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주의(Judaism) 연구동향에 대하여 김 세 권 (미국 Hebrew Union College 박사과정)

Ⅰ. 성서해석사의 또 다른 반쪽을 찾기 위하여

유대 학자들은 유대주의(Judaism)의 역사를 두 부분으로 나눈다.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신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바벨론 포로기를 기점으로 하여 그 이전을 "성서시대의 유대주의"(Biblical Judaism), 그리고 그 이후를 "랍비 유대주의"(Rabbinic Judaism)라고 분류하는 것이다. 이 두 부분 가운데서 성서시대의 유대주의는 우리 기독교가 유대교와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특별히 이 분야를 따로 연구할 이유가 없으나, 랍비 유대주의가 갖고 있는 성서해석의 역사는 기독교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왔기 때문에 성서해석의 또 다른 한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연구의 당위성을 충분히 던져주고 있다.

신구약 중간기(intertestamental period)의 혼란스럽던 정치적 상황이 하스모니안(Hasmonian) 왕조의 등장으로 인해서 다소 안정되자, 유대인들의 성서해석활동도 익명성의 시대를 벗어나서 보다 조직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BC 150년경부터 AD 70년경까지 팔레스타인을 다스린 하스모니안 왕조와 역사의 시간대를 함께 하면서 성서해석을 했던 그룹이 있었으며, 그들을 후세의 학자들은 바리새인(Pharisees)이라고 불렀다. 예루살렘 성전이 로마인들에 의해서 완전히 파괴된 이후에 이들 바리새인 그룹의 활동은 위축되었으며, 그들의 뒤를 이어 타나임(Tannaitic)이 대표적인 유대 사회의 랍비로 부상했다. 타나임의 시대에 이르면서 유대인들은 비로소 랍비 유대주의 성서해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문헌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 귀에 익숙한 미쉬나(Mishna)가 바로 이들의 학문적 활동의 결과이다. 미쉬나는 그 이전까지 유대 사회에서 구전으로 전승되던 성서해석을 성문화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을 때에 문전(文傳, written tradition - 즉 오늘날의 토라)뿐만 아니라 구전(口傳, oral tradition)도 함께 받았다고 믿고 있는바 그들 사회에서 미쉬나는 구전 토라(Oral Torah)로서 성경과 같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문헌이다. 따라서 미쉬나에는 유대인들의 성서를 바라보는 시각과 아울러 생활관습, 문화 등 모든 것이 집대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쉬나를 생산해 낸 타나임의 시대가 끝나자 대략 AD 200년경부터 500년에 이르기까지 아모라임(Amoraim)이 뒤를 이어 활동했으며, 그들은 탈무드(Talmud)를 저술했다. 탈무드는 쉽게 이해하자면 미쉬나에 대한 주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서, 포로기 이후에 팔레스타인에 남아있던 본토의 학자들에 의해서 팔레스타인 탈무드(Yerusalmi)가, 그리고 디아스포라 그룹에 의해서 바벨론 탈무드(Babylonian Talmud)가 만들어졌다. 팔레스타인 탈무드는 그 양에 있어서 바벨론 탈무드에 못미치만, 그 심오한 내용과 간결성 그리고 불가해성(적절한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많다)으로 인해서 이스라엘 랍비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한편, 바벨론 탈무드는 방대한 양을 자랑함과 동시에 이해가 쉽도록 여러가지 첨언들이 들어가 있어서 또 다른 의미에서 유대인들의 성서해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로 여겨진다. 그리고 동시대에 이들 아모라임에 의해서 성경 각권의 직접적인 주석이 씌어지는데, 이 주석서를 가리켜서 미드라쉬(Midrash)라고 부른다. 예언서(Prophets)를 제외한 나머지 성서 전권에 해당하는 주석서들이 이때에 만들어 졌으며, 이 책들은 오늘날까지도 유대인들의 성서해석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들이 비교적 유대 전통에 충실하여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기초가 되어 생산된 문헌들이라면, 다른 한편으로 Judaio - Hellenism의 입장에서 씌어진 글들도 있으며, 이들 역시 유대주의 연구의 한 축을 이룬다. 왜냐하면 이들 랍비 문학의 전성기는 또한 팔레스타인에서 헬레니즘이 그 영역을 넓혀가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헬라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은 대부분 이성(Reason)과 초월적 계시(Revelation)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것들이며, 상당수의 작품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서해석을 시도하고 있다(이 작품들은 너무나 방대한 분량이어서 그 자세한 내용을 이 글 안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으며, 대신 에밀 슈러(Emil Scheurer)가 저술한 "The History of the Age of Jesus Christ"에 모든 문헌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음을 밝힌다).

이러한 유대주의에 입각한 성서해석문헌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성서해석을 하는데 있어서 이들 문헌에 대한 연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이러한 유대 문헌들의 또 다른 형성과정이다. 미드라쉬를 예로 들어서 설명한다면, 이 주석서는 유대교만의 독립적인 토양에서 씌어진 글이 아니라, 미드라쉬가 씌어질 당시에 이미 기독교는 로마와 헬레니즘 세계의 중심 종교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었기 때문에 유대 사회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이들 주석서 안에는 구약 해석의 차이점에 대한 기독교와의 논쟁이 들어있다. 이를테면, 유대교가 그러했던 것처럼 기독교의 성서해석 또한 이러한 유대교와의 논쟁을 통해서 발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중세기까지 이어졌으며 기독교 교부들과 랍비들이 상호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교부들은 치열하게 교리적 논쟁을 랍비들과 펼쳤으며 이러한 결과는 당연히 그들의 글 속에서 반영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에서 유대주의 연구의 필요성과 도움의 당위성을 제고해 본다면, 기독교 신학과 성서해석의 역사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실제로 최근에 이르러서 많은 학자들이 제롬이나 오리겐의 글과 랍비문학의 상관성을 연구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유대주의 연구가 오늘날의 성서해석작업과 고대의 성서해석 결과들을 묶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19세기 이후의 구약성서 연구는 역사 비평학에 근거하여 고대의 성서 해석적 전통과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성서 비평학이 자체 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고고학적 발굴의 결과와 언어학적 접근, 그리고 문학적 분석(Literary criticism - 이 용어는 더이상 성서 비평학의 자료비평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며, 오늘날 성서본문이 갖고 있는 문학적 요소들의 상호 관련성을 해석하는 방법론을 표현하는데 쓰이고 있다)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현재 미국의 성서신학계는 더이상 비평학적 해석작업에 매여있지 않으며, 새로운 해석학적 대안을 찾기위해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언어학적(Philological) 접근이다. 실제로 어케이디언(Akkadian)이나 유가리틱(Ugaritic)과 같은 고대언어는 미국 신학교에서 고대 근동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이며 이같은 언어교육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대 해석 전통과의 접목이다. 당연히 유대주의는 이 분야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일종의 가교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이러한 고대의 유대주의 연구 결과가 성서 해석에 미치는 예를 한가지만 들어보자. 제이볼트(Klaus Seybold)는 스위스의 바젤 대학의 구약학부 교수이다. 그는 특히 시편 연구로 유명한 학자인데, 최근(1990년) 자신이 저술한 "Introducing the Psalms" 라는 책에서 사해문서(The Dead Sea Scroll)와 랍비문서가 갖는 비중이 시편 연구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각 시편의 예전적 기능을 밝히는 연구에 있어서 미쉬나가 갖고 있는 정보들을 신뢰성 있는 사료들로 인정하고 있으며, 저작성(Authorship)의 문제에 있어서도 랍비문서들의 언급을 아무런 주저함 없이 응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학문적 현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학자들도 있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학자들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러한 작업이 해석학적 대안을 위한 작업이라고 할 때 한가지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입장에서 유대주의 연구를 들여다보자면, 이 분야 역시 성서학의 다른 분야처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국교회는 유대주의에 대해서 관심만 있었을 뿐 그것의 연구에 커다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이제 부터라도 유대주의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우리의 성서해석에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Ⅱ. 학교 소개 및 후학들을 위한 제언

미국에는 크게 보아서 세가지 유대교의 종파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중 첫번째는 유대교 정통주의(Orthodox) 그룹이라고 불리운다. 몇 년 전에 이 종파에 속한 유대인이 메시야가 뉴욕에 나타났을 때 자신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 줄 고용인을 구한다는 광고를 타임지(Time Magazine)에 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적이 있다.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여전히 미쉬나에 있는 종교적 규범과 생활관습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두번째는 유대교 보수주의(Conservative)로서 정통주의와 비슷하나 보다 더 융통성을 갖고 있는 그룹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혈통적인 유대인이나 개종자만을 그 일원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배타적이다. 세번째가 미국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그룹으로 유니언(Union)이라고 불리우는 개혁 그룹(Reformed Judaism)이다. 이들은 율법을 그대로 이행하기보다는 오늘날의 상황에 맞추어서 율법도 변화하는 생명력을 지녔다는 신축성을 보인다. 이 개혁주의는 그야말로 유대주의의 혁신적인 변화라고 일컬을 만 하며, 유대주의라는 고대의 전통이 오늘날의 세계에 적응하여 살아남으려는 치열한 노력을 경주한 결과라고 할 만하다.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히브리 유니언 칼리지(Hebrew Union College)는 바로 이 종파의 랍비들을 길러내는 교단 신학교 같은 곳이다. 이 학교는 크게 두개의 School을 갖고 있다. 그 둘 중에서 Rabbinic School은 기독교의 Seminary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서 이스라엘 현지에서의 히브리어 교육을 포함하여(예루살렘에도 캠퍼스가 있다) 총 5년을 공부한 후에 랍비로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필자가 이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이곳의 교수진을 위한 석좌제가 완벽한 것은 물론 이들이 공부하는 5년 동안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학교에서 해결해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한국의 신학교들도 이러한 상황이 되어야 신학의 발전과 교회의 발전이 보다 신속히 이루어지리라는 개인적 바람을 여기에 피력해 본다. 그 다음에 필자가 공부하는 Graduate School이 있으며, 이곳에 속한 학생들은 90% 이상이 기독교인들이다. 박사 과정(Ph. D)에 있는 학생들은 학비를 전액 장학금으로 받으며, 이 학교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로는 고대 근동학(Ancient Near Eastern), 성서 해석사(History of Interpretation), 그리고 셈어학(Semitic)이 있다. 고대 근동학부는 미국내 여타 신학교와 큰 차이가 없으나, 보다 더 언어학 중심이며 "날 글"(The raw text)을 읽고 연구하는데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학문적이다. 성서해석학부에는 랍비문헌을 연구하는 전공과 헬레니즘 혹은 교부들을 연구하는 전공이 있으며, 이 학부에서 주로 하는 연구는 기독교 해석학과 유대교 해석학을 비교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이론적 유대주의가 아닌 본문을 읽는 유대주의 연구에 있어서는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수준을 자랑하는 학부이다. 셈어학부 역시 막강한 교수 진용을 갖추고 있으며, 북미에서 최고봉이라고 인정받는 학부이다. 따라서, 신학적 이론이나 비평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적당한 학교가 아니며, 언어학적 접근과 아울러 직접 본문을 읽고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신학도에게는 아주 훌륭한 배움터가 될 수 있는 학교이다. 필자는 이 학교에서 성서 해석사를 전공하고 있으며, 랍비들의 구약해석서인 미드라쉬와 구약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유학생이 필자 한사람인 관계로 해서 어려움도 많지만, 보람도 함께 느끼고 있으며, 특히 후학들이 유대주의 연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성서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어느 학교에서 무엇을 공부하던지, 언어에 대한 기초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어는 물론이지만, 특히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 그리고 라틴어에 대해서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성서 언어에 대한 확고한 이해가 있어야 성서학의 분류를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언어를 확실히 습득한 사람이라면 어떤 학교에서 공부하던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필자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