제

〈2:21-23〉

회복 2：선언­풍요로움과 회복의 약속

〈2:24-25〉

보이지 않는 시간 ­좀 더 먼 미래

회복의 결과 2：경제적 풍요 회복∕신앙 회복 정치-사회적 회복 영성의 회복：야훼를 아는 것

〈2:26-27〉

⇹

〈구체적인 확대 설명〉

루아흐를 부어 주심

대상­모든 육체 현상­예언∕꿈∕환상, 피조세계가 어두워 짐

종말의 시간으로 도약­야훼의 날

〈2:28-31〉

〈2:29〉

구원이 이루어짐

〈2:32〉

구체적인 도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아울러 2:28-32에 나타나는 루아흐의 부어주심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곧이어 등장하는 28절 이하는 새로운 영성의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전혀 다른 국면을 제시해 준다. 이전까지의 회복은 이런 점에서 불완전한 것이었다. 루아흐의 임함이 완전한 회복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다.

b. 2:28-32[3:1-5]：'나의 루아흐'가 임한 결과­완전한 회복

요엘서 전체의 통일성 문제와 맞물려 있는 27절과 28절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은 28절의 ࠐࠊࠫࠉ࠘ࠇࠀ ࠄࠉࠄࠅ〈베하야 아하레-켄〉의 의미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제 백성들의 물리적인 삶의 부분이 회복된 이후 야훼의 루아흐가 모든 육체에 임하게 된다. 여기서 '모든 육체'는 루아흐의 부어짐이 어떤 특정 대상에게만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렇게 루아흐가 임한 후에 사람들은 예언과 꿈과 환상을 보게 된다. 한편 이 구절은 단락 전체에서 현재에서 종말에 이르는 시간의 도약을 보여준다. 이것은 '야훼의 날'로 표현된다. 그런데 이 '야훼의 날'은 더 이상 심판의 날이 아니라 희망의 날이요 구원의 날로 나타난다.

결국 인간은 이 루아흐의 임함과 그 이후 현상들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완전한 회복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러한 요엘의 의미는 사도행전의 오순절 사건 기록에서 극명하게 밝혀졌다.

Ⅳ. 신약에서 '회복과 구원'의 의미로서의 루아흐

：행 2:14-41

A. 행 2:14-41절의 짜임새

행 2:14-41절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된 사도행전 2장 전체에서, 1-13절과 42-47절의 사실적 보도 사이에 들어 있는 베드로의 설교 형식을 통한 서술이다. 이것은 1-13절에서 보도된 '루아흐의 임함'에 대한 변론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드로의 설교형식으로 시작되는 14-41의 짜임새는 다음과 같다.

1. 상황에 대한 변론(14-21)

A. 귀를 기울이라­너희로 알게 할 것이다(14).

B. 변론에 대한 근거(15-21)：반증과 요엘 2:28-32인용

2.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개(22-35)：21절에 대한 설명

A. 이 말을 들으라：21절의 "주"에 대한 소개

(22-28), 시편 16:8-11인용

B. 형제들아：다윗을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소개

(29-35), 시편 110:1인용

3. 선언："예수는 주와 그리스도가 되셨다."(36)

4. 결과：회심한 사람들에게 임한 구원(37-41)

이러한 본문 구조를 통해, '야훼의 루아흐의 임함'은 구약의 요엘 예언의 실현이며 그 최종적인 결과는 21절에 나타난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것을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 욜 2:18-32과 행 2:14-41의 관련성

1. 두 본문의 주제 배열의 구조적 유사성

누가에 의하면 요엘에서 예언된 '야훼의 루아흐'의 임함은 행 2장에 이르러 나타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것은 두 본문이 구조적으로 거의 같은 주제의 배열과 마지막에 회복과 구원의 주제를 배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근거를 살펴볼 수 있다.

2. 사도행전에 인용된 요엘 2:28-32의 변형 내용

사도행전의 요엘 본문은 누가에 의해 첨가, 삭제, 수정의 방법으로 변형되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첨가〉 17절 하나님이 가라사대, 마지막 때에 /18절

나의, 저희가 예언할 것이요∕19절 위로, 아

래로∕기사 징조.

〈삭제〉 21절후-요엘 2:32후 전체

〈수정〉 17절 자녀들­늙은이­젊은이를 자녀들­젊

은이­늙은이로

위에서 보는 대로 21절후의 삭제는 이 '야훼의 루아흐'의 임함이 완전하게 보편적임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또한 본문 18절에 새롭게 첨가된 '나의' 라는 말은 요엘의 예언이 지금 이루어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인상을 준다. 이와 함께ԑ19절에서의 위, 아래 등의 첨가는 현실의 터전 위에서 야훼의 루아흐가 우주적(universal)으로 확대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Ⅴ. 나가는 말

1. 요엘에 있어서 야훼의 루아흐의 임함은 인간 삶 전체의 '회복'에 있어서 최종적인 완성을 보여주는 야훼의 은총의 절정이요, 결과이다. 이것은 동시에 야훼 하나님과의 교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사건에서 실현되었다.

2. 우리 교회가 지나치게 추구하는 방언을 비롯한 맹목적, 가시적 은사의 추구는 이제 삶 전체의 회복과 관계된 요엘적 '야훼의 루아흐의 임함'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3. 이러한 '야훼의 루아흐'는 바로 구원의 영이다. 곧 우리를 '살리는 영'이요, 우리의 '생명의 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