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동방에서] 성서세계 역사탐방

## 460년전 13번째 축성한 `전란의 성도' 예루살렘의 성벽 ##.

조선일보는 오늘부터 박준서 연세대대학원장이 집필하는 [빛은 동

방에서-- 성서세계 역사탐방]을 주간연재합니다. 역사상 최대의 베스트

셀러인 성서는 기독교 신앙의 원천일 뿐 아니라 역사문서이기도 합니

다.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서기전 약 2천년간 펼쳐진 역동

적인 역사가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인류문명의 자산인 이 지역은 [빛

은 동방에서]라는 유명한 문구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아

직도 낯선 곳이 이 지역입니다. 필자는 수천년 전 중동지역에서 장엄하

게 전개되었던 인류사의 현장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자들에게 안내할

것입니다. <편집자>.

1917년 영국의 알렌비(Allenby) 장군은 팔레스타인 전투에서 오토

만 터키 군대를 물리치고 승리를 거두었다. 이로써 꼭 4백년 동안 계속

됐던 오토만 제국의 팔레스타인 통치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알렌비

장군은 승전국의 야전군 사령관으로서 말을 타고 예루살렘으로 진군했

다. 그는 대군이 예루살렘 성문에 도착했을 때 행군을 멈추었다. {예수

께서 걸으셨던 예루살렘을 내가 어찌 말을 타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였다. 모든 군대도 도보로

장군의 뒤를 따랐다. 오늘도 예루살렘은 승전국의 장군을 말에서 내리

게 했던 신비로운 힘을 발하여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감격과 경외감으

로 채워준다.

역사적으로 예루살렘은 언제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중세까

지 유럽인들은 지도를 만들때 으례 예루살렘을 지구의 중심에 배치하였

다.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이 둘러있게 지

도를 만든 것이다. 오늘날 이곳이 지구의 중심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

다. 그러나 유대인,기독교도, 이슬람교도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중심적

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은 망향의 꿈이 실현될 목적지다. 서기전 6세

기 유다왕국이 멸망하고 유대인들은 넓은 세계로 흩어지게 되었다. 이

들은 지난 2천5백년 동안 똑같은 말로 그들의 유월절 기도를 끝맺어 왔

다.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바샤나 하바 임 예루샬라임). 귀향의 염

원이 간절한 기도로 표현된 것이다.

또한 기독교인들에게 그곳은 신앙의 고향이다. 예수께서 친히 걸으

셨던 곳이요, 십자가고난을 당하고,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곳이다.그

리고 전세계 교회의 모교회가 되는 예루살렘교회가 시작된 곳이다. 이

렇게 예루살렘은 기독교 역사의 출발지가 되는 빛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영광스러운 도성이다.

한편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랍인들에게 이곳은 [알 쿠드](Al Qud)

이다. [거룩한 곳]이라는 뜻이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모하메드가 밤에

백마를 타고 승천한 곳이요,그 종교의 3대 사원중 하나로 손꼽히는 [황

금돔의 사원]이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는 곳이다. 이렇듯 예루살

렘은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가 서로 경쟁하듯이 각기 자기들의 성도

라고 주장하는 특별한 도성이다.

그러나 의외로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순

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역사의 거친 바람과 모진 풍상을 가장 많이

겪어온 곳이다.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세 대륙이 만나는 중심점에

있다. 이 절묘한 위치 때문에 그곳은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던 수 많은

제국들의 군대가 이동하는 길목이 되었다. 제국들의 군대가 이동할 때

마다 이곳을 거쳐 지나갔고, 그 때마다 예루살렘은 전란의 화염에 휩싸

이게 되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여러번 이 도성의 주인이 바뀌는 수모

를 감내해야 했다.

이집트, 아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희랍, 로마, 비잔틴, 아랍,

십자군, 마멜룩, 오토만 터키제국… 수많은 제국들이 예루살렘을 거쳐

갔고, 그들의 족적을 남겨 놓았다.

전란으로 점철되었던 역사를 증언하듯이 오늘날 예루살렘은 높고 견

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이가 14m에 달하는 이 성벽은 예루살

렘에 세워진 열세번째의 성벽이다. 그동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

루살렘 성벽은 여러번 파괴되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이 반복된 것이다.

오늘날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거리는 땅속에

묻혀 있는 무너진 옛 성벽을 찾아내는 일이다. 1970년대 예루살렘을 발

굴하는 과정에서 폭이 7m나되는 성벽이 발굴되어 큰 화제가 된 일이 있

었다. 연대를 측정한 결과 고대 이스라엘의 히스기야왕 때 축성된 것으

로 판명되었다.

특이한 것은 그 성벽이 당시 일반가옥들이 세워져 있던 주거지역을

관통하며 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구약성경 이사야서를 보면 히

스기야왕이 아시리아 제국의 침공에 대비하여 예루살렘의 방위를 든든

히 했다는 기록이 있다(이사야서 22장).

그 기록 중에 놀라운 것은 히스기야왕이 예루살렘의 가옥을 헐고

주거지역을 통과해서 성벽을 쌓았다는 것이다. 바로 그 성벽이 발굴되

어 눈 앞에 드러남으로써 구약성경의 기록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입

증된 것이다.

오늘날 예루살렘의 성벽은 지금으로부터 약 4백60년 전이 되는 오

토만 터키제국 시대에 축성된 것이다. 1517년 예루살렘은 당시 세계의

패권자 오토만제국에 정복당하고 말았다. 예루살렘의 운명이 바뀐지

얼마되지 않아 오토만 제국에는 [술레이만] 황제가 등장했다. 그는 예

루살렘에 새로운 성벽을 쌓을것을 명령, 3년만인 1540년 총길이 4.5㎞

의 장엄한 성벽이 완성되었다. 이 [술레이만 황제의 성벽] 위로는 병

사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1.5m 정도 폭의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현재

이 통로는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어 성벽 위를 걸어서 예루살렘을 한바

퀴 돌 수가 있다. 눈 아래 펼쳐지는 고도의 파노라마를 조감하면 예루

살렘을 {많은 집들로 조밀하게 지어진 성읍}이라고 묘사한 구약성경의

말씀이 실감난다. <연세대대학원장·구약학>.

5천년의 긴 역사가 돌 하나, 흙 한줌에도 진하게 배어 있고, 사람

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종교적 경건함과 거룩함이 대기 속에 충일되어

있다.

그러 나 유대인들에게 예루살렘은 단순한 귀향의 목적지 이상의 의

미를 갖는다. 예루살렘은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이며 유대인

의 종교와 역사, 문화와 전통을 표상하는 상징이다.

오늘날 현존하는 역사적 도시 가운데 예루살렘처럼 많은 전란을 경

험하고 전화로 불에 타서 파괴되고 다시 재건된 도성은 없다. {예루살

렘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하는 구약성경의 말

씀은 끊임없는 전쟁으로 시달렸던 예루살렘의 역사를 역설적으로 잘

말해준다.

새로운 황제가 등장하였다.

그는 46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으면서 오토만제국의 전성기를 이

룩하였던 걸출한 인물이었다. 그는 예루살렘에도 오토만 통치의 유적

을 남겨놓기를 원해 그곳에 새로운 성벽을 쌓을 것을 명령하였다.

발행일 : 97년 06월 13일

제목 ; 기혼 샘

## 우물모양 직경2m, 수원 연결...다윗 공격땐 기습통로로 이용 ##.

1867년 영국군 장교 찰스 워런(Warren)은 특별한 임무를 띠고 예루

살렘에 도착했다.

당시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이스라엘에 관한 고고학적 관심이 크게

일어 속속 연구기관들이 문을 열었다. 영국 런던에서도 [팔레스타인

발굴학회]가 창립되었고, 이스라엘 발굴에 필요한 예비조사를 위해 공

병장교 워런을 예루살렘으로 파송한 것이다.

예루살렘에 도착한 후 워런은 [기혼샘] 지역을 탐사하게 되었다.이

샘은 거대한 암석지대의 지하 10m 지점 바위틈에서 발원하는 지하샘이

었다. 기혼샘으로부터 암석을 파서 만든 지하터널이 있고, 샘물은 이

터널의 수로를 따라 흘러가고 있었다. 워런은 기름 램프를 들고 허리

까지 차는 물을 헤치며 기혼샘으로부터 지하터널 안쪽으로 들어갔다.

25m쯤 갔을때 워런은 터널의 천장부분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직경이 2m 정도되는 둥근 모양으로 천장이 뚫려져 있었던 것이다. 자

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위를 향해 수직 방향으로 암벽을 뚫어 만든 일

종의 통로였다.

당시 워런은 이 암벽 수직갱도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또 그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했다. 흙과 돌로 윗부분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

었다. 또한 워런은 그가 발견한 것이 고고학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이 발견으로 구약성경의 큰 수수께끼 하나가 풀리게 되었고,

워런의 이름은 고고학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성서고고학자들은 그가

발견한 것을 [워런의 수직갱도](Warren's Shaft)라고 부른다.

[워런의 수직갱도]는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든 것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의 역사와 지형에 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96년은 예루살렘 정도 3천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이스라엘의 명

군 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왕국의 수도로 정한 이후 이 도성은 장장 3천

년 동안 파란만장한 역사의 중심무대가 되었다.

그런데 예루살렘의 실제 역사는 3천년을 훨씬 넘는다. 다윗의 정도

이전에 그곳에는 2천5백년 이상 원주민 여부스족이 살고 있었다. 이렇

게 볼 때 예루살렘은 적어도 5천5백년의 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고

도이다.

일찍부터 예루살렘에 도성이 세워진 것은 이곳이 공격해 오는 적을

방어하기 쉬운 천혜적인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동서 양편으로 경

사가 가파른 깊은 계곡이 있고, 계곡 사이 우뚝 솟은 언덕 부분에 성

벽을 둘러쌓고 도성을 만들었기 때문에 예루살렘은 난공불락의 철옹성

이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도 한가지 취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물이 귀하

다는 것이었다. 예루살렘 도성에 물을 공급해 주는 샘이 단 하나밖에

없었다. 예루살렘의 유일한 수원이 바로 기혼샘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민들 생존에 필수적인 기혼샘이 예루살렘 동편

골짜기 기드론계곡의 제일 아래쪽에 있는 점이었다. 예루살렘 성벽을

쌓을때 계곡밑의 기혼샘까지 포함시킬 수는 없어 그 샘은 성 밖에 있

었다. 따라서 평화시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전쟁이 일어나 성이 포위

되는 날에는 급수가 큰 문제였다. 예루살렘 원주민 여부스족은 성 밖

으로 나가지 않고 성안에서 기혼샘의 물을 길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

해내야 했다.

그들은 성안 암석지대에서 수직 방향으로 뚫려있는 천연적인 균열

부분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천연적 균열을 확장시켜서 마치 우물 모

양의 원통형수직 갱도를 만들었다. 바로 이것을 워런이 발견한 것이다.

예루살렘 원주민들은 지하 샘인 기혼샘에서 성 안쪽을 향해 암벽을

굴착해 들어갔다. 이렇게 기혼샘에서 암벽을 파서 만든 지하터널은 성

내의 수직갱도와 정확히 직각으로 만났다. 고대인들의 절묘한 기술이

었다. 그후 기혼샘의 물은 지하터널로 흘러 들어와서 수직갱도 밑에

고이게 되었다. 예루살렘 주민들은 갱도 위에서 우물물을 길듯이 두레

박으로 밑에 고여있는 물을 길어 올렸다.

그러나 예루살렘 원주민에게 물을 공급해주던 [워런의 수직갱도]는

그 도성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 통로가 되었다. 무명의 목동에서 이스

라엘의 왕이 된 다윗은 왕국의 수도를 물색하였다. 그는 예루살렘을

최적지로 지목하고, 병사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을 공격하였다.

다윗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구를 타고 올라가서 예루살

렘을 치라.} 병사들은 [수구]를 타고 올라가서 예루살렘을 기습공격했

던 것이다. 구약성경에 기록된 이 이야기에서, 다윗을 승리로 이끌었

던 [수구]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난제였다. 그러나 워런의

탐사로 구약성경의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였던 [수구]가 바로 그가 발

견한 [수직갱도]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6월 20일

[성서세계탐방] `통곡의 벽'만 남은 예루살렘 성전산

## BC 950년 솔로몬왕이 순금장식 성전 세워...로마군에 소실 ##.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이라도 주님을 모시기에 부족하거늘 제가 지은

이 성전이야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주의 백성 이스라엘이 성전을

향해 기도할 때, 그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이것은 기원전 950년경, 이스라엘의 지혜의 왕 솔로몬이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고 감격에 차서 드린 기도다. 순금으로 장식, 장엄미가 넘

치는 솔로몬성전이 세워진 곳은 예루살렘 성안의 동쪽 편에 있는 높은 지

대였다. 성전이 세워진후 이 지역은 [성전산](Temple Mount)이라고 불려

지게 되었고, 성도 예루살렘의 핵심부가 되었다.

솔로몬왕이 세운 성전은 이스라엘 최초의 성전으로 그들 신앙의 중심

지요,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이 성전은 건축된지 4백년을 넘기지

못하고 유다왕국의 멸망과 함께 파괴되는 비운을 맞았다.

기원전 6세기 초, 바벨로니아제국의 군대는 예루살렘을 침략하여 도성

을 불질러 초토화시켰다. 이때 성전도 완전히 소실되었다. 성전이 파괴

되는 과정에서 성전 안에 안치되어 있던 법궤(성궤)는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이 문제는 역사의 미스터리로 남아 많은 이야기의 소

재가 되고 있다.

유다왕국 멸망 후, 유대인들의 역사는 바벨론 포로생활로 이어졌다.

그러나 역사에 영원한 제국은 없는 법이다. 유다왕국을 멸망시킨 바벨로

니아제국도 신흥세력인 페르시아제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페르시아제국의

승리로 유대인들은 포로생활에서 해방되었고, 예루살렘으로 귀환하여 폐

허가 된성전을 재건하였다.(기원전 515년) 성전산 위에 세워진 이 [두번

째성전]은 페르시아, 희랍, 로마시대를 거치는 5백여 년 동안 나라 잃은

유대인들에게 종교적, 정신적 지주였다.

기원전 37년, 헤롯이 유대 역사에 등장하였다. 악명 높은 폭군 헤롯은

자기에게 등을 돌리는 유대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두번째 성전을 헐

고 크고 화려한 성전을 새롭게 건축하였다. 이것이 [세번째 성전]이며,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성전이기도 하다.

그러나 헤롯성전은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서기 1세기 중엽,로마제국

통치에 항거하는 유대인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는 와중에서

로마군대는 성전을 불태워 파괴시키고 말았다.(서기 70년) 이후로 성전

은 다시는 재건되지 못하였고, 오직 성전산의 서쪽편 축대의 일부가 [통

곡의 벽]으로 남아 그곳의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다.

유대인들의 달력으로 [아브](Av)달 9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다.

그것은 솔로몬성전과 헤롯성전이 파괴된 날이다. 비극적인 두 날이 일치

한다는 것은 단순한 역사적 우연일까? 오늘날도 그날이 돌아오면 유대인

들은 하루종일 금식하고, 구약성경 [예레미야의 애가서]를 읽으면서 그

날의 역사적 의미를 반추한다.

성전산의 모습은 서기 690년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아라비아반도에

서 일어난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랍인들은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성전산

위에 그들의 대사원을 건축하였다.

오늘날까지 성전산 위에 우뚝 서 있어 예루살렘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고 있는 이 대사원은 정팔각형 건물에 황금색 둥근 돔(dome)이 특징이

다. 또한 모든 벽면이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장식되어 아랍 건축예

술의 백미로 평가된다.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 중심에 있는 거대한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유

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제물로 바

치려고했던 곳이요, 이슬람교 전승에서는 마호메트가 승천할 때 마지막

으로 밟았다는 거룩한 바위다. 그래서 이 대사원의 이름도 황금빛 나는

[돔]과 거룩한 [바위], 이 둘이 합해져서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

이 되었다.

이 아름다운 [바위의 돔]의 건축자는 모슬렘의 통치자 [알 말리크]였

다. 그는 벽면에 자기의 이름과 건축연도(서기 691년)를 새겨 놓았다.

백여년이 지난 후, 당시의 통치자 [알 마문]은 자신이 대사원의 건축자

로 역사에 남고 싶은 욕심을 냈다. 그는 알 말리크의 이름을 없애고 자

기의 이름을 대신 넣게 했다. 그러나 그는 건축연도를 고치는 것을 잊어

결국 역사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최근 [바위의 돔] 대사원은 새 단장을 하게 되었다. 요르단의 후세인

왕은 6백50만달러의 사재를 내어 구리와 니켈 합금인 [돔]을 24K 순금으

로 씌우게 했다. 1993년 1월 시작된 공사는 15개월 동안 계속되어 1천

2백장의 얇은 순금 판이 [돔] 위에 입혀져 글자 그대로 [황금의 돔]이

되었다.

과거 이스라엘의 성전이 있던 [성전산] 위에 오늘날에는 이슬람교의

[바위의 돔]이 서 있다는 사실은 파란 많은 예루살렘의 역사를 상징적으

로 보여준다. 일부 과격한 유대인들은 이 대사원을 폭파시키고 그곳에

성전을 다시 세우겠다는 광신적인 생각까지 갖고 있다. 거룩한 땅 [성전

산]에서 종교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전산의 [샬롬]을 위해 모든 사람들의 기도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6월 27일

제목 : [성서세계 역사기행] 4개도시 공존하는 예루살렘

## 1평방km안에 모슬렘-크리스천-유대인-아르메니안구역 ##.

예루살렘은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명성에 비해 의외로 작은

곳이다. 성으로 둘러싸인 도성의 면적은 고작 1평방㎞밖에 되지 않는

다. 이 협소한 성안은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진 네 구역으로 나

눠져 있어 예루살렘은 마치 4개의 도시가 축소된 형태로 공존하고 있

는 것같다. 유태인, 모슬렘(이슬람교도인 아랍인들), 크리스천, 아르

메니아인. 이 네 종류의 사람들이 성내를 네 구역으로 나누고, 좁다

란 구역 안에서 자기들의 종교적 전통과 고유한 생활양식을 고수하면

서 살아가고 있다.

이 네 구역 중에 어느 곳을 먼저 찾아가 보느냐 하는 것은 각자

의 종교와 관심에 따라 다를수 있다. 그러나 예루살렘을 찾는 대부분

기독교인들은 제일 먼저 [모슬렘 구역]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것은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가

이 곳에서 시작하고 이 구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성지순례자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비아 돌로로사]를

걷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한 희망과 기대는 모슬렘구역에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사람들로 붐비는 혼잡하고 지저분한 좁

은 거리, 동굴 속 미로와 같이 어두컴컴한 수크(Suq: 천정이 덮인 아

랍식 시장),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란한 소리,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볼

륨 높은 아랍음악….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혼란 속에서 사람들

에게 밀려 [비아 돌로로사]를 지나게 된다. 성과 속이 혼재하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머리에 [카피에](Kaffiyeh)를 두르고, 물 파이프를 연신 빨아대

는 아랍인들의 모습은 우리들에게 이질감을 준다. 그러나 그들은 1천

3백년 이상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서기 630년대, 당시 신흥종

교인 [이슬람교]를 따르는 아랍인들이 성지 이스라엘을 정복한 이후,

십자군 시대 2백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그 땅의 주인노릇을 해온 그들

이다. 그 곳에 살고 있는 아랍인들이 예루살렘을 자기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좁은 성안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것은 이러한

오랜 역사적 연고 때문이다.

[비아 돌로로사]의 종착점은 [크리스천 구역] 안에 있는 [성묘

교회]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던 골고다 언덕과 3일 동안 묻히

셨던 무덤까지를 포함하는 지역 위에 세워진 웅장한 교회다. 크리스

천 구역을 대표하는 성묘교회는 역사가 오래된 여러 종류의 교회들이

교회건물의 한부분씩을 차지하고 있어 마치 세계 교회 박람회장과 같

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에서 보면 뒤늦게 출발한 개신교 교회들을 위

해 한치의 공간도 남겨놓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 성묘교회 밖의 크리

스천 구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가톨릭 교회, 희랍 정교회는 물론이

요, 콥틱 교회(이집트 교회), 시리아정교회, 에티오피아 교회들과 같

이 우리에게는 생소한 교회들이 그들의 교회 건물, 수도원, 대주교관

등을 건축하여 넓지않은 크리스천 구역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그 구역에 있는 개신교 교회는 독일 [루터교회] 뿐이다. 19세기

말, 이 교회 건축을 마치고 봉헌하는 예배 때 당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친히 참석했던 것으로 유명한 교회이다.

다음으로 유태인들의 주거지인 [유태인 구역]으로 발길을 옮긴

다. 이 구역은 가장 정돈이 잘된 단정한 모습이다. 1948년 이스라엘

의 독립전쟁과 1967년 [6일전쟁]때 아랍인들과의 전투에서 이 구역은

집중적으로 포격당해 거의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6일 전쟁]에서 이

스라엘측이 승리한 후 그들은 이 구역을 복구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

과 역사적인 유태인 구역이 잿더미로부터 재건되었다. 복구할때 의도

적으로 폐허의 일부를 그대로 남겨둔 곳도 있어 유태인들의 역사의식

과 후손들의 교육을 위한 지혜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예루살렘의 네 구역 중 우리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곳은 [아르메

니아인 구역]이다. [아르메니아인]들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지역에

사는 소수민족이다. 어떻게 그들이 예루살렘의 한 구역을 당당히 차

지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르메니아인들은 기독교사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서기 280년 경, 전도자 [그레고리]는 아르메니

아 왕을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세례를 주는데 성공했다. 이 기독교 역

사에서 초유의 일은 콘스탄틴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것보다도 한 세

대나 앞서 일어났다.

아르메니아인들은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박해를 받으며

살아 왔고, 그들 중 일부는 일찍부터 예루살렘으로 이주해 와서 살게

된 것이다. 이 구역의 대표적인 교회는 [야고보 대성당]이다. 예수의

제자 [야고보]와,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기념하는 교회로, 박해와

수난 속에서 살아온 아르메니아인들의 신앙의 본산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7월 04일

## 기원전 700년경 대역사...지금도 잔잔히 물 흐르는 명소 ##.

오토만 터키 제국시대 황제의 도성 이스탄불에는 세계에 자랑할만한 명

소들이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이스탄불 고고학박물관]이다. 이 박물관

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나, 런던의 대영박물관만큼 유명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곳은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의 유명한 소장품들 중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실로암

돌기록]이다. 이 돌기록은 예루살렘 [실로암 못] 근처에서 발견된 것으로

높이 25㎝, 폭 60㎝의 그리 크지 않은 돌판에 고대 히브리어가 6줄로 새

겨져 있다. [실로암 돌기록]은 고고학적으로 대단히 귀중한 자료다. 구약

시대 유다 왕국의 히스기야 왕이 암벽을 파서 예루살렘의 지하터널 수로

를 만들었던 공사과정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원전 7백년경, 유다 왕국의 14대 왕이었던 히스기야는 많은 업적을

남겨 명성을 떨쳤다. 그는 업적 중에는 2천7백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것이 있다. 그것은 예루살렘 기혼샘 지역의 암벽을 파서 만든 지하터

널이다. 고고학자들은 이것을 [히스기야 터널]이라고 부른다.

히스기야 왕은 예루살렘의 유일한 물 공급원인 지하의 기혼샘으로부터

성 안쪽에 이르는 지하터널을 파들어갔다. 기혼샘 지역은 거대한 암석지

대이므로, 터널은 암벽을 파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이 암벽 지하터널이

완성되었을 때 성 밖의 기혼샘에서 발원한 물은 지하터널의 수로를 따라

예루살렘 성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었다.

히스기야 터널을 통해 성 안으로 흘러 들어간 기혼샘의 물은 큰 못을

이루었다. 이 못이 신약성경에도 등장하는 실로암 못이다. 히스기야 터널

이 뚫림으로써 예루살렘 주민들은 성밖 계곡 밑에 위치한 기혼샘까지 내

려갈 필요 없이 성안의 실로암 못에서 편하게 물을 긷게 되었다. 전쟁이

일어나 적들이 예루살렘을 포위해도 성안의 급수는 전혀 문제가 될 수 없

었다.

일찍이 예루살렘 원주민들은 성 밖으로 나가지 않고 성 안에서 기혼샘

의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우물 형태의 수직터널을 만들었다. 이것이 지

난회에서 언급한 [워런 수직갱도]이다. 히스기야 왕은 지하터널을 만들어

기혼샘의 물을 성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보다 근본적으로 예루살렘의 급

수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5백m 이상의 암벽을 파서 만든 터널 공사는 당시 엄청난 대공사였을 것

이다. 그러나 구약성경은 이에 관해서 의외로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히스기야 왕은 저수지를 만들고(즉 실로암 못), 수도를 만들어 예루살

렘 성안으로 물을 끌여들였다(구약 열왕기하 20장).} 그런데 이스탄불 고

고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실로암 돌기록]에는 히스기야 왕의 대역사

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굴(터널)이 뚫려진 과정은 다음과 같다. (양편에서 중간을 향해 굴을

파 나가다가 중간지점에 거의 도달해서) 3규빗 쯤 남아있을 때, 우리들은

반대쪽에서 서로 사람을 부르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굴이 마

주뚫렸을 때, 돌 깎는 연장과 연장이 서로 부딪쳤다. 그리고 (기혼)샘으

로부터 물은 저수지(실로암 못)를 향해서 1천2백 규빗 거리를 흘러 들어

갔다.}.

이것은 기혼샘과 성 안쪽, 양편에서 암벽을 파 들어가 중간지점에서 서

로 만나는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생생한 기록이다.

[히스기야 터널]은 암석지대를 파서 만든 총길이 5백35m(구약시대의 단

위로는 1천2백규빗)의 지하터널이다. 한가지 특기할 점은 물의 발원지 기

혼샘과 지하터널의 끝부분이 되는 실로암 못, 두 곳의 고저 차이는 불과

2m밖에 되지 않는다. 기혼샘에서 발원한 물이 실로암 못을 향해 서서히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터널 바닥의 경사를 대단히 완만하게 만들었기 때

문이다. 그런데 [히스기야 터널]에는 한가지 큰 수수께끼가 있다. 그것은

이 터널이 직선이 아니고 S자 형의 곡선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직선으로

암벽을 파서 만든 터널도 중간에서 서로 정확히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

다. 그러나 [히스기야 터널]은 곡선으로 양편에서 암벽을 파 들어가서 중

간지점에서 정확하게 만난 것이다. 이 때 만난 지점에는 불과 30㎝ 미만

의 고저오차만이 있었을 뿐이다. 실로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터널을 직선으로 뚫지 않고 복잡하게 꾸불거리는 곡선으로 만든 이유에

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설명은 암석지대

에 부분적으로 자연적인 균열이 있어 이를 따라 터널을 만들었기 때문에

곡선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도 히스기야 터널에는 기혼샘에서 솟아난 물이 잔잔히 흐른다. 다

윗왕도, 예수께서도 마셨던 기혼샘의 물이다. 손전등을 들고 허리까지 차

는 물을 헤치며 히스기야 터널을 건너보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예루살렘의

역사적 순례가 된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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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설교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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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프로그램은, 육성설교자료모음 바로 위에 있는 '안내'

메뉴에 들어가면 받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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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성서세계 역사탐방] 세례요한의 고향 "엔 케렘"

## 지하동굴에 단생장소 보존...바르루치 설계 교회 아름다움넘쳐 ##.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기인적 풍모를 풍기

는 사람은 [세례 요한]이다. 그는 외모부터 특이하여 약대털옷에 가죽띠

를 띠었다.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고, 사는 곳은 유대 광야였다.

당시 지도층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그들의 불의와 위선을 질타하였다. 그러나 그는 예수를 향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뒤에 나보다 훨씬 위대한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끈도

풀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신약성경은 그를 예수께서 오실 길을 예비했던 그리스도의 선도자

라고 기록하였다. 그는 요단강에서 예수께 세례를 주어 그의 이름 앞에

는 항상 [세례]라는 말이 붙여지고 있다.

세례 요한의 고향으로 전하는 곳이 예루살렘 서쪽 4㎞쯤 떨어진 곳

에 있는 [엔 케렘](Ein Kerem)이다.

[포도원의 샘]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마을은 수목이 우거져 자연경관

이 수려하고 사이프러스 나무의 싱그러운 향기가 바람에 날려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정감이 우러나는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중심부에는 그곳에서 제일 큰 건물인 [세례 요한 교회]가 우

뚝 서있다. 세례 요한이 태어난 곳이라고 전하는 장소 위에 세운 교회다.

1940년대 발굴 조사에서 이 교회터는 일찍이 로마제국의 [하드리안]

황제가 로마식 신전을 건축했던 곳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왜 이 작은 무명의 마을에 로마식 신전을 세웠을까? [하드리안] 황

제는 기독교를 말살하기 위해 이스라엘 땅 안에 있는 중요한 기독교 성지

에 로마식 신전을 세우게 했던 인물이다.

세례 요한 교회터에 로마식 신전이 세워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

이 기독교 초기 역사에서 중요한 곳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4세기 초, 콘스탄틴 황제의 등장으로 핍박받던 기독교는 종교의 자

유를 얻게 되었고, 이스라엘 땅에서는 교회 건축이 시작되었다. 엔 케렘

에서도 로마 신전을 헐고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이 교회는 이스라엘 땅에 있는 수많은 역사적 교회들과 비

슷한 운명을 겪게 된다. 그 땅의 주인이바뀜에 따라 교회가 파괴되고

다시 세워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마침내 로마 가톨릭 교회는 폐허가

된 교회터를 구입하고 교회를 재건하였다.

현재의 교회 건물은 19세기말에 완성된 것이다. 이 교회의 지하

층으로 내려가면 세례 요한이 탄생했던 장소라고 전하는 동굴 부분이 잘

보존되어 있다. 긴 역사의 와중에서도 이 장소가 보존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게 보인다.

엔 케렘을 성지 순례자들의 명소로 만드는 또 하나의 교회는 [마리

아 방문 교회]다.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가 세례 요한의 모친 [엘리사

벳]을 만난 것을 기념하는 교회다. 마리아와 만났을 당시 엘리사벳도

세례 요한을 잉태중이었다. 실로 역사적인 만남이다. 모태에서 예수와

세례 요한이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세례 요한은 기뻐서 모친 엘리사벳의 모태에서 춤을 추었다

고 신약성경 누가복음은 기록하고 있다. 마리아 방문 교회도 세례 요한

교회와 비슷한 수난의 역사를 겪었다.

서기 5∼6세기 비잔틴 시대에 이곳에 교회가 들어섰지만 그 후 파

괴되었다가 십자군 시대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십자군 철군 이후 퇴락

일로를 걸었다. 그후 로마 가톨릭은 이 교회의 대지를 매입하고 2차 세

계대전 직전에 건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 중 일시 중단되었다가

1950년대에 비로소 교회 건물이 완성되었다.

마리아 방문 교회를 설계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건축가 [안토니오

바르루치](Antonio Barluzzi)다.

20세기가 낳은 가장 위대한 교회건축가로 인정받는 바르루치는 예

루살렘 동편 감람산 위에 [겟세마네 동산 교회], [주님의 눈물 교회] 등

유명한 교회를 설계한 사람이다.

마리아 방문 교회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평가되며, 성지

이스라엘에서 매우 아름다운 교회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 교회는 지나

치게 치장하지 않고, 너무 웅장해서 위압감을 주지도 않는다. 단순미와

절제된 세련미가 넘치는 단아한 모습이다. 누구든 들어가서기도 하며

피곤한 마음을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교회다.

교회 정면에는 성모 마리아가 나귀를 타고 천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엔 케렘을 향해 가는 모습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고, 교회 담 벽에는

마리아가 하나님을 찬양한 [마리아 찬가](누가복음 1장 46∼55절)가 42개

언어로 세라믹 판에 기록되어 있다.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 내 마음이 하나님 내 구주를 기뻐하였음

은 이여종의 비천함을 돌아보셨음이라….} 우리말로 엔 케렘의 교회에서

읽는 마리아 찬가는 새로운 감동과 영감을 준다. <박준서·연세대 대학

원장>.

발행일 : 97년 07월 18일

[빛은 동방에서] 구약 이래 이스라엘 관문 -- 욥바

항공여행이 보편화되기 전에 이스라엘을 찾아가는 길은 주로 지중해

였다.

지중해의 푸른 파도를 헤치고 항해한 배가 성지에 도착해 닻을 내린

항구는 [욥바]였다. 항구로서 천혜적인 조건과 예루살렘에서 가깝다는

이점을 두루 갖춘 욥바는 구약시대부터 줄곧 이스라엘의 관문이었다.고

대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이 예루살렘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 지역에서

질좋은 백향목을 수입한 욥바였고, 구약의 예언자 요나가 하나님의 말

씀을 거부하고 도망하려고 배를 탔던 항구도 욥바였다.

고고학적으로 욥바는 적어도 5천년 이상 역사를 지닌 세계에서 매우

오래된 항구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역사에는 서기전 15세기 경, 고대

이집트의 기록에 처음 등장한다. 파라오 투트모세가 정복했던 중요한

도시들 가운데 욥바가 언급되고 있다. 욥바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요

한 항구이기에 역대 군왕들이 한결 같이 탐을 냈고, 제국들은 이곳을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불사했다. 그런 과정에서 욥바의 주인은 수없이

바뀌어 이스라엘에서 [주인이 가장 많이 바뀐 곳]이라는 불명예스런 기

록을 갖게 되었다. 파란만장했던 욥바의 역사 한 페이지를 읽어보자.

서기전 63년, 로마 제국이 이스라엘을 정복한후 욥바는 로마 제국의

시리아 지역 총독 관할이 됐다. 얼마 후, 줄리어스 시저는 이곳을 유대

총독 관할로 이관했다. 그러나 로마의 실권자 마크 안토니 장군은 클레

오파트라 여왕에게 욥바를 선물로 주어 이곳은 이집트에 속하게 됐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욥바를 헤롯 왕에게 넘겨

주었다. 불과 50년이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주인이 무려 네번이나

바뀐것이다. 파란 많던 욥바 역사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욥바는 기독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가 신앙심 많은 여인 다비다를 죽음에서 살려내는 기적을 행한

곳이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 선교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는 [베드

로의환상] 체험현장이다.

베드로는 욥바에서 가죽제품 장인인 시몬의 집에 체류한 일이 있었

다. 해변의 그의 집 옥상에 올라가 기도하던 중 베드로는 이상한 환상

을 본다. 유대인들이 금기로 여기는 동물들을 담은 보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오며,그것을 잡아먹으라는 음성이 들린 것이다. 구약성경에는 모든

음식은 먹을 수 있는 정한 것과 먹어서는 안되는 부정한 것으로 식사법

을 규정해 놓았다.(레위기 11장) 유대인이었던 베드로는 하늘에서 내려

오는 부정한 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때 하늘의 음성이 들렸다. {하

나님께서 정하게 하신 것을 부정하다고 하지 말아라.} 베드로는 이 음

성을 세번 들었다.

베드로의 환상 체험은 기독교 역사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사건이었다. 이때부터 기독교인들은 구약의 식사법에서 벗어나

정한 음식과 부정한 음식을 구별하지 않게 됐다. 뿐만 아니라, 유대인

들은 정결한 사람들이며 이방인들은 부정한 사람들이라는 전통적인 유

대인 인식이 무너지고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됐다. 사실 기독교 선교 초기에는 복음은 유대인들 사이에서만

전파되었다. 그러나 [베드로의 환상] 이후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이

없는 선교가 이루어지기 시작한것이다. 욥바는 기독교가 유대인의 종교

에서 범세계적인 종교로 발전하는 획기적인 전환을 태동시킨 곳이었다.

지금 욥바에는 베드로를 기념하는 교회가 둘 있다. 이름은 모두 [베

드로 교회]다. 하나는 로마 가톨릭에 속하는 교회로 십자군 시대의 성

채 위에 바로크 양식으로 서 있는 역사적인 교회다. 교회 구내에는 십

자군시대의 성채 부분도 남아 있고, 나폴레옹이 이집트 원정길에 머물

렀다는 방도 있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 정교회에 속하는 교회로 다비다

의 무덤이라고 주장되는 곳 옆에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욥바 북편 지중해 해안에는 새로운 도시가 서기

시작했다. 욥바에 살던 일단의 유대인들은 비좁고 혼잡한 고도를 벗어

나 신도시의 꿈을 실현했다. 그 새 도시가 바로 텔 아비브이다. 텔 아

비브는 급성장, 오늘날 이스라엘 최대의 현대적 도시로 발전했다. 지금

욥바는 행정적으로 텔 아비브와 통합되었다. 역사적인 항구도시와 첨단

적인 현대도시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어 새 역사의 주역이 되고 있는 것

이다.

발행일 : 97년 07월 25일

[성서세계 역사탐방] 네게브와 베두인들...박준서

## 구약시대부터 `사막의 영주'...일부다처-대가족제 고수 ##.

남북으로 길게 뻗친 이스라엘의 남쪽 절반의 땅 [네게브] 황무지.

이곳은 대지를 녹일 듯 작열하는 태양과, 뜨겁게 달아오른 땅에서

뿜는 지열이 합해 섭씨 40도를 웃돈다. 일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

아 물이 없고, 기온은 높아 모든 것이 말라 타버리는 불모의 땅이다.

워낙 덥고 메말라 이스라엘 사람들은 [네게브 사막](Negev Desert)

이라고 부른다.

이런 땅에도 사람이 살고 있을까? 끝없는 황색의 단조로움을 깨려

는 듯 도처에 보이는 검은색 천막들은 그곳이 사람이 사는 곳임을 말

해준다. 이 천막들은 정착생활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사막의 주인공,

[베두인]들의 이동거처이다.

오늘날 중동지역 전역을 차지하는 아랍인(Arab)들은 크게 두 부류

로 나뉜다. 농업 등 정착생활을 하는 [펠라힌](Fellahin)과, 가축을

사육하며 유목생활을 하는 [베두인](Bedouin)이다. 베두인은 아랍어

로 [사막의 거주자]라는 뜻으로, 아랍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 현

재 그들 중 10만명 가량 되는 베두인들이 네게브사막에 살고 있다.

고고학적으로 볼 때, 적어도 4천년 이상 천막생활을 고수하며 사

막의 영주 노릇을 하고 있는 베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낙타이

다. 사막의 캐딜락이라고 불리는 낙타는 그들의 필수 교통수단이며,

생계수단이다. 낙타의 발은 모래땅을 걷기에 적합하고, 독특한 구조

의 위장에는 물을 저장할 수 있어, 수일간 물 없이 지낼 수 있다. 낙

타는 힘도 세다. 2백∼3백㎏ 짐을 싣고도 하루에 40㎞ 정도를 거뜬히

걷는다. 낙타의 우유와 그것으로 만든 치즈 종류는 베두인들의 주식

이며, 낙타고기는 명절에 먹는 별식이다. 낙타 털은 베두인 여자들이

직조해 옷과 천막을 만든다. 또 낙타는 베두인에게 가장 소중한 수입

원이다. 사육한 낙타를 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낙타털과 염소털로 만든 베두인 천막 내부는 멀리서 보기와 달리

비교적 넓다. 아직도 일부다처여서 가구당 자녀가 8명인 대가족이 살

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낮이면 양과 염소들이 더위를 피해 천막에 들

어오는 바람에 사람과 가축이 어지럽게 함께 지낸다. 이동생활이라

가구는 없다. 현대 물질 문명과는 거리가 먼 지극히 단순한 생활이다.

워낙 물이 귀해 세수를 해본 일이 없는 듯 보이지만 뚜렷한 얼굴 윤

곽과 빛나는 눈빛은 사막의 주인답게 강인한 인상을 준다.

베두인들은 자기 천막을 찾은 손님을 극진히 대접한다. 아름다운

관습이다. 먼저 뜨거운 차가 나오고, 양이나 낙타 젖으로 만든 요구

르트나 치즈가 뒤를 잇는다. 비위에 맞지 않지만 그들의 친절을 물리

치기는 쉽지 않다. 손님이 오면 여자들은 급히 얼굴에 베일을 가리고

천막안쪽으로 사라진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얼굴을 베일로 가린채 낙타를 타고 먼길을

온 이삭의 부인 [리브가]가 나온다. 베두인 여자들은 이 리브가를 연

상시킨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베두인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건넨다거나, 사진

을 찍는 것은 결례중의 결례다. 남편에게 변을 당할 수도 있다. 그들

에게는 남녀간 규범이 엄존하고 있다.

베두인은 문맹이고 극도로 빈곤해 보인다. 그러나 소유하고 있는

최소한에도 자족하며, 과욕 없이 소박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명예를 생명처럼 귀히 여기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며, 연장자 순으로

분명한 위계 질서를 유지한다. 그들은 이동할 때 일부 살림살이를 나

무에 걸어 놓고 떠나기도 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

와도 모든 것이 그대로 있다.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은 그들

의 오랜 불문율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배고픔을 못이긴 베두인이

다른 사람의 먹을 것에 손을 댄 경우다. 그러나 그때는 반드시 푸른

나뭇가지를 두 돌 사이에 끼워 표시를 남겨둔다.

이것을 [아라아마]라고 부르며, 이 경우에는 절도로 여기지 않는

다.

1960년대 이후 네게브 사막의 베두인들에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네게브 사막 개발계획의 일환으로 베두인 정

착화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네게브 지역에 7개의 베두인 촌을

만들고, 아파트 등 주택과 학교를 지어 그곳에 정착토록 한 것이다.

현재 네게브 지역 베두인중 약 절반인 5만명 정도가 유목생활을 버리

고 정착생활로 전환했다. 그들은 주로 일용노동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베두인 정착화 계획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

다. 정착생활로 전환한 베두인들은 급속도로 물질주의에 오염되어 전

통과 가치체계가 무너져 버렸다. 과거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절도

폭력등 범죄, 음주,마약, 청소년 문제들이 심각히 확산되고 있다. 베

두인들의 아름다운 전통과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면서 현대사회로 이

전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현대 물질문명은 왜 인간성을 오염시키고

타락시킬까? 한 문화집단의 급속한 붕괴를 보면 현대적 의미의 [개발]

에 회의가 들어 착잡해진다. <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8월 01일

제목 : [성서세계 역사탐방] 네게브 사막 녹색화

## 1964년 요단강물 끌어…"사막이 연못되리라" 이사야예언 실현 ##.

{사막에 샘이 터지고, 황무지에 냇물이 흐르리라. 뜨겁게 타오르던

땅은 연못이 되고, 메마른 곳은 샘터가 되리라}.

기원전 8세기 구약의 예언자 이사야는 이스라엘 땅 미래를 이렇게

노래했다. 오늘날 이스라엘 남부지역 [네게브 사막]에서는 일찍이 이사

야가 꿈꾸었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사막에 물이 흐르고, 불

모지가 옥토로 변하는 기적이다. 이스라엘의 남쪽 절반을 차지하는 네

게브사막은 일년 강우량이 20∼40㎜에 불과하다. 그나마 뜨거운 태양

빛에 곧 말라버려 모든 것이 황토색으로 변해버린 열사의 땅이다. 그곳

은 사막생활에 익숙한 유목민 [베두인]만 사는 곳일 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망각의 땅이다.

그러나 20세기 중엽 불모의 땅 네게브 사막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

기 시작했다. 그것은 1948년 독립한 이스라엘이 네게브 사막 개간에 역

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한치의 땅이라도 소중했던 신생국가 이스라엘은

40억평에 달하는 네게브 지역의 개발을 국가 생존과 관계된 문제로 생

각했다.

[네게브 사막 녹색화]의 선결과제는 물의 공급이었다. 먼저 송수관

을 만들어 갈릴리 호수와 요단강에서 물을 끌어들였다. 1964년 완성된

송수관으로 물을 공급받게 된 지역에서는 농작물 재배를 시작했다. 결

과는 기대 이상의 풍작이었다. 원래 네게브의 토양 자체는 비옥하기 때

문이다. 지하수 개발에도 힘을 기울였다. 최저 1천m나 되는 깊은 지하

에서 대수층을 찾아내 물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지하수에는 염분이 너

무 많아 농업용수로 쓸수 없었다. 사막의 개척자들은 좌절하지 않고 염

분있는 물로도 재배가 가능한 농작물 품종을 개량해 냈다. 염분이 있는

지하수로 재배된 과일들은 흥미롭게도 당도가 훨씬 높아 상품가치가 더

크다. 인간의 노력이 악조건을 호조건으로 전환시킨 좋은 사례다.

1980년대부터는 다른 지역의 생활폐수를 정수해 네게브 지역에 농업

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오늘날 네게브 지역에서 사용하는 농업용수의

50%는 정수한 생활폐수이다. 현재 폐수 정수용량은 연간 1억 2천만㎥이

나, 2000년까지 갑절로 늘릴 계획이다.

어렵게 얻은 물이기에 네게브의 개척자들은 한방울도 낭비하지 않는

다. 그들은 세류관개(drip irrigation)라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었

다. 직경 1㎝정도의 가는 호스에 촘촘히 작은 구멍을 뚫고, 그것을 땅

에 깔아놓아 농작물에 물을준다. 농작물의 위에서 물을 뿌리는 기존 방

법보다, 2배 이상 물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오늘날 네게브 사막에는 농장뿐만 아니라 인공양어장까지 있다. 갈

릴리 호수에서 잡히는 일명 [베드로 고기], 바스(bass)가 양식되고 있

다. 사막 한 복판에서 양어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막이 변하여 연못

이 된다]는 예언자의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현재까지 약 2억평에 달하는 네게브 지역에 물을

공급해 사막을 옥토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네게브의 5%에

불과하다. 그들은 10%를 목표로 삼아 지금도 폭염 밑에서 구슬땀을 흘

리고 있다.

네게브 사막의 경이적인 변화 뒤에는 한 위대한 지도자의 비전과 지

도력, 그리고 필생의 헌신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이스라엘

초대 총리 [벤 구리온](Ben Gurion)이다. 그는 이스라엘 독립후 13년간

총리직을 맡아 신생 이스라엘의 초석을 공고히 한 분이다. 그는 누구보

다도 앞장서서 네게브 사막 개간을 독려했다.

{이스라엘 최대의 희망은 네게브 사막이다.} {우리가 네게브 사막을

정복하지 못하면, 네게브 사막이 우리를 정복하고 말 것이다.} {네게브

사막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물과 우리의 땀이다.}.

그는 77세의 고령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자 부인 파울라와 함께 곧

바로 네게브 사막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스데 보켈] 키부

츠의 일원이 되어 다른 사람과 똑같이 손에 흙을 묻히면서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그가 87세의 나이로 죽었을 때, 그는 한 푼의 돈도, 한

개의 저금통장도, 한 평의 땅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크나큰 정신적 유

산과 녹색으로 바뀐 네게브 지역을 전 이스라엘 국민에게 남겨 주었다.

그가 마지막 10년 동안 살던 집은 오늘날 [벤 구리온 기념관]으로

보존되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 작고 초라한 간이 주택이다. 안에

들어서면 검박했던 그의 삶의 모습에 머리가 숙여진다. 지금도 이 기념

관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말로만이 아니라,

삶과 행동으로 본을 보여준 위대한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름

답고, 고귀한 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한다.

네게브 사막은 하루가 다르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하고 있

다. 사람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말한다.그러나 이 기적은 일찍이 이스라

엘 예언자의 비전과 한 지도자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개척자들의 불굴

의 의지와 땀이 합해서 만들어진 공동 작품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08월 08일

제목 : [성서세계 역사탐방] 세겜과 사마리아인....박준서

## 출애급 이스라엘인들 복귀예배 보던곳...후손 7백여명 생존 ##.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구약성경은 이렇게 이스라엘 땅의 경계를 표

현한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이스라엘 땅의 최북단은 [단]이요, 사람이

살수 있는 남쪽 끝은 [브엘세바]라는 뜻이다. 단에서 브엘세바까지는

230km. 정확히 그 중간지점에 도시가 있다. [세겜]이다. 세겜은, 역사

무대에 예루살렘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

을 했던 중심지였다.

세겜은 두 산 사이 계곡에 있다. 남쪽에서 보면 왼편에 [그리심]산,

오른편에 [에발]산이 있어 사람의 양어깨 같은 형태다. 그래서 도시의

이름도 [양 어깨]를 뜻하는 [세겜]이 되었다. 고대부터 세겜은 이스라

엘의 동서와 남북을 왕래하는 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오늘

도 이스라엘의 남북 간선도로는 두 산 사이를 지나 세겜을 통과하고 있

다. 세겜은 낮은 계곡지대여서 공격해 오는 적을 막기에는 불리했다.

이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대한 성벽으로 세겜을 둘러싸았다. 1950

년대 성벽의 일부가 발굴되어 구약시대 세겜은 대규모 도성이었음이 밝

혀졌다.

이스라엘 중심도시였던 세겜은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이 일어난 역사

적 현장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40년간 광야에서 생활하던

끝에 꿈에도 그리던 이스라엘 땅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은 한 곳에

모여 하나님께 예배를 드림으로써 새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

뜻깊은 예배의 장소가 세겜이었다. 세겜 예배는 특이했다. 이스라엘 사

람들은 두 산 앞에 나눠선 후 그리심산 앞에 선 사람들은 축복을, 에발

산앞에 선 사람들은 저주를 선언한 것이다. 하나님께 대한 순종과 불순

종의 삶의 결과를 선포한 것이었다. 그후 오늘날까지 그리심산은 축복

의 산으로, 에발산은 저주의 산으로 전하고 있다.

기원전 920년대, 세겜에서 이스라엘 왕국이 분열되는 정치적 변혁이

일어났다. 솔로몬 왕이 죽고, 그 아들 [르호보암]이 왕위에 올랐을 때,

이스라엘 북쪽 10지파 사람들은 세겜에 집결했다. 그들은 르호보암 왕

에게 백성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것을 요청했다. 왕이 요구를 묵살했고

그들은 반기를 들고 독자적인 왕국을 세웠다. 이때부터 이스라엘은 예

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남쪽의 [유다 왕국]과, 분열해 나간 북쪽의 [이

스라엘 왕국]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북왕국의 수도는 처음에는 세겜이

었다. 그러나 얼마 후 방어에 유리한 [사마리아]로 천도했다.

오늘날 세겜은 [사마리아인]들의 중심도시로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강도 만난 사람을 극진하게 돌보아준 [선한 사마리아인], 예수께서

10명의 나병환자를 고쳐주셨을 때, 유일하게 예수께 와서 감사했던 [사

마리아인], 이들은 모두 잘 알려진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그러나 신

약시대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인들로부터 온갖 차별과 멸시받던 사람들

이었다. 그러기에 이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들은 더 큰 감동과 교훈을 받

는다.

놀라운 것은 이 사마리아인의 후예들이 세겜을 중심으로 지금도 생

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들은 모두 합쳐 불과 7백명 남짓하다.

그러나 그들은 2천 5백년 이상 오랜 전통을 고수하며 건재하고 있다.

이 사마리아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왜 유대인들의 경멸과 멸시의

대상이 되었는가? 사마리아인들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마리아인들은 스스로를 이스라엘의 조상 [요셉]의 직계 후손이라

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그들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사마리아인의 기원을 북이스라엘 왕국 멸망 이후로 보기 때문이다.

기원전 720년경, 세계의 패권자 아시리아 제국은 북이스라엘 왕국을

정복했다. 북왕국이 멸망한 후 그 곳은 [사마리아 지역]으로 전락했다.

한편, 아시리아제국은 정복민 [인구 교환정책]을 강요했고, 이에 따라

북왕국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역으로 분산되었다. 여기서 이스라

엘의 [잃어버린 10지파] 전승과 전설이 생기게 되었다. 동시에 많은 이

민족들이 사마리아 지역으로 이주해 들어갔다. 자연 그곳 사람들은 혼

혈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혼혈이 된 사마리아 지역민들을 [사마리아인]

(Samaritans)으로 부른다. 그러나 그들은 혈통의 순수성을 귀히 여기던

남쪽 유다 왕국의 후손인 [유대인](Jews)의 멸시를 피할 수 없었다.

역사적으로 사마리아인들은 그리심산을 성산으로 여겨왔다. 오늘날

도 매년 유월절이 돌아오면, 그들은 산자락에 모여 구약성경에 규정된

대로 양을 잡아서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를 지킨다. 사마리아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소수민족이지만 수천년 동안 종교적, 문화

적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오늘날 이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8월 15일

솔로몬왕의 해상무역 거점항 엘랏

## 기원전 900년경 홍해 무대로 거대한 부 얻어…50년대 재개발 ##.

솔로몬 왕의 부귀와 영화는 가히 전설적이다. 그는 13년에 걸쳐 예루

살렘에 궁전을 건축하고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도록 내부를 장식했다. 왕

이 앉는 보좌는 상아로 만들고, 그 위에 정금을 입혔다. 순금을 씌운

금방패 5백 개를 만들어 왕실에 진열하기도 했다. 왕궁에 관한 구약성경

의 묘사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솔로몬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으로

만들었고…, 왕궁의 모든 집기도 순금으로 만들었다. 은으로 된 것은 하

나도 없었다.}.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시바의 여왕도 황홀하여 넋을 잃었다는 솔로몬

의 부, 그의 부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

이스라엘은 원래 부유한 나라가 아니었다. 대부분이 황무지와 광야가

끝없이 펼쳐진 불모의 땅이요, 구리가 조금 날 뿐, 귀금속이 생산되지

않는다.

그러면 솔로몬은 어디서 엄청난 부를 얻어냈을까?.

솔로몬은 이재와 경영에 뛰어난 왕이었다. 또한 그는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물이었다. 그는 해상 국제무역에 눈을 돌렸다. 이스라엘 사람들

은 바다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해상의 경험은 전무하였다.

솔로몬이 해상 무역을 꿈꾼 것은 실로 기발한 발상이었다.

이스라엘에서 바다로 진출하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지중해요,

다른 하나는 홍해였다. 솔로몬은 후자를 택했다. 서기전 900년대 중엽

솔로몬 당시, 지중해 해상권은 이미 페니키아인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그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그는 경쟁자가 없는 홍해를

택한 것이다.

솔로몬 왕은 이스라엘의 지리적 최남단에 위치한 엘랏에 홍해로 진출

하는 항구를 건설했다. 항구가 건설된 곳은 엘랏의 한 부분인 [에시온

게벨]이라고 부르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스라엘 사람

들은 조선 기술도, 항해 기술도 모두 부족했다. 솔로몬 왕은 외교적으로

우호관계에 있었던 페니키아 지역의 왕 히람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행히

히람은 솔로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지중해를 주름잡던 페니키아인들의

도움을 받아, 홍해를 무대로 한 솔로몬왕의 해상무역은 기대이상의 성공

을 거두었다.

그 결과 엄청난 부를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이스라엘의 무역상들은

금산지로부터 금 420달란트(14톤에 해당)를 배로 실어와 왕에게 바치기

도 했다(구약 열왕기상 9장).

국제 무역에 특출한 능력을 발휘했던 솔로몬 왕이 죽은 후, 이스라엘

에는 그와 비견할 왕이 등장하지 않았다. 몇 명의 왕들이 해상무역을 부

활시키려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엘랏은 기나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게 되었다. 번성했던 [솔로몬 왕의 항구]는 바닷바

람에 날리는 모래에 묻혀 영원히 잊혀지게 되었고, 오늘날 그 정확한 위

치도 알지 못하게 되었다.

항구도시로서 엘랏의 옛 영광은 20세기 중반에 들어와서 다시 찾게

된다.

1950년대에 들어와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솔로몬 왕의 지혜를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스라엘이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하기 위해서 홍해를 이

용 할 수밖에 없고, 홍해의 관문인 엘랏을 항구도시로 발전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 엘랏은, 지중해 해안의 항구도시 하이파에 뒤이어, 이스라엘

에서는 두 번째로 큰 항구이다.

엘랏을 출발한 선박들은 아카바만을 빠져나가, 넓은 홍해로 나가게

된다. 오늘날 이 만의 이름을 두고 이스라엘과 인접한 요르단 사이에는

치열한 [이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엘랏 동편에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가르는 국경선이 지나고, 국경

건너편에는 요르단의 항구도시 아카바가 있다. 이 지명에서 [아카바 만]

이 명명되었고,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강력

하게 이의를 제기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엘랏은 구약시대로 소급되

는 오랜 역사를 가진 지명이고, 따라서 [엘랏 만]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

이 이스라엘 측의 주장이다.

엘랏은 지형적으로 네게브 사막의 남쪽 끝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곳을 소프 올람(soph olam)이라고 부른다. [땅의 끝]이라는 뜻이다.

그곳은 네게브 사막의 악조건이 모두 모인 듯하다. 일년내내 열대성 기

후로 뜨겁게 덥고, 비는 몇 방울 뿌리지 않는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

면,사 람이 도저히 살 수 없는 사막 끝의 땅이다. 그러나 그곳에는 눈부

시게 빛나는 태양과, 각양각색의 열대어들이 서식하는 홍해가 있고, 11km

에 달하는 좋은 해변이 펼쳐져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엘랏을

이스라엘 최고의 휴양도시로 변화시켜 놓았다. 홍해 바다 속으로 들어가

서, 열대어들이 떼지어 현란하게 유영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중

열대어 조망시설까지 만들어 놓아, 그곳은 유럽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휴

양지가 되었다.

{가는 길에 산이 막으면 돌아서 가고, 돌아갈 수 없으면 터널을 뚫어

서 가고, 터널을 뚫을 수 없으면 그 산을 황금의 산으로 변화시켜라}는

말이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람이 살기에 최악 조건의 땅을, 최상의

세계적인 황금의 휴양지로 변화시켰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08월 22일

검색(번호) 도움말(H) 직접이동(GO) 초

`마음의 강' 요단강....박준서

## 성경에 2백번 언급...헬몬산에서 사해까지 직선길이 200km ##.

이스라엘의 강은 요단강이다. 요단강은 나일강처럼 장강도 아니요, 양

자강처럼 수량이 많지도 않으며, 센강처럼 풍경이 아름답지도 않다. 그러

나 그 이름은 널리 알려진 강이다. 직선 길이는 2백㎞ 남짓하고, 폭은 20m

정도며,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4m를 넘지 않는다. 계절에 따라 수량의

변화가 크고, 건기에는 물이 말라, 우리나라의 큰 개울 정도밖에 되지 않

는다. 그러나 물이 귀한 이스라엘 땅에서는 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

한 강이요, 성경에서 2백 번이나 언급되고 있는 유명한 강이다.

요단강의 원류는 헐몬산의 눈 녹은 물이다. 레바논, 시리아, 이스라엘

세나라 사이에 있는 헐몬산의 주봉은 2,814m나 되어 정상은 1년 내내 백

설로 덮여 있다. 헐몬산 지역에서 발원한 물은 약 15㎞를 지하로 흐르다

가, 갈릴리 호수의 북쪽지역 3곳에서 큰 샘으로 기운차게 솟구쳐 오른다.

[하스바니], [단], [바니아스] 세 곳에서 솟아나는 샘물은 시내를 이

루고, 이것이 요단강의 시발점이 된다. [하스바니]는 세 원류 중 제일 서

쪽에 있고, [단]은 구약시대 이스라엘의 최북단 도시요, [바니아스]는 신

약성경에 등장하는 [가이사랴 빌립보]다.

세개의 샘에서 발원한 물은 합류하여 작은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후

레](Huleh) 호수다. 후레 호수 주변은 늪지대로, 갈대만 무성할 뿐 사람

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1950년대에 들어와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늪지

대의 물을 빼내고 농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약 2천만

평에 달하는 넓은 땅이 농지가 되었다. 한가지 특기할 것은 이 늪지대 중

에 약 1백만 평 정도는 개발을 하지 않고 야생동식물 보호지역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개발은 하되 생태학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려는 세심한 배

려다.

[후레] 호수를 떠난 물은 남쪽 방향으로 흘러 [갈릴리] 호수로 들어간

다.

이스라엘의 가장 귀중한 수자원의 보고인 갈릴리 호수는 수면이 해면

보다 210m나 낮아,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점에 있는 담수호다. 이 호수

에는 약 35종류의 어족이 있다. 이 중에 16종은 이 호수에만 산다. 이곳

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물고기는 소위 베드로 고기라고 불리는 [바스]로서

농어의 일종이다.

갈릴리 호수 지역은 예수 그리스도의 체취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예수께서 생애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지냈기 때문에 그와 관련

된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의 12제자들도 모두 이 지역 출신들이다.

갈릴리 호수의 물은 다시 남쪽으로 흘러 사해로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요단강은 갈릴리 호수에서 시작해 사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헐몬산 계곡의 3개 샘에서 솟아난 물이 작은 시내를 이루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해서 사해까지 이르는 전체가 요단강이다.

갈릴리 호수에서 사해에 이르는 요단강 둑에는 무성한 숲이 우거져 있

다.

이 숲은 구약시대부터 각종 동물과 조류의 서식지로 알려져 왔다. 구

약성경에는 이 숲 속에 살고있는 사자에 관한 언급도 있다. 1백년 전까지

만 해도 사자와 표범들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오늘날은 모두 사라졌

다. 그러나 지금도 하이에나, 자칼 같은 동물들은 살고 있다. 특히 이 숲

에는 조류들이 많이 서식해 조류 학자들의 관심을 끈다. 1백종류 이상 새

들이 있고, 그 중에 23종류는 이곳에서만 발견되는 새들이다.

요단강은 기독교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예수께서 세례요한

에게 세례를 받으신 강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세례 받은 정확한 지점은

알 수 없으나 요단강 하류 여리고 근처로 추정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성

지 순례자들 중에는 예수께서 세례 받은 요단강에서 다시 세례 받기를 원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갈릴리 호수의 물이 요단강으로 흘러 들어가

는 초입에 [세례소]를 만들어 놓았고, 이곳은 성지순례자들의 발길이 끊

이지 않는 명소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요단강은 출애굽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갈 때 건너갔던 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요단강을

건널 때는 우기가 끝나는 계절이어서 강물이 늘어난 때였으나, 구약성경

은 그들이 강을 건너는 동안 강물의 흐름이 멈추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이

러한 기적적인 일은 실제로 일어날 수가 있다. 요단강 계곡의 지각운동으

로 강물의 흐름이 멈춘 일은 여러 번 있었다. 1956년에만 해도 몇 시간동

안 강물이 멈추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40년의 광야 생활을 뒤로 하고 요단강

을 건너 [가나안 복지]로 들어갔다. 그래서 {요단강을 건넌다}는 말은 상

징적 표현이 되었다. 고난 많은 현재의 삶으로부터, 슬픔과 고통없는 안

식과 복락의 영원한 생명으로 옮겨가는 것을 뜻하는 종교적 의미다.

<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8월 29일

삶으로부터, 슬픔과6

번호 : 6/620 입력일 : 97/08/27 18:55:14 자료량 :61줄

제목 : [아버지의 앨범] "딴따라 아들 남보기 창피하시다고…"

{응, 그냥 어디 다니고 있어.}.

내가 KBS에 입사해 한창 연출을 배울 때, 아버지(김학묵)는 누가

{큰 아들 뭐해?}하고 물으면 그렇게 답하셨다. 아들이 PD가 된 걸 숨기

고 싶어서였다.

고조부, 증조부, 조부, 아버지 모두 벼슬을 지낸 분이라 아들 대에

벼슬이 끊기는 게 충격이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보사부 차관까지 지냈

고, 지금은 전국뇌성마비복지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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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년 국영방송 KBS에 합격했을 땐 {그것도 공무원}이라며 양복 한

벌 값을 주시더니 {점점 딴따라 같은 일만 한다}며 내게 말도 걸지 않았

다. 내가 만든 드라마에 [연출 김재형]이라고 자막이 뜨는 것도 싫어

{드러내 놓고 그러냐. 숨어서 하라}고까지 하셨다.

환갑잔치도 안하시려 해 겨우 설득했다. 뒷날 어머니께 들어보니

{잔치에 탤런트들이 오면 자식이 딴따라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게 아니냐}

고 고백하셨다 한다.

고등학교때 내가 연극에 미쳐 지내자 아버지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내 등을 물기까지 해, 상처가 반년 뒤에나 없어졌다. 학비도 대주지 않

아 나는 고교, 대학교를 성우 아르바이트를 하며 마쳐야 했다. 아버지가

나를 인정한 건 PD가 된지 30여년만인 94년. 사극 [한명회]를 연출할 때

다.

아들이 하는 일이 결코 날라리만은 아닌, 역사와 정치를 생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셨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아버지는 이제 내 드라마의

제1 비평자가 되셨다.

요즘엔 [용의 눈물]을 모니터하시고는 {조상이 나쁘게 그려지는 사

람도 있을 터이니,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라} {양반댁 부인이 종을 직

접 대하는 예는 없다}며 두루 조언해 주신다.

내 인터뷰 기사를 보시곤 {내가 차관땐 큰 일을 해도 신문에 조그

맣게 났는데, 너는 어찌 그리 크게 나느냐}며 흡족해 하신다.

나는 참 둔했다. 아버지의 깊은 속내를 몰라 원망도 많이 했다.어

머니에게 베개가 따로 없었던 걸 보며 재빨리 알아차릴 수도 있었을텐데.

어머니에겐 언제나 아버지 팔이 베개였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셨을

땐 손수 쓴 18장짜리 [마지막 연애편지]를 장지에서 읽어 주위를 울렸다.

아버지는 요즘 내가 문안 가면 더도 덜도 말고 2천원을 주시며 {버

스 타고 가라} 하신다. 나는 그 돈을 도저히 쓸 수 없어 손자를 위해

저축한다. 나는 이제 [연출생활이 끝나면 아버지처럼 장애인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 KBS PD ·[용의 눈물] 연출자>.

36년 서울 삼청동 출생

휘문중-경기상고-동국대 국문과

62년 KBS 입사

`국토만리' `비가비' `사모곡' `이화' `왕조의 세월'

`한명회' `서궁'등 드라마 250여편 연출

95년 서울시문화상 언론부문 수상

발행일 : 97년 0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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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세계 탐방] 요르단…성경 지명 96곳등장 `문명보고'

## 로마-비잔틴시대 문화유산도 즐비 ##.

20세기가 낳은 위대한 성서 고고학자 윌리엄 올브라이트(William

Albright)는 성서세계의 지리적 범위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서의 세계는 이스라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세계는 오늘날

의 중동지역 전체, 더 나아가서 유럽의 일부까지, 성경과 관련된 광

대한 지역을 포함한다.}.

사실 성서의 세계는 이스라엘을 포함해 아주 넓다. 이제부터 이

스라엘의 울타리를 벗어나 광활하게 넓은 새로운 성서의 세계로 탐사

의 발길을 옮기려 한다.

먼저 요단강 동편 [요르단]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요르단은 우

리에게 친숙하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때로는 선린으로, 때

로는 적대적인 관계로 어깨를 맞대고 살아온 지근의 지역이다.

오늘날의 요르단은 구약시대에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

다. 요단강 동편의 [암몬]지역, 사해 동쪽의 [모압]지역, 그리고 사

해 남쪽의 [에돔]지역이다.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이들 세지역 주민들

의 혈통에 관해서 흥미있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아브라함에게는 조카 [롯]이 있었다. 롯에

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이들이 낳은 아들이 각각 암몬과 모압족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에게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이 있었다. 형인 에서는 [에돔]족의 조상, 동생

야곱은 이스라엘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구약성경은 오늘날

요르단의 원주민들인 암몬, 모압, 에돔족이 모두 이스라엘 사람들과

혈연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할 때 성경에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지역이 요르

단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지명 중에 무려 96곳이 오늘날 요르단 지역

에 있다. 효성의 귀감이 되는 여인 [룻]의 고향도 요르단에 있고, 출

애굽의 지도자 모세가 올라가 가나안 복지를 바라보았던 [느보]산도

이곳에 있다. 야곱이 밤새도록 씨름했다는 [얍복강]도 이 땅을 흐르

고, 다윗왕이 함락시켰던 암몬족의 도성 [랍바]는 바로 오늘날 요르

단의 수도 [암만]이다. 예수께서 두명의 정신병자를 고쳐주신 [가다

라]는 오늘날 [움 케이스](Um Qais)라는 이름으로 요르단에 있다. 이

렇게 성경에 기록된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 요르단에 있다. 따

라서 이곳은 성서세계의 탐방에서는 반드시 들러야 할 중요한 곳이다.

요르단에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사실이 한가지 있다.

그것은 이곳이 엄청난 역사적 유물과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인류문화

유산의 보고라는 것이다. 고대부터 [왕의 대로(King's Highway)]가

요르단의 남북으로 길게 종단하고 있었다. 이 대로는 낙타를 이용한

대상들의 무역로였을 뿐만 아니라, 여러 제국의 군대와 문물이 왕래

하는 통로였다. [왕의 대로]를 오가며 이 지역을 장악했던 나바티안

족, 로마, 비잔틴, 아랍, 십자군, 오트만 터키 등은 모두 독특한 문

명의 족적을 이땅 여러 곳에 남겨놓아 오늘날 이곳은 진주와 같이 빛

나는 소중한 문화적 유적들로 가득찬 곳이 되었다. 거대한 암벽지대

에 돌을 깎아 만든 [페트라]의 경이로운 암석도시, 로마시대의 대도

시였던 [제라쉬]의 웅장한 유적들, 비잔틴 시대의 도시 [마다바]에

보존되어 내려오는 성지 이스라엘의 모자이크 지도, [쇼박] [케락]

등지에 남아있는 십자군 시대의 웅장한 요새 성채들…. 이들은 요르

단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유적지들이다.

오늘날 [요르단 왕국]은 1차 세계대전으로 오트만 터키제국이 몰

락한 후 아랍인들의 수장국(Emirate)으로 출발, 1946년 왕국으로 독

립한 입헌군주국이다. 현재의 국왕인 [후세인]은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의 42대 직계 후손으로 아랍권에서는 최고의 혈통가문에

속한다.

요르단은 면적이 남한보다 약간 작다. 인구는 5백만밖에 되지 않

고, 그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수도인 [암만]에 집중되어 있다. 국토

의 90%이상이 반사막인 불모의 땅이다. 그 땅을 어떻게 개간하느냐에

국가의 장래가 달려있는 듯하다.

종교적으로 요르단은 이슬람 국가다. 국왕이 마호메트의 후손이

요, 인구의 90%이상이 이슬람교도들이다. 그러나 4∼7세기 초반 비잔

틴 시대에 기독교가 이 땅에 전파되면서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다. 지

금도 비잔틴시대 교회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수도 [암만]에서는

고대성채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비잔틴시대의 교회가 두 곳이나 발굴

되기도 했다. 오늘날 요르단에는 약 40만 정도의 크리스천들이 있다.

비잔틴시대 교회의 영향이 지금도 남아있어, 이들중 절반 가량은 동

방정교회에 속한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09월 12일

맛텝영향이 지금도 남아있어, 이들중

[성서세계 탐방] 이스라엘과 적대 암몬왕국수도 암만

## 구약시대엔 `랍바'...로마시대에 전성기 구가 ##.

서기전 10세기 중엽, 이스라엘의 다윗왕 때였다. 이스라엘의 군대

는 요단강 동편지역에 있는 [암몬]왕국의 수도 [랍바](Rabba)를 공략

하기 위해 원정 중이었다.

예루살렘에 남아있던 다윗왕은 전쟁중의 사령관에게 한 통의 비밀

서신을 보냈다.

{전선의 제일 앞에 [우리아]를 배치하라. 그리고 전투가 치열해

질 때 우리아를 남겨놓고 군대를 급히 후퇴시켜라.} 왕의 비밀 지시

는 그대로 시행되었고, 전투의 와중에서 고립된 우리아는 영문도 모

른 채 전사하고 말았다. 이것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빼앗기

위해 다윗왕이 꾸민 음모였다. 다윗왕의 생애에서 지울 수 없는 오점

이 된 이 사건의 무대는 랍바였다.

이곳이 오늘날 요르단의 수도 [암만](Amman)이다. 지금도 암만의

정상 부분에는 고대 성벽의 일부가 남아있는데 그 근처가 우리아가

억울하게 죽어간 곳이라고 전한다.

구약시대 랍바라고 불렸던 이곳은 물이 풍족한 지역이다. 지금부

터 약 9천년전, 신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다.그

러나 랍바가 역사무대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서기전 13세기 암몬왕국

의 수도가 되면서였다.

랍바를 중심으로 했던 암몬 왕국은 요단강을 사이에 두고 이스라

엘과 인접해 있었다. 두 나라는 적대적 경쟁관계여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두 나라간 전쟁과 관련해 구약성경은 한 비극적 사건을 기록

하고 있다. 때는 우리아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스라엘 왕정이 수립되

기 이전 [사사시대]였다. 암몬의 왕은 대군을 이끌고 이스라엘을 공

격했다. 당황한 이스라엘은 [입다]를 지도자로 세우고 암몬에 대항했

다. 암몬이 힘겨운 상대라는 것을 알고있던 입다는 전쟁터로 나가면

서 하나님께 서원했다. {암몬과 싸워 승리하게 해주신다면 제가 개선

할 때 저의 집에서 제일 먼저 문밖에 나와 영접하는 자를 하나님께

제물로 바치겠습니다.} 암몬과 치열한 전투 끝에 입다는 승리, 그는

개선장군으로 자기 집에 돌아왔다. 이 때 입다의 무남독녀가 제일 먼

저 문밖으로 나와 그를 영접했다. 입다는 망연자실했으나 하나님께

드린 서원을 어길 수 없었다. 그의 딸은 희생제물이 되었고, 그 후로

이스라엘 여자들은 입다의 딸을 위해 일년에 나흘 씩 애곡하는 애달

픈 풍습이 생겼다.

이스라엘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암몬 왕국은 주전 8세기 말, 앗시

리아 제국에게 정복당해 그 후 4백년이상 랍바는 역사의 무대에서 퇴

장했다.

서기전 3세기 희랍시대에 들어와서 랍바는 다시 활기를 띠게 되면

서 이름도 희랍식인 [빌라델비아]로 바뀌었다. (신약성경 요한계시록

에 나오는 빌라델비아는 이름은 같으나 다른 곳이다.).

서기전 63년, 이스라엘 땅을 포함해서 이 지역전체는 로마제국의

통치 밑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이 도시는 전성기를 맞는다. 로마제국

은 이곳이 교통의 요지라는 점에 착안, 6천명 이상을 수용하는 야외

원형극장을 건설하는 등 빌라델비아를 로마식 대도시로 만들었다. 그

극장은 오늘날도 예술 공연장으로 빈번하게 사용된다. 또한 로마식

도시답게 넓은 광장(forum)도 만들었다. 2천3백평이 넘는 이 광장은

당시 로마제국 내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돌기둥이

늘어선 대로도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그 석주 도로는 지금까지 일부

가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적인 도시의 풍취를 물씬 풍겨주고 있다.

서기 4세기초에서 7세기초에 이르는 [비잔틴] 시대에 이곳에 기독

교 전파와 함께 교회들이 건설되면서 주교가 있는 요단강 동편지역교

회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서기 630년대, 당시 신흥종교인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아랍

인들이 이 지역을 정복했고, 그때부터 이 도시의 이름도 [암만]으로

바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후, 오늘날의 [요르단]이 탄생하면서 암만은 수도

로 선정되었다. 그때부터 이 도시의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어 지금은

인구 160만명이 넘는 도시로 성장했다.

역사적인 도시 암만을 탐방하는데 [알 칼라](Al-Qala)산 정상부분

에 있는 성채(citadel)를 빼 놓을 수 없다. 해발 850m로 암만의 중심

부에서 제일높은 이 산의 정상 부분에는 4천∼5천년 전부터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채가 건설되었다. 이곳이 바로 구약시대의 랍바였고, 오

늘날 대도시가 된 암만도 이 성채를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성채구역 안에는 고대의 성벽, 로마시대에 건축한 웅대한 [헤라클

레스] 신전, 비잔틴 시대의 교회 터, 이슬람 시대의 왕궁 등 귀중한

유적들이 많이 있어 오늘도 활발한 고고학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9월 19일

유적들이 많이 있어 오늘도 활발한

[성서세계 탐방] 가나안복지 굽어보이는 `느보산'

## 요단강 못건넌 모세의 통한 생생…기념교회-수도원 복원한창 ##.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 그는 고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

라엘 백성을 해방시킨 위대한 지도자이다. 그러나 노예의 땅 이집트를

벗어난 후, 그가 [가나안 복지]를 향해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던 여정

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열사의 땅, 시내반도 광야에서 40년동안 기나

긴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실 물이 없다고

불평했다. 먹을 것이 없다고 원망하고, 가는 길이 멀다고 투정했다. 모

세는 이들을 이끌고 마침내 [약속의 땅]이 바라보이는 지점까지 오게

되었다. 그곳은 사해와 요단강 동편지역, 구약시대 [모압]이라고 부른

곳이다. 그곳은 지대가 높아 눈을 들어 서편을 보면 요단강 건너에 [가

나안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꿈에도 그리던 약속의 땅을 바라보면서, 노년의 모세는 꿇어 엎드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구하옵나니, 저로 요단강을 건너가게 하사,

요단강저편에 있는 아름다운 땅과 아름다운 산을 보게 하옵소서.}.

그의 기도는 당연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가나안 땅에 들어갈 자격

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모세는 너무도 의외인 하나님의 말씀을 들

어야했다.

{그만해도 족하니, 이 일로 다시 내게 말하지 말라!}.

무척이나 매정스러운 말씀같이 들린다. 그러나 이 말씀은 실은 이런

뜻이다. {모세야! 네가 받은 은혜는 그만해도 족하지 않으냐? 그 이상

은 더 요구하지 말아라.}.

모세는 끝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다. 눈물어린 눈으로 그

땅을 바라만 볼 뿐 간절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채 요단강 동편 모압 땅

에서 숨을 거두었다. 모세가 마지막으로 올라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았

던 산, 그 곳이 바로 [느보](Nebo)산이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서쪽으로 약 35㎞ 떨어진 곳에 있는 느

보산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지금은 정상부분까지 포장도로가

나 있다. 모세가 노구를 이끌고 올라갔던 느보산을 오늘날은 자동차로

너무 쉽게 도달한다. 해발 7백10m의 [시야가](Siyagha)라고 부르는 정

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전망이 시원하게 확 트이며 눈앞에 장관이 펼쳐

진다. 왼편으로는 사해가 눈 아래 들어오고, 정면을 바라보면 요단강

건너편 종려나무 성읍 여리고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그 너머 멀리 감

람산과 예루살렘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일찍이 모세가 바라보았던 지형

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성지의 모습이다.

1932년, 가톨릭 교회의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원주민들로부터 느보

산 지역을 구입, 고고학적 발굴을 시작했다. 이 발굴은 놀랄만한 성과

를 거두었다. 먼저 [시야가] 정상부분에서는 4세기에 건축한 교회와 수

도원이 발굴되었다. 4세기 초, 로마제국의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직후 느보산위에 모세를 기념하는 교회와 수도원을 세웠던 것이

다.

모세기념교회가 있었던 [시야가] 정상 바로 남쪽에 또 하나의 봉우

리가 있다. [무카야트](Mukhayyat)라고 부르는 느보산의 또 다른 정상

부분이다. 무카야트 지역에서도 발굴작업이 이루어졌고, 비잔틴 시대

(4∼7세기초)에 건축된 네 개의 교회와 한 곳의 수도원이 발굴되었다.

이것은 느보산 지역이 기독교 신앙에서 얼마나 중요했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발굴된 교회들은 모두가 정교하고 예술성 높은 모자이크 작품으로 교

회 바닥이 장식되어 있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느

보산에서 동편으로 9㎞ 떨어진 인근에 [마다바] 마을이 있다. 비잔틴

시대에 모자이크 예술의 중심지였던 곳이다. 마다바 마을의 모자이크

장인들은 느보산 위 교회들 안에 정성어린 작품을 남겨 놓았다. 이들

모자이크 작품들은 오늘날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걸작들이

다.

필자가 느보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80년대 찾았을 때보다

역사적 교회들의 복원작업이 많이 진행되었고,교회 안에는 성지 순례자

들이 예배드릴 수 있는 좌석까지 마련해 놓았다.

[모세기념교회] 정원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조각가 지오바니 판토

니의 작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모세가 시내광야에서 뱀에 물린 사

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놋뱀]과, 인류 구원을 상징하는 예

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복합시킨 의미깊은 작품이다.

시내산 정상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면서 그곳에서 드렸던 모세의 기

도를 생각해 본다. 왜 하나님은, 모세가 그토록 소원했던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을까? 성경을 보면,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도 한

사람에 의해서 하나님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한 사람에게만 맡기시지 않기 때문이다. 모세의 임무는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시켜 약속의 땅이 바라보이는 곳까지 인도하는 것이었다.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복지로 들어가는 새 역사는 새로운 지도자

[여호수아]에 의해 이루어졌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09월 27일

들어가는 새 역사는 새로운 지도자

[성서세계 탐방] 돌산에 조각만든 전설적도시 페트라

## 바위협곡 지나면 한눈에 도시광경...19세기에 재발견 ##.

오늘날 인류문화의 유산으로 소중히 보존되는 역사적 건축물들은 거

의 대부분이 석조 건물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비롯해서,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로마 제국이 건설한 대도시의 건물들, 모두가 석재로 만

들었다. 바위산에서 돌을 캐내, 건축 현장으로 옮기고, 그것을 깎고 다

듬어서 웅장한 건물을 완성했다.

그러나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과시하듯, 돌산에서 돌을

캐내는 것이 아니라, 돌산 자체를 조각하고 다듬어서 그것을 건축물로

전환시킨 놀라운 곳이 있다. [조각에 의한 건축]이라는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어, 거대한 암석을 조각하고, 파들어가 웅대한 건물로 바꿔 도시를

만든 곳. 요르단 남부지역에 있는 전설적 도시 [페트라](Petra)다.

페트라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수월치 않다. 요르단의 수도 [암만]을

출발한 자동차는 35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린다. 이 길은 고대시대

의 주요 국제 교역로였던 [왕의 대로(대로)](King's Highway)를 따라 만

들었다. 낙타에 짐을 싣고, 대상들이 걸어다녔던 길이, 오늘날은 포장도

로가 되어 자동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한다. 암만으로부터 남방 2백30km

쯤되는 지점에서 대로를 벗어나 좁은 길로 들어선다. 서쪽으로 약 10km

정도 더 가면,거대한 바위산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에 다다른다. 높이가

1백m가 훨씬 넘는 거석들이 숲을 이루어 경외감마저 든다. 여기서부터는

차에서 내려 걸어야 한다. 하늘을 가릴 듯한 높은 암석들 사이로, 미로

와 같은 균열 부분을 따라 시오리 정도 걸어 들어간다. 암벽 사이의 좁

은 통로를 [시크](Siq)라고 부른다. 아랍어로 협곡이라는 뜻이다. 시크

가 끝나는 지점에 오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신비하리만큼 경이적

인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바위를 조각해서 만든 건축물들이 계곡을

따라 이어지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도시를 이루고 있다. 이 곳이 암석의

도시 [페트라]다. 이렇게 페트라는 수줍은 신부처럼, 바위산들의 비경

속에 깊숙이 감추어져 있다.

오늘날 페트라는 요르단이 세계에 자랑하는 국보 1호의 역사적 유적

이다.

그러나 그 곳은 19세기초, 스위스의 탐험가 [부르크하르트](J L

Burckhardt)가 재발견하기까지, 1천년 이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망각의 도시였다. 1812년 8월 아랍인으로 위장한 부르크하르트가 우여곡

절끝에 페트라를 찾아내었고, 그의 여행기가 출판됨으로 유럽인들은 비

로소 페트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페트라는 암석과 돌을 깎는 인간의 땀과 독창성, 즉 자연과 인간의 절

묘한 공동작품이다. 그러면 이 놀라운 페트라 문명의 주인공은 누구였는

가? 그들은 [나바테아]인(Nabataeans)이었다. 이들의 정확한 기원은 아

직도 역사의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서기전 6∼7세기경, 아라비아 사막

지대로부터 일단의 아랍인 유목민들이 페트라 지역으로 이주한 것이 나

바테아인 역사의 시작이라고 추정될 뿐이다. 그들은 무역로였던 [왕의

대로]를 장악하였고, 페트라는 국제 교역의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서기

전 2세기에 페트라를 수도로 하여 나바테아 왕국이 수립되었고, 이로부

터 약 2백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다. 페트라는 부유한 대도시로 발전,

희랍과 로마식 암석 건물들이 속속 늘어났다. 그러나 서기 106년 로마제

국의 [트라야누스] 황제는 나바테아 왕국을 정복했다. 이로써 페트라의

영광은 끝이 나게 되었다. 그후 비잔틴 시대에 이 곳에도 기독교가 전파

되어 페트라의 암석 건물들이 교회로 전용되기도 했다.

7세기초 비잔틴 시대가 끝날 무렵, 페트라는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가

되었고, 나바테아인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1990

년이후 고고학자들은 이 곳에서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바닥을 장식한 비

잔틴 시대의 교회를 발굴하기도 했다.

나바테아인들은 불후의 문명 유산을 남겼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들은 역사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당시 널리 사용되던 아람

(Aramaic)문자를 사용해 지금까지 약 4천점에 달하는 나바테아인들의 문

자기록이 수집되었다. 그러나 이들 기록은 지극히 단편적이어서 그들의

역사와 관계된 내용은 거의 없다. 나바테아인들은 베일에 가린 채 역사

의 무대에 등장했다가 천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

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10월 10일

천년의 역사를 뒤로 한

[성서세계탐방] 페트라…모세가 바위쳐 샘물나게 한곳

## `조각건물' 희랍-로마등 시대별건축양식 반영.돌 파내 만든 방 ##.

지금으로부터 약 2천년 전 [나바테아]인들은 거대한 돌산을 망치와

정으로 깎고, 파 들어가 웅장한 건물들을 조각했다. 그곳이 바로 경이적

이고 신비로운 고대 유적지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페트라]다.

서기전 6백년 대를 전후해 페트라 지역에 정착한 나바테아인들은

약 1천년 동안 독특한 암석문명을 이룩했다. 그들은 돌산을 깎아내고 조

각하는 방법으로 건물들을 만들었다.

이 [조각 건물]들에는 그 지역을 지나갔던 여러문명의 자취가 그대

로 남아있다.

초기의 단순하고 투박스러운 나바테아인고유의 건축양식으로 시작

해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건축양식을 거쳐 후기의 세련되고 건축미가

넘치는 희랍, 로마식 건축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건축양식의

변천을 잘 보여주고 있다.

페트라의 위치는 요단강과 사해, 홍해로 이어지는 지진지대다.따라

서 이 지진지대 안의 역사적 고대 건축물들은 대부분 지진으로 파괴되었

다.

그러나 페트라의 유적들은 돌산 자체를 건물로 만들었기 때문에 웬

만한 지진에도 견딜 수가 있어 오늘까지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페트라에는 출애굽 지도자 [모세]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승되고 있

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페트라는 돌산들 사이에 천연적으로 생긴 계곡

지대에 형성된 도시였다.

그런데 페트라의 중심부분을 지나가고 있는 계곡의 이름이 [와디

무사](Wadi Mousa)다. 아랍어로 [모세의 계곡]이라는 뜻이다. 이 모세

의 계곡이 끝나는 지점 근처에는 [아인 무사](Ain Mousa)도 있다.

[모세의 샘]이라는 뜻으로, 오늘도 맑은 샘물이 바위 사이에서 솟

아오른다. 이 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광야 생활 중 마실 물이 없어 불평

했을 때 모세가 바위를 쳐서 물이 나게 한 곳이라고 전한다. 물론 이러한

전승을 역사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그곳의 계곡과 샘의 이름이 모세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흥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후 가나안 복

지를 향하는 여정에서 이 지역을 지나갔을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모세의 샘물이 광야 생활로지친 이스라엘 사람들의 갈증난 목을 축

였던 샘이요, 페트라의 암벽 계곡이 그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라는데 생

각이 미치면 그곳은 새로운 감격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페트라에 있는 조각 건물들은 지금까지 약 4천 곳이 확인 조사되었

다. 신전, 왕궁, 공공 건물, 왕족과 일반인들의 무덤, 주거지 등이다.유

감스러운 것은 많은 건물들의 용도를 오늘날 정확히 알수 없다는 것이다.

페트라의 유적 중 대표적인 것으로 [보고]라고 부르는 건물을 손꼽

을 수 있다. 전면에 6개의 [고린도]식 석주가 서있는 희랍식 건축 양식의

건물로 서기전 1세기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건물 정면 제일윗부분에 항아리 형태가 조각되어 있는데, 그 속에

나바테아인들이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속설이 전해 [보고]라는 이름이 생

겼다.

다음, [수도원]이라고 부르는 건물은 페트라의 유적 중 가장 규모

가 크다. 전면의 폭이 50m, 높이가 45m에 이른다. 수도원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 건물 내부 벽면에 십자가 몇 개가 새겨져 있는데서 유래했다.

나바테아인들이 이 건물을 세웠던 원래 용도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부에 십자가를 새긴 것으로 미루어 서기 4세기 이후 비잔

틴 시대에는 교회 건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트라 건물들의 내

부는 의외로 단조롭다. 돌을 파내 규모가 큰 직사각형 방들을 만들어놓

았다. 건물의 내부 벽면에는 아무런 장식이나 벽화가 없다.

그러나 암석 자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색깔과 기하학적 또는 물

결 무늬들이 방 전체를 휘감고 있어 어떤 궁중 벽화나 장식보다도 현란하

고 황홀하다. 페트라의 유적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외 원형극장

이다. 바위산 자체를 깎아서 만든 것으로 나바테아인들의 기발한 독창성

과 우직한 추진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33개의 계단식으로 되어있고,

좌우의 너비가 40m에 이르며, 7천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로

마식 원형극장이다.

나바테아인들은 돌을 깎아 웅장한 건물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들

의 손은 거칠고 투박한 석공의 손만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출토되는 질그릇의 문양은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었고, 토

기의 두께는 2 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해 [계란껍질 토기]

(egg-shell pottery)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이처럼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던 나바테아인들이 문자를 사용했음에

도불구하고 그들의 역사와 문학, 사상과 종교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

는 것은 고대 문명이 안고있는 또 하나의 수수께끼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교회 건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

비잔틴시대에 번성한 기독교 도시

지금부터 약 1백여년 전인 1880년 초, 현재 요르단에 속하는 사해

동편의 도시 [케락](Kerak)에서 주민 소요가 일어났다. 그 곳에 사는

기독교인들과 모슬렘(이슬람교도)이 종교문제로 충돌한 것이다. 수적

으로 열세였던 크리스찬은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 상황

에서 케락의 크리스찬들은 황급히 당시 통치자 오토만 터키 당국에

도움을 청했다. 그들이 이주해서 살 수 있는 땅을 배정해 달라는 것

이었다. 이러한 청원에 따라, 오토만 제국은 케락에서 북쪽으로 약

85㎞떨어진 곳에 있는 [마다바]의 땅을 지정해 주었다.

[마다바](Madaba)는 역사적으로 비잔틴 시대(서기 4∼7세기)에 크

게 번성한 유명한 기독교 도시였다. 그러나 비잔틴 시대가 끝난 후로

는 쇠퇴 일로를 걸었다. 특히 서기 740년대 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된

후 19세기말까지 1천년 이상은 잡초만 우거진 폐허의 땅으로 잊혀진

곳이었다. 오토만 제국은 오갈 데 없는 케락의 크리스찬들에게 과거

크리스찬 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마다바를 지정해 준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마다바에서 살 집들은 자유

롭게 지을 수 있었으나, 교회만은 과거 비잔틴 시대 교회 건물들이

있던 자리에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마다바로 이주한 2천

여 크리스찬들은 무너진 교회 터 위에 새 교회를 세우는 작업을 시작

했다.

1884년 한 교회 터를 정리하던 중 모자이크로 만든 지도로 장식한

교회 바닥이 드러났다. 이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얼마

나 중요한 것을 찾아내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따라서 이 놀라운 발견

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후, 예루

살렘에 있던 희랍 정교회 도서관장이 우연히 마다바를 지나게 되었다.

그는 교회 바닥에 방치된 모자이크 지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

지 알려진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지역의 지도로서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상세한 지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곧 이 모자이크 지도에 관한

논문을 써서 학계에 발표했다. 이로써 [마다바모자이크 지도](Madaba

Mosaic Map)가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마다바 모자이크 지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자이크 예술에 관해

서 잠깐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자이크(mosaic)는 여러가지 색깔의 자

연석을 깎아주사위 모양으로 만들고, 각석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작품을 만든 것이다. 작품의 주제는 동물, 식물, 조류, 어류, 자연풍

경을 비롯해서 현란한 기하학적 문양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다. 각석

의 크기도 0.5㎝ 정도로 작고 세밀한 것부터 3∼4㎝ 이르는 큰 것까

지, 모자이크 장인의 솜씨와 작품의 주제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각석의 크기가 작을수록 고급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모자

이크 예술의 전성기는 로마시대와 비잔틴시대였다. 이때 지은 저택이

나 교회 건물의 바닥은 거의 예외없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었다. 모자

이크 작품은 자연석을 소재로 삼아 만들었기 때문에 견고할 뿐더러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색깔이 변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 고대 문화 유산의 하나로 손꼽히는 모자이크 지도가 발견된

마다바는 3500년의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시이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출애급한 이후 가나안 복지를 향해 가는 도중 정

복했던 요단강 동편지역의 도시 중 하나로 나와 있다. 고대 중요한

국제 교역로였던 [왕의 대로]가 마다바를 지나가고 있어, 이 도시는

언제나 대상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았다. 서기 4세기 비잔틴 시대가

열리면서 이 도시는 최전성기를 맞았다. 비잔틴 시대 마다바는 요단

강 동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번성하는 기독교 도시가 되었다. 또

한 이때 이 곳은 모자이크 예술의 중심 도시가 되었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모자이크 장인들이 모여들면서 이 곳은 [모자이크 도시]로 비

잔틴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기독교 도시였던 마다바에는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고, 교회의 바닥에는 모자이크 거장들이 심혈을 기울

인 작품들을 남겼다. 그들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 [마다바 모자이

크 지도]이다.

19세기 말 이 모자이크 지도를 바닥으로 해서 희랍 정교회에 속하

는 [성 조지 교회]가 세워졌다. 원래 이 지도는 가로 6m, 세로 16m의

대형으로 약 30평의 바닥을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그간 3분의 2가량

이 훼손, 지금은 10평 정도 분량만 남아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

깝게 한다.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예루살렘 부분은 동편 끝

의 약간만 제외하면 잘 보존되어 비잔틴 시대의 예루살렘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성서지리학의 연구결과 이 지도의 정확

성은 더욱 확증되고 있어, 이 지도의 역사적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마다바에서>

발행일 : 97년 10월 24일

여주고

있다. <마다바에서>

발행일 : 97년 10월 2

[성서세계 탐방] 로마유적 가장 잘 복원된 제라시

## 옛이름은 거라사...20만평 대지에 신전-석주-극장-목욕탕 즐비 ##.

십여년 전 처음 요르단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곳에서 만난 고고학 연

구소의 한 교수는 {요르단은 이스라엘이나 터키에 못지 않게 역사적 유

물과 유적을 많이 보존하고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필자는 반신반

의했다. 그러나 그 후 수차례 요르단을 답사하면서 그의 말은 조금도 과

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말을 결정적으로 확인시켜 준 것

은 요르단 북부지역에 있는 로마시대의 도시 [제라시]의 유적들이었다.

제라시(Jerash)는 2천년 전, 예수님 당시 융성했던 부유한 도시로, 현재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도시 중 가장 잘 발굴-복원된 곳이다.

제라시에는 20만평이 넘는 넓은 대지에 웅장한 석조건물 유적이 펼쳐

져 있어 찬란했던 과거의 잔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이 고대도시 중심

부에는 8백m에 달하는 대로가 남북을 가르고 있다. 대로의 양편에는 10m

가 넘는 석주들이 들어서 장관을 이룬다. 마차의 바퀴 자국이 바닥에 남

아있는 대로를 걷다보면, 마치 로마시대로 되돌아간 듯 착각되고, 위풍

당당했던 로마 문명 앞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오늘날 [제라시]라고 부르는 이곳의 고대시대 이름은 [거라사](Gerasa)

였다. 신약성경에는 [거라사인의 땅] 또는 [거라사인의 지방]으로 언급

되었고, 예수께서 정신병자를 고쳐주신 곳으로 기록되고 있다.

거라사는 3천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큰 도

시로 발전한 것은 희랍시대부터였다. 거라사는 고대시대 중요한 국제 교

역로였던 [왕의 대로]에 위치했고, 근처에 좋은 철광이 있었다. 국제교

역과 철의 생산은 거라사를 융성한 도시로 만들어 로마제국 전체에서 아

주 부유한 도시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다.

서기 70년대, 거라사에서는 도시계획의 청사진에 따라 전형적인 로마

식 도시로 전환하는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유적들의 대부

분은 이때 이후 건설된 것들이다. 현존하는 로마시대의 대표적 도시로

인정받고 있는 거라사의 중요한 유적들을 살펴보자.

먼저, 거라사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석주가 늘어선 대로다. 이 대로

의 양편에는 상점들이 들어섰고, 지하에는 완벽한 하수도 시설이 구비되

어 발달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째는, 거라사의 광장(Forum)이다.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타원형 광

장은 균형잡힌 건축미가 인상적이다.

셋째는, 로마식 대도시의 필수적 요건인 야외원형극장이다. 거라사

에는 규모가 큰 야외 원형 극장이 두 개나 만들어져 대도시의 면모를 자

랑하였다.

넷째는, 신전들이다. [제우스]신전, 술과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를 위한 신전, 거라사의 수호여신 [아데미](Artemis)를 위한 거대한 신

전들이 건축되었고, 그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다음, 로마식 도시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중 목욕탕(Roman Bath)

이다.

돌로 만든 로마식 목욕탕의 규모는 그 도시의 규모와 비례했고, 거

라사에는 1천평이 넘는 대규모의 목욕탕이 두 개나 세워졌다. 또한 그

곳에는 대형경마장(Hippodrome)도 있다. 길이가 2백60m, 폭이 80m에 이

르는 경마장은 대도시로서 거라사인들의 자부심을 높여주었다.

서기 129년 요단강 동편지역의 중심도시였던 거라사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로마제국의 황제 [하드리안]이 친히

그도시를 방문한 것이다. 감격한 거라사인들은 도시의 남쪽 입구에 [하

드리안 개선문]을 세웠다. 오늘도 웅장한 이 개선문은 이곳을 찾는 사

람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거라사의 번영은 서기 4∼7세기에 걸친 비잔틴 시대에도 계속 이어

졌다. 기독교를 공인했던 비잔틴 시대 기독교는 널리 전파되었고, 거라

사에도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다. 지금까지 그곳에서 확인된 교회 수만

해도 15곳에 이른다. 한 도시에 이렇게 많은 교회가 세워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대성당](Cathedral)이라고 불리는 비잔틴 시

대의 교회는, 과거 [디오니소스]신전을 교회로 전환시킨 것으로 사람들

의 관심을 끈다.

서기 630년대 모슬렘(이슬람 교도)들이 이 지역을 정복하면서 거라

사의 번영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740년대 요단강 동편지역을 강

타한 대지진으로 웅대한 석조건물들이 대부분 무너져 거라사의 영광은

모래와 흙더미속에 파묻히게 되었다. 이름마저도 아랍식으로 [제라시]

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곳은, 1920년대부터 시작된 고고학 발굴작업과

함께 과거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지금까지 발굴과 복원 작업이 계속

되고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흙속에 잘 보존되어 고고학자들의 복원작업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11월 01일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

[빛은동방에서] 구약시대 모압왕국 중심도시 -- 디본

1868년 여름, 독일인 의료선교사 클라인(F A Klein)은 사해 동편지

역을 여행하던 중 [디본]을 지나게 되었다. 오늘날 요르단 영토인 사

해 동편은 구약시대에는 [모압] 왕국의 땅으로 그 중심은 [디본](Dibon)

이었다.

디본에서 그는 고대 석비가 발견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아랍인의

안내를 받아 그 석비를 보게 되었다. 선교사 클라인은 성서 고고학 자

료 중 매우 가치있는 것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석비를 직접 보았던 최

초의 서구인이 되었다. 그는 또한 깨어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석비

를 본 유일한 서구인이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클라인은 주재하고 있던 독일 영사에게 이 사

실을 알렸다. 이 소식은 곧 독일로 전달되었고, 베를린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구입하라는 지시가 왔다. 당시 서구 열강들은 중

동지역의 역사적 유물을 수집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독일

이 석비 구입에 큰 관심을 보이자, 디본의 주민들은 엄청난 값을 요구

했다. 오랜 흥정 끝에 값이 결정되어 막상 석비를 이동하려고 했을 때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디본 주변지역 아랍인들이 자기 마을로 석비가

지나가는 것을 허락지 않은 것이다. 난관에 봉착한 독일측은 일단 포

기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했다.

바로 그때 예루살렘에는 프랑스인 클레르몽 갸노(Clermont-Ganneau)

가 있었다. 그는 프랑스 영사관에서 통역관으로 근무하던 청년으로 고

대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디본에서 발견된 석비 소식을 듣

고 아랍인 친구를 그곳에 보내어 석비의 탁본을 만들었다.

한편 독일 영사는 석비 운반이 어렵게 되자, 그 지역을 관할하던

오토만 터키 총독에게 도움을 청했다. 총독은 군대를 동원해 석비를

가져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디본의 아랍인 주민들은 석비의 가치를 알

지 못해 단순히 돈벌이 감으로만 생각했다. 그들은 돈벌이가 될 석비

를 총독에게 빼앗기느니 차라리 산산조각으로 만들어 버리기로 했다.

그들은 석비를 장작불 위에 올려놓고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달궈진

석비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렇게 해서 소중한 고고학 자료가 되는 석

비는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석비가 여러 조각으로 파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독일측은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프랑스인 클레르몽 갸노는 그 조

각들을 하나씩 구입해 모으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57개의 조각들을

모으는데 성공, 이것들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겼다. 그가 모

은 조각은 전체의 약 3분의2 분량이다. 나머지는 찾지못해 영원히 미

궁속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이 석비가 파괴되기 직전 탁본을 뜬 것은

불행중 다행이었다. 프랑스는 57개의 조각을 맞춘 다음 탁본을 근거로

나머지 부분을 복원했다. 지금 이 석비는 루브르 박물관이 귀중하게

소장하고 있다.

모압지역의 중심도시 디본에서 발견된 석비는 [모압석비](Moabite

Stone)라고 부른다. 또 석비의 내용이 모압의 왕 [메사]의 전승 업적

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메사 왕 석비](Mesha Stele)라고도 부른다.

이석비는 서기전 840년경에 만든 것으로, 높이 115cm, 폭이 68cm의 검

은 현무암에 34줄로 고대 히브리 문자(Paleo-Hebrew) 1천자를 새겨 놓

았다. 이 석비가 발견된 후, 오늘까지 1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스

라엘과 요르단 지역에서 발견된 구약시대의 문자기록으로서는 최장이

어서 고대언어와 문자 연구에 더없이 소중한 자료다.

석비의 주요 내용은 서기전 9세기 중엽 모압의 메사 왕이, 당시 모

압을 지배했던 북이스라엘을 물리치고 승리했다는 것이다. 모압의 메

사 왕과 북이스라엘의 여호람 왕 사이에 일어났던 전쟁에 관하여는 구

약성경 열왕기 하권 3장에도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메사

왕 석비]와 구약의 기록은 같은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모두 일치하지는 않는다. 모압 석비는 구약의 기

록을 보충-보완해 주는 자료로, 이스라엘 역사 연구에 있어서 귀중한

사료다.

모압석비가 발견된 디본은 오늘날 [디반](Diban)이라고 부르는 작

은 아랍마을이다. 그러나 그곳은 구약시대에는 모압 왕국의 중심으로

번성하는 도시였다. 메사 왕 때, 이스라엘의 지배를 벗어난 후 약 250

년 동안 모압은 디본을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서기전 580년

대 바벨론 제국의 군대가 이 지역을 휩쓸면서 유대 왕국과 함께 모압

은 멸망했다. 그후 디본은 작은 마을로 전락해 오늘까지 근근이 명맥

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영광의 흔적을 찾을 길 없는 디본에서 구약

예언자 예레미야의 말씀을 상기한다.

{디본의 딸들아, 네 영광의 자리에서 내려와 메마른 땅에 앉으라.

모압을 멸망시키는 자가 올라와서 너의 요새들을 무너뜨렸음이라.}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발행일 : 97년 11월 14일

貧떳 땅에 앉으라.

모압을 멸망시키는 자가 올라와서 너의 요

[성서세계 기행] 아브라함과 이삭의 고향 시리아

## 3천5백면전 수많은 도시국가들로 구성...국제교육 중심지 ##.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사도신경]으로 신앙을 고백하듯,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도, 그들의 신앙을 표현하는 [신앙고백]이 있었다.

{내 조상은 유리하는 아람사람으로서, 소수의 사람을 거느리고, 애

굽에 내려가서 … 번성한 민족이 되었더니 …}.

구약성경 신명기에 기록되어 있는 고대 이스라엘의 신앙고백은 이

렇게 시작된다. 여기서 우리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스라엘의 조상을

[유리하는 아람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아람사람](Aramean)의 본토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아람(Aram)]이

요, 아람은 오늘날 [시리아(Syria)]가 된다.(성경에는 [수리아]로 표기

됨)또한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의 조상들이 되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

그리고 이삭의 아들 [야곱]은 [아람]여자들과 결혼하였고, 이들의 후손이

결국 이스라엘이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즉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람인혈통이라는 것이다.

한편 아브라함과 그의 친족들이 살던 곳은 [하란]을 중심으로 했던

지역으로, 오늘날 시리아 북부 지역이 된다. 하란은 현재 터키의 국경

안에 들어 있으나 역사적으로 줄곧 시리아에 속해왔었다.

이렇게 시리아는 지리적으로, 혈통적으로 고대 이스라엘의 발원지

가 되며, 따라서 성서세계의 탐방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그러나 시리아는 의외로 외부 세계에 널리 알려진 나라가 아니다. 시리

아를 [숨겨진 보배]라고 부르듯이, 베일 속에 감추어진 나라이다.

특히 우리나라와는 수교조차 되어있지 않아, 입국비자를 받아 입국

하기가 수월치가 않다. 시리아의 입국절차는 어느 나라보다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도 남는 곳이다.

그곳은 고대 인류문명의 요람지 중의 하나로서, 발길 닫는 곳마다

역사적 유적지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우가릿], [마리], [에블라] 등은 지금부터 3천5백년 전에 이

미 강력한 도시 국가를 이루고, 고도의 문명을 꽃피웠던 곳들로, 고대 역

사와 문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꼭 들러보아야 할 곳들이다.

또한 성화유적으로 유명한 [듀라 유로포스](Dura Europos), 사막

한 가운데 신기루와 같이 세워진 로마시대 대도시 [팔미라(Palmyra)], 십

자군 시대의 성채가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클락 데 슈발리에(Krak

des Chevaliers)]는 시리아가 자랑하는 역사적 유적지들이며, 앞으로 지

면을 통해 우리들이 한 곳씩 탐방할 곳들이다.

지리적으로 시리아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세 대륙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일찍부터 국제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중국에서 출발하여 장장 6천5백 ㎞나 되는 [비단길(실크 로드)]이

끝나는 종착지는 시리아였다. 또한 아라비아 반도 남부지역에서 시작

된 [향료길(Incense road)]이 끝나는 곳도 역시 그곳이었다.

중국과 아라비아 반도에서 수송된 물자들은, 다시 [안디옥]으로 옮

겨져서, 지중해 해로를 따라 유럽, 아프리카, 터키 등지로 분산되었다.

시리아에 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의 하나는, 그곳이 기독

교 전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아랍국가인 시리아에서 기독교인의 수가 인구의 13%나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시리아의 교회 전통은 초대교회시대로 소급

해 올라간다. 교회를 핍박하던 [바울]은 다마스쿠스(성경에 [다메섹])

근처에서 신앙적 회심의 체험을 했고, 그 도성으로 들어가 세례를 받고

[사도 바울]로 새사람이 되었다.

시리아의 안디옥에 있던 안디옥 교회는 사도 바울을 선교사로 파송

했고, 교회역사상 최초로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라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또한 안디옥 교회는 많은 신학자들을 배출하였고, [이그나시우스],

[크리소스톰] 등은 이 교회가 자랑하는 위대한 신학자들이다.

오늘날 안디옥은 터키에 속하고 있으나, 본래 이곳은 시리아에 속

한 도시였다.

세계 1차 대전 후, 프랑스가 시리아를 위임통치할 때, 프랑스는 안

디옥을 터키에 할양하였다.

오늘날까지 시리아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오늘날 시리아에서

발행된 지도는 예외없이 안디옥을 시리아에 속한 땅으로 표시하고 있다.

비잔틴 시대(서기 4∼7세기) 기독교는 시리아에 널리 전파되었고,

이 기간동안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다. 이때 건축된 대표적인 교회는

[성 시므온 교회]다.

38년 동안 기둥 위에서 살며 고행했던 주상성자 [시므온]을 기념하

는 교회로, 당시에는 교회 건물 중 최대의 규모였다. 구약성경과 관련

하여 시리아의 [알레포(Aleppo)]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구약사본 중에서 가장 귀중한 사본 가운데 하나인 [벤 아셔]사본이

보존되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 히브리 대학에서는 이 [알

레포]의 사본을 토대로 하여 구약 히브리 원문 성경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11월 21일

瀛뼈밗토대로 하여 구약 히브리 원문 성경을 복원하는 작업을

[빛은동방에서] 사도 바울의 신앙적 탄생지 -- 다마스쿠스

서기 30년대 초 유대인 청년 사울은 위세 당당히 다마스쿠스(성경의

다메섹)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예루살렘 대제사장으로부터 그곳에

숨어있는 기독교도들을 체포해서 이송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가는 길

이었다.

당시 예루살렘의 한 모퉁이에서 시작된 기독교회는 처음으로 엄청난

시련에 빠져 있다. 유대인들은 기독교인들을 핍박하여 스데반이 순교를

하는 등이 신생종교는 수난을 겪고 있었다. 예루살렘의 기독교인들은

박해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다마스쿠스로 피

신했다. 교회를 핍박하는데 앞장섰던 사울은 바로 그들을 잡기 위해 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다마스쿠스에 가까이 갔을 때 사울은 갑자기 하늘에서 번쩍하는 섬

광을 보고 땅에 엎어지고 말았다. 이때 하늘에서 울려오는 음성이 있었

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핍박하느냐?} 사울은 황급히 물

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하늘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이것은 교회 역사의 큰 전환점이 된 사울의 극적인

회심 장면이다.

강한 빛으로 시력을 잃은 사울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쿠스

로 들어가 그곳 교회 지도자 아나니아의 안수를 받아 다시 앞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세례를 받아 완전히 변한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다마스쿠스는 교회의 핍박자 사울이, 교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음 전

도자 사도 바울로 변한 곳이요, 바울의 신앙적 탄생지로서 기독교 역사

의 한 페이지를 영원히 빛내는 곳이다.

사실 다마스쿠스는 기독교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번성했던 도시로,

현존하는 대도시 중에서 역사가 최고인 고도다. 사울이 그곳을 찾아갔

을 때, 다마스쿠스는 이미 2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었다. 서

기전 2천년 대에 융성했던 시리아 북부의 도시국가 에블라(Ebla)의 기

록에 따르면, 다마스쿠스는 에블라와 활발한 교역관계에 있었던 도시중

하나로 열거되어 있다. 또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

라함이 양자로 삼았던 엘리에셀이 다마스쿠스 출신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이로 보아 다마스쿠스는 적어도 4천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 장구한 기간 동안 한번도 중단 없이 사람들의 삶이 이어져 내려온

도시다. 오늘날도 인구가 6백만 명이 넘는 시리아의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다. 또 중동지역에서는 이집트의 카이로 다음으로 큰 도시다. 다마

스쿠스는 예루살렘보다도 역사가 길고, 로마나 아테네와 비교해도 조부

격이 된다.

구약시대 다마스쿠스는 시리아 왕국의 수도로서 번영을 구가하면서

남쪽에 있는 이스라엘을 위협하였다. 이스라엘의 다윗왕이나, 여로보암

2세와 같은 유능한 왕들이 다마스쿠스를 점령하고 지배한 때도 있었으

나, 이는 잠시였을뿐 다마스쿠스는 이스라엘에 힘겨운 상대였다. 구약

성경은 두나라 사이에 일어났던 10번 이상의 전쟁을 기록하고 있다. 끊

임없는 분쟁으로 점철되었던 양자의 관계를 보여준다.

서기전 730년 중엽, 세계의 패권자는 무적의 앗시리아였다. 다마스

쿠스의 르신왕은 당돌하게도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주변 나라들과 연합

해 앗시리아에 대항하려했다. 앗시리아 제국의 반응은 신속했고, 무자

비했다. 앗시리아의 대군은 다마스쿠스로 밀어닥쳤다. 도성은 오래 버

티지 못하고 마침내 함락됐다. 이로써 시리아왕국도 종말을 고했고, 정

치적 수도로서의 다마스쿠스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이때가 서기전 732

년이다.

그러나 다마스쿠스의 영광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앗시리아, 바벨로

니아 페르샤 희랍 나바티안 로마비잔틴 시대를 거치는 동안 다마스쿠스

는 줄곧 경제적으로 번성하는 교역도시였다. 시리아뿐 아니라 중동전역

에서 매우 중요한 도시 중 하나로 이름을 떨쳤다. 희랍시대의 역사가요

지리학자였던 스트라보(Strabo)는 다마스쿠스를 동방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라고 기록하고 있다.

서기 660년대 초 이 도시는 다시 정치무대의 전면에 등장한다. 아라

비아반도에서 시작된 이슬람교(모하메드교)는 전광석화와 같이 중동지

역 전역을 휩쓴 다음 이슬람 제국을 세웠다. 첫번째 이슬람 제국의 수

도로 정해진 곳이 바로 다마스쿠스였다. 다마스쿠스는 약 1백년 동안

광대한 제국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한세기 후 바그다드로 수도

를 옮기면서 정치적 중심축도 그곳으로 이동하였다.

다마스쿠스에 관해서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그곳이 한때 기독교의

중심도시였고 지금도 생명력을 가진 여러 교회들이 건재하고 있다는 것

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다마스쿠스에서>

발행일 : 97년 11월 28일

냅

중심도시였고 지

[빛은동방에서] 사막건넌 대상이 환호한 천혜의 땅--다마스쿠스

## 마호메트도 `지상의 낙원'이라 극찬 ##.

다마스쿠스는 동쪽과 서쪽이 극단적으로 대조인 지점에 세운 역사적

인 고도다. 동쪽으로는 끝없이 광대한 시리아의 [동부사막]이 펼쳐지지

만 서쪽에는 레바논의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이들 산에서

눈녹은 물은 다마스쿠스 지역의 무수한 샘으로 솟아올랐다가 두개의 강

을 이루어 이 도성을 굽이쳐 흐른다. 물이 풍족한 이 도시는 예로부터

숲이 울창하고 각종 과일이 생산되는 곳으로 유명했다.

한편 낙타에 짐을 싣고 멀고 지루한 시리아 동부사막을 건너는 대상

들은 다마스쿠스의 푸른 숲이 보이면 목적지에 도착한 안도의 환성과

함께 그 아름다움에 도취되었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마호메트도 상업에

종사하던 시절 다마스쿠스에 매료되어 그곳을 [지상의 낙원]이라고 극

찬했다고 전한다.

천혜의 지역에 자리잡은 다마스쿠스는 오늘날 전세계 대도시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이 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던 수많은 제국들

의 부침과 함께 이 도성의 주인도 여러 번 바뀌다가 7세기 중엽에는 이

슬람 세계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이곳에 있는 [오마야드 대사원]은 시

리아에서 가장 큰 이슬람교 대사원으로, 아랍권을 통틀어서도 매우 크

고 아름다운 사원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슬람 제국의 첫번째 왕조인

[오마야드 왕조]때 세운 이 대사원은 규모뿐만 아니라 사원 안팎을 장

식하고 있는 모자이크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오마야드 대사원의 모자이

크는 아랍 모자이크 예술의 백미라는 평이다.

이 대사원은 다마스쿠스의 장구한 역사 변천의 한 단면을 잘 보여

준다. 원래 이 사원이 서있는 자리는 원주민 아람인(Aram)들의 [하다드

신전]이 있던 곳이다. 하다드(hedad)는 비를 주관하고 땅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고대시리아의 최고 신이었다. 로마제국시대에 들어와서 그 자

리에는 로마인들의 최고신을 위한 [주피터 신전]이 건축되었고, 그후

기독교 시대였던 비잔틴 제국때는 [세례요한 교회]로 전환되었다. 전승

에 따르면 해롯 안티파스왕에게 참수 당했던 세례요한의 머리가 이 교

회 안에 보존되어 있었다고 하나 확인할 길은 없다. 아랍 모슬렘 시대

세례요한 교회는 이슬람교 대사원으로 바뀌었다. 그 후 화재로 소실되

고 재건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독교인들에게 다마스쿠스의 큰 관심은 직가로 모아진다. 다마스쿠

스 근교에서 대회심의 종교적 체험을 했던 바울은 그 도시의 [직가]에

있는 기독교인 [유다]의 집에 머물렀고, 그곳에서 [아나니아]에게 세례

를 받고 새출발했다.

사도 바울이 걸었던 직가를 찾기 위해서는 다마스쿠스의 구도시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오늘날 다마스쿠스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

나는 고대부터 내려오는 역사적인 구도시요, 또 하나는 19∼20세기에

확장된 신도시다. 이중 우리의 관심은 구도시다. 역사의 때가 겹겹이

묻어있는 고도중의 최고도인 이곳은 타원형 모양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

다. 이 구도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1천3백m에 이르는 길게 뻗은 대로

가 바로 직가다. 사도 바울이 이곳에 왔을 때 직가는 너비가 15m에 이

르고, 길 양편에는 석주들이 늘어선 로마식 대로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름은 그대로 남아있으나 과거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길은 좁아졌

고 직가의 서쪽 절반은 천장이 있는 전형적인 아랍인 시장 [수크(Suq)]

가 되어버렸다. 다만 지금도 몇 개의 석주와 로마시대의 건축물의 일부

가 남아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직가가 끝나는 동편은 지금도 [크리스천 구역]이어서 교회가

밀집해 있다. 필자가 들러본 곳만도 일곱교회나 된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아나니아 교회]다. 교회를 핍박하던 바울이 [아나니아]에

게 세례받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곳에 세운 교회다. 돌계단을 따라 내려

가 만나는 아주 작은 지하교회지만 역사의 연륜을 실감할 수 있다.

희랍 정교회의 대주교가 있는 교회인 아름다운 [마리아 기념교회]를

지나 직가의 끝 동문을 나와 남쪽으로 3백m쯤 성벽을 따라 걸으면 큰성

문과 만난다. 성문 뒤쪽으로 돌아가면 돌로 지은 작은 예배소(chapel)

가 있다. [사도 바울 예배소]로, 쫓기던 바울이 크리스천들의 도움으로

광주리에 실려 성벽을 내렸다는 지점에 세웠다. 사도 바울의 발길이 닿

았던 다마스쿠스는 새로운 신앙의 감동을 느끼는 곳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다마스쿠스에서>

발행일 : 97년 12월 05일

의 발

[성서세계 기행] 사막에 솟아오른 환상도시 `팔미라'

## 종려-대추야자 무성한 오아시스지역…11세기 지진으로 파괴 ##.

[뜨거운 모래사막 한가운데 땅 속에서 솟아오른 듯한 환상적인 도

시 팔미라.] 이것은 영국의 여성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팔미라를

방문한 후, 그곳에 매료되어 묘사한 구절이다.

시리아의 동부 사막지대 한복판에 세웠던 로마시대의 대도시 [팔미

라]는 흔히 사막의 궁전이라고 불리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경

이에 찬 감동과 찬탄으로 채워준다.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를 출발한 자동차는 새벽공기를 가르며

사막길을 달린다. 사막에 만든 도로는 폭이 좁고, 노후했지만 다행히

교통량이 많지않아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다마스쿠스를 출발하여 약 240㎞쯤 달렸을 때 사막의 단색풍경에

익숙해진 눈에 갑자기 녹색의 울창한 야자수 숲이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그러나 신기루가 아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에 도달한 것이다.

팔미라가 있는 곳은 유프라테스강과 다마스쿠스 사이의 광대한 사

막지대 안에 있는 오아시스 지역이다.

오늘도 이곳의 에프카(Efqa)샘에서는 수량이풍부한 맑은 물이 바위

틈 사이에서 솟아나 일대를 풍요롭게 적셔주고 있다.

이곳은 높이가 10m 이상 되는 종려야자와 대추야자 나무들이 큰 숲

을 이뤄 주변의 사막과 대조가 되는 녹색의 이색지대다. 팔미라의 야자

수는 고대부터 유명했다.

원래 이곳은 이름도 타드몰(Tadmor·구약의 다드모)이었다. 고대

셈족어로 야자수라는 뜻이다. 오아시스 도시로 발달한 팔미라는 옛부

터 사막을 왕래하며 장사하던 카라반(caravan)들이 피곤한 몸을 쉬고 물

을 공급받던 사막의 경유지였고, 동과서를 잇는 교역도시였다.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한때 이곳까지 영향력을 확장한 때도 있었다

(구약 역대하 8장). 그러나 대부분 역사에서 팔미라는정치적으로 독립적

인 위상을 유지했다.

또 이곳을 지나는 대상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였고, 사막의 교역로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대가로 통과세를 받기도 했다. 팔미라의 주민중에는

국제 교역에 능력을 발휘하는 거상들도 생겨났다. 그 결과 팔미라는 부

유한 도시로 성장했다. 팔미라의 전성기는 희랍과 로마시대였다.

그 때 도시의 이름도 본래의 [타드몰]에서 [팔미라]로 바뀌었고,

독자적인 군대를 가진 강력한 도시 국가로 발전했다. 로마제국시대에

도 팔미라는 대체로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했다. 오늘날 이곳에 남아있

는 유적들의 대부분은 1∼3세기 로마시대에 건축한 것이다.

서기 260년대 팔미라에는 [오데나투스 2세]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정치적 군사적으로 유능해 팔미라의 마지막 융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그는 의문의 암살을 당한다. 역사가들은 왕의 암살 배후에 음모가 있

었다고 생각하며, 음모의 주모자로 왕비 [제노비아](Zenobia)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제노비아는 야심만만한 여자였다.

스스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후손이라고 주장(역사가들은

이를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축한다)한 제노비아는 투구를 쓰고 말을 달리

는 것이 취미였다. 그는 당당한 배포에 미모까지 갖춘 여걸이었다. 오

늘날 남아있는 동전에 주조된 그의 모습은 상당한 미모였음을 보여준다.

그는 왕이 죽자 왕위에 오를 왕자가 미성년이라는 것을 구실로 모

든 실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제노비아의 지나친 야심은 자신과 팔미라

의 몰락을 가져오는 비극의 원인이 되었다.

서기 272년 제노비아는 아들에게 [황제]의 칭호를 수여하고 황제의

어머니로 자처했다. 로마의 황제가 이를 묵과할 리 없었다. [아우렐리

안] 황제는 친히 군대를 이끌고 팔미라로 진군해 성을 포위했다.

제노비아는 극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팔미라를 빠져 나왔으나 유프

라테스강을 건너려는 순간 로마 기병대에 붙잡히고 말았다. 제노비아는

황금사슬에 묶여 로마로 호송되었고 이로써 팔미라의 영광은 영원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더욱이 11세기이 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팔미라는 완

전히 파괴되었다.

그후 사막에 몰아치는 모래바람은 팔미라의 유적을 모조리 모래 더

미 속에 파묻어 버리고 말았다. 오랜 망각의 시간이 지난 후 1930년대

에 와서 팔미라의 발굴과 복원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약 16만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엄청난 유적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아직도 그 작업의 완결은 요원해 보인다. 팔미라에서 발굴

한 유적은 전형적인 로마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뿐 내면적으로는 팔미라의 고유한 문명과

로마의 건축문명이 만나서 이룩한 독특한 문명이다. 사막의 도시 팔미

라는 동양과 서양 두 문명이 만나 새로운 문명을 잉태한 문명의 산실이었

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12월 12일

┘瘀두 문명이 만나 새로운 문명을 잉태

제 목 : [빛은 동방에서] 3,400년전 고도 문명 꽃피운 도성

1928년 봄 시리아 해안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한 여인이 밭을 경작하

다가 땅 속에 묻혀 있던 석판 하나를 발견했다. 석판을 들어올리자 놀랍

게도 그 밑에는 부장품이 가득한 고대의 묘실이 드러났다.

이 소식은 그 지역을 관할하던 관리를 통해 불란서 파리까지 알려졌

다. 당시 시리아는 불란서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었다. 묘실에서 발견된

부장품을 조사한 불란서 고고학자들은 크게 놀랐다. 적어도 3000년은 된

고대 유물이기 때문이었다.

다음페이지(엔터) 목록열람(L) 연속출력(NS) 기타(Z)> NS

곧 고고학자 [클로드 세페르](Claude Schaeffer)를 발굴단장으로 하

는 고고학 팀이 그곳으로 파송됐다. 20세기 성서고고학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는 [우가리트](Ugarit)의 발굴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되었

다.

고고학자로서 세페르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묘실의 발굴은

고대 공동묘지 발굴로 이어졌고, 이것은 다시 고대 문명의 중심지 중 하

나였던 [우가리트] 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는 평생을 우가리트 발굴에 바

쳐 3000년 이상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우가리트 문명을 세상에 알려 준

공헌자로서 고고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겼다.

우가리트의 위치는 오늘날 시리아의 최대 항구도시 [라타키아](Latakia)

로부터 북쪽으로 10여㎞ 떨어진 해안 지역이었다. 봄, 여름이면 노란색

샤므라 꽃이 뒤덮어 오늘날은 [라스 샤므라](Ras Shamra·샤므라 꽃이

피는 갑)이라고 불린다.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우가리트는 신

석기시대까지 소급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성이다. 그러나 이곳이 도시

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전 2000년 경이었다. 우가리트의 번영

을 가져다 준 것은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성경의 구브로)와 한 교역이

었다. 키프로스 섬은 고대부터 구리 생산으로 유명했다. 우가리트는 그

곳에서 구리를 수입해 구리가 귀한 지역에 팔았다. 이러한 국제 교역은

우가리트에 막대한부를 가져다 주어 서기전 14∼13세기에는 전성기를 구

가했다.

우가리트의 발굴자 세페르의 최대 업적은 궁전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왕실문서를 보관했던 방을 찾아 낸 것이다. 그 방에서는 수천점에 달하

는 토판 문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가리트에서 발굴된 토판 문서들은

이스라엘의 사해 근처에서 발굴된 [사해사본]과 함께 금세기의 가장 중

요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손꼽힌다.

여기서 잠시 고대 시대의 문자 기록에 관해 살펴보자. 고대 근동지역

에서 최초로 문자를 사용한 것은 서기전 3000년대 후반이었다. 오늘날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수메르](Sumer) 문명이 일어났고, 그

곳에서 가장 먼저 문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문자는 그림 형태

인 상형문자였다. 그러나 곧 쐐기 모양의 글씨체인 쐐기문자(설형문자·

cuneiform)로 발전되었다. 설형문자는 고대 근동지역 전역에 널리 확산

되어 사용되었다.

문자의 사용은 곧 토판문서를 만들어 냈다. 토판문서란 진흙을 물에

개어 책 정도 크기의 진흙판을 만들고, 그것이 굳기 전에 대나무같은 도

구를 사용해서 글씨를 눌러 쓴 것이다. 이것을 햇볕에 말리거나 뜨거운

불에 구워 내면, 돌같이 단단해져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었다. 고대 근

동지역의 왕실 문서 보관소 기록들은 대부분 이러한 토판문서다. 우가리

트궁전에서도 이러한 토판문서들이 대량으로 출토됐다.

쐐기문자 형태로 기록된 우가리트의 토판문서들을 연구한 고대 언어학

자들은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알아 냈다. 첫째는, 우가리트에서

사용된 언어는 그 지역에서만 사용된 독특한 것이었다. 학자들은 이것을

[우가리트어](Ugaritic)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언어는 구약성경에 기록

된 히브리어와 동일한 셈족어로 두 언어는 언어학적으로 대단히 가까운

관계다. 히브리어와 언어적 유사성 때문에 우가리트어는 오늘날 히브리

어연구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구약학자들에게 우가리트어는 필수적

으로 공부해야 할언어다.

둘째로, 우가리트 토판문서는 쐐기 문자를 사용한 최초의 알파벳

(alphabet) 기록이다. 우가리트 사람들은 모두 30개에 달하는 자음과 모

음을 고안, 이를 사용해 엄청나게 많은 기록을 남겼다. 이것은 문화사적

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이들 토판문서의 기록은 서기전 1000년대 후반

그지역의 정치,경제, 사회, 문화, 특히 종교 연구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

다.

지금부터 3400년전, 고도의 문명을 꽃피웠던 우가리트는 서기전 12세

기 경 계속된 가뭄과 지진, 그리고 외적의 침입으로 몰락했다. 그후 오

랜동안 동면의 세월을 지나 세페르의 발굴에 의해 다시 그 모습을 드러

낸 것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시리아(우가리트)에서>

발행일 : 97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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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동방에서] 3,400년전 고도 문명 꽃피운 도성

1928년 봄 시리아 해안 지역의 작은 마을에서 한 여인이 밭을 경작하

다가 땅 속에 묻혀 있던 석판 하나를 발견했다. 석판을 들어올리자 놀랍

게도 그 밑에는 부장품이 가득한 고대의 묘실이 드러났다.

이 소식은 그 지역을 관할하던 관리를 통해 불란서 파리까지 알려졌

다. 당시 시리아는 불란서의 위임통치를 받고 있었다. 묘실에서 발견된

부장품을 조사한 불란서 고고학자들은 크게 놀랐다. 적어도 3000년은 된

고대 유물이기 때문이었다.

곧 고고학자 [클로드 세페르](Claude Schaeffer)를 발굴단장으로 하

는 고고학 팀이 그곳으로 파송됐다. 20세기 성서고고학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평가되는 [우가리트](Ugarit)의 발굴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되었

다.

고고학자로서 세페르는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묘실의 발굴은

고대 공동묘지 발굴로 이어졌고, 이것은 다시 고대 문명의 중심지 중 하

나였던 [우가리트] 발견으로 이어졌다. 그는 평생을 우가리트 발굴에 바

쳐 3000년 이상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우가리트 문명을 세상에 알려 준

공헌자로서 고고학사에 빛나는 이름을 남겼다.

우가리트의 위치는 오늘날 시리아의 최대 항구도시 [라타키아](Latakia)

로부터 북쪽으로 10여㎞ 떨어진 해안 지역이었다. 봄, 여름이면 노란색

샤므라 꽃이 뒤덮어 오늘날은 [라스 샤므라](Ras Shamra·샤므라 꽃이

피는 갑)이라고 불린다.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 위에 있는 우가리트는 신

석기시대까지 소급되는 오랜 역사를 지닌 도성이다. 그러나 이곳이 도시

국가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서기전 2000년 경이었다. 우가리트의 번영

을 가져다 준 것은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성경의 구브로)와 한 교역이

었다. 키프로스 섬은 고대부터 구리 생산으로 유명했다. 우가리트는 그

곳에서 구리를 수입해 구리가 귀한 지역에 팔았다. 이러한 국제 교역은

우가리트에 막대한부를 가져다 주어 서기전 14∼13세기에는 전성기를 구

가했다.

우가리트의 발굴자 세페르의 최대 업적은 궁전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왕실문서를 보관했던 방을 찾아 낸 것이다. 그 방에서는 수천점에 달하

는 토판 문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가리트에서 발굴된 토판 문서들은

이스라엘의 사해 근처에서 발굴된 [사해사본]과 함께 금세기의 가장 중

요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손꼽힌다.

여기서 잠시 고대 시대의 문자 기록에 관해 살펴보자. 고대 근동지역

에서 최초로 문자를 사용한 것은 서기전 3000년대 후반이었다. 오늘날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수메르](Sumer) 문명이 일어났고, 그

곳에서 가장 먼저 문자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문자는 그림 형태

인 상형문자였다. 그러나 곧 쐐기 모양의 글씨체인 쐐기문자(설형문자·

cuneiform)로 발전되었다. 설형문자는 고대 근동지역 전역에 널리 확산

되어 사용되었다.

문자의 사용은 곧 토판문서를 만들어 냈다. 토판문서란 진흙을 물에

개어 책 정도 크기의 진흙판을 만들고, 그것이 굳기 전에 대나무같은 도

구를 사용해서 글씨를 눌러 쓴 것이다. 이것을 햇볕에 말리거나 뜨거운

불에 구워 내면, 돌같이 단단해져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었다. 고대 근

동지역의 왕실 문서 보관소 기록들은 대부분 이러한 토판문서다. 우가리

트궁전에서도 이러한 토판문서들이 대량으로 출토됐다.

쐐기문자 형태로 기록된 우가리트의 토판문서들을 연구한 고대 언어학

자들은 대단히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알아 냈다. 첫째는, 우가리트에서

사용된 언어는 그 지역에서만 사용된 독특한 것이었다. 학자들은 이것을

[우가리트어](Ugaritic)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언어는 구약성경에 기록

된 히브리어와 동일한 셈족어로 두 언어는 언어학적으로 대단히 가까운

관계다. 히브리어와 언어적 유사성 때문에 우가리트어는 오늘날 히브리

어연구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구약학자들에게 우가리트어는 필수적

으로 공부해야 할언어다.

둘째로, 우가리트 토판문서는 쐐기 문자를 사용한 최초의 알파벳

(alphabet) 기록이다. 우가리트 사람들은 모두 30개에 달하는 자음과 모

음을 고안, 이를 사용해 엄청나게 많은 기록을 남겼다. 이것은 문화사적

으로 획기적인 일이다. 이들 토판문서의 기록은 서기전 1000년대 후반

그지역의 정치,경제, 사회, 문화, 특히 종교 연구에 더없이 귀중한 자료

다.

지금부터 3400년전, 고도의 문명을 꽃피웠던 우가리트는 서기전 12세

기 경 계속된 가뭄과 지진, 그리고 외적의 침입으로 몰락했다. 그후 오

랜동안 동면의 세월을 지나 세페르의 발굴에 의해 다시 그 모습을 드러

낸 것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시리아(우가리트)에서>

발행일 : 97년 12월 19일

란 진흙을 물에

개어 책 정도 크

## 십자군시대 `기사의 성채' ##.

서기 1099년 유럽 기독교 국가들로 구성된 십자군은 예루살렘 입

성에 성공했다. 기독교 성지를 이슬람교도의 손에서 탈환하자는 구

호 밑에 시작된 십자군전쟁의 승리였다. 이로써 200년간 계속된 십

자군 시대가 열렸다.

1096년 유럽을 출발한 십자군의 대장정은 오늘날 터키의 최남단

도시 안디옥(현재의 안타키아)을 점령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남

진을 계속해 마침내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십자군은 북의 안디옥에

서 남의 예루살렘에 이르는 지역을 장악하게 되었다. 십자군은 남북

으로 700km나 되는 이 지역에 50개가 넘는 요새 성채를 축성하였다.

이 성채들은 십자군 건축 양식에 따라 하나같이 규모가 웅대했지만

13세기말 십자군의 패배와 함께 파괴되었다. 그 후 7백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본래의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오직 웅장한 골격들만 남

게 되었다.

그러나 단 한곳의 예외가 있다. 십자군 시대 성채가 믿을 수 없

을만큼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곳이다. 그곳은 시리아의 크락 데 셔

벌리엘(Crac des Chevaliers)라고 부르는 성채다. [기사의 성채]라

는 뜻을 가진 이곳은 당시 성채의 구조와 축성법 연구에 교과서가

되고 있다. 또 유럽전체를 포함해서 중세 건축물 가운데 건축법이나

건축미가 매우 뛰어난 것 중 하나로 꼽혀 건축사 연구에도 빼어놓을

수 없는 곳이다.

숫자로 볼때 십자군은 전혀 대군이 아니었다. 예루살렘을 함락시

켰을 때 십자군 수는 1만5천명을 넘지 않았다. 그 후 예루살렘에 주

둔했던 십자군 기사들은 고작 300명 남짓했다. 소수의 십자군이 다

수의 적대적인 지역을 관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십자군은 수

적 열세를 보완하기 위해 군사적 요지에 수많은 성채들을 건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을 장악했다. 십자군 성채는 군사들이 주둔

하는 요새지였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행정 중심지이기도 했다.크

락 데셔벌리엘은 모슬렘의 중요한 도시 홈스(Homs)와 지중해를 잇는

중간지점의 전략적 위치에 세워졌다. 이 성채가 완성되었을 때 모슬

렘 사가는 [모슬렘 세계의 목에 박힌 가시]라고 표현했다.

이슬람교도들인 모슬렘들은 이 성채를 빼앗기 위해 여러번 공격

하였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무적의 [살라딘]도 이 성채를 공략하러

갔다가 성공할 수 없음을 간파하고 다음날 철군했다는 일화도 있다.

크락 데 셔벌리엘은 해발 750m 칼릴(Khalil)산 정상에 오각형 형

태로 우뚝 서 있다. 길이는 남북이 200m, 동서가 140m나 되며, 면적

만 해도 1만평에 이르는 큰 규모다. 이 성채의 특징 중 하나는 성벽

이 완벽한 이중구조라는 것이다. 우선 든든한 외성이 있고 그 안에

외성보다 훨씬 높게 쌓아올린 내성이 성채를 둘러싸고 있다. 외성과

내성 사이는 도랑을 깊게 파고 물을 채워 해자를 만들었다. 내성은

성벽을 직각으로 쌓지 않고 그 밑부분을 45도 각도의 경사면으로 만

들어 해자를 넘어온 적들이 성밑까지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성 밑

부분을 경사지게 만든 축성법은 성벽자체를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성채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타임 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간 듯

한 착각을 일으킨다. 바닥이 꺼지면서 적을 밑으로 떨어지게 하는

장치, 몇년을 공급할 수 있는 식량을 비축했던 곡식저장소, 거대한

물 저장소, 방의 길이가120m에 달하는 대 집회소, 예배소, 식당, 숙

소, 미로와 같은 비밀 통로들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갑자

기 어느 구석에서 육중한 갑옷을 입은 십자군 기사가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1271년 이집트의 술탄 베이발스(Sultan Baybars)는 군대를 이끌

고 이 난공불락의 요새 크락 데 셔벌리엘을 공격했다. 격전 끝에 외

성을 뚫는 데는 성공했으나 내성은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이를 함

락시키는 것이 군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베이발스는 한가지

계략을 꾸몄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성안의 십자군들에게 한 통의 비밀 서신이

전달되었다. 그것은 십자군 총사령관이 보낸 밀서였다. 그 밀서에는

더 이상 저항하지 말고 투항하여 유럽으로 철군하라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저항하던 십자군들은 할 수 없이 베이발스에게 지중해를 통

해 유럽으로 돌아가는 귀로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투항하겠다는 의사

를 전했다. 베이발스가 이 조건을 수락하자 십자군 성채에는 곧 백

기가 휘날리게 되었다. 십자군이 전달 받았던 밀서는 베이발스가 꾸

며낸 가짜였다. 그러나 십자군의 투항으로 이 성채는 파괴되는 운명

을 면할 수가 있었다. 1271년 이 성채의 함락을 시작해서 십자군 성

채들은 차례로 모슬렘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20년 후인 1291

년, 십자군 최후의 보루 [아코(Acco)]가 함락됨으로써 십자군 운동

은 실패로서 그 역사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박준서·연세대대학원장>.

.

발행일 : 97년 12월 26일

. 마침내 20년 후인 1291

년, 십자군 최후의 보땝S

지리적으로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북쪽 지중해 해안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남북의 거리는 200㎞, 동서의 폭은 50㎞도 되지 않는다. 지중해안

을 출발하여 동쪽의 내륙지역을 향하면 길은 경사를 이루며 고도가 점

점 높아진다.

마침내 높은 산맥이 우뚝 선 성벽처럼 가는 길을 막는다. 해안선과

평행을 이루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레바논 산맥이다. 이 산맥은

상당히 높아 해발 2000m가 넘는 봉우리가 13개나 되고 최고봉은 3천m

가 넘는다. 레바논의 높은 산들은 1년 중 절반 이상 백설이 정상을 덮

고 있다. 흰눈 덮인 산들은 장관을 이룬다. [레바논]이라는 지명은 히

브리어의 [희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레바논의 높은 산들은 고대부터 울창한 삼림으로 유명했다. 풍족한

강우량과 높은 산의 눈 녹은 물로 무성한 나무들이 산을 덮었다. 이런

삼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백향목]이며 구약성경에도 자주 언급

된다. 오늘날 레바논 국기의 중앙에는 백향목이 그려져있고 흰눈 덮인

산위에 우람스럽게 자라는 푸른 백향목은 레바논의 상징이 되고 있다.

레바논의 백향목은 고대부터 고급 목재로 인정받았다. 서기전 2600

년경 이집트의 왕은 40척의 배로 레바논 백향목을 실어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할 때 레바논

의 왕과 약조를 맺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그곳에 보내어 백향목을 벌목

하고 지중해에 뗏목을 띄워 이스라엘로 운반했다.

지중해 지역의 고대 역사에서 레바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은 그들이 오랫동안 해상권을 장악한 지중해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중해로 진출한 것은 레바논의 독특한 지형과 관계가 깊

다. 레바논의 동편에는 높은 산맥이 긴 병풍처럼 막고 있어 내륙으로

진출하기가 어려웠다. 어렵사리 레바논 산맥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맥

이 버티고 있다. 안티 레바논(Anti-Lebanon) 산맥이다.고대 레바논 사

람들이 이중으로 둘러쳐진 산맥을뚫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들은 망망대해가 열려져 있는 서쪽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지중

해 해안에는 항구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 많았다. 그들은 두로,

시돈, 비블로스 등과 같은 항구도시를 건설했다. 그리고 그곳의 좋은

목재로 배를 만들었다. 그들은 넓은 지중해로 진출했고 항해술과 조선

술을 발전시켜 서기전 13세기경부터는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하게 되었

다.

해상 무역에서 자주색 염료와 자주색 옷감들이 중요 품목이었다. 레

바논지역 지중해안에 많이 있는 뿔고둥 껍집은 고급 자주색 염료를 만

드는 재료가 되었고 그것으로 염색한 자주색 옷은 지중해 해안 지역의

왕실과 귀족들의 의상이 되었다. 레바논 해안지역에서 생산된 자주색

염료는 해상 무역을 통해 희랍에도 전파되었다. 희랍인들은 자주색 염

료의생산지인 레바논 해안지역을 페니키아(Phoenicia)라고 불렀다. 희

랍어로 자주색이란 말이다.

그후 페니키아는 레바논의 해안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

었다.

서기전 9세기 페니키아인들은 전성기를 누렸다.그들은 아프리카 대

륙의 지중해 해안지역까지 진출해 도시를 건설하고,카르타고(Carthago)

라고 명명했다. 페니키아어로 신도시라는 뜻이었다. 카르타고는 융성한

도시국가로 발전하였으나 로마와 충돌하게 되었다. 한니발(Hannibal)과

같은 명장이 있었으나 결국 로마에 패배하여 서기전 146년 멸망하였다.

페니키아인들이 인류 문화에 공헌한 최대의 업적은 서구 문자의 기

원이 된 알파벳을 고안해 낸 것이다. 페니키아인들은 해상 무역의 발달

로 상거래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쐐기 문자

대신 간편한 22개의 알파벳을 만들어 내었다. 서기전 13세기 경 만들어

진 페니키아 알파벳은 빈번한 교역관계에 있던 희랍으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 희랍어 알파벳으로 변형되었다. 이는 결국 로마식 알파벳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오늘날 대부분 유럽언어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

페니키아인들은 무사들이 아니었고 제국을 건설하지도 않았다. 그

러나 그들이 이룩한 문화적 유산은 인류 문명 발전에 획기적 전환을 이

루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8년 01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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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세계탐방] 지중해상권 장악한 `작은 대국'레바논

## 예루살렘 성전 건축에 사용된 `백향목' 산지 ##.

{만일 내가 레바논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나는 레바논을 나의

조국으로 삼았으리라.}.

불후의 명저 [예언자]의 저자인 시인 [카릴 지브란 (Khalil Gibran)]

은 그의 조국 레바논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노래했다. 시인의 고향 레

바논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면적은 1만㎢ 남짓하여

우리나라의 경기도 보다 작다. 그러나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레바논은 역사적으로 [작은 대국]이었다. 고대에는 어느 제국에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고, 어느 대국에 뒤지지않는 문화적 유산을 남겨

놓았다.

지리적으로 레바논은 이스라엘의 북쪽 지중해 해안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남북의 거리는 200㎞, 동서의 폭은 50㎞도 되지 않는다. 지중해안

을 출발하여 동쪽의 내륙지역을 향하면 길은 경사를 이루며 고도가 점

점 높아진다.

마침내 높은 산맥이 우뚝 선 성벽처럼 가는 길을 막는다. 해안선과

평행을 이루며 남북으로 길게 뻗어 내린 레바논 산맥이다. 이 산맥은

상당히 높아 해발 2000m가 넘는 봉우리가 13개나 되고 최고봉은 3천m

가 넘는다. 레바논의 높은 산들은 1년 중 절반 이상 백설이 정상을 덮

고 있다. 흰눈 덮인 산들은 장관을 이룬다. [레바논]이라는 지명은 히

브리어의 [희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레바논의 높은 산들은 고대부터 울창한 삼림으로 유명했다. 풍족한

강우량과 높은 산의 눈 녹은 물로 무성한 나무들이 산을 덮었다. 이런

삼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백향목]이며 구약성경에도 자주 언급

된다. 오늘날 레바논 국기의 중앙에는 백향목이 그려져있고 흰눈 덮인

산위에 우람스럽게 자라는 푸른 백향목은 레바논의 상징이 되고 있다.

레바논의 백향목은 고대부터 고급 목재로 인정받았다. 서기전 2600

년경 이집트의 왕은 40척의 배로 레바논 백향목을 실어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할 때 레바논

의 왕과 약조를 맺고 이스라엘 사람들을 그곳에 보내어 백향목을 벌목

하고 지중해에 뗏목을 띄워 이스라엘로 운반했다.

지중해 지역의 고대 역사에서 레바논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은 그들이 오랫동안 해상권을 장악한 지중해의 주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중해로 진출한 것은 레바논의 독특한 지형과 관계가 깊

다. 레바논의 동편에는 높은 산맥이 긴 병풍처럼 막고 있어 내륙으로

진출하기가 어려웠다. 어렵사리 레바논 산맥을 넘으면 또 하나의 산맥

이 버티고 있다. 안티 레바논(Anti-Lebanon) 산맥이다.고대 레바논 사

람들이 이중으로 둘러쳐진 산맥을뚫고 내륙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

했다.

그들은 망망대해가 열려져 있는 서쪽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지중

해 해안에는 항구로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 많았다. 그들은 두로,

시돈, 비블로스 등과 같은 항구도시를 건설했다. 그리고 그곳의 좋은

목재로 배를 만들었다. 그들은 넓은 지중해로 진출했고 항해술과 조선

술을 발전시켜 서기전 13세기경부터는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하게 되었

다.

해상 무역에서 자주색 염료와 자주색 옷감들이 중요 품목이었다. 레

바논지역 지중해안에 많이 있는 뿔고둥 껍집은 고급 자주색 염료를 만

드는 재료가 되었고 그것으로 염색한 자주색 옷은 지중해 해안 지역의

왕실과 귀족들의 의상이 되었다. 레바논 해안지역에서 생산된 자주색

염료는 해상 무역을 통해 희랍에도 전파되었다. 희랍인들은 자주색 염

료의생산지인 레바논 해안지역을 페니키아(Phoenicia)라고 불렀다. 희

랍어로 자주색이란 말이다.

그후 페니키아는 레바논의 해안 지역을 지칭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

었다.

서기전 9세기 페니키아인들은 전성기를 누렸다.그들은 아프리카 대

륙의 지중해 해안지역까지 진출해 도시를 건설하고,카르타고(Carthago)

라고 명명했다. 페니키아어로 신도시라는 뜻이었다. 카르타고는 융성한

도시국가로 발전하였으나 로마와 충돌하게 되었다. 한니발(Hannibal)과

같은 명장이 있었으나 결국 로마에 패배하여 서기전 146년 멸망하였다.

페니키아인들이 인류 문화에 공헌한 최대의 업적은 서구 문자의 기

원이 된 알파벳을 고안해 낸 것이다. 페니키아인들은 해상 무역의 발달

로 상거래를 기록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쐐기 문자

대신 간편한 22개의 알파벳을 만들어 내었다. 서기전 13세기 경 만들어

진 페니키아 알파벳은 빈번한 교역관계에 있던 희랍으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 희랍어 알파벳으로 변형되었다. 이는 결국 로마식 알파벳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오늘날 대부분 유럽언어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

페니키아인들은 무사들이 아니었고 제국을 건설하지도 않았다. 그

러나 그들이 이룩한 문화적 유산은 인류 문명 발전에 획기적 전환을 이

루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8년 01월 02일

다. 그

러나 그들이 이룩한 문화적 유

[빛은 동방에서] "바다 가운데 건설한 도성" -- 두로

## 예수가 방문해 여인의 딸 병 고친 곳이기도 ##.

{바다 가운데 건설된 견고한 성읍이요, 권세를 떨쳐 해변의 사람

들을 떨게 하던 도성.} 구약성경은 페니키아 지역(레바논의 해변지

역)의 항구도시 [두로]를 이렇게 묘사했다.

두로(Tyre)가 [바다 가운데 건설된 성읍]이라는 성경의 표현은

정확하다.

원래 두로는 육지로부터 약 7백m 떨어진 바다 가운데 돌 섬에 있

었다. 과히 크지 않은 이 돌 섬은 좋은 항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고, 섬이었기 때문에 적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여건을 이용하여 페니키아인들은 서기전 2천년 대에 이 섬에 항구도

시 [두로]를 건설하고 지중해를 무대로 해상활동을 시작했다. 두로

인들은 해양활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어 인류역사상 최초로

국제적 해상무역을 발전시킨 사람들이 되었다.

두로인의 항해술은 놀라울 정도였다. 15세기 말 포르투갈의 바스

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배를 타고 희망봉을 지나 아프리카 대

륙을 한바퀴 돎으로써 그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그러

나 그보다 무려 2천년 전이 되는 서기전 7세기에 두로의 항해사들은

아프리카 대륙을 주항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지중해의 패권자 두로의 최전성기는 서기전 1천년 경 시작되었다.

당시 두로의 왕은 유능한 왕 [히람](Hiram)이었고, 이스라엘에는 다

윗-솔로몬이 왕위에 있었다. 솔로몬 왕은 예루살렘에 성전 궁전을

건축하기 위해서 히람 왕과 물물교환의 조약을 맺었다. 두로가 백향

목과 같이 좋은 목재를 제공해주는 대신, 이스라엘은 밀과 기름을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두로의 왕은 목재 뿐만 아니라, 목수와 석수

들까지보내 솔로몬의 건축사업을 도와주었다.

이재에 특출한 재능을 가졌던 솔로몬 왕은, 두로가 해상무역을

통해 엄청난 부를 얻는 것을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지

중해해 상권은 이미 두로가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솔로몬 왕은 경

쟁자가 없는 남쪽 홍해로 눈을 돌렸다. 그는 이스라엘의 남단 엘랏

에 홍해로 진출하는 항구도시를 건설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

은 배를 만드는 기술도, 바다를 항해하는 경험도 전무하였다. 솔로

몬 왕은 두로의 왕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리적으로 볼 때, 두로는

독자적으로는 홍해로 진출할 수 없었으므로, 히람 왕은 솔로몬의 제

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조선공과 선원들을 엘랏으로 보내주

었다. 역사상 최초의 국제합작무역이 이루어졌고, 홍해를 통한 국제

무역은 이스라엘과 두로 두 나라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지중해를 종횡무진 주름잡던 두로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은 자

주색 염료였다. 두로인들은 그 지역 해변에 지천으로 깔려있는 조개

껍질에서 고급 자주색 염료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 염료

는 두로를 부요한 도시로 만드는데 공헌했다. 왕실과 귀족들의 옷을

염색했던 자주색 염료는 금보다도 고가였다. 로마시대에는 염료 1㎏

값이 금 3㎏과 같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기전 580년대 , 바벨로니아 제국의 느브갓네살(Nebuchadnezzar)

대왕은 대군을 이끌고 서아시아 원정길에 올랐다. 이때 예루살렘은

바벨론군대에게 멸망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바벨론 군대는 두로도

공격했다. 그들은 무려 14년 동안 두로를 공략했으나 섬에 있는 두

로를 함락하지 못해 결국 철군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250년 후 알렉산더 대왕이 등장했다. 그는 아시아

대륙을 정복하기 위해 먼저 두로를 공격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두

로인들은 겁내지 않았다. 무적의 바벨론 제국 군대도 두로를 함락시

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알렉산더 대왕은 탁월한 전략가였다. 그는 육지와 두로를

연결하는 둑을 쌓게 했다. 7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섬과 육지는 연

결되었다. 알렉산더의 대군은 두로를 함락시키는데 성공했다. 두로

를 정복한 알렉산더는 그곳의 흔적을 없애버릴 정도로 완전히 파괴

했다.

그러나 두로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로마시대에 두로는 불사조

와 같이 재기했다. 원래 섬이었던 두로는 로마시대에 육지와 완전히

연결되어 로마식 대도시가 건설되었다. 지금 두로에 있는 유적들은

거의 2세기 경 로마시대의 것들이다. 2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마차 경기장(Hippodrome)을 둘러보면 로마시대의 두로가 얼마나

웅대한 대도시였는가를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두로는 예수께서 친히 방문하신 곳이요, 그곳에서 병을 앓던 한

여인의 딸을 고쳐주시기도 했다. 또한 그곳은 사도 바울이 마지막

전도여행에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귀로에 머물렀던 곳으로, 기독

교인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 두로는 레바논 최

남단의 중소 항구도시로 명맥을 유지하며, 찬란했던 과거 영광의 기

억만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두로(레바논)에서]

발행일 : 98년 01월 08일

涇명맥을 유지하며, 찬란했던 과거 영광의 기

억만을 간직하

`창세기'에 등장하는 지중해 무역중심「시돈」

{나는 시돈의 왕 에쉬무나살이다. 나는 이 무덤 안 석관 속에 누워

있다. 누구든지 왕이건 평민이건 나의 휴식처를 열어보거나 옮기는 자

에게는 신들의 저주가 내릴 것이다.}.

1853년 레바논의 지중해 해안지역(고대 페니키아 지역)의 항구도시

[시돈]에서 고대 시돈 왕의 석관이 발견되었다. 멀리 이집트에서 가져

온 검은 색깔의 현무암으로 만든 이 석관의 주인공은 서기전 5세기의

[에쉬무나살](Eshmunazar)]왕이었다. 석관이 발견되었을 때 유럽의 학

계는 크게 놀랐다.

석관은 시돈 왕의 것이었으나 모양은 전형적인 이집트 석관이었기

때문이다. 뚜껑 부분을 인물형상으로 만든 것이라든지 머리형태, 턱수

염, 가슴을 가리는 흉배 장식 등은 이집트의 석관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이 석관을 만든 서기전 5세기의 시돈은 페르시아 제국의 속주

였고,이집트는 시돈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쇠퇴기였다. 그러

한 시대에 왜 시돈왕의 석관을 이집트의 형태로 만들었을까 하는 문제

는 지금까지 역사가들에게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이 석관에 학계가 관심을 쏟은 또 다른 이유는 뚜껑과 몸체 부분에

촘촘하게 새긴 페니키아 문자가 있었기 때문이다.이 기록은 오늘날 남

아있는 페니키아 문자 기록 가운데 가장 분량이 긴 것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유럽세계 알파벳의 기원이 된 페니키아문자는 에쉬무나살왕

의 석관이 발견되기약 100년전에 프랑스 학자 [발세레미]에 의해 해독

되었다. 따라서 이 석관이 발견되자 그 내용이 곧 밝혀졌다. 그 일부

가 서두에 인용한 귀절이다.

레바논의 베이루트와 두로 중간지점에 있는 항구도시 시돈은 서기

전 2000년대부터 지중해 해상무역으로 크게 번성했던 도시국가였다.시

돈이 부유한 도시라는 것은 고대세계에 널리 알려졌다.시돈의 땅 밑에

는 많은 보물들이 숨어있다는 전승도 있었다. 이러한 구전이 전혀 근

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19세기 중엽 밝혀졌다. 1852년 우연

히 땅속에 파묻혀 있던 납통 세 개가 시돈에서 발견되었다. 이들 통속

에는 알렉산더 대왕 때 주조한 순금 주화가 각각 1천개이상 들어 있었

다.

이런 발견들이 시돈에서 계속되자 유럽인들은 레바논 지역에 고고

학적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고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프랑스

의 나폴레옹 3세는 당시 저명한 고대 근동언어학자였던 [르낭](Renan)

을 레바논에 보냈다. 발굴의욕이 넘치던 르낭은 불란서 군대를 동원해

발굴을 시작했다. 오늘날 고고학적으로 볼때 대경실색할 일이다. 그러

나 당시 고고학은 땅속에 파묻힌 보물찾기 수준이었다.

고대언어학자였던 르낭은 시돈을 비롯한 페니키아 지역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5000점이 넘는 페니키아 문자 기록을 찾아내 이를 책으로 냈

다. 이것은 오늘까지 페니키아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르

낭은 페니키아지역 최초발굴자로서 고고학자 영예의 전당에 그 이름이

영원히 빛나고 있다.

시돈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곳에 또 하나의 유명한 해양도시

[두로]가 있다. 역사가 오랜 두 도시국가는 지중해를 무대로 해상에서

활동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두로에

관한 기록은 없고 시돈 만이 언급되어 있다. 고대 역사가들은 시돈을

[두로의 모도시]라고 불렀고, 시돈은 흔히 페니키아 지역 전체를 뜻하

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역사적으로 시돈은 두로보다

우세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시돈은 앗시리아 제국과 페르시아 제국에 의해 두 번이나 완전히

파괴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재건되었다.특히 시돈을 정

복한 페르시아 제국은 지중해로 진출하는 관문으로서 그곳을 택해 시

돈을 큰 도시로 발전시켰다. 희랍의 역사가 [헤로도투스]의 기록에 따

르면 시돈은 페르시아제국 내의 속주 도시 가운데 제일이었다. 황제의

방문에 대비해 궁전까지 건설했다고 한다.

중세 십자군들은 항구 입구에 [해양 성채](Castle of the Sea)를

건축했다. 그 일부가 지금도 시돈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남아있다.13세

기말 십자군 퇴군 이후에도 시돈은 계속 활기찬 항구로서 베니스를 비

롯한 유럽 여러 도시들과 활발하게 교역했다.

고대 시돈 사람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금은 세공품과 여인들이 수놓

은 옷들을 지중해 세계에서 널리 알렸다. 또 시돈에서 발굴된 유골에

는 놀랍게도 금을 사용하여 치아를 치료했던 증거가 남아있다. 재주가

뛰어났던 시돈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치의학을 발전시킨 공로자들이었

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8년 01월 15일

시돈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치의학을 발전시킨 공로

[성서세계탐방] 이스라엘유혹 바알신 숭배지 `바알벡'

## 레바논산맥사이 곡창지대...1천5백km 떨어진 나일강물 사용 ##.

고대 로마제국이 후세에 남겨놓은 역사적 유산 중 으뜸으로 손꼽을수

있는 것은 건축이다. 웅장한 석조건물들을 짓는데 특출한 재능을 지녔

던 로마인들은 광대한 제국 내에 수많은 로마식 도시들을 건축했다. 보

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웅대한 석조건축물들은 로마의 힘과 권세를 상징

했고 제국의 권위와 영광을 선포했다. 오늘날 현대인들도 찬사와 경탄

을 금치 못하는 로마제국의 유적들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것

이 레바논의 [바알벡]에 보존되어 있다.

지금 바알벡은 웬만한 지도에는 표기조차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이곳은 독일 황제도 방문했던 곳이고, 유네스코(UNESCO)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적이 간직되어 있는 곳이다. 로마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신전이었던 [주피터 신전] 유적이 있고, 로마시대 신전중에

서 오늘까지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바커스 신전]이 건축미를 자

랑하며 서있는 곳이다.

바알벡의 유적은 레바논이 세계에 자랑하는 숨겨진 보물이다. 지리적

으로도 바알벡은 두 개의 높은 산맥 사이 계곡지대에 있어 접근하기가

수월치 않다. 레바논의 지중해 해안에서 내륙으로 들어서면 남북으로

길게뻗어 내린 [레바논 산맥]과 만나게 된다. 평균 높이가 1천m 이상이

되는 레바논 산맥을 힘겹게 넘으면 멀리 동쪽으로 레바논산맥과 평행을

이루는 또 하나의 산맥이 시야에 들어온다. 레바논과 시리아의 경계를

이루는 안티 레바논(Anti Lebanon)산맥이다. 이 두 개의 산맥 사이 계

곡지대에 비교적 넓찍한 평야가 남북으로 펼쳐져 있다. 레바논 사람들

은 이곳을 사헬 벡카(Sahel Bekka)라고 부른다. 벡카 평야라는 뜻이다.

성경에 단순히 레바논 골짜기라고 기록된 이 평야는 면적은 과히 크지

않으나 땅이 비옥해 고대부터 레바논의 곡창지대였다.

벡카 평야의 중심에 바알벡이 있다. 셈족어로 바알은 주인이라는 뜻

이요, 벡은 벡카의 약칭이다. 따라서 바알벡은 벡카 평야의 주인이라는

뜻이 된다.

농업이 번성했던 벡카 평야에서 바알벡은 역사적으로 농업 종교인 바

알 종교의 중심지였다. 바알은 원래 주인이라는 뜻에서 [주인 신]이라

는 의미를 갖게 되었고 결국 바알 신이라는 신명이 되었다. 바알 신은

농업의 번성을 가져다준다는 다산의 종교 바알 종교의 주신이었다. 바

알벡에는 바알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큰 제단이 만들어졌다. 구약성경

을 보면 바알 신은 이스라엘 사람들을 유혹했던 최대의 적이요, 바알

종교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결코 따라가서는 안될 최악의 우상숭배였다.

서원전 바알벡은 바알 종교의 도시였을 뿐 역사 무대에서 각광을 받

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마시대가 되면서 바알벡은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되었다. 로마의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전통적인 종교 도시 바알벡

의 바알 신에게 제물을 바쳤던 제단 자리에 로마의 최고신 주피터를 위

한 신전을 건축하게 했다. 고대에 나라들 사이의 전쟁은 무력투쟁이었

을 뿐만아니라 그들이 섬기던 수호신들의 싸움이었다. 전쟁의 승패는

곧 신들의 승패이기도 했다.

바벨론 제국의 승리는 [말둑] 신의 승리였고 로마제국의 승리는 곧

[주피터] 신의 승리를 뜻했다. 바알벡에 세운 주피터 신전은 로마인들

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최고의 신에게 영광을 돌린다는 뜻이 있었다.뿐

만 아니라 로마의 신이 세계최고의 신이라는 것을 제국 내에 선포하고

로마제국의 힘과 권위를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

건축을 시작한지 70여년만인 네로 황제 때 바알벡의 주피터 신전이

완성되었다. 이 신전은 로마제국 내에서 가장 큰 신전으로 명성을 떨치

게 되었다. 서기 6세기 역사가 요한 마라라스는 이 신전을 고대 세계의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까지 기록했다. 신전 구역을 장식한 돌기둥들은

이집트의 나일강 상류 아스완 지역에서 1,500km 이상을 운반해 온 것들

이었다. 신전 건물을 둘러쌓던 고린도 양식의 54개 석주는 정상 부분까

지 높이가 무려 27m에 달했다. 아직도 여섯 개의 석주가 남아있어 웅장

했던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신전의 기초를 쌓은 토대 부분이다. 잘 다듬은

돌로쌓은 신전의 기초 부분은 평균 크기가 10m 이상 되는 거대한 돌로

이루어졌다. 그 중에는 길이가 20m에 이르고 무게가 800t이나 되는 거

석이 세 개나 있어 비잔틴시대부터 이들을 트리리톤(Trilithon)이라고

불렀다. 세 개의 거석이라는 뜻이며 오늘날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고

대 로마인들의 놀라운 건축술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

발행일 : 98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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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동방에서] 주피터신전은 `기독교 박해'상징

## 빌헬름2세 방문후 서구세계에 각광 ##.

지금부터 꼭 100년전인 1898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Wilhelm II)

는 역사적인 중동순방에 올랐다. 제일 먼저 예루살렘을 방문한 황제는

다음 목적지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로 향했다. 황제는 지중해에서 배를

타고 레바논의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마스쿠스로 가던 중

황제는 의외의 곳에서 길을 멈추었다. 레바논의 벡카 평야에 있는 [바

알벡](Baalbek)이었다.

작은 마을에 불과하던 바알벡은 독일 황제의 방문으로 갑자기 로마

시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유적지로 서구 세계의 각광을 받게 되

었다. 빌헬름2세는 바알벡에 로마시대의 엄청난 유적들이 흙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을 보고 즉시 독일 고고학 발굴단은 보냈다. 바알벡의

발굴과 복원 작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바알벡의 발굴작업이 진행되는 도중 제 1차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결

과는 독일과 오토만 터키 제국의 패망이었다. 레바논의 상황도 크게 달

라졌다. 레바논을 지배하던 오토만 제국의 통치는 끝이 나고 프랑스의

위임 통치가 시작됐다. 자연히 바알벡을 발굴하던 독일 고고학 팀은 철

수하고 프랑스 발굴 팀이 작업을 계속했다.

바알벡은 서기전 2천년 대부터 벡카 평야에 살던 원주민들이 그들의

주신인 바알신을 섬기던 종교적 중심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곳에 남

아있는 유적들은 1∼3세기 로마제국시대에 건축된 신전들이다. 특히 주

피터 신전은 로마제국내에서 가장 큰 신전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서 지진 전쟁 등으로 이 신전은 파괴되었고 무너져 내린 돌들

은 다른 건물 건축에 석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따라서 오늘날 과거의

웅대했던 주피터 신전은 원래 모습대로 복원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다

행스러운 것은 지난 한세기 동안 독일과 프랑스 고고학자들의 연구결과

당시 주피터 신전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유적들과, 고고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피터 신

전과 신전 구역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신전 경내로 들어가려면 먼저 51

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17개씩 3단으로 되어있는 계단은 그 폭이 50㎝

나 되어 대규모 신전의 위세를 보여준다. 계단을 올라가면 높이가 10m

이상인 석주가 12개 늘어선 주랑 현관이다. 중앙에 있는 아치형 입구를

통해 신전 구역 안으로 들어서면 신전의 전정과 만난다. 정육각형 모양

에 9백평 정도인 전정에는 모두 46개의 석주가 둘러서 있어 사람을 압

도한다.

계속해서 발길을 옮기면 5천평 정도 넓은 광장이 나온다. 이곳 중앙

에는 주피터 신에게 제물을 바치던 10m이상 높이의 제단이 있다. 이 광

대한 구역을 돌아가며 128개의 석주가 둘러서 있고, 200개가 넘는 신상

들이 도열해 있다. 여기서 다시 30개 정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신전구역

안에서 제일 높은 지대에 도달한다. 이 높은 곳에 웅대한 위용을 자랑

하며 주피터 신전이 우뚝 서 있었다. 오늘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남

아있는 유적만으로도 그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고 만다. 하물며 로마시

대에는 어떠했을까? 주피터 신전 남쪽에 또 하나의 신전이 서있다. 주

피터 신전과 비교하면 작기 때문에 [소 신전]이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면적이 750평이 넘어,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보다도 크다. 이 신전에

는 포도덩굴과 포도송이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어, 포도주의 신인 [바

커스](Bacchus) 신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커스 신전은 신기하게도

지붕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로마시대 건축된 원형이 오늘까지 거의 그대

로 보존되어 로마시대 신전 중 가장 원형이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대 건축연구의 귀중한 사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화사적으로 바알벡 신전들은 로마제국 건축문화의 정수를 보여준

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바알벡의 거대한 신전들은 기독교가 심하게 박

해받던 시대에 건축되었다. 이들 신전이 상징하는 로마제국의 종교와

비교하면 그 당시 기독교는 무력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였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영광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고, 웅장하던 신전들은 거대

한 자취만을 남긴 채 폐허가 되었다. 그러나 핍박받고 무력해 보이던

기독교는 전세계에 전파되었고 오늘날도 생명력있는 종교로서 문화와

사회와 세계를 변혁시키고 사람들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박준서 연세대 대학원장.시리아(바알벡)에서)

발행일 : 98년 02월 05일

화와

사회와

[빛은 동방에서] 고고학자 듀낭 50년 걸쳐 발굴

성경을 영어로 바이블(The Bible)이라 부른다. 희랍어의 비블리아

(Biblia)에서 왔고 [책]이라는 뜻이다. 성경의 이름이 된 [비블리아]라

는 말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만든 [파피루스]에서 유래했고 레바논의 역

사적인 항구도시 비블로스(Byblos)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인류 문명발달에 공헌한 것 중의 하나는 파피루

스를 만든 것이다. 오늘날 종이에 해당하는 파피루스는 그것을 만든 식

물이름에서 왔다. 이집트 삼각주 지역 늪에 지천으로 자라는 파피루스

에서 파피루스종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멀리서 보면 갈대와 같은 파피루스는 그 줄기가 삼각형 형태다. 너

비가 1.5㎝ 정도인 줄기를 대나무 자르듯이 결을 따라 얇게 자른 후 가

로와 세로로 촘촘하게 두 겹으로 배열한다. 그리고 평평한 나무를 위에

덮고 무거운 돌로 눌러 놓는다. 그러면 식물에서 나오는 끈끈한 성분의

수액에 의해서 이들은 완전히 접착이 된다. 이것을 원하는 크기로 자르

면 한 장의 파피루스가 된다. 이집트인들은 서기전 3천년 경부터 이런

방법으로 파피루스를 만들었다.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를 만드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그것을 다

른 나라에 파는 국제무역상의 자질은 없었다. 이집트산 파피루스를 지

중해 연안 지역에 널리 판매하는 무역은 페니키아인들 몫이었다. 페니

키아(레바논 해안지역)인들은 일찍이 지중해를 무대로 해상무역을 발전

시켰다. 페니키아 지역의 도시 중 특히 주베일(Jebail·구약성경의 게

발)은 파피루스 무역을 거의 독점, 주로 희랍으로 수출했다. 희랍인들

은 파피루스를 그대로 발음하지 못해 뷰블로스(Bublos)라고 불렀다. 차

츰 희랍인들은 뷰블로스와 무역도시 주베일을 동일시하게 되었고 서기

전 1200년경부터 그곳을 아예 비블로스(Byblos)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러한 것은 희랍사람들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구리 생산지로

유명했던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성경의 구브로)를 희랍인들은 구리를

뜻하는 키프리오스라고 불렀고, 그것이 섬 이름이 되었다.

서기전 11세기로 추정되는 이집트의 기록 웬 아몬의 여행기에는 비블

로스가 부각되어 등장한다. 이집트의 신전 관리였던 웬 아몬은 레바논

지역의 좋은 목재를 구입하기 위해 비블로스로 향했다. 그러나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돈을 도둑맞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웬 아몬은 보고

겪은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고대 중동 지역 연구에 소중한 자료인

웬 아몬 여행기에도 이집트가 비블로스에 지불한 목재 값 중에는 5백개

의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포함되어 있다.

비블로스는 한 고고학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역

사가 오랜 항구도시라는 것이 밝혀졌다. 불란서의 고고학자 모리스 듀

낭은 1928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50년 동안 비블로스 발굴과

연구에 전념해 7천년 전 신석기 시대까지 소급되는 비블로스의 역사를

밝혀 주었다.

비블로스에서 발굴된 엄청난 유물들 중 문화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은 아히람 왕의 석관이다. 이 석관의 연대는, 고고학자들 사이에 논쟁

이 있으나, 모리스 듀낭은 서기전 13∼12세기로 추정한다. 이 석관이

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뚜껑 부분에 글자를 새겨 놓았기 때문이

다. 이 글자는 지금까지 알려진 페니키아 문자 기록 중에는 가장 오래

된 것이다. 최초의 페니키아 문자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우나 지금까지

발굴된 것 중 연대가 가장 앞선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오늘날 고대 언어학자들은 팔레스타인과 시내반도에서 최초로 사용

된 초보적인 알파벳 문자가 페니키아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그곳에서

22개 문자로 구성된 페니키아 문자로 발전됐다고 추정한다. 페니키아

문자는 희랍으로 건너가 희랍어 글자의 모체가 되었고 로마식 알파벳을

거쳐 오늘날 대부분 유럽언어의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

아히람 왕 석관 발굴로 비블로스는 최고의 페니키아 문자가 발견된

곳으로 문화사에 빛나는 자리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비블로스와 희

랍간의 빈번했던 파피루스 교역으로 미루어 볼 때, 페니키아 문자를 희

랍에 전달해 준 곳도 비블로스였으리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준서.비블로스(시리아)에서).

발행일 : 98년 02월 26일

키아 문자를 희

랍에 전달해

[빛은 동방에서] 스메르문명 번창한 바벨탑의 현장

## 메소포타미아...바빌로니아제국의 흔적 생생 ##.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 인류의 문명은 도약의 전환기를 맞았

다. 도시국가라는 새로운 사회 조직이 만들어지고,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관개 사업이 본격화되고, 문자를 사용하여 기록을 남기게되었

고,학문과 예술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류문명의 요람지 중의 하나가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이

지명은 희랍어로 [메소](사이)와 [포타모스](강)이라는 말의 합성어로

서 [두 강 사이의 지역]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두 강이란 유프라테스강

과 티그리스강을 말한다. 이 두 강 사이의 지역인 [메소포타미아]는 인

류의 최고의 문명으로 손꼽히는 [수메르]문명이 꽃폈던 곳이요, 구약성

경에 기록된 [바벨탑]의 현장이요,아브라함의 고향 [갈대아 우르]가 있

던 곳이다. 또한 고대세계의 패권자, 아시리아 제국의 땅이었고, 위대

한 바빌로니아 제국의 영광이 휘날리던 곳이기도 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오늘날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라크]

중심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메소포타미아지역 내에 보존되고 있

는 고대 문명 유적을 답사하고, 이스라엘 신앙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

을 방문하려면 불가불 전운이 감도는 이라크를 찾아가야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이라크를 방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이라크를 입국하기 위한 비자를 얻는 일부터 난관에 부딪친다. 현재 이

라크와 우리나라는 수교가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요르단 수도 [암만]에

소재한 이라크 대사관에서 입국신청을 해야 한다. 필자는 작년 10월 입

국신청을 했고, 3개월이 지난 올 1월 하순경 비로소 입국허락이 나왔다

는 연락을 받았다.

제2의 걸프전이 일어날 가능성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동계

올림픽 기간에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필자는 2월초 메소

포타미아 문명의 유적지를 찾아 이라크를 향해 출발했다. 현재 이라크

로 입국하는 방법은 요르단의 [암만]에서 자동차편으로 가는 길 밖에는

없다. 91년 걸프전 이후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의 공항은 UN의 특별

허락이 없는 한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2월의 겨울비가 세차게 뿌리는 이른 새벽, 필자는 암만을 출발하여

요르단 동부 사막지대로 향하였다. 약 350km 쯤 동쪽 방향으로 달렸을

때, 요르단과 이라크 국경지대에 도착했다. 요르단 출국 수속과 이라크

입국 수속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요르단 출국 수속을 마치고 이라크 국

경안 으로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거대한 사담 후세인

의 형상이었다. 앞으로 이라크에서 끊임없이 보아야 할 후세인 동상-초

상화와의 첫번째 대면이었다.

이라크 입국 수속은 소문과는 달리 복잡하지도 않았고, 불유쾌한 일

도 없었다. 오래 기다리기는 했으나, 뜨거운 차까지 대접해 준다.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친절이 인상적이었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마침내 이라크에 입국하였다. 끝없이 펼쳐져 있

는 황무지에는 고요와 정적뿐이었다. 전쟁의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

었다.

이라크 국경을 넘어온 자동차들은 예외 없이 국경근처에 있는 주유

소를 찾는다. 바그다드까지 약 540km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이라크는 요르단보다 기름 값이 훨씬 싸기 때문

이다. 이라크에서 기름 값은 1리터에 5 디나르(dinar)이다. 환전소에서

환율이 미화 1달러에 1천6백 디나르이므로, 1달러로 320리터의 기름을

살 수가 있다. 물값보다 기름 값이 싼 나라가 이라크다. 이라크는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원유 매장량이 많은 나라라는 사실

을 상기하면, 기름 값이 싼 이유를 알 수가 있다.

바그다드로 향하는 도로는 널찍하게 만들어진 6차선 고속도로이

다. 걸프전 이전 이라크의 경제사정이 좋을 때 건설된 도로로, 한국 건

설회사들도 이 도로 건설에 참여했다고 한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된 이

길은 고대시대에는 세계를 주름잡던 제국의 제왕들이 군대를 이끌고 이

동하던 통로였다. 또한 서기전 6세기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나라 잃은

이스라엘 백성이 포로로잡혀갈 때 눈물로 걸었던 통한의 길이기도 하다.

황량한 사막 길을 달려 [라마디]에 왔을 때, 유프라테스 강과 만나

게 된다. 그곳부터 바그다드까지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차창밖으로

우거진 나무숲을 바라볼 때,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비옥한 땅임을 한 눈

에 알 수 있고, 고대 문명이 왜 이 지역에서 일어났는지도 이해할 만하

다.

암만을 출발한지 13시간만에 티그리스 강변의 도시 [바그다드]에 도

착하자, 날은 이미 저물어 있었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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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98년 03월 05일

티그리스 강변의 도시 [바그다드]에

[빛은 동방에서] 성서비밀 가득한 수메르문명 중심지

성경에 기록된 역사의 중심무대는 이스라엘 땅이다. 그러나 그 역

사는 이스라엘에서 1천㎞ 이상 떨어진 메소포타미아지역 (오늘날 이라

크)에서 출발하였다. 이스라엘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이 「갈대아 우

르」였기 때문이다. 갈대아(Chaldea)란 메소포타미아의 남부지역을 통

칭하던 고대 지명이다. 따라서「갈대아 우르」란 『메소포타미아 남

부지역에 위치한 우르』라는 뜻이다. 그러나「우르」의 정확한 위치는

19세기 중엽 영국의 외교관 테일러(G E Taylor)가 그곳을재 발견할 때

까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로부터 남쪽으로 400㎞ 지점, 유프라테스

강변에 높이가 20m 정도로 야트막하게 땅이 솟아오른 지역이 있다. 바

둑판처럼 평평한 평야가 끝없이 펼쳐진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에서 그

둔덕은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었다. 그러나 1855년 영국인 테일러가

이라크 지역의 영사로 부임하기까지 그곳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테일러는 그곳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사람들을 시켜 그곳의

한 모퉁이를 발굴하게 했다. 땅을 파들어가자 놀랍게도 고대문자인 쐐

기 문자로 기록된 토판 문서들이 출토되기 시작했다. 흥분한 테일러는

그것들을 고대언어 전문가에게 보냈다. 토판문서의 내용이 판독되었을

때,사람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이 바로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

였던 것이다.

우르가 역사의 베일을 벗고,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기까지는 이

로부터 70년의 시간이 흐른뒤였다. 1922년 영국인 고고학자 울리(Leo-

nard Woolley)가 영국과 미국의 합동 발굴단을 이끌고 우르에 도착했

다. 이로부터 13년 동안 울리는 그곳을 발굴했고, 2천년 이상 땅 속에

묻혀있던 우르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서기전 3000년대 메소포타미아 남부지역에서는 인류문명의 전환

이 일어났다. 나무의 열매를 수집하고, 강의 물고기를 잡는 수렵단계

에서, 농사를 지어 수확하는 농업단계로 문명이 발전한 것이다. 이 지

역은,비옥한 평야,따뜻한 기후, 수량이 풍부한 두 강 등으로 농업문명

이 일어날 수 있는 쳔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을

흐르는 두 강,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물을 농업에 사용하기 위

해서는 관개사업이 필요했다. 관개사업은 많은 사람이 동원되는 대규

모 공동작업이었다. 또한 물을 사용하는 문제로 사람들 사이에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을 동원시켜 통

솔하고, 분쟁을 조정해 줄 수 있는 권위와 지도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

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수장이 되는 왕이 출현하게

되었고, 왕의 등장으로 도시국가들이 형성되었다. 서기전 3000년대에,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서는 농업문명으로의 전환과 함께 여러 도시

국가들이 만들어졌고, 마침내 그 지역에서 수메르(Sumer) 문명이 탄생

하게 되었다. 이때 세워진 도시국가 중의 하나가 우르였고, 우르는 수

메르 문명의 중심지가 되었다.

고고학자 울리는 우르의 발굴에서 16개의 왕실 무덤을 발견했다. 서

기전 2500년대로 추정되는 왕실무덤의 부장품들은 고도로 발달했던 우

르 문명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 순금으로 만든 단검, 금으로 만든 왕

실 집기, 금과 은 합금으로 만든 투구, 여자들이 사용했던 각종 장신

구와 귀금속장식, 몇가지 종류의 악기들은 오늘날도 보는 이들의 감탄

을 자아낸다.

우르의 역사에서 최전성기는 서기전 21세기 우르 남무(Ur-Nammu)왕

때였다. 그는 건축왕이었고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건축물은 우르의 수

호신인 월신을 위해 만든 지구라트(Ziggurat)이다.

지구라트는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거대한 신전탑이다. 산이 없

는 평야지대에서 산을 상징해서 만든 지구라트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

는 종교의식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우르 남무왕의 또 하나의 업적은 법률을 제정하여 법으로 통치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의 법률로 인정되는 「우르 남무 법」은

함무라비 법전보다 적어도 2백년이나 앞선다.

또한 우르에서는 많은 토판문서 기록들도 발굴되어 고대 수메르 문

명 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되고있다. 그중에는 「돈을 꾸기는 쉽다. 그

러나 빚을 갚기는 아이를 낳기만큼 힘이 든다」는 경구도 있어, 현대

와 고대사회의 유사점을 보여준다.

이것으로써 일단 성서세계의 역사탐방을 마치려 한다. 지금까지 필

자와 함께 역사탐방의 길에 동참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박준서·연세대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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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98년 05월 14일

의 길

수메르 문명 꽃핀 바벨탑의 현장 < 시날 평지 >

구약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바벨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온 땅에 구음(口音)이 하나이요, 언어가 하나이었더라. 이에, 그들

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하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다. 유프라테스와 티

그리스 두 강 사이의 땅인 메소포타미아 지역 중에서 문명의 요람지

가 된 곳은 그 남부지역이었다.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을, 성경은

시날 평지라고 불렀고, 바로 그곳이 바벨탑의 무대가 된다. 오늘날

지리적으로 말하면,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로부터 시작해서 페르시

아 만까지 이르는 지역이 된다.

이 시날 평지에서, 인류 최고(最古)의 문명으로 손꼽히는 '수메르

문명'이 꽃을 피웠다. 서기전 3천년 경부터 일어난 수메르 문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초의 기록들을 갖고 있다. 최초의 도시 국가 수

립, 최초의 문자 사용, 최초의 법전 제정, 최초의 학교 교육 등 헤아

릴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시날 평지는 문화사(文化史)적으로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곳이 이스라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 우르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우르를 답사하기 위하여, 이른 새벽 바그다드를 출발했다.

우르까지 거리가 400Km이므로 새벽길을 재촉해야 했다. 바그다드에

서 우르까지 이르는 시날 평지는, 바둑판처럼 평평한 땅이, 끝없이

펼쳐진 지형이다. 자동차로 5시간을 다리는 동안, 산은 고사하고 야

트막한 언덕조차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성경에서 시날 지역을 평지라

고 부르는 것은, 대단히 정확한 표현이다.

이 끝없는 시날평지는 비옥한 땅이다.

이렇게 시날평지는 땅이 비옥하고, 물이 잘 공급되며, 기후는 일

년 내내 따뜻하다. 구약성경의 기록대로, 고대인들의 발길이 왜 시날

평지에서 멈추어, 그곳에 정착했는지, 또 왜 그곳에서 고대 문명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시날평지에도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것은 그 지역

이 워낙 평지라 산이 없고, 따라서 건축에 필요한 석재(石材)를 구하

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곳의 토질은 충적토(沖積土)이다. 두 강

이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홍수로 인해 상류에서 쓸려 내려온 진흙이

지천으로 깔려 있는 지역에서, 집이나 큰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그

당시로는 위대한 발명품을 고안해 냈다. 그것은 바로 진흙 벽돌이었

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이, 천연적으로 돌이 많지

않은 지역에서, 건축을 위해 돌 대용품으로 진흙 벽돌을 만들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진흙 벽돌을 햇볕에 말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

마터를 만들고 진흙 벽돌을 구워냈다.

진흙 벽돌을 구워낸 사람들은, 초기에는 벽돌사이에 진흙을 넣어

벽돌을 쌓아 올렸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지(理智)가 발달하면서, 진

흙 대신 역청( 靑)을 사용하게 되었다. 역청은 일종의 아스팔트로

서, 진흙벽돌과 벽돌을 잇는 접착제 역할을 했고, 이것을 사용해서

든든한 구조물들을 건축할 수 있었다. 구약 창세기는 시날 평지에서

의 이러한 문명의 발전 과정을 이렇게 기록했다.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

여,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더라.』

진흙벽돌과 역청을 사용하고, 측량술, 기하학 등으로 건축술을 발

전시킨 시날 평지의 사람들은, 높은 탑을 세우기 시작했다. 위로 올

라갈수록 점점 좁아지는 형태의 거대한 탑을, 그곳의 고대인들은

「지구라트」라고 불렀다.

서기 전 2천년 경에 만들어진 우르의 신전 탑은, 전면(前面)이

60m, 측명이 45m에 이르며, 21m의 높이 부분까지 남아있다.

오늘날 그곳에 남아있는, 4천년 전에 구워낸 진흙벽돌과, 벽돌 사

이의 검은 역청들은 놀란 만큼 정확한 구약 성경의 기록을 확증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