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트만의 비신화화 논쟁

1. 들어가는 말

기독론은 기독교 신학의 중심위치를 차지한다. 신론도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말하고 인간론, 성령론, 교회론도 예수 그리스도로 연결해야 한다. Emile Brunner가 "예수 그리스도가 기독교 신앙과 신학의 중심이며 근거"라고 말한 것처럼, 기독인은 신앙의 모든 내용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에서 인식하고 서술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는 과연 누구인가? 이 질문은 고대 교회에서 제기된 질문이기도 하다. 존재론적으로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전적인 답변은 칼케돈의 신앙 정의(Definition of faith of Chalcedon) 속에 잘 나타나 있다.

" 그러므로 거룩한 교부들을 따라서 다음과 같이 가르치기로 우리는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는 한 분 동일하신 하나님이시며, 신성에 있어서 동일하게 완전하시고, 인성에 있어서 동일하게 완전하시고, 참 하나님이시며, 참 인간이시고, 이성적 영과 몸을 동일하게 가지신다. 그는 신성에 있어서 아버지와 동일본질이시고 인성에 있어서 우리와 동일본질이시나 죄를 제외하고 우리와 똑같다. 그는 신성에 있어서 시간 이전부터 아버지로부터 낳으시고, 동일하신 분이 마지막 날에 우리와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나셨으니,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동정녀 마리아가 하나님의 어머니이다."

이 결과 예수 그리스도는 vere Deus, vere Homo 임이 확정되었고, 이 전통은 중세와 종교개혁때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계몽주의를 거쳐 18,9세기에 이르러서는 전통적인 존재론적 질문은 사라지고 역사성에 바탕을 둔 과거 지향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 문제이다. 라이마루스에게서 시작된 이 문제는 현대의 기독론 논쟁을 부활 시켰으며, 자연과학적 인과율의 대두와 역사의식은 20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불트만은 바로 이런 신학적 고민 속에서 그 해결 방법으로 "비신화화(Entmythologisierung)"를 기획하고 실존론적 이해를 통하여 신앙의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를 갈라 놓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불트만이 역사적 예수와 신앙의 그리스도를 갈라 놓게된 배경으로서 계몽주의의 역사의식이 기독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쁼해 보고 그 대표적인 학자들 중 리츨과 하르낙의 예를 들어 불트만 이전까지의 기독론 탐구 방향과 결과를 살펴 보겠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불트만이 제기한 비신화화론을 고찰해 보고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검토하여 오늘날 예수 그리스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바람직한지 생각해 봄으로 글을 맺으려 한다.

2. 역사의식이 기독론에 끼친 영향

철학사에서는 일반적으로 중세까지를 '존재론'이라는 틀거리로 이 세상을 이해한다. 존재론적 구도에 의해 논증된 신 지식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참 구세주라는 사실을 전혀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고 이 바탕위에 세워진 교회는 구원의 방주라고 여겨지게 되었다. 따라서 교회는 진리를 판가름할 수 있는 규준으로 여겨지게 되었으며, 성서 해석도 이 교회의 권위에 의해 해석되어졌다.

그러나 후기 유명론이 대두 되고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중세의 존재론적 틀거리가 깨지게 되었다. 특히 교회사의 입장에서 볼때 16세기에 일어난 종교개혁은 성서에 대한 새로운 의식을 가져다 주었다. "sola scriptura" 이 한마디에서 중세와 16세기의 차이점을 알 수 있다.즉, '성서를 볼때 어떻게 이해하느냐' 라고 하는 관점은 성서 해석의 열쇠를 교회의 권위에다 두느냐, 아니면 성서는 그 자체로 해석되어야 하느냐의 문제 곧, 신학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일으켰다. 루터는 "Scriptura est sui ipsius interpres"를 주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루터는 성서 해석에 있어서 "성령의 내적인 증거 (testimonium internum Spritus Santi)" 라는

해석학적 원리를 내세워 '은총과 복음'에 의해 성서를 해석해야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이것은 주

관성으로 빠지게 되어 다시금 성서 해석의 기준을 요구 하게 되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그 기준을 찾으려는 시도는 철학사 속에서 시도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

가 데카르트의 "Cogito ergo Sum" 이었다. 결국 존재론적 구도를 거부하게 되고 인식론으로 주

제가 바뀐 것이다. 여기서는 이성이 새롭게 강조 되었으며 이를 이어받은 18세기의 계몽주의의

사람들은 이성을 가지고 성서를 해석할 수 있다고 즉, 진리의 판단 기준이 이성이라고 믿었으며

신학의 주제도 이성적이지 않으면 거부되기 시작했다. 자연 과학과 역사의식의 발달도 우리의

사고구조를 바꾸어 놓았는데, 역사의 상호연관성과 자연과학적 인과율을 동일시 함으로 객관적인

"historical fact" 만을 찾게 되었고, 이에 따라 기독교에 대한 생각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면 이상의 이성적 판단 대두, 자연과학의 발달, 역사 상대주의로 인해 기독교(특히 신론과

기독론)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살펴보자.

첫째로 섭리론에 변화가 생겼다. 전통적으로 하나님을 제1원인으로 생각하여 모든 사건이 하나

님에게 연유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계몽주의를 거치면서 전통적으로 그 원인을 하나님에게

귀속시켰던 것을 "자연적 방법 (Natural Way)" 에 귀속시켰다. 이것은 근본적인 틀거리의 변화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자연과학적 방법이 '역사' 개념에도 적용되어 역사 실증주의적 사고로 발전

하였으며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하여도 자연적 인과율이나 방법으로 설명하게 되었다. 결국 인간

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어서 하나님에게로 향하게 하는 것은 사라

지게 되었다. 이런 영향으로 일부 극단에서는 역사의식이 빠져있는 신비주의나 공간적인 섭리론

만 남게 되었으며, 개인적인 체험, 개인적 구원과 같이 역사성이 결여된 하나님으로만 남게 되었

다.

둘째로 역사의식이 대두 되면서 역사 상대주의로 빠지게 되었다. [기독교의 절대성]이라는 책에

서 트뢸취는 기독교 신앙을 포함해서 모든 역사적 현상은 절대로 보편 타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

다. 그의 역사 상대주의적 입장에는 세가지 기본 원리가 놓여 있는데, 곧 비판(criticism), 유비

(analogy) 및 상관성(correlation)이 그것들이다. 비판이란 모든 증거가 비판적으로 측정되어야

만 하며, 또한 모든 결론은 새로운 증거의 조명 하에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유비란 연구 대상인 사건들이 우리가 직접 경험하는 사건들과 그 종류에 있어서 본질

적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뜻한다. 상관성이란 역사 내의 모든 사건이 다른 것과 연관되어 있으며,

역사 전체는 일종의 이러한 상호-관련성의 연락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한 신적 개입이라는

의미에서 역사 내에 어떤 단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그 자체로서 독특하고

개별적이고 특이하기는 하나 다른 모든 것과 질적인 면에서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

로 말해서 그 결과 어떤 종교도 '절대적'이거나 '죄종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트뢸취의 역사

의식이 깔고 있는 전제에 의하면, 역사에 있어서는 계시나 초월적인 것을 직접적인 것에 접목시

키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트뢸취의 역사 개념을 통해서 볼때 기독론에 커다란 문제를 야

기 시킬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역사적 예수의 문제가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19세기의 역사적

탐구는 칼케돈 회의에서 정의된 "vere Deus, vere Homo" 중 "vere Homo"를 강조한 측면으로 이것

이 빠질 경우 예수는 가현설적으로 이해될 경우가 있다. 따라서 역사적 예수의 탐구는 궁극적으

로 칼세돈 회의를 보강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역사의식이 깔고 있는 초월성 거부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이적" 거부, 성유신, 부활교리등 기독교 신학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부분을 거

부하는 경향으로 기울었다. 결국 aorist한 사건으로서의 십자가 상에서 예수 그리스도 죽음 사건

과 같은 예언자들과 사도들의 신앙이나 구속사 보다는 일반 역사 속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느 역

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여긴 역사의식과는 조화될 수 없었다.

이상과 같은 부정적 견해를 전제하면서도 19세기의 신학자들은 "과거에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

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것이 그들의 소명으로 알았다. 역사 낙관론을 가지고 있으면서 역사적

예수의 탐구를 전개해 나갔던 것이다.

3. 불트만 이전의 역사적 예수 탐구의 여정 (리츨과 하르낙을 중심으로)

역사적 예수 탐구는 H.S.Reimarus와 G.E.Lessing으로 부터 시작하여 Wrede를 거쳐 슈바이쳐, 나

아가 마틴 켈러에 까지 이른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 모든 과정을 언급할 수 없기에 부분만을 언

급하려 한다.

라이마루스는 "The Passage of the Israelites Through the Red Sea" 라는 단편에서 이스라엘이

홍해를 건너기 위해서는 적어도 9일은 걸리므로 홍해사건은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고 하였고, "On

the Resurrection Narrative" 라는 단편에서는 공관복음서의 부활 사건이 서로 일관성이 없기 때

문에 부활 역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고 하였다.

라이마루스의 영향을 받아 레씽은 이신론적 경향을 보였는데, 성경의 진리나 기독교의 진리들이

기적에 대한 역사적 증거나 예언 성취에 대한 역사적 증언에 의해서 증명될 수 없다로 주장 하였

다. 그는 예언자들과 사도들 시대에 있었던 역사적 증거들은 감성적 경험의 사실들로서 우연적

진리(the contingent truths)들이고 이성의 선험적 진리와 선험적 도덕성과 종교성만이 필연적

진리(the necessary truths)라고 하였다.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진리는 우연적 진리로서 이성의

필연적 진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진리 사이에

는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놓여 있다고 하였다.

역사적 예수의 탐구 방향을 19세기로 옮겨 보고자 한다. 물론 그 과정의 칸트, 슐라이에르마허,

르낭등 많은 사례를 언급해야 하겠지만 여기기서의 주된 목적은 불트만이 거부한 바로 그 전 사

상을 언급하는 것이 대상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신학의 꼿을 피웠던 리츨과 하르낙의 역사적 예

수 탐구를 살펴보고자 한다.

衁. 리썼

리츨은 슐라이에르마허로부터 시작된 자유주의 신학 전통의 가장 탁월한 대표자로서, 당시 헤겔

주의적인 철학적 사변을 거부하고 "칸트에로의 귀환"과 더불어 "역사적 자료들에로의 복귀"를 부

르짖었다.

리츨은 종교가 전적으로 실천적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종교개념은 신비적 느낌이나 형이상학적

지식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도덕적 자유의 경험"이다. 즉, 인간이 육체적 본성의 속박에서 해방

되어 도덕적으로 자유케 되는 것이 종교이다. 인간이 '생의 자연적 조건'과 싸우게 될 때 종교적

신앙이 출발한다. 마치 칸트가 실천이성의 요청으로서 신을 상정하였듯이 리츨은 육체적 제약을

넘어서서 도덕적 자아를 실현하려는 실천적 인간 실존이야말로 신을 요청한다고 본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신존재증명을 거부하고 실천이성의 가치판단에 의한 예수 그리스도 중심의 신인식

을 주장한 리츨은 칸트의 물자체(Ding-an-sich)를 받아들여 우리는 하나님 자체를 알 수 있는 것

이 아니고 , '오직 우리에 대한 그의 효력들 안에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우

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연적 세계 혹은 육체적 자아를 승리하시고 도덕적 목적을 실천하신 예

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나님을 인식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사상을 자신의 말을

인용하여 살펴보자.

"그리스도는 일생동안 먼저 자신의 신적 소명을 수행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아

버지의 사랑과 은헤와 진리를 인간들에게 증거하였다. `````` 이것은 그리스도 자신을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신을 향한 동일한 자세를 제자들에게 소개할 목적이 담긴 것이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리츨은 예수가 윤리적 소명을 따라 완벽한 삶을 사심으로써 하나님 나라

실현이라고 하는 하나님의 윤리적 소명에 완전히 응답했다고 본다.

또한 칸트가 물자체는 알 수 없고 현상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듯이, 리츨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초대교회의 신앙의 가치판단, 즉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나를 인식함에 의해서만 하나님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신앙은 추상적 지식이나 단순히 역사적 사실들을 말하는 지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신앙이란 우리들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본성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는 가치판단이다. 신앙이란 존재판단이 아니라 가치판단인 것이다. 리츨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약성경 안에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가치판단의 신앙에 의해서 해석되는 역사적 사실들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복음서에 묘사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고, 기독론적 전승의 다양한 층들에 관한 역사적 판단을 해야할 필연성을 인식하였던 것이다.

결국 리츨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상을 칸트의 윤리적 a priori에서 출발하여 예수에게서 특수한 보편적 도덕적 목적에의 소명과, 하나님에 대한 복종과 충성하는 윤리적 이상의 상으로 보았으며 "예수의 생애에 의해 표출된 역사적 모습" 즉, 가치판단에 의해 규정된 윤리적 예수의 모습으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구성하려 하였던 것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계시란 윤리적 모범 또는 인간의 윤리적 이상의 역사적 실현을 위한 자극에 불과하게 되었다.

遁. 하르낙

하르낙은 리츨의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 특히 형이상학적 사변에 대한 거부와 기독교의 역사적 해석을 수용하였는데, 하르낙은 리츨이 "예수의 생애에 의해 표출된 역사적 모습"을 통해 역사적 예수를 재 구성하려한 것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를 위해 하르낙은 역사 연구를 적극 수용하였는데 다음을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자.

"우리는 역사의 과정에 개입하기 위해 역사를 연구한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 통찰이 없으면, 우리는 자신이 역사적 과정 속에 놓인 대상이 되는 것을 허용하거나 또는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경향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에 개입한다는 것-이것은 우리를 훼방하기 위하여 과거가 현재에까지 이를 때에만 과거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하르낙은 "사람은 역사에 의해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 는 트뢸취의 말에 동조하였다.