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성경은 성경으로(해석)

앞서 설명한 성경해석의 제1원리 문법적 해석이 문맥(문맥)을 파악하는

것이고, 제2원리 역사적 해석이 사맥 (사맥)을 포착하는 것이라면 이제

설명하려 하는 "성경적 해석" (Scriptural Interpretation)은 성경 전체

의 경맥(경맥)을 잡고 이 맥속에서 각 본문을 해석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성경"(sola scripture)은 종교개혁의 슬로건 중의 하나였다. 당시

카톨릭교가 교회전통으로 성경을 제압.왜곡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

해 개혁자들이 "성경이 성경의 해석자다"(Scipture interprets Scriptur

e)라는 성경해석의 원리를 주창한 것이다.

여기서 "오직 성경"의 원리가 오해될 소지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한 이것이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의 구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도 딱딱한 신학책들을 던저버리고 성경만 들고 기도원에 올라

가서 성경을 수백독하고 밤낮 기도하며 용광로 같은 메시지를 던지며 살

아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이런 갈등이 신학의 냉해(냉해)

로부터 필자를 보호해 준 장점도 없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만일

그 갈등의 노예가 되어버렸다면, 성경을 극단적으로 푸는 자가 되었을

것이다.

성경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천국성어(천국성어)로 기록된 것이 아니

라 인간언어 법칙에 따르면 인간언어로 기록되었으므로, 문법적 해석이

필요하다. 또한 역사의 진공상태에 투하된 말씀이 아니라 역사적 삶의

현장에 주어진 말씀이기 때문에, 역사적 해석이 필요하다. 성경은 성경

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할 때 이와같이 문법적, 역사적 해석을 배제하

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해석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성경으로 푸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도 "오직 성경"을 내세웠지만 문법적, 역사적 해석

을 따랐던 것이다.

"성경적 해석"이 학문적 해석활동을 단죄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단 분명

히 해둔 다음, 그렇다면 왜 성경이 성경의 해석자여야 하는가? 라는 질

문을 던지는 것이 합당하다. 성경이 성경의 해석자여야 한다는 원리의

배후에는 하나님이 성경의 원저자(Auctor primarius) 란 사상이 깔려 있

다. 얼른 보기에는 성경 각 권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위대한 설계자 (Grand Architect)로서 다양한 재료들

로 성경이란 한 웅장한 건물을 지으셨다. 따라서 각 부분이 서로 연결되

어 있다. 그러므로 한 부분을 볼 때 다른 부분과의 연결 속에서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성경 각 부분의 유기적 통일성은 신약과 구약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혹자는 구약의 하나님은 잔인하고 포악한 하나님이고, 신약의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애로은 아버지라고 하면서 신구약을 대조적으로 충돌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씨가 자라서 떡잎이 나고 줄기와 가지와 잎이 생

긴 다음 꽃을 피우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신구약 말씀은 유기적

생명체로서의 진전(progression)이었다. 이것은 진화론적인 발전이 아니

라 유기적인 진전이다.

그러면 유기적으로 진전한 다양속의 통일적인 성경말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해석되어야 할 한 본문을 어떻게 하면 전체의

구조 속에서 파악할 것인가?

우선 병행구조를 찾는 것이 손쉬은 해석방법이다. "너희는 여호와의 책

을 자세히 읽어보라 이것들이 하나도 빠진 것이 없고 하나도 그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 이는 여호와의 입이 이를 명하셨고 그의 신이 이것

들을 모으셨음이라" (사34:16).

선뜻 이해가 안되는 구절은 그 짝을 찾아보면 분명히 이해될 수 있다.

가령 히7:20에 "예수께서 제사장 된 것은 멩세없이 된 것이 아니다" 는

말씀이 나온다. 이것을 읽는 독자는 예수께서 언제 맹세와 함께 제사장

이 되었는가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말씀의 짝인 사110:4에 보면

"여호와는 맹세하고 변치 아니하시리라 이르시기를 너는 멜기세덱의 반

차를 좇아 영원한 제사장이라 하셨도다"는 말씀이 나온다. 여기에 예수

께서 영원한 대제사장이 될 것이 예언되어 있는데, 그 앞에 "여호와는

맹세하고..."란 말씀이 있다. 이 귀절을 히7:20과 연결해 보면 "예수께

서 제사장된 것은 맹세없이 된 것이 아니다"는 말씀이 금방 이해가 된다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짝을 찾아 해석하는 것이 성경으로 성

경을 푸는 한 방법이다. 그런데 짝을 찾을 때 표현상의 짝(verbal paral

lelism)을 실제상의 짝(real parallelism)으로 무조건 단정하지 말고 앞

뒤 문맥과 주제를 살피고 찾아야 한다.

이렇게 짝을 찾아 해석함으로써 성경을 성경으로 풀 수 있지만 더 포괄

적인 차원에서는 성경 전체의 맥 속에서 각 본문을 풀어야 한다. 그러면

성경 전체의 맥이 무엇인가? 이 질문은 신학적인 입장에 따라 달리 답변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성경적 해석"을 "신학적 해석"(thelolgical i

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필자는 성경의 대류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역사의 흐름이라고 본

다. 구약은 오실 메시아를 예언적.예표적으로 내다보았고 신약은 오신

메시아를 증거하고 있다. 구약은 그림자이고 신약은 실체이다. 이런 흐

름속에서 각 본문이 해석되어야 한다.

이 말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것이 아닌가고 반문할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로니칼하게도 기초적인 것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

실이다. 가령 민중신학에 의하면 이집트에서 탈출한 자들과 가나안의 농

노 및 빈자들이 '아비루'란 소외.저항 계층을 형성하고 '여호와 유일신

사상'(mono-yahwehism)을 저항정신으로 삼고 제도권에 저항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윗왕에 와서 여호와를 다윗성에 감금하고 법궤를 사물화(사물

화)하고 여호와 신앙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아 민중을 탄압했다고 한다

고 한다. 후에 예수님이 나타나서 민중의 땅 갈릴리에서 "민중예수"로

민중과 동일시하고 힘을 규합하여 제도권의 본부인 다윗성을 향해 진격

했다는 것이다. 지면상 자세한 설명은 못하지만 민중신학은 민중의 정치

사회적인 해방을 성경의 맥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성경과 명백히 충돌하

면서 다윗과 예수를 대조. 충돌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이것은 비근한 한 예에 불과하지만 구원사 (salvation history)의 맥으

로 보지 않는 신학사상과 메시지가 지금 한국교계의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평신도의 입장에서 성경의 맥을 바로 이해하려면 중생한 이성으로 성경

전체를 많이 읽고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 경주해야 한다.

성경 전체에 의해 항상 해석되고 순간순간 개혁됨으로써 성경 전체의 내

용이 소화.흡수되어 양질의 피로 혈관 속에 흐르는 자가 성경을 성경으

로 바로 해석하는 방향으로 성숙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