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답사보고서

<성지답사 오리엔테이션 및 예루살렘옛성 답사>

성지 답사가 시작되는 설레임으로 우리 모두는 JUC의 한 강의실에 도착하였다.

고세진 교수님의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대략적인 오리엔테이션과 성서고고학에 대한 간단한 강의가 뒤이어졌다. 짧은 2주간의 일정에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성서의 배경이 되는 성지를 알지 못하고는 올바른 성서이해가 불가능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여기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좀더 많은 신학생이 성지를 함께 찾아볼 수 없는 것에 안타까움이 뒤따른다.

성서 이해에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성서 지리학, 성서 고고학과 풍속과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하신다.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는 이스라엘은 장영일 교수님 말씀대로 면적은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것보다 작은 땅이지만 지형적인 특성으로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도로는 세겜에서 브엘세바를 남북으로 잇는 족장도로와 동쪽의 요단 계곡도로, 왕의 대로, 그리고 서쪽으로는 무역로인 국제해안도로가 남북으로 뻗어있다. 이 도로들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사마리아 통과도로, 중앙 산악지방 통과도로, 네게브 통과도로가 북에서부터 남으로 순서대로 놓여있다.

강의가 끝난 후 예루살렘 옛성을 돌아보았다. A.D. 70년에 예루살렘성이 파괴된 후 유대인은 세계 각처로 흩어지고 예루살렘은 신앙의 중심지가 되었다. 예루살렘성 회복에 대한 열망은 다윗전승, 시온전승의 영향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 뿐만이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세계 3대 종교의 각축장이 되었다.

지형적으로 예루살렘은 시 125:2 대로 산들로 둘러쌓여 있었다. 예루살렘의 남서쪽으로 힌놈의 골짜기가 있는데 이 골짜기 서편은 현대의 예루살렘성이고 동편이 옛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의 동쪽으로는 여호사밧 골짜기라고도 하는 기드론 골짜기가 있다. 이렇게 두 골짜기 사이에 있는 것이 예루살렘이며 지금 남아있는 오스만 터키의 슐라이만 대제가 건축한 예루살렘성벽은 잘못 쌓여져서 다윗성이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는 old city를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마치 미로와 같았다. 돌로 지어진 아기자기한 도시는 전체가 마치 골동품과도 같다. 이 자그마한 도시가 지금은 무슬림, 기독교, 아르메니안, 유대의 네 구역으로 나뉘어 분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2. 7

<예루살렘과 유다 산악지역>

석회암 종류인 cenominian이 깔려있는 유다지역은 지반이 단단하여 V자형 계곡을 이루며, 세벨라 지역은 부서지기 쉬운 senonian지질이어서 U자형 계곡이 형성된다. 그러나 족장도로의 능선 위에 있고 U자형 계곡인 소렉 골짜기의 입구에 있는 르바임 골짜기는 cenominian 지질구역에 있으면서도 V자형 계곡이 아닌 완만한 계곡이었다. 르바임 골짜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면서 소렉 골짜기와 엘라 골짜기의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Holyland hotel에서 예루살렘성의 모형을 보면서 대략적인 위치 파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성경만 보고 대충 상상하였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예루살렘성의 크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작은 것에 놀랐고, 성벽이 여러시대를 거치면서 확장되거나 변경되어 오늘날의 모습에 이른 것을 보고 성경의 무대가 이렇게 작은 것에 놀라게 된다.

현대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눈과 사고로 보는 2000년전의 사건이 얼마나 현실감있게 그리고 실제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

유대인 학살기념관인 야드 봐 궑에 갔을 때는 이전에 이미 수많은 나치에 관계된 영화와 유대인 학살에 관한 필름 등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안에서 보는 당시 기록사진들은 더 참혹한 기억의 단상들로 다가왔다. 저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없이 단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갇히고, 살해당했을 때에는 지금 현재 살고있는 유태인 중 어느 한사람이라도 이 아픈 기억과 관계되지 않았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들의 뿌리깊은 상처와 이 상처를 딛고 당당히 일어서있는 이 민족의 생존력은 과연 어떤 것인가 생각하니 소름이 끼친다.

한편 비슷한 경험이 있는 우리 한국은 이런 민족의 경험을 기억하고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데 얼마나 약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벧잘라와 베들레헴을 거쳐 헤롯대왕이 세운 인공성채인 헤로디움으로 갔다. 회당, 정결의식 장소, 사우나 등의 터를 보면서 원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베들레헴의 목자들의 들판 교회나 예수님 탄생 교회에서는 이곳이 실제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고증된 곳인지 의문스러워 별 감격을 느끼지 못했다. 소득이 있었다면 마굿간이 우리가 생각했던 나무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동굴 속에 양들이 자던 곳이라는 것과 목자들이 자던 곳도 들판이 아닌 동굴 속이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예수님 승천기념 교회, 주기도문 교회, 눈물교회 등도 종교의 이름을 빌어 상품화되었다는 인상만 자꾸 들게한다. 기독교를 감상적인 것으로 만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텐데'라는 느낌이 들게된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길에 서있는 낙타, 까무잡잡한 아이들을 보면서 예수님은 금으로 치장된 교회 안에 계신 것이 아니라 저 뛰어노는 가난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2. 8

<예루살렘성 답사>

지금 남아있는 예루살렘 성벽은 예수님 당시의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오스만 터키가 재건할 때 측량 실수로 위치까지도 달라졌다. 실수한 설계사의 참수당한 머리는 욥바문을 통과하자마자 왼쪽에 묻혀있다.

건조한 이스라엘에서는 물공급이 가장 큰 문제인데, 예루살렘 성안에서 쓰일 물 특히 성전제사용으로 쓰일 많은 물은 베들레헴 부근의 솔로몬의 연못으로부터 5도의 경사로 벤힌놈 골짜기를 따라 돌아서 성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수십 킬로미터의 송수관은 돌로 파서 이어 만들었고 예루살렘 주변 곳곳에 아직도 묻혀있었다.

보통 세계적인 도시에는 큰 강이 있는데 이런 점에서 예루살렘의 자연적인 입지조건은 좋지못한 것 같다. 지대가 해발 800미터로 높아서 적으로부터의 방어에는 유리했지만 성 안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되어있다.

헤롯성전의 성벽 돌들은 하나하나가 햇빛에 반사되어 멀리서 보면 황금빛으로 보이도록 가운데 부분이 돌출되게 깎여있다. 그 당시의 과학적 사고의 발달, 또 그렇게 까지 세심한 부분에 신경쓰는 치밀함에 놀라게 된다. 크고 빨리만 지으려는 우리나라 건축실상과 비교하면 얼마나 여유있고 성실한 자세인지.

벤힌놈 골짜기에서 구약시대의 무덤과 신약시대의 무덤을 보며 비교하였다. 구약시대에는 한가족의 뼈를 모두 한데 모아 차곡차곡 넣는 반면, 신약시대에는 한 무덤에 여러 개의 묘실을 파서 한 사람당 한 묘실을 안장하였다고 한다.

이곳 벤힌놈 골짜기에는 아직도 비만 좀 많이 와도 흙이 쓸려 안에서 유물이 나온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이곳 예루살렘 전체가 하나의 귀중한 역사적, 성서적 유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벤힌놈 골짜기의 발굴권을 한국인이 가졌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끼며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기를 소망하게 된다. 우리 한국의 신학이 기초가 약해서 발전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서 눈에 보이는 거창한 성과는 없어도 차근 차근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또한 벤힌놈 골짜기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발국작업이 몹시 힘들 것이라는 교수님 말씀을 듣고 아랍지역 사람들이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와 유물에 관심이 없고 무지한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오후에 정 목사님과의 답사 일정은 아랍의 라마단이 끝나는 축제일과 유대인의 안식일이 겹쳐서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는 Jerusalem old city를 다시 자세히 보기로 하였다. 첫날 답사에서 너무 급하게 대강 보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모두 휴일이라 길도 덜 붐비고 좋았다. Via Dolorosa를 다시 걸었는데 실제로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길은 지금 도로의 2-3m아래에 있었다. 그러니 현재 모든 순례객들이 밟고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via dolorosa는 진짜가 아닌 셈이다. 그 당시의 도로는 Lithostrotos에 가서 보았다. 로마시대 포장돌은 세로로 놓아 견고하다는 강교수님의 이전 설명을 들었던 터였다. 매끄럽게 표면이 닳은 도로석위에 말들이 달리면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좁게 홈들이 파져있는 것을 보면서 로마인들의 세심함과 과학적 사고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예루살렘의 도로는 모두 돌길이어서 발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덜 피곤하게 느껴진다. 현재 예루살렘 모든 건물은 외벽을 돌로 해야한다는 법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시의 원형보존과 미적수준을 맞추어 전체적인 균형을 잡아주고 있었다. 이런 국가적인 도시 계획 사업을 우리 한국도 배웠었다면 서울이 지금보다 훨씬 우리 고유의 독특한 모습을 지닌 특징있는 도시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든다.

예수님께서 채찍질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는 성묘교회, 예수님 쓰러지신 곳, 손 짚으신 곳 등은 생각처럼 감동이라든가 감격을 주지 않았다. 한낱 값싼 감상에 빠지는 신앙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오히려 생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의 고난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저 눈물흘리는 것보다는 함께 고난에 동참하고 십자가의 삶을 우리가 살고있는 오늘의 현장에서 실천하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닌가. 예수님이 걸으셨을 지도 모를 길을 만지면서 혹은 많은 사람이 만져서 닳은 손자국을 만지면서 그저 눈물을 짜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면서 우는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나를 위하여 울지말고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고 하셨다면서 정목사님께서는 그것은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는 대단한 말씀이라 하셨는데 내 생각에는 예수님의 그 말씀은 우리가 단순한 감상에 빠지는 것이 예수님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명령을 이 세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울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원받지 못하고 멸망의 길로 가는 우리의 이웃, 형제의 모습에 우리가 진정 가슴 아파서 도와야 할 것이다.

2. 9.

<이스라엘 박물관>

오늘은 자유시간이어서 이용식 목사님 등 5명이 이스라엘 박물관, 히브리 대학, 예루살렘 신시가지에 갔다.

택시를 타고 이스라엘 박물관에 10시에 도착했는데 꼭 개관시간이었다. 그동안 운동도 거의 안하던 사람이 3일을 연속으로 6, 7시간씩 걷는 강행군을 하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가뿐하게 나서는 것을 보면 역시 기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고싶던 곳에 와서 감사와 은헤를 느끼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낀다는데에 흥분하여 피곤한 줄도 모르게 된다. 집에 돌아가면 어떨지 모르지만...

사해사본을 보면서 어떻게 1000년을 넘게 썩지않고 보존이 되었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양피지라고 하는데 마치 얇은 천처럼 보였다. 무엇으로 그렇게 작고 가늘게 썼는지 taffilin안의 신명기 구절이 돋보기로 보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 안에 여러 건물들이 있었지만 한 건물만도 너무 많은 것이 있어서 처움에는 자세히 보다가 나중에는 대충 지나가게 되었다. 다 보려면 며칠을 보아도 안될 것 같았다. 박물관이 밖에서 보면 작아 보이는데 안에 들어가면 여러 방들이 곳곳에 있어 많은 유물을 전시할 수 있는 것이 지하를 많이 이용한 덕분이었다. 높고 큰 빌딩이 가득차서 하늘을 볼 수 없는 한국의 도시들을 생각할 때 건물 하나를 지어도 이렇듯 세심한 배려와 계획 속에서 시작하는 자세가 부러웠다.

박물관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남자, 여자 화장실 표시로 문앞에 붙어있는 그림을 보고 몹시 웃었는데 박물관답게 무슨 벽화인지 그림인지를 복사한 남녀의 모습이었다. 이런 작은 표시 하나, 거리의 등모양, 유적을 비추는 조명등, 작은 것에까지 미치는 손길은 오랜 계획 후에만 가능했을 것이다. 쉽고 빠르게, 크게 짓는 우리나라의 건물은 눈에 보이게 쑥쑥 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곳곳에 부실공사의 흔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비단 도시계획 뿐 아니라 우리의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교회의 눈에 띄는 급성장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지만 이제 곳곳에서 부실공사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기초가 허술한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은 아닌지. 거창하게 한국교회를 논할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의 신앙은 얼마나 기초가 단단하며 준비없이 계획없이 생각없이 허술하게 지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버스로 히브리 대학에 가서 점심을 먹고 그곳에서 유학하고 있는 교회 후배를 만났다. 히스기야 터널에 들어가려고 한다 했더니 겨울이고 우기여서 물도 너무 많이 차있을 것이고 추워서 안된다고하여 못가게 되었다.

예루살렘 신시가지를 다니면서 기념 T-shirt를 사고 거리 구경을 했다. 신시가지는 길도 넓고 현대식 건물에 꼭 미국과 비슷하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도 예루살렘 옛성과 같이 모두 돌로 건물을 지었다는 것이었다. 도시 전체가 돌로 되어있으니 견고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저녁식사는 모두 정연호 목사님댁에서 떡국을 먹었는데 선교사님 부부께서 한국에서 오는 손님맞이에 너무 힘을 다 쓰시게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된다.

어느 목사님께서 되도록 외국 선교사님을 방문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소리없이 돕기만 하는 것이 낫지 선교사님께 무슨 성과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같은 부담과 폐만 끼친다는 이유였다. 예루살렘에는 특히 일년내내 손님이 그치지 않는다는데 선교사님들께서 너무 고생스러우실 것 같았다.

2. 10

<베냐민 지역>

베냐민 평야지역은 기브아, 믹마스, 미스바, 벧엘을 잇는 좁은 지역이지만 성경의 많은 사건의 중심무대로 큰 중요성을 지닌다.

이 지역의 큰 요새인 기브아, 게바, 믹마스, 벧엘, 미스바, 기브온, 나비 사무엘은 모두 베냐민 평지를 둘러싼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하여 몹시 바람이 불었다. 모두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여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곳이 이스라엘 역사의 중심지이고 큰 성읍들이 있었을 터인데 젖과 꿀이 흐른다는 가나안땅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 돌산에 드문드문 풀포기가 나있는 곳, 메마르고 척박한 땅으로만 보인다. 물 좋고, 산 좋은 우리나라의 자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축복받은 조건인지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여호수아 군대가 두려워 가나안인인 것을 속이고 여호수아와 화친을 맺었던 기브온인의 도시이자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드리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던 기브온은 알몬드 나무(성경에는 살구나무라고 하는)정원과 큰 기브온 못, 포도즙틀 등 풍성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아래로는 비옥한 평야가 펼쳐진 정말 하나님께 감사의 제물을 바치기에 좋은 위치로 보였다.

그에 비하면 벧엘은 돌밭에 차가운 바람만 부는 황량한 곳으로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하여 정처없는 나그네 신세로 돌을 베고 누웠을 때 어디 한 곳 기댈 곳이라고는 없는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은 곳이었다. 춥고 무섭고 어두운 곳에서 야곱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었을까 생각하면서 그때 야곱이 본 천국의 계단 환상은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을지.

이전에는 야곱이 누웠던 곳이 숲 속의 풀밭 정도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아마 어디서 본 성화의 탓인 것 같다.

벧호른 길을 따라 세벨라 지역을 지나갔을 때는 비옥하고 기름진 땅을 볼 수 있었다. 아얄론 계곡은 계곡이라기 보다는 넓은 평야로 주변 주택이나 밭들이 풍성해 보인다. 유다 산악지역이나 베냐민 평야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좁은 땅에서 이렇게 여러 풍경을 보니 신기하였다. 여호수아 10장의 배경인 아얄론 골짜기는 직접 보니 성경을 통해서만 상상하던 전쟁장면이 바뀌게 된다. 성경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역사적 배경연구에서 좀 더 철저한 연구가 필요함을 배웠다. 아이들 앞에서 그림자료를 자주 제시하는데 성서지리나 풍속의 연구없이 추측만으로 그리는 자료들이 얼마나 잘못된 선입관을 만들 것인지 걱정이 되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2. 11

<미스바, 사해지역>

오늘은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중앙산악지방 능선도로를 따라 어제 잘못 찾았던 미스바를 다시 찾기위해 갔다. 이 도로는 해발 800m 이상이라는데 능선을 따라 난 길이지만 그렇다고 양쪽으로 경사가 가파른 계곡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 주변보다 넓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정도였다. 그 옛날 족장들이 이용했다는 길이 아직까지 있고 또 이용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면서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떻게 그 오랜세월동안 지형이나 길이 변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건물들과 새로운 도로만 잔뜩 있으니 말이다. 물론 삼국시대부터 이용하던 길이 아직도 이용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을 우리가 모르고 있으니.

이스라엘의 역사와 지리를 공부하는데 이토록 많은 지형의 보존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소중한 일인지. 교수님께서는 30년후쯤에는 자꾸 개발이 되어 성서지리 공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데 안타깝다. 유다광야를 보면서 좀 더 내 머리 속에 정확히 찍어좋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바는 동서교통로 가운데에 위치하고 베냐민 고원지대에 있어 전략상 요지라고 한다. 높고 평평할 뿐만 아니라 정상이 넓어서 온 이스라엘 백성이 모여 회의하고 회개기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차를 돌려 남쪽 사해 쪽으로 향했다. 오브라라는 곳에 예수님 피난을 기념하여 교회가 있는데 그곳 교회 옆에 신약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신약시대의 집을 보았다.

문 밑의 의사소통용 구멍과 양과 사람이 함께 사는 구조가 매우 흥미로왔으며 예수님의 비유를 이해하기 쉽도록 해준다. 짐승을 식구처럼 소중히 기르는 양식은 매우 재미있었으며 돌집은 여름에는 매우 시원하고 벽이 두꺼워서 겨울에는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좁은 one-room system이지만 자동 쌀통처럼 생긴 곡식통이며 벽에 구멍을 파서 만든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수납구조가 편리하게 보였다. 외적이 침입할 때를 대비해서 만든 비밀통로는 그 당시(신약시대)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집안 열기를 빼내고 환풍을 시키기위한 지붕에 뚫려있는 구멍은 지붕을 뜯어내고 내려온 중풍병자의 침상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주면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준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가하는 자성을 일게 하였다.

짧은 성지답사 일정에서 내가 많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더 진지하고 자세한 연구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큰 소득이 될 것이다.

유다광야는 흔히들 사막으로 생각하는데 이스라엘에는 사막이 없다고 한다. 유다광야는 순전히 돌로 된 것으로 지형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했고 마치 커다란 맹수들이 웅크리고 있는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매우 가파르고 험해서 인간의 왜소함을 느끼게 하고 압도당하게 했다. 그 가파른 비탈을 양들이 지나다닌다니 신비롭다. 우리 인생길이 이런 광야 생활과 같다면 얼마나 위험하고 고독하고 슬플 것인가. 광야가 끝나고 오아시스가 있는 여리고는 정말 이름 그대로 종려나무에 둘러쌓여있는 광야와 대조되도록 풍족한 곳이었다. 물과 과일이 풍부한 곳이었다. 돌산만 넘다가 푸르고 물 많은 여리고를 보았을 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였을까. 유다광야 중에 있는 에센파의 쿰란에서는 하나님만 바라보고 금욕하며 살았던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죽음의 바다인 사해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빗물을 받아먹으며 살았던 이들은 종말이 곧 오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례요한이 어렸을 때 이곳에 와서 자랐을 것이라는 교수님 말씀은 내 두 아들을 생각나게 해서 어떻게 어린 아들을 광야의 수도원 학교에 떼어 보낼 수 있었을까 어머니 엘리사벳의 가슴저미는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사랑도 자기의 이기심을 버리면 아프면서도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께서 40일간 금식기도하시고 마귀에게 시험받으시던 시험산과 쿰란 공동체 지역과의 근접한 거리로 추측할 수 있는 세례 요한과 예수님과의 관계는 미지수로 남지만 흥미로운 주제였다.

A.D. 70년에 로마의 실바장군이 끝까지 저항하던 1000여명의 유대인을 3년 동안이나 포위하고 있던, 그래서 결국 한명의 여인과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끝내 모두 자결한 마사다는 그 사건의 이미지 때문인지 자연적인 요새의 웅장함이 처절하도록 비장함을 준다. 그때 로마군이 포위하면서 지었던 돌벽과 숙영지의 자리가 아직도 반듯하게 남아있어 전쟁이 끝난지 불과 얼마 안된 듯한 느낌을 준다. 이스라엘 군인이 아직도 여기서 "마사다는 더 이상 없다"고 하면서 임관식을 한다고 하니 이스라엘 민족이 과거 역사적 경험을 잊지않고 계속해서 교훈으로 삼는 것이 대단하고 본받을 만한 점이라 생각된다.

마사다에서 내려와 사해에 들러 수영을 하였는데 보통 바다보다 염도가 5배나 높다고하여 찍어 먹어보았더니 짠 맛이 지나쳐 쓸 정도였다. 지나치게 떠서 수영을 하면 다리가 물 밖으로 떠올라 뒤집어질 정도였다. 시간이 모자라서 사해를 좀 더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름과는 달리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2. 12.

<네게브 지역>

어제 밤에 잠 자러와서 전혀 못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Arad를 우선 보았다. 우리가 머문 호텔은 성경시대의 Arad가 아닌 새로 건설된 Arad이고 옛날 Arad는 그보다 약간 북서쪽에 있었다. 이 Arad가 만수기 21장에 나오는 출애굽 시의 Arad 인지는 확실치 않다 한다. 현재 Arad 있는 유적은 철기시대 제2기의 것으로 이스라엘-유다의 분열왕국 시대의 것이라고 한다.

이곳 Arad는 분열왕국 시대의 남쪽 끝 경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군사적인 전초기지이다. Arad에는 성전의 모습이 있었는데 성전이 예루살렘 뿐 아니라 곳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이 성전에는 지성소에 두 개의 비석이 있어 야웨종교와 이방종교의 혼합을 보여준다. 번제단은 보통 성전뜰의 중앙에 있는데 여기서는 한쪽 벽에 붙어있었다. 제사장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성전 안을 훤히 본다는 것이 매우 이상한 느낌을 들게한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터 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피의 제사를 지낸 성소라고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그러나 여호와 유일신 종교가 가나안의 이방종교와 섞여서 어떤 식의 제사로 변형되었을 지 궁금하다.

아라바 계곡을 따라서 Yotvata라는 곳에 있는 성경시대 동물원에 갔다. 타조와 사막여우, 나귀종류인 Orager, 영양같은 Arabian oryx, 여러 가지 독사들, 쥐들, 박쥐 등을 보았다. 이중 많은 동물이 멸종되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서 키우고 있다고 한다. 또 많은 아카시아 나무인 조각목이 있었는데 어떻게 저 나무로 법궤며 성막의 기둥들을 만들었을까 신기할 정도로 작고 가늘다. 우리나라 아카시아 나무와는 나무 모양이나 잎모양이 전혀 달랐다.

아라바 계곡을 계속 따라 내려가면서 동쪽으로는 에돔산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이 보인다.

솔로몬의 구리광산이라는 Timna는 산과 돌이 붉고 분홍색이 난다. 모두 구리를 포함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곳곳에 버섯모양 바위인 mushroom이 있는데 빗물에 의한 침식으로 그런 모양이 되었다는데 왜 하필 그런 식의 침식이 일어나는지 신기하다. 이 큰 산 덩어리가 모두 구리라고 생각하니 풍족한 천연자원이 부럽기도 하다. 물도 부족하고 황폐한 곳이 많은 이스라엘이지만 이런 자연자원이 있으니 공평하신 하나님이시다. B.C. 6000년에서 4000년에도 이곳에서 구리가 채굴되었고 이집트, 미디안, 이스라엘, 로마 등의 여러나라가 구리를 채굴하였다고 한다.

이곳에는 또한 출애굽과 사사시대와 동시대인 미디안의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Hathor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이 신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금을 씌운 구리뱀이 나와서 이스라엘의 놋뱀숭배와 관련이 있지않나 추측된다는 고 교수님의 설명이 있었다.

현재는 이스라엘의 남쪽 국경이 된 Eilot에서 홍해에 살고있는 여러 어류와 해조류 등을 보았다. 색색으로 화려한 물고기들과 산호초, 비취색의 바다까지 우리나라 바다와는 다른 화려함을 준다. 하나님은 어쩜 저렇게 작은 새우에 까지 예쁜 색과 모양을 주셨는지. 그 어떤 현대 미술가도 따를 수 없는, 아무리 좋은 물감으로도 칠할 수 없는, 솔로몬의 옷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을 작은 피조물에게 조차도 주셨다고 생각하니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인간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죄악으로 일그러져서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인간이 얼마나 안타까우실까.

깨끗하고 아름다운 홍해에서 수영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눈에 한가득 풍경만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을 보니 세계여행을 모두 하는 것 같다.

2. 13

<네게브, 슈펠라 지역>

Mizpe-Ramon에서 비와 바람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생긴 제일 큰 분지인 Makhetsh Ramon을 내려다 보았다. 이와 같은 분화구와 같이 둥글게 파인 지역이 세군데 있는데 이곳이 가장 큰 것으로 각종 광물질과 지질이 드러나 있어 많은 지질학자들의 관심을 끈다고 한다. Mizpe-Ramon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좁은 이스아엘 땅에 광야가 있는가 하면 산악지역이 있고 이와 같은 험한 지질이 모두 드러난 곳이 있다니 신기하다.

미츠페 라몬에서 아다림길을 따라 브엘세바로 향했다. 브엘세바 북쪽은 성경시대에 불리던 네게브 지방이고 현재는 이스아엘의 국토가 넓어져서 Eilot까지가 대네게브라 불린다고 한다.

네게브 지역의 토양은 지중해쪽에서 바람에 의해 불려 온 풍적토로 loess라 한다. 토질의 입자가 매우 가늘어서 비를 흡수하지 않고 흙을 끌어가서 길을 만든다고 한다. 네게브 지역에는 상시천이 없고 우기에만 물아 흐르는 간헐천인 Wadi가 있다.

시편 126편의 배경은 네게브 지역으로 연간 강우량이 150mm를 넘지않는 가문 지역에다 비가 와도 잘못하면 씨 뿌린 흙을 모두 쓸어가서 농사가 잘 될 확률이 적다고 한다. 울면서 씨를 뿌린다는 표현은 이렇게 농사가 힘든 지역의 특성을 배경으로 한다고 한다.

브엘세바에서는 기원전 8세기때의 제단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히스기야왕 때 훼파되었던 혼합종교 모습을 띤 제단의 돌들이 다른 건축물의 재료로 다시 사용되었다가 근래에 그 돌들을 빼어내어 맞추어서 복원한 것이라 한다. 또한 브엘세바에는 아브라함의 우물이라 전해지는 우물이 있는데 그 연대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브엘세바는 아브라함, 다윗, 사무엘과 연관되어 매우 중요한 구약성서의 무대이다. 또한 이스라엘 영토의 남쪽 경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사사기에서는 이스라엘이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였고 분열왕국 시대에는 게바에서 브엘세바까지 였다.

Tel Beer-Sheva는 10층까지 있는데 현재 2층까지만 발굴되었다. 성문이 이중으로 되어있고 성문에 방이 4개 붙어있는 것과 성벽을 돌아가며 집들이 붙어있는 모양이 흥미로왔다. 잠언의 슬기로운 아내가 성문에서 칭찬을 듣는다는 부분에 장로들이 성문에서 회의를 하고 재판을 한다는 주석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여기서 성문의 사방을 보고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북쪽으로 Tel-Lakhish에 갔는데 라기스는 가나안에서 가장 강한 성이었다고 한다. 기원전 701년에 앗수르의 산헤립이 무너뜨리려다가 국내으 내란으로 다시 돌아갔고 기원전 586년 느부갓네살왕에 의해 함락되었다. 예레미야 34장에 보면 아세가와 라기스만이 함락되지 않았다고 하고 라기스에서 발굴된 옹기조각에 쓰여진 글에는 아세가도 함락되고 라기스만이 남았다고하여 시간적으로 연결된다.

리기스에서 Tel-Mareshah를 멀찍이 바라보며 Guvrin 골짜기, 엘라 골짜기를 가로 지르는 슈펠라 대각선 도로를 따라 다윗과 골리앗으 전쟁무대였던 엘라 평지를 바라보고 소렉 골짜기로 들어가서 Bethshemesh에 도착하였다. 빼앗겼던 법궤가 소달구지에 실려 왔던 곳인 벧세메스에서 일행중 네사람의 졸업식을 하고 20년간 법궤가 머물렀던 기럇 여아림에 있는 St. Joseph 수녀원에 여장을 풀었다.

2.14

<샤론평야, 이스르엘 골짜기 지역>

기럇 여아림을 출발하여 아얄론 골짜기를 따라 서쪽으로 내려갔다.

블레셋 평야으 북쪽은 샤론평야인데 비옥한 블레셋 평야와는 달리 샤론평야는 모래로 되어있다. 샤론평야의 곳곳에는 단단한 바위층이 있어 빗물이 스며들지 않게 막아주어 늪지가 형성되었고 그 늪에서 과거에는 악어도 살았다고 한다. 샤론평야의 이름만으로 또 샤론의 꽃이라는 찬송가 때문에 막연히 샤론평야가 아름답고 풍족한 곳인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달리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모래지역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해안길을 따라서 -새롭게 만든 길이지만-Aphek을 지나 에벤에셀에 도착하였다. 해변에 새로 만든 고속도로를 따라 지중해 안에 있는 가이사랴에 도착하였는데 그 규모가 매우 컸다. 헤롯대왕이 로마의 황제 Ceasar를 기념하여 이름붙인 이곳에는 반원형의 극장과 인공으로 만든 항구가 있었다. 수천석의 좌석에 마이크없이도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는 음향효과를 살리는 건축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대 위에서 부르는 전도사님 몇 분의 노래가 객석에서 바로 옆에서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이런 과학기술은 현대에도 따라갈수 없는 것이리라. 전기장치없이 이런 효과를 낸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 절약효과가 있을 터인데. 어떻게 이런 과학적인 발달이 있었는지 놀랍다.

헤롯이 인공으로 방파제를 쌓아 만든 항구는 매우 큰 도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전에 이런 큰 규모의 공사를 했다니 얼마나 많은 인력이 들었을까. 가이사랴에 물공급을 하는 수로는 기다란 다리와 같이 연결되어 1Km에 2cm씩 낮아지면서 가이사랴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물이 부족하여 도시마다 수로를 파거나 물 저장소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물이 풍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건축이 필요없으나 이곳에서는 늘 물 확보가 중요하다.

므깃도에서도 성 안에서 성 밖으로 물을 길으러 다녔던 물 저장통로가 있었다. 예루살렘 성에는 기혼샘에서 수직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워렌 샤프트를 이용한 반면, 므깃도의 터널은 사람이 물을 지고 나르던 길이다. 그 옛날에 이 단단한 바위를 이렇게 크고 깊게 뚫어서 터널을 만들었으니 기가 막히다.

므깃도에는 솔로몬 시대의 성문이 있었는데 브엘세바에서의 4방문과 달리 여기는 더 크게 6방문이었다. 아합시대의 casemate wall일 것으로 추정되는 성벽도 보았다.

다음에는 엘리야가 450명의 바알 선지자와 400명의 아세라 선지자와 대결하였던 갈멜산의 정상인 무흐레하에 가서 엘리야의 절박한 심정을 느끼며 그곳에 있는 교회에서 잠시 예배를 드렸다.

우리를 대적하고 떨어뜨리려는 악한 세력들과 또 내 안에 있는 많은 악한 것에 강하게 대항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며 내가 강해서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강하시기 때문에 엘리야처럼 승리하게 해주실 것을 확신했다.

내려올 때는 이즈르엘 골짜기를 바라보면서 걸어서 갈멜산을 내려왔다.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와 바람, 넓은 이즈르엘 골짜기가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이곳이 나봇이 억울하게 피 흘리고 뻬앗긴 곳이며 아합의 아내인 이사벨이 피 흘리고 산산히 부서진 처절한 현장이라 생각되기 힘들 정도로 한적하게 보인다. 이렇게 비옥하고 아름다우니 아합이 잠을 못이루고 탐 낼만도 하다.

다시 갈멜산을 버스로 올라가서 Stella Carmel Guest House에 짐을 풀었다. 엘리야가 이방신을 훼파한 곳에서 개신교 선교를 위한 센터가 있다니 의미심장하다. 세계곳곳에서 이곳에 와서 머물고 봉사하며 예배드리면서 선교에 힘쓴다니 가슴이 벅차다.

저녁식사 후에 이곳 예배실에서 드리는 아랍인들의 예배에 참석하였는데 뜨거운 열정과 주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예배였다.

2. 15

<이즈르엘 계곡, 하부 갈릴리>

하나님의 포도원이라는 뜻을 가진 갈멜산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갈멜산 동물원에 갔다. 이스라엘에 사는 동물들과 이제는 멸종되어 없어진 동물들을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여 키우고 번식시켜서 숲에 방목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에는 산양, 산염소, 독수리, 사슴, 늑대, 여우, 뱀, 쥐 등의 각종 짐승들이 있는데 갈멜산에 있는 이곳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갈멜산이 워낙 커서 흩어져있는 동물을 찾기란 쉽지 않은가 보다.

자연보호와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 이런 시설을 만들고 그 기금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입장료를 받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볼 것은 없지만 이스라엘이 자기국가의 자연보호에 이렇게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수입하고 키우고 풀어놓아서 잘자라도록 관리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 것이다.

이제 갈멜산을 떠나 이스르엘 지역을 다시 샅샅이 살펴보았다. 충적토인 alluvium 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곡창지대로 매우 기름진 땅이었다. 넓은 평야는 이스라엘의 다른 곳, 네게브나 유다광야 지역과는 다르게 매우 비옥하고 풍요롭게 보인다. 이 평야는 북동쪽에 다볼산과 모레산, 동쪽에 길보아산, 북서쪼거에 갈멜산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이중 가장 높은 산을 562m의 다볼산이다. 서쪽에서 볼 때 이즈르엘 계곡의 입구에 있는 므깃도는 전략상 요지로 20개 이상의 층으로 구성된 Tel이며 계시록에 인류최후의 전쟁의 무대로 나와있다.

모레산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나인이 있고 남쪽에는 수넴이 있다. 이곳은 사사기 4, 5장의 바락과 시스라의 격전지이며 열왕기사의 아합이 빼앗은 나봇의 포도원이 있는 곳, 열왕기하 9장의 예후의 구데타의 무대이다. 지금은 많은 인공 저수지와 밭과 과수원으로 푸르른 평화로운 모습이지만 성경시대에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기드온이 미디안과의 전쟁을 앞두고 진쳤던 하롯샘에 갔다. 하롯 계곡은 길보아산 북쪽에 동서로 뻗어있는 계곡인데 늘 물이 흐르는 곳으로 물이 맑고 깨끗했다. 이스아엘에서 이런 시내는 처음 보았다. 물이 귀한 곳에서 이런 샘이 얼마나 반갑고 귀했을까. 이곳에서 기드온은 주변을 경계하기를 잊지않은 손으로 물을 움켜쥐고 먹는 300명을 정예부대로 뽑았다.

하롯샘 곁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나자렛 산맥에 있는 예수님의 고향인 나자렛으로 갔다.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 예수님을 사람들은 절벽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예수님께서 첫 번째 이적을 보여주신 가나에서 Cana catholic wedding Church에 들렀다. 이 이적을 기념하여 세운 교회라 한다. 오늘의 마지막 도착지는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디베리아였다.

2. 16

<거라사 지방>

강교수님께서 오늘은 조별로 갈릴리 주변 지역을 답사하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셨다. 우리 2조는 마가복음 5장 1절에서 20절의 배경이 되는 거라사 지방을 찾아야 했다. 이곳의 지명이 마태복음에는 가다라라고 되어있으며 예수님 당시 이방인 지역이었다.

현재는 Kursi라고 불리우는 이 곳은 우리가 묵고있는 Tiberias에서 갈릴리 호수를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위치한다. 예수님께서 배를 타시고 바다 건너편으로 가셨다고 성경에는 쓰여있어서 우리 4명도 배를 타고 싶어서 선착장에 가보았다. 그러나 디베리아에 있는 유람선은 가버나움까지 밖에는 안간다고 한다. 할 수 없이 큰 길로 나와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기로 했으나 세워주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거라사 혹은 가다라에 가니 국립공원이었다.

예수님께서 무덤사이에 사는 군대 귀신 들린 자의 귀신을 쫓아 돼지떼에게 들어가게 하셔서 약 2천 마리나 되는 돼지가 비탈길을 내리달려 바다에 빠져죽은 이적을 기념하여 비잔틴 시대에 건립된 교회 터가 있었다. 자그마한 예배실 터와 모자이크 등이 있는 소규모 수도원 터였고 언덕 위에는 모자이크가 있는 또 다른 터가 있다.

5세기에서 6세기 중반에 수도원이 지어졌고 길과 수로, 예배실 등이 있는 큰 수도원이었으니 많은 성지 순례객들을 대접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7세기 말에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교회가 많이 파괴되고 이곳에 살던 사람들도 떠났는데 1980년에 이곳을 발굴하여 남동쪽 바위에서 구조물을 찾아내고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가 발견되어다고 한다.

자그마한 언덕은 돼지가 이천마리나 내리달려 바다로 뛰어들만큼 높지도 크지고 않았다. 이곳이 예수님 당시의 거라사 지방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고 이곳보다 더 남쪽이라는 주장과 혹은 요단 동편에 Gadara라는 곳이 예수님 당시의 거라사라는 주장이 있다.

조용하고 자그마한 예쁜 정원이 있는 이곳을 나와 입구의 벤취에서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한국인 관광단 버스가 보였다. 시카고 횃불회에서 성지순례오신 분들이라하여 반갑게 인사하고 다시 디베리아로 가야하는 우리 일행은 마침 목적지가 같아 차를 얻어타고 함께 다니게 되었다. 다른 조에 비해 너무 편하게 다니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라 생각하고 감사하며 기뻐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고라신, 가버나움, 오병이어 교회와 베드로 수위권 교회 등을 둘러보았다. Gorazim에서는 3,4세기경에 유대인들이 살았던 곳의 자취를 볼 수 있었다. 빗물을 2/3이상 받아야 했던 정결의식 장소와 예수님께서 돌아가실 때 쓰셨던 가시 면류관의 재료일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나무 등을 보았다.

Capernaum에서는 회당과 베드로의 집터 위에 세운 베드로 기념교회를 보았는데 특히 회당은 4세기 후반의 것으로 밑에 있는 검은 돌은 예수님 당시의 것이라고 들었다. 회당에서는 13세 이상의 남자는 누구나 토라를 읽고 해석할 권리가 주어졌다 한다. 그러므로 목수이신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늘 말씀하실 수 있었던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갈릴리 바닷가에 있는 베드로 수위권 교회에서 우리의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였다.

디베리아에 돌아와서는 시내에 있는 시장을 구경하였는데 꼭 한국의 남대문 시장과 같은 분위기였다.

2. 17

<골란 고원 지역>

디베리아는 대 헤롯의 아들인 헤롯 안티파스가 A.D. 19년에 건설한 도시라고 한다. 갈릴리 호수 북쪽에 있는 Rosh Pinna Sill(문지방)을 넘으면 넓은 분지가 나온다. 이곳이 전에는 습지였으나 이스라엘이 물은 빼고 농경지로 만들었다고 한다.

날씨가 매우 좋아서 멀리서 보통때 보기 힘들다는 헤르몬산이 분명히 보였다. 정상에는 만년설이 뒤덮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헤르몬산의 최고봉은 해발 2800m 정도되고 세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산인데 북서쪽은 레바논, 북동쪽은 시리아, 남쪽은 이스라엘에 속한 매우 큰 산이다.

Hazor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은 청동기 시대에 가장 큰 도시일 정도로 매우 번성한 도시였다 한다. 국제 해안 도로가 바로 Hazor를 지나므로 사상, 정보, 군사, 경제등이 국제적이고 시리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시였다.

솔로몬 시대의 유적과 분열왕국 시대인 아합시대의 성문과 유적이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가옥구조를 보았다. 특이한 것은 집 안에 포도즙틀이 있어 맨발로 포도를 밟아 포도즙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사사시대으 산당도 남아있었다.

Hazor는 매우 중요한 국제적인 도시이기 때문에 Hazor Museum이 있었다. B.C. 18c에 이미 토기로 만든 수도관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왔다. 이스라엘이 비가 매우 부족한 나라이기 때문에 수로나 수도관 시설에 있어 매우 발달한 것 같다. 우리나라같이 어디에나 물이 풍부한 곳에서는 수도관이 별로 필요없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비옥한 충적토가 쌓인 Tel-Dan으로 갔다. 단지파가 처음에 소렉골짜기 지방을 분배받았다가 얻지 못하고 라이스(Laish)로 와서 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머물렀다. Tel-Dan은 숲과 개울과 호수로 매우 경치 좋은 길을 따라 가다가 나왔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부족한 것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애초에 분배받은 땅을 떠나서 이곳에 와 정착하면서 하나님께서 금하신 우상을 만들고 마음대로 제사장을 세워서 자기들 나름대로의 종교를 만드는 패역한 길을 걷는다.

Tel-Dan에서의 특이한 점은 성문의 외벽과 내벽 사이에 왕의 옥좌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성문에서 왕이 백서의 송사를 듣고 재판하였다고 한다.

단의 동쪽에 있는 가이사랴 빌립보는 헤롯의 다른 아들인 빌립이 세운 도시이다. 이곳에 Pan신의 신전이 있어서 Panias 혹은 아랍인들은 Banias 라고 부른다. 예수님께서는 이 이방신의 도시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는 질문을 제자들에게 던지시며 도전을 주셨다.

골란고원은 높고 정상이 넓고 평평한 탁상고원 지대이다. 비옥하고 푸르른 고원이었다. 그러나 시리아와의 국경분쟁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곳이다. 골란 고원의 Gamla라는 곳에 갔는데 이곳은 북쪽의 마사아라고 할 정도로 로마에 끝까지 항거하다가 A.D. 68년에 함락된 곳이었다. 감라에서 독수리와 가파른 절벽, 떨어지는 폭포를 보고 북쪽으로 더 가서 레바논 국경 부근에 있는 Malkiya에 와서 kibbutz Malkiya에 머물게 되었다.

2. 18

레바논 국경선 옆에 있는 Kibbutz Malkiya에서 아침을 맞았다. 사유재산이 없고 공동으로 일하고 생활하는 kibbutz는 이스라엘에서 현재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강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kibbutz는 이스라엘에서 키위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소나 닭을 키우고 Orda라는 지능개발 완구공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랍비 한 분이 곳곳을 안내해주었는데 관광수입에도 꽤 신경을 쓰고있는 것 같다. 회당과 레바논 국경선을 보고 이곳을 떠나 다시 갈릴리로 향했다.

Tel-Chinnereth을 지나서 기네사렛 평야를 보았는데 매우 비옥한 곳으로 바나나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갈릴리 북쪽의 아벨산을 헤롯정권에 반대하던 열혈당이 숨었던 곳이라고 한다. 또한 요세푸스가 로마에 항거하기 위해 유대의 군인을 소집한 곳도 아벨산이라고 한다.

디베리아스에 다시 와서 조그마한 나무배를 타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타시던 배는 이보다 훨씬 작고 초라했겠지만 커다란 유람선보다 나무로 만든 배여서 마음에 들었다. 갈릴리 호수는 어제와 다르게 날씨가 맑지 않아서 주변지형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호수 가운데 배를 멈추고 이용식 목사님께서 마태복음 14:22-23의 물위를 걸으시는 예수님과 베드로 이야기를 봉독하시고 예배를 드렸다. 흔들리는 배와 같은 내 인생의 배에 주께서 타고 계시는데 왜 나는 믿음이 적어 걱정하는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배는 다시 떠나서 기네사렛에 내려 우리는 예수님 당시의 배가 전시된 곳을 보았다. 갈릴리 호수가 말랐을 때 호수 바닥에서 2000년전의 배를 발견한 것은 1986년이라고 한다.

팔복교회와 가버나움의 회당, 베드로의 집터를 다시 보았다. 가버나움은 국제 해안도로가 통과하는 곳이기때문에 이곳에서 예수님께서 전하신 말씀과 이적이 시리아까지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Bet-Sean에서 로마시대의 극장과 도시를 보았다. 벳산은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 하나이며 데가볼리중 유일하게 요단 서편에 있는 도시이다.

사마리아 산악지방을 보면서 디르사에서 세겜 사이의 높은 준령과 험한 계곡 등 장관을 보았다.

세겜에서는 그 옆에 있는 그리심산과 에발산을 보았다. 세겜의 현재지명은 나불루스이며 오므리가 사마리아로 천도한 것은 국제 해안도로 가깝게 수도를 정해서 국제적인 교류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이제 실로와 에브라임 산악지방을 지나서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서울에 돌아간다. 그동안 열심히 가르쳐주신 고세진 교수님과 우리 성지답사단을 인솔해주신 강사문 교수님 감사하고 계속 장신대의 더 많은 학생들이 이 성지답사여행에 참여할 수 있기를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