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성경 당시로 돌아가자!(성경해석)

성경 말씀을 읽을 때 앞뒤 문맥을 살펴서 글의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

이 성경해석의 제1원리로 제시되었다. 이 원리는 "문법적 해석" (gram

matical interpretation)의 원리이다. "문법적 해석" 이 글의 맥락(con

text)을 잡는 것이라면 이제 설명하려고 하는 제2원리, "성경 당시로 돌

아가라"는 "역사적 해석" (historical interpretation) 은 글의 쓰여진

당시 역사배경의 맥락을 잡는 것이다. 글 자체의 맥(맥)이든 글 배후 역

사의 맥이든 맥을 잡는다는 면에서, 제1원리 역사의 제2원리가 맥이란

공통 분모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제2원리인 "역사적 해석"에 절실한 관심을 두게된 배경이 있다.

해외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물론 이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학생활을 하던중 거기에 절실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매학

기 논문 수편을 제출해야 했는데, 논문을 교수로부터 돌려받을 때마다

수차 "이것이 진정 본래의 의미인가?" 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지적은 본문해석을 현대 해석자의 시각에서 하기에 앞서서 먼저 성경

이 쓰여진 당시 저자와 독자의 시각에서 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논문

을 쓰기 위해서 한 학기 내내 병이 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시간과 정력

을 바치곤 했었다. 심지어 논문을 제출할 날이 다가오면 밤에 잠을 자면

서도 잠들기 전에 돌던 두뇌의 사고 테이프가 계속 꺼지지 않고 도는 것

을 느낄 때도 많았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인 논문이기에 조금만 것이라

도 지적을 받으면 그것이 뇌리에 새겨지고 기억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

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하물며 이번 지적이 수차례 반복될 때에야 어

떠하겠는가. 이런 뼈아픈 경험때문에 "역사적 해석"이란 원리가 필자에

겐 머리에 인각되게 되었다.

그러면 대체 "역사적 해석" 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이 무엇이길래 교수

가 필자의 주의르르 그것에 그토록 아프게 환기시켰을까? "역사적 해석

"이란 앞서 간단히 지적한 대로, 글이 쓰여진 당시의 역사로 돌아가서

해석하는 방법이다. 이것을 도표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이 될 수 있다.

"당시의 지평" "지금의 지평"

┌────┐ ┌───────┐

│성경당시│<────│해석자의 현대 │

└────┘────>└───────┘

위의 도표로 신약과 관련시켜 보면 신약성경이 쓰여진 "당시" (then)

와 그것을 해석하는 해석자의 "지금" (now) 간에 약2,000년의 시간적 간

격이 있다. 이것을 한국의 해석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신약 성경이

쓰여진 지역 (어림잡아 팔레스킨에서 로마에 이르는)과 한국간의 엄청난

공간적 간격이 있다. 이러한 시간과 공간의 간격은 신약성경이 쓰여진

당시와 현대와의 역사. 문화. 종교의 간격을 포함하는 것이다.

"당시"와 "지금"의 이런 간격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성경을 해석하게

되면 성경을 부당하게 영화(spiritualizing), 도덕화(moralizing), 심리

화(psychologzing)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성경을 현대화

하는(modernizing)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것은 성경을 현대의 잣대로

재는 것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나'의 잣대로 재는 것이다.

이런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해석자가 타임머신을 타고 2,000년 전의

신약성경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성경세계를 그 "바깥에서"

(fron outside) 관찰하기보다 그 "안에서"(from within)관찰하도록 해야

한다. 바깥의 분석자로 내용을 창출하기보다 안의 관찰자로 성경내용을

발견해야 한다. 해석자의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통계로 성경을 볼 것이

아니라 성경배경이란 전체적인 체계속에서 각 부분을 보아야 한다. 말하

자면 이것은 자동차 부속품 재고실에서 부속품들을 단편적으로 아는 자

리에서 떠나 자동차 전체의 구조적 기능을 부속품들의 상호관계속에서

아는 것과 같다. 요컨대 외부인의 시각을 지양하고 내부인의 시각을 키

워야 한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가 미국에 가서 텔레비젼을 시청해 보면

방송의 내용을 문법과 어휘 면에서는 정확하게 파악하면서도 미국인이

파악하면서도 미국인이 파악하듯 그것을 파악하지 못할 수가 있다. 왜

냐하면 미국인은 자기 나라 방송이니까 어떤 내용이 나오면 미국의 "세

계" 라는 자신의 익숙한 전체구조 속에서 이해하지만 외국인은 그것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번 올림픽에서 외국 기자들이 머문 호텔

에서 가까운 대학의 대학생들이 교문을 박차고 가두시위 하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러 온다"고 판단하고 그 내용을 본국에

송고하려 했다고 한다. 그 직전에 어떤 한국기자가 그것은 학교 자체문

제로 시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잘못 붙여질뻔 했던 "국위손상의

불"을 위기일발의 순간에 껐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이란 '세례'를 전체

적으로 보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보고 속단하는 데서 그런 오판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바로 이해사기 위해서도 성경의 '세계'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성경을 바로 이해할 뿐 아니라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이해

할 수 있다. 가령 헤롯 대제(BC37-4)가 그의 학정 말기에 너무 불안해서

처남을 죽이고, 처를 죽이고, 두 아들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첫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가장 총애하고 신임하던 맏아들까지도 죽였다. 이런 상

황속에서 동방의 점성가들이 나타나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나신 이가 어

디 계시뇨?" 하고 물었을 때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

결과 베들레헴의 2세 이하 유아들을 "싹쓸이"(살해)했다. 헤롯 당시인의

입장에 돌아가보면 마태복음 2장의 내용이 실감나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성경 당시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어떻게 그리로

돌아가겠는가? 그것은 마술적 타임 머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신구약 성경

의 배경역사 연구를 농해서 가능하다. 그래서 구약 배경사와 신약 배경

사 연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 극단이 있듯이 이 일에도 극단이 있다. 성경배경의

역사, 문화, 종교를 연구한 다음 그것을 절대기준으로 삼아 그 "잣대"로

성경을 마구 재는 것은 역사적 해석의 극단적 오류이다. 이런 극단 때문

에 구약성경(특히 창세기)이 바벨론 신화에서 왔다는 "범바벨론주의" 나

신약성경은 헬레니즘 시대의 혼합종교적 산물이라고 하는 잘못된 학설이

생겨난다. 따라서 배경연구는 어디까지나 성경이해의 보조 수단이지 성

경 평가의 절대수단이 아니다. 성경과 어긋날 때는 성경의 기준으로 배

경사를 비판해야 한다.

떠한 배경사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성경의 독자와 현대의 독자 간의 "하

나님의 형상" 이란 공통분모를 무시하는 것도 잘못이다. 성경은 모든 시

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 "당시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것이 "황금이 중용 (golden mean)

이란 지혜가 여기서도 요청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